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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ijing 올림픽을 마치며

스포츠 팬임에도 불구하고 난 올림픽에는 큰 관심은 없다. 너무 재미없는 종목이 많아서 솔직히 좀 짜증나지만 그래도 한국이 메달 딸때는 비인기 종목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대부분 비인기 종목에서 선전하더라 ㅎㅎ) 기분은 참 좋더라. Anyways, 2008년 8월 8일부터 8월 24일까지 진행되었던 제29회 베이징 하계 올림픽이 몇 일전에 대막을 내렸다. 역대 그 어떤 올림픽 보다 많은 신기록이 세워졌고 (38개의 세계 신기록), Michael Phelps라는 23살의 젊은 미국 수영 선수는 금메달을 무려 8개나 따면서 그 누구도 이룩하지 못한 기록을 역사에 기리 남겼다.

베이징 올림픽은 중국이나 그동안 중국을 외부에서 바라보던 세상의 사람들한테 많은 시사점을 남긴 행사였다. 솔직히 같은 아시아인임에도 불구하고 나도 중국에 대해서는 아는게 많지 않으니 서양 사람들은 말할 필요도 없을거다. 올림픽 전에는 (그리고 아직도) 중국하면 짝퉁의 나라, 공산당 나라, 모택동 유니폼 뭐 이런 이미지를 떠올리는 서양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 중국이 보여준 금메달 행진과 완벽에 가까웠던 개막식과 폐막식은 이런 이미지들을 아마도 말끔하게 씻어버렸을거다. “이제부터는 중국이다”라는 말들을 누구나 하지만, 나 또한 이번 올림픽을 통해서 이런 말들이 상상이 아닌 현실이라는 점을 절실히 느꼈다. 중국인들은 이번 올림픽을 통해서 전세계에 이들의 힘과 잠재능력을 보여주었으며 200년 동안의 잠에서 깨어나서 드디어 초강대국의 대열에 들어왔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세상에 전달하였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이번 올림픽을 같은 시각으로 보지는 않은거 같다. 대부분의 올림픽 관계자들이 이번 올림픽이 “exceptional”하다고 하였지만, 너무나 완벽에 가까운 행사를 치루기 위한 중국 특유의 통제와 압박은 올림픽 대회 특유의 생동감을 없앴다고나 해야할까..일단 장소가 좀 거시기 했다. 기억에 남을 만한 과거의 다른 올림픽들 (1988년 서울 올림픽,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2000년 시드니 올림픽)과는 다르게 이번 베이징 올림픽은 복작복작한 도시 한복판이 아닌 아주 한적한 외곽에서 통제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온국민이 하나가 되어서 즐기는 축제의 모양 자체도 매우 약했다. 베이징 시내에서는 올림픽 분위기을 느낄 수 있는 흔적이 거리에 걸려있는 올림픽 배너 외에는 없었다. 어떤 독일인은 이번 올림픽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중국 사람들은 아주 재미있고 특이한 사람들인줄 알았는데 이번 올림픽에서는 그런 이미지를 통 찾기가 힘들었다. 완벽하게 통제된 분위기 자체는 그다지 대단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70년 전 공산주의 체제의 베를린도 뭐 이런 분위기였다.”

뭐 어찌되었던간에 일반인들의 눈에는 이번 베이징 올림픽은 역사상 가장 완벽하게 치뤄진 전세계인의 화합의 장이었으며, 세계인들이 중국에 대해서 배울 수 있는 기회이자, 중국인들이 세계에 대해서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임에는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2012년 올림픽을 개최할 런던만 죽을 맛일거다. 베이징 올림픽에 갖다 퍼부은 돈이 약 42조원이라고 하는데 런던 올림픽에 할당된 예산은 17.2조원 밖에 안된다고 한다. 물론 중국같이 도로나 교통 수단을 완전히 새로 만들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영국의 가오가 있지…

세계 최고의 운동 선수들

몇일 전에 Wall Street Journal 주말 특집으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10명의 운동 선수들” 이란 기사를 매우 재미있게 읽어서, 그 위대한 선수들을 블로그를 통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번호는 그 순위이다.

