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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DIY 문화

DIY나는 잘 사용하지 않는데 우리 집 안방 화장실에는 비데가 설치되어 있다. 그래도 있으니까 얼마전에 한 번 사용해보려고 했는데, 물이 나오는 튜브가 고장이 나 있었다. 솔직히 큰 고장이 아니고 부품 한개만 교체하면 되는 작업인데, 미국 같으면 Home Depot나 Lowe’s 같은 대형철물점에 가서 직접 부품을 구매하고 유투브 동영상 보면서 교체를 하면 된다. 주로 유투브나 eHow 같은 사이트에 가면 이런 류의 DIY 컨텐츠가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정확한 모델에 대한 고장수리방법을 찾아서 하나씩 따라서 하면 된다.

이 비데는 웅진에서 만든 오래된 제품인데 네이버나 유투브에서 아무리 찾아봐도 이 모델에 대한 내용을 찾을 수가 없고, 단종 모델이라서 그런지 웅진비데 사이트에 들어가도 관련 제품에 대한 정보를 찾는게 쉽지가 않았다. 그래서 결국에는 웅진에서 알려준 유지보수 업체에 전화해서 방문수리요청을 했다. 한국의 모든 서비스가 그렇듯이 이 업체 또한 매우 친절하고 빨랐다. 월요일 전화했더니 그 다음 날 바로 와서 고쳐줬고, 비용 또한 매우 저렴했다.

아마도 이러한 환경과 문화 때문에 한국은 아직 DIY 문화가 발달되지 않은거 같다. 미국에 비해서 인건비가 저렴하고, 물류 시스템이 잘 발달되어 있고, 서구에서 유래된 ‘서비스’의 개념이 오히려 더 잘 구현되어서 그런지 소비자가 뭔가를 직접 하는거 보다 누구를 불러서 시키는게 오히려 더 빠르고 저렴해서 집에 사소한게 고장이 나도 서비스 센터에 전화해서 요청한다.

미국 같으면 이렇게 하는게 쉽지가 않다. 일단 누군가를 부르려면 항상 메뉴와 내용이 바뀌었으니 잘 듣고 선택하라는 ARS 시스템을 – 전에 내가 굉장히 잘 들어봤는데 바뀐 건 전혀 없다 – 거친 후 실제 교환원과 통화해서 예약을 하는데만 30분이 걸린다. 그리고 예약을 해도 한국같이 오늘 또는 내일 당장 오는게 아니라 3주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을 불러도 그 비용이 상당히 비싸다. 전에 싱크대에 문제가 있어서 사람을 불렀는데, 일단 미국의 경우 누군가 한 번 파견되면 기본적으로 80 달러가 청구되고, 수리업무의 내용에 따라서 엄청난 비용이 추가 발생한다. 우리 싱크대의 경우, 실은 고장난게 아니라 나사가 하나 느슨해져서 수리공이 5번 정도 돌리고 꽉 조이고 갔는데 90 달러가 청구되었다(출장비용 80 달러 + 나사 조이는 비용 10 달러).

이러니까 미국은 거의 다 스스로 해결을 해야한다. 나도 아파트가 아니라 집에서 살때는 왠만한건 스스로 다 고쳤다. 온수기가 고장났을때도 유투브에서 이 모델을 검색하면 왠만한 동영상이 다 올라가 있기 때문에 필요한 부품은 구매하고(가게에 없으면 아마존에는 무조건 있다) 수리 동영상을 하나씩 보고 따라하면 다 고칠 수 있었다. 아마도 이런 환경과 뭔가를 스스로 하려고 하는 미국인들의 태도/정신 때문에 미국은 DIY 문화가 발달을 하게 된거 같고, 이런 DIY 문화가 많은 관련 비즈니스들의 창업과 성장을 가능케 한 것 같다.

