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eral

대분열

요샌 USV의 Fred Wilson도 반 은퇴한 삶을 살고 있어서, 블로깅 주기가 점점 더 길어지고 있지만, 올라오는 글들은 역시 통찰력이 넘쳐흐른다. 나는 주로 비상장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어서, 상장 시장의 상황을 다각도에서 분석하는 능력이 없는데, 이 을 읽으면서 그동안 과열된 시장에 대한 내 생각과 고민을 하나씩 다시 비교해 볼 수 있었다.

아마도 이런 내용인듯싶다. 상장 시장에서의 기업 가치와 비상장 시장에서의 기업 가치는 비슷한 회사를 비교하면, 항상 차이가 난다. 특정 분야의 회사는 그 차이가 더욱더 크다. 여러 가지 이유와 이론이 있는데, 내가 가장 수긍이 잘 가는 내용은, 비상장 시장은 소수의 투자자들이 회사의 주관적인 수치와 미래의 가능성을 기반으로 기업 가치를 정하고, 상장 시장은 다수의 투자자들이 회사의 객관적인 수치와 현실을 기반으로 기업 가치를 정하기 때문에, 이렇게 기업 가치에 차이가 나는 것이다.

그리고 과거의 여러 data를 분석해보면, 실제로 상장 시장과 비상장 시장의 기업 가치에는 항상 어느 정도의 차이가 존재했다. 그런데 이 ‘어느 정도의’ 차이의 간격이 몇 달 전부터 상당히 벌어지기 시작했다(또는, 어떻게 보냐에 따라서, 좁혀지기 시작했다).

2년 동안의 팬데믹을 거치면서 상상 이상의 돈이 비상장 회사에 – 특히, 테크 스타트업 – 투자되면서, 이 회사들의 기업가치는 천문학적으로 높아졌다. 전 세계 유니콘 기업 수가 1,000개가 넘은 게 그 직접적인 산출물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상장 회사들의 시총은 타격을 받고 있고, 특히 팬데믹 수혜주들의 주가가 급격하게 빠지고 있다. 아마도 이제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되면서 팬데믹이 곧 끝날 거라는 기대심리가 시장에 영향을 미치면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게 아닐까 싶고, 그동안 올라갔던 상장 시장의 시총이 모두 빠지진 않겠지만, 어느 정도 수준으로 내려올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비상장 시장과 상장 시장의 기업가치의 간격은 다시 한번 일정 수준을 유지할 텐데, 그러기 위해선 비상장 기업가치가 내려오지 않을까 싶다. 내가 봐도 현재 스타트업 시장은 너무 과열되어 있는데, 올해 하반기 정도가 되면 이 열기는 조금 식지 않을까 싶다.

얼마 전에 Index Ventures의 Mark Goldberg의 트윗이 이런 현상을 잘 설명한다(마크는 드롭박스에서 일 한 경험이 있다)

“내가 2013년도 드롭박스로 이직했을 때, 당시에 $10B 밸류에이션에 시리즈 C 투자를 마무리했었다. 지금 드롭박스의 매출은 수조 원인데, 2013년도에 비하면 거의 1,000%의 매출 성장인 셈이다. 그런데 현재 상장 시장에서 드롭박스의 시총은 $9.5B이다…최근에 유니콘 된 스타트업들도 조심해야 할 것이다.”

빠른 거절

얼마 전에 어떤 회사의 자료를 검토했는데, 자료만 봐도 우리가 투자하고 싶은 회사가 아니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았고, 굳이 서로의 시간을 낭비할 필요 없이 미팅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이러이러한 이유로 우린 더 이상 검토를 하지 않겠다고 거절을 했다. 나야 워낙 거절을 많이 하고, VC는 주로 Yes보단 No를 더 많이 하는 직업이라서 관련해서 더 이상 큰 고민을 하진 않았다.

그런데 이 회사의 대표에게 답변이 왔다. 다른 투자자는 만나도 아무런 피드백이 없고, 거절은 안 하지만 그냥 빙빙 돌려서 말하거나 대충 뭉그적거리는데, 그냥 확실하게 관심 없어서 안 만나겠다고 거절해줘서 고맙다는 내용이었다. 본인의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해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솔직히 이런 이메일도 자주 받기 때문에 이분이 정말로 고마워서 답변을 한 건지, 아니면 감정이 상한 걸 돌려 말 한 건진 잘 모르겠다(그리고 솔직히 그런 것까지 생각하고 고민하면 난 이 일을 못 한다). 하지만, 아주 투명하고, 솔직하고, 빠른 커뮤니케이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로서는 이분이 진심이었다고 믿고 싶다.

