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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게 파고 들어가기

요새는 땅 밑 깊게 매장되어 있는 석유를 탐지할 수 있는 기술이 발달해서 땅을 파고 들어갔을때 기름을 찾지 못할 확률을 최소화 할 수가 있다. 하지만 이런 기술과 도구가 존재하지 않던 과거에는 땅 밑에 기름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은 딱 한가지 밖에 없었다. 계속 파고 들어 가야 했다 –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을 때까지. 바닥까지 파고 들어갔는데 아무것도 없다면 그 위치에는 석유가 없다고 표시하고 그 옆을 다시 파고, 기름을 찾을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석유를 찾지는 못 했지만 매장을 찾아서 크게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바로 석유를 찾을 때까지 깊게 파고 들어갔다는 것이다.

오늘은 피보팅에(pivoting)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많은 창업팀들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시작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생각치 못한 상황들이 발생하고, 예상치 못한 장애물들에 부딪힌다. 그러면서 초기에 세운 가설이 틀렸고, 아이디어와 방향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걸 깨달으면서 피보팅을 시도한다. 나는 이 피보팅을 과도하게 많이 한 몇 스타트업을 만났는데 이 팀들이 과연 올바른 결정을 했는지 의심스럽다. 솔직히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VC 들은 피보팅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다. 현실성이 없는 아이디어를 미련하게 계속 고집할 필요는 없고, 유연성이 DNA의 일부인 벤처기업들은 ‘이게 아니다’ 싶으면 바로 방향을 틀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업한 지 2년 된 스타트업이 피보팅을 벌써 6번 정도 했다면 이들에게 물어보고 싶은 건 피보팅 하기 전의 아이디어를 정말 최선을 다해서 실행을 해봤냐이다. 위에서 말한 기름의 예에 빗대어 이야기해보면 정말로 바닥까지 파고 들어갔는데 기름이 없어서 그 옆을 파는 건지 아니면 중도포기하고 그냥 다른 곳을 파는 건지. 이건 정말 피보팅을 하는 창업가들이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끝까지 해보지 않고 다른 쪽으로 피봇을 하면, 조금만 더 파고 들어가면 매장되어 있는 석유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피보팅을 하는 건 좋다. 하지만, 끝까지 해보고 피보팅 하길 권장한다. 그래야지만 정말로 안 되는거와 안 해본거를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끝까지 해봤는데 이건 아니다 싶으면 정확하게 어떤 방향으로 피보팅을 해야 하는지 몸이 안다.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시도하고 실행해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지도 않고 그냥 방향을 바꾸면 배우는 게 없고 미래에 비슷한 실수를 반복할 확률이 높다.

대기업들의 디셀러레이터들

롯데그룹이 1,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고 ‘롯데 액셀러레이터’를 launch 한다는 기사를 어제 접했다. 신동빈 회장이 개인 재산까지 출자하고 롯데 임원들과 함께 직접 스타트업들을 멘토링하고 3년 간 1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육성하겠다고 발표까지 했다.

본인 돈을 써서 액셀러레이터를 만들겠다는거에 대해서는 내가 뭐라 할 수는 없지만 대기업에서 자체적으로 펀드를 만들고 스타트업을 육성하겠다고 거창하게 발표할때마다 나는 굉장히 회의적이다. 도대체 이 분들은 액셀러레이터가 뭐하는건지 알고는 있을까? 내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할때 롯데그룹 임원분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만났던 그런 분들이 스타트업들을 육성하는건 정말로 어울리지 않는 그림이라서 웃음까지 나올 정도다.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는 말 그대로 스타트업들이 도움없이 자체적으로 일하는거보다 더 빨리 결과를 만들고 성장할 수 있도록 ‘가속’ 해주는걸 목표로 하는 기관들이다. 요샌 돈 좀 있고, 공간 좀 있으면, 너도 나도 스타트업을 보육하겠다고 하는데 액셀러레이터는 단순히 벤처기업을 보육하는게 아니라 3 – 6개월의 과정을 마치면 당장 눈에 보일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를 – 매출, 유저, 펀딩 등 –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일반적으로 1 – 2년 동안 죽어라 일해야지 달성할 수 있는 지표들을 훨씬 더 빨리 만들 수 있도록 비즈니스 전반적인 분야에서 공동창업자 만큼 열심히 일하고 도움을 줘야하는데 이건 그냥 대기업의 돈이랑 대기업에서의 짬밥만 가지고 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이 단계 회사들의 성장을 가속화 시키려면 모든 촛점은 제품에 맞추어져야 한다. 대표적인 액셀러레이터 Y Combinator 졸업 스타트업들의 제품을 보면 아이디어도 좋지만, 짧은 기간동안 이렇게 완성도가 높은 제품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놀란다. 그런데 국내 대기업이 만든 액셀러레이터 담당자들이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어느정도 될지는 정말 미지수이다. 그리고 수 많은 국내/해외 제품이나 모바일 앱 중 이 분들이 제대로 사용해본게 몇 개 정도가 될까? (좋은 제품을 만드려면 유사한 제품 또는 경쟁 제품들을 잘 알아야 한다. 제품을 잘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많이 사용하는 것이다. 해외 제품을 잘 사용하려면 영어도 좀 해야한다). 솔직히 롯데그룹이 운영할 액셀러레이터는 은수저 액셀러레이터이다. 1,000억원을 가지고 시작한다. 분명히 공간도 멋지게 만들 것이다. 스타트업들은 롯데 계열사들의 막강한 지원을 받을 것이다. 그래서 그냥 혼자 차고에서 시작하는 창업가들보다 여러 면에서 유리할 수 있을거 같지만, 가속을 위해서 진정으로 중요한 고객이 필요로 하는 ‘제품 만들기’ 는 어떻게 할지 정말 궁금하다.

