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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2B SaaS 비즈니스 지표

전에 내가 B2B SaaS 비즈니스에 대해서 썼듯이, 나는 앞으로 한국에서도 좋은 B2B 스타트업이 생길 것이고, 이 회사들이 성공하면, 더욱더 많은 한국 창업가들이 B2B SaaS 스타트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린 요새 B2B 분야에 투자를 더 많이 하려고 하고, 나도 계속 이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다. 얼마 전에 테크크런치에서 B2B SaaS 회사에 대한 좋은 내용을 읽었는데, 미국에서 상장한 B2B SaaS 회사 중 현재 가장 시가총액이 높은 회사들을 분석해서, B2B 회사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표를 파악해본 것이다. 솔직히 아직 우리나라와는 조금 요원한 이야기지만, 생각보다 빨리 이 시장이 한국에서도 성장할 수도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됐을 때 B2B SaaS 스타트업이 어떤 지표를 목표로 삼아야 할지에 대한 간접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B2B 대표들도 한번 읽어보면 좋을 거 같다.

테크크런치에서 사용한 상장회사 리스트는 확보할 수 없었지만, 전체 리스트에서 현재 기업가치(시가총액)가 2019년도 예상 반복 매출(run rate revenue)의 20배 이상 되는 회사들만 선별했고, 이 회사들의 다양한 숫자를 기반으로 몇 가지 의미 있는 지표를 계산한 후, 전체 평균값을 내봤다. 다음과 같다:

–2019년도 반복매출 대비 기업가치(시가총액): 26.3배
–2020년도 반복매출 대비 기업가치: 20.3배
–최근 12개월 FCF(Free Cash Flow: 잉여현금흐름) 마진율: 19%
–반복매출 연성장률: 48%
–효율(Efficiency): 66%
–매출총이익률: 73%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효율(Efficiency)은, 회사의 FCF(Free Cash Flow) 마진율에 성장률을 더한 값인데, 상장 이후에 효율이 40% 이상이면 상당히 좋은 비즈니스라고 판단한다고 한다. 즉, 미국에서 가장 시가총액이 높은 B2B SaaS 상장회사의 FCF 마진율은 약 20%이고, 해마다 매출이 50% 정도 성장한다. 그리고 효율도 매우 높다.

이제 시작하는 한국의 B2B 스타트업이라면, 이런 지표가 너무 현실감이 떨어지겠지만, 그래도 참고하면서 사업을 하면 좋을 거 같다. 아무래도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B2B 소프트웨어 시장이고, 그만큼 축적된 데이터와 노하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메일 쓰기

letters-2794672_1280바로 전 글에서 진한 감동이 전달되는 이메일에 대해서 썼는데, 내가 수많은 이메일 중 하나에 감동하였던 이유는 내용의 절실함이 나한테 전달됐기 때문이지만, 이런 절실함이 나한테 전달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 창업가의 비대면 커뮤니케이션 능력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 와이프가 농담처럼 나한테 하는 말 중, “당신 일 자체가 이메일이잖아”가 있는데, 그만큼 내가 대부분의 업무 관련 커뮤니케이션을 이메일로 하고,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것 중 하나가 이메일이다. 그리고 점점 더 바빠지고, 점점 더 커버해야 하는 지역이 넓어지면서 이메일이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렇게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글을 통해서 하다 보니까, 나도 이메일을 쓸 때에는 조심스럽게, 그리고 어떻게 하면 가장 적게 글을 써서, 가장 많은 내용을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생각을 상당히 많이 하게 된다. 이렇게 상대방을 보지도 않고, 통화하지도 않으면서, 오롯이 글을 통해서 가장 효율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기 위해서는 오랫동안의 훈련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이젠 누가 나한테 쓴 이메일만 읽어봐도 이 사람의 내공, 커뮤니케이션 능력, 사고방식, 그리고 비즈니스에 대한 철학 등이 어느 정도 보인다. 항상 맞진 않지만, 워낙 많은 이메일을 접하고, 이 사람들을 직접 만나도 보니까, 이메일을 통해서 내가 이해해서 대략 머릿속에 그린 창업가의 이미지와 태도는 거의 일치한다.

