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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스캔, 홈케어 서비스

한국 와서 집을 구하면서 답답했던게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일단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이나 professionalism이 너무 없고, 고객들을 호구로 보는 중개사들한테 너무 실망했다. 모든 중개사들이 이런 건 아니겠지만 – 그리고 미국도 이런 중개사들이 있지만 – 한국은 정말 무법천지였다. 이렇게 쉽게 돈을 버는 중개사들과 우리랑 같이 일하는 고생하는 창업가들을 비교해 보면 화가 날 정도다. 이건 나만 느끼는 건 아니고 한국에서 집을 구해 본 모든 사람들이 어느정도 동의하지 않을까 싶다. 또 다른 답답한 점은 – 이건 어쩌면 내가 미국에서 집을 구해봤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지는 못 할거 같다 – 나 같은 임차인은 집 주인한테 아무 말도 못 하고 아무것도 요구할 수 없는 “집주인이 ‘갑’인” 사회 분위기였다. 내 집이 아니더라도 내 돈 몇 억이 들어가는데 왜 임차인은 뭔가를 요구할 권리가 없을까. 이사 전에 이미 망가져 있거나 작동하지 않는게 있다면 당연히 주인이 새로운 세입자를 위해서 고쳐줘야 하는데 한국은 그 조차 집 주인의 눈치를 봐야하고, 협상을 해야 한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새 집으로 들어가기 전에 임차인이 전문 홈 인스펙터를(공간관리사) 통해서 그 집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검사 받을 수 있다. 주로 돈은 임차인이 내야하는데 공간관리사들은 2-3시간 정도 매우 꼼꼼하게 집의 상태를 전체적으로 검사해준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습도, 곰팡이 존재 여부 또는 가능성, 백개미 존재 여부, 수압, 전압, 전기 접지 상태 등 모든 걸 검사 해주고 전문적인 보고서를 만들어서 제공한다. 집을 사는 사람은 이 보고서를 가지고 집 값을 네고하거나 또는 집 주인한테 수리 요청을 할 수가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내가 살 집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집의 파손으로 인한 예상치 못 한 봉변이나 피해를 최소화 할 수가 있다.

한국은 이사 당일 날 집 주인, 전 세입자, 그리고 새로 들어오는 세입자들이 적지 않은 돈을 돌리고, 입금하고, 출금하고, 그리고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후다닥 이사 나가고 들어온다. 이렇게 하니 당연히 집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할 수도 없고, 전에 살던 사람이 고장낸건지 원래 그런건지 알 방법이 없으니 집 주인한테 정당하게 수리를 요청할 수가 없다. 더 당황스러운 건 집이라는게 살아보기 전에는 발견되지 않는 하자들이 있는데, 한 두 달 후에 이런 하자들이 발견되면 세입자는 곤란해진다. 정확히 누구 잘못인지 책임 소재도 애매해지기 때문에 매우 지저분한 싸움으로 끝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 투자사 닥터하우스에서 새롭게 출시한 홈스캔 서비스는 이런 문제점들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아니, 당장 해결하지는 못 하겠지만 좋은 방향을 제공한다. 홈스캔을 통해서 닥터하우스의 full-stack 공간관리사/기술자 분들이 주거공간을 정확하게 검사하고 진단해서 주거자들이 느낄 수 있는 불편을 예방할 수 있다. 그리고 동시에 새로 출시한 홈케어 서비스를 통해서 문제점 발견 시 바로 처리가 가능하다.

기존 프로세스에 뭔가 깨진 부분이 있다면 당연히 고쳐야 하는게 맞지만 우리 사회는 이런 것들을 그냥 “관행이니까 원래 그런거야” 로 넘어가고 있다. 누군가는 제동을 걸고 기술의 도움으로 투명성을 제공해야 한다. 닥터하우스의 서비스가 여기에 한 몫 하길 기대한다.

O2O 마켓플레스

o2o-marketplace바로 전 포스팅에서 우리가 투자한 몇 개의 O2O 서비스들에 대해 잠깐 이야기 했다. O2O 플랫폼들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성격이 조금씩 다르다. 집 수리/유지보수 서비스 닥터하우스의 경우, 시작은 마켓플레이스였다. 즉, 자신들이 직접 집 수리를 하는게 아니라 사용자와 집수리 업체를 연결만 해주는 비즈니스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히 연결만 해 줄 때 항상 발생하는 품질 문제 때문에 – 사용자들은 집 수리 결과에 대해 항상 불만이었고, 업체의 경우 일단 돈 만 받으면 “나 몰라라” 하고 발뺌한다 – 직접 자체 기술자를 고용해서 철저한 품질을 보장하는 in-house 비즈니스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부동산다이어트의 경우 자체 공인중개사 인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외부 공인중개사와 같이 일을 하기도 하는 일종의 hybrid 모델을 가지고 있다.

