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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를 통한 불공평 해소

얼마 전에 택시를 타고 강남에서 서울역까지 넘어갈 일이 있었다. 서울에서 좋지 않은 택시경험을 많이 했지만 이건 최악이었다. 좌석벨트 미착용은 이제 나한테는 오히려 정상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는데, 이 기사분은 운전 자체가 저질이었다. 초급가속, 초급정지, 멀미가 날 정도의 끼여들기는 정말 지옥같아서 한 마디 했지만 역시 돌아오는 건 침묵과 더 거친 보복성 운전이었다. 운전을 업으로 하는, 운전을 가장 잘 해야하는 택시 기사분의 수준미달 운전실력에 화가 났다. 도대체 이럴땐 어디에 하소연하고 아까운 내 돈은 어디서 보상받을 수 있을까?

제대로 된 평가(=review)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나마 카카오택시는 별점이라도 줄 수 있지만, 이 또한 많이 부족하다. 별점 2개와 별점 3개의 차이는 상당히 애매하다. 만약에 승객들이 택시기사를 고를 수 있다면, 단순 별점을 가지고 좋은 기사인지 아닌지 판단하긴 힘들다. 정당한 대가를 지불했으면, 돈을 낸 손님은 서비스에 대한 자세하고 공정한 평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야 하는데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서비스들은 이런 평가 기회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현재 사용되고 있는 일부 평가시스템들이 완벽하지는 않다. 영혼없는 – 주로 리워드를 노린 – 평가도 많고, 알바생들을 고용해서 평가를 왜곡시키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또한, 아무리 내가 돈을 내고 택시를 타는 손님이라고 나만 택시기사를 평가하는 건 공평하지 못하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들도 손님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손님이나 서비스 제공자나 서로에 대한 평가를 전혀 못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현실이 많은 옵션 중 특정 서비스를 선택하고 이에 대해서 돈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손님에게 더 불리하게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얼마전에 투자한 홈케어 O2O 서비스 닥터하우스도 이와 비슷한 평가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다. 집수리는 택시보다 훨씬 더 비싸고 규모가 크다. 또한, 택시같이 한번 타고 끝나는게 아니라 이사가기 전까지는 수리한 집에서 온 가족이 계속 살아야 하기 때문에 삶의 질과도 직결된다(뭐, 택시승차는 삶의 질 뿐만 아니라 ‘삶’ 자체가 왔다갔다 하긴한다). 그런데 막상 공사를 맡긴 업체나 기술자가 일을 엉망으로 해놓고 “원래 그 공사는 그렇게 하는거예요” 라면서 나 몰라라 하면 문제가 커진다. 이런 업체나 기술자는 다시는 이 바닥에서 일을 못 하게 해야하며,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이 바로 제대로 된 평가 시스템이다.

제대로 만든 평가 시스템은 바이어와 셀러에게 동등한 권리를 줄 수 있는 공평성을 시장에 제공할 수 있다. 물론, 좋은 시스템을 바이어와 셀러가 좋은 의도로 잘 사용해야 한다.

Mission Impossible – 인터넷 결제

한국의 온라인 결제시스템과 프로세스가 얼마나 불편하고 뒤떨어져 있는지에 대해서는 내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이 블로그를 읽는 분들은 잘 알 것이다. 관련해서 이미 과거에 몇 번 글을 쓴적이 있다:
나의 불편했던 eBook 구매 경험
누구를 위한 공공사이트인가?

그런데 이 깨진 시스템을 내가 단시간 내에 직접 고칠 수 있는게 아닌걸 나도 잘 알기 때문에 불평해도 소용없다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어디서 하소연 할 곳도 없기 때문에 여기서 불평을 한 번 더 해야겠다.

내 책 ‘스타트업 바이블‘을 읽고 싶어하는 분들이 있어서 몇 권 주문하기 위해서 예스24에 들어갔다. Chrome으로는 시도할 생각도 안 했지만 Firefox는 되지 않을까 싶어서 yes24.com에서 책을 선택하고 결제를 진행하려고 하니 사은품 구매 페이지가 나타났다.

