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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입장벽의 중요성

비즈니스를 하다보면 – 특히, 신기술이 많이 적용되는 IT 분야 – 우리는 ‘진입장벽’이라는 말을 많이 접한다. 진입장벽 (entry barrier)의 사전적인 의미는 “기업이 어떤 산업에 진입하고자 할 때 또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판매하고자 할 때 부딪치는 장애” 인데 간단하게 설명하면 내가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진입장벽이 높으면 그만큼 남들이 비슷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기가 힘들다는 뜻이다. 기술적으로 매우 복잡하거나 또는 비즈니스 모델이 매우 창의적이라서 아무리 남들이 배끼려고 해도 단시간안에 그렇게 못할때 우리는 진입장벽이 높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비즈니스를 할때 – IT던 전통 산업이던 – 진입장벽을 높게 만드는게 항상 유리하다.

Airbnb라는 서비스를 아는 분들도 있고 처음 들어보는 분들도 있을거다. 요즘 실리콘 밸리에서 가장 잘나가는 – 그러면서도 많은 논쟁이 있는 – 스타트업 중 하나인데 간단하게 설명하면 일반 가정이나 오피스텔 등의 주거용 매물을 등록, 검색, 임대할 수 있는 peer to peer 마켓플레이스이다. 내가 서울의 작은 오피스텔에 살고 있는데, 지방으로 2개월 동안 파견 근무를 가면 오피스텔을 그냥 놀리지 말고 Airbnb에 매물로 올려서 서울로 출장오는 타지방 사람들이나 외국인들한테 단기 임대할 수 있는 사이트이다. 사이트에 직접 가보면 이미 한국에서도 많은 유저들이 매물을 올려놓았다. 얼마전에 Airbnb를 통해서 집을 임대했다가 매우 안 좋은 경험을 한 유저 (프리랜서 작가)의 후기가 인터넷을 후끈 달아오르게 한 사건이 있다. 모르는 Airbnb 회원한테 주말 동안 빌려준 집이 완전히 초토화 되었고 이로 인해서 Airbnb 경영진과 투자자들 모두 진땀을 뺀 에피소드였다.

우리가 모두 잘 알고 있는 Groupon 또한 최근 IPO 신청 서류 관련해서 자신들만의 ‘창조적인’ 회계 방식 때문에 미증권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몇일전에 읽은 기사들에 의하면 중국 비즈니스를 대거 축소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어제 peHUB의 Connie Loizos가 쓴 기사를 보면 그루폰이 현재 수중에 가지고 있는 현금은 2,500억원 정도인데, 문제는 소상인들한테 아직 지급하지 못한 금액이 5,400억원이라고 한다. 그리고 IPO 없이 현상태로 가다가는 앞으로 6개월 후면 현금이 바닥난다는 좋지 않은 소문들이 들려오고 있다. 

이 모든 어려움 때문에 현재 가장 주가가 높은 스타트업들인 Airbnb와 Groupon이 주춤하고 있는데, 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이제 단지 시작인거 같다. 그 이유는 바로 이 두 비즈니스 공히 앞서 말한 명확한 ‘진입장벽’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두 스타트업들 모두 각각의 분야에서 남들보다 훨씬 일찍 시작했으며 단기간 동안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유저 base를 확보하면서 엄청난 규모의 성장을 했다. 나름대로 각 분야에서는 선구자들이고 획기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처음 – 또는 남들보다 일찍 – 적용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는 없다.
하지만 이 두 비즈니스의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은 그렇게 복잡한게 아니며, 서비스의 내용이나 작동 방식이 인터넷에 매우 구체적으로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솔직히 맘만 먹으면 누구나 다 비슷한 비즈니스를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이런 진입장벽이 낮은 인터넷 비즈니스의 가장 큰 약점인거 같다.