뭐가 정답일까? 나도 모르고, 솔직히 정답은 없다. 품질을 철저하게 관리하려면 모든걸 자체적으로 하는 in-house 모델이 정답이지만 비용도 많이 들고, 그만큼 스케일하는게 어렵고 느려진다. 에어비앤비나 우버와 같이 순수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면 스케일 하는게 더 수월하지만, 직접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기 때문에 품질의 리스크가 항상 존재한다. 예를 들어, 우버의 택시기사가 손님을 강간하거나, 에어비앤비 손님이 남의 집을 빌려 마약파티를 하다가 경찰한테 발각되면 마켓플레이스의 입장에서는 골치가 아프다. 또한, 영어로 disintermediation 이라고 하는 ‘탈중개화’ 문제가 항상 존재한다(소비자와 공급자가 첫 거래는 마켓플레이스 플랫폼을 이용하지만, 오프라인 상에서 만나기 때문에 두 번째 거래 부터는 마켓플레이스를 건너뛰고 서로 직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이렇게 해봤다).

그래도 시장은 스케일이 있고, 자체 재고나 인력 관리의 부담이 없는 마켓플레이스 형태로 흘러가고 있는거 같다. 만약에 O2O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고 있거나,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다면 다음 몇 가지에 대해서 생각을 좀 해보면 좋을거 같다:

1/ 단순 제품보다는 서비스에 집중
한 번 사거나 파는 제품보다는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O2O 마켓플레이스 전략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버와 같은 택시 서비스는 한 달에 여러 번 사용하지만, 중고 옷을 거래하는 서비스는 일년에 한 두번만 사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 서비스를 제공하면 사용자 경험에 집중
우버와 같이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O2O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한다면 사용자 경험을 향상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자주 사용하는 서비스’를 ‘없으면 안되는 습관과도 같은 서비스’로 만들어야 한다. 잘만 하면 LTV(Life Time Value) 또한 배로 늘어날 것이며, LTV가 배로 늘어나면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한 마케팅 비용인 CAC(Customer Acquisition Cost)도 배로 사용할 수 있다(LTV와 CAC 관련 글)

3/ 여러 우물보다는 한 우물(=horizontal 보다는 vertical)
마켓플레이스에서 가장 중요한 건 유동성(=liquidity) 이다. 즉, 내가 뭔가를 팔고 싶어서 특정 마켓플레이스에 물건을 올리면 이 물건을 살 사람들이 즉시 나타나야지만 마켓플레이스는 존재의 가치가 생긴다. 미국의 Craigslist가 그 후진 UI와 UX를 가지고 오랫동안 개인 대 개인 거래시장의 일인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이다. 중고장터앱의 UI가 아무리 이뻐도 팔 물건을 올렸는데 살 사람들이 없으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 너무 많은 분야에 걸쳐 있는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면 수요과 공급에 유동성을 제공하는게 어려워진다. 어린이, 10대, 20대, 30대, 성인 남녀 모두를 위한 패션 중고거래 마켓플레이스 보다는 10대 여자들을 위한 중고 패션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는게 유동성 확보 면에서는 훨씬 좋다. 이 플랫폼에는 그냥 아무 옷이 아닌, 10대 여자들 옷만 찾는 사용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4/ 탈중개화를 방지할 수 있는 온디맨드 서비스
위에서 이미 언급한 탈중개화 현상은 모든 마켓플레이스가 가지고 있는 리스크이다. 우리 투자사를 예로 들어보면, 집 수리가 필요해서 닥터하우스를 통해 좋은 기술자와 연결되어 좋은 경험을 했다고 가정해보자. 다음에 또 집 수리를 해야하면 굳이 닥터하우스를 이용하지 않고 – 수수료가 발생하니까 – 지난 번 기술자에게 직접 전화해서 예약을 하고 싶은게 사람의 심리이다. 즉, 플랫폼의 disintermediation이 발생한다. 하지만, 우버는 예약 기반이 아니라 필요한 시점에 즉시 사용하는 진정한 온디맨드 서비스이기 때문에 이런 탈중개화가 일어날 확률이 매우 적다. 아니, 아예 없다. 왜냐하면 한 시간 안으로 공항에 가야하는데 집을 나와서 여기저기 택시회사에 내가 전화를 걸어 가격을 비교하고, 더 싼 택시를 부르고 할 시간도 여력도 없기 때문에 그냥 우버를 누르고 즉시 사용하기 때문이다.