한국도 곧 이렇게 될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앞으로 인구는 더욱 줄어들 것이고, 인건비는 비싸질것이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전화 한 통만 하면 사람이 당일날 와서 모든 걸 다 고쳐주거나 해결해주는 시대는 조만간 끝날 것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DIY 컨텐츠 관련 시장도 커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혹시 내가 모르는 관련 서비스가 한국에도 있으면 알려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이미지 출처 = https://thecowetashopper.com/?p=6152>

Switching cost

고객들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드는 건 과거에도 어려웠고, 지금도 어렵다. 굳이 따지자면 과거보다는 현재가 훨씬 더 어렵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 이유는 간단하다. 과거에 비해서 웹서비스나 모바일 앱들의 종류와 수가 절대적으로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제품들 사이에서 우리가 만드는 제품이 입소문을 타고 고객들의 관심을 끈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하는게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만 하루에도 수 백개의 새로운 제품들이 구상되고 개발되는거 같다. 대부분 이미 존재하는 제품이 있지만, 뭔가 문제가 있거나 사용상에 불편함이 있기 때문에 그런 단점들을 개선한 제품들이다. 그 누구나 다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어서 출시하면 시장에 존재하는 기존 제품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특별한 기능이나 경험을 우리 제품은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많은 경쟁 제품의 고객들을 다 가져올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뭐, 당장은 그렇게 되진 않겠지만 결국 그렇게 될 거라는 기대들을 많이 한다.

그런데 현실은 주로 그렇지 않다. 아니, 완전 반대다. 창업팀이 생각하는 대로 어쩌면 그들의 제품은 그동안 시장에 없던 새로운 기능이나 경험을 제공할지도 모르지만, 이걸로 사용자를 끌어들이기는 쉽지 않다는걸 많은 분들이 경험했고, 현재 경험하고 있고, 앞으로 경험할 것이다. 나도 이런 창업가들을 많이 만난다. 아니, 거의 매일 만나는데 이 분들에게 내가 항상 강조하는건 switching cost 이다. 즉, 이미 잘 사용하고 있는 유사 제품이 있는데 조금 더 좋은 기능이나 경험을 제공하는 새로운 제품으로 갈아타는데(=switching) 들어가는 비용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보라고 한다. 이런 말을 하면 대부분 “현재 경쟁사는 초점을 잘 못 잡고 있다고 생각하며, 우리 제품은 이를 보완해 줄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라며 자신의 제품과 논리를 방어한다. 어쩌면 이들이 맞을 수도 있다. 제품을 출시하면 엄청나게 인기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나는 새로운 앱을 설치하는걸 정말 싫어한다. 수 많은 앱들이 내 아이폰에 깔려 있는데 정말로 필수 앱이 아니라면 – 우리 투자사 앱들은 예외다. 필수 앱이 아니라도 대부분 설치해서 사용해본다 – 내 아이폰 스크린에 설치될 확률은 매우 낮다. 실은 나는 극단적인 경우이지만, 내 주위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현대인이라면 ‘앱 피로’ 현상을 매일 경험한다. 어떨때는 앱스토의 아이콘들만 봐도 토할거 같다. 현실이 이러니 사용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앱을 설치하게 하는 건 정말로 쉽지 않다. 설치 후에 앱을 실행했는데 로그인이 필요하다면, 그리고 만약에 페이스북 회원가입 프로세스가 없고 전통적인 방법으로 회원가입을 해야 한다면 바로 나가버리고 다시는 그 앱을 사용하지 않는게 일반적인 행동이다. 새로운 제품을 사용하게 만드는게 이렇게 힘들다. 새로운 기능이나 경험은 커녕, 대부분 그 전에 앱을 지워버릴 수도 있다. 특히 이 앱이 이미 내가 잘 사용하고 있는 제품과 비슷하다면. 그만큼 switching cost가 높다.