그루폰의 예를 한번 보자. 그루폰은 어떻게 보면 인터넷 비즈니스의 근간이 되는 철학을 – 적은 비용과 인력으로 더 많은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 위배하는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다. 그루폰의 시작은 매우 좋았다. 5억 미만의 저렴한 비용으로 제품이 만들어졌고, 매출이 발생하는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 시작되었다. 당시 그 개념 자체는 매우 파격적이었지만 서비스를 뒷받침하는 기술에는 진입장벽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다른 경쟁사들도 5억 미만의 비용으로 똑같은 클론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 내가 알기로는 미국 동부 보스톤 지역만해도 그루폰과 비슷한 서비스가 15개 이상 되는걸로 알고 있다. 그만큼 베끼기 쉽다는 것이다.
이렇게 매일 몇개씩 똑같은 copycat들이 발생하게되면 선두주자가 앞으로 계속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모든 돈을 R&D;가 아닌 – 어차피 연구개발을 많이 할 정도의 기술적 진입장벽이 없는 관계로 – 영업과 마케팅에 쏟아붓는 것이다.
Groupon, LinkedIn, Zynga 3사가 2009년 3월 부터 2011년 3월 2년 동안 신규 채용한 인력은 자그마치 11,143명이라고 한다. 또한, Airbnb의 사장은 현재 직원이 130명 정도 되지만 앞으로 1,000명 정도 더 채용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영업과 마케팅 인력을 대거 채용해야하는 점이 더 적은 인력과 비용으로 효율을 극대화하는 인터넷 비즈니스의 근본적인 사상에 위배된다는걸 말하고 싶었다.

아마도 위와 같은 social discount shopping 비즈니스의 특성 때문에 그루폰도 계속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며 (2010년 4,500억원 적자), 얼마전에 Living Social한테 팔린 우리나라의 티켓몬스터 또한 쿠팡이나 데일리픽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천문학적인 마케팅 비용을 사용하는 바람에 적자에 허덕였던 것이다 – 200억원이 넘는 월 매출에도 불구하고.

이제 갖 3년 된 Airbnb의 1조원 밸류에이션과 그보다 역사가 짧은 Groupon의 20조원 밸류에이션. 과연 이 정도 밸류에이션을 받을만한 가치가 있을까? 나한테 묻는다면 나는 개인적으로 절대로 그렇지 않으며, 일시적인 유행일 뿐이고 앞으로 몇 년 후면 거품이 빠질 비즈니스다라고 대답을 하겠다. 하지만, 시장의 밸류에이션은 내가 정하는게 아니라 말그대로 시장에서 결정하는 것이다. 시장에서 수조원의 가치를 인정한다면 그 밸류에이션은 정당화 되는 것이다.
물론, 오해는 말기 바란다. Airbnb와 Groupon이 나쁜 비즈니스라는 말은 절대로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그들이 이룩한 성공의 백만분의 일도 못 이룬 내가 이 두 회사를 평가할 자격조차 있겠는가.

하지만, 인터넷 비즈니스를 포함한 모든 비즈니스는 어떠한 형태이던 ‘진입장벽’이 필요하다라는 점에 대한 나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기술 또는 비즈니스 모델의 높은 진입장벽 없이는 누구나 다 따라할 수 있는 비즈니스로 변질될 위험이 있으며, 이 후 회사의 운명은 누가 더 많은 마케팅 비용을 써서 계속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는지의 싸움이 될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마케팅 비용만큼 수익을 발생시키지 못하는 스타트업은 투자금을 계속 까먹으면서 결국엔 경쟁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는 운명에 처할 것이다.

참고:
-peHUB 2011.08.31. “Groupon’s August Gets Worse, as Analysts Call Valuation ‘Colossally Absurd’”
-Wall Street Journal 2011.08.24. “Groupon Stumbles in China, Closes Some Offices”
-peHUB 2011.07.29 “Revenue Up, Profits Down: Why Barriers to Entry Still Matter” 
-TechCrunch 2011.07.27. “The Moment Of Truth For Airbnb As User’s Home Is Utterly Trashed”  
-블로터닷넷 2011.07.15. “신현성 티몬 대표 – 마케팅은 투자, 수익 돌아올 것 확신”

사과 속으로 – 애플의 성공 비결

나는 “후회”를 싫어한다. 그래서 후회할 일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오늘은 힘들지만 더 열심히 노력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런 나도 생각할 때마다 아쉬워하며 후회하는 일이 있는데 바로 5년 전에 Apple사의 주식을 사지 않은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을 왕창 샀다 대신…완전 실수였지). 그당시 애플의 주가는 약 $60 정도였는데, 2011년 7월 23일 기준으로 애플의 주가는 $390이다.
2010년도 애플의 매출은 약 72조원, 순이익은 15조원이었다. 시총은 무려 360조원으로 마이크로소프트를 이미 제꼈고, 애플에 투자한 사람들은 자그마치 53.1%라는 어마어마한 투자회수율을 즐기고 있다. 
애플은 도대체 뭐가 다를까? 남과 뭘 어떻게 다르게 하길래 이렇게 비즈니스를 잘 할까? 창업 후 기업이 수명을 다하기까지 히트 상품을 1개 만들기도 힘든데 대박 상품에 이어 또 대박 상품을 한번도, 두번도 아닌 여러 번 반복하는 애플의 비결은 무엇일까? 50,000명 이상의 직원과 연매출이 72조원에 웃도는 대기업이 어떻게 해마다 60% 이상 성장할 수 있을까? 애플은 이러한 성공 비결을 공유하길 가장 꺼려하는 기업 중 하나이지만 얼마전에 Fortune지에서 “Inside Apple”이라는 상세한 기사가 개재되었는데 그 기사와 그동안 내가 애플에 대해서 알고 있었던 사실들을 종합해서 내가 생각하는 애플의 성공 비결 몇가지를 한번 정리해 본다:

1. 확실한 책임 소지 (1) – ‘실패’라는 단어는 애플한테는 매우 낯설지만 그래도 가끔 실패를 한다. 2008년도 애플이 3G 아이폰을 처음 발표하면서 완벽한 동기화를 제공하는 MobileMe라는 이메일 서비스를 같이 launch 했다. 아이폰은 초대박이 났지만, MobileMe는 화려하게 실패했다. 유저들은 이메일이 중간에 사라지는 현상에 대해서 불평했고, 블랙배리에 비해서 동기화가 너무 불편하다는 피드백이 대세였다.
스티브 잡스는 얼마 후 MobileMe 팀원들을 모두 불러 모았고 그 자리에 있었던 애플 직원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일이 발생했다고 한다. “MobileMe가 어떤 기능을 제공해야하는 서비스인지 누가 좀 말해 줄래요?”라고 잡스가 MobileMe 팀원들한테 물었다. 몇몇 팀원들이 다양한 답변을 제공했고 잡스는 바로 “이런 제기랄. 그런데 왜 니네가 만든 MobileMe는 그런것들이 안되냔 말이야!”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그이후 약 30분 동안 잡스는 MobileMe 팀이 애플의 명성을 추락시켰고, 애플한테 매우 우호적인 Wall Street Journal의 저명한 기술 평론가인 Walt Mossberg마저 MobileMe에 대한 악평을 했다면서 그 자리에서 MobileMe 그룹장을 해고하고 교체했다.
2. 확실한 책임 소지 (2) – 애플에는 프로젝트가 크던 작던 DRI라는 비공식적인 직급이 존재한다. Direct Responsible Individual 의 준말이며, 말 그대로 “직접적인 책임자”이다. 미팅이나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DRI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문서화되기 때문에 모든 팀원들은 누가 책임을 소지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애플의 모든 미팅 일정에는 구체적인 action plan들이 나열되어 있고, 각 action plan 옆에는 해당 DRI의 이름이 적혀있다고 한다. 애플 내부에서 아주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질문 중 하나가 “DRI가 누구지?”라고 한다.
이런 제도를 통해서 정확한 담당자와 책임자를 파악하는데 혼돈이 발생하는걸 방지한다.
3. 변명은 금물 – 애플의 임원들이 부사장 (VP)으로 승진할때마다 잡스가 이들에게 해주는 설교가 있다. “부사장과 청소부의 차이점”이라는 이야기인데 다음과 같다. 어느날 잡스 사무실의 쓰레기통이 매일 비워지지 않아서 청소부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사무실 자물쇠가 바뀌었는데 본인은 새로운 키가 없어서 쓰레기통을 비우지 못했다는 거다. 업으로 쓰레기통을 비우는 청소부의 입에서는 나올 수 있는 변명이고 청소부는 본인의 실수에 대한 변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부사장은 그렇지 못하다. 신임 부사장들한테 잡스는 항상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고 한다. “당신이 청소부라면 여러가지 변명을 할 수 있다. 청소부한테는 변명이 중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부사장이 되면서 그런건 의미가 없어진다.” (참고로, 애플에는 부사장이 70명 밖에 없다)
4. Fast and Nimble – 직원 50,000명의 대기업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애플은 민첩하게 움직인다. 임원단에서 전략의 방향을 바꾸기로 결정하면, 변화는 그 순간 즉시 360도로 일어난다. 한 예로 애플 경영진은 신제품 출시 48시간 전에도 가격을 바꾸는걸로 유명하며, 보지 못했던 기회가 발생하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재빨리 방향을 바꾸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5. 별똥부대 Top 100 – 애플에는 스티브 잡스와 직접 만나서 애플의 중요한 전략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본 소수의 사람들이 있다. “Top 100”라고 하는 이 집단은 해마다 비밀리에 모여서 3일동안 잡스와 함께 애플의 전략에 대해서 회의를 한다. Top 100에 대한 모든 사항은 극비로 진행되는데 그 존재마저도 애플 내부에서 공식적이지 않으며, 입소문을 통해서만 존재한다. 해마다 열리는 이 회의에 참석자들은 회의 장소로 직접 운전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그대신 애플 본사 Cupertino로부터 버스를 타고 단체로 같이 이동한다.