1-FireFox 사은품

사은품 선택 페이지(이후로는 진행이 안 됨)

그런데 뭘 눌러도 그 다음 결제 페이지로 넘어가지 않았다. 전에는 매우 분노했겠지만, 워낙 익숙해진 상황이라서 – 이런 익숙함이 참 무섭다 – 더 이상 시도하지 않고 그냥 닫고 인터넷익스플로러를 실행했다. 로그인하고, 책 선택하고, 결제 진행하기 전까지는 큰 문제없이 잘 진행되었다(너무나 당연한 거지만 한국 사이트에서 뭔가를 구매하려고하면 항상 불안하다). 일단 일반 신용카드를 선택하고 결제를 진행했다. 이젠 너무나 익숙한 다양한 엑티브X 플러그인들 다 설치하고 신용카드(하나카드, 구 외환카드) 결제를 선택했는데 다음과 같은 하나은행 안심클릭 팝업창이 떴다.

2-일반신용카드-모비페이

일반신용카드 – 모비페이 안심클릭

일단 창 안의 내용이 짤려서 제대로 보이지가 않았다. 짜증이 팍 났다. 창 크기 조절도 안되고 그 안의 내용을 최소화 할 수도 없어서 내용 자체를 읽을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는 그냥 일반결제를 하려고 했지만, 일반결제 부분이 짤려서 어쩔 수 없이 ‘모비페이’ 라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리고 잠시 PC를 떠나서 아이폰으로 모비페이 앱을 설치하고 회원가입을 했는데, 내가 사용하는 카드를 이 앱에 등록하는 절차가 굉장히 만만치 않았다. 이런저런 시행착오와 PC와 아이폰을 왔다갔다 하면서 한 15분 동안 모비페이 앱을 셋업 했다. 이 시점에서 이미 내 인내심의 절반 이상을 사용해버렸다. 그리고 PC로 다시 와서 결제 프로세스를 계속 진행했는데 역시 이 팝업창의 내용도 짤려있어서 결제코드가 잘 안보였다.

3-일반신용카드-모비페이

모비페이 짤린 결제코드창

자, 이제 다시 모비페이 앱으로 가서 긴가민가한 이 결제코드를 입력했다. 확인을 누르니 ‘결제비밀번호’ 또는 ‘공인인증서’로 결제를 진행하라고 하는데 아이폰에서 공인인증서로 뭔가를 할 상상만 해도 땀이 삐질삐질 나서 그냥 결제비밀번호를 선택했다.

Untitled

모비페이 결제비밀번호 vs. 공인인증서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 어디에도 이게 어떤 비밀번호인지 설명을 안 해줘서 그냥 큰맘먹고 공인인증서로 진행해 보기로 했다 – 참고로 아이폰에서 공인인증서를 가지고 뭔가를 해보는 첫 시도였다. 그래서 어렵게 다시 PC를 통해서 외환은행 사이트에 들어갔고, 공인증서를 PC에서 스마트폰으로 내보내는 방법을 확인한 후에 정확하게 인증서 전송에 성공을 했다. 다시 모비페이앱을 통해서 공인인증서를 사용한 결제 진행을 해보니 전송이 잘 안되었다. 이 과정을 다시 반복했지만 역시 실패했다.

6-일반신용카드-모비페이

공인인증서 저장 계속 실패

결국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건 포기하고 다른 옵션인 계좌이체로 결제를 다시 시도해봤다.

7-계좌이체

계좌이체 서비스 창 내용도 다 짤려서 안 보인다

계좌이체할 외환은행을 선택하니까 또 무슨 플러그인을 설치하라고 해서 설치를 했는데, 계속 보안프로그램이 정상적으로 설치되지 않았다는 메시지가 떠서 계좌이체도 실패했다.

