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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은 직업일 뿐

통계적으로, 한국에서 대기업 공채 준비하는데 드는 평균 비용은 4,300만 원이라고 한다. 이 비용에는 취업을 위한 9가지 스펙이 – 학교, 학점, (각종) 영어점수, 어학연수, 자격증, 공모전 입상, 인턴십, 동아리 활동(자원봉사), 그리고 성형수술 – 포함된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의 최대과제 중 하나는 취업문제 해결이고, 여기에 앞으로 한국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TV만 켜면, 학교 졸업하고 취직 못 해서 방황하는 청년들과 위에서 언급한 9개의 스펙을 갈고 닦는 졸업반 학생과 취준생들이 나오고, 바늘구멍보다 더 좁은 취업 지옥에 대한 다큐멘터리들이 날이 갈수록 더 많이 제작되고 있는 거 같다. 이런 프로만 보면 한국에서 젊은이들이 취직하는 건 이제 불가능하다는 생각마저 들게 된다.

그런데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는, 젊은이들을 필요로 하는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들은 사람을 못 뽑아서 쩔쩔매고 있는 현상도 보인다. 직원 4명인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내 친구랑 얼마 전에 식사하다가 들었는데, 사람 좀 뽑으려고 면접 약속까지 잡았는데, 아무런 사전 통보 없이 ‘노쇼’하는 면접생들이 너무 많다고 한다. 그렇다고 회사가 열정페이를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평균 연봉에 4대 보험까지 제공하는데, 이렇게 나타나지도 않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고 한다. 왜 그럴까 물어보니, 뭐 개인적인 사정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졸업생이 작은 벤처나 중소기업보다는 남들이 들으면 알만한 대기업을 선호하기 때문에, 만약에 대기업 면접 약속이랑 중첩되면, 무조건 그쪽으로 가거나, 아니면 면접 날짜가 다가올수록, “나는 삼성이나 현대에 취업을 해야 하는데, 무슨 벤처기업은….”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내가 아는 경기도에 위치한 꽤 건실한 중소기업 오너도 비슷한 말을 하는 걸 들었다. 아무리 회사가 건실하고, 대기업보다 성장 가능성이 높아도, 2년제든 4년제든 대학 졸업생들을 채용하는 게 너무나 어렵다고 한다. 연봉도 나쁘지 않고, 혜택도 나쁘지 않지만, 지방에 위치한 회사고, 남들이 잘 모르는 회사라는 이유가 가장 크다고 한다. 물론, 대우나 혜택이 대기업만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취업을 해야 하는 사람이 거들떠 보지 않을 정도로 택도 없는 건 절대 아니다.

나 자신보다는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가 더 중요한 사회, 그리고 직업에는 귀천이 있다고 생각하는 우리 문화가 이런 현상의 원인 중 하나인 거 같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아니, 없어야 한다. 내 생각에 직업은 그냥 직업이다. 좋은 직업도 없고, 나쁜 직업도 없다. 그냥 내가 열심히 일해서, 일한 만큼의 보람을 얻고, 이에 대한 보상을 받아가는 곳이 직장이다. 서울 한복판 대기업에서 양복 입고 일하는 게 지방의 중소기업에서 작업복을 입고 일하는 것보다 좋다는 게 한국이 직업을 보는 일반적인 시각인데, 실은 그냥 두 개의 다른 직업일 뿐이다.

얼마 전에 서울에 있는 꽤 괜찮은 대학교에서 학생들 대상으로 강연한 적이 있는데, 아직도 대부분의 대학생이 졸업 후 현대나 삼성 취업을 목표로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선배인 교수한테 물어보니, “이게 참…웃긴 현실인데, 남학생들이 중소기업에 취직하지 않는 큰 이유 중 하나가, 나중에 결혼할 때 불리하거든…미래 장인, 장모가 듣도 보도 못한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에서 일하는 사람한테는 딸 시집 안 보내더라고…. 이게 한국의 현실이다…. 아직은”

연봉이 높은 직업이 있고, 낮은 직업도 있다. 사무실에서 내근하는 직업이 있고, 계속 밖에서 외근하는 직업도 있다. 출퇴근이 자유로운 직업이 있고, 그렇지 못한 직업도 있고,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직업도 있다. 하지만, 모두 다 그냥 직업일 뿐이다. 좋은 직업과 나쁜 직업을 구분하는 시각이나 편견은 서서히 없어졌으면 좋겠다.

