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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이 골리앗을 어떻게 이길까?

david-and-goliath-shane-robinson정기적으로 뉴스레터를 발송하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많은 스타트업이 MailChimp를 사용한다. 이 분야에서는 워낙 독보적인 제품이라서, 메일침프라는 이름 또는 이 회사의 로고인 침팬지를 모르는 분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나도 한때는 메일침프를 자주 사용하다가 최근에 오랜만에 사용해봤는데, 이 서비스의 깊이와 세밀함에는 항상 감동과 감탄을 동시에 한다. 참고로 메일침프는 2001년 4월에 창업된 ‘늙은’ 스타트업인데, 메일침프를 통해서 한 달에 약 100억 개의 마케팅 이메일이 전 세계로 발송된다. 비상장 회사라서 정확한 수치를 찾을 수는 없지만, 년 매출은 약 2,200억 원 ~ 4,4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재미있는 건, 이 회사는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투자를 유치하지 않았다.

한때 나는 메일침프를 상당히 깊게 사용하는 유저였는데,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사용자 시나리오를 이보다 더 깊게 고민한 제품이 과연 존재할까 하는 의문이 들게 할 정도로 거의 ‘완벽하게’ 만든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메일침프를 사용하다 보면 “와, 이런 것까지 생각을 했다니” 라는 감탄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메일침프의 창업자들이 이메일 마케팅의 도사들이라서 창업 초기부터 제품을 설계할 때 이런 예상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고려해서 완벽한 제품을 만든 것일까? 분명 아닐 것이다. 내가 초기 제품을 사용해보지는 않았지만, 처음부터 이런 완성도 높은 제품을 출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속적인 제품 수정(=product iteration) 과정을 거치면서, 더 좋은 제품으로 진화했고, 이러한 과정에서 유저수가 늘어나고, 여러 가지 사용자 경험과 시나리오들이 발생하면서, 이에 발맞춰서 지속해서 제품을 수정한 결과일 것이다. 이제는 한 달에 100억 개의 이메일, 일 년에 1,200억 개의 이메일을 발송하면서, 이메일 마케팅 관련해서는 상상가능한 웬만한 사용자 시나리오가 이 서비스에 잘 녹아 있을 것이다. 참고로, 메일침프는 아직도 이런저런 실험을 하면서 기능도 조금씩 추가하면서, UI/UX도 계속 수정하고 있다.

아직도 대기업의 카피 현상을 두려워하는 창업가들이 시장에 많다. 이 분들의 전반적인 입장은, “우리 서비스가 지금은 월등하지만,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대기업이 맘먹고 카피하려고 하면, 우리는 참 위험해져요.”이다. 우리 주위를 보면, 대기업들이 작은 스타트업의 제품을 그대로 카피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시장성이 있고, 돈이 되면, 누구나 다 같은 시장에서 비슷한 제품을 만들어서 경쟁할 수 있다. 결과를 보면 대기업이 이런 카피 전략을 구사해서 작은 스타트업을 죽이는 사례도 존재하지만, 예상외로 돈과 자원이 훨씬 더 많은 대기업이 그렇지 못하고 고전하는 경우도 있다.

왜 그럴까? 뛰어난 인재와 돈이 넘쳐 흐르는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대기업이 작은 회사가 하는 서비스를 금방 카피해서 이들보다 앞서나갈 수 있을 거 같은데 왜 항상 그렇게 되는 건 아닐까? 이런 각도에서 봤을 때, 한국에서 가장 많은 비난을 받는 네이버도 마찬가지이다. 작은 스타트업이 잘하는 거 같으면 이들을 카피하는 걸 우리는 여러 번 봤다. 성공하는 것도 있지만, 직원 30명 이하의 회사가 운영하는 서비스를 도저히 따라가지 못하고 결국 유사 사업을 접는 것도 우리는 목격한 적이 있다.

