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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밖은 위험해

bkk얼마 전에 이런 기사를 읽었다. 주로 밀레니얼이라고 하면, 구세대보단 훨씬 더 활동적이고, 뭔가 외부 활동을 많이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기사에 의하면 오히려 밀레니얼들이 가장 ‘방콕’을 선호한다고 한다. 여기에 의하면 18세~24세 미국 젊은이들이 평균 미국인 대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70% 더 많다고 한다. 그리고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지만, 그동안 오프라인에서 하던 많은 활동이 온라인으로 옮겨서 갔고, 넷플릭스, 배달 등과 같이 집을 떠나지 않고, 더 저렴하고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트렌드가 부상했고, 또는 외출해봤자 인생 별로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설 등이 있다.

나도 이런 트렌드를 요새는 직접 체감하고 있는데, 강남 일대의 늘어나고 있는 빈 빌딩과 “임대” 사인을 보고 특히 이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있고, 와이프랑 이런 현상에 대해서 종종 대화를 나누곤 한다. 일단 압구정동과 청담동 쪽으로 다니다 보면, 가장 인기가 많다고 하는 대로변에 있는 건물 중 1층이 빈 곳이 상당히 많다. 대부분 사람들이 이걸 보면 요새 경기가 너무 안 좋다고 하는데, 나는 조금은 다른 생각을 한다. 경기가 정말로 좋은지, 안 좋은지는 내가 경제학자가 아니라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이젠 사람들이 과거와 같이 오프라인 매장이나 식당에 물리적으로 잘 안 오기 때문에, 오프라인에 들어올 만한 가게나 매장이 없는 게 조금 더 정확하다고 본다.

대로변 1층 매장에 옷가게가 들어와도 금방 망해서 빠지고, 식당이 들어와도 금방 망해서 또 빠지는데, 이 현상을 보고 경기가 좋지 않아서 사람들이 외식을 안 하고, 옷을 안 산다고 하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요샌 더 맛있는 음식을 더 많이 먹고, 더 많은 사람이 쇼핑을 하고, 더 많은 사람이 영화를 본다. 내가 보기엔, 그 이유는 점점 많은 사람들이 – 특히, 밀레니얼들 – 집에서 배달 시켜 먹고, 집에서 인터넷으로 옷을 구매하고, 집에서 넷플릭스로 영화를 보기 때문이다. 이 글 처음에서 언급한 대로 과거에는 집 밖으로 나가서 물리적으로 어딘가를 가야 했지만, 이젠 집 안에서 손가락 몇 번 클릭해서 많은걸 할 수 있다. 더 많은 선택권을 가지면서, 먹고 싶은걸 집에서 시켜 먹을 수 있고, 해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제품까지 집에서 주문할 수 있고, 극장에 가지 않고도 훨씬 더 많은 영화를 더 저렴하게 집에서 볼 수 있다.

이런 대세는 배달과 쇼핑에만 국한되진 않는다. 실은 은행/뱅킹 또한 이런 트렌드를 타고 있는 대표적인 서비스다. 나도 요새 웬만하면 은행에 직접 안 가는데, 꼭 가야 할 때만 간다. 꼭 가야 할 때만 가면, 은행에 젊은 사람은 거의 없다. 직접 은행 안가도 모바일 또는 인터넷으로 필요한 대부분의 업무를 볼 수 있는데, 굳이 은행에 가서, 번호표 뽑고, 모르는 은행 직원과 말을 섞는 게 싫기도 하지만, 부담스럽기도 하다. 역시 엄청나게 많은 오프라인 은행지점들이 폐업하고 있다.