[生生MBA리포트] MBA와 스타트업 part.1 – 스타트업을 하려고 MBA 를 간다?

MBA의 길

기고자 소개) 박은정씨는 와튼스쿨(Wharton School) 졸업 후 현재 Top MBA 전문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MBA 지원자들에게 도움을 준 경험을 기반으로 “미국 Top MBA 가는길(매일경제)“를 공저하였으며, 현재 자신만의 노하우와 지식을 바탕으로 최신 MBA 트렌드와 어느 학원에서도 해 주지 않고, 할 수도 없는, 진짜 MBA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있습니다.
그녀는 연세대학교 상경계열 졸업 후 삼일회계법인에서 일을 했으며 현재 미국 동부 피츠버그에서 가족들과 함께 거주하고 있습니다. 박은정씨의 글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mbaparkssam@gmail.com으로 연락주세요.
*박은정씨가 운영하는 MBA의 길에 가시면 MBA 관련 더 많은 정보가 있습니다.

마음에 스타트업을 향한 열망을 품고 계신 분 중에 MBA를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 주제에 대해서는 찬반이 크게 갈립니다. 사업을 경영한다는 것은, 그것도 세상에 없는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전략을 세워 상품을 시장에 선보이고 투자를 받는다는 일련의 과정에는 너무나 많은 변수가 있기 마련이라 도저히 교실에 앉아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리고 MBA 과정을 이수하는데 적게 잡아도 20만 불 가까이 드는데 차라리 이를 창업비용으로 활용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반면에 MBA를 통해서 경영에 필수적인 지식을 쌓으면서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와 마음이 맞는 파트너들을 찾고 그들과 함께 스타트업의 구상에 집중할 수 있다, 요즘은 학교들이 스타트업에 굉장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만큼 그러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MBA 네트워크를 통해서 스타트업 생태계의 VC나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들을 포함한 다양한 주체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찬성의견도 있습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비자의 문제가 존재하는 이상, 영주권자나 시민권자가 아닌 한국인이 학교를 졸업한 후에 미국에서 스타트업에 취업하거나 계속 운영하기는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그런 지엽(이라고는 하나 가끔은 가장 큰 걸림돌이 되기도 하는)적인 문제를 차치하고, 오늘은 MBA들이 정말 스타트업을 하고 있는지,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2008년 경제위기로 MBA의 가장 큰 feeder(비즈니스 스쿨로 진학하는 이들이 기존에 일했던 곳)이자 employer(MBA들이 졸업 후 일하는 곳)였던 finance가 시들해진 이후로, 그 빈자리를 무섭게 꿰찬 것은 tech industry와 스타트업 붐이었습니다. 두말할 것도 없이 tech가 강한 학교들 – Stanford, Haas, MIT – 등은 이 때문에 인기가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많은 학생이 ‘미래에 스타트업을 하겠다’라는 커리어 골을 에세이에 적고 MBA에 진학했습니다. 학교들은 앞다투어 Entrepreneurship Center를 만들고 학생들을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MBA 학생 혹은 졸업생들은 창업할까요? 처음에는 창업할 생각으로 갔다고 해도, 졸업 후 남들처럼 큰 회사에 취직하면 받을 수 있는 평균 15만 불(한화로 거의 1.8억 원에 육박하는 액수)이라는 연봉을 보면 흔들리지 않을까요? 혹은 창업을 한다고 한들, MBA 샌님들은 필드에서 구르고 넘어지면서 온몸으로 배운 경쟁자들보다 아무래도 실전 전투력이 약해서 금방 포기하지는 않을까요?

