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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의 길도 아닌. My way.

사진 2016. 1. 9. 오후 5 04 54작년부터 John과 나는 권도균 대표님이 설립한 국내 최초의 악셀러레이터인 프라이머의 파트너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우린 본격적으로 8기 부터 조인했는데, 얼마 전에 9기 모집이 끝났다. 9기에는 586명이 참가를 했고, 이들이 135개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서 지원했다. 내 주위에는 더 이상 한국에는 투자할 회사가 없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고, 젊은 친구들의 창업 열기가 시들었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프라이머 9기 지원한 분들을 보면 오히려 한국의 창업 현실은 이와 반대로 매우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이 중 20개 정도의 팀들은 프라이머 9기로 선발되겠지만, 대부분은 선발되지 못 할 것이다. 선발되지 못 한 분들에게 내가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전혀 신경쓰지 말고 하고 싶은 일, 그리고 하던 일 계속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프라이머 같은 악셀러레이터에 지원하기 위해서 많은 준비를 하고, 많은 밤을 세웠던 건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불합격 통보를 받으면 정말 김 빠지고 실망이 크다는 것 또한 잘 안다. 어떤 팀들은 불합격이 창업의 끝이라고 생각하고 그동안 꿈꾸던 비즈니스를 접고, 힘들게 만든 팀을 해체하고, 창업 자체도 그만둔다. 나는 이들이 남의 길이 아닌 자신들의 길을 가라고 해주고 싶다. 물론, 프라이머에 합격하면 당연히 좋다. 투자도 받고, 프라이머 파트너들의 적극적인 도움도 받고, 다른 프라이머 동기/선배 회사들과 교류하면서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귀한 기회가 주어진다. 그렇지만 악셀러레이터가 창업의 종착점은 아니다. 이는 그냥 창업의 과정에서 거쳐가는 수많은 과정 중 하나이다. 되면 좋지만, 안 되도 좋다. 중요한 건 창업가와 팀이 시작한 걸 끝까지 믿고 밀어 붙이는 것이다. 남한테 보여주기 위한게 아니라 나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어디 이런게 악셀러레이터 지원 뿐이겠나. 투자도 마찬가지이다. 스타트업의 목표는 투자를 받는게 아니다. 돈이 떨어져서 투자를 받으면 하고 싶은걸 조금 더 하고, 사업 초기에 세운 가설들을 조금 더 테스트 해볼 수 있는 여유가 약간 더 생기는 것이다. 그 이상도 아니고, 그 이하도 아니다. 투자를 많이 받은 회사가 성공한 회사는 절대로 아니다. 투자를 못 받아도 그만이다. 그냥 내가 원래 가던 길을 계속 가면 된다.

아직 성공했다고는 말 할 수 없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온오프믹스, 스타일쉐어, 그리고 마이리얼트립 모두 프라이머 회사들인데 2010년도에 선발된 1기 회사들이다. 이 회사들이 현재 위치까지 오기에는 5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고, 미안하지만 아직 한참 멀었다. 그만큼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게 비즈니스이다. 창업은 남들과 경쟁하는 경진대회가 아니고, 창업가들은 연예인이 아니다. 남한테 보여주기 위한 길을 가는게 아니라 나만의 길을 가는 것이다.

프라이머 9기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모든 스타트업들이 너무 조바심 갖지 말고, 좀 길게 보고 자신만의 my way를 갔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부자의 대열에 끼기

이 전 포스팅에서 한국과 미국의 부자들, 그리고 부의 창출과 대물림에 관해서 이야기 했는데, 꽤 많은 분이 공감해 주셨다. 많은 분이 재벌들이 지배하고 있는 한국의 경제와 미래에 대해서 걱정했고, 하루빨리 우리나라도 스스로 자수성가한 부자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를 표시했다.

그리고 많은 분이 스스로 질문을 했을 것이다 – 나 또한 그랬으니까. “어떻게 하면 나도 이 부자 리스트에 올라갈 수 있을까?”