5/ 시장의 양쪽을 다 신경써야 한다
마켓플레이스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two-sided business 이다. 우버의 예를 또 들면, 택시 이용객도 우버의 고객이지만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택시 기사들도 우버의 고객이다. 어떻게 보면 택시기사들이 더 중요한 고객일 수도 있는게 많은 택시 기사들이 우버를 full-time 업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O2O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고 있다면 수요와 공급 모두를 만족시켜야지만 비즈니스가 제대로 굴러가는데, 서로 원하는게 다르고 보는 방향도 다른 양쪽을 모두 같은 플랫폼 위에 태우려면 지속적인 실험과 수정을 해야한다.

6/ 수수료 이상의 비즈니스 모델

내가 아는 O2O 마켓플레이스들은 거의 모두 수수료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했다. 이들은 수요와 공급을 매칭해주고, 거래가 일어나면 일정 %의 수수료를 가져간다. 하지만, 이 비즈니스 모델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첫째는 위에서 언급한 탈중개화이다. 공급자의 신원과 연락처가 파악되면 사용자는 수수료를 피하기 위해서 플랫폼 밖에서 공급자와 직거래를 하기 시작한다. 두 번째는 과다한 가격 경쟁이다. 시장이 존재하고 충분히 크다고 판단되면 동일한 경쟁 마켓플레이스들 여럿이 등장하는데 – 마켓플레이스의 또 다른 단점은 바로 진입장벽이 전반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 이렇게 되면 서로 가격을 낮추거나 수수료를 낮추면서 경쟁을 하게 된다.
이 두가지 이유 때문에 결국 어느 시점에 수수료는 ‘0’ 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미 우리가 잘 아는 배달의 민족도 아마도 이러한 이유 때문에 수수료를 없애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그러면 마켓플레이스들은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하나? 바이어와 셀러들을 엄청나게 많이 모은 마켓플레이스들의 진정한 비즈니스는 이때부터 시작된다. 수수료가 아닌 다양한 부가서비스들을 유료로 제공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수수료 기반의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고 있다면 지속 가능한 궁극적인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 끈임없이 고민을 해야한다.

<이미지 출처 = https://moduleapps.com/mobile-marketing/ufs-o2o/>

PLAY like Nexon

사진 2016. 1. 19. 오전 7 48 48이 분야에서 일하면 얼마전에 출간된 신기주 기자의 ‘플레이’ 라는 책을 읽어 본 분들이 꽤 있을 것 같다. 한국을 대표하는 유니콘 회사 중 하나이자, ‘freemium’ 또는 ‘free to play’ 라는 개념을 게임에 세계 최초로 적용한 게임회사 넥슨의 이야기를 상당히 재미있게 쓴 책이다. 실은 나는 거의 4년 전부터 종이책을 읽지 않고 있었는데, 얼마전 부터 다시 종이책과 전자책을 병행하면서 읽기 시작했고 한국 돌아와서 완독한 첫 종이책이 플레이다.

이건 서평이 아니라서 책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쓰지는 않겠다. 궁금하신 분들은 일독을 권한다. 아마도 나한테 이 책이 더 흥미로웠던 이유는 아직도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신 내가 개인적으로 아는 분들이 꽤 많이 등장했고, 개인적으로 존경하고 흥미롭게 관찰하던 회사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참고로 나는 2008년 – 2012년 뮤직쉐이크 시절, 넥슨아메리카 사무실 안에서 작은 방을 얻어서 일을 했었고 본사는 아니지만 넥슨 미국 지사를 통해서 넥슨에 대해서 많은걸 보고 배웠다. 책에 등장하는 몇 인물들은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분들인데 이렇게 치열하게 도전하면서 일을 하셨고, 이렇게 훌륭하신 분들인지는 책을 통해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지금 창업을 하셨거나 창업을 고려하시는 분들은 읽으면 느끼는게 많을거 같고, 스스로의 현 주소 및 앞으로의 방향을 재정비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나는 창업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분들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이 분들한테는 꽤 큰 감동과 인생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시각을 충분히 제공해 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타고난 사업가나 창업가들이 존재하는건 사실이다. 하지만, 많은 창업가들은 만들어 진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들 중 살면서 어느 시점에 인생의 방향을 전환시키는 계기가 되는 사건을 통해서 창업을 결심하는 사람들도 많다. 나 같은 경우 스탠포드 대학원에서 Khosla Ventures의 비노드 코슬라의 강연을 들은게 내 커리어 인생을 바꾸게 한 계기가 되었다. 나는 ‘플레이’가 많은 젊은이들에게 이런 계기를 제공하는 책이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이들이 인생을 조금은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봤으면 한다. 그리고 창업을 해서 수 조원의 돈을 벌고 유니콘 기업을 만들었으면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부자지도를 부를 대물림 받은 재벌들이 아닌 자수성가한 창업가들로 채워줬으면 한다.