‘MBA가 정말 창업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궁금증과 ‘MBA에서만 얻을 수 있는, 창업에서 성공하는 데 필수적인 어떠한 요소가 있는가?’라는 질문은 조금은 다를 것 같습니다. 창업자와 스타트업은 다르고, 제반 상황과 여건도 다르기에, 아무리 성공적인 창업자라도 그의 성공에 결정적인 요소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각기 다른 대답을 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MBA가 도움이 되었는가, 혹은 시간 낭비 돈 낭비일 뿐인가를 확인하기 위해서 실제 MBA 재학생/졸업생들이 창업들을 하는지,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를 검토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비 MBA들과 비교를 할 수 있는 자료가 있다면 더욱 도움이 될 것 같고요. 어쨌든 우리처럼 궁금한 사람들이 많기에, MBA에 대해서 전문적으로 다루는 Poets & Quants에서는 2013년부터 Top 100 MBA Startups of the Year라는 랭킹을 발표합니다. 지난 5년간(2012.1.1 이후) MBA 재학생이나 졸업생이(역시 직전 5년 내) 이 founder로 설립한 스타트업 중에 가장 VC-backed capital을 많이 끌어온 100개의 회사를 모아서 발표하는 거죠. 올해도 해당 자료가 발표되었습니다. 여기에는 1위부터 25위까지의 표를 붙여두었습니다.(전체 100개 회사를 다룬 표는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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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특징을 이야기하자면, 첫째, 탑스쿨 출신들이 대부분입니다. 작년만 해도 전체 100개 업체 중 42개가 HBS 동문이 만든 학교였고, 스탠포드, 와튼 이 세 학교가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습니다. 올해는 HBS 출신들은 100개 중 24개에 이름을 올렸고, 이 24개 업체가 총 $618 million을 끌어모았습니다. 반면 스탠포드는 올해 24개로 HBS와 동률을 보였고, 투자금액에서는 $958 million을 조달했습니다. HBS/Stanford가 줄어든 만큼 다른 학교들의 약진도 두드러졌습니다. 작년까지는 이 두 학교가 모두 71개를 차지해서 거의 리스트를 점령했다고 볼 수 있었는데 올해는 단 42개에 그치는 대신, 와튼이 작년의 5개에서 12개로, 컬럼비아는 7개에서 11개로, 그리고 켈로그는 4개에서 8개로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1위를 차지한 회사는 Deliveroo라는 이름의 회사이며, 2012년에 Wharton을 졸업한 William Shu가 친구와 함께 창업한 스타트업입니다. 2013년 이후 현재까지 이 회사는 $474 million을 조달했고, 작년 4월에는 $190 million 의 Series E funding을 발표했습니다. 2위는 Linio(NYU, MIT, HBS 친구들이 함께 만든 회사)가 $230 million을 발표하며 전년도의 7위에서 껑충 뛰어올랐습니다. 3위 역시 음식배달 회사인 DoorDash(스탠포드, $186 million)가 차지했습니다. 4 위는 NuBank(Stanford, $178million), 5위는 또 다른 음식배달 업체인 Grofers(Columbia)가 차지했습니다. 올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100개 회사 중에서 70개 업체가 2016년 한 해에만 조달한 금액은 $1.3 billion으로 100개 전체 회사가 5년간 총 조달한 금액인 $2.9 billion의 거의 절반에 육박합니다.

