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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만이 유일한 상수

나는 요새 변화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하는 편이다. 이 분야에 있으면 워낙 많은 것들이, 생각보다 빨리 변하기 때문에 변화와는 매우 익숙해져야 하는데, 인간의 본성이 변화를 싫어해서 그런지 나도 계속 자신을 훈련시켜야지만 이걸 더 잘 받아들이고 익숙해지는 것 같다. 얼마 전에 외국에 사는 후배가 한국에 잠깐 나왔는데, 한국 부모의 자식에 대한 높은 학구열과 극성에 관해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나는 애를 안 키워서 잘 모르는데, 부모들의 극성이 예전보다 더 심해졌고, 애들을 남들보다 더 좋은 학교에 보내고 싶은 열정과 욕심은 더 높아졌다고 한다. 이런 현상이 좋은지 나쁜지에 대해서는 내가 이야기할 자격도 없고 필요도 없지만, 세상이 생각보다 빨리 바뀌고 있고, 이에 맞춰서 우리의 관점 또한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이분들한테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너무 남들만 의식하지 말고, 내 주위가 어떻게 바뀌고, 다른 나라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에도 귀랑 눈을 한 번 정도 기울여 달라고 말해주고 싶다.

얼마 전에 Morning Brew에서 e스포츠 산업에 대해 짧지만, 강렬했던 기사를 읽었다. 이렇게 세상이 빨리 변하고 있다는 걸 나한테 스스로 다시 한번 상기시킬 수 있었던 좋은 계기이기도 했다. 7월 26일, 역사상 최초의 Fortnite World Cup이 뉴욕의 Arthur Ashe 경기장에서 열렸다. 참고로 아서 애시 경기장은 4대 메이저 테니스 대회 중 하나인 US Open이 열리는 테니스장인데, 약 23,000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경기장이다. e스포츠라고 하면 애들이 헤드폰 끼고 큰 모니터 앞에서 게임을 하는,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시간 낭비하는 사회악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아직은 훨씬 더 많다. 특히 한국에서는. 그런데 포트나이트 월드컵을 직접 관람할 수 있는 표 23,000개가 (표 값은 $50 ~ $150) 판매 시작하자마자 완판됐고, 30대 테니스 선수 두 명이 땀 흘리면서 열심히 테니스공을 쫓아다니는 걸 보는 대신, 100명의 10대들이 땀 흘리면서 열심히 키보드 두드리는 걸 관람하기 위해서 전 세계에서 표를 구매한 것이다.

포트나이트 숫자와 상금도 어마어마하다. 온라인 예선경기 참가자가 무려 4,000만 명, 그리고 예선을 통과한 각 ‘선수’에게는 6,000만 원의 기본 상금이 주어졌다. 총상금 370억 원 중 솔로와 듀오 시합 우승 상금은 각 37억 원이었다. 참고로 타이거 우즈가 최근에 마스터스 골프 대회 우승했을 때 상금은 24억 원이었다.

나도 e스포츠 분야를 관심 갖고 보고 있고, 많진 않지만, 투자도 했지만, 이 숫자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런 이야기를 주변에 하면, 나같이 예상치 못했고 놀랍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래봤자 게임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는 분들도 아직 많다. 참석자 수와 상금을 보고도 애들 장난이라고 하는 분들한테는 도대체 그럼 뭐가 심각한 비즈니스인지를 오히려 되물어보고 싶긴 했다. 아직 이분들한테는 쿠팡이나 크래프톤(블루홀)도 어린 친구들이 장난같이 운영하는 제대로 된 비즈니스가 아니고, 삼성과 현대자동차만 제대로 된 사업이고, 이런 회사에만 자식들이 취직했으면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시 이야기의 본론으로 돌아가 보면, 우리나라도 이젠 남의 시선을 그만 신경 쓰고, 세상의 변화에 발맞춰서 변화할 때가 된 거 같다. 하나뿐인 자식을 열심히 공부시켜서 좋은 대학에 진학 시키는 거 좋긴 하다. 그런데 이렇게 세상이 돌아가고 변하는 걸 보면, 과연 초/중/고 12년을 모두 대학진학에 투자하고, 대학교를 가는 게 앞으로도 계속 예전같이 중요할지, 그리고 경제적으로 봤을 때 제일 나은 선택일지, 의문이 든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현존하는 너무나 많은 직업이 없어질 텐데, 많은 부모의 생각과 시선이 아직도 20년 전의 과거에서 못 벗어나고 있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

