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eral

개밥 먹는 문화

요새 내가 투자결정을 할때 주의를 많이 기울이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창업팀이 자기 제품에 대해서 얼마나 자세히 알고 있냐’ 이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당연한 말 같지만, 놀랍게도 본인들의 피와 살과 같은 제품에 대한 사용경험이나 이해도가 떨어지는 창업가/창업팀들을 나는 꽤 많이 만났다. 나도 미팅을 하기전에 왠만하면 그 제품을 사용해본다. 그래야지만 생산적인 미팅을 할 수 있으며, 내가 궁금한 점을 구체적으로 물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간혹 제품이 아주 맘에 들면 굉장히 오래동안 제품을 테스트하고 모든 기능을 한번씩 다 사용해 본다. 투자자도 이렇게 열심히 제품을 사용해보는데 그걸 만들었고, 그 제품을 가지고 돈을 받겠다고 찾아오는 창업팀이 나보다 제품에 대해서 모르다는 느낌을 받게되면 굉장히 실망스럽고 화가 난다. 흔히 듣는 말들은 다음과 같다:

“저는 개발자가 아니라 제 co-founder가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답변을 드릴 수 있습니다.”
>> 지금 내가 물어보는건 복잡한 기술적인 사항이 아니라(나도 기술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몰라) 특정 기능과 사용자 경험에 대해서 물어보는데 사장이라는 인간이 그것도 모르니?
“아, 몇일 전에 버전 업데이트를 했는데 UI가 바뀌었나 보네요.”
>> 자기 제품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모르는 애들이 투자는 왜 받으러 왔니?
“지금 계속 제품을 개발하고 있어서 아마도 저도 모르게 개발자들이 그 기능을 추가했나 보네요.”
>> 그럼 나한테 왜 그 버전을 줬니? 그럼 창업팀보다 투자자인 내가 더 최신 버전을 사용하고 있는건가?
“저는 주로 외부 영업을 담당하고 내부 개발은 이 친구들이 담당해서요…”
>> 본인이 뭘 파는지도 모르면서 무슨 외부 영업을?

자기 제품을 A 부터 Z 까지 다 사용해보고 구석구석 다 안다는 건 매우 중요하다. 단지 투자를 받기 위해서 그런게 아니다. 내가 만든 제품, 내가 파는 제품, 고객이 물어보면 답변을 제공해야하는 내 제품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야 하는건 기본 중 기본이다. 이 바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이걸 바로 개밥먹기라고 하는데 반드시 직접 자기 개밥을 먹어봐야 한다. 그것도 항상. 전에 Red Bull 북미 본사 방문했을 때 리셉셔니스트한테 쿠사리 먹은 적이 있는데,이 리셉셔니스트 또한 자기 개밥을 철저히 먹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좋은 기업 문화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Mark Zuckerberg(Facebook)와 Dick Costolo(Twitter)가 가장 자기 개밥을 많이 먹는 CEO라고 생각했는데, 이들보다 한 수 위의 dogfood eater 한 명을 소개한다. 바로 Airbnb의 공동창업자/CEO인 Brian Chesky이다. 그는 이미 수 천억원의 재산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집이 없다. 대신, Airbnb를 통해서 아파트를 예약하고 여기서 살고 있다. 물론, 돈이 있으니까 좋은 아파트에서 살거라고 생각하며, 어떻게 보면 마케팅일 수도 있다. 하지만 왜 집을 안 사냐라는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은 다음과 같다. 음악을 하는 사람이 가난할때는 청중과 공감대가 형성되지만 너무 돈을 많이 벌고 인기가 많아지면 돈과 겉멋에만 치중하면서 점점 청중과 거리가 멀어지는데 Brian은 그렇게 되기 싫다고 한다. 아무리 회사가 커져도 사장은 회사와 제품을 눈 감고도 외울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인데 너무나 맘에 드는 사상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저는 말 그대로 아직도 우리 사이트에서 살고 있습니다(I still live on the site). 사장이 집이 없고 회사 웹사이트에서 살고 있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발표에 도움되는 운동(움직임)

9월 13일 팔로알토에서 열린 beGlobal 2013 행사를 통해서 여러가지를 배우고 느꼈다. 특히, 다시 한번 공감했던 부분은 바로 영어의 중요성(창업 team은 반드시 영어를 해야한다)이었고 깜짝 놀랐던 부분은 한국 team들의 놀라운 발표 실력이었다. 이에 대해서는 타파스 미디어의 김창원 대표가 여기에 자세히 썼다.