전에 내가 왜 대기업의 사내 벤처기업은 성공하기 힘든지에 대해서 쓴 적이 있다. 이 내용은 대기업의 액셀러레이터에도 적용된다. 담당자들은 절박함이 없다. 스타트업들이 가속하지 못해도 월급은 나오고 먹고 사는데 지장없기 때문이다. 진정한 액셀러레이터들은 다르다. 스타트업들이 앞으로 못 나가면 액셀러레이터의 운명도 동시에 끝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오늘은 여기서 그만.

대기업들이 액셀러레이터를 운영하는 이유가 자사의 비즈니스에 전략적인 도움이 되는 스타트업들을 육성하기 위함이라면, 내가 이들에게 권장하고 싶은 건 그냥 널려있는 좋은 스타트업들을 인수하는 전략이다. 우리 나라에도 그리고 미국에도 좋은 스타트업들 많고 롯데그룹에 전략적인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업체들이 엄청 많다. 이 스타트업들에 투자하거나 인수를 해서 좋은 인력과 서비스를 확보하면 되는데 굳이 액셀러레이터를 만들어서 맨땅에서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이유가 뭘까? 굳이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과정에 참여하고 싶으면 이미 이를 업으로 잘 하고 있는 좋은 액셀러레이터나 시드 펀드에 출자를 하는게 훨씬 더 효율적이고 결과를 빨리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

그렇다고 내가 롯데나 다른 대기업들에 억감정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롯데그룹의 액셀러레이터도 잘되서 좋은 스타트업들을 많이 발굴하고 투자하고 육성 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하지만 이게 성장을 가속화하는 액셀러레이터가 아니라 오히려 둔화 시키는 디셀러레이터가 될 거 같다는 우려가 계속 생긴다.

스케일이 항상 이기는건 아니다

iguana-clip-art-RTdBe6bT9이 전 포스팅에서 트래픽과 스케일에 대해서 좀 적어봤는데 많은 분들이 다양하고 좋은 피드백을 주셨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정도의 트래픽 확보가 가능하다면 일단 스케일에 집중을 하고 그 이후에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도 괜찮다는 의견, 어정쩡하게 트래픽을 키우면 비용만 많이 발생한다는 의견, 그리고 트래픽의 크기를 떠나서 궁극적으로는 그 ‘quality’ 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질 좋은 진성 트래픽을 어느 정도의 스케일까지 성장시킬 수 있다면 아주 이상적인 비즈니스가 만들어질 수 있겠지만, 둘 다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건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Scalability’ 라는 말을 나도 많이 한다. 그리고 실리콘밸리나 한국이나 스타트업을 하시는 분들은 너도나도 빨리 스케일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실은 스케일이 항상 좋은건 아니지만, 투자자로서 나도 항상 강조하기 때문에 이걸 뭐라 할 수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엄청난 사용자 베이스가 없고 확장/성장이 느리다고 해서 그 비즈니스가 투자할만한 가치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가령, 이구아나를 키우는 사람들을 위한 소셜미디어 서비스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한국에 이구아나를 키우는 인구가 어느정도 규모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히 수백만명 – 수천만명은 아닐것이다. 스케일이 힘들다고 무조건 나쁜 비즈니스라고 판단하기 전에 이 사용자 베이스에 대해서 조사를 해보면 좋을것이다. 회원들의 수는 적지만 이들이 정말로 이구아나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이 플랫폼에서 하루에 1시간 이상 체류하면서 정보도 확인하고, 다른 회원들과 교류하고, 또 이구아나 관련 사료나 제품들을 구매한다면, 매일 수백만명의 회원들이 사이트를 방문해서 1분도 체류하지 않고 나가는, 단순히 광고로 돈을 버는 포탈사이트 보다는 훨씬 더 안정된 비즈니스라고 생각한다 – 아니, 안정적일뿐만이 아니라 존재의 가치가 있는 비즈니스라고 생각한다.