참고로, 얼마 전에 내가 미국 부모한테 듣기로는, 미국 애들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가장 받고 싶어 하는 게 포트나이트 게임 팩과 게임을 더 잘 할 수 있게 받을 수 있는 과외라고 한다. 이 부모 모두 아이비리그 나온 변호사랑 회사 임원인데, 요새 딸이 열심히 포트나이트 온/오프라인으로 과외를 받고 있고, 그걸 너무 좋아하는 걸 옆에서 보면 본인들도 즐겁다고 하면서, “Well, the world is changing. Much faster than we think and we want it to.”라는 말을 했다.

변화만이 유일한 상수이다. 정말로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빠르게 변하고 있고, 여기 발맞추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Life gets Beta

스타트업 바이블은 2010년 8월 출시됐고, 2년 뒤인 2012년 7월에 스타트업 바이블 2 판매가 시작됐다. 실은 둘 다 졸작이긴 하지만, 내용 면으로 봤을 때는 2권이 1권보단 완성도가 높은데, 당시에 기존의 출판사를 건너뛰고 직접 e북과 POD로만 출판해서 판매하려는 야심 차지만 어리석은 전략 때문에 많은 분이 스타트업바이블 2권이 있다는 것 조차 모른다. 오늘 어쩌다가 2권을 다시 읽었는데, 역시 내용은 아주 쉽고 재미있어서 술술 읽혔다.

특히 [끝마치면서] 부분을 읽으면서, 마음에 뭔가 짠 와 닿는 부분들이 많아서, 여기서 그냥 그대로 공유해본다(지난 주에 타파스미디어 김창원 대표가 했던 이야기들이 생각나서 더욱더 짠했다).

“앞으로 최소 6개월 또는 12개월 동안 단 한 푼의 월급도 못 받으면서 일주일에 100시간 이상 일해야 하는 데 자신있나?”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물론 모두가 다 창업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원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이 책을 샀다면, 그리고 소중한 시간을 들여서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분명히 여러분에게는 삶의 주인이 되거나 꿈을 추구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배우 모건 프리먼은 “진심으로 좋아하는 걸 직업으로 삼으면, 평생 단 하루도 일이 노동 같이 느껴지지 않을 겁니다.”고 어떤 시상식에서 말했다. 감동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주었다.

아직도 아내는 남편을 불안한 눈빛으로 보면서 (속으로) 걱정한다. 한국에 계신 우리 부모님과 장인·장모님 또한 안타깝게 생각하고 계시리라.

왜 좋은 학교에서 MBA 과정을 마친 후 고액 연봉 주는 선망의 대기업에서 때깔 나게 직장 생활을 하지 않을까? 왜 사서 고생해? 뭐 분명히 이런 질문을 속으로 하고 계실 거로 생각한다.

그걸 다 알고, 항상 미안하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오늘도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

나는 한 번 사는 인생을 최대한 가치 있게 살아보려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한다. 나는 창업가 정신과 벤처 정신이 인생을 가치 있게 만든다고 믿는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스타벅스 모두 스타트업으로 시작했다. 이들은 이미 수십 년 전에 인류의 삶에 대한 비전을 그렸고, 열심히 노력해서 그 비전을 현실화했다. 이게 바로 벤처 정신의 힘이다.

벤처 정신은 단순하게 인터넷 회사를 창업해서 돈을 번다는 좁은 의미가 아니다. 우리의 인생을 살아가는 자세다.

링크드인의 공동 창업자 리드 호프먼은 창업자가 된다는 게 단순히 사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했다. 창업자는 남이 안 된다고 하는 곳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남이 도망갈 때 위험을 감수한다. 이런 삶의 방식은 모든 사람이 인생을 가치 있게 살려면 필요한 자세라고 한다.

즉, 창업가 정신은 바로 인생 성공의 열쇠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취직하면 우리는 남과 똑같은 길을 간다. 우리는 직장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조직원이 된다. 자기계발이나 발전이라는 엔진은 서서히 죽는다.

하지만 하루하루는 우리에게 스스로 발전할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우리는 지속해서 자신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마치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에서 베타 제품을 지속해서 수정·보완하는 것과도 같다.