외부조사기관인 Pitchbook이 2006년부터 2016년 여름까지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이제까지 6,600명 이상의 MBA들이 6,0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시작했고, 거의 $100 billion에 이르는 VC 펀딩을 일구어냈습니다. 이 6,000명은 탑 25개 학교만을 대상으로 한 것입니다. 가장 많은 창업자를 배출한 것은 하버드로, 961명의 창업자가 $22.4 billion을 끌어왔고, 스탠포드는 720명이 600개가 넘는 회사를 만들어 $14.4 billion을, 그리고 와튼에서는 577명의 창업자가 506개의 회사를 만들어 $10.6 billion을 조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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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여전히 West Coast의 지리적 이점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100개 중 35개 회사가 서부에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서부 중에서도 31개 회사는 Bay Area에 있습니다. 여기에는 2016년에 상당한 펀딩을 조달하여 여러 계단 뛰어오른 Augmedix(스탠포드), Branch(스탠포드), Capital Float(스탠포드) 등이 있습니다.

세 번째, minimum cutoff가 크게 높아졌습니다. 작년에 100위를 차지한 기업의 조달액수가 $2.65 million이었던 반면, 올해 100위를 차지한 Totspot(스트롱 벤쳐스의 투자사 중 하나이며, Poshmark에 인수되었죠)은 $4.3 million을 기록했습니다. 인정을 받은 스타트업들은 과거보다 좀 더 많은 액수를 조달할 수 있었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네 번째, 졸업 후 바로 창업으로 들어가는 학생들은 완만한 감소추세라고 합니다. 2016년 하버드 졸업생 중 7%는 바로 창업의 길로 들어섰는데, 이는 전년도의 9%로부터 조금 감소한 수치이고 2012년 이래 가장 낮은 숫자입니다. 스탠포드도 마찬가지로 올해는 15%가 창업을 한다고 보고했는데, 2013년의 18%부터 완만하게 조금씩 내려오고 있는 추세입니다. 와튼의 경우에는 작년의 4%와 비교할 때 올해는 6%로 증가하였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2012, 2013, 2014의 숫자보다는 약간 감소한 정도라고 하는군요. 이 ‘감소’ 부분에 대해서는 학교 담당자들의 말은 엇갈리는 데가 있습니다. 우선 와튼의 Clare Lainweber(Penn Wharton Entrepreneurship의 managing director)는 MBA 학생들이 startup에 대해 갖는 관심은 계속 뜨거워지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Stanford의 Entrepreneurship Center의 director인 Deb Whitman은 관심은 증가할지 모르나, 벤처캐피털의 자금은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대신, 비즈니스 스쿨에서 2년간 실패에 대해서 걱정하지 않고 창업에 몰두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며, 특히 실리콘 밸리에서는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을 누구든 만날 수 있으므로 여전히 매력이 크다고 설명합니다. 컬럼비아의 Vince Ponzo(Eugene Lang Entrepreneurship Center의 Director)는 이런 견해에 반대합니다. “There’s still plenty of money to invest(투자할 돈은 여전히 아주 많습니다). 펀드들은 계속 펀딩을 받고 있고, 나눠줄 자금은 충분해요.” 반면 그의 주장은 VC들이 한층 더 깐깐해진 눈으로 스타트업들을 평가한다는 겁니다. 이미 몇 개 크게 성공적인 모델이 나온 이상, 그 정도 pitch로는 VC들의 마음에 흡족하기 어렵다는 거죠.