8-계좌이체

몇번을 설치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

결국 온라인 구매를 포기할까 하다가 마지막으로 가장 쉬워보이는 핸드폰 결제를 시도해봤다. 참고로 핸드폰 결제는 한국 핸드폰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9-핸드폰결제

핸드폰 결제 창도 짤려서 내용을 보기가 쉽지 않음

그런데 이 팝업창 역시 내용이 다 짤려서 도대체 어느 부분에 어떤 정보를 기입해야하는지가 상당히 난감했지만, 오기가 생겨서 거의 때려맞추는 수준으로 핸드폰 번호와 필요한 정보를 기입했다. 핸드폰으로 인증번호가 날라와서 그것만 기입하면 이제 고생 끝인줄 알았지만, 핸드폰 결제를 하려면 또 무슨 동의를 별도로 해야한다는 문제가 날라왔다.

10-핸드폰결제

마지막 희망인 핸드폰결제도 실패!

결국 나는 거의 한 시간을 PC, 아이폰, 그리고 액티브엑스와 사투를 벌였지만 완전히 졌다. 시간만 낭비하고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이게 무슨 대단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알아야 하고, 해킹을 해야하는 업무였으면 이해가 가지만 내가 내 돈 써가면서 책 2권을 사는데 이런 고생을 해야하나? SERIOUSLY? 정말 너무너무 짜증나는 경험이었고 예스24와 외환은행이 죽도록 미워졌다(물론, 이들의 잘못만은 아니다). 은행은 계속 사용해야하니 어쩔 수 없지만, 나는 앞으로 예스24.com은 다시는 이용하지 않을 것이다. 인터넷결제와 보안 관련 규정과 법을 만든 사람들, 이런 말도 안되는 규정을 통과 시킨 높으신 분들, 그리고 이걸 기술적으로 구현함에 있어서 실제 사용자 경험이나 소비자의 불편 따윈 전혀 고려하지 않은 업체들이 야속했던 하루다. 이 잘못된 시스템을 고치는데 내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곰곰이 생각해보고 있다. 아마존이라면 책 2권 결제하는데 30초 걸렸을 것이다.

결국 나는 반디앤루니스 코엑스점에 직접 가서 스타트업 바이블 2권을 구매했다.

정부과제로 먹고 사는 회사들

대한민국같이 나라가 앞장서서 스타트업들을 도와주고 생태계를 만드는데 이렇게 노력하는 나라는 별로 없다. 최근 몇 년 동안 괄목할만한 발전을 한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보면 나도 가끔 놀란다. 이 발전에 정부가 직, 간접적으로 많은 공헌을 한 걸 부정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부의 캠페인들이 모두 잘 되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잘 안된 것들이 더 많고 그중 일부는 스타트업들을 오히려 죽이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중 대표적인 건 수도 없이 많이 생기는 정부과제 및 프로젝트들이다. 내 주위에 있는 스타트업 중 정부과제를 한두 개 하지 않은 업체가 별로 없을 정도로 많다.

좋은 취지로 시작된 정부과제들이 안타깝게도 많은 스타트업들한테는 마약과도 같은 존재가 된 거 같아서 좀 아쉽다. 일단 대부분 과제를 자세히 보면 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이나 제품을 만들기보다는 유행을 따라가는 내용이 더 많다. 예를 들면, 핀테크나 IoT가 요새 유행처럼 번지고 있으니 정부도 이 분야에서 뭔가 해야 한다는 압박에 – 그리고 분명히 대통령이나 장관급 레벨에서 “요새 핀테크가 대세인 거 같은데 우리도 뭐 좀 합시다”와 비슷한 말을 회의에서 했을 거다 – 굉장히 모호한 주제의 과제들을 발표한다. 주제도 모호하지만, 담당자들도 이 분야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 그러므로 외부심사위원단을 만드는데, 주로 교수님이나 연구원들을 위주로 구성한다. 안타깝게도 이들도 시장에서 이런 기술들이 어떻게 구현되어 서민들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들어지는지 전혀 모르기 때문에 과제들은 엉뚱한 방향으로 포지셔닝 된다. 물론, 거창한 보고서를 작성하기에는 매우 좋다. 주제가 모호할수록 보고서는 거창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과제이기 때문에 솔직히 목에 걸면 목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될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한다. 기술력 있는 스타트업들이면 웬만하면 과제에 회사를 끼워 맞춰서 지원이 가능할 거 같다. 과제선정을 하는 사람들도 잘 모르기 때문에 특정 과제와 상관없는 스타트업들이 선정되는 걸 자주 봤다.

