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eral

안 할 이유 vs. 해야 할 이유

스타트업에게 가장 중요한 건, 뭘 더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게 아니라, 뭘 더 안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거라는 말을 나는 자주 강조한다. 세월이 바뀌었고, 기술도 좋아졌고, 창업가들도 더 똑똑해져서, 여러 가지를 잘하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졌고, 과거와는 다른 차원의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대충해서는 절대로 이길 수 없고, 한 가지만 남들보다 정말 정말 잘해야지만 그나마 성공 확률을 조금이라도 올릴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즉, 땅콩버터를 얇게 바르는 스타일의 사업은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는 게 내 지론이다.

오늘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내가 만나는 많은 팀이 너무 많은 걸 하려고 한다. 회사 자료를 보거나, 미팅을 하면, 뭔가 내용은 엄청 많은데 결국 이 회사가 하는 게 뭔지 잘 파악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전형적인 예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이커머스를 전부 다 하는,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하는 회사가 있고, B2C, B2B, B2G를 다 하는, 모든 비즈니스 모델을 시도하는 회사가 있다. 이분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어차피 다 동일한 거고, 포장만 바꾸면 된다는 내용을 항상 강조하고, 두 번째로 말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 모든 걸 우리가 안 할 이유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안 할 이유가 없으면, 무조건 하자라는 태도로 사업을 해서 잘하는 분도 있지만, 대부분 실패한다. 안 할 이유가 없다는 태도로 사업을 하면, 없는 자원을 자꾸 쪼개려고 한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 하면, 안 그래도 부족한 자원을 또 분산해야 하는데, 이러면 크게 성공할 수 있는 확률 또한 분산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이렇게 모든 걸 하려는 생각 뒤에는 본인도 정확히 뭘 해야 할지 확실치 않고, 그러다 보니 이것저것 하다가 하나만 걸리면 좋겠다는 희망 사항이 무의식중에 있다.

사업의 성공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고 싶다면, 안 할 이유를 찾는 게 아니라, 해야 할 이유를 찾아야 한다. 스스로 여러 번 물어야 한다. “이걸 지금 하는 게 우리에게 맞는 건가?” , “우리가 이걸 지금 해야 하는 이유가 있나?”. 지금 이 사업을 해야 할 이유가 명확하다면, 그땐 이걸 하는 게 맞다. 할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태도로 사업을 하면 자원을 최적화하고, 최적화한 자원을 집중한다. 이게 초기 스타트업이 그나마 성공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이 이야기는 회사가 어느 정도 규모 이하일 때 적용된다. 규모가 커지고, 사람도 많아지만, 위에서 말 한 안 할 이유가 할 이유가 되고, 이 시점이 오면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자원이 있기 때문에 다 해도 된다. 물론, 그렇다고 다 성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절대로 아니다.

안 할 이유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해야 할 이유가 중요하다.

책임지는 사회

나는 요샌 TV 드라마를 잘 안 보는데, 한 편도 안 빼먹고 마지막으로 재미있게 시청했던 드라마는 ‘모범택시’였다. 이제훈씨가 연기한 김도기라는 친구가 주인공인데, 겉으로는 모범택시 운전사이지만, 원래는 법도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의 악을 직접 응징하고 제거하는 (내 눈에는) 정의의 사도이다. 슈퍼맨과 같은 슈퍼파워는 없고, 배트맨과 같은 최첨단 기술의 도움도 없지만, 악을 응징하는 슈퍼히어로의 민간인 버전 정도로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시즌 2도 만들 거라는 소문이 있는데, 기대하고 있다.

실은 이 드라마가 그렇게 대중의 인기를 받은 작품은 아닌데, 내 주변에는 은근히 시청자들이 많이 있었고, 누가 봐도 이 사회에 악이 되는 인간들인데 법이 제대로 심판하지 못하는 현상이 현실과 똑같고, 어떤 경우에는 본인들이 직접 이 잘못된 현실을 바로 잡고 싶은 욕망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못 하는 답답함을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대리 해소 해주기 때문에 즐겨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내가 요새 이런 생각을 가끔 한다. 특히,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면서 해야 할 일을 안 하는 인간들이 너무 많아져서, 가끔은 내가 이런 문제를 직접 해결하고 싶은 욕망이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서 그렇게 못하고 있고, 여기에 대해서 스스로 답답함을 많이 느낀다.

