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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점

요새 내가 읽고 있는 건, TBWA의 광고인 박웅현 씨의 “여덟 단어”라는 책이다. 쉽게 읽히는 책인데, 그 내용은 상당히 맘에 든다. 인생을 사는 데 있어서 박웅현 씨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덟 단어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 여덟 단어는 자존, 본질, 고전, 견, 현재, 권위, 소통, 인생이다. 책을 요약하자면, 어차피 인생에는 정답이 없으니까, 내가 내 인생을 잘 사면 되는 것이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내 인생의 기준점을 밖에 찍고 그걸 따라가지 말고, 기준점을 내 안에 찍고 나만의 의미 있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 뭐 이런 이야기다.

이 여덟 단어 중 첫 번째 단어인 ‘자존’이라는 말을 나는 참 좋아한다. 요새 와서 자존감이라는 말이 꽤 중요해진 거 같다. 과거에는 이 말 자체가 별로 사용되지 않았는데, 요샌 미디어나 여러 강연이나 일상생활에서 자존감이라는 말을 강조하는 걸 자주 들을 수 있는데, 이게 생각해보면 그렇게 좋은 것만은 아닌 거 같다. 그만큼 현대인들이 자존감 없이 살고 있다는 의미인 거 같고, 현대인 대부분 스스로 자존감을 찾거나 회복할 수 없으니, 또 여기서 비즈니스 기회가 생기면서, 다양한 책, 강연, 자존감 학습 도구 등이 시장에 출시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건, 이렇게 많은 한국인이 자존감이 부족한 채로 세상을 살고 있는데, 오히려 내가 같이 일하는 창업가는 모두 하나같이 자존감이 넘쳐흐르는 분들이라는 점이다. 물론, 사업이 잘될 때 보단 안 될 때가 더 많고, 이에 따라서 자존감 또한 요동치긴 하지만, 남들이 다 가는 길을 선택하지 않고, 밖에 있는 기준점을 따라가지도 않고, 오롯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내 기준점에 따라 삶을 사는 이분들을 보면, 자존감 없인 정말 힘든 일인 거 같다.

이 책에서 박웅현 씨가 미국 유학 갔을 때 교수님이 학생을 대하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한국 교수는 학생들한테 지식을 주입하면서 “네 안에 무엇을 넣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든다면, 미국 교수는 “네 안에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강조하면서 사람 안에 있는 고유의 무엇을 끌어내는 교육을 한다고 했는데, 나도 한국과 미국에서 받은 교육 경험을 기반으로 생각해보면, 맞는 거 같다.

남들이 찍어 놓은 바깥의 기준점에 자신을 맞추지 않고, 내가 가진 나만의 기준점에 세상을 맞추려고 노력하는 창업가들 모두 화이팅이다.

무시하고, 비웃고, 싸우기, 그리고 이기기

culture-1292900_640마하트마 간디는 의미 있는 삶을 살았고, 수많은 명언을 남겼는데, 이분의 삶과 투쟁을 가장 잘 요약한 말은 이 말인 거 같다:

“First they ignore you, then they laugh at you, then they fight you, then you win(처음엔 사람들이 당신을 무시할 것이고, 그다음엔 당신을 비웃을 것이고, 다음엔 당신과 싸울 것이고, 그러고 나서 당신은 이길 것이다)”