위에서 언급한 메일침프와 같은 다윗이 있으므로 골리앗이 항상 이기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작은 회사들의 엄청 빠른 product iteration, 그리고 그 결과물인 ‘세밀한 사용자 경험의 완벽한 오너쉽’이 바로 대기업도 잘 넘지 못하는 커다란 진입장벽을 만들 수 있다. 실은 메일침프와 같은 이메일 서비스를 시작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고, 이를 입증하듯이 이미 비슷한 여러 서비스가 존재한다. 심지어는, 아마존도 더 저렴한 유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시작은 쉽지만, 사용자들이 정말로 좋아하고, 기꺼이 돈을 내고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진화시키는 건 그리 쉽지가 않다. 아니, 정말로 어렵다. 메일침프와 유사한 다른 서비스들은 – 대기업 제품 포함 – 껍데기만을 보면 메일침프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하지만, 메일침프의 경우, 제품을 깊게 사용해본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그런 미묘한 섬세함과 사용자 경험이 최적화되어 있다. 아마도 수많은 사용자의 피드백과 제품 사용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계속 기능, UI, 경험을 빠르게 고치기 때문인 거 같다. 그리고 이런 지속적인 iteration이 가능한 속도와 민첩성은 대기업들이 카피하기 쉽지 않다.

이런 게 메일침프에만 적용되는 건 아니다. 시장이 크고, 이 시장에서 만들 수 있는 매출이 크다면, 수많은 대기업과 스타트업들이 같은 제품을 만들고, 서로 카피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돈, 인력, 그리고 자원이 많은 대기업도 셀 수 없을 정도의 product iteration을 통해 오랫동안 시장과 사용자와의 관계를 형성하고, 더 나아가서는 사용자 경험 자체를 완전히 own 하는 스타트업들과 맞짱 뜨는 건 쉽지 않다. 겉으로만 보면, “대량 메일 솔루션? 그거 그냥 우리가 만들면 되잖아”라고 생각하지만 메일침프를 통해 매달 700만 명의 사용자들이 100억 개 이상의 이메일을 보내면서 형성된 관계와 제품에 녹아 들어가 있는 사용자 경험은 아무리 돈과 인력이 있어도 단시간 내에 카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민첩성, 끊임없는 product iteration, 지속적인 피드백 수용, 시장 경청, 과감한 실험. 다윗이 골리앗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미지 출처 = https://uefdelhi.wordpress.com/2014/06/19/acromegaly-the-hidden-defect-of-goliaths-gigantism/>

비트코인, 정말 뭔가 있을까?

박근혜 대통령의 삼류 소설 같은 비리와 추락,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등과 같이 정말 예상하지 못하고 믿기 힘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현실화되면서 세계 경제, 정치 및 사회에 불확실성과 불안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주식시장은 불안해지는 반면,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의 인기는 올라간다. 비트코인의 가격은 이제 어느 정도 안정화 되었다 싶었는데, 최근에 또 많이 올라가서 이 글을 쓰는 현재 735달러까지 왔다.

그런데 시국이 불안할 때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게 정말 맞는 것일까? 비트코인은 그 누구도 소유하지 않고, 그 어떤 나라도 규제할 수 없는 반정부적, 그리고 자유주의적인 사상을 기반으로 탄생했고 운영되고 있다. 미디어에서도 온통 이런 이야기만 하고 있고, 지금까지 실제로 세계 경제와 정치가 불안해지면, 주식시장을 버리고 비트코인으로 갈아타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비트코인은 ‘안전’과는 거리가 매우 멀다. 과거 가격 추세만 보더라도 알 수 있는데, 그 변동 폭은 논리적으로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불규칙적이다. 하한가로 보호받을 수도 없기 때문에 하루 만에 0원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비트코인은 이론적으로는 어느 개인, 단체, 기관 또는 국가가 통제하거나 지배할 수 없지만, 현실적으로는 중국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많이 받고 있다. 최근에 비트코인 가격이 올라가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중국의 입김이다. 미국이나 중국이 금융 시스템을 규제하기 시작하면, 분명히 비트코인에도 그 영향이 미칠 것이다.

그러므로 불확실한 세계정세 때문에 ‘안전’한 비트코인에 투자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비트코인의 인기는 높아지고, 더욱더 많은 투자가 집행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도 계속 올라가고 있다. 이걸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에는 분명히 뭔가 있음은 확실하다.

참고로, 비트코인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Coindesk에서 발행한 State of Blockchain 2016 Q3 일독 권장한다.

이더리움과 forking

ethereum-forked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암호화 화폐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이더리움(Ethereum)에 대해서 들어봤을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 이더리움 커뮤니티에서 큰 쟁점이 되었던 포킹(forking)에 대해서도 알고 있을 것이다. 몇몇 독자들이 이더리움과 포킹에 대해서 설명을 해달라고 해서 나도 내 생각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글을 써본다. 비트코인에 대해서 내가 쓰는 글들을 보면 아시겠지만, 나는 이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다. 전문가들이 답글로 설명을 추가해 주면 많은 분들한테 도움이 될 거 같다.