Top 100 미팅을 통해서 잡스는 회사의 핵심인력들한테 앞으로 애플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발표하며, 차세대 리더들과 함께 그의 비전을 공유한다. 행사는 잡스가 특유의 카리스마틱한 발표 스타일로 직접 kick-off하며 다양한 세션을 통해서 사전에 결정된 담당자들의 발표로 진행된다. 100명 모두가 발표하는건 아니고 이 중 10명 정도만 발표를 하는데 듣는 사람들한테는 흥분되고 기억에 남는 행사가 되지만, 발표하는 사람들한테는 매우 긴장되고 악몽과도 같은 자리가 될 수 있다 (여기서 실수하면 바로 짤릴 수가 있다고 한다).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애플에서 일했던Mike Janes는 Top 100 미팅을 통해서 잡스가 iPod를 처음 보여줬다고 한다. “우리가 iPod를 최초로 본 그룹이었죠.”
Top 100은 스티브 잡스가 직접 선발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직급으로 뽑는건 아니라고 한다. 물론, 부사장급의 경영진들도 포함되어 있지만 갓 입사한 유능한 신입 직원들도 간혹 Top 100 미팅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물론, Top 100의 명예는 절대 영원한거는 아니다. 해마다 새롭게 선발되며 조금이라도 능력, 성과 또는 가능성이 부족하면 그 사람은 Top 100 리스트에서 제명된다. 여기에서 밀린 애플 직원들로 구성된 Bottom 100라는 모임이 존재한다는 소문도 있다 🙂
잡스는 비공식적으로 Top 100에 대해서 “내가 회사를 다시 맨땅에서 세워야 한다면, 이 100명의 직원들과 같이 만들겠다.”라고 말한적이 있다고 한다.
6. Do More with Less – 애플은 차고에서 스타트업으로 시작했지만 이제 3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오래된 (실리콘 밸리 기준) 대기업이다. 지리적으로는 실리콘 밸리의 중앙에 위치하지만, 구글이나 페이스북과는 사뭇 다른 ‘어른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은 갓 시작하는 스타트업의 멘탈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특히, 회사의 사활을 결정하는 중요한 프로젝트들에 많은 인력이 아닌, 소수의 정예 멤버들만 투입하는 스타트업 특유의 “Do More with Less” 정신을 항상 강조하고 있다.
하나의 예를 들면: 애플의 Safari 웹브라우저를 iPad용 사파리 브라우저로 바꾸는 – 엄청나게 큰 프로젝트였다 – 코딩을 담당한 엔지니어는 달랑 2명이었다고 한다. 2010년도 한 기술 conference에서 스티브 잡스는 다음과 같이 애플의 do-more-with-less 정신을 요약한 적이 있다. “애플은 가장 많은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는 아닙니다. 그대신 우리가 계속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떤 말을 탈지 (choosing which horses to ride) 아주 신중하게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겉으로만 본다면 정말 말도 안되는 말이다. 한때는 애플도 힘든 시기가 있었지만 현금만 70조원이 넘게 있는 회사가 자원이 별로 없다는걸 믿을 사람은 별로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비용을 아끼면서 효율적으로 일하는 스타트업 마인드를 가지고 일을 한다는걸 의미한다.
실은 “Do More with Less”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이 가장 즐겨 쓰던 말 중 하나였고, 나의 짧았던 마이크로소프트 시절을 회상해보면 마이크로소프트 또한 중요한 프로젝트에 항상 필요한거보다 더 적은 자원과 인력을 배정했었다. 잘되는 회사들은 비슷한 생각을 하나 보다.
7. 써야할때는 아끼지 말아라 – 애플에서 말하는 자원 부족은 주로 ‘좋은 인력’과 관련되었지 ‘돈’과 관련된거는 아니다. 심사숙고한 후에 결정을 하면 애플은 그 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최신 iMovie 소프트웨어 홍보 동영상용 음악 제작을 위해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까지 모셔왔으며, 몇 년 전에는 데모용 동영상에 필요한 결혼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서 카메라팀 전원을 하와이까지 보낸적이 있다.