이 말의 뜻은 내가 설명하지 않아도 너무 잘 알 것인데, 창업을 생각하고 있거나,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창업가라면, 잘 기억하고 명심하면 좋을 거 같다. 왜냐하면, 현재 이분들의 현실을 간디의 이 말이 거의 100% 그대로 보여주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모르니까 아무도 신경 쓰지 않다가, 이걸 알게 되면 다들 잘 안 될 것이라고 비웃는다. 그런데 죽지 않고 잡초같이 잘 자라면, 그땐 너도나도 따라 하고, 돈 많으면 돈으로 누르려고 하고, 덩치가 크면 협박하고, 언론과 친하면 악성 루머를 퍼뜨리고,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싸우려고 한다. 여기서 무너지는 스타트업도 많지만, 잘 버티다가 결국엔 성공하는 회사와 창업가도 가끔 본다. 우리 투자사들도 모두 무시-비웃음-투쟁-승리, 이 4단계 중 어딘가에서 현재 고생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현상을 최근에 가장 잘 보여준 사례가 바로 식물성 단백질 제품이 아닐까 싶다.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가짜 고기’를 만드는 최근에 상장한 Beyond Meat와 아직은 비상장 회사지만 투자자들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Impossible Foods도 인제야 미디어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그 시작은 매우 소박하고, 주류 동물성 단백질 회사들로부터 무시와 비웃음을 당했다. 아마도 육류회사들은 이런 대체 단백질 회사들이 있다는 사실조차 처음에는 몰랐을 것이고, 참신하기 때문에 미디어에서 조명을 비추기 시작하면서 대중이 조금씩 알게 되자, “식물성 단백질”이라는 말 차제가 말이 안 된다고 무시했다. 2009년도에 LA에서 창업된 Beyond Meat는 2014년에 Beast Burger라는 정말 맛없는 식물성 햄버거 패티를 처음 출시하면서 앞으로 가축 도살을 완전히 종료시키겠다고 선언했는데, 미국축산협회 임원들은 미친 소리라면서 욕하고 비웃었던 게 생각난다.

하지만, 작고, 빠르고, lean 한 스타트업의 특성을 살려서 Beyond Meat는 계속 빠르게 실패하고, 테스트하고, 실행하면서,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실제 고기와 맛이 꽤 근접한 가짜 고기를 만드는 데 점점 성공에 가까워지고 있고, 그 힘든 여정에 Impossible Foods가 조인하면서, 계속 이 산업을 키우기 시작했다. 실리콘밸리가 움직이고, David Chang과 같은 유명한 쉐프도 움직이기 시작하자, 축산협회는 그제야 이게 생각보다 심각한 위협이 될 거라는 걸 감지했다. 처음에는 무시하고, 비웃었지만, 이제는 방해하고 싸우기 시작했다. 2019년도에 미국 30개 주의 공무원들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태어나고, 사육되고, 도살되지 않은 고기로부터 나오지 않은 단백질에 “고기, 버거, 소세지, 터키 또는 핫도그”라는 명칭을 붙이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물론, 축산협회의 엄청난 로비가 있었을 것이다. 이 30개 주 중 7개 주는 이미 이 법안을 통과시켰고, 미주리에서는 식물성 단백질 제품에 “고기”라는 말을 사용하면, 벌금 100만 원 이상과 최대 1년 징역까지 살 수 있다.

이 싸움에서 과연 식물성 단백질 회사들이 이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축산협회는 너무나 경제적, 정치적으로 힘이 센 조직이라서 수백 년 동안 본인들한테 말 그대로 캐시카우(=cash cow) 역할을 해 준 동물성 단백질 비즈니스가 타격받는 걸 가만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또 재미있는 사실은 미국 최대 육류가공업체 Tyson Foods나 Smithfields Foods와 같은 회사는 양다리를 걸치면서, 오히려 본인들도 식물성 단백질 제품을 출시해서 조심스럽게 마케팅하고 판매를 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은, 식물성 단백질 산업뿐만 아니라, 그 어떤 산업이라도 기존에 없던 새로운 무엇인가가 등장을 하면, 기존 플레이어들과 항상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갈등이 생긴다. 당장 한국에서도 택시연합회와 타다가 이런 “무시, 비웃음, 싸움” 과정을 반복하고 있지 않은가. 다윗과 골리앗이 싸우면, 실은 성경에서나 다윗이 이기지, 현실에서는 골리앗이 항상 이긴다. 하지만, 가끔, 아주 가끔, 아주 끈질기고 강인한 다윗이 등장해서 골리앗을 이기는 경우도 우린 경험한다. 지금은 무시당하고, 비웃음당하지만, 계속 버티면서 내 갈 길을 가다 보면, 어쩌면 이길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글로벌 유니콘 지도

