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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의 스톡옵션

한 5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 스타트업에 취직하면, 연봉과 조건 협의할 때, 대부분의 직원은 스톡옵션보다는 현금을 선호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는 스톡옵션에 대한 개념이 정착되지 않았었고, 지금같이 성공한 스타트업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가능성이 매우 낮은 불확실한 휴짓조각 같은 스톡옵션을 받기보단, 고정된 가치지만 내 주머니 속으로 꼬박꼬박 들어올, 확실한 현금을 선호했다. 개인의 취향이겠지만, 연봉협상을 할 때, 오히려 현금 부분을 줄이고, 스톡옵션을 더 많이 받길 선호하는 내가 아는 미국 회사원들과는 대조되는 광경이었다.

그 후 5년이 지난 현재도 현금을 선호하는 성향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아직 미혼이거나 가족이 없는 젊은 분 중 현금보다는 스톡옵션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고 있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 잘되고 있는 스타트업이 많아졌고, 특히 유니콘이 더 많아지면서, 주변 지인들이 실제로 돈을 많이 번 사례를 보면서 이렇게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아무도 모르던 이커머스 회사, 또는 배달 앱을 만드는 회사에 친구들이 입사했을 때는 뭐 저런 회사에 취직했냐고 비웃었지만, 몇 년이 지난 후에 기업가치가 급격하게 상승하고, 입사 초기에 받은 스톡옵션의 가치가 어마어마하게 올라가서 큰돈을 버는 걸 직접 보게 되고, 이런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접하게 되면서, 스톡옵션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

실은, 창업자가 아니고 직원이라면, 스톡옵션은 이들에게는 스타트업의 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연봉을 많이 받으면 당연히 좋지만, 솔직히 세금을 낸 후에 실수령하는 현금은 그렇게 차이 나진 않는다. 그리고 이 연봉의 차이가 인생을 바꿀 수 있을 정도의 금액도 대부분 아니다. 그러면, 열심히 일해서 같이 회사의 가치를 키워나가고, 회사가 잘 되면 본인도 금전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스톡옵션은, 대기업에서는 제공되지 않는, 스타트업에서만 제공되는 굉장히 좋은 보상 기회가 될 수 있다. 물론,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실패하기 때문에, 스톡옵션은 대부분 휴짓조각이 된다는 점은 명심하자.

회사의 입장에서도 현금보단 스톡옵션을 직원들에게 주는 게 여러모로 좋다. 일단,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돈이 없다. 돈 없는 스타트업에서 현금은 워낙 소중하기 때문에 – 지분도 소중하지만, 현금은 회사를 돌아가게 만드는 피라서 – 가능하면 아껴야 한다. 스타트업 비용의 대부분은 인건비이기 때문에, 직원들의 연봉에 현금과 스톡옵션을 적절하게 섞으면 그만큼 회사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더 많은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또 다른 장점은, 직원들에게 어느 정도의 회사에 대한 애사심과 오너십을 심어줄 수 있는 게 스톡옵션이다. 내가 일하고 있는 회사의 지분을 내가 갖고 있다는 사실 자체도 상당히 자랑스럽고 모티베이션을 줄 수 있는데, 내가 열심히 일해서 회사가 잘 되면 그 지분의 가치 또한 올라가니, 이보다 더 좋은 인센티브는 없을 것이다.

그럼 스타트업에서 직원을 채용할 때, 스톡옵션을 얼마큼 주는 게 적당할까? 1%가 맞을까 아니면 10%가 맞을까? 우리 투자사 대표들이 나한테 요새 자주 물어보는 질문이기도 하다. 실은 정답은 없지만, 기본적으로 코파운더도 아니고, 임원급도 아니고, 그냥 일반 직원이지만 초기에 입사하는 분들한테는 최대 1~2%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하면 좋다. 새 직원이 입사하는데, 이 분 정도면 시장에서 받을 수 있는 연봉이 5,000만 원이라고 가정해보자. 이미 말 한대로, 현금이 항상 부족한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현금과 스톡옵션을 적절히 혼합하는 게 가장 좋다. 회사에서 제공할 수 있는 현금이 3,500만 원이라면, 부족한 1,500만 원을 스톡옵션으로 주면 좋다. 부족한 1,500만 원은 그러면 몇 퍼센트인가? 조금 객관적으로 계산을 해보려면, 스타트업의 현재 기업가치를 따져보는 게 좋다. 만약에 얼마 전에 기업가치 50억 원에 투자를 받았다면, 이 회사의 소위 말하는 공평한 시장가치(=Fair Market Valuation)는 50억 원이다. 50억 원의 0.3%가 1,500만 원이다.