그래서 나는 창업가가 가져야 할 중요한 능력 중 하나가 바로 글을 잘 쓰고, 이메일을 잘 쓰는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는 좋은 창업가 중 이메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고, 아무리 짧아도, 이들이 쓴 이메일을 보면 항상 간결하고, 직설적이고, 알아야 할 모든 사항이 잘 정리되어 있다. 이와는 반대로, 읽은 후에 도대체 무슨 말인가 하고 머리를 긁적거리게 만드는 이메일을 쓰는 창업가들도 많은데, 역시 이런 사람들은 만나보면 사업을 잘할만한 태도가 잘 안 보인다. 나는 우리 투자사 대표들한테는 나한테 웬만하면 이메일로 커뮤니케이션하라고 한다. 실은 전화 통화하거나, 아니면 그냥 카톡으로 내용을 전달할 수도 있지만, 나는 일부러 같은 내용을 이메일로 보내 달라고 한다. 왜냐하면, 이 사람의 글 쓰는 실력, 그리고 글을 통해서 상대방을 설득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실력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특히, 내가 모르는 사람이 나한테 콜드 이메일을 보내면, 메일의 첫 한 줄만 읽어 보면 내가 이메일 전체를 읽을지, 그리고 이분이 내가 만나고 싶어 할만한 분인지가 바로 결정된다. 글을 잘 쓰면, 계속 읽고, 만날 확률이 높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냥 한 줄 읽고 바로 지워버린다. 실은, 이메일 쓰는 게 익숙지 않은 창업가도 많다. 하지만, 이 분야에서 일을 계속하려면, 효과적인 이메일 커뮤니케이션은 필수이기 때문에, 무조건 연습과 훈련하길 권장한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혁신에 대해서

내가 가장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요새 어떤 분야가 뜨나요?” , “요새 스트롱은 어떤 분야에 투자하세요?”이다. 아마도 많은 VC가 비슷한 질문을 자주 받는 거로 알고 있다. 실제로 벤처투자자 중 그 시점에 가장 핫한 분야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사람들이 있다. 몇 년 전에 IoT로 인해 마치 모든 기계가 서로 소통하는 세상이 금방 올 것 같았던 때가 있다. 이때 하드웨어와 IoT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도 있었고, 이 분야에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해서 관련된 회사를 쥐잡듯이 찾아서 만나는 VC도 많았다. 그 이후에는 VR, O2O, 블록체인 등등 내 기억으로는 해마다 한두 개의 핫한 분야가 등장했다가 사라지고 있는 거 같다. 나도 투자를 시작할 때 이런 유행을 열심히 좇던 시절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화두가 되는 유행에 투자를 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 분야에 있는 창업가는 누가 있는지를 조사해서 특정 분야의 회사를 전부 다 만났던 적도 있었던 거 같다. 뭐, 그래서 좋은 회사에 투자하기도 했다.