나는 개인적으로 스타트업들한테 웬만하면 정부과제에 손을 대지 말라고 한다 – 회사가 정말로 돈이 없는데 무조건 살아남아야 한다면, 그리고 정부과제 외에는 정말로 대책이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부과제가 눈먼 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절대로 아니다. 일단 그 기간 동안 개발하는 제품이 회사의 비즈니스와는 전혀 상관이 없을 확률이 매우 높다. 그리고 완전히 다른 걸 개발했기 때문에 과제 기간 동안의 경험이나 지식을 자산화하는 게 쉽지 않다. 더욱더 중요한 건 그만큼 본업에 충실해야 할 시간을 낭비한 셈이 된다. 정부과제를 하면서 제출해야 하는 보고서들도 상당히 많다(간혹 이런 게 없는 운 좋은 과제들도 있다.). 단순히 살아남기 위해 본업과는 전혀 상관없는 노가다를 할 바에야 그냥 다른 대기업에 취직하는 게 여러모로 봤을 때 좋다고 나는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이게 그런데 참 마약같다…..일단 자체 제품이 정상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살아남기 위해서 정부과제 하나만 하겠다고 시작한 게, 해보니까 법인통장에 돈이 들어오는 게 너무 신기하기도 하고 기분도 좋으니 하나만 더 하고, 두 개가 세 개가 되고 시간이 흐르다 보니 정부과제로만 먹고 사는 회사가 되어버리는 경우도 간혹 본다. 그리고 본업과는 상관없는 정부과제 수행 전용인력을 채용하고, 여러 개를 하다 보니 정부과제 관련 문서 작업만 따로 하는 인력을 채용하고 – 주로 hwp 문서작업에 능숙한 – 식구가 늘다 보니 부담감이 늘어서 계속 사업을 유지하고,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과제를 계속하게 된다.

솔직히 나는 정부과제를 별로 해보지 않았고 – 2000년도 초반에 한국의 B2B 벤처기업 자이오넥스에서 조금 해 봤다 – 최근에는 전혀 안 해서 정확한 건 잘 모른다. 위에서 말한 시나리오는 그냥 지금까지 만났던 정부과제로 먹고사는 회사들과 이야기한 내용을 기반으로 그려본 거다. 그리고 분명히 본업과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는 정부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스타트업들도 있고, 충분히 자산화가 가능한 과제들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제는 정말 이야기하기 싫고, 만나기 싫은 회사들이 있다. “뭐, 정부과제 몇 개 더 하면서 버텨보죠.”라고 하는 스타트업들이다.

검은 백조 찾기

article-2154839-13754B18000005DC-390_636x373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교수는 저서 ‘Black Swan’ 에서 ‘검은 백조’는 다음 3가지의 특성이 있다고 했다:
1. 예측할 수가 없다
2.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진다
3. 후에 곰곰이 생각하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었다고 분석된다

Tech 분야에는 이런 검은 백조들이 많다. 페이스북도 검은 백조였고, 아이폰도(=스마트폰) 마찬가지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청나게 성장해서 큰 파급효과를 일으키고 있는 게 너무나 당연하지만, 페이스북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 그리고 아이폰이 시장에 출시되었을 때를 기억해보면 부정적인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어떻게 보면 우리도 투자자로서 이런 검은 백조들을 찾기 위해서 열심히 살고 있다는 생각을 요새 많이 한다. 하지만 블랙스완을 예측하는 건 힘든 게 아니라 불가능하므로 쉽지 않다. 현재 시점에서 보면 말도 안 되는 비즈니스인데 이게 5년~10년 후에 세상을 바꿀 수 있을지 예측하는 건 과학이 아니라 감을 기반으로 하는 도박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관점에서 어제는 우리 투자사들을 – 이제 거의 30개 – 하나씩 짚어 가면서 투자 당시에는 갸우뚱했지만, 현재 잘 성장하면서 앞으로 큰 파급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가진 회사들을 한번 마음속으로 나열해봤다.