unicorn-market-map-08.27.2019Cowboy Ventures의 Aileen Lee가 ‘유니콘’이라는 말을 만들고 사용하기 시작한 지 벌써 6년이 지났다. 지금은 스타트업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이라면 유니콘이라는 말을 모르는 게 더 이상하지만, 2013년 11월 2일 TechCrunch에서 처음으로 유니콘이라는 말 – horse가 아니라 word – 이 등장했을때는 정말 신박했다. 당시 유니콘의 정의는 “2003년 이후 창업된 미국 소재 소프트웨어 회사 중 기업가치가 $1B 이상인 비상장/상장 기업” 이었고, 39개 밖에 없었다. 실은, 그땐 39개라는 숫자도 엄청 많다고 느꼈다. 시간이 지나면서 유니콘의 정의가 조금 바뀌었는데, 2019년 유니콘 기업의 정의는 “기업가치가 $1B 이상인 비상장 기업” 이고, CB Insights에 의하면 전 세계에 393개나 있다.

얼마 전에 CB Insights에서 전 세계 모든 유니콘이 그려진 지도를 봤는데, 재미있다고 생각해서 여기서 공유한다. 393개 유니콘의 전체 기업가치 총합은 $1,218B이고, 이 중 미국이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중국이 143개로 2위다. 미국과 중국이 전 세계 유니콘의 86%를 차지하고 있고, 한국은 9개로 6위다. 이렇게 작은 나라에 공식 유니콘이 9개 – 밸류에이션 순으로 쿠팡, 크래프톤, 옐로모바일, 우아한형제들(배달의 민족), 비바리퍼블리카(토스), L&P 코스메틱스(메디힐), 위메프, GP 클럽, 야놀자 – 라는 건, 실은 상당히 높은 숫자라고 생각한다.

이 지도를 큰 그림으로 보면,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1/ 유니콘 지도에서 가장 큰 분야는 핀테크(전체 유니콘의 12%). 그다음은 이커머스, 인터넷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그리고 AI인데, 모두 각각 11%씩 차지.
2/ 핀테크 분야에서 가장 밸류에이션이 높은 스타트업은 $22.5B인 Stripe, 이커머스는 $11.2B인 Wish, 그리고 인터넷 서비스는 $10B인 중국의 부동산 플랫폼 베이커 자오팡.
3/ 가장 기업가치가 높은 유니콘 넘버 1 기업은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고, 최근에 탤런트 이승기씨가 “숏확행”으로 광고하고 있는 틱톡을 소유하고 있는 중국의 Bytedance. 나도 잘 몰랐는데, 바이트댄스를 CB Insights에서는 AI 회사로 분류하고 있음. 2018년 11월 소프트뱅크가 투자할 때 기업가치는 무려 $75B. 2위 또한 중국 회사인데, 중국의 우버 디디추싱이 $56B. 3위가 $50B인 전자담배 업체 쥴. 이제 곧 IPO 해서 유니콘 리스트에서는 사라질 $47B의 위워크가 4위이고, 에어비앤비가 $29B으로 5위.
4/ 유니콘 1위(바이트댄스)와 2위(디디추싱) 기업이 모두 중국 스타트업.
5/ 전체 유니콘의 5%가 기업가치 $10B이 넘는 데카콘. 쿠팡은 유니콘 리스트에서 22위인데, 밸류에이션이 $9B이라서 아직은 이 5% 안에 들어가지 못함.
6/ 전체 유니콘 중 31%가 턱걸이 유니콘(기업가치가 정확히 $1B)

앞으로 5년 후에 CB Insights 유니콘 리스트에는 과연 몇 개의 유니콘 기업이 있을지, 그리고 또 어떤 재미있는 이름과 회사가 등장할지 무지하게 기대된다. 특히, 한국에는 유니콘이 몇 개가 있을지.