나도 행사 전날 10개 팀들과 발표 리허설을 같이 했고 발표 전에 긴장을 줄여주기 위해서 이런저런 농담도 했지만 역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짧은 시간안에 내 모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발표하는 자리는 부담될 수 밖에 없다. 발표에 전문가이자 달인인 Matthew Kohut이 권장하는 다음 4가지 운동(움직임)을 숙지하면 발표할 때 큰 도움이 된다:

1. 자신감 극대화: 아주 중요하고 긴장되는 발표나 미팅 시작하기 바로 전에 스트레칭 하듯이 두 팔을 최대한 높게 하늘을 향해 뻗고 1분에서 2분 동안 그 자세를 유지해라. 이렇게 하면 내 몸이 최대한 커지고 이 몸동작은 뇌를 자극시키면서 자신감 및 안정감과 관련된 호르몬 작용을 일으킨다.

2. 손처리: 발표할때 가장 난감한 것 중 하나가 손 처리하는 방법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손을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Kohut씨는 발표하는 동안 두 손 사이에 공이 있다고 상상하라고 한다(공을 잡고 있듯이). 처음에는 배구공으로 시작하고 그 이후에는 이야기하는 주제에 따라서 더 큰 비치볼이나(두 손 사이의 간격이 넓어짐) 아니면 훨씬 작은 구슬로 바꾸면 된다(엄지와 검지 사이).

3. 고개를 치켜세워라: 상대방에게 항상 내 얼굴을 똑바로 보이게 하는건 자신감을 상징한다. 고개가 똑바르면 이 동작 또한 뇌로 하여금 온 몸에 자신감을 부여할 수 있다.

4. 공간 활용: 공간이 아주 작으면 모르겠지만 넓은 공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발표자들을 우리는 여러번 봤다. 물론, 공간을 잘 활용한다는 게 그냥 무대 여기저기 왔다갔다 한다는 건 아니다. 의미없이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하면 마치 우리 안에 갇힌 동물의 움직임을 연상시키니까 아주 의도적으로 공간을 잘 활용해야한다.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무대의 특정 위치로 걸어가서 거기서 의도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포인트를 그 주변의 청중들에게 강조하고, 다시 다른 곳으로 가서 그 쪽의 청중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면 매우 효과적이다.

발표에 대해서 쓴 과거 포스팅들:
남들 앞에서 말을 잘할 수 있는 11가지 기술
Public Speaking
Palace Hotel 무대에 다시 서다

창조경제 정부의 역할

몇 달 전에 TechStars/Brad Feld의 ‘저자와의 간담회’에 갔다가 받은 그의 책 “Startup Communities“를 얼마 전에서야 읽었다. 특별히 어려운 내용이 아니라 술술 읽히는 재미가 있는 이 책은 굳이 실리콘 밸리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다 본인이 사는 곳에서 창업과 스타트업 관련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다는 내용이며, 이와 관련된 Brad의 경험 위주의 책이다(Brad Feld는 콜로라도 주의 Boulder에서 여러 가지 스타트업 커뮤니티를 맨손으로 만든 선구자 중 한 명이다). 여기서 그는 스타트업 활동과 커뮤니티를 만듦에 있어서 정부의 역할에 관해서 설명했는데 내가 많이 공감한 부분들이 있어서 여기서 잠깐 공유해본다.