MBA가 창업하기에 최적의 환경인 것처럼 보이지만, 창업이란 엄청난 집중과 헌신을 해야 하는 일임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이 블로그의 주인장분도 학교를 떠나 집중하신 거고, 이 기사에 소개된 스탠포드의 Branch 팀 역시 이 목표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Branch 는 앱 개발자들에게 deep technology linkage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회사로, Alex Austin, Mada Seghete, Mike Mokinet and Dmitris Gaskin이 설립하였습니다. 앞의 세 명은 2014년에 스탠포드에서 MBA를 받았고, Dmitris Gaskin은 이 팀에 조인하기 위해서 스탠포드 학부를 중퇴하였습니다. 앞의 세명은 스탠포드의 유명한 Launchpad 수업 중에 처음으로 만나서 의기투합한 케이스입니다. 이들은 월 $10,000씩 받을 수 있는 여름 인턴십을 포기했고, Molinet은 실리콘 밸리의 월세를 감당할 수 없어서 그때그때 문을 열어준 친구 집의 소파에서 살았습니다. 지금은 Seghete의 차고에서 살며, 다운타운 팔로 알토에 있는 Branch의 사무실을 위한 가구를 직접 만들기도 합니다(사무실에서 살면 될 텐데 그렇게는 안 하네요). 컨설팅과 같은 취업의 기회를 포기해야 했고, MBA 친구들이 즐기는 파티나 이벤트들도 포기하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그러한 헌신과 노력에는 성과가 있어서, 총투자금액 $53 million으로 올해 리스트의 12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가 당부하는 말이 있습니다. “정말 정말 창업을 하고 싶다면, 여기에 100%를 바치세요. 파티 같은 이벤트나 재미있는 활동들이나 남들이 받는 인턴십이나 돈을 많이 주는 취업의 기회 따위에 정신이 팔리면 안 됩니다. 그리고 당신이 정말 열정을 갖고 있어서 당신의 비즈니스를 세워가는 데 온전히 집중하고 있다면, 이러한 잡다한 것들은 전혀 신경 쓰이지 않을 겁니다.”

(제가 참조한 기사 원문은 여기에 있습니다. 2부에는 MBA를 졸업하고 스타트업에 조인하는 경우 연봉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열린 대화

open_minded_comic-a궁금한 걸 물어보고, 그에 대한 답변을 들을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기업 총수들과의 청문회를 보고 많은 걸 느꼈다. 여당, 야당을 막론한 수준 이하의 질문과 발언, 그리고 무조건 모르고 미안하다고 하는 기업인들을 보고 역시 결국 손해 보는 건 국민이라는 생각을 많은 분이 하셨을 거 같다.

특히 나를 좀 거슬리게 했던 건 기본적으로 상대방과의 대화의 준비가 되지도 않고, 그럴 자질이 없던 몇몇 국회의원, 그리고 생산적인 대화를 할 마음이 아예 없던 기업인들이었다. 도대체 이럴 거면 바쁜 사람들 불러서 왜 청문회를 했겠느냐는 질문을, 그리고 결국 하나의 거대한 쇼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이런 일이 청문회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한국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사적인 감정을 배제하고, 서로의 처지가 다를 수 있다는 태도에 근거해서 열린 대화를 하는 걸 나는 많이 못 본 거 같다. 솔직히 내가 일하고 있고, 그나마 다른 분야보다는 열려있다는 이 스타트업 세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많이 했다. 창업가들과 미팅을 하다 보면, 어떤 투자자들은 이미 자기만의 생각이 너무 굳건해서,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해도 자기 생각만 주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마도 이런 경험을 해본 창업가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투자자가 질문을 해서, 대답을 하려고 하면, 중간에 말을 끊어버리고 본인 하고 싶은 말만 하거나, 아니면 내가 말한 걸 임의로 해석하면서, “아, 그래서 이렇단 말이죠?”라는 식으로 넘어가는 투자자들과 미팅을 해봤을 것이다. 이런 사람과 대화라는 걸 할 수가 없다. 기본적으로 본인은 맞고, 상대방은 틀렸다는 틀 안에서 모든 생각과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랑 어떻게 열린 대화를 할 수 있는가? 실은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이랬던 적이 몇 번 있는데, 앞으로는 조심해야겠다는 다짐을 여러 번 할 수 있었다.
참고로, 꼭 투자자가 아니라, 나는 이런 식으로 대화하는 창업가도 만나본 적이 있는데, 내가 엄청 화를 내고 미팅을 끝냈던 기억이 난다. 투자자인 나는 이렇게 했지만, 돈이 필요해서 여기저기 피칭하러 다니는 창업가들은 이렇게 화를 내지는 못한다. 그냥 꾹 참을 뿐이다.