그러니까 이미 존재하는 제품에 비해 아무리 새로운 기능과 경험을 제공하는 제품을 만들어도, 내 인생에 정말로 유용하지 않으면 사용자들을 확보하는게 매우 어렵다. 이미 존재하는 제품보다 더 싸고, 더 빠르고, 더 좋은 제품을 만들고 있는 모든 창업팀은 이 ‘더’의 의미를 잘 정의해야한다. 이미 잘 사용하고 있는 제품이 존재한다면, 그리고 기존 제품이 아무리 완벽하지 않고 몇 가지 기능이 빠져있더라고, 새로운 제품으로 갈아타는 switching cost가 너무 높으면 원래 사용하던 익숙한 제품을 계속 사용할 확률이 높다. 이 말을 조금 더 간단하게 풀어보면, 새로운 제품을 사용하기 위해서 앱을 설치하고, 회원가입을 하고, 새 기능들에 익숙해져야하는 귀찮음이 새로운 제품이 제공하는 가치보다 크다면 우리가 만드는 새로운 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껍데기만 O2O

몇 달 전에 비해서 O2O란 유행어는 조금 시들해졌지만, 관련 비즈니스들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시장에 나오고 있다. 내가 최근에 만난 스타트업들의 절반 이상이 O2O 비즈니스인거 같다(실은 내가 보기엔 O2O가 아닌데, 본인들은 모두 O2O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창업에 관심을 갖고 더 많은 젊은이들이 스스로 뭔가를 해보겠다는건 진짜 좋은 현상이지만, 더 많은 회사들과 더 많은 잡음 속에서 옥석을 가리는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어졌다.

그런데 소위 말하는 O2O 비즈니스를 – 이상하게 나는 이 단어를 싫어한다 – 하고 있는 분들이나, 준비하는 창업가들이 이 단어에 대해서 조금은 더 깊게 고민을 했으면 좋을것 같다는 생각을 최근에 굉장히 많이 한다. 과거 수 십년, 또는 수 백년 동안 오프라인에서만 존재하던 비즈니스에 IT 기술을 적용하면서 ‘온라인’ 이라는 날개를 달아주는게 흔히 말하는 O2O 비즈니스인데 여기서 우리가 말하는 IT 기술이나 온라인 기술을 적용한다는게 그냥 상품을 구매하거나 주문하는 웹사이트를 만드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시작은 인터넷으로 뭔가를 하거나 주문하기 위한 프론트 단의 웹사이트와 전자상거래 기능이겠지만 이는 단지 더 크고 효율적인 비즈니스를 위한 시작이자 수단이지 끝이 아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게 끝이라고 생각하는거 같다. 전에 내가 포스팅을 한 적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O2O의 승자는 offline이 차지하는 비중을 최소화 하면서 online 부분을 강화하는 업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지만 적은 인력과 자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한계비용이 낮고 확장가능한 비즈니스로 성장할 수 있는 최적의 발판을 만들 수 있다.

요새 좀 안타까운건, O2O를 하겠다는 많은 팀들이 간단한 웹사이트만 제외하면 기존 오프라인 비즈니스와 별반 다를게 없는 비즈니스를 만들고 있다는 건데, 내가 보기엔 껍데기만 O2O 이지 이건 그냥 오프라인 비즈니스이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학력 좋고 체력 좋은 젊은 친구들이 조금 더 빠르고 세련되게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하는거 같다. 적당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IT 업계의 ‘총각네 야채가게’ 같은 느낌이랄까?

실은 오프라인 비즈니스가 나쁘다는건 절대 아니다. 오프라인에 집중해서 성장할 수 있는 방법도 많다. 하지만, 이렇게 방향을 잡아서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강화하는건 이미 수 십년 또는 수 백년 동안 오프라인 비즈니스만 하시던 분들이 전문성을 갖고 있는 분야로 우리가 들어가서 경쟁하려는건데 이는 매우 어렵다. 내가 만나는 모든 팀들은 오프라인 보다는 온라인 쪽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강점들을 아주 잘 활용해서 과거에 오프라인이었던 비즈니스에 온라인 기술을 적용해서 모든 프로세스를 더 빠르고, 더 싸고, 더 좋게 만들 수 있는 쪽으로 공략했으면 좋겠다.