대한민국 10대 부자 리스트에 끼고 싶으면 기본적으로 ‘조’ 단위의 재산을 보유해야 한다. “1조 원 밸류에이션” , “billion dollar company” , “유니콘” 등의 단어들을 우리는 워낙 여기저기서 많이 듣기 때문에 때론 ‘1조 원 돈이 얼마인지 실감이 안 날 때가 많다. 나도 전혀 감이 안 온다. 1조 원이라는 돈을 만져 본 적이 없으므로. 대한민국 10대 부자 대열에 끼고 싶으면 기본적으로 1조 원이 있어야 하는데, 1조 원은 얼마나 어마무시한 금액일까? 1조 원으로는 다음 물건들을 살 수 있다(작은 -> 큰 순서):

1/ 맥도날드 빅맥 2억 개(우리나라 국민이 모두 빅맥을 4개씩 먹을 수 있다)
2/ 아이폰 6 125만 개
3/ 포르쉐 911 2016년 모델 8,333개
4/ 강남의 50평짜리 아파트(평균가) 667개
what 1B can buy
1조 원의 위력은 엄청나다. 1조 원을 가진 부자는(=billionaire) 그냥 우리 주변의 알부자, 돈 많은 사람, 상가 몇 개 가지고 있는 친구 아버지랑은 차원이 다른 부자다. 즉, 갑부이다. 어떻게 1조 원을 벌어서 부자의 대열에 낄 수 있을까?
1억 연봉은 절대로 적은 게 아니다. 요샌 평균 연봉이 많이 올랐지만, 1억 원은 아직도 고액연봉이다. 그런데 1억 연봉을 받는다면, 그리고 한 푼도 안 쓰고 몽땅 다 저축을 해도 1만년을 일해야지 1조 원을 모을 수 있다.
100억 연봉을 받는다면, 그리고 한 푼도 안 쓰고 다 저축해도 100년을 일해야지 1조 원을 모을 수 있다.
즉,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월급쟁이로는 1조 원을 벌 수 없고, 10대 부자 대열에 절대로 낄 수 없다. 더러운 꼴 참고, 가족들한테 소홀히 하고, 죽도록 일하고, 술 엄청 먹고, 그리고 운이 억수로 좋아서 한국 최고의 기업 삼성전자의 사장이 되면 150억 원의 연봉을 받는다고 한다(출처: 더팩트). 경영을 잘해서 삼성전자 사장을 10년 동안 한다고 가정해보자. 150억 연봉을 10년 동안 한 푼도 안 쓰고 다 저축을 해도 1,500억 원이다. 1조 원의 7분의 1 이다.

1조 원을 벌고 싶다면, 그래서 부자의 대열에 끼고 싶다면, 그런데 우리 할아버지가 현대나 삼성을 만들지 않았다면? 유일한 방법은 창업이다. 창업을 통해서 기존에는 없던 가치를 만들고, 이로 인해서 막대한 부를 축적해야지만 부자의 대열에 들어갈 수가 있다.

물론, 모든 걸 돈으로만 볼 수는 없다. 그리고 단지 돈만을 보고 창업하는 것도 그렇게 바람직한 건 아니다(하지만, 나는 “돈을 억수로 벌기 위해서 창업했습니다” 라고 하는 창업가들도 좋다. 이들한테는 ‘돈’이라는 게 긍정적인 자극제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나 사회를 이롭게 하려고 부를 창출하려면 억 단위가 아니라 조 단위의 부를 만들어야 하는데, 재벌가에서 태어나지 않은 보통수저/흙수저/스테인리스 수저들이 이렇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창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물론, 모두가 다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창업가라면 누구나 다 도전해 볼 수 있다. 누구나 다 1조 원을 꿈꾸고, 도전할 수 있다는 이 사실 자체가 멋지지 아니한가.