기존의 많은 오프라인 서비스가 점점 더 모바일화, 온디맨드화(=O2O화), 그리고 개인화되고 있고, 우리가 이런 트렌드를 미리 파악하고 이 분야에 투자를 한 건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이런 분야에 꽤 많이 투자하게 됐다. 대표적인 회사가 온디맨드 세탁 서비스 세탁특공대와 최근에 투자한 온디맨드 피트니스 서비스 홈핏이다. 세탁특공대는 우리가 한 3년 전에 첫 투자를 했고, 당시에 내가 느꼈던 건, 이젠 가족의 규모와 의미가 바뀌면서 많은 집에서 세탁기를 구매하지 않고, 세탁기가 집에 있어도 바쁘고 귀찮아서 오히려 이런 쉽고 간단한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서 세탁을 외주하는 변화였다. 여기에다가 젊은 세대는 집 밖의 세탁소에 가서 세탁물을 맡기는걸 귀찮아 하고, 요샌 동네 세탁소 사장님이 집에 와서 세탁물을 수거하지만, 다른 사람과 대면하고 말을 섞는 것 조차 이들은 싫어하기 때문에, 이런 비대면 모바일 서비스는 잘 될 거라고 생각했다.

홈핏은 온디맨드로 트레이너를 내가 있는 곳으로 – 주로 집 – 불러서, 헬스장에 안 가고 집에서 PT를 받을 수 있는 모바일 서비스다. 나도 운동을 즐기고, 일주일에 3~4번 아파트 헬스장에서 운동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헬스장에서 점점 더 여성분이나 젊은 분들이 안 보이기 시작했다. 나 같은 아저씨, 또는 나이 많은 시니어 분들이 주로 헬스장에 보이는데,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이런 사람들과 같은 장소에서 익숙하지 않은 기구로 운동하는 거 자체를 밀레니얼들은 선호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젊은 세대가 몸매에 관심이 없거나, 운동을 하지 않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러면, 이들은 분명히 집으로 헬스장을 옮기고싶어할텐데, 이에 대한 해답을 홈핏이 어느 정도 제공해준다고 생각했다.

이런 트렌드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바로 돈 보다 시간, 그리고 편리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밀레니얼들의 사고방식이다. 이렇게 집에서 뭔가를 하고, 누군가를 부르는 건, 내가 직접 가는 것 보다 조금 더 비싸긴 하지만, 그렇게 해서 내가 더 편하고, 시간을 조금 아낄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는 게 요새 젊은 친구들의 생활방식인 거 같다. 앞으로 많은 오프라인 비즈니스가 이런 트렌드를 타면서, 파괴되고 변화할 거라고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 = 크라우드픽>

책 읽는 한 해

내 가족이나 친구들은 잘 알 텐데, 나는 신년 계획이나 결심같은걸 아주 오래전부터 아예 세우지 않고 있다. 한 해, 두 해라는 시간은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자연의 순리대로 그냥 흘러가는데, 사람들은 여기에 너무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본인의 계획에 시간을 맞춰야 하는데, 이렇게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시간에 본인의 계획을 억지로 맞춘다는 게 큰 의미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차피 1년 동안 뭔가를 완성하기에는 인생은 너무 어렵고 복잡하기 때문에 그냥 나는 신년 계획을 아예 안 세우고, 항상 하던 것을, 항상 하던대로 하는 편이다.

그래도 새 해가 되면, “올 해에는 이걸 조금 더 잘 해야지.”라는 생각을 하는 게 두 가지가 있는데 바로 운동이랑 독서다. 작년 초에도 이 생각을 했고, 실은 2019년에 운동이나 독서나 어느 정도 잘 실천하긴 했지만, 년초에 목표했던 독서량 50권에 많이 못 미친 39권으로 작년을 마감했다. 매주 1권을 읽으면, 대략 1년에 50권을 읽을 수 있는데, 작년에 나는 월평균 3.3권, 총 39권의 12,116 페이지를 읽었다. 이건 플라이북 앱의 2019년 내 독서량 페이지 화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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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내가 독서에 대해서 포스팅한 적이 있는데, 이 프로세스가 이젠 습관화가 됐다. 그때그때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우리 투자사 플라이북 앱에서 “읽고싶은책”으로 등록해놓고, 또 다른 우리 투자사 국민도서관에서 이 책들을 빌려 본 후에, 다시 책에 대한 서평과 내가 기록해놓고 싶은 내용을 플라이북에 남긴다. 한가지 바뀐 습관이 있다면, 과거에는 국민도서관에 없는 책이라면, 입고될 때까지 기다렸는데, 이젠 동네 도서관에도 가끔 가서 책을 빌리고 있다. 실은, 귀찮아서 물리적인 도서관에는 이젠 안 가야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직접 가서 책장에 차곡차곡 쌓인 책들을 보고, 책들을 냄새 맡고,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찾는 재미를 다시 발견하게 된 후로는, 오히려 시간을 내서 도서관을 찾아가고 있다. 글로 구체적으로 설명할 순 없지만, 종이책이 삶에 주는 재미가 상당히 쏠쏠하다.