그런데 요새 누가 나한테 우린 어떤 분야를 보고 있냐고 물어보면, 그냥 특별하게 보는 분야도 없지만, 그렇다고 특별하게 안 보는 분야도 없다고 한다. 실은, 조금 더 극단적으로 말해보면, 오히려 남들이 별로 핫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분야의 회사를 더 관심 갖고 본다고 하는 게 맞을 거 같다. 나는 세상을 갑자기 바꾸는 극단적인 혁신을 별로 안 믿는다. 지금도 당장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여러 기술과 과학은 연구되고 있고, 실험실이나 연구실에는 구현 가능한 기술이 여러 가지 존재한다. 하지만, 진짜 혁신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이런 기술이 제품화가 되고, 대량으로 만들어져서 우리 삶에 깊게 적용되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정말 너무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그리고 시간과 돈이 많이 투자되어도, 실현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소위 말하는 점진적 혁신을 하는 기술이나 제품에 주로 투자한다. 이미 존재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많이도 아니고, 조금 더 빠르고, 조금 더 싸게 만드는 그런 스타트업들이다. 최근에 어떤 기사를 읽었는데, 이 기자는 토스, 배달의 민족, 타다, 미소 등과 같은 서비스가 무슨 혁신이냐면서 상당히 부정적인 톤으로 글을 썼다. 밑에 댓글들을 보면 역시나 스타트업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이 기자가 병신이라는 내용의 댓글을 수없이 달았고, 스타트업이 아닌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기자가 맞고, 이 기자에 대한 부정적인 댓글을 단 사람들이 병신이라는 댓글을 달았다(다른 이야기지만…한국의 댓글 싸움을 읽는 건 항상 흥미롭다). 나는 둘 다 나름 맞다고 생각하지만, 아마도 이 기자는 혁신을 너무 과대평가했다고 생각한다. 실은 위에서 말한 토스, 배달의 민족, 타다와 같은 서비스는 한국인들이 대부분 매일 사용하는 서비스와 제품이기 때문에, 아주 조금만 바꿔서, 조금 더 빠르고, 조금 더 편하고, 조금 더 싸게 만들면 이게 엄청난 혁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나는 혁신은 우리 삶의 모든 분야에서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행하든 안 하든, 실리콘밸리에서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분야든 아니든, 정부에서’AI 펀드’ , ‘(핫한 분야)의 펀드’를 만들어서 이 분야에 투자하는 VC에 돈을 주든 안 주든, 어떤 VC들이 이미 유행이 지났다고 하는 분야와는 상관없이 모든 분야를 본다. 왜냐하면, 소수의 삶을 극적으로 바꿔주는 혁신보다는, 다수의 삶을 조금이라도 바꿔주는 혁신이 나한테는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스톡옵션 가격

전에 스톡옵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글을 꽤 많은 분이 유용하게 읽었다는 이야기를 요새도 가끔 듣는데, 오늘도 스톡옵션 관련 내용이다. 좋은 인재를 영입하고, 이분들이 다른 회사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우리 회사에 계속 남아서 열심히 일하게 하려면 고액 연봉도 필수지만, 회사의 오너십을 일부 갖게 해서 개인과 회사의 이해관계를 일치하게 만들어야 한다. 스톡옵션을 통해서 조금이라도 회사의 지분을 약속받게 되면 – 지금 당장 받는 게 아니라 미래의 일정 시점에 일정 가격에 회사의 지분을 더 싸게 구매할 수 있고, 어쨌든 본인이 가진 지분의 가치가 높아지려면 회사가 잘 돼야 하고, 회사가 잘 되려면, 본인이 열심히 일해야 하기 때문에 – 옵션이 없는 것보단 애사심을 갖고 열실히 일한다. 이렇게 돼서 나중에 회사가 잘 되면, 창업자, 직원, 투자자 모두한테 가장 이상적인 결과가 만들어진다.

이런 이유로 우리도 일정 수준의 옵션 풀을 적용해서 투자한다. 투자자마다 다르지만, 적게는 10%, 그리고 많게는 25%까지 적용하는 걸 봤다. 옵션 풀을 확보해 놓으면, 그만큼 스톡옵션을 주는 게 쉽고, 그때마다 주주명부를 크게 바꾸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많은 대표가 좋은 인재를 모집하기 위해서 스톡옵션을 부여할 때, 옵션의 가격을 어떻게 정해야 할지 궁금해하고, 나 역시 최근에 이와 관련된 질문을 많이 받았다. 비상장 회사의 주식 가격을 산정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주로 Fair Market Value(=FMV)를 사용한다. 복잡한 건 아니고, 가장 최근에 투자 받았을 때의 주식 가격을 주로 FMV라고 한다. 우리 회사가 지난주에 주식당 가격 100만 원에 투자를 받았다면, 현재 우리 주식의 FMV는 100만 원이라고 하는 게 그렇게 이상하진 않다. 하지만, 만약에 2년 전에 마지막 투자를 받았고, 그때 가격이 100만 원인데, 그 사이에 회사의 매출이 10배 이상 성장했다면 현재의 주식 가격은 훨씬 더 높아졌다고 주장할 수도 있고, 이걸 고려해서 가격을 책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수적으로 그냥 100만 원을 FMV라고 가정한다. 물론, 회사의 가치가 내려가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보편적으로는 가장 최근에 투자받은 가격을 기준으로 주식 가격을 책정한다.