부의 창출 vs. 부의 대물림

출처: Forbes Magazine

출처: Forbes Magazine

이 도표는 해마다 Forbes 잡지에서 발표하는 ‘세계의 부자들’ 작년 리스트를 참고로 만들어봤다. 왼쪽은 한국의 10대 부자들, 그리고 오른쪽은 미국의 10대 부자들이다. 편의를 위해서 존칭은 생략했고, 재산은 작년 11월 초 환율 기반이다.

뭐, 한 번 정도는 모두가 다 들어본 이름들과 회사들일 텐데 한국과 미국의 부자들 사이에는 매우 명확한 차이가 존재한다. 물론, 재산의 절대적인 규모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우리나라 최대 갑부 이건희 씨의 15조 원과 미국의 최대 갑부 빌 게이츠의 86조 원은 거의 6배가 차이 난다(이건희 씨의 재산은 이보다 더 많을 거라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차이는 표에서 회색으로 칠한 부분들이다. 미국은 부를 창출한 부자들이(7명) 압도적으로 많고, 한국은 부를 대물림받은 부자들이(7명) 압도적으로 많다. 한국과 미국의 50대 부자리스트를 보면 이 차이가 더 크다 – 미국의 50대 부자 중 자수성가해서 부를 창출한 사람들의 수는 34명이고, 한국은 11명이다.

한국의 부자들은 대부분 우리가 잘 아는, 할아버지나 아버지 세대로부터 부를 대물림받은, 재벌가 사람들이다. 한국 10대 부자 중 부를 맨손으로 창출한 분들은 스마일게이트의 권혁빈 씨, 넥슨의 김정주 씨, 그리고 부영그룹의 이중근 씨 이렇게 3명이다. 반면 미국의 10대 부자들은 대부분 소프트웨어와 금융 분야에서 자수성가한 창업가들이다. 자, 그렇다고 나는 부를 대물림 받는 게 잘 못 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좋은 집안에서 운 좋게 태어나서 조상들의 부를 승계 받는 건데, 이걸 누가 뭐라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한국 부자들의 대부분이 부를 대물림받았기 때문에, 이게 결과적으로 한국의 산업, 구조, 경제, 문화에 꽤 많은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는 생각한다.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참고로, 나는 경제학자가 아니라서 수치를 기반으로 한 자세한 분석은 아니다.):

1/ 단일화된 industry – 주로 재벌기업들이 부를 대물림하기 때문에, 한국의 경제는 이 기업들이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산업들 위주로 단일화되어 있다. 그리고 많은 사회인이 이런 회사들에 취업을 하므로, 전반적인 산업과 비즈니스의 다양성이나 색깔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미국의 경우, 굉장히 다양한 산업들이 존재하고, 이들이 비교적 골고루 성장과 발전을 하고 있다.

2/ 서로 도와주는 생태계의 부재 – 창업가들은 대기업의 일원이 되길 거부하고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부와 가치를 생성하면서 도전, 땀, 그리고 노력이 국가와 경제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창업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고 하는 후배 창업가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후배들이 성공하면, 이들이 한국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어마어마하다는 걸 본인들이 경험적으로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10대 부자 중 자수성가한 권혁빈 씨와 김정주 씨도 내가 알기로는 다양한 방면으로 후배 창업가들을 밀어주고 있다(부영그룹의 이중근 씨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부를 승계받은 나머지 7명은 굳이 후배들을 도와줄 필요도, 창업을 장려할 필요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어차피 그들의 부는 또다시 후손들한테 대물림 될 것이니까. 이러다 보니 한국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10대 부자들 사이에는 서로를 도와주고 끌어주는 생태계가 만들어지기 힘들다.

3/ 창조경제의 한계 – 이제 막 경제활동을 시작하려는 젊은이들이 이러한 산업 구조를 보면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거 같다. 아무리 노력하고 열심히 일해도,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으면 부자의 대열에 낄 수 없는 현실은 상당히 암울하다. 부의 창출과 대물림이 적절한 균형을 유지해야지만 진정한 창조경제가 실현될 수 있을 거 같다.