8. 전문가 (specialist) 집단 – 애플은 신입사원부터 임원까지 모두가 전문가가 (specialist) 되길 격려한다. 이는 조직 위로 갈수록 일반가를 (generalist) 강조하는 다른 대기업과는 매우 다른 점이다. 애플 직원들은 담당 분야 이외에는 touch할 권한도 없을 뿐더러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애플의 인터넷 상점을 담당하고 있는 Jennifer Bailey는 인터넷 상점 사이트의 이미지나 사진에 대해서는 그 어떠한 권한도 가지고 있지 않는다. 이미지와 사진들은 모두 애플의 그래픽 그룹에서 담당하기 때문이다. 애플에서 가장 힘이 센 임원 중 한명인 Ron Johnson (전세계에서 단위 면적당 수익성이 가장 높은 Apple Store 총괄) 또한 애플 스토어의 재고에 대해서는 그 어떠한 권한도 없다. 애플의 모든 재고관리는 스티브 잡스가 병가로 회사를 떠났을 때 임시 CEO를 담당했던 애플의 COO인 Tim Cook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잡스가 전문화 (specialization)를 강조하는 이유는 전문화야 말로 회사의 다양한 부서의 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다른 직원들과 부서를 관리하기 위한 관리 목적만을 위해서 관리자를 채용하는 건 매우 비효율적인 운영 방침이라고 항상 강조한다 (믿습니다!). 그의 이런 회사 운영 방침은 매니저들이 특정 위치에 도달하면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을 통해서 일반가로 만드는 GE의 인재육성 방침과는 완전 정반대이다. 아마도 이러한 잡스의 사고 방식 때문인지 애플에서는 본인이 담당하는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면 나이, 직급, 학벌, 연차, 타 부서/직원과의 관계 등과 상관없이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는 거 같다.
9. Apple University – “스티브 잡스가 죽으면 애플은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을 우리는 요새 자주 접하고 있다. 애플을 잘 알고 있는 많은 전문가들은 ‘애플 = 스티브 잡스’이기 때문에 잡스가 죽으면 애플도 서서히 망할 것이라 하며, 후계자 양성에 소홀히 하고 있는 잡스와 애플을 비난하고 있다.
실은 외부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3년전 스티브 잡스가 건강악화로 두 번째 휴가를 떠나기 전에 그는 Yale 경영 대학원장인 Joel Podolny를 스카우트해왔다. Podolny씨는 경영학 중 인재관리 분야의 전문가였는데 그는 애플로 온 후로부터 잠수를 탔고, 그가 몇 년 전에 애플의 HR 부사장으로 임명되었을 때도 그닥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Podolny씨는 비밀리에 Apple University라는 큰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었다. 바로 스티브 잡스 이후의 애플을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할 애플 자체의 내부 교육/훈련 프로그램이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서 경영학의 대가들을 고용했으며, 그 중에는 하버드의 베테랑이자 인텔 앤디 그로브 회장의 전기작가인 Richard Tedlow가 포함되어 있었다. Podolny씨는 이 전문가 집단과 함께 애플의 역사상 중요했던 결정들에 대한 다양한 케이스 스터디를 작성하고 있다. 마치, 모든 MBA 학생들이 사용하는 Harvard Case Study와 같은 자료들이지만 애플 직원들만을 위한 애플의 전용 케이스 스터디 종합 세트인 셈이다. 어떤 내용들인지는 특급 비밀이지만, 애플 내부 임원들에 의하면 아이폰 제조를 중국의 단일 공장으로 통합했던 결정 및 Apple Store를 시작하게된 배경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고 한다. 참고로, 강사는 외부 강사들도 있지만 Tim Cook와 Ron Johnson과 같은 애플의 탑 임원들이 직접 가르친다고 한다.
Apple University의 궁극적인 목표는 애플의 차세대 리더들이 애플의 과거 사고 방식 및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배움으로써 미래에 대해서 준비시키기위함 이라고 한다.
10. 애플 vs. 마이크로소프트 –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한 경험이 모두 있는 한 임원은 두 회사의 차이점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일단 돈이 될만한 시장을 파악한 후에, 어떤 제품을 만들어야지 그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지를 연구 합니다. 애플은 완전히 그 반대입니다: 일단 아주 좋은 제품을 만든 후에 그 제품을 팔아서 돈을 억수로 벌 수 있는 시장을 찾던지, 개척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일단 시장의 크기를 상세하게 계산한 엑셀 스프레드쉬트로 시작을 하지만, 애플은 프로토타입과 데모를 가지고 시작합니다.”