간혹 카카오의 O2O 비즈니스에 대해서 이야기 하시는 분들도 많다. 카카오의 O2O 전략이야말로 그냥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카카오 플랫폼이라는 껍데기로 포장한게 아니냐 라면서. 카톡으로 먹을거리를 주문하면 슈퍼에서 집까지 배달해주는게 뭐가 그렇게 온라인스럽냐 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맞다. 아주 맞는 말이다. 하지만 카카오는 조금은 다르게 봐야할 필요는 있을거 같다. 이미 카카오톡이라는 전국민이 사용하는 플랫폼을 잘 구축해놨기 때문에 그만큼 여러가지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이 플랫폼 위에 얹을 수 있고, 적은 비용으로 많은 수요를 한 방에 발생시킬 수 있는 엄청난 네트워크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고, 그 많은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해서 계속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조금은 다르게 봐야 한다.

껍데기만 O2O인 비즈니스는 효율적으로 크게 성장하기가 쉽지 않다.

비트코인 블록사이즈 논란

비트코인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최근 이 업계에서 큰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Mike Hearn이라는 유명한 원조 비트코인 개발자 중 한 명이 비트코인 실험은 실패했다라는 글을 쓰면서 상당한 파문을 일으켰고, 역시 많은 분들이 비트코인은 이제 끝났구나 라는 생각을 하고있다. 나도 관련 글들을 읽고 공부를 좀 했는데 역시 기술적으로는 좀 어렵지만, 그 내용의 핵심은 대략 다음과 같다.

2008년도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 오리지날 소스코드를 만들었고, 이 코드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소프트웨어 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건 Bitcoin Core라는 프로토콜이다. 그런데 비트코인이 오픈소스이고, 이 오리지날 소소코드를 가지고 많은 개발자들이 개발을 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여러가지 버전의 비트코인 프로토콜이 만들어진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이런 현상을 forking 이라고 하는데 위에서 언급한 Mike Hearn은 또 다른 프로토콜인 BitcoinXT라는 fork 개발을 주도 했었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Core의 약점 중 하나는 바로 한정된 블록의 크기인데(블록사이즈) 이게 바로 이번 논쟁의 핵심이다. Core는 블록체인의 블록사이즈를 의도적으로 1MB로 제한해놨다. 해커들의 공격을 방지하기 위해서 처음부터 이렇게 작게 만들었지만, 비트코인 거래량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비트코인 커뮤니티에서 블록사이즈를 더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여러 개발자들이 forking을 통해서 블록사이즈가 더 큰 프로토콜 개발을 하고 있다.

블록사이즈가 작으면 블록체인을 다운받는 속도가 더디어지면서 비트코인 거래의 속도나 거래량에 한계가 발생한다. 참고로 비자 네트워크는 1초에 2,000건의 거래를 소화할 수 있는데 비해 비트코인은 현재 7건의 거래 밖에 처리를 못 한다고 하니 비트코인이 정말로 mainstream 지불수단이 되려면 블록사이즈 크기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

현재 Bitcoin Core와 Bitcoin Classic이라는 프로토콜이 대립을 하고 있고, 이 때문에 다양한 소문과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Classic은 블록사이즈를 기존 Core의 1MB에서 2MB로 증가시켰고 Coinbase와 같은 대형 비트코인 회사들의 막강한 지지를 받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다수의 호응을 얻는데에는 실패했다. 여기서 ‘호응을 얻는데 실패했다’ 라는게 잘 이해가 안 되는 분들이 있을텐데, 비트코인은 주인이 없어서 그 누구도 소유하고 있지 않고, 비트코인을 개발하고 블록을 유지하고 있는 운영자들이 ‘투표’와 비슷한 방법에 의해서 새로운 기능을 도입하는 결정을 내린다. 75% 이상의 블록에서 Classic이 도입이 된다면 Core는 버려지고 Classic이 새로운 프로토콜로 채택이 되는데 아직 절대 다수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자 그럼 블록사이즈가 커지면 어떤 장점들이 있을까? 당연히 비트코인 거래가 훨씬 더 빨리 일어날 수 있고, 블록체인의 부하가 줄어들지만 이와는 반대로 해커들의 공격을 받을 확률이 증가한다. 그런데 현재 논쟁의 가장 핵심이 되는 건 바로 블록사이즈가 더 커지면 더 많은 자원을(=CPU power) 가지고 있는 채굴자들한테 권력이 집중되어서 블록체인의 가장 중요한 특징인 ‘분권(decentralization)’이 파괴되고 소수의 집단한테 권력이 집중 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소수’는 엄청난 CPU를 가지고 채굴을 하는 중국이 될 확률이 높다. 즉, 중국이 블록체인을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Coinbase의 대표 Brian Armstrong은 비트코인이 위기에 처한게 아니라 마치 대통령 선거를 하듯이, 비트코인 업계에서는 선거가 진행 중이라고 하는데 이게 꽤 적절한 표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1MB 블록사이즈냐 2MB 블록사이즈냐, 현재 업계는 선거를 하고 있으며, 투표소가 아닌 CPU로 투표를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과 미국에서 아주 잘 볼 수 있듯이, 대선 전에는 후보들이 서로를 비방하면서 한 표라도 더 이기려는 노력을 한다. 하지만, 한 사람만이 대통령이 될 수 있고 대통령이 결정된 후에는 이 결정을 국민들이 존중하면서 4-5년 동안 열심히 살아간다. 실은 지금은 Core와 Classic의 경쟁이지만, 앞으로 다양한 기능의 도입을 결정하기 위해서 이런 과정을 계속 반복하면서 비트코인은 발전하고 스스로 업그레이드 될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예측을 하고 있다.