4/ 성장의 한계 – 부가 위에서 아래로만 내려오고, 피라미드의 맨 밑바닥까지 순환되지 않으면 – 아니, 순환 경로 자체가 막혀 있다면 – 위에서만 성장이 일어나는 기형적인 구조가 만들어진다. 대대로 돈이 많은 기업만 더 커지고 더 부자가 되다면, 새로운 기업이 밑에서부터 위로 성장할 수 있는 문이 좁아질 수밖에 없고, 이러면 새로운 산업과 가치가 만들어 지는 게 어렵다.

지금까지 우리 아버지 세대는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왔고, 그 결과로 한국의 국민소득이 이제 3만 달러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제 우리 세대가 배턴터치를 하고 더 잘 해야 하는데,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기려면 앞으로 더욱더 많은 자수성가한 부자들이 탄생해야 한다. 그래야지만 부를 창출하고, 위에서 말한 한계들을 극복할 수 있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앞으로 10년 후에는 한국의 50대 부자 중 30명 이상이 창업을 통해 자수성가한 기업가들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리고 우리와 함께 하는 창업가들도 이 리스트에 포함되면 좋겠다.

억울하면 성공하자

요새 사기냐 아니냐 말이 많이 되고 있는 유니콘 테라노스와 아직은 아니지만 유니콘 가능성이 농후한 유빔(uBeam) 사태를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남가주를 대표하는 VC blogger이자 우리 펀드의 공식 어드바이저 Mark Suster 형님의 이 글을 보고 떠오르는게 있어서 몇 자 적어본다.

테라노스 이야기는 이 분야에서 일하면 모르는 분이 없을거다. 정맥에서 피를 뽑지 않고 손가락 끝을 찔러 나온 피 한 방울로 대부분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 실리콘밸리의 명문 VC들이 돈을 쏟아 부었고, 회사의 가치가 거의 10조원이 되면서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즈는 어린나이에 억만장자 대열에 들었다. 하지만, 테라노스 기술의 진위여부가 최근 도마위에 오르면서 이 회사는 최악의 위기에 처해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절대로 불가능한 기술이라고 하며 홈즈를 사기꾼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LA가 본사인 uBeam 이라는 회사도 비슷한 곤경에 빠져있다. 테라노스와 비슷하게 Meredith Perry라는 젊은 여성 창업가가 시작한 이 스타트업도 화려한 VC와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큰 투자를 유치했다. 유빔은 지금까지 그 누구도 하지 못한걸 하려고 한다. 전기를 초음파로 바꿔서 핸드폰같은 전자기기에 붙일 수 있는 충전기로 쏴 준 후에 다시 전기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기술이 실현되면 집과 같은 공간에서 핸드폰을 가지고 돌아다녀도 충전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선도 필요없고, 벽의 콘센트에 폰을 꽂을 필요도 없다. 하지만, 많은 과학자들은 물리학적으로 말이 안되는 기술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절대 불가능한’ 기술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뭐가 과연 맞을까? 테라노스랑 유빔은 정말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일까? 아니면 희대의 사기극일까?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다. 이 회사들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도 못 하고, 아직 그 어떤 것도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판단하기는 이를거 같지만, 개인적으로는 테라노스와 유빔의 기술이 모두 상용화되어 두 회사가 성공했으면 좋겠다. 사기꾼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맹비난받는 두 회사가 부정과 회의의 목소리에 맏서 대항하고 이들을 닥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보기좋게 성공하는 것이다.

마크 서스터가 그의 블로그에서 이런 말을 했다.

“The best ‘FUCK-YOU’ in life is SUCCESS(나를 억울하게 하는 사람들을 엿 먹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성공하는거다)”

세상을 바꾸고, 수십년 동안 바뀌지 않은 산업과 관행을 바꾸겠다는 젊은 창업가들을 대부분의 세인들은 비웃고, 욕하고, 손가락질한다. 이들에게 하나씩 대꾸할 필요도 없고, 스스로를 방어하거나 정당화 하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다. 억울하면 열심히 해서 성공하자. 나를 믿지 않는 사람들을 엿 먹이고 싶으면 열심히 일해서 보란듯이 성공해라.