현대인은 정말 바쁘다. 그리고 혼자서 수백 가지 일을 처리해야 하는 창업가들은 바쁜 사람 중에 제일 바쁜 사람들이다. 나는 이렇게 바쁜 사람들에게 우리 같은 투자자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투자해서 한배를 타는 것이지만, 투자하지 못 하면, 최소한 이렇게 솔직하고 빨리 거절을 해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야지 이들도 move on하고 다른 투자자와 대화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Yes도 아니고, No도 아닌, 애매한 상태로 이 관계를 계속 유지하면, 투자자로서는 큰 손해를 보지 않지만, 창업가로서는 이게 희망고문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린 아니다 싶으면, 가급적이면 빨리 답변을 하면서 최대한 자세한 피드백을 주려고 노력한다. “최대한 자세히”라고 말하는 이유는, 가끔 우리 내부의 생각을 완전히 투명하게 공유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인데, 그래도 공유할 수 있을 정도의 내용을 솔직하게 알려주려고 노력한다. 우리와는 2시간 정도 미팅했고, 투자자는 2시간을 사용했지만, 이 미팅을 위한 준비 과정까지 합치면 창업가는 10시간 정도의 시간을 썼을 것이기 때문에, 이 시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솔직함과 신속함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가끔, 이렇게 빨리, 그리고 솔직하게 거절을 하면 내가 의도하지 않았던 역반응이 오는 경우도 있다. 너무 빨리 답변을 준 것에 대해서는 제대로 이야기도 안 하고 그냥 귀찮아서 거절한 게 아니냐는 불평을 하는 분들도 있었고,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이렇게 직설적인 피드백을 주면서 자신의 감정을 상하게 할 수 있냐 하면서 서운해하신 분들도 있다.

혹시 나/우리한테 이런 부분 때문에 서운하거나 빡친 분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사과하고, 그런 의도는 전혀 아니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어쨌든, 투자거절의사는 표현 안 하는 것보단 확실하게 해주는 게 더 좋고, 이왕 해주려면, 최대한 빨리 알려주는 게 가장 좋다.

노력과 운

과거에도 내가 운과 실력 관련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몇 번 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써보려고 한다. 운과 실력에 대한 논쟁은 투자 쪽에서 뿐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워낙 많이 이야기되는데, 얼마 전에 친한 분들과 식사를 하면서 또 이 이야기가 나왔다.

일단, 이 주제가 나오면, 대부분 다음과 같은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다.
노력파는 인생은 무조건 노력하는 놈이 승리하고, 노력하면 실력도 생기고, 운도 아무에게나 오는 게 아니라 노력하는 놈에게 운이 따른다고 주장한다.
운파는 노력한다고 모두 성공하는 건 절대로 아니고, 그냥 운은 말 그대로 운 좋은 놈에게 발생하는 랜덤 확률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부분은 이 두 개의 극과 극 사이의 선상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나는 투자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노력파 쪽에 가까웠다. 열심히 하는 걸 믿었고, 노력을 신성하게 생각했다. 열심히 해서 실력을 쌓아야지 운이 따르고, 열심히 살면서 기회를 기다리면 그 기회가 보여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냥 열심히 하는 사람은 하늘이 돕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성공하는 사람들을 단편적으로 보면 그냥 운이 좋았지만, 더 깊게 파고 들어가 보면 이건 그들의 수년 ~ 수십 년 동안의 노력이 축적된 결정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살았다. 매사에 최선을 다했고, 이러다 보면 뭔가 큰 기회가 보여서 운이 따르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정말로 몇 가지 운 좋은 일들이 생기기도 했고, 이건 내가 그동안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운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개인적으로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열심히 노력하면 이건 실력이 될 수 있지만, 노력과 운은 완전히 독립적이고, 노력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운이 없을 수 있고,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아도 운이 좋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은, 이날 식사하면서도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그동안 내가 투자하면서 운이 좋았던 사례와 내 주변 분 중 소위 말하는 “쎄뽁”이 강하게 작용했던 사례에 대해서 강조했다. 이런 성공은 실은 그동안 고생하거나 노력한 거와는 전혀 상관없이, 그냥 순전히 luck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대부분의 사람이 착각하는 게, 바로 이런 이야기를 하면, 그동안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에 이런 운이 따른 것이고, 노력하는 사람한테만 기회가 보이는데, 대중은 그냥 저 사람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이렇게 일이 다 벌어진 후에 나중에 노력과 운을 끼워 맞추면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나는 이건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노력/실력과 운은 완전히 별개로 생각하는 게 스트레스받지 않고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노력하지 말라는 건 아니다. 운은 둘째고, 일단 기본적으로 열심히 하지 않으면, 이 치열한 세상에서 절대로 이길 수 없다. 당연히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나에게도 반드시 운이 따를 것이라는 기대를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이면, 오히려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 운은 그냥,,,운일 뿐이다.