-Leader vs. Feeder: 스타트업 커뮤니티를 만들고 잘 운영하려면 ‘leader’와 ‘feeder’의 역할이 분명 해야 하며 그들이 스스로 자신의 분수를 알아야 한다고 Brad는 주장한다. 영문 그대로 leader는 앞장서서 커뮤니티를 만들고, 커뮤니티의 멤버들을 융합시키면서 모든 사람이 항상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남들한테 행동으로써 모범을 보여주는 사람이다. Leader는 항상 현재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창업가 또는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Feeder는 leader들이 스타트업 커뮤니티를 잘 운영할 수 있도록 옆에서 이런저런 도움과 지원을 먹여주는(=제공하는, feed) 사람들이다. 주로 정부, 대학, 기관, 대기업 등이 feeder 역할을 해야 한다.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 정부가 창업을 진흥하고 벤처를 돕겠다는 의지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매우 강하다. 지금 한국이 딱 그런 거 같다. 하지만, 정부가 항상 범하는 가장 치명적인 실수는 본인들이 feeder가 아니라 leader라고 생각하는 점이라고 Brad는 경고한다. 정부는 leader가 절대로 될 수 없다. 왜냐하면, leader들의 가장 큰 특징이자 필수조건은 “입으로 하는 leading”이 아닌 “행동으로 하는 leading”인데 정부는 태생적으로 행동이나 실행과는 거리가 멀다.

-중소기업 vs. 고성장 스타트업: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 나라에서 스타트업 관련 업무를 맡는 부서는 중소기업청 소속인데 이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Brad는 주장한다. 왜냐하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중소기업(특히 소기업)은 주로 특정 지역과 밀접하게 연관된 사업을 하는 저속성장의 비즈니스이다. 그래서 중소기업을 주로 ‘지역경제의 성장동력’이라고들 한다. 반면에 스타트업은 고속성장의 가능성을 가진 비즈니스이며 지역경제와는 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스타트업들은 본인들 비즈니스에 워낙 focus하고 있으므로 스타트업의 직원이라는 입장에서만 지역경제나 국가 경제에 간접적으로 공헌만 할 수 있다. 정부의 스타트업에 대한 무지는 바로 ‘벤처기업=중소기업’이라고 생각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그는 말한다.

-스타트업에 대한 무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에서 발표하는 창업 지원정책은 그 누가 봐도 실제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창업가들의 생각과 필요성과는 거리가 멀다. 담당자들이 스타트업이나 창업가 커뮤니티에 대해서 너무 몰라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정부 담당자들은 사업을 시작하고, 가끔은 견딜 수 없을 정도의 스트레스를 속으로 참으면서, 개인/가족/회사를 밸런스 한다는 게 뭔지 잘 모른다. 오직 책으로만 습득한 얕은 지식을 창업정책에 적용하려고 하니까 이런 일들이 발생한다.
진심으로 스타트업과 창업자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싶다면 스타트업 행사나 창업가들이 모이는 곳에 가서 여러 사람의 말을 듣고 질문하는 걸 Brad는 권유한다. 이런 행사는 대부분 근무 시간 후 늦은 오후/밤 또는 주말에 있는데, 공무원들은 근무 시간 후에는 일하지 않는다는 게 또 다른 문제다.

주기적 문제: 정부와 스타트업의 시계는 너무 다르다. 태생적으로 주기가 맞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예를 한 번 들어보자. 한국의 정권은 5년마다 바뀐다. 이 때문에 모든 정부의 정책은 5년이라는 주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 한 3개월 동안은 아무런 활동이 없다. 새로운 정부에 적응하는 기간이라고 한다. 그다음 6~8개월 동안은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고, 담당자들이 바뀌고, 계획을 세우고, 정책을 만들고, 발표한다. 이러면서 1년이 날아간다. 남은 4년 중 3년 동안 새로운 정책들이 (운이 좋으면) 부분적으로 실행되고 마지막 1년은 또 그다음 정권 준비한다고 날아간다. 정부는 이 3년 동안 무조건 실적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무리수를 두면서 단기적인, 그리고 외형적인 성과를 원한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최소 5년에서 1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한데 이는 정부의 시계와 맞지 않는다.

Feeder로서 정부가 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하고 쉬운 건 과연 정부가 뭘 어떻게 해주면 되는지 창업가들한테 직접 물어보는 것으로 생각한다. 스타트업 정책을 만드는데 왜 대학교수들과 조찬 간담회를 하고 대기업 간부들과 회동을 하는지 잘 이해가 안 간다. 창업가들한테 정부가 뭘 해줄 수 있는지 물어본 후에 “그건 대한민국 정부가 지원할 수 있습니다.” 또는 “그건 우리가 할 수 없습니다”라고 명확하게 답변을 줘야 한다. “상부에 건의해 볼게요” 라면서 5년 동안 뭉그적거리지 말고.