그래서 주로 이 FMV 가격을 기준으로, 스톡옵션 가격을 약간 할인해서 산정하는 게 일반적인 방법이었다. 하지만, 나는 가능하면 가장 낮은 가격에 스톡옵션을 부여하라고 조언한다. 회사와 상관없는 남한테 주는 게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한테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회사의 밸류를 극대화하는데 가장 핵심이 되는 좋은 인재들에게 부여하는 거라서 굳이 높은 가격에 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열심히 일 한 사람들이 회사에 많은 기여를 하고, 이들이 나중에 옵션을 행사할 때 부담이 안 되는 가격에 주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어떤 회사는 스톡옵션 가격을 액면가에 주는 경우도 있는데, 이게 한국에서는 법적으로 가능하다고 알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이게 법적으로 어느 정도 제한되어 있다. 오래전에 미국 국세청에서 409a라는 법을 만들었는데, 이 법에 의하면 스톡옵션이 실제 시장가격(=FMV)보다 너무 낮게 부여되면, 옵션을 받는 사람은 미래에 행사하는 시점이 아니라 옵션을 받는 그 시점에 세금을 내야하고, 회사도 이를 위해 준비해야 하는 복잡한 절차가 있다. 세금을 내지 않으려면, 회사는 제삼자를 통해서 이 스톡옵션의 적당한 시장가격(=FMV)을 정해야 하는데, 위에서 말한 대로 최근에 투자 받았을 때의 주식 가치를 기반으로 주로 산정된다. 한국에는 아직은 이런 법이 없다. 나도 한국법에 대해서 잘 모를 때는, 미국의 409a 법을 생각해서 최근 투자받았던 주식 가격보다 조금 낮게 스톡옵션을 발행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젠 회사의 경영진과 주주들만 동의한다면, 회사에 기여도가 높은 직원들에게는 웬만하면 액면가 또는 그 가격보다 너무 높지 않은 가격에 스톡옵션 주는 걸 권장한다.

그런데 어떤 투자자들은 액면가나 너무 낮은 가격에 스톡옵션을 발행하는 걸 반대한다. 본인들은 이 회사에 투자할 때 훨씬 더 비싼 가격으로 주식을 구매했는데, 그리고 이후 회사의 실적이 더 좋아져서 가치는 올랐는데, 직원들에게 이보다 더 낮은 가격에 스톡옵션을 주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이 또한 틀린 말은 아니고, 나도 미국 관점에서 봤을 때는 이런 지적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법적으로 가능한 가장 낮은 가격에 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주는 게 장기적으로는 모두에게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홍보가 후진 제품을 살리지 않는다

내가 자주 강조하는 내용인데, 최근에 비슷한 이야기를 여러 창업가와 해서, 몇 자 또 적어본다. 홍보에 관한 이야기다. 너무 좋은 제품과 기능을 만들었는데, 아무도 이런 게 있다는 걸 잘 모르니 홍보를 해야 하는데, 본인도 개발자고 다른 팀원도 개발자라서 홍보나 마케팅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르기 때문에, 홍보 담당자를 풀타임으로 채용하거나, 아니면 외주업체에 돈을 주고 PR 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대표를 몇 분 만났다.