내가 이 글을 쓰는 도중 애플의 주가가 회사 역사상 처음으로 $400을 넘었다고 한다. 미국이 곧 파산하니 마니 하는 좋지 않은 소식으로 다우와 나스닥 지수가 떨어지고 있는 와중에 일어난 일이니 참으로 대단한거 같다. 그만큼 소비자와 시장이 애플에 거는 기대와 희망이 크다는 뜻인거 같다.

앞으로 애플의 활약이 더욱 더 기대되며, 소문대로 iPhone 5가 올해 출시됐으면 좋겠다. 몇년째 iPhone 3를 사용하고 있는 나 같은 사람들은 목 빠지겠다.

참고:
-Fortune 2011, May “Inside Apple. From Steve Jobs Down To The Janitor: How America’s Most Successful – And Most Secretive – Big Company Really Works.”
-Apple.com Press Info
-Wikipedia Apple Inc.

Galleon Group의 몰락 – 통합본

*최신 업데이트
-2011.10.26.: Rajat Gupta는 내부자 거래 혐의로 FBI에 체포
-2011.10.13.: Galleon Group의 Raj Rajaratnam은 음모 및 증권거래사기 14건 모두 유죄 판결. 11년 형 선고 받음
-2011.07.20.: Danielle Chiesi는 30개월 형 선고 받음
-2011.05.: Anil Kumar는 280만 달러 벌금으로 합의

위키피디아는 내부자 거래를 (insider trading)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특정 기업의 주식이나 증권 (채권, 스톡 옵션 등)을 그 기업과 관련된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기반으로 개인들이 사고 파는 행위. 임원, 핵심 직원들, 이사회 및 대주주들과 같은 “내부자”들이 기업의 주식/증권을 사고 파는건 불법 행위가 아니지만, 그 사고 파는 행위 자체가 공개되지 않는 정보를 남용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발생해야한다.

하지만 언론에서 주로 “내부자 거래”라는 말이 언급될때는 99.9% 거의 불법적 거래와 연관이 있다. 뭐, 그렇기 때문에 언론에 나오는것이지만서도. 즉, 특정 개인들이 아직 시장에 공개되지않은 기업의 정보를 바탕으로 주식 거래를 했을때 우리는 주로 내부자 거래라는 말을 접한다. 간단한 예로, 나랑 친한 친구가 작은 생명공학 벤처기업에 다닌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이 회사는 곧 아주 큰 제약업체한데 인수될것이라는 내부 정보를 내 친구랑 내가 술을 먹다가 우연히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부터 나는 은행과 주위 친구들한테 빚을 내면서까지 돈을 모아서 내 친구가 다니는 벤처기업의 주식을 사서 모으기 시작했다. 정말로 얼마 후에 이 벤처 기업은 제약회사에 인수되었고 내가 산 주식의 가치는 하루 아침에 5배가 되었다. 아주 전형적인 내부자 거래 케이스이며, 엄연한 불법 행위이다.