이 글을 읽는 분 중 지금까지 정부의 도움을 받은 창업가들이 있다면, 정부가 여러분들의 스타트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구체적인 댓글로 알려주면 나와 다른 독자들한테 큰 도움이 될 듯.

캠핑사랑

작년 부터인가…한국에서 한강고수부지를 지날때마다 전에는 보이지 않던 캠핑 텐트들이 여기저기 눈에 들어왔다. 친척들이나 친구들도 집에 간단한 캠핑도구와 텐트, 그리고 아웃도어 옷들은 다 구비하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아웃도어 장비 가게들이 더 많이 보이고 백화점에서도 전에는 없던 캠핑/아웃도어 코너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거 보면서 다시 한번 우리나라 사람들 유행 좋아하고, 아무리 비싼 제품이라도 마케팅 한번 잘 하면 물건 동날때까지 팔 수 있다는 걸 느꼈다. 특히, 한국같이 일반인들이 (다른 땅덩어리가 큰 나라들에 비해) 캠핑을 즐길 수 없는 지형적인 조건을 가진 나라에서도 비싼 등산복과 텐트가 아주 잘 팔리는 걸 보면 에스키모인들 한테도 얼음을 팔 수 있는 사람들과 마케팅 전략이 존재하는거 같다. 한국의 경우 이는 거의 연예인 마케팅인거 같고.

아웃도어 용품 Coleman사의 글로벌 마케팅 부사장에 의하면 전세계적으로 팔리는 Coleman 텐트 중 미국에서 인기있는 모델은 $90짜리 Sundome 4인 반면, 한국에서 잘 팔리는 모델은 $1,450짜리 Asterion이라고 한다. 이 텐트는 거실과 침실이 따로 분리되어 있으며 텐트 폴은 비행기용 알루미늄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신문기사에 의하면 한국의 Coleman 고객들이 가장 비싼 텐트를 구매한다는 건데 과연 이 텐트를 사서 1년에 몇 번 캠핑을 할까 궁금하다.

실패를 권장하기

창업가들이나 투자자들은 ‘실패’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한다. 나는 회사원이나 창업가한테 실패는 좋은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항상 실패를 권장하는 글을 그동안 많이 써왔다:
성공적으로 실패하기 1
성공적으로 실패하기 2
한국이여 – 실패를 우대하자!

물론, 실패를 바라보는 입장은 모두 다르다. 이 말 자체가 아주 부정적인 이미지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특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는 많이들 꺼려한다. 이런 사람들이 나한테 이메일을 가끔 보내는데 어떤 분들은 흥분한 목소리로 내가 실패를 “권장”하는게 듣기 상당히 거북하고 불쾌하다고 한다.

한가지 확실하게 하고 싶다. 내가 실패를 권장하는건, 잘 하고있는 사람한테 실패하라고 부정적으로 부추기는게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실패를 많이 한다는 건 그만큼 많은 걸 시도해 봤다는 의미이고, 현명한 사람이라면 이런 실패를 통해서 많이 배우고 성장을 한다. 어차피 발전하는 인생을 살고 싶으면 빨리 실패하고, 많이 실패하고, 많이 배우고, 많이 성장하는 과정을 거쳐야지만 성공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갈 수 있다.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사업을 크게 성공시키거나 첫 직장에서 맡은 첫 프로젝트를 크게 성공시키는 사람들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의 일반적인 경우는 그렇지 않다. 처음 하는걸 실패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물론 그 실패로부터 얻는 경험이나 배움이 전혀 없다면 문제가 있지만 정상인들은 어느정도 경험하고 배운다. 그리고 성장한다. 살아가면서 내가 1,000번의 실패를 해야 할 운명이고 그 1,000개의 실패 사이에 어디엔가 “성공”이 숨어 있다면 빨리 실패해서 그 수를 줄이면서 “성공”을 찾아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성공이 1과 2 사이에 숨어있든, 999와 1,000 사이에 있던.

곰곰이 생각해보면 살면서 지금까지 단 한번도 실패하지 않은 사람들이 내 주위에 몇 명 있긴 있다. 이들은 지금까지 아무것도 시도해보지 않은 사람들이다. 아무것도 안하니까 실패하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