이런 열린 대화를 하는 게 한국이 더 힘든 이유는 능력보다는 나이나 사회적 지위로 결정되는 불평등한 발언권 구조, 그리고 쌍방향이 아닌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 시스템 등이 있는 거 같다. 단기간 내에 바뀔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점들이고, 한국 사회가 과연 미국과 같은 수평적 사고 시스템을 얼마만큼 도입할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조금씩 바뀌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미지 출처 = http://www.occasionalplanet.org/2013/04/23/are-democrats-more-open-minded-than-republicans/>

학생 창업에 대해서

famous-student-entrepreneurs우리가 지금까지 투자한 약 70개 스타트업 중 (대)학생들이 창업한 회사는 6개이다. 모두 분야도 다르고, 재학생도 있고, 휴학생도 있다. 어떤 창업가한테는 첫 번째 창업이지만, 짧은 기간 동안 창업 비슷한 걸 몇 번 해본 경험자들도 있다. 그러므로 학생 창업가를 일반화하는 건 적절치 않지만, 이 중 몇 회사와는 내가 꽤 가까이 일을 하므로 그동안 학생 창업팀에 대해서 느낀 점을 나열해보려고 한다. 실은 이 내용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본엔젤스 박은우 님의 “대학생 창업자들의 흔한 오해” 라는 재미있고 통찰력 있는 포스팅을 보고 나도 생각난 김에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이야기해본다.

일단, 학생 창업가를 보면 모든 걸 떠나서 나는 너무 부럽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20대 초반에는 상상도 못 하던 사업이라는걸 이 젊은 친구들은 거침없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 성공과 실패와는 상관없이. 학생창업의 장점과 이를 가능케 하는 몇 가지 공통적인 요소가 있는데 일단 물리적으로 젊다는 건 온몸으로 창업에 뛰어들 수 있는 에너지가 충분하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나서 도전하거나, 또는 창업이 아닌 다른 길을 갈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의미이다.
우리 세대에 비하면 요새 학생들은 걱정이 많다. 대학 입학하자마자 취업 걱정을 해야 하고, 계속 복잡해지는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인생 계획을 학창시절에 세워야 하는데, 이건 우리가 학생일 때는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았던 부분이다. 그래도 가정이 있는 직장인들에 비하면 학생들은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돈에 대한 걱정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창업에 도전해 볼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요즘 대학생들 공부 많이 해야 하지만, 그래도 내가 학생 창업가들과 일을 해본 경험에 의하면, 학창시절만큼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기는 인생에서 없는 거 같다. 시간이 많으므로 일을 더 오래, 그리고 열심히 할 수 있고, 젊으므로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체력적으로 더 오래 버틸 수 있다. 물론, 아직은 인생에 대한 걱정이 없으므로 이 모든 게 가능하다.

또 다른 장점은 대학교만큼 전 세계 또는 전국의 인재들이 한 공간에 4년이라는 시간 동안 강제적으로 집합되어있는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 4년을 지내다 보면, 스타트업을 돌아가게 하는 가장 중요한 자양분인 사람을 – 그것도 다양한 스킬을 가진 – 만나고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를 쌓을 수 있다. 실은, 학교에 다니면 이런 좋은 기회가 매일 생기기 때문에 아무래도 학교가 아닌 사회보다는 팀을 만들어서 창업하는 게 상당히 수월하다.

그런데도 대학생 창업이 우리 주변에 아직도 흔하지 않다. 그리고 창업한 학생팀 중 잘 성장해서 성공하는 팀들도 별로 찾아볼 수 없다. 왜 그럴까? 이것도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학생팀의 성장을 방해하는 단점도 매우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단 내가 생각하는 학생 창업의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한국의 부모님이다. 실은 부모님이 문제라기보다는 성인이 되어도 스스로 생각하거나 독립적인 삶을 살지 못하는 학생들이 더 문제지만, 하여튼 한국의 학부모들은 좀 심할 정도로 자식들의 인생에 관여를 많이 한다. 믿기지 않겠지만, 창업 관련 과목을 가르치는 대학교 교수님한테 학부모가 연락해서 불평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 공부 열심히 해서 취업해야 하는 자식한테 왜 자꾸 창업하라고 교수가 부추기냐는 내용의 항의 전화인데, 이게 한국 부모들의 현실인 거 같다. 심지어는 우리가 투자한 회사의 대표는 팀원의 부모님을 찾아가서 설득하고 허락을 받은 경우도 있다.