그러면, 이 직원분한테는 현금 3,500만 원에 회사의 스톡옵션 0.3%를 제안하고, 이걸 기반으로 협상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여기서 항상 명심해야 할 것은, 이 ‘0.3%’라는 엄청 작아 보이는 퍼센트가 중요한 게 아니고, 이게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가 될지가 중요한 것이다. 또한, 이 가치는 훨씬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직원분은 명심해야 한다. 50억 원의 0.3%면 1,500만 원이지만, 본인이 정말 열심히 일해서, 회사의 기업가치가 높아지고, 만약에 1,000억 원에 엑싯을 해서 현금화를 한다면, (희석을 무시한)0.3%는 3억 원이 된다. 또한, 일을 잘하면, 중간마다 보너스로 스톡옵션을 계속 받을 기회도 있다.

가끔, “우리 사장 진짜 짜다. 스톡옵션 고작 1%밖에 안 주더라.” 류의 말을 듣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마다 나는 그 1%라는 숫자에 집착하지 말고, 그 1%의 시장가치에 관심을 더 가지라는 조언을 한다.

FAQ

search-1756278_640나는 전화 통화하는 걸 정말 싫어한다. 특히 남이 나한테 전화하는 게 정말 싫다. 그리고 나도 누구한테 전화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한다. 그런데, 문자나 이메일보다 전화하는 걸 가장 선호하는 상황이 딱 하나 있는데, 바로 뭔가를 사용하다가 잘 안 되거나 문제가 발생해서, 급하게 당장 도움이 필요할 때이다. 미국에서는 이렇게 전화를 하고 싶어도 못 하는데, 특정 서비스를 이용하다가 궁금한 게 있거나, 아니면 뭐가 잘 작동하지 않더라도, 전화를 걸어서 물어볼 수 있는 고객 응대용 전화번호가 아예 제공되지 않거나 찾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그냥 바로 전화를 거는 습관이 생겼다. 웬만한 서비스는 고객 응대 전화번호를 제공하고, 회사 웹사이트 하단에 보면 고객이 전화할 수 있는 번호가 항상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무리 전화통화하는게 싫어도, 내가 아쉽고 답답하고, 이메일이나 카톡으로 문의하면 답변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해서 그냥 전화를 걸어서 물어보곤 한다. 어떤 회사는 기계 ARS를 몇 단계 거쳐야 하지만, 그래도 미국에 비하면 비교적 쉽게 실제 사람과 연결이 돼서 불만을 토론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편하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이게 악몽이다. 한두 명이 사용하는 서비스면 상관없지만, 하루에 수천 명, 수 만 명이 사용하는 서비스라면, 수백 통의 전화가 걸려 올 수도 있고, 이로 인해서 발생하는 회사의 비용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리고 직접 당해보거나, 아니면 직접 해보셔서 아시겠지만, 이런 고객서비스 관련 통화는 서로에게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상당히 피곤해질 수도 있기 때문에, 고객서비스를 하는 인력의 이탈과 교체가 잦아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발생하는 비용 또한 무시할 수가 없다. 내가 아는 어떤 작은 스타트업은 대표이사부터 디자이너까지, 고객의 – 또는, 고객이 아닌 사람들 – 전화응대를 하는 데 업무시간의 절반을 쓰는데, 정말 힘들어한다.

그냥 CS 전화번호를 제공하지 말고, 미국 회사들처럼 이메일로만 문의하게 하거나, 아니면 굉장히 자세하고 잘 만들어진 FAQ(Frequently Asked Questions: 자주묻는질문)를 제공해보라고 하면, 항상 듣는 말이 있다. “대표님이 잘 몰라서 그러는데요, 한국 사람들은 성질이 급해서 전화번호 없으면 엄청 화내요.” , “한국 사람들은 이메일을 안 해요.” , 뭐 이런 말들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별로 근거 없는 말들이고, 회사에 오히려 해가 되는 고정관념인 거 같다. 한국 사람들만 급한 게 아니고, 화가 많이 나서 당장 뭔가 필요한 고객은 누구나 다 성질이 급하기 때문에 이건 한국뿐만이 아니라 미국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회사에 전화하라고 전화번호를 이들에게 제공해주면 회사 차원에서는 – 특히, 자원이 부족한 작은 스타트업 – 정말 많은 준비를 하고,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그리고 필요한 게 있을 때마다 전화를 걸어서 반대편에 있는 실제 사람과 통화를 해서 본인이 원하는 걸 즉각적으로 물어보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한번 익숙해지면, 이보다 더 불편한 카톡이나 이메일이나 FAQ를 통한 문제해결 방법을 대안으로 제안받으면 당연히 싫어하고 욕할 것이다.