  1. Roman Sebrle – 33살, 철인 10종 경기 선수. Sebrle는 현존하는 모든 운동 선수 중 최고의 기량을 보이는 슈퍼 인간이다. 2위 농구선수인 LeBron James보다 더 높게 평가 받는 이유는 한가지 운동을 잘하는걸 뛰어넘어서 10개 종목에서 탁월한 기량을 보이는 그 “다방면성”을 전문가들로부터 인정 받아서이다.
  2. LeBron James – 23살, Cleveland Cavaliers 농구 선수. LeBron은 스피드를 제외한 다른 분야에서 최고의 점수를 받았다. 어린 나이를 고려하면 엄청난 업적인 셈이다.
  3. Floyd Mayweather – 31살, 권투 선수. Floyd는 내가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선수이다. 하지만 39전 39승 무패 전적은 그를 현존하는 최고의 boxer의 대열에 위치시킨다.
  4. LaDainian Tomlinson – 28살, San Diego Chargers 미식 축구 선수. 다른 분야에서는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약간 차이가 있었지만, 방향을 급격하게 바꿀 수 있는 능력과 순간 가속력에 대해서는 LaDainian에게 모두들 만점을 주었다.
  5. Roger Federer – 26살, 테니스 선수. 내가 가장 존경하는 운동 선수이다. 그 어떤 테니스 선수보다 위대한 all round player이다.
  6. Sidney Crosby – 20살, Pittsburgh Penguins 아이스 하키 선수. 이 어린 NHL 하키 스타에 대해서도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천차만별이었다. 만점을 준 전문가들도 있고, 상당히 형편없는 점수를 준 사람들도 있는데 이 사람들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아이스 하키 선수들이 대부분 달리기를 잘 못하죠..”
  7. Liu Xiang – 24살, 110미터 장애물 경주 선수. 유일한 아시아 선수이다. 이 것만으로도 2004년 아테네 금메달리스트인 Liu 한테는 엄청난 영광이 아닌가 싶다. 나도 기억한다. TV를 보는데 해성같이 나타난 눈 찢어진 동양 사람…태어나서 처음으로 감명 깊게 본 달리기 시합이 아닌가 싶다.
  8. Jeremy Wariner – 24살, 400미터 스프린터. 역시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선수이지만, 상당히 유명한 사람인거 같다. 20살의 나이에 43.45초라는 기록으로 처음으로 금메달을 땄으며, 세계 신기록을 달성하기 위해서 매일매일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9. Ronaldo de Assis Moreira – 28살, FC Barcelona 축구 선서. 흔히 ‘호나우딩요’라고들 하는 이 브라질 출신의 스트라이커는 스페인 최강의 팀 FC Barcelona에 입단 후 70골이라는 기록을 달성하였다.
  10. Alex Rodriguez – 32살, New York Yankees 야구 선수. A-Rod는 500 홈런을 달성한 최연수 야구선수이자 현존하는 메이저리거 중 최고의 히터로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왜 10 등 밖에 못 하였을까요?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야구는 거의 손과 눈의 coordination이 많이 필요한 운동이지, 특별히 체력이 요구되는 스포츠는 아니기 때문이다.”

몇가지 재미있는 사실들은…내가 이 리스트를 보자마자 스스로 물어봤던건 “Where is Tiger Woods?”이다. 타이거 우즈가 뛰어난 골퍼임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지만, 스포츠 전문가들이 보기에 ‘골프’라는 운동은 그다지 많은 endurance와 performance가 요구되는 운동이 아니기 때문에 이 리스트에서 제외되었다는걸 읽었다. 그리고 Michael Phelps와 같은 뛰어난 수영 선수들이 한명도 top 10에 포함되지 않은 이유는 “수영 선수들은 물 밖에서는 전통적으로 performance가 좋지 않아서” 이다.
Top 10 선수들을 선정함에 있어서 다음 기준들이 사용되었다. Vision and Reflex / Stamina and Recovery / Power, Strength and Size / Speed / Success and Competitiveness of Sport / Coordination and Flexibility.