작년에 읽은 39권의 책은 특정 장르나 작가와는 상관없이 그냥 잡식성으로 읽었다. 어느 순간 부터 비즈니스 관련 책들 보단, 소설이나 에세이와 같은 말랑말랑한 내용을 읽기 시작했는데, 오히려 여러 가지 면에서 나한테 도움이 된다는 경험을 해서 이젠 가능하면 5권 중 1권 만 비즈니스 관련 책을 읽고 나머지는 조금 더 다양한 내용의 책을 읽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측정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는 말이 있는데, 그래서 올 해도 나는 독서 목표량을 50권으로 설정했다. 한국이 망한다면, 인구절벽이 오기 훨씬 전에, 국민들이 책을 너무 안 읽어서 나라가 무식해져서 망할 거라는 말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나는 하는데, 이게 현실화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매일 들고 있다. 모두 책을 읽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배달의 민족

2019년 스타트업계의 가장 큰 뉴스는 아마 배달의 민족 엑싯이 아닐까 생각한다. 독일에 본사를 둔,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는 Delivery Hero가 4.7조 원에 배달의 민족을 인수했는데, 국내, 그리고 해외에서도 깜짝 놀랐던 빅딜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배달의 민족에 대해서 처음 들었던 건 아마도 2011년도였던 거 같다. 알토스의 한킴 선배님이 중국집 찌라시를 스캔해서, 이걸 모바일로 제공하는 앱이 있는데, 이름이 배달의 민족이라고 했을 때, 그냥 뭐 이름 정말 웃긴다고 하면서 막 웃었던 게 기억나는데, 이 회사가 10년 만에 엄청난 기업이 됐다. 참고로, 그땐 스트롱벤처스가 만들어지기 전이라서 우린 투자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이 딜에 대한 반응은 엇갈리는 거 같다. 국내 기업이 외국 기업에 넘어갔다는 점, 이젠 한국의 배달 시장이 외국인 소유가 됐다는 원망, 배달의 민족이 게르만 민족이 됐다는 말장난, 뭐, 이런 부분이 못 마땅 하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상당히 많은 거로 알고 있는데, 나는 굳이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배달의 민족은 한국 정부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국가 산업이 아니다. 철저하게 시장과 자본의 논리로 만들어졌고, 운영되는 기업이다. 자본의 싸움이고, 시장의 싸움이다. 이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 외국기업은 한국기업을 인수하면서 한국과 아시아에 진출한 것이고, 좋은 회사를 확실하게 인수하기 위해서 시장 가격을 지불한 것이다. 이게 비싸니, 말도 안 되는 기업가치니, 하는 건 다 부질없는 논쟁이다. 돈을 내는 사람이 지불의사가 있는 가격이 시장 가격이 되는 것이고, 누군가 딜리버리히어로보다 더 간절하게 배달의 민족을 원했다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했어야 할 것이다. 한국기업도 해외기업을 인수하면서 해외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고, 이미 이렇게 하고 있는 마당에 독일 회사가 한국 스타트업을 조 단위 가격에 인수한 게 뭐가 그렇게 이상한 건지 잘 모르겠다. 이미 말했듯이, 이건 자본의 싸움이고, 돈에는 국적이라는 게 없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배달의 민족의 초기 투자자인 본엔젤스와 알토스가 부럽다. 그리고 너무 축하한다. 실은, 알토스보단 우리랑 비슷한 단계에 투자하는 본엔젤스가 더 부럽고, 강석흔 대표님과 본엔젤스 팀원분들에게 respect를 표한다. 본엔젤스는 이번 엑싯으로 인해서 8년 전에 3억 원 투자한 게 1,000배가 됐다는 기사를 읽었는데, 우리 같은 초기 VC한테는 정말 꿈같은 수익률이다. 이 정도면, 투자 인생에서 평생 한 번 정도 칠만한 그런 만루홈런이다.