우리는 이런 정신을 ‘영원한 베타(permanent beta)’라고 한다.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통해서 풍요로운 인생을 살려는 정신이며, 이는 바로 모든 창업자가 가져야 할 기본자세다.

창업하면 좋지만, 그렇지 않아도 상관없다. 어차피 창업이 모두를 위한 건 아니다. 하지만 이를 떠나서 독자 여러분도 영원한 베타의 삶을 살면서 끊임없이 도전하길 바란다. 그래서 인생의 진정한 행복과 자유를 찾길 기원한다.

Because life should only get beta.

미친 성장과 미친 펀딩만이 답인가?

sun-581299_640프랑스 요리 중 푸와그라(Foie Gras)라는게 있다. 불어로 ‘살찐 간’이라는 뜻인데, 거위의 간을 페이스트 형식으로 만든 요리다. 이걸 만들기 위해서 거위를 못 움직이게 고정한 후 강제로 사료를 하루에 여러 번 먹여서 사육하는데, 이렇게 하면 간이 커진다고 한다. 얼마 전에 CB Insights에서 발표한 내용 중 ‘The Foie Gras’ing Of Startups‘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여기서 말하는 살찐 간 스타트업은, 짧은 기간 안에 펀딩을 너무 많이 받아서 덩치가(=밸류에이션) 비대해지는 회사인데, 투자를 많이 받아서 ‘살찐’ 회사의 밸류에이션은 하늘을 치솟지만, 정말로 이 회사의 가치가 그렇게 높은지 비교·분석해봤다.

2013년부터 1,000억 원 이상의 엑싯(IPO와 M&A 포함)을 한 스타트업 500개 이상을 분석했고, 전체 투자받은 금액이 1,000억 원 이하인 회사(=적게 투자받은 회사)와 1,000억 원 이상인 회사(=많이 투자받은 회사)로 구분한 후, 이들이 인수됐을 때의 기업가치 또는 IPO 기업가치를 비교했고, 그 이후의 단기/장기 기업가치의 변화도 비교해봤다. 모두 미국 기업이었고, 다음과 같은 시사점이 있었다:
1/ IPO 이후에는, 많이 투자받은 회사가 적게 투자받은 회사보다 실적이 현저하게 떨어짐.
2/ 가장 많이 투자받은 회사들이 장기적으로는 가장 적게 성장함.
3/ 1,000억 원 이하로 투자받은 많은 회사가 가장 좋은 엑싯을 함.
4/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와 같은 메가 펀드로부터 큰 투자를 받은 회사들의 엑싯 자체는 가장 컸지만,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계속 줄어들고 있음.
5/ 페이스북과 같은 회사는 예외 – 투자도 많이 받고, 엑싯도 컸고, 수익도 큼. 그런데 페이스북과 같은 아웃라이어들이 미디어를 도배하기 때문에 많이 투자받고 엑싯하는게 무조건 좋다는 인식이 생김.

한 회사가 투자금을 주주가치와 주주 이익으로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환산할 수 있는지를 측정할 수 있는 좋은 지표는 그 회사의 엑싯 기업가치 대비 총 투자받은 금액이다. 투자를 적게 받은 회사가 엑싯을 크게 하면, 이 지표는 높고, 투자를 많이 받은 회사의 엑싯이 상대적으로 작으면, 이 지표는 낮다. 즉, 요새 미디어에서 매일 흔하게 읽을 수 있는 1,0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받은 회사들의 끝이 항상 해피엔딩은 아닐 거라는 말이다. 기업가치 수조 원에 수 천억 원을 투자받은 회사도 IPO 하거나 인수되어야 하는데, 그때 기업가치가 낮거나, 그 이후에 장기적으로 기업가치가 낮아지면 이 회사의 ‘효율’은 상당히 낮다는 뜻이다.

투자를 많이 받은 대표적인 회사 – 가장 많은 펀딩을 받고, 가장 밸류에이션이 높은 – 11개 중 6개인 스냅, 그루폰, 드롭박스, 징가, 렌딩클럽과 그린스카이는 IPO 이후 기업가치는 오히려 하락했다. 이 중 기업가치가 올라간 회사인 트위터나 Zayo Group도 기업가치 성장이 2배 이하였고, 다큐사인은 IPO 이전이나 이후나 기업가치는 거의 같다.