위에서, 학생들은 젊고, 시간적 여유가 많아서 창업을 결정하는 게 상대적으로 수월하다고 했는데, 실은 이건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젊고 시간이 많아서 학생들한테는 여러 가지 옵션이 있다. 소위 말하는 Plan B, C, D, E이다. 창업해서 열심히 하지만, 만약에 실패하더라도 다른 회사에 취직할 수도 있고, 아니면 대학원에 가서 공부를 더 할 수도 있는 옵션이 있으므로 내가 봤던 꽤 많은 학생팀이 진지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고, 모든 것을 걸고 스타트업에 올인하지 않았던 경우도 많이 봤다. 이들한테는 ‘창업’이 단지 이력서에 추가할 수 있는 한 줄짜리 경험이 된다. 그래서인지 학생팀을 만나면 내가 요새 가장 먼저 물어보는 질문은 “이 사업 정말 제대로 할 마음 있나요?” 이다.

많은 대학교가 창업보육센터를 운영하면서 교내 벤처기업에 사무공간과 혜택을 제공한다. 가난한 학생 스타트업한테는 좋은 제안이고 그 취지는 고귀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학교를 사무실로 사용하면 장점보다는 단점들이 더 많은 거 같다. 일만 죽어라 해도 잘 안 되는 게 벤처인데, 학교 안에 있으면 일을 방해하는 잡음이 많다. 학교라는 상아탑 안에 있다 보니, 눈에 레이저를 키고 일 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힘들 수도 있고, 학생 친구들이 들락날락하면서 분위기를 망치는 것도 몇 번 봤다. 실은 학교 안에 있으면 아르바이트생이나 인턴들을 채용하는 게 상대적으로 수월한데 – 어떤 학교들은 교내 스타트업에서 인턴을 하면 학점을 주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 이럴 경우 소위 말하는 ‘뜨내기’들이 너무 많아지고, 사무실이 휴학생이나 복학생들이 잠시 들렀다 가는 휴식공간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그리고, 학교에서 무료 또는 매우 저렴하게 공간을 제공하기 때문에, 학교에서 필요한 여러 가지 홍보활동과 행사에 참석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또한 집중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군 복무를 아직 하지 않은 남자 학생들에게는 군대가 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잘 결심해서 창업했고, 열심히 일하다 보니까 재미도 있고 사업도 성장을 해서, 제대로 해보려고 휴학을 하면 덜컥 영장이 나오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옵션이 별로 없다. 우리가 투자한 몇 학생팀도 군 복무 문제 때문에 병역특례 지정업체 신청부터 대학원 진학 등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데 이런 행위는 어쩔 수 없이 사업의 집중도를 떨어뜨린다.

어쨌든 나는 우리가 투자한 학생팀들을 좋아하고 응원한다. 내 나이의 절반인 이 젊은 친구들이 자신만의 목소리가 있다는 건 매우 멋지고 즐거운 일이다.

<이미지 출처 = http://getentrepreneurial.com/archives/famous-student-entrepreneurs/>

새로운 제2외국어

programming-languages얼마 전에 초등학교 아이의 아빠인 내 친구한테 연락이 왔다. 아이한테 본격적인 제2외국어 교육을 하려고 하는데 메인으로 배워야 하는 게 영어인가 중국어인가 고민을 하고 있었다. 나는 중국은 잘 모르지만, 미국은 좀 안다. 그리고 내가 아는 지식이나 한정된 경험에 의하면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으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무조건 영어를 메인으로 하라고 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 지금부터 코딩을 가르치라고 했다.