솔직한 대화

내가 개인적으로 아는 분과 이야기하다가, “내가 보기엔 당신이 너무 못하는 것 같다.”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분이 상당히 언짢아하고 기분 상했다고 하면서, 이후에 나랑 관계가 소원해졌다. 솔직히 나는 이분을 생각해서 내 솔직한 생각을 공유해 드린 건데, 완전히 반대의 결과가 생겨서 아쉽긴 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일할 때 내가 우리가 투자한 회사 대표님들과 굉장히 솔직하고 투명하게 이야기하는 편인데, 이게 습관이 돼서 이런 이야기를 개인적인 지인들에게 한 것 같다. 솔직히 나는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분들과는 이런 솔직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직설적 화법이 낯선 한국에서 본인이 친하다고 생각했던 사람한테 이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좀 나쁠 수도 있는 현실을 어느 정도 인정하게 됐다.

이 해프닝을 겪으면서, 나는 우리가 투자한 회사의 대표들과 항상 투명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다시 한번 고맙게 생각하게 됐다. 나는 투자자나 창업가에게 이 솔직함이라는 게 가장 필요한 능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솔직함은 용기와 자존감과 직접 연관이 있는데, 좋은 일보단 나쁜 일이 훨씬 더 많이 발생하는 스타트업 라이프에서 가장 필요한 게 바로 이 용기와 자존감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스트롱 투자사 그룹을 스트롱 패밀리라고 부르긴 하지만, 이건 그냥 호칭만 빌려 쓰는 거지 이분들이 정말로 우리 가족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가족은 무조건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고, 받아들여야 하는데, 투자자와 피투자사는 아무리 관계가 좋아도 이렇게 가족 같은 사이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명확하게 영리적인 목적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관계이기 때문에 잘못하면 고쳐줄 필요가 있고, 책임을 져야 하는데, 이런 관계가 훨씬 더 건강한 관계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관계 속에서 서로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위에서 말한 솔직함은 필수적이다.

내가 여러 포스팅을 통해서 언급했지만, 워낙 많은 회사에 우린 투자하기 때문에 어려운 회사도 상당히 많다. 운이 좋지 않아서 사업이 잘 안되는 회사도 많지만, 어떤 회사는 대표와 경영진이 잘 못 해서 안 된다. 후자의 경우에 나는 대표님에게 아주 솔직하게 내 생각과 그동안 관찰한 사실을 말한다. 그리고 이런 경우에는 아무리 완화해도,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제가 보기엔 대표님이 잘 못 하고 있는 것 같아요.” , “이런 후진 제품을 만들면 당연히 안 되겠죠.” 뭐 이런 솔직한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솔직히 이런 말을 들으면, 상대방은 당연히 감정이 상하고 기분이 나쁠 수도 있지만, 내가 항상 고맙게 생각하는 건, 이런 어려운 대화를 서로 웃으면서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어떤 경우엔 회사가 곧 문을 닫을 것이고, 대표이사는 공식적으로 망한 창업가 또는 실패한 창업가가 되는데도, 우린 서로 눈을 똑바로 보면서 웃으면서 이런 솔직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이런 게 나는 아주 건강하고 바람직한 관계라고 생각하고, 내가 아는 모든 분들과 이런 건강한 관계를 만들고 싶다.