솔직히 블랙스완이라고 분류할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많지는 않지만, 확실한 승자들은 명확했다. 투자할 당시에는 대부분 “괜찮은 거 같은데, 잘 모르겠다.”라는 느낌의 스타트업들이었고, 심지어 어떤 회사들은 “별로인 거 같은데….” 라는 생각도 했었지만, 투자를 했던 기억이 난다. 참 재미있는 건, 돌이켜보면 이 회사들이 성장하고 잘 되는 게 너무나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갑자기 존재하지 않던 시장이 파도처럼 생겨서 ‘운’이 좋은 회사 또는 중간에 비즈니스 방향을 바꿔서 일이 잘 풀린 스타트업도 있다. 역시 이들의 성공을 3년 전에 예측하기란 탈레브 교수 말처럼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성공을 당연하게 보이게 만드는 공통 요소는 역시 있었는데 그건 바로 창업팀(=사람) 이다. 뭐, 이젠 귀가 닳도록 많이 들었고, 입이 닳도록 나도 많이 말했지만, 사람이 전부이다 라는 건 다시 한번 강조해도 충분치 않은 진리인 거 같다. 뭐, 너무 똑똑하고, 열정 있고, 끝을 보는, 그런 창업가 자질은 기본적으로 모두 다 가지고 있고 중간에 안타깝게 실패하거나 잘 안 된 우리 투자사 창업팀들도 다 이런 기질은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왜 잘하는 사람들만 잘하고 있을까?

이 창업가들은 확실히 ‘비합리적인’ 면을 가지고 있는 거 같다. 아일랜드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가 다음과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합리적인 사람은 스스로 세상에 자신을 맞춘다. 비합리적인 사람은 끈질기게 세상을 자신에게 맞추려고 노력한다. 따라서 인류의 모든 발전은 비합리적인 사람들에 의해서 일어난다.”

내가 위에서 말한 창업가들이 바로 이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인 거 같다. 뭐, 그렇다고 이들이 극단적으로 비합리적인 거는 절대로 아니다 (어쩌면 그래서 세상을 바꾸지는 못할지도….)

세상 모든 사람이 비합리적일 수는 없다. 모두가 다 세상을 자기 기준에 맞추려고 하면 질서라곤 찾아볼 수 없는 개판 세상이 될 게 뻔하다. 하지만, 인류의 비약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소수의 미친 사람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과거의 틀을 거부하고,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행동을 통해서 변화를 일으키는 그럼 과감한 창업가들이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우리한테는 필요하다. 아마도 이들이 만들어가는 창조물과 세상이 블랙 스완이 아닐까 싶다.

<이미지 출처 = http://www.dailymail.co.uk/news/article-2154839/Black-swan-stands-gatecrashing-group-600-white-ones-ancient-swannery.html>

노조, 변호사 그리고 공유경제

littech15-crop-600x338이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은 잘 알텐데 얼마전에 Homejoy 라는 공유경제 청소 서비스가 문을 닫았다. 유명한 투자자들이 400억원 이상을 투자한 스타트업이고, 급성장하다가 갑자기 망해서 그런지 필요 이상의 관심을 받는 큰 사건 중 하나였다. 뭐, 이 정도 투자 받고 망한 회사들이 워낙 많지만, Homejoy의 폐업이 더 쇼킹했던 이유 중 하나는 최근들어 논란이 되고 있는 공유경제 회사라서 그런거 같다. 이 회사가 망한 이유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제품(=서비스) 자체가 경쟁력이 없었고, 고객서비스가 형편없었다고 하는 사용자들도 상당히 많지만, 대표이사에 의하면 회사가 고용관련 소송에 휘말려서 더 이상 투자유치를 못했고, 이로 인해서 문을 닫는다고 한다.