물론, 스케일에서는 완전히 밀린다. 아무리 성장을 해도 우리나라 인구 모두가 다 이구아나를 키우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적은 사용자 베이스를 위한 제품이라도 각 사용자가 많은 시간과 돈을 고정적으로 지불할 의향이 있는 하드코어 서비스라면 나는 베팅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서비스는 특정 버티컬의 플랫폼으로 진화할수 있고, 탄탄한 플랫폼으로 성장한다면 이구아나 시장과 같이 작지만 충성도가 높은 사용자들이 존재하는 시장에서 재활용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다분히 존재한다.

비즈니스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면, 시장과 스케일에 대해서도 한 번 정도 고민해 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타겟 시장이 엄청나게 크다면, 서비스 단가를 아주 저렴하게 책정하거나 아예 무료로 제공하는것도 방법이다. 낮은 ARPU(=Average Revenue Per User)를 큰 스케일이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타겟 시장이 작다면 아주 충성도가 높고 질이 좋은 사용자들이 존재하는 시장이어야 한다. 그래야지만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아주 비싸게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100% 다 장악해도 스케일이 나오지 않는 시장을 대상으로 무료 또는 단가가 너무 낮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물론, 어느정도의 스케일이면 적당할지는 각자가 계산해서 판단해야한다.

<이미지 출처 = http://www.clipartpanda.com/clipart_images/iguana-clipart-3374042>

당신의 스타트업이 바로 lean 스타트업이다

이 분야에서 일하면 ‘lean 스타트업’ 이나 ‘lean 방식’ 이란 말을 굉장히 자주 듣는다. 솔직히 나도 좋아하는 말이고 Eric Ries의 책 The Lean Startup을 처음 읽었을때는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출간된지 5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린 방식’에 대해서 강연하고 컨설팅하면서 먹고 사는 분들이 있으니 정말 대단한 방법론이다.

나는 아직도 모든 스타트업들한테 무조건 ‘lean’ 하게 회사를 운영하라고 하지만 이들한테 듣기 싫은건, “린 스타트업 방식에 위배됩니다.” 라는 말이다. 오랜 고민 후 뭔가 하려고 했는데, 책 또는 관련된 기사나 논문을 읽어보니 본인들이 생각하는 바가 린 스타트업 방식과 다르기 때문에 실행하지 않고 계속 남들이 린 방식에 대해서 정의해 놓은 틀에 본인의 사고와 방법을 끼워맞추려는 창업가들을 가끔씩 본다.

이들한테 나는 항상 역으로 “도대체 당신이 생각하는 린 스타트업이 뭔데?” 라고 묻는다. 린 스타트업 공식이란건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의 대부분 이론과 내용이 그렇듯이 에릭 리스가 ‘린 방식’을 발명한건 아니다. 이미 수 십년 동안 창업가들이 실행하는 걸 잘 관찰한 결과를 구체적, 논리적, 분석적으로 설명한거다. 내가 생각하는 린 방식은 별거 없다. 비용을 최대한 아끼고, 내가 가진 한정된 자원을 십분 활용하면서 제품을 개발하고 마케팅하고 비즈니스를 만들어 가는거다. 더 간단히 말하면 그냥 ‘허리띠 졸라매고 열심히 하기’ 다. 이는 대부분의 벤처인들이 이미 매일 고민하고 몸소 실행하는 방법이자, 삶의 일부이기 때문에 굳이 내가 회사를 운영하는 방식이 린 한지, 린 하지 않은지 고민하느라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다.

정답이 없는 스타트업 세계에서 나를 굳이 린 방식이라는 틀에 맞출 필요는 없다. 돈 아끼고, 열심히 일하고, 조금씩 발전한다면 당신이 운영하는 스타트업이 바로 린 스타트업이고, 그게 바로 린 방식이다.

O2O와 불안해소(anxiety relief)

O2O

O2O와 불안해소

얼마 전에 Benchmark Capital의 노련한 투자자 Bill Gurley의 인터뷰 기사를 읽으면서 “아 맞다 이거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몇 자 적어본다.