채용에 대해

작년에 내가 우리 투자사 대표님들에게 가장 많이 받았던 부탁은 바로 사람에 대한 부탁이었다. “개발자 소개해 주세요” , “마케터 소개해 주세요” , “사람이 너무 없네요. 채용이 너무 힘들어요.”라는 말과 채용에 대한 부탁을 가장 많이 들었던 것 같고, 어쩌면 올해는 더 많이 들을 것 같다. 우리가 투자한 모든 회사의 대표는 우리에게 최소 한 번 정도는 사람 소개해달라는 부탁을 한다. 처음에는 대부분 개발자 채용에 대해 부탁을 했고, 우리도 아는 분들 많이 소개하다가, 너무 많아져서 우리 투자사 코드스테이츠랑도 연결해줬지만, 공급보다 수요가 압도적으로 많아서 이제 우리도 이 채용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될지에 대해서 상당히 많이 고민한다. 그리고 개발자뿐만 아니라 이젠 모든 분야의 모든 인재를 채용하기 위한, 채용 전쟁이 시작됐다. 그리고 이 채용 전쟁은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이다.

어떻게 하면, 그리고 어디로 가면, 좋은 인재를 채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내가 정답을 제공해주고 싶지만, 아쉽게도 채용엔 답이 없다. 그냥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고, 활용할 수 있는 모든 네트워크와 연줄을 100% 활용해야 한다. 삼성, LG, 현대와 같은 재벌기업도 좋은 사람을 채용하지 못해서 안달이고, 네이버, 쿠팡, 토스와 당근마켓과 같은, 대부분의 스타트업 보다 훨씬 돈도 많고, 복지도 좋은 회사가 사람을 못 구해서 난리면, 작은 회사는 당연히 채용의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큰 회사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인재를 모시고 있다면, 이건 처음부터 작은 스타트업엔 불리한, 한쪽으로 기운 놀이터에서의 전쟁이기 때문에 모두 다 정신 빠짝 차리고 채용이라는 전쟁에 임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좋은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시원한 해결책을 내가 제공해줄 순 없지만, 어떻게 하면 절대로 안 된다는 이야기는 해줄 수 있다. 대기업이랑 똑같이 채용공고 내고, 누군가 좋은 인재가 우리 회사에 지원해주길 기다리는 방법은 절대로 안 된다. 그 이유는 이미 위에서 다 말해줬다. 이렇게 같은 방식을 통해서 공개 채용을 하다 보면, 우리보다 브랜딩이 잘 되어 있고, 돈도 많은 대기업과 큰 스타트업에서 제공할 수 있는 연봉, 복지, 혜택이 훨씬 좋기 때문에 우선순위는 그쪽이 된다. 운이 좋아서 만약에 우리 회사에까지 이런 분들이 지원한다면, 그건 다른 곳의 면접에서 떨어진 경우인데, 이런 분들은 대부분 실력이 좋지 않거나, 또는 얼마 후에 곧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경우를 나는 많이 봤다.

우리가 투자한 회사 중 이제 기업가치가 상당히 커진 곳 들이 있고, 이런 회사들은 500억 원 ~ 3,000억 원 정도 투자를 받았기 때문에 좋은 인재는 얼마든지 연봉을 높게 주면서 채용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그런데도 어떤 대표는 금요일, 토요일 새벽 1시까지 채용 인터뷰를 직접 진행하고 있다. 그만큼 사람 채용하는 게 힘들고, 대표이사가 가장 많은 에너지를 투자해야하는게 ‘사람’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어떤 대표는 매달 미국으로 출장 가서 페이스북, 아마존, 트위터,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에서 일하는 한국분들과 교류하면서 술 한잔한다. 술 한잔하기 위해서 미국까지 매달 날아가는 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그렇게 하면서 회사 홍보하고 운 좋으면 좋은 인재를 모셔온다. 어떤 대표는 좋은 CTO를 모시기 위해, 3개월 넘게 밤마다 집 앞으로 찾아가서 삼고초려해서, 거의 사람을 질리게 만든 후에 채용했다고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그만큼 채용은 중요하기 때문이다.

돈도 많고,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회사에서 이런 식으로 채용에 목숨을 건다면, 돈도 없고 완전 듣보잡인 작은 회사의 –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이 이런 듣보잡 회사 소속일 것이다 – 대표는 영혼과 육체를 바쳐서 좋은 인재를 데려와야 한다. 모든 네트워크를 총동원하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수백 번 귀찮게 하고, 필요하다면 집으로 여러 번 찾아가야 한다. 그리고 전국, 전 세계를 찾아봐야 한다. 지방에도 은근히 좋은 인재들이 많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한다면, 스타트업 운영할 자격이 없다.

채용에 왕도는 없다. 그냥 스타트업의 모든 것과 비슷하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는 그 순간, 우린 다른 회사와 비슷해지고, 그러면 우린 무조건 지기 때문이다. 채용에서 지면, 회사는 무조건 전쟁에서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