올 한 해도 한국 스타트업 커뮤니티에 이런 좋은 소식이 많이 생겼으면 하고, 우리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한다. 그리고 김봉진 대표님과 우아한 형제들 모두 축하한다. 아시아인 모두가 다 배달의 민족이 되길.

직원들의 스톡옵션

한 5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 스타트업에 취직하면, 연봉과 조건 협의할 때, 대부분의 직원은 스톡옵션보다는 현금을 선호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는 스톡옵션에 대한 개념이 정착되지 않았었고, 지금같이 성공한 스타트업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가능성이 매우 낮은 불확실한 휴짓조각 같은 스톡옵션을 받기보단, 고정된 가치지만 내 주머니 속으로 꼬박꼬박 들어올, 확실한 현금을 선호했다. 개인의 취향이겠지만, 연봉협상을 할 때, 오히려 현금 부분을 줄이고, 스톡옵션을 더 많이 받길 선호하는 내가 아는 미국 회사원들과는 대조되는 광경이었다.

그 후 5년이 지난 현재도 현금을 선호하는 성향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아직 미혼이거나 가족이 없는 젊은 분 중 현금보다는 스톡옵션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고 있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 잘되고 있는 스타트업이 많아졌고, 특히 유니콘이 더 많아지면서, 주변 지인들이 실제로 돈을 많이 번 사례를 보면서 이렇게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아무도 모르던 이커머스 회사, 또는 배달 앱을 만드는 회사에 친구들이 입사했을 때는 뭐 저런 회사에 취직했냐고 비웃었지만, 몇 년이 지난 후에 기업가치가 급격하게 상승하고, 입사 초기에 받은 스톡옵션의 가치가 어마어마하게 올라가서 큰돈을 버는 걸 직접 보게 되고, 이런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접하게 되면서, 스톡옵션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

실은, 창업자가 아니고 직원이라면, 스톡옵션은 이들에게는 스타트업의 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연봉을 많이 받으면 당연히 좋지만, 솔직히 세금을 낸 후에 실수령하는 현금은 그렇게 차이 나진 않는다. 그리고 이 연봉의 차이가 인생을 바꿀 수 있을 정도의 금액도 대부분 아니다. 그러면, 열심히 일해서 같이 회사의 가치를 키워나가고, 회사가 잘 되면 본인도 금전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스톡옵션은, 대기업에서는 제공되지 않는, 스타트업에서만 제공되는 굉장히 좋은 보상 기회가 될 수 있다. 물론,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실패하기 때문에, 스톡옵션은 대부분 휴짓조각이 된다는 점은 명심하자.

회사의 입장에서도 현금보단 스톡옵션을 직원들에게 주는 게 여러모로 좋다. 일단,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돈이 없다. 돈 없는 스타트업에서 현금은 워낙 소중하기 때문에 – 지분도 소중하지만, 현금은 회사를 돌아가게 만드는 피라서 – 가능하면 아껴야 한다. 스타트업 비용의 대부분은 인건비이기 때문에, 직원들의 연봉에 현금과 스톡옵션을 적절하게 섞으면 그만큼 회사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더 많은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또 다른 장점은, 직원들에게 어느 정도의 회사에 대한 애사심과 오너십을 심어줄 수 있는 게 스톡옵션이다. 내가 일하고 있는 회사의 지분을 내가 갖고 있다는 사실 자체도 상당히 자랑스럽고 모티베이션을 줄 수 있는데, 내가 열심히 일해서 회사가 잘 되면 그 지분의 가치 또한 올라가니, 이보다 더 좋은 인센티브는 없을 것이다.