10년이면, 새로운 기술이 계속 나오는 스타트업 세계에서는 한평생이고, 이 기간 동안 세상이 바뀐다. 그래서 내가 10년 전 이야기를 하는 건 정말 의미 없고, 어떻게 보면 꼰대스럽지만, 그래도 나는 본질이라는 건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10년 전 미국에서 뮤직쉐이크 할 때 이야기를 좀 해보겠다. 아이폰이 나오기 전이었기 때문에, 초기 뮤직쉐이크 제품은 PC 기반의 설치형 애플리케이션이었다. 그 이후에 플래시 기반의 웹 앱을 출시하고 – 당시 플래시 기술이 우리가 추구하는 기능을 다 지원하지 않아서 정말 애먹었던 기억이 난다. 아이폰이 나온 후에는 모바일 앱까지 출시했다. 모바일 앱은 단순히 음악을 쉽게 만드는 툴을 넘어서, 기존 유명곡을 재미있게 리믹스 할 수 있었는데, 음악에는 저작권이라는 골치 아픈 권리가 있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이야기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오래된 명곡 Jackson 5의 “ABC” 리믹스 앱을 시작으로, 여러 가지 모바일 앱을 출시했다.

위에서 말한 각 마일스톤을 도달할 때마다 우리 팀의 분위기는 흥분 그 자체였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참신한 도전이었고, 시장에 소문만 나기 시작하면, 이제 우린 떼돈 벌고 대박 터질 거라는 생각에 잠도 잘 못 잤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우리 예상과는 달리, 출시하고 시간이 한참 지나도 시장에서는 별 반응이 없었다. 플래시 앱도 그랬고, 모바일 앱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내렸던 결론은, 너무 잘 만든 제품이지만 우리의 약한 홍보력으로 인해 시장이 아직 모르기 때문에 포텐이 터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시기의 대부분 스타트업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홍보나 PR을 해주는 담당자가 없어서 외부 PR 회사와 계약하고 홍보와 PR을 아웃소싱하기 시작했다. 우리 담당 홍보 컨설턴트까지 배정이 됐다. LA 쪽에서는 신생 회사였지만, 꽤 잘하기로 소문났었기 때문에 비용은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홍보만 잘하면 대박 날 거라서 이 정도 비용은 충분히 지불할만하다고 판단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모든 미디어에 뮤직쉐이크 관련 PR 활동을 했지만, 트래픽이나 매출에는 변화가 없었다. 몇 개월 동안 “이렇게 하면 되겠지” , “조금만 더 알려지면 될 거야” 등의 생각을 하면서 참 많은 시도를 했는데, 그럴 때마다 잘 안 됐다. 그리고 서서히 현실을 인지하게 됐다. 제품이 완벽하지 않으면 아무리 홍보를 많이 해도, 절대로 시장에서 오래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그렇다고 우리가 후진 제품을 만든 건 아니다. 정말 참신하고 재미있었지만, 시장에서 제품을 보는 시선과 우리가 내부에서 봤던 시선에는 차이가 있었는데, 우리는 이걸 지속적인 제품 개발과 개선으로 풀어야 했는데, 홍보에서 찾으려고 하는 실수를 범했던 것이다.

최근에 만난 많은 대표가 뮤직쉐이크 시절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뭔가 잘 만든 거 같은데, 시장에서 반응이 없으니, 홍보로 해결하려고 하고, 내부에 홍보력이 없으니까 외부 마케팅/PR 에이전시에 비싼 돈 주면서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있다. 내 경험에 의하면, 이건 홍보의 문제가 아니라, 제품과 product-market fit의 문제이다. 고객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는 제품은 수백억 원을 써서 TV나 지하철 광고를 해도 말짱 헛거다. 일시적인 상승효과는 경험할 수 있겠지만, 돈을 쓰는 홍보를 멈추는 그 순간 트래픽과 매출은 곤두박질칠 것이다.

제품이 완벽해지기 전까지는 홍보와 마케팅에 너무 돈을 많이 쓰지 않아도 된다. 제품이 좋으면, 알아서 고객이 알게 되고, 알아서 사용하게 된다. 요샌 모두가 바쁘고, 비슷한 제품도 너무 많아서, 홍보를 해야 한다고 하기도 하지만 – 그리고, 이건 과거에 비해서 일부 맞다고 생각한다 – 시대를 초월하는 절대불변의 본질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다. 맛있는 식당은 안 알려도 사람들이 찾아와서 줄을 서고, 좋은 제품은 안 알려도 사용자들이 찾아서 사용하고, 돈을 쓰게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