거의 1년이 넘게 법의 심판과 검토를 받고 있는 월가의 현대 역사상 가장 큰 내부자 거래 소행에 대한 내용을 연재해 보도록 하겠다. 나 또한 이 케이스를 1년 넘게 신문과 잡지를 통해서 follow하고 있으며 나름대로 이런저런 연구와 조사를 많이 하였는데 파고들면 파고 들수록 흥미롭고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듯한 음모와 사기에 놀랄 따름이다. 2009년 12월 초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언론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헤지펀드 중 하나인 뉴욕의 Galleon Group이 2009년 10월에 문을 닫았다.
Galleon은 전 Needham & Company사의 사장인 Raj Rajaratnam에 의해서 1997년도에 설립되었으며, 2009년도에 내부자 거래 스캔들에 휩싸이면서 현재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모두 빼낸 상태이다. Rajaratnam씨는 2008년 10월달에 5명의 공범들과 함께 체포되어 다수의 사기 및 내부자 거래 협의를 받고 있다. 그는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다음과 같다:-
Raj Rajaratnam의 등장
1985년 작지만 탄탄하기로 소문난 Needham & Co. 투자은행에 한 젊은이가 말쑥하게 양복을 차려입고 로비에 나타났다. “인터뷰 하러 왔습니다”하면서 그는 자신감있게 말을 하였다 –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어버린 아주 기억에 남을만한 큰 미소와 함께. 그의 이름은 Raj Rajaratnam 이었다.
스리랑카 태생의 Rajaratnam씨는 재봉틀 제조업체인 Singer의 매니저였던 아버지 밑에서 부유하게 자랐다. 그는 영국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워튼 스쿨에서 MBA 학위를 마친 후 Chase Manhattan 은행에서 2년 동안 일을 했다. 그당시 월가의 많은 젊은이들과 같이 그는 앞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할 반도체 산업의 가능성을 일찍 깨달았고, 이와 관련된 투자은행 업무 및 연구조사를 전문적으로 하는 Needham에 입사 지원서를 제출하였다. 그당시 돌던 소문에 의하면 Needham은 전문성과 경험보다는 낮은 연봉을 받으면서도 살인적인 업무시간을 소화할 수 있는 의욕찬 젊은이들을 채용하였다. Needham의 창업자인 George Needham 씨는 “나는 절름발이들을 채용해서, 아주 x뺑이를 치게 만들지.”라는 말을 버릇처럼 했다고 전해진다.
Needham씨는 직원들에게 정보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하였다. 그는 Raj와 같은 analyst들한테 24시간 눈과 귀를 열고 다니라고 하면서, 비행기를 타면 옆좌석 사람한테 정보를 캐고, 술집에 가면 바텐더한테 정보를 얻으라는 말을 바이블처럼 주입시켰다. 그리고 그는 매우 검소했다. 직원들의 비용청구서를 일일히 직접 다 확인하고,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직원들한테 비행기에서 항상 1박을 하는 스케줄을 강요했다. 심지어는 쓰레기통에 먹다 버린 음료수가 있으면 비서들을 나무라기까지 할 정도로 Needham씨는 짠돌이 였다.
Raj는 이런 빡빡한 분위기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그는 이미 미국의 사양산업으로 간주되어 남들이 잘 분석하지 않는 컴퓨터 칩 산업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는 뉴욕에서 캘리포니아로 밤 비행기를 타고 날라가서 실리콘 밸리의 하루 90달러짜리 모텔방을 숙소로 삼으면서 칩 산업의 전문가와 임원들과 하루 종일 미팅을 하면서 커넥션을 만들어갔다. 겉만 번지르르하고 허영심에 가득찬 월가의 analyst들에 익숙한 실리콘 밸리의 임원들은 약간 어리숙하지만, 순진하고 백만불 짜리 미소를 가지고 있는 Raj한테 서서히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Raj Rajaratnam의 성장
Raj는 남들보다 더 빨리, 더 많이 그리고 더 정확한 정보 수집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대로 사람들을 만나고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1987년 초에 전 Applied Materials사의 CFO인 Gerald Taylor씨가 “chemical vapor deposition (CVD: 화학기상성장법)”이라는 신기술에 대해서 월가의 큰 투자은행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명을 할때 어떤 analyst는 발표 도중 잠이들 정도로 어렵고 딱딱한 이야기였지만, Raj는 직접 실리콘 밸리로 날라가서 Taylor씨 및 Applied Materials사의 엔지니어들을 만나서 이 기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고 이해한 후에 그가 향 후 배포한 산업동향 보고서에 이 신기술에 대한 매우 구체적인 분석 자료를 포함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그는 이 회사의 고객들과 전화통화나 미팅을 통해서 회사의 현황 및 산업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파악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 그 당시만 해도 이렇게 까지 공을 드리는 analyst는 없었다.
이런 그의 노력은 빛을 발휘하였다. 그는 Applied사를 비롯한 다른 칩 제조업체들이 – Atmel, Oak Technology, Opti, Xilinx – 상장할때 Needham사를 주 투자은행으로 이용하도록 설득하는데 성공했으며, 이 회사들의 사장들은 대부분 Needham한테 비즈니스를 주는게 아니라 Rajaratnam씨한테 비즈니스를 준다고 농담처럼 말하곤 했다. 서서히 그의 발굴의 영업능력은 월가에 소문나기 시작했고, 큰 투자은행들에서 Raj한테 지속적으로 러브콜을 보냈지만, Raj는 Needham에서 초고속 승진을 통해서 1991년도에 사장이 되었다.
여기서 재미있는 일화 한가지 – 보통 이렇게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직원들을 관리하면서 자연스럽게 현장감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런 ‘노가다’ 현업 일들은 이제 새파란 MBA 출신의 analyst들이 하는게 보통 이 바닥의 생리이다. 그런데 Raj가 사장이 되던 해에 신입 analyst인 Gerald Fleming이라는 직원이 아침 미팅에서 Applied사의 주당 수익 (EPS)이 41센트일거라는 발표를 하였다. 조금 후에 Raj는 그 정보는 틀렸고, 자신의 “믿을만한 소스”에 의하면 42센트라고 반박하였고, Applied에서 수익을 발표했을때 실제 EPS는 42센트였다. 그만큼 Raj는 계속 현장감을 유지하고 있었고, 더 중요한거는 수많은 정보통들의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Rajaratnam씨는 1992년도에 기술주들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하기 위한 헤지펀드를 설립하였고, 그가 그동안 쌓은 방대한 소스들로부터 나오는 정보를 기반으로 큼직큼직한 투자를 시작하였다. 2년 후 그는 Needham사의 지분을 17%나 소유하게 되었고 – 창업자 George Needham은 26%를 소유하고 있다 – 연봉만 10억 이상을 받고 있었다. 검소한 생활이 몸에 배인 Raj였지만, 그는 겸손과는 거리가 멀었다. 신입사원들한테 그는 “George의 이름으로 회사는 설립되었지만, 여기서 실제 보스는 바로 나야.”라는 말을 공개적으로 하곤 했다.