불편해도 모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데, 우리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본인 답답하고 불편하다고 마스크 착용을 잘 안 하고 다니는 상습범들이 몇 명 있다. 특히 헬스클럽에서도 이런 상황을 빈번하게 목격해서 헬스클럽 담당자에게 말하면, 이분은 본인은 여러 번 지적했지만, 외주직원이라서 아파트 주민에게 말이 잘 안 먹힌다면서 책임을 회피한다. 관리사무소장에게 가서 따지면, 헬스장 담당자에게 말하라고 하고, 본인들도 여러 번 지적했는데 시정이 안 된다면서 곤란하다는 말밖에 안 한다. 그래서 결국엔 사진 찍고 구청에 민원을 제출하면, 한참 뒤에 민원이 접수되고, 기껏 한다는 게 마스크 잘 착용하라는 단지 내 방송을 한다. 가끔 관리소에 벌금을 과금하기도 하는데, 그러면 관리소는 헬스장 담당자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려고 하고, 서로 잘못 없다고 변명하는데 바쁘다. 누군가는 혼자 편하려고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서 남들에게 불편과 불안함을 주는데, 이에 대한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는다.

불법 주차도 비슷하다. 그냥 견인차가 와서 끌고 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아파트는 사유지라서 이게 힘들고, 관리소는 아파트 주민들에게 여러 번 말했지만, 잘 안 지켜진다는 변명만 하면서 본인들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결과는 나같이 제대로 주차하는 주민이 불법 주차한 차 때문에 피해를 보는데, 이에 대한 책임은 그 누구도 지지 않는다.

이런 현상이 우리 아파트에서만 일어나는 건 아니다. 살면서 너무 많이 경험하고 목격한다. 서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해서 발생하는 부분이 크다고 생각한다.

아, 그렇다고 이 사람들이 범죄자이거나, 정말 악랄한 짓을 하는 사람들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본인들 편하기 위해서 남에게 피해를 주고 있고, 같이 살아가는 공동체에 해가 되는 나쁜 놈들임은 확실하다.

모든 사회구성원이 해야 할 일은 하고, 이에 대해 책임지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아니, 현실적으로 책임을 못 지더라도, 이런 노력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자만심

벤처 투자뿐만이 아니라, 세상만사에 적용될 수 있는 내용인데,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경계해야하는게 바로 자만심이라는 몹쓸 녀석이다. 나도 투자를 처음 시작할 땐,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초짜의 모습, 겸손 그 자체로 일을 했다. 전혀 아는 게 없었기 때문에, 전혀 아는 척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제 경험이 조금씩 쌓이고, 적당히 쓴 맛도 보고, 아주 가끔 작은 성공도 맛보면서, 자연스럽게 나만의 철학이 생기고, 나만의 관점이 생겼고, 의도치 않게 자만심이라는 게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 어떤 미팅을 하면서, 속으로 계속 “저 분야는 전에도 투자해봤고, 나도 좀 공부를 해서 내가 좀 아는데, 저거 정말 힘들어서 잘 안 될 텐데”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 대해, 그리고 처음 접하는 사업에 대해서 내가 이미 그 분야에 대해서 잘 안다는 생각을 기반으로 섣부른 편견을 갖거나, 판단해버리는 이런 순간을 우린 아주 조심해야한다. 왜냐하면, 사업은 결국 사람이 하는거라서, 같은 분야에서 같은 사업을 해도 그 결과는 항상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의 경험을 기반으로 미래를 너무 예측하려고 하고, 가끔 그 결과가 운 좋게 맞았다는 이유만으로 스스로 실력이 좋다고 자만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턴 계속 변화하는 이 세상에서 자신을 변화시키는 게 정말 힘들어진다.

그래서, 우리같이 많은 회사를 만나고 투자하는 투자자나, 매일매일 힘든 결정을 해야 하는 창업가는, 경험이 쌓이면서 일이 조금씩 잘 풀려서, 자신감에 차 있을 때를 가장 조심해야 한다. 이 자신감이라는 존재와 자만심은 종이 한 창 차이인데, 자신감이 자만심으로 넘어가기 시작하는 그 순간부턴, 더 이상의 발전은 없고, 퇴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가 뭘 좀 안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부터 더 배우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자만심 없는 태도를 유지하는 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항상 속으로 이런 다짐을 한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항상 겸손해야한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래도 어쩔 수 없이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다 보면, 경험과 짬밥이 쌓이면서, 이런 자만심이 조금씩 생긴다. 이런 순간이 오면, 요샌 그냥 일부러 스스로 주문을 건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다. 지금까지의 내 경험은 아무것도 아니니, 항상 배워야 한다. 자만심을 경계하자. 그렇지 않으면 언제든지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라는 말을 속으로 되새긴다.