소송을 워낙 좋아하는 미국에서는 물론, 전 세계의 공유경제 서비스는 노조와 변호사들의 공격을 받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대통령 후보도 얼마전에 공유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공식적으로 표명할 정도로 우버와 같은 온디맨드 서비스는 매우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우버나 Lyft 또는 Instacart와 같은 회사들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들을 ‘자영업자’ 또는 ‘independent contractor(아무한테도 고용되지 않고, 아무도 고용하지 않고 일하는 방식)’로 잘못 구분을 했고, 이로 인해서 이들에게 상해보험, 실업보험, 실업수당, 초과수당 등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회사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소송을 당하고 있다. 위에서 말한 Homejoy 또한 청소서비스 공급자들에게 5시간 마다 30분의 간식 휴식 시간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소를 당했다.

나는 과거에 우버에 대한 글을 여러번 썼다:
멈추지 않는 우버의 질주
우버에 대한 단상
뿌리를 찾아서 뽑자

내가 고객으로서 우버에게 점수를 준다면 100점을 준다. 그만크 유용하고 반드시 필요한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다른 공유경제 서비스도 마찬가지로 고객들에게 – 공유경제 서비스들의 고객은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이다 – 많은 가치를 제공하는 반드시 필요한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시장과 숫자를 보면 이는 명확해진다. 최근 수 년동안 온디맨드 공유경제 서비스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 회사들에 퍼부어지는 돈도 천문학적으로 늘어가고 있다. 왜? 간단하다. 이런 서비스들을 돈을 내고 기꺼이 사용할 사용자들과 이들에게 서비스를 기꺼이 제공해 줄 공급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직 정확한 수치는 발표된게 없지만 이런 공유경제 서비스들은 실업자 또는 자신이 원하는 페이스대로 일을 하면서 돈을 조금 더 벌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평균적으로 공유경제를 통해서 벌 수 있는 수입은 노동법으로 정한 최저임금보다 높으며, 더 열심히 하거나(=좋은 리뷰) 피크타임에 일을 하면 이 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건 아니다. 이를 위해서 공유경제 회사들이 지정한 규정과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개개인의 이력과 백그라운드를 조회하며, 우버의 경우 서비스 공급자들은 10년 미만의 차량을 사용해야 한다. 어떤 회사들은 유니폼을 입도록 요구하며, 고객과 대화하는 방법까지 지시를 한다. 공유경제 회사들의 바로 이러한 요구사항들 때문에 공급자들은 계약직이 아니라 회사의 정직원과 동일하게 취급해야 한다는게 아마도 소송의 핵심인거 같다.

이 회사들을 고소하는 주체는 주로 서비스 공급자들이 아니라 이들과는 어떻게 보면 직접적으로 상관이 없는 노동조합들이다(independent contractor들은 노조를 만들 수 없다). 그리고 노조들을 대변하는 소송변호사들과 law firm 들은 과거에 수 많은 회사들을 대상으로 이와 비슷한 소송을 진행해서 수천억원의 승소금을 받은 회사들이다.

물론 법은 중요하고 지키라고 존재한다. 하지만, 해석하기에 따라서 애매모호해지는 공유경제에 대한 노동법의 헛점을 이용해서 노조와 편을 먹고 굳이 이렇게까지 소송을 해야하나라는 생각은 개인적으로 항상 하고 있다. 50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가진 우버의 경우 돈방석 위에 앉아 있기 때문에 더욱 더 비싸고 유능한 변호사를 통해서 소송에 대응할 수가 있지만 다른 수백개의 공유경제 스타트업들은 이렇게 나오면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 노조와 변호사들은 소송에 이기면 큰 돈을 벌겠지만 결국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손해를 보는 건 우리와 같은 사용자들, 그리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 들이다.

<이미지 출처 = http://www.insidecounsel.com/2014/03/24/its-time-for-litigation-lawyers-to-innovate-with-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