이더리움은 비트코인과 같은 자체 가상화폐인 이더를 지원한다는 점에서는 블록체인과 비슷한 프로토콜이지만 한 가지 큰 차이점은 바로 스마트계약(=사전에 서로 합의된 조건들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실행되는, 컴퓨터 코드로 만들어진 계약)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실은 블록체인도 이론적으로는 스마트계약서를 지원하고, 앞으로 블록체인을 활용한 스마트계약서가 큰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지만, 내가 보기엔 아직도 말로만 존재하고 실체는 없다. 이더리움도 마찬가지였다. 비트코인보다는 유연하고 확장성이 좋은 코드로 만들었지만, 스마트계약서는 아직은 이론에 불과했다.

그러다가 2016년 4월 30일 이더리움은 DAO(Distributed Autonomous Organization) 라는 흥미롭고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다. 우리와 같은 VC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DAO의 목적은 사람의 개입이 없는 창투사(VC)를 만드는 것이었다. 투자 결정을 하는 파트너도 없고, 심사역도 없고, DAO는 오로지 코드로 만들어진 규칙을 컴퓨터 프로토콜이 실행하는, 스마트계약서를 통해서 모든 투자 결정이 되는 humanless venture capital을 지향했다. 출시한 지 한 달 만에 DAO는 11,000명의 투자자로부터 1.5억 달러를 유치했는데 아마도 역사상 가장 크고 성공적인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Vitalik Buterin과 같은 이더리움의 메인 개발자들은 앞으로 이더리움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이더리움이나 DAO도 기술적으로 완벽하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6월 17일, 누군가 DAO를 해킹해서 5,000만 달러에 상당하는 이더를 훔쳐갔기 때문이다. 이더리움 개발자들은 결국 이 해커를 다시 해킹해서 훔쳐간 이더를 복귀하고 나머지 펀드를 모두 다른 스마트계약서로 옮겼다. 문제는 DAO의 특성상, 이 해커가 아직도 옮겨진 펀드에 대한 소유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존재했다는 점이다. 실은,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간단하다. DAO의 코드를 다시 프로그래밍해서 다른 규칙이 적용된 새로운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형성하면 된다 – 이게 포킹(forking)이다. 그러면 투자자들이 원하는 대로 투자금을 다시 투자자들에게 돌려줄 수 있다.

그렇게 하면 되지 않나? 문제가 있긴 있다. 그리고 이건 꽤 큰 문제이다. 이렇게 개발자들의 인위적인 개입으로 네트워크를 수정하는 건 이더리움의 근본적인 사상과 개념을 위배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더리움은 분산적이면서 분권화된 플랫폼으로 탄생했는데, 이는 그 누구도 중앙집권적 권력을 행사하여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임의로 변경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네트워크의 권력은 네트워크상 모든 사용자에게 균등하게 분배되어 있는데, 소수집단이 개입해서 문제를 고친다는 거 자체가 이 분산적 사상을 위배하는 것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투자된 펀드는 스마트계약에 의해 특정 조건들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집행되어야 하는데, ‘변질할 수 없는’ 성격을 가져야 하는 스마트계약서를 다수의 동의를 얻어서 임의로 변경하는 게 이더리움의 원칙을 위배한다는 의미이다.

스마트계약서를 변경할 수 없다는 ‘코드 순수주의자’와 코드를 변경해서 투자자들에게 돈을 환급하자는 두 이더리움 그룹의 논쟁은 한동안 지속되다가 결국 포킹을 통해 해킹 이전의 DAO로 돌아가서 투자금을 돌려주기로 했다.