그런데 투자를 적게 받은 회사의 가치 변동을 보면, 조금은 다른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투자를 적게 받은 회사 중, IPO 기업가치가 가장 높은 9개 스타트업 중 6개인 Veeva Systems, Palo Alto Networks, ServiceNow, Tableau Software, Splunk와 Ubiquiti Networks는 IPO 후 시총이 3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ServiceNow는 기업가치가 IPO 이후 1,900% 증가했다.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B2C 회사보단 B2B 회사들이 투자를 적게 받았지만, 장기적인 기업가치는 훨씬 더 높아지는 거 같다.

이 글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실리콘밸리의 메가 펀딩에 대한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 미친 펀딩과 미친 성장은 겉으로만 번드르르하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 특히, public market의 관점에서 – 봤을때 오히려 미친 펀딩과 미친 성장은 실패로 가는 공식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오히려 이 관점에서 봤을 때, 한국 스타트업은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더 적게 투자받고, 더 좋은 엑싯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증권거래위원회 대 Kik

2017년 5월부터 9월까지 Kik이라는 메신저 서비스는 Kin이라는 코인을 ICO를 통해서 판매했고, 미국과 해외 투자자로부터 약 1,200억 원 규모의 투자유치를 했다. 암호화폐에 대해서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면, 이 시기부터 암호화폐 시장이 미친 듯이 가열됐고, 수많은 사람과 회사가 합법적으로, 또는 불법적으로 ICO를 통해서 엄청난 투자를 받았다. 그런데 Kin 코인이 다른 ICO랑 조금 다른 점이 있었다면, ICO만을 위해서 갑자기 없는 법인과 재단을 만들고, 실체가 없는 프로젝트를 판매한 게 아니라, 거의 10년 동안 꽤 성공적인 메신저 제품을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던 스타트업이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메신저 플랫폼 생태계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Kin이라는 자체 코인을 발행했다는 점이다. 특히 Kik은 이미 USV랑 Spark Capital과 같은 좋은 VC로부터 1,5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이었다.

그런데 미증권거래위원회(SEC)가 올해 6월 Kik의 ICO가 불법이었고, 투자자를 기만했다면서, Kik을 상대로 증권법위반 소송을 냈다. 내가 얼마 전에 한 변호사가 이 고소장에 꽤 자세하게 본인의 생각과 코멘트를 달아 놓은 걸 읽어 볼 기회가 있었는데, 상당히 흥미로웠다. 혹시 관심 있는 분이라면, 여기서 전부 다 읽어볼 수 있다. 49장짜리 고소장이지만, 핵심 내용은 단순하다. Kin은 유틸리티 토큰이 아니라 시큐리티 토큰이며, 투자자를 모집할 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ICO는 불법이라는 내용이다. 일반적으로 미증권법에 따르면, 불특정 다수한테 투자를 받으려면, 회사의 상황과 앞으로 이 투자금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서 매우 투명하게 투자자한테 공유를 해야 하는데, Kik은 말도 안 되는 백서로 – 그것도, 대부분 지키지 못할 거짓말로 가득한 – 돈을 1,000억 원 이상 모집했으며, 심지어는 Kin 코인으로 투자자들은 돈을 엄청나게 벌 수 있을 것이라는 허황한 약속까지 했다는, 뭐 그런 내용이다. 그리고 애초부터 이 돈으로 Kin 생태계를 만들 생각이 없었고, 원래 하던 메신저 서비스의 사용자 수와 매출이 계속 하락하자, 최후의 발악으로 그냥 ICO를 해서 제대로 된 정보가 없는 투자자의 돈을 모집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 그동안 수집한 여러 가지 증거를 고소장에 나열했다. 마치 한 편의 하버드 MBA 케이스 스터디를 읽는 것과 같았다.

SEC한테 고소를 당하자, 가만히 있지 않고 이 소송에 법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Kik은 Defend Crypto 라는 사이트를 만들어서 암호화폐로 기부를 받기 시작했고, 현재 약 20억 원의 후원을 받았다. 뭐, 나는 이 사건의 당사자도 아니고, Kin을 구매하지도 않아서 정확한 건 잘 모르겠지만, 이 고소장을 읽어보면, Kin ICO는 사기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긴 한다. 하지만, 이렇게 따지면 어떤 ICO가 제대로 된 ICO일까 하는 생각 또한 해본다.