<이미지 출처 = CB Insights>

K-Entrepreneurs

1566547639303우리가 처음으로 투자하는 회사 대부분은 꼬꼬마 스타트업이다. 법인도 없는 회사, 이제 막 시작한 회사, 그리고 이제 막 고객과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한 회사들이 우리가 투자한 회사의 70%를 차지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잘 안 되는 회사가 확률적으로 더 많지만, 죽을 고비를 몇 번 넘기면서 상당히 아름다운 성장 곡선을 그리는 회사도 가끔 생기고, 이 곡선을 계속 유지하면서 더 큰 비즈니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금액보다 더 큰 투자를 받아야 한다. 우리보다 더 큰 후속 투자를 하는 좋은 VC가 한국에도 많이 있고, 나도 우리 투자사들을 자주 소개하는데, 영어를 잘하는 대표님, 또는 한국보다 외국 VC들이 잘 이해하고 좋아하는 성격의 비즈니스라면 – 예를 들면, B2B SaaS 또는 매출보단 다른 지표의 성장을 추구하는 회사들 – 미국이나 일본 VC와 연결을 자주 시도해본다. 실은 VC 투자라는 게 돈이 들어가기 전에 투자자와 창업가의 인간적인 관계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자주 보고 자주 이야기해야지 이 관계가 만들어진다. 그래서인지 투자자가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외국에 있으면, 그만큼 투자 받는 게 어렵다. 그래도 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 투자사와 함께 외국에 같이 가거나, 아니면 외국 VC를 한국으로 초대해서 미팅 자리를 알선한다.

2주 전에 미국과 아시아에서 투자를 크게 하는 일본계 VC를 한국에 초대했다. 나랑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친한 사이고, 한국 시장을 잘 이해하고 있는 투자자라서 우리 투자사의 시리즈 A/B 후속 투자를 위해서 가끔 연결해주곤 했는데, 이번에는 아예 2박 3일 동안 한국으로 불러서, 우리 사무실이 있는 구글캠퍼스 미팅룸을 사흘 내내 잡아주고, 우리 투자사들과 미팅을 주선했다. 영어를 잘하는 대표들은 알아서 잘했지만, 영어를 못하는 경우 내가 같이 참석해서 중간 중간에 통역도 해주면서 좋은 이야기를 같이 많이 했다.

일본으로 다시 돌아가기 전에 나랑 잠시 이야기를 했는데, 한국 창업가들이 너무 “inspiring” , “focused” , “smart” , “energetic” , “fearless” 하다는 말을 여러 번 하면서, 일본 창업가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뛰어나다는 걸 강조했다. 3일 내내 같이 이동하고 미팅하면서 들었던 일본과 한국의 차이점에 대한 요점은:

1/ 일본 창업가는 경쟁을 싫어하고, 누군가 먼저 특정 분야에서 사업을 시작했으면, 그 분야에서 창업을 잘 안 한다. 실은, 이게 내가 들었던 말 중 가장 충격적이었다. 한국과는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한국은 어떤 게 잘 된다 싶으면, 3개월 내로 비슷한 사업을 하는 카피캣들이 5개~10개는 나오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 친구들은 이미 한국에 전동스쿠터 스타트업이 5개 이상 된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일본의 경우, 대형통신사 KDDI가 유니콘 스쿠터 회사 Lime에 투자했고, KDDI가 직접 Lime을 일본에서 론치 한다고 발표했다고 한다. 한국 같으면, 이 소식을 들으면, “대기업이 전동스쿠터 사업을 시작한다는 건 시장이 있다는 의미고, 대기업은 빨리 못 움직이니까, 내가 똑같은 사업을 시작해서 더 빨리 성장해야지”라는 생각을 갖고 너도나도 이 분야에서 창업할 것이다. 일본의 경우, “대기업이 하니까 잘하겠지. 나는 빠지자”라는 식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2/ 일본 시장도 현재 돈이 넘쳐흐른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창업가들이 투자를 많이 받아서,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기도 전에, 그리고 product market fit을 찾기도 전에 돈을 흥청망청 쓴다고 한다. 제품도 제대로 안 만든 상태에서 TV 광고와 같은 말도 안 되는 마케팅에 돈을 많이 쓴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투자사들 만나서 더욱더 놀란 것 같다. 정말 적은 돈으로 정말 오래 버티고, 그러면서 product market fit을 찾는 모습이 너무 인상 깊다고 했다.

3/ 한국 창업가들이 전반적으로 focus가 좋다고 한다. 많은 일본 창업가들이 자기들이 만드는 제품이나 시장에 대해서 잘 모르고, 도대체 뭘 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는 인상을 자주 받는데, 이번에 만난 한국의 창업가는 모두 다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너무나 전문가이고 집중도가 높다고 한다.