Tiger Woods를 보다

운동을 어렸을적부터 좋아하였지만 정적인 운동보다는 동적인 운동을 나는 항상 즐겨왔다. 그래서 어린 시절 스페인에서 선택하였던 운동이 테니스이고 아직도 그 어떤 운동 보다는 테니스를 좋아한다. 좋아도 하고, 스스로 잘한다고 생각도 한다 ㅎㅎ. 많은 한국분들이 골프는 사치라고 하지만, 나는 사치라기 보다는 노친네들이 하는 운동이라고 항상 생각을 해 왔다. 타이거 우즈라는 선수를 보기 전까지는…나보다 어린 흑인 친구가 왜 이토록 전세계 인구 (골프를 좋아하던 안 좋아하던간에…우리 엄마는 골프는 안 치시지만 타이거 우즈 팬이시다)를 광분시키는것일까? 타이거 우즈에 대해서는 이미 수백만 명이 여러가지 방면에서 분석도 하고 결론도 내렸으며 기존 자료들을 종합해 보면 대략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을거 같다.

1. 100년에 한번 나오는 골프 실력 – 기본적으로 골프를 너무 잘 친다. 2008년 US Open 첫날 세계 2위인 Phil Mickelson과 한조가 되어서 시작했는데, 엄밀히 말해서는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은 잭 니클라우스와 아놀드 파머와 같은 라이벌이라고는 할 수 없다. 세계 1등과 2등의 시합이었지만 실력 차이가 너무 많이 나는 1위와 2위인 셈이다. 지금까지 지구 상에 존재하는 골퍼 중 단연 최고이다.

2. 타이거 우즈 전에 골프의 이미지는 “점잔케 옷을 입고, 배가 나온 아저씨들이 설렁 설렁 작은 공을 치면서 즐기는 스포츠” 였다라고 할까? 우즈는 그런 골퍼의 이미지를 180도 바꿨다. 농구나 육상 선수 부럽지 않은 탄탄한 몸매와 근육을 자랑하는 우즈는 rules of the game을 완전히 새로 쓰고 있다. 근력 보다는 몸의 유연성과 coordination이 중요하다고 하던 분위기를 깨고, 유연성 + 근력은 골프를 한 단계 upgrade할 수 있다는 사실은 호랑이는 몸소 보여준것이다 (어흥!) 이후로 많은 골퍼들이 근력 운동에 투자를 하기 시작하였으며, 점점 더 그린 위에서는 비만아들을 보기가 힘들어 졌다.

3. 흑인 답지 않은 영어 – 흑인 농구 선수들과 타이거 우즈의 차이점은? 둘다 이미 백만장자이며,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타이거 우즈가 백인들한테도 존경 받고 팬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이유는 영어 때문이다. 흔히 흑인들이 구사하는 ‘할렘 영어’가 아닌 타이거 우즈는 백인들의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기 때문에 테레비에서 인터뷰하는걸 보면 쌍스러운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물론 이 외에도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내 생각엔 위의 3가지 이유가 가장 지배적인거 같다.