나는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비트코인이 굉장히 건강하고 튼튼한 프로토콜로 성장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스스로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는 장치를 비트코인은 내재하고 있고, 업그레이드 방법에 대해서는 항상 논쟁이 일어나겠지만 이 논쟁을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는 좋은 투표 시스템 또한 비트코인은 내재하고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굉장히 혁신적인 프로토콜이며, 이렇기 때문에 비트코인은 어쩌면 해마다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프로토콜이 될 수 있고 이 프로토콜을 잘 활용하면 해마다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IPv4 에서 IPv6로 업그레이드 하는데 거의 8년이 걸렸고, SWIFT와 ACH와 같은 금융 네트워크를 업그레이드하려면 20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비트코인 요새 괜찮나?

1402516880-beginners-guide-buying-bitcoin나는 계속 비트코인의 가능성에 대해서 확신하고 있으며, 꾸준히 구매하고, 팔고,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내 주위 대부분의 분들이 – 투자자들 포함 – 비트코인 이야기만 하면, “비트코인 그거 망한거 아니야?” 란 말들을 많이 해서 요새 비트코인 동향에 대해서 몇 자 적어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화폐로써나 프로토콜로써나 비트코인은 죽지 않았다. 아니, 이와는 반대로 오히려 2년 전보다 더 활발해지고 많은 발전이 일어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트코인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말을 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비트코인의 가격 때문일 것이다. 2013년 11월에 $1,200를 육박하던 가격이 현재 $400를 왔다갔다 하고 있는데 한 1년 이상 이 $400 대 가격을 유지하는걸 감안하면 그동안 비트코인에게 치명적이었던 약점인 변동성이 많이 제거되어서 나는 오히려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뭐, 그렇다고 우리 어머님이 비트코인으로 콩나물을 구매하고 있지는 않다. 아직 갈 길이 멀고, mainstream 으로 진입을 할지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비트코인 가격의 안정화, 비트코인 거래량의 증가, 그리고 매우 중요한 척도라고 생각하는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는 개발자 네트워크의 성장을 보면 비트코인은 앞으로 더 커지고 강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비트코인 프로토콜은 오픈 소프트웨어라서 전세계의 관심있는 개발자들이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full-time 직장이 있고 주말에 ‘취미생활’로 비트코인 개발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누가 강요하지도 않고, 누가 제대로 보상도 해주지 않지만, 본인들이 재미있어서, 그리고 뭔가 엄청난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덕후기질 때문에 이 엄청난 네크워크와 프로토콜이 (아직까지는) 잘 돌아가고 있다. 참고로, 매우 똑똑한 사람들이 취미생활로 주말에 하는 것들은 대부분 큰 성장 가능성이 있다.

비트코인 아직 잘 살아있다. 굉장히.

<이미지 출처 = http://www.entrepreneur.com/article/234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