Let’s fight on.

거품인가 아닌가?

bubble-779310또다시 떠오르는 벤처 거품론. 미국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한국 스타트업들의 밸류에이션도 많이 높아졌다는 걸 느끼고 있다. 돈 한 푼 못 버는 회사들의 높아져만 가는 밸류에이션과 이를 더욱 부추기는 VC 돈이 합쳐지면 나 같은 투자자들도 이해할 수가 없는 밸류에이션들이 나온다. 과연 거품(bubble)인가? 이 거품이 터지면 2000년도와 같은 위기가 올까?

솔직히 난 잘 모르겠다. 왜냐하면, 거품은 터져야지만 그게 거품이었다는걸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봤을 때 거품은 ‘블랙스완’이라고 할 수 있을 거 같다. 블랙스완에 대해서 잠깐 짚고 넘어가면,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교수는 저서 ‘Black Swan’ 에서 ‘검은 백조’는 다음 3가지의 특성이 있다고 했다:
1/예측할 수가 없다
2/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진다
3/후에 곰곰이 생각하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었다고 분석된다

솔직히 현재의 tech 생태계가 거품인지, 거품이라면 언제 터질지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가 없다. 만약 거품이 터지면 그 파급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2000년도 인터넷 거품과 2008년도 금융위기 거품을 생각해보면 파급효과는 대략 짐작은 갈 것이다. 또한 – 그리고 이게 블랙스완의 가장 재미있는 특성인 거 같다 – 거품이 터지고 난 후에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게 너무나 당연하다고 느껴질 것이다. 많은 학자와 전문가들이 거품이 터지기 전까지의 일련 사건들과 현상들을 총정리해서 이미 거품은 예견되었고 일어날게 뻔한 거였는데 모두 너무 무심했고, 방심했고, 탐욕스러웠다고 우리 같은 tech 관련자들을 맹비난할 게 뻔하다.

거품이 블랙스완이라고 가정을 하면, 우리는 지금 스스로 틀린 질문을 하고 있다. 일어나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거품인가 아닌가?”라는 질문은 매우 어리석은 질문이다. 올바른 질문은 바로 “거품이 터지면 어떻게 대처할까?”일 것이다. 탈레브 교수도 블랙스완은 예측 자체가 불가능하므로 일어났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럼 거품이 터지면 어떻게 될까? 우리 회사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직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한 벤처기업들이 거품이 터진 후에도 살아남을 방법은 두 가지라고 본다.
가장 바람직한 거는 거품이 터지기 전에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거다. 여기서 말하는 자립은 자체적인 매출을 만드는 것이며, 비용보다 더 많은 매출을 만들어서 수익을 내는 걸 말한다. 거품이 터지면 유동성이 사라질 것이며, 현재 시장에 널려있는 벤처투자금이 순식간에 메마를 것이다. VC 돈에 의지하지 말고 스스로 수익성을 만들고 이를 계속 개선해야 한다. 더 중요한 건 외주나 정부 프로젝트 같은 거 말고 제품의 코어 서비스로 매출을 만들어야 한다. 그 외의 모든 건 거품이 터지면 사라지기 때문이다.
또 다른 방법은 지출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수익을 만들지 못하면 매일 돈을 까먹을 텐데 까먹는 돈을 최소화 해야 한다. 불필요한 인력은 해고하고, 쓸데없는 회식은 없애라. 사무실도 가능하면 작고 저렴한 곳으로 옮겨라. 업계에서 흔히 말하는 burn rate를 낮춰서 runway를 최대한 연장해야 한다.

스타트업계에 겨울이 곧 올까? 거품이 곧 터질까? 잘 모르겠다. 터져야지만 거품이다. 하지만 돈 없고, 비즈니스 모델 없고, 매출 없는 스타트업들은 최소한 준비는 하고 있어야 한다.

<이미지 출처 = http://www.dailykos.com/story/2009/03/19/710273/-Bubble-Economics-and-the-Cycles-of-Boom-and-Bu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