미국 스타트업은 아주 잘 만든 FAQ를 제공해주고, 사용자들도 이 방법에 꽤 익숙해져 있는데, 정말 잘 만든 FAQ는 전화를 걸어서 누구랑 통화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걸 나는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워낙 많은 서비스가 존재하지만, 내가 최근에 FAQ를 가장 잘 사용했던 제품/서비스는 미국의 Coinbase이다. 돈과 암호화폐 관련 서비스라서 실은 문제도 많이 발생하고, 궁금한 점도 정말 많지만, 코인베이스는 그동안 쌓인 노하우와 고객의 질문을 잘 취합해서 상당히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FAQ를 통해서 내가 원하는 해결책을 즉각 즉각 구할 수 있었다. FAQ에 내가 원하는 답이 없으면 support 이메일을 통해서 문의하면, 주로 48시간 내로 답이 온다. 한국 사람은 급해서 48시간 못 기다린다고 많은 대표들이 나한테 말을 하지만, 정말로 급하다면, 48시간 정도는 기다릴 수 있다. 이건 고객을 우리가 어떻게 처음부터 훈련하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제 서비스를 시작하는 스타트업이라면, 처음부터 고객이 회사에 직접 전화할 수 있는 채널 자체를 원천 봉쇄하고, 대신에 아주 포괄적이고 잘 정리된 FAQ를 제공하라고 나는 조언한다. 카톡을 통한 문의도 가급적이면 업무에 방해가 되니까 초반에는 아예 제공하지 않는 게 좋다. FAQ와 고객지원 이메일 정도만 제공하는 게 가장 좋다. 이미 070 번호나 1688 번호를 통해서 고객이 회사와 직접 통화할 방법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라면, 서서히 또는 즉각 이 번호를 없애고 FAQ를 잘 만들어서 제공하라는 조언을 하고 싶다. 처음에는 고객 불만이 발생하겠지만, 금방 잊히고 고객들도 익숙해진다. 실제로 우리 투자사 중 이렇게 아예 고객 응대 전화번호를 없앤 회사들이 있는데, 회사의 실적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실은, 더 좋아진다. 대신, FAQ를 제공하기로 결정했으면, 정말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허접한 FAQ를 제공할 바에는 그냥 전화번호를 제공해서 몸으로 때우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하다.

물론, 나중에 회사가 엄청나게 커지면 별도의 CS 조직을 내부 또는 외부에 두면 된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고팍스

우리는 2013년도에 한국 최초의 암호화폐거래소 코빗에 첫 투자를 했다. 스트롱과 비트코인/암호화폐 하면, 항상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한국에서 최초로 비트코인 거래소에 투자한 VC”인데, 우리가 코빗에 투자할 때는 약간 이상하고 정신 나간 투자자 취급을 받았지만, 이후 시장이 생기고, 미친 듯이 과열되고, 그리고 4년 뒤에 넥슨이 코빗을 인수하면서, 이 분야를 잘 아는 VC로 인식이 바뀐 거 같다. 우린 비트코인이 잘되면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코빗 팀이 좋아서 투자했고, 이후에는 그냥 운이 좋았을 뿐이다. 타이밍도 당연히 좋았다.

내가 버릇처럼 말하지만, 암호화폐를 나한테 소개해줬고, 이 분야에 대한 내 시각을 넓혀준 코빗에 나는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코빗에 투자하면서 나는 이 분야에 대해서 계속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고, 그동안 이상한 ICO들이 너무 많이 생기면서 시장이 과열되기도 해서, 관심의 수준은 조금 떨어진 적도 있었지만,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허상이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그리고 나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플레이어 중 하나가 제대로 된 거래소라고 생각한다. 이 시장의 게이트웨이이자 문고리 역할을 하는 게 거래소이기 때문에, 최신 소식을 접하려면 거래소와 항상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게 중요하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우리는 코빗을 완전히 엑싯한 후에, 다른 거래소에 투자하고 싶었다. 위에서 말한 대로 거래소야말로 이 시장의 모든 이해관계자가 모이는 교차로이며, 스트롱도 계속 블록체인/암호화폐 쪽에 투자하려면, 거래소에 발을 담그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한국에는 아직도 200개가 넘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존재한다고 한다. 이 중 우리랑 철학과 결이 가장 잘 맞는 팀에 투자하고 싶었는데, 이미 오래전부터 잘 알고 지내던 고팍스를 운영하는 스트리미가 가장 맘에 들었다. 실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게 아니라, 투자하고 싶었던 유일한 거래소라고 하는 게 더 맞을 거 같다. 이 시장에 대한 믿음이 있고, 거래소에 투자를 해야겠다면, 다른 곳은 고려할 필요도 없고 고팍스에 투자하자는 믿음은 존이랑 나랑 아주 일치했다.