아무튼, 올해 US Open은 San Diego의 Torrey Pines 골프장에서 개최되어서 아주 힘들게 표를 구해서 오늘 직접 타이거 우즈를 보고 왔다는게 오늘의 요지이다. 확인은 되지 않았지만 약 7만명의 인파가 토요일 하루에만 US Open을 보러 골프장에 왔다고 하는데 대부분 사람들이 타이거 우즈를 보러 온거 같더라. 우리도 원래 계획은 타이거 우즈를 1번 홀부터 18번 홀까지 따라다니는거였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중간에 포기하고 그냥 18번 홀 그린쪽에 자리 잡고 계속 여기에 죽때리고 있으면서 모든 선수들이 3 라운드를 마무리하는걸 구경하였다. 재미있는거는 18번 홀에서 경기하는 선수들 보다는 점수판의 타이거 우즈의 점수에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면서 웃고 우는걸 보니 호랑이의 인기를 확실히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ㅎㅎ. 얼마전에 수술한 무릎때문에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계속 상위권에 머무르면서 13번 홀에서 이글 (par 보다 -2)을 잡고 다시 18번 홀에서 이글을 잡는걸 직접 내 눈으로 볼 수 있었던 거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솔직히 나랑 전혀 상관없는 이 흑인 선수가 쇠로 만든 작대기로 작은 공을 치는 운동에 이렇게 내가 열광하는걸 생각해 보면 가끔씩 이해 가지 않지만 그게 바로 우즈 선수의 potential인거 같다. 타이거 우즈의 가장 놀라운 점은 집중력인거 같다. 보통 경기가 내리막길이면 정신적으로 무너지는게 normal하지만, 우즈는 마지막 순간까지 엄청난 집중력을 보이면서 항상 경기를 역전시키는 놀랄만한 능력을 보여주는데 너무너무 신기할 따름이다.

결국 2008년 US Open은 플레이오프까지 가면서 우즈가 접전끝에 노장 Rocco Mediate를 제끼고 우승하였다. UNBELIEVABLE!!

US Open 이형택 선수 경기 참관

와튼 오면서 가장 기뻐하였던 이유 중 하나가 그랜드 슬램 테니스 경기 중 하나인 US Open이 열리는 뉴욕과 매우 가깝다는 점이었다. 이미 한국에서 남자 준결승과 여자 결승 경기 표는 예매를 하였는데, 우리나라의 간판 스타인 이형택 선수가 32강에 진출해버린 것이다. Once in a lifetime이라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 아마 이런 기회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영국의 Andy Murray와의 32강 시합을 놓칠수가 없었다. 표는 없었지만, 그냥 무작정 뉴욕으로 차를 몰로 지현이랑 출발하였다. 초행길이라서 GPS 기계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지만 일단 US Open이 열리는 Flushing Meadows에는 무사히 도착하였으며, 다행히 이형택 선수 경기가 아직 시작하지는 않았다. 표를 구매하려고 하니 코트 바로 옆 자리인 courtside 좌석 ($200) 밖에 없다고 하네..분명히 여기도 암표를 파니 일단 암표 장사꾼 같이 생긴 사람들한테 가서 “Do you have tickets?”라고 계속 물어보니 $35 짜리 표가 2장 있다고 하는 백인 아줌마한테서 잽싸게 표를 샀다.
정말 벅찬 순간이었다. 꿈에 그리던 US Open을 직접 보는것도 날아갈거 같은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한국 선수인 이형택 선수의 32강 경기를 보게 되다니!

보니, 여기저기 한국 분들이 태극기를 가지고 와서 “이형택 파이팅”을 외치고 있었다. 신예 Andy Murray가 만만치 않은 상대인데 이형택 선수는 첫 세트부터 Murray 선수를 압도하는 플레이를 펼쳤다. 지현이랑 나랑 둘이 너무나 신나서 거의 3시간 동안 진행되었던 야간 경기를 한 점수도 놓치지 않고 열심히 봤다. 그리고 우리의 응원에 힘입었는데 이형택 선수가 3-1로 가뿐하게 이기고 16강에 진출하였다. 너무나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경기 종료 후 나는 “이형택 선수, 티셔츠 좀 던져주세요!” 라고 계속 외쳤는데 듣지도 않고 그냥 들어가는걸 보고 좀 실망했지만 지현이는 다행히 이형택 선수 사인을 받을 수 있었다.

집으로 오는 길은 좀 힘들었지만 너무나 감동적인 US Open이었다. 이번 주 금/토도 exciting한 경기들이 될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