실은 Kik보다 더 큰 메신저 플랫폼이 ICO를 통해서 더 크게 펀드레이징을 한 사례도 있는데, 바로 텔레그램의 ICO다. Gram이라는 코인을 통해서 자그마치 2조 원이라는 투자금을 받았는데, Kik이랑 비슷하게 텔레그램도 정확히 이 돈으로 뭘 하고 있는지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 거 같다. 이번 사건의 결과에 더욱더 관심이 가는 이유는, 바로 Kin이 유틸리티가 아니라 증권형 토큰으로 판명이 나고, Kik이 재판에서 패한다면, 그동안 진행됐던 수많은 ICO에도 지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도 말도 안 되는 ICO가 너무나 많았는데, 이 결과가 한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좀 궁금하긴 하다.

버티는 여자들

*이 글에는 우리 투자사에 대한 홍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2년~2000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이다. 나이로 말하자면 19세~37세라서 어떻게 보면 10/20/30대를 모두 포함해서 너무 광범위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밀레니얼이라는 말이 주는 느낌은 아마도 20대와 30대 초반이라고 하는 게 더 맞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투자하는 창업가의 90% 이상이 이 밀레니얼 세대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나도 이 세대와 생각보다 많이 교류하는데, 한 세대를 싸잡아서 일반화하는 건 좀 멍청한 짓이긴 하지만, 밀레니얼들은 꽤 독특한 세대이긴 하다.

내가 최근에 가장 많이 느끼는 점은, 이분들은 – 특히 20대가 그런 거 같다 – 일단 뭐를 해도 무조건 편하고 재미있지 않으면 잘 안 한다는 것이다. 나는 뭔가를 구매하거나, 특정 액티비티를 하기 전에 다양한 각도에서 고민한 후에 의사결정을 하는데, 밀레니얼들도 이런 고민을 하겠지만, 이들의 의사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재미와 편리함인 것 같다. 아주 단편적인 사례지만, 월급 150만 원 받는 20대가 한 달 택시비를 50만 원 이상 쓴다는 건 우리 세대로써는 상상도 못 하지만, 그냥 편하니까 그렇게 한다고 한다. 그리고 2시간 이상 식당 앞에 줄 서는 이유가 맛있는 음식을 먹기보단, 사진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위해서라는 세대와 한 시대를 같이 산 다는 건 참으로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이 보면 밀레니얼은 정신 나간 세대이지만, 또 어떤 사람이 보면 굉장히 신선하고 재미있는,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세대이기도 하다. 어쨌든 우리는 밀레니얼 창업가들한테 주로 투자하고, 이들이 만드는 많은 제품 또한 밀레니얼을 위한 서비스이기 때문에, 이 시장의 트렌드에 항상 주목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내가 들어왔던 게 바로 이 신세대들은 더는 책도 안 보고, 공부도 안 하고, 뭔가 유용한 콘텐츠를 소비하지 않는다는 이야긴데, 실제로는 이들이 좋아하고 읽을만한 콘텐츠가 요새 별로 없고, 있더라도 이들한테 익숙한 포맷으로 포장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말이 나오는 거 같다.

특히 한국같이 남성 위주로 돌아가는 사회에서는 밀레니얼 여성을 위한 콘텐츠가 많이 없다는 점에 착안해서 우리는 ‘더핀치‘라는 밀레니얼 여성을 위한 온라인/모바일 콘텐츠 플랫폼에 투자했다. 아직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고, 훨씬 더 많은 콘텐츠가 필요한 서비스이지만, 나도 더핀치의 콘텐츠를 가끔 보면서 새로운 사실을 많이 배우고 있다. 가끔은 너무 과격한 내용도 올라오지만, 이 또한 나한테 새롭고, 이런 콘텐츠를 즐기는 새로운 세대가 있다는 사실도 나한테는 흥미롭다.

핀치에서 최근에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여성들을 위한 여러 가지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버티는 여자가 이긴다”라는 밀레니얼 여성 창업가 4명의 토크쇼가 7월 10일 구글캠퍼스에서 열린다. 창업 3개월 차부터 5년 차까지, 각기 다른 여성 창업가 네 명의 이야기를 한 자리에서 들어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이벤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 밀레니얼들의 또 다른 특징은 행동과 말에 거침이 없다는 점인데, 이 여성 창업가들의 기탄없는 한바탕 토크가 기대된다. 표는 여기서 구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