얼마 전에 고팍스 투자 소식이 기사화됐다. 항상 강조하지만, 투자 받았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하지만, 거래소에 대한 믿음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이 시점에, 국내외의 좋은 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받았다는 사실은 상당히 긍정적인 의미라고 생각한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학벌이 중요한가?

1575447669560내가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는 프라이머에서도 투자했고, 스트롱이 후속 투자한 회사의 대표님과 이야기하다가 학교와 학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다. 이분이 회사의 코파운더와 초기 직원분들과 자주 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프라이머나 스트롱은 팀원의 학벌을 따지지 않아서 너무 좋고, 만약에 우리가 학벌을 엄청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본인들은 아마도 투자받기 힘들었을 것인데, 이렇게 학벌보다는 실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투자자들과 함께해서 너무 좋다는 고마운 말을 나한테 해주셨다.

그 미팅 이후에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우리는 정말 대표이사와 공동 창업가들이 어떤 학교를 나왔고, 소위 말하는 ‘가방끈’이 얼마나 긴지에 대해서 어느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을까?

나는 이 주제에 대해서 아주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굳이 한 쪽을 택하자면 우리 투자사 대표가 말한 대로, 우린 창업가의 학벌에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이게 성공적인 회사를 운영하는데 중요한 요소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지금까지 투자한 120개가 넘는 투자사 창업팀이 어느 학교 출신인지 내가 거의 모르고 있는데, 이건 내가 이분들에게 무관심해서가 아니라, 이분들이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별로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실은 내가 회사와 미팅을 할 때, 학교나 사회에서 코딩을 배웠냐는 질문은 자주 하는데, 어느 학교 출신인지는 요새는 아예 안 물어본다. 그만큼 중, 고등학교때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입학시험을 잘 봐서, 이름있는 대학교에 입학한 게 스타트업을 잘 운영하는거와는 – 적어도 내 경험에 의하면 – 상관관계가 전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한테는 그냥 이 팀이 본인들이 하는 업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그리고 회사를 성공시킬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그래도 그 낮은 확률에 도전해 볼 준비가 되어 있는지, 뭐 이런 게 훨씬 더 중요한데, 이건 공부와 학교와는 완전히 상관이 없고, 어떻게 보면 다른 수준의 고민거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투자한 회사의 대표들이 학벌이 좋지 않은 건 아니다. 실은, 완전히 그 반대이다. 스트롱 포트폴리오의 많은 창업가가 서울대 출신이고, 유학파도 상당히 많다. 실은, 이분들은 비즈니스 엄청나게 잘 한다. 가끔은, 이렇게 비즈니스를 잘하는 분들이 머리도 좋고, 공부도 잘하고, 좋은 학교에도 갔다는 게 정말 신기할 정도로 모든 걸 잘하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다. 좋은 학교 출신이 도움 되는 점이 있다면, 주변에 대기업이나 좋은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동문이 많기 때문에, 채용에 있어서 월등하게 유리할 수 있다. 그리고 많은 VC가 좋은 학교 출신이고, 연결고리를 찾다 보면 동문이 많아서, 투자를 받을 때도 조금 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이상도 아니고 그 이하도 아니다.

창업가와 학벌에 대해서는 투자자마다 의견이 다르다. 그리고 좋은 학생과 좋은 창업가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논문도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나한테 누가 이 상관관계에 대해서 질문한다면, 나는 전혀 없다고 하면서 그냥 그때마다 다르고, 사람마다 다르다는 이야기를 할 텐데, 내 경험은 다음과 같다.