내가 좋아하는 VC인 Benchmark의 빌 걸리가 항상 버릇처럼 하는 말이 “좋은 판단을 하려면, 경험이 필요하다. 그런데, 경험은 나쁜 판단을 많이 해야지 생긴다.”인데, 나도 너무 좋아하는 명언이다. 그런데, 이 말을 조금 더 확장 해석해보면, 나쁜 판단을 많이 해서 경험이 생기면, 좋은 판단을 하는데, 좋은 판단을 너무 많이 하면 더 이상의 경험이 축적이 안 된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가 있다. 그래서 이 정도 경지에 올라가면, 자만심이라는 녀석을 항상 경계해야 하고, 계속 열린 마음으로 배우는 자세를 가져야지만, 더 많은 경험이 생기고, 더 많은 성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레이저 집중

요새도 초등학교에서 이걸 하는지 모르겠는데,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해가 떠 있으면, 돋보기를 이용해서 빛을 모아서 종이를 태우는 실험을 했다. 빛 에너지, 빛의 굴절, 빛의 집중 등과 관련된 과학의 원리를 이런 재미있는 실험을 통해서 배웠던 기억이 나는데, 우주에 흩어져 있는 햇빛을 이렇게 한곳에 모으면 엄청난 에너지가 만들어진다는 걸 배우고 어린 마음에 굉장히 놀랐던 기억이 난다.

요새 내가 우리 투자사 대표님들에게 집중에 관해서 이야기 할 때 항상 예시로 드는 게 이 돋보기로 종이 태우기 이야기다. 이런 옛날 이야기를 하는 게 어떤 분들이 보면 “라떼는 말이야…” 하는 꼰대 같을 수도 있지만, 사업에서의 집중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이만큼 적절한 비유가 없기 때문에 계속 이 이야기를 한다.

한 가지에만 초집중하는 걸 미국인들은 laser focus라고 한다. 그리고 한 가지만 잘하면 성공한다는건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돈과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초기 스타트업 대표들도 모두 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손발로 실행은 항상 잘못 하는 게 이 laser focus이기도 하다. 하나만 제대로 하기도 어려운데, 왜 항상 창업가들은 여러 가지를 하려고 할까? 나도 잘 모르겠는데, 개인적인 생각은, 자신을 너무 믿어서 자신감이 넘쳐흐르면 여러 가지를 다 하는 경우가 있고, 이와 반대로 자신감이 없어서, 어디서 매출이 나오고, 어떤 제품이 잘 될지 몰라서 이것저것 다 하는 경우가 있다.

B2C, B2B, B2G,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등…가끔 이 모든 걸 다 하는 인원 10명 이하의 스타트업을 만난다. 아니, 가끔이 아니라 이런 회사가 실은 꽤 많다. 하나만 죽어라 해도 잘 안되는 게 사업인데, 이렇게 많은 일을 굳이 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항상 돌아오는 답변은 비슷하다. 겉으로 보면, 달라 보이지만, 실제로 해보면 다 똑같기 때문에 그렇게 회사의 자원을 많이 활용하는 게 아니라는 답을 많이 한다. 또는, 다른 일이긴 하지만, 회사의 핵심은 이 중 하나이고, 나머지는 그냥 자동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핵심이 아닌 5가지 일에는 대표의 시간이나 에너지를 일주일에 하루 정도만 할애한다는 내용과 비슷한 답변을 많이 듣는다.

어떤 사업이 잘될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 많은 걸 하는 창업가의 딜레마는, 이렇게 사업을 하면 사업이 망할 때까지도 어떤 사업이 잘될지 전혀 감을 못 잡는다는 점이다. 여러 가지를 하다 보면, 타이밍이나 트렌드에 따라서 이 중 한 가지가 잘 되는 시점이 오는데, 그러면 그 사업에 집중하고, 또 이게 잘 안되고 다른 사업이 잘 되는 것 같으면, 또 그쪽에 집중한다. 그러면서, 계속 근근이 먹고 사는 걸 반복하는 사이클에 빠진다. 하지만, 그 어느 하나에 집중하지 못 하기 때문에, 그 하나의 분야에서 남들보다 잘 할 수 있는 뾰족함을 절대로 만들지 못하고, 그렇기 때문에 그 분야의 최고가 되지 못해서, 계속 이것저것 벌리기만 하고, 절대로 회사는 발전하지 못한다.

우리 모두 머리로는 알고, 입으로는 말하지만, 손과 발로 실행을 잘 못 하는 게 레이저 집중이다. 스타트업은 더 많은 일을 하는 것보단, 덜 해야지만 성공의 확률을 극대화 할 수 있다고 난 생각한다. 집중의 돋보기가 혼란의 렌즈가 되지 않도록 모두 명심하길 바란다.