그럼 스타트업에서 직원을 채용할 때, 스톡옵션을 얼마큼 주는 게 적당할까? 1%가 맞을까 아니면 10%가 맞을까? 우리 투자사 대표들이 나한테 요새 자주 물어보는 질문이기도 하다. 실은 정답은 없지만, 기본적으로 코파운더도 아니고, 임원급도 아니고, 그냥 일반 직원이지만 초기에 입사하는 분들한테는 최대 1~2%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하면 좋다. 새 직원이 입사하는데, 이 분 정도면 시장에서 받을 수 있는 연봉이 5,000만 원이라고 가정해보자. 이미 말 한대로, 현금이 항상 부족한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현금과 스톡옵션을 적절히 혼합하는 게 가장 좋다. 회사에서 제공할 수 있는 현금이 3,500만 원이라면, 부족한 1,500만 원을 스톡옵션으로 주면 좋다. 부족한 1,500만 원은 그러면 몇 퍼센트인가? 조금 객관적으로 계산을 해보려면, 스타트업의 현재 기업가치를 따져보는 게 좋다. 만약에 얼마 전에 기업가치 50억 원에 투자를 받았다면, 이 회사의 소위 말하는 공평한 시장가치(=Fair Market Valuation)는 50억 원이다. 50억 원의 0.3%가 1,500만 원이다.

그러면, 이 직원분한테는 현금 3,500만 원에 회사의 스톡옵션 0.3%를 제안하고, 이걸 기반으로 협상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여기서 항상 명심해야 할 것은, 이 ‘0.3%’라는 엄청 작아 보이는 퍼센트가 중요한 게 아니고, 이게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가 될지가 중요한 것이다. 또한, 이 가치는 훨씬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직원분은 명심해야 한다. 50억 원의 0.3%면 1,500만 원이지만, 본인이 정말 열심히 일해서, 회사의 기업가치가 높아지고, 만약에 1,000억 원에 엑싯을 해서 현금화를 한다면, (희석을 무시한)0.3%는 3억 원이 된다. 또한, 일을 잘하면, 중간마다 보너스로 스톡옵션을 계속 받을 기회도 있다.

가끔, “우리 사장 진짜 짜다. 스톡옵션 고작 1%밖에 안 주더라.” 류의 말을 듣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마다 나는 그 1%라는 숫자에 집착하지 말고, 그 1%의 시장가치에 관심을 더 가지라는 조언을 한다.

FAQ

search-1756278_640나는 전화 통화하는 걸 정말 싫어한다. 특히 남이 나한테 전화하는 게 정말 싫다. 그리고 나도 누구한테 전화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한다. 그런데, 문자나 이메일보다 전화하는 걸 가장 선호하는 상황이 딱 하나 있는데, 바로 뭔가를 사용하다가 잘 안 되거나 문제가 발생해서, 급하게 당장 도움이 필요할 때이다. 미국에서는 이렇게 전화를 하고 싶어도 못 하는데, 특정 서비스를 이용하다가 궁금한 게 있거나, 아니면 뭐가 잘 작동하지 않더라도, 전화를 걸어서 물어볼 수 있는 고객 응대용 전화번호가 아예 제공되지 않거나 찾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그냥 바로 전화를 거는 습관이 생겼다. 웬만한 서비스는 고객 응대 전화번호를 제공하고, 회사 웹사이트 하단에 보면 고객이 전화할 수 있는 번호가 항상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무리 전화통화하는게 싫어도, 내가 아쉽고 답답하고, 이메일이나 카톡으로 문의하면 답변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해서 그냥 전화를 걸어서 물어보곤 한다. 어떤 회사는 기계 ARS를 몇 단계 거쳐야 하지만, 그래도 미국에 비하면 비교적 쉽게 실제 사람과 연결이 돼서 불만을 토론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편하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이게 악몽이다. 한두 명이 사용하는 서비스면 상관없지만, 하루에 수천 명, 수 만 명이 사용하는 서비스라면, 수백 통의 전화가 걸려 올 수도 있고, 이로 인해서 발생하는 회사의 비용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리고 직접 당해보거나, 아니면 직접 해보셔서 아시겠지만, 이런 고객서비스 관련 통화는 서로에게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상당히 피곤해질 수도 있기 때문에, 고객서비스를 하는 인력의 이탈과 교체가 잦아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발생하는 비용 또한 무시할 수가 없다. 내가 아는 어떤 작은 스타트업은 대표이사부터 디자이너까지, 고객의 – 또는, 고객이 아닌 사람들 – 전화응대를 하는 데 업무시간의 절반을 쓰는데, 정말 힘들어한다.