일단 학벌이 안 좋으면, 한국과 같은 학벌 위주의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두 배의 노력을 하는 걸 꽤 자주 경험했다. 어떻게 보면 이들에게는 열심히 해서 성공하려는 의지와 추진력이 여기서 나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만약에 이들이 실패하면, “저럴 줄 알았어. 무엇을 해도 잘 못 해.”라는 비난을 받기 딱 좋은 사회가 대한민국인데, 이 말을 듣기 싫어서 엄청 열심히 하는 분들도 있다.
또한, 학벌이 좋은 창업가들도 악착같이 노력하는 걸 꽤 자주 경험했다. 이건 그냥 내 개인적인 해석인데, 그냥 이들은 대학교까지는 항상 본인이 속한 조직이나 사회에서 인정받았기 때문에, 스타트업을 하면서도 계속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의지와 추진력이 여기서 나오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실패하면, “좋은 학교 나와서 쓸데없이 사업한다고 할 때부터 저렇게 될 줄 알았어.”라는 비난을 받기 딱 좋은 곳이 대한민국이라서, 이분들은 또 이런 말이 듣기 싫어서 엄청 열심히 하기도 한다.

내가 아는 어떤 VC는 특정 학교 출신이 아닌 창업가한테는 아예 투자하지 않고, 어떤 투자자는 미팅할 때 가장 먼저 물어보는 질문이 “학교 어디 나왔어요?”인데, 물론 이분들도 이렇게 학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름의 논리와 생각이 있고, 들어보면 맞는 말도 있다. 그래도 나는 창업가의 학벌에는 큰 관심이 없다. 우리가 하는 업은 로켓과학도 아니고, 박사학위가 반드시 필요한 일이 아니고, 내 경험에 의하면 출신 학교와 비즈니스의 성공은 전혀 큰 상관관계가 없는데, 자꾸 여기에 신경을 쓰다 보면 더 큰 그림을 놓칠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 투자할 때 학벌에 우선순위를 두다 보면, 더 좋은 창업가와 더 좋은 회사를 만날 기회를 스스로 제한하는 사고방식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 크라우드픽>

B2B SaaS 비즈니스 지표

전에 내가 B2B SaaS 비즈니스에 대해서 썼듯이, 나는 앞으로 한국에서도 좋은 B2B 스타트업이 생길 것이고, 이 회사들이 성공하면, 더욱더 많은 한국 창업가들이 B2B SaaS 스타트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린 요새 B2B 분야에 투자를 더 많이 하려고 하고, 나도 계속 이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다. 얼마 전에 테크크런치에서 B2B SaaS 회사에 대한 좋은 내용을 읽었는데, 미국에서 상장한 B2B SaaS 회사 중 현재 가장 시가총액이 높은 회사들을 분석해서, B2B 회사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표를 파악해본 것이다. 솔직히 아직 우리나라와는 조금 요원한 이야기지만, 생각보다 빨리 이 시장이 한국에서도 성장할 수도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됐을 때 B2B SaaS 스타트업이 어떤 지표를 목표로 삼아야 할지에 대한 간접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B2B 대표들도 한번 읽어보면 좋을 거 같다.

테크크런치에서 사용한 상장회사 리스트는 확보할 수 없었지만, 전체 리스트에서 현재 기업가치(시가총액)가 2019년도 예상 반복 매출(run rate revenue)의 20배 이상 되는 회사들만 선별했고, 이 회사들의 다양한 숫자를 기반으로 몇 가지 의미 있는 지표를 계산한 후, 전체 평균값을 내봤다. 다음과 같다:

–2019년도 반복매출 대비 기업가치(시가총액): 26.3배
–2020년도 반복매출 대비 기업가치: 20.3배
–최근 12개월 FCF(Free Cash Flow: 잉여현금흐름) 마진율: 19%
–반복매출 연성장률: 48%
–효율(Efficiency): 66%
–매출총이익률: 73%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효율(Efficiency)은, 회사의 FCF(Free Cash Flow) 마진율에 성장률을 더한 값인데, 상장 이후에 효율이 40% 이상이면 상당히 좋은 비즈니스라고 판단한다고 한다. 즉, 미국에서 가장 시가총액이 높은 B2B SaaS 상장회사의 FCF 마진율은 약 20%이고, 해마다 매출이 50% 정도 성장한다. 그리고 효율도 매우 높다.

이제 시작하는 한국의 B2B 스타트업이라면, 이런 지표가 너무 현실감이 떨어지겠지만, 그래도 참고하면서 사업을 하면 좋을 거 같다. 아무래도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B2B 소프트웨어 시장이고, 그만큼 축적된 데이터와 노하우가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