전 세계 12억 명이 중국어를 사용하고, 비슷한 인구수가 영어를 사용한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사용하는 언어는 ‘코딩’이라고 생각한다. 프로그래밍이나 코딩이라고 하면 아직도 너무 많은 사람이 복잡하고 어려운 기술이나 학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코딩을 단순하게 보면 사람과 기계를 연결해 주는 일종의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세상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지만, 앞으로는 기계들이 더욱더 많은 분야에서 인간을 대체할 것이다. 과거에는 고도의 판단력이 필요하지 않고 반복적인 일들을 수행하면서 로봇과 같은 기계들이 사람을 대체했지만, 앞으로는 고도의 사고력과 결정력이 필요한 업무 또한 기계들이 대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인공지능, 로보틱스, 자율주행 자동차 등…. 이 모든 기술은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으며, 페이스북,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세계 최고의 기술 회사들이 수조 원의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기계들이 우리 삶의 일부가 될수록 우리는 이 기계들과 원활하게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데, 기계와 소통할 수 있는 언어가 코딩이다.

미국 못지않게 한국도 이러한 추세를 잘 파악하고 있는 거 같다. 최근에 검토한 많은 회사가 이 분야에 있는데, 언어교육과 마찬가지로 코딩도 어릴 때 시작하는 게 좋으므로 어린이들을 위한 코딩 교육 게임이나 학원 비즈니스를 생각하고 있는 창업가들이 많은 거 같다. 내 또래 분 중 80년 후반 – 90년 후반에 유명했던 비트 컴퓨터 학원과 같은 물리적인 코딩 학원에 다니면서 실력을 키운 분들도 있을 것이다. 당시에는 ‘코딩’이라는 말 자체가 없었고, ‘프로그래밍’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나도 C++를 배우러 컴퓨터 학원에 몇 달 다녔던 기억이 나는데, 자리마다 컴퓨터가 한 대씩 있었고 교실 앞에서 선생님이 수업하고 과제를 시켰던 전형적인 강의실 포맷으로 강의가 진행되었다. 5.25″ 나 3.5″ 플로피 디스크에 과제를 담아서 제출했었던 기억도 난다.

이후 물리적인 학원은 없어지고 Codecademy나 Lynda와 같은 인터넷 강의의 시대가 왔다. 더는 칙칙한 학원에 직접 가지 않아도 집이나 사무실 또는 내가 편한 그 어느 곳에서 내 페이스대로 코딩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고, 이런 인터넷 동영상 강의는 아직도 인기가 많다. 하지만, 인터넷 강의를 통해 100% 자율적으로 학습하다 보니까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진도와 실력의 향상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단점도 발견되었다. 그래서 새로 등장한 포맷이 물리적 학원의 강제성과 인터넷 동영상 강의의 자율성을 잘 혼합한 하이브리드 코딩 학원이다. 한국도 이미 이런 비즈니스들이 창업되어서 잘 운영되고 있는 스타트업들이 몇 군데 있다.

애가 있는 친구들한테 나는 항상 제2외국어로써 코딩 교육을 권장한다. 국어·영어도 중요하고, 그 이후의 토익이나 토플 시험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가장 많은 세계인이 사용할 언어는 코딩이 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은 내 주변에 엄마와 아빠가 모두 개발자인 많은 가족조차 애들한테는 코딩을 절대로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직도 한국에서 개발자의 삶은 배고프고 대우를 못 받는다고 하면서, 아이들한테는 변호사나 의사의 길을 권장하고 있다. 이분들이 코딩을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한 수단이 아닌, 사람과 기계가 소통할 수 있는 언어로 본다면 조금은 다르게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미지 출처 = http://www.serendipity35.net/index.php?/archives/3278-Coding-as-a-second-Language.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