그냥 CS 전화번호를 제공하지 말고, 미국 회사들처럼 이메일로만 문의하게 하거나, 아니면 굉장히 자세하고 잘 만들어진 FAQ(Frequently Asked Questions: 자주묻는질문)를 제공해보라고 하면, 항상 듣는 말이 있다. “대표님이 잘 몰라서 그러는데요, 한국 사람들은 성질이 급해서 전화번호 없으면 엄청 화내요.” , “한국 사람들은 이메일을 안 해요.” , 뭐 이런 말들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별로 근거 없는 말들이고, 회사에 오히려 해가 되는 고정관념인 거 같다. 한국 사람들만 급한 게 아니고, 화가 많이 나서 당장 뭔가 필요한 고객은 누구나 다 성질이 급하기 때문에 이건 한국뿐만이 아니라 미국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회사에 전화하라고 전화번호를 이들에게 제공해주면 회사 차원에서는 – 특히, 자원이 부족한 작은 스타트업 – 정말 많은 준비를 하고,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그리고 필요한 게 있을 때마다 전화를 걸어서 반대편에 있는 실제 사람과 통화를 해서 본인이 원하는 걸 즉각적으로 물어보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한번 익숙해지면, 이보다 더 불편한 카톡이나 이메일이나 FAQ를 통한 문제해결 방법을 대안으로 제안받으면 당연히 싫어하고 욕할 것이다.

미국 스타트업은 아주 잘 만든 FAQ를 제공해주고, 사용자들도 이 방법에 꽤 익숙해져 있는데, 정말 잘 만든 FAQ는 전화를 걸어서 누구랑 통화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걸 나는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워낙 많은 서비스가 존재하지만, 내가 최근에 FAQ를 가장 잘 사용했던 제품/서비스는 미국의 Coinbase이다. 돈과 암호화폐 관련 서비스라서 실은 문제도 많이 발생하고, 궁금한 점도 정말 많지만, 코인베이스는 그동안 쌓인 노하우와 고객의 질문을 잘 취합해서 상당히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FAQ를 통해서 내가 원하는 해결책을 즉각 즉각 구할 수 있었다. FAQ에 내가 원하는 답이 없으면 support 이메일을 통해서 문의하면, 주로 48시간 내로 답이 온다. 한국 사람은 급해서 48시간 못 기다린다고 많은 대표들이 나한테 말을 하지만, 정말로 급하다면, 48시간 정도는 기다릴 수 있다. 이건 고객을 우리가 어떻게 처음부터 훈련하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제 서비스를 시작하는 스타트업이라면, 처음부터 고객이 회사에 직접 전화할 수 있는 채널 자체를 원천 봉쇄하고, 대신에 아주 포괄적이고 잘 정리된 FAQ를 제공하라고 나는 조언한다. 카톡을 통한 문의도 가급적이면 업무에 방해가 되니까 초반에는 아예 제공하지 않는 게 좋다. FAQ와 고객지원 이메일 정도만 제공하는 게 가장 좋다. 이미 070 번호나 1688 번호를 통해서 고객이 회사와 직접 통화할 방법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라면, 서서히 또는 즉각 이 번호를 없애고 FAQ를 잘 만들어서 제공하라는 조언을 하고 싶다. 처음에는 고객 불만이 발생하겠지만, 금방 잊히고 고객들도 익숙해진다. 실제로 우리 투자사 중 이렇게 아예 고객 응대 전화번호를 없앤 회사들이 있는데, 회사의 실적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실은, 더 좋아진다. 대신, FAQ를 제공하기로 결정했으면, 정말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허접한 FAQ를 제공할 바에는 그냥 전화번호를 제공해서 몸으로 때우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하다.

물론, 나중에 회사가 엄청나게 커지면 별도의 CS 조직을 내부 또는 외부에 두면 된다.

<이미지 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