4/ 나는 우리 대표들이 영어를 너무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일본 VC들은 일본 창업가에 비하면 한국 창업가는 영어를 너무너무 잘한다고 칭찬까지 한다.

5/ 어쩌다가 Y Combinator 이야기가 나왔는데, 한국에서 YC 들어간 회사가 4개인데 (미미박스, 센드버드, 숨고, 미소) 아마도 일본에서는 YC에 지원한 회사가 하나도 없을 거라고 한다. 이 숫자는 한국에서 직접 YC 지원하는 스타트업 숫자지만, 미국에서 지원하는 한국계 창업가까지 합치면 훨씬 더 클 것이다. 그만큼 일본 스타트업은 글로벌 시장에 관심이 없다는 의미인 거 같다.

6/ 이 친구들은 쿠팡을 상당히 부러워 하는 거 같았다. 손정의 회장은 일본 회사에는 절대로 투자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까지 하면서. 그만큼 한국 회사들이 더 quality가 높다고 한다.

7/ 아베 정권도 2023년도까지 20개의 유니콘을 일본에서 만들겠다고 발표한 기사에 대해서는, 일본 VC들은 오히려 “절대로 말도 안 된다”라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종합적으로 들으면서, 한국 시장과 한국 창업가의 수준과 가능성에 대한 내 믿음이 더 확고해졌다. 중국이나 미국, 그리고 일본조차도 한국보다 훨씬 큰 시장이지만, 우리도 나름 아주 탄탄하고 자랑스러운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고 있고, 오히려 옆 나라 일본의 VC들이 한국 스타트업을 더 높게 평가한다는 사실에 투자자나 창업가 모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 = 크라우드픽>

dapp Campus

우리는 2013년도에 국내 최초의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에 투자하면서, 한국에서는 남들보다 훨씬 빨리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시장에 눈을 떴다. 그동안 이 분야에는 정말 많은 up and down이 있었고, up 시장에는 스마트폰이 없는 할머니, 할아버지도 코인 구매에 관심을 보였고, down 시장에는 스스로 “Crypto Architect”라고 부르던 투자자들마저도 등을 돌리는 일들이 반복됐다. 나도 실은 이 시장에 대한 단기적인 믿음이 왔다 갔다 하긴 했지만, 장기적인 관심과 믿음은 한 번도 변함없이 계속 높았고, 꾸준히 이 시장을 보고, 계속 이 시장에서 뭔가 하려고 하는 팀을 꾸준히 만났다.

2018년은 크립토 시장의 맹신과 불신이 교체하면서, 불신이 더 커졌던 거 같고, 2019년 와서도 이 트렌드는 계속 지속되고 있는 거 같다. 나는 이 시점이 크립토/블록체인에 투자하기 가장 좋은 시기라고 생각한다. ICO로 단기적인 한탕을 바라는 사람들은 시장을 떠났고, 장기적으로 이 시장을 믿는 창업가들만 남았고, 회사의 밸류에이션도 이제 어느 정도 적당한 수준으로 수렴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우리는 블록체인 기반 자산으로 재미있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겜퍼라는 회사에 투자했다.

투자하기 전에 한 8개월 정도 만나면서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는데, 이 팀은 이보다 훨씬 전부터 크립토 분야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그동안 얻은 지식을 활용하여 이더리움/하이퍼레저 유튜브 채널 dapp Campus를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다. 무료이며, 누구나 다 구독할 수 있다. 내가 개발자는 아니라서, 자세히 이해하진 못하지만, 교과서에서 얻은 지식이 아니라 겜퍼팀에서 직접 현장에서 뛰면서 제품 만든 노하우를 담았기 때문에 상당히 실용적이라는 피드백을 많이 받고 있다. 흔히 말하는 “탈중앙” , “분산원장” , “위조불능” 등의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실습까지 보여주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고, 블록체인을 좋아하는 분들과 오픈소스 정신으로 이 커뮤니티를 함께 발전 시켜 나가면 좋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