플레이에는 맘에 드는 문구들이 많이 있는데,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다:

“김정주도, 정상원도, 송재경도, 서민도, 일이 이렇게 풀릴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아직 20대였던 공학도들이 국가 인프라 전략을 앞서 읽고 시장의 흐름을 예측한 다음 거기에 걸맞은 상품을 먼저 준비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환란을 예측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 그들은 그저 남들보다 더 무모했고, 누군가 미래를 만들어주길 기다리는 대신 미래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어 했을 뿐이다. 도전했고, 실패했다. 행운이 따라줬고, 불행도 따라왔다. 그리고 부활했다.”

그 누구의 길도 아닌. My way.

사진 2016. 1. 9. 오후 5 04 54작년부터 John과 나는 권도균 대표님이 설립한 국내 최초의 악셀러레이터인 프라이머의 파트너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우린 본격적으로 8기 부터 조인했는데, 얼마 전에 9기 모집이 끝났다. 9기에는 586명이 참가를 했고, 이들이 135개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서 지원했다. 내 주위에는 더 이상 한국에는 투자할 회사가 없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고, 젊은 친구들의 창업 열기가 시들었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프라이머 9기 지원한 분들을 보면 오히려 한국의 창업 현실은 이와 반대로 매우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이 중 20개 정도의 팀들은 프라이머 9기로 선발되겠지만, 대부분은 선발되지 못 할 것이다. 선발되지 못 한 분들에게 내가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전혀 신경쓰지 말고 하고 싶은 일, 그리고 하던 일 계속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프라이머 같은 악셀러레이터에 지원하기 위해서 많은 준비를 하고, 많은 밤을 세웠던 건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불합격 통보를 받으면 정말 김 빠지고 실망이 크다는 것 또한 잘 안다. 어떤 팀들은 불합격이 창업의 끝이라고 생각하고 그동안 꿈꾸던 비즈니스를 접고, 힘들게 만든 팀을 해체하고, 창업 자체도 그만둔다. 나는 이들이 남의 길이 아닌 자신들의 길을 가라고 해주고 싶다. 물론, 프라이머에 합격하면 당연히 좋다. 투자도 받고, 프라이머 파트너들의 적극적인 도움도 받고, 다른 프라이머 동기/선배 회사들과 교류하면서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귀한 기회가 주어진다. 그렇지만 악셀러레이터가 창업의 종착점은 아니다. 이는 그냥 창업의 과정에서 거쳐가는 수많은 과정 중 하나이다. 되면 좋지만, 안 되도 좋다. 중요한 건 창업가와 팀이 시작한 걸 끝까지 믿고 밀어 붙이는 것이다. 남한테 보여주기 위한게 아니라 나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어디 이런게 악셀러레이터 지원 뿐이겠나. 투자도 마찬가지이다. 스타트업의 목표는 투자를 받는게 아니다. 돈이 떨어져서 투자를 받으면 하고 싶은걸 조금 더 하고, 사업 초기에 세운 가설들을 조금 더 테스트 해볼 수 있는 여유가 약간 더 생기는 것이다. 그 이상도 아니고, 그 이하도 아니다. 투자를 많이 받은 회사가 성공한 회사는 절대로 아니다. 투자를 못 받아도 그만이다. 그냥 내가 원래 가던 길을 계속 가면 된다.

아직 성공했다고는 말 할 수 없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온오프믹스, 스타일쉐어, 그리고 마이리얼트립 모두 프라이머 회사들인데 2010년도에 선발된 1기 회사들이다. 이 회사들이 현재 위치까지 오기에는 5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고, 미안하지만 아직 한참 멀었다. 그만큼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게 비즈니스이다. 창업은 남들과 경쟁하는 경진대회가 아니고, 창업가들은 연예인이 아니다. 남한테 보여주기 위한 길을 가는게 아니라 나만의 길을 가는 것이다.