스케일에 대해

Y Combinator를 만든 폴 그레이엄은 USV의 프레드 윌슨만큼 자주는 아니지만, 한 달에 2번~4번 정도 글을 써서 올린다. 프레드 윌슨은 굵직한 주제들에 대해서 비교적 짧게, 그리고 가볍게 글을 쓰는 반면, 폴 그레이엄은 꽤 길게, 그리고 무겁게 글을 쓰는데, 두 명 모두 전 세계 창업가, 투자자, 비즈니스맨들이 즐겨 읽는 통찰력 넘치는 글을 무료로 전 세계와 공유하고 있어서 나도 개인적으로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폴의 글 중 2013년도에 쓴 ‘Do Things that Don’t Scale‘이라는 글이 있는데, 내가 즐겨 읽었던 글이다. 모두 다 고속성장과 스케일에 대해서만 고민하고 있던 시절, 이 글은 여기에 큰 일침을 가했던 걸로 기억한다. 우리같이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면서, 창업가들이 피, 땀, 영혼, 그리고 육체를 갈아서 하나씩 만들어가는 걸 옆에서 보는 사람들이라면, 상당히 공감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 이 글에 담겨있다.

워낙 많은 분들이 이 글을 읽어서 내용은 다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핵심은 사업 초반에는 확장성과는 먼, 노가다로 하나씩 모든 걸 직접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많은 창업가들이 뭔가 좋은 제품을 만들어 놓으면, 고객들이 알아서 구매하고 사용하리라 생각하지만, 이렇게 되는 경우를 나는 아직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본인이 보기엔 굉장히 좋은 걸 만들어서, 출시했는데, 이걸 아무도 사용하지 않으면, 쓸모없는 제품이라고 생각해서 그냥 사업을 접어버리는 경우도 많이 본다. 물론, 정말 필요 없는 제품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시장성이 있는 제품이라도, 알아서 자동으로 스케일이 만들어지진 않는다. 초반에는 창업가들이 몸으로 스케일을 만들어야 하고, 비행기(=스타트업)가 날 수 있게, 활주로를 직접 만들어야 한다.

어떤 투자자는 창업가가 이런 노가다를 하고 있으면 어떻게 하냐, 소프트웨어와 시스템으로 해결해야지만 스케일이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를 할 텐데, 이 말 또한 틀린말은 아니다. 다만, 스타트업 초반에는 이렇게 할 수가 없다. 폴 그레이엄은 “초반에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창업가들이 스스로 회사의 소프트웨어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스케일을 만들어야 한다.”라는 말을 하는데, 이 말에 정말 많이 동의한다. 드롭박스의 창업가 드류 하우스턴은 창업 초반에는 직접 고객을 찾아가서 랩톱에 드롭박스 소프트웨어를 설치해주고 사용법을 알려주면서 고객을 만들었고, Stripe 또한 겉으로는 온라인으로 가맹점 등록하면 즉시 결제가 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뒷단에서는 창업가들이 수작업으로 다른 PG사에 모두 회원가입을 대신해주면서 고객을 만들었다.

이렇게, 회사 초반에는 스케일과는 거리가 멀게 직접 발로 뛰어다니면서 고객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소프트웨어와 시스템으로 스케일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단 스케일이 만들어질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이 있어야 하는데, 창업하자마자 고객이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1호 고객이 있어야지만, 10호 고객이 생길 수 있고, 10호 고객이 있어야지만 100호 고객이 생기고, 여기에 소프트웨어를 적용하면, 복리의 마술이 작동하면서 생각보다 빨리 고객 수가 증가한다. 지금은 잘되고 있는 회사들의 누적 고객 수에 대한 분석을 자세히 보면, 첫 1만 명의 고객을 확보하는데 12개월이라는 기간이 걸렸다면, 그 이후 1만 명의 추가 고객을 확보하는 데에는 3개월, 또 그 이후에 1만 명의 추가 고객을 확보하는 데에는 1개월, 뭐, 이런 식으로 복리가 적용될 것이다. 이 회사들에게 첫 1만 명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첫 10명의 고객 확보이고, 첫 10명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첫 번째 고객 확보인데, 이건 무조건 발로 뛰어야 한다. 즉, 스케일이 안 되는 일을 먼저 해야지만, 스케일이 될 것이다.

이 글에서는 고객의 이야기만 했는데, 매출이나 MAU 등과 같은 다른 지표에 대해서도 이 내용은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