요새 한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스타트업 용어 중 하나가 O2O다(개인적으로 싫어하는 약자이지만 모두가 사용하니까…). 원래는 online to offline의 약자인데 요샌 솔직히 이게 online to offline 인지, offline to online인지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전자상거래만 하던 회사들이 물리적인 상점을 오픈하는 경우는 online to offline이지만, 요새는 기존의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온라인으로 옮기는 offline to online이 더 많은 거 같다. 후자의 경우(offline to online), 주로 오프라인으로만 운영되던 비즈니스에 기술을 적용해서 효율성과 편리함을 더하는 경우인데 모바일 기술의 발달로 인해서 최근엔 손끝에서 그 효율성과 편함을 즐길 수 있다. 여기서 핵심은 offline이 차지하는 부분을 최대한 제거하면서 이를 online으로 대체하는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우버를 생각해보자. 전통적으로 택시를 부르고, 타고, 목적지까지 가고, 돈을 내는 과정은 100% 오프라인 프로세스였다. 집에서 거리로 나가 손으로 택시를 잡고, 택시 문을 열어서 타고, 목적지에 도달하면 지갑에서 돈을 꺼내 요금을 내고, 택시에서 내려서 목적지로 걸어갔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콜택시 제도를 통해서 택시를 부르는 게 조금 편해졌고, 현금 말고 카드결제나 NFC를 이용한 교통카드 결제가 가능해졌다. 우버가 나오면서 우리는 택시에 타기 전까지의 모든 과정과 결제까지 손가락 몇 번 까딱해서 처리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택시를 타고 목적지까지 가는 과정만 제외하면 모든 게 online으로 옮기게 되었다. 앱을 통해서 음식을 배달하는 것도 비슷하게 생각하면 된다.

재미있는 점은 대부분의 O2O 비즈니스에서 offline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 A 지점에서 B 지점으로 이동하려면 물리적으로 택시를 타고 이동해야 하며, 내가 좋아하는 식당에서 만든 음식을 먹으려면 누군가는 우리 집으로 음식을 갖다 줘야 한다. O2O 비즈니스를 하는 스타트업들이 교통과 같은 offline 프로세스를 개선하거나 해소하는 건 매우 힘들다. 이건 교통 당국이나 다른 기관에서 해결하는 게 더 맞다. 하지만 online 프로세스를 더욱더 사용하기 쉽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건 스타트업들의 몫이다. 또한, offline 부분은 마음대로 못 하므로 전체 프로세스에서 offline 부분을 최소화하면서 online 부분을 극대화하면 O2O 업체들이 전체 비즈니스에서 제어 할 수 있는 부분이 더 많아지기 때문에, 이게 스타트업들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실은 나는 이 offline/online 비중에 대해 조금 더 유식하게 설명할 수 있는 적합한 단어를 생각해내지 못했는데, 벤치마크의 빌 걸리는 오프라인 프로세스를 최소화하면 고객들의 “불안 해소(anxiety relief)”가 가능해진다고 했다. 칼라닉이 우버를 창업했을 때 그가 처음부터 강조했던 건 앱을 통한 결제뿐만이 아니라 팁의 계산과 결제였다. 미국의 경우, 택시기사한테 팁을 줄 때 도대체 얼마를 줘야 할지 항상 혼란스럽다. 택시를 타고, 목적지에 도달하고, 계산하고 내려야 하는데 이 팁 때문에 사용자들은 스트레스를 받고 불안해 한다(팁 문화가 없는 한국에서는 잘 이해가 안 되겠지만, 나는 과거에 라스베가스에서 팁 때문에 택시기사와 동전을 던지면서 싸운 적도 있다). 우버는 이 팁까지 모두 앱으로 자동으로 처리해서 사전에 불안요소를 제거한다. 음식 배달이나 식당 예약도 비슷한 거 같다. 식당에 전화해서 누구와 통화해서 음식을 주문하거나 6명 자리가 있는지 물어봐야 하는 귀찮음과 불안을 배달 앱과 예약 앱들은 사전에 제거해 준다.

잘 생각해보면 ‘offline’ 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오프라인 비즈니스들은 이런 사람 대 사람의 상호작용이 필요한데, O2O 비즈니스들은 이런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불안감과 마찰을 해소할 방법에 대해서 잘 생각해봐야 한다. 간단히 말하면 물리적으로 필요한 오프라인 프로세스를 제외한 나머지 프로세스는 모두 온라인으로 가져오는 것이다. 그리고 온라인으로 가져온 프로세스는 최고로 간단하고 사용하기 편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이길 수 있는 O2O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