실리콘 밸리의 정보왕
Rajaratnam의 리더쉽은 매우 독특했다. 그는 스티브 잡스와 같이 카리스마로 가득찬 리더였고, 특히 직원들을 한계점까지 몰고가서 잠재능력을 극대화시키는 리더쉽으로 유명했다.
그가 먹지 못할 정도로 매운 소스는 이 세상에 없다고 자랑하는걸 들은 후 직장 동료가 그 다음날 세상에서 가장 맵다는 하바네로 고추로 만든 Armageddon이라는 소스를 한병 가지고 왔다. 거장내 모든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Raj는 이 소스로 범벅한 닭날개 2개를 원샷하고 바로 화장실로 가서 눈물을 흘리면서 토를 했다고 한다. 그는 그날 조퇴하였다. 그 정도로 Raj는 승부욕이 강했고, 직원들도 그만큼 강해지길 원했고 그렇게 몰아붙였다.
1990년 초, 마이크로소프트의 Windows 소프트웨어와 Intel에서 제조한 값싸고 성능좋은 프로세서는 새로운 개인 컴퓨팅 시대의 장을 열었다. 그리고 이로 인해서 Raj가 그토록 열심히 쫓아다니던 칩 산업이 활기를 되찾았다.
인텔은 경쟁사 AMD로부터 강한 압박을 받고 있었다. 1994년도에 AMD는 인텔과의 큰 법적 소송에서 승소하였고, 투자자들은 AMD의 486 칩들이 과연 인텔이 압도적으로 지배하고 있던 시장점유율을 갉아 먹을수 있을지 모두 궁금해하고 있던 때였다.
1994년 3월 21일 – AMD의 1사분기 실적 발표 2주 전 – Raj는 그의 사무실에서 열심히 여기저기 전화를 하고 있었다. 싸인팬으로 그는 작은 공책에 날짜와 이름 2개를 적었다. 하나는 AMD를 포함한 여러 tech 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매니저 이름이었고, 다른 하나는 칩 제조업체어서 일한 경험이 있는 엔지니어의 이름이었다. 첫 페이지에 Raj는 “5억 달러 이상 될수도 있슴.”이라고 적었고, 그 옆 페이지에는 “목표는 4.84억 달러” 그리고 “새로운 목표 5.15억 달러”라고 적었다. 그리고 그 밑에는 “486 1백만개” 및 486 칩의 가격을 몇개 적었다.
4월 4일, AMD는 5.13억 달러라는 기록적인 1사분기 매출을 발표하면서 월가를 깜짝놀래켰다 – 그 매출을 가능케한 486 칩이 예상보다 더 많은 900,000개 이상 팔렸다고 하면서.
노트광인 Raj는 이와같이 업무와 관련된 모든 통화와 대화에서 나온 정보는 무조건 필기하는 습관이 있었다. 그 공책들에는 Raj와 같은 네트워크와 인맥이 없는 대부분의 analyst들이 확보하기 힘든 주옥같은 정보들이 즐비했다.

불화, 갈등 그리고 시샘
하지만 이런 Raj를 월가나 실리콘 밸리에서 모두가 고운 시선으로 바라만 보는건 아니었다. 특히 문제가 된건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의 공격적인 방법들이었는데 Needham의 고객사인 Cirrus Logic이나 Silicon Valley Group과 같은 칩 제조업체의 임원들은 Raj