프라이머 9기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모든 스타트업들이 너무 조바심 갖지 말고, 좀 길게 보고 자신만의 my way를 갔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부자의 대열에 끼기

이 전 포스팅에서 한국과 미국의 부자들, 그리고 부의 창출과 대물림에 관해서 이야기 했는데, 꽤 많은 분이 공감해 주셨다. 많은 분이 재벌들이 지배하고 있는 한국의 경제와 미래에 대해서 걱정했고, 하루빨리 우리나라도 스스로 자수성가한 부자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를 표시했다.

그리고 많은 분이 스스로 질문을 했을 것이다 – 나 또한 그랬으니까. “어떻게 하면 나도 이 부자 리스트에 올라갈 수 있을까?”

대한민국 10대 부자 리스트에 끼고 싶으면 기본적으로 ‘조’ 단위의 재산을 보유해야 한다. “1조 원 밸류에이션” , “billion dollar company” , “유니콘” 등의 단어들을 우리는 워낙 여기저기서 많이 듣기 때문에 때론 ‘1조 원 돈이 얼마인지 실감이 안 날 때가 많다. 나도 전혀 감이 안 온다. 1조 원이라는 돈을 만져 본 적이 없으므로. 대한민국 10대 부자 대열에 끼고 싶으면 기본적으로 1조 원이 있어야 하는데, 1조 원은 얼마나 어마무시한 금액일까? 1조 원으로는 다음 물건들을 살 수 있다(작은 -> 큰 순서):

1/ 맥도날드 빅맥 2억 개(우리나라 국민이 모두 빅맥을 4개씩 먹을 수 있다)
2/ 아이폰 6 125만 개
3/ 포르쉐 911 2016년 모델 8,333개
4/ 강남의 50평짜리 아파트(평균가) 667개
what 1B can buy
1조 원의 위력은 엄청나다. 1조 원을 가진 부자는(=billionaire) 그냥 우리 주변의 알부자, 돈 많은 사람, 상가 몇 개 가지고 있는 친구 아버지랑은 차원이 다른 부자다. 즉, 갑부이다. 어떻게 1조 원을 벌어서 부자의 대열에 낄 수 있을까?
1억 연봉은 절대로 적은 게 아니다. 요샌 평균 연봉이 많이 올랐지만, 1억 원은 아직도 고액연봉이다. 그런데 1억 연봉을 받는다면, 그리고 한 푼도 안 쓰고 몽땅 다 저축을 해도 1만년을 일해야지 1조 원을 모을 수 있다.
100억 연봉을 받는다면, 그리고 한 푼도 안 쓰고 다 저축해도 100년을 일해야지 1조 원을 모을 수 있다.
즉,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월급쟁이로는 1조 원을 벌 수 없고, 10대 부자 대열에 절대로 낄 수 없다. 더러운 꼴 참고, 가족들한테 소홀히 하고, 죽도록 일하고, 술 엄청 먹고, 그리고 운이 억수로 좋아서 한국 최고의 기업 삼성전자의 사장이 되면 150억 원의 연봉을 받는다고 한다(출처: 더팩트). 경영을 잘해서 삼성전자 사장을 10년 동안 한다고 가정해보자. 150억 연봉을 10년 동안 한 푼도 안 쓰고 다 저축을 해도 1,500억 원이다. 1조 원의 7분의 1 이다.

1조 원을 벌고 싶다면, 그래서 부자의 대열에 끼고 싶다면, 그런데 우리 할아버지가 현대나 삼성을 만들지 않았다면? 유일한 방법은 창업이다. 창업을 통해서 기존에는 없던 가치를 만들고, 이로 인해서 막대한 부를 축적해야지만 부자의 대열에 들어갈 수가 있다.

물론, 모든 걸 돈으로만 볼 수는 없다. 그리고 단지 돈만을 보고 창업하는 것도 그렇게 바람직한 건 아니다(하지만, 나는 “돈을 억수로 벌기 위해서 창업했습니다” 라고 하는 창업가들도 좋다. 이들한테는 ‘돈’이라는 게 긍정적인 자극제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나 사회를 이롭게 하려고 부를 창출하려면 억 단위가 아니라 조 단위의 부를 만들어야 하는데, 재벌가에서 태어나지 않은 보통수저/흙수저/스테인리스 수저들이 이렇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창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물론, 모두가 다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창업가라면 누구나 다 도전해 볼 수 있다. 누구나 다 1조 원을 꿈꾸고, 도전할 수 있다는 이 사실 자체가 멋지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