많은 분들이 포킹(forking)에 관해서 물어보는데,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포킹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여기를 참고하면 된다. 이번 이더리움 포킹이 특이한 점은, 여러 개발자가 같은 소스를 기반으로 개발하다가 우연히 코드의 포킹이 발생한 게 아니라, 네트워크의 규칙을 인위적으로 변경할 목적으로 – 즉, 강제적으로 포킹을 유발하기 위해서 – 새로운 버전의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포킹을 통해서 블록체인이나 이더리움의 규칙을 바꾸는 건 기술적으로는 어려운 게 아니지만, 한 번 포킹이 되면 – 특히 하드포킹 – 네트워크의 개념과 사상 자체가 바뀌기 때문에 이런 결정은 신중히 해야 한다. 재미있는 건 이 또한 네트워크의 사용자들이 결정한다는 점인데, 이는 마치 대통령 선거와도 비슷하다. 결국엔 국민이 투표를 통해서 대통령을 뽑지만, 이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 국민이 생기기 마련이고, 이들은 불평하면서 계속 한국에 살거나 아니면 이민을 가는 경우도 있다. 이더리움이나 블록체인도 마찬가지이다. 포킹이 일어나면 이 전략과 방향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는 반대파들은 네트워크를 떠난다. 얼마 전에 내가 블록체인의 크기에 대한 논쟁에 관해서 쓴 적이 있는데, 본질적으로 보면 이 또한 이더리움 포킹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이더의 가격은 약 11 달러이다. DAO의 해킹, 포킹 등과 같은 큰 사건들 때문에 대부분 전문가는 이더의 가격이 폭락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더리움 커뮤니티는 이 상황을 상당히 잘 수습하면서 과학적인 접근과 개발 방법을 통해서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강화하고 있다. 비탈릭 부테린과 이더리움 커뮤니티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이미지 출처 = https://diginomics.com/news/forking-ethereum/>

Trust Disrupted: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TechCrunch에서 ‘Trust Disrupted‘라는 비트코인 관련 동영상을 자체적으로 시리즈물로 만들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봤다. 비트코인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분들도 이 동영상을 보면 비트코인, 블록체인, 가상화폐 등에 대한 개념은 쉽게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6편의 시리즈인데, 각 6분~8분이니까 그냥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캐주얼하게 보면 재미있다. 이 글 밑에 각 에피소드를 embed 했으니까 여기서 직접 봐도 된다.

이 시리즈를 보면 비트코인 분야에서 꽤 유명한 사람들이 다 등장하는데(BTCChina의 Bobby Lee, USV의 Fred Wilson, Ethereum을 만든 Vitalik Buterin, 비트코인의 메인 개발자 중 한 명인 Gavin Andresen, 그리고 R3의 Charley Cooper가 그 대표적 인물들이다), 6편까지 다 본 후에 나는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이 정말 뭔가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고 다시 확신할 수 있었다. 특히 1편 마지막 부분에서 R3의 대표 찰리 쿠퍼가 한 말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2년 후에 기술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서는 과대평가하는 성향이 있지만, 10년 후에 기술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에 대해서는 과소평가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2년 전 비트코인이 처음으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비트코인 열풍이 불었다. 신문과 미디어에서는 비트코인이 곧 화폐를 대체할 것처럼 떠들어댔지만, 아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세상이 기다렸던 그런 혁신이 일어나지 않으면서,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은 시들시들해졌다. 하지만, 10년 후를 본다면 나는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이 정말로 엄청난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트코인에 대해서 공부를 해보면, 단순한 기술보다 훨씬 깊은 의미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기술, 문화, 사상, 시스템, 화폐, 권력, 정치, 이 모든 게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논란도 많고,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두 집단인 실리콘밸리와 월가가 열광하면서 동시에 싸우고 있는 거 같다. 이게 제대로 자리를 잡고 구현이 된다면 또 다른 새로운 세상이 열리지 않을까 싶다.

1편: In the Beginning

2편: Mines and Miners

3편: In Search Of Itself

4편: Blockchain on the Rise

5편: Ethereum’s Blockchain

6편: Co-opt vs. Disrupt?

새로운 플랫폼들

%ec%82%ac%ec%a7%84-2016-9-13-%ec%98%a4%ed%9b%84-1-48-49나는 주로 비즈니스 출장을 가면 가격과는 상관없이 호텔을 선호한다. 어차피 잠만 자고, 어디를 가나 같은 quality가 보장되는 체인형 호텔이 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 LA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Palm Springs라는 사막에서 2주 동안 휴가를 즐겼는데, 이번에는 에어비앤비로 집을 통째로 빌렸고, 에어비앤비 단기투숙할 때와는 다르게 몇 가지 새로운 경험을 했다.

초기의 에어비앤비는 집주인이 장기 출장을 가거나, 오랫동안 집을 비울 때, 또는 집에 남는 방이 있을 때 이 과잉공급공간을 필요로 하는 타인에게 돈을 받고 빌려주는 모델이었다. 물론, 기업가치 30조 원 에어비앤비는 지금도 이 비즈니스 모델로 성장하고 있지만, 이 플랫폼이 엄청난 수요와 공급을 창출하는 거대한 마켓플레이스가 되면서,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임대업을 본격적으로 하는 비즈니스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수요가 많은 지역에 다양한 부동산을 매매하여, 에어비앤비 플랫폼에서 상당히 수익성이 높은 임대업을 하는 비즈니스들이 미국에는 상당히 많이 생겨나고 있다. 한국은 아직 미국만큼 크진 않지만, 우리 아파트에 사는 어떤 젊은 친구도 강남에 아파트 3개를 확보해서 에어비앤비에서 계속 돌리고 있는데, 공실률이 10% 안 된다고 하니까 단순하게 계산을 해도 수익성이 상당히 좋은 거 같다.

그런데 에어비앤비에 집을 등록만 해 놓으면 수요가 발생하는 건 아니다. 수많은 옵션 중 우리 집을 선택하게 하려면 나름 집을 잘 꾸며야 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집들을 리모델링한다. 특히 우리가 묵었던 지역의 전체 인테리어와 리모델링 비즈니스의 30% 정도가 에어비앤비 때문에 발생한다고 하니 이 동네 경제에 상당한 이바지를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대여를 계속한다면 이런 리모델링을 정기적으로 해야 하니 업체들에는 예측 가능한 신규 비즈니스가 될 수 있다.

에어비앤비에 많은 부동산을 올려놨다면 관리의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도 이 집을 예약하고 체크인을 하기 전에 집주인한테(=호스트) 이미 여러 가지 질문을 했고, 2주 동안 묵으면서도 자잘 구리 한 요청과 질문을 많이 했다. 이럴 때마다 호스트는 상당히 빠르게 우리의 요청에 매우 친절하게 응대해줬는데, 이렇게 하지 않으면 손님들은 좋은 리뷰를 써주지 않고, 좋지 않은 리뷰는 호스트의 비즈니스에 큰 타격을 준다. 그런데 많은 집을 소유하고 있으면 이렇게 빠른 고객 응대를 하는 게 어렵다. 특히 손님들이 외국에 있으면 시간대도 맞지 않고, 집주인이 만약에 다른 full-time 직업을 갖고 있다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분들을 위해서 에어비앤비 집들만 따로 관리해주는 비즈니스들이 미국에는 존재한다. 이들은 고객 응대 뿐만 아니라, 집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문제를 – 고장, 물품 부족, 전구 교체 등 – 제때 해결해주고, 체크인과 체크아웃을 원활하게 운영하면서 청소와 빨래 같은 업무까지 모두 알아서 해준다.

손님이 체크아웃하면 다음 손님을 맞기 전에 집을 청소하고 침대 시트나 수건 등을 세탁한다. 일반 가정집은 청소나 빨래는 대부분 외주를 주지 않고 – 물론, 가정부가 하는 경우도 있고 요새는 온디맨드 서비스들도 많지만 – 집주인이 직접 하지만, 에어비앤비의 특성상 청소와 세탁은 외주업체들이 처리한다. 에어비앤비 집들만 전문적으로 청소하고 세탁을 해주는 비즈니스들이 존재하고, 기존 청소업체나 세탁소들에는 엄청난 신규 비즈니스의 기회를 에어비앤비가 제공하는 셈이다. 우리가 있던 동네는 워낙 더운 사막이라서 모든 집에 수영장이 있다. 남한테 돈을 받고 집을 빌려주기 때문에 수영장의 청결 또한 중요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멕시코 아저씨가 와서 수영장 청소하고 수질관리를 해주셨는데, 이런 분들도 에어비앤비 때문에 더 많은 신규 비즈니스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또 한가지 재미있었던 거는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장기투숙을 하면 그 지역이나 동네에 대한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는데, 그 경험이 좋으면 그 지역의 부동산에 관심을 갖게 된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 지역의 부동산 중개업자들한테도 신규 비즈니스의 기회가 주어지게 된다. 우리가 있었던 집에도 “이 집에서의 숙박이 마음에 드셨나요? 저한테 연락 주시면 고객님에게 딱 맞는 좋은 부동산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라는 전단지와 함께 중개업자 명함이 입구 옆에 놓여있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에어비앤비는 이제는 단순한 대형 마켓플레이스가 아니라, 수많은 비즈니스들과 사람들에게 새로운 수입원을 제공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대형 플랫폼이 되었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인테리어업자, 리모델링 업자, 에어비앤비 관리사, 청소업체, 세탁업체 및 수영장관리사는 에어비앤비가 없었으면 존재하지 않거나 훨씬 더 적은 비즈니스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내 주변에도 지금은 아직 미약하지만, 에어비앤비와 같은 큰 플랫폼이 될 가능성을 가진 비즈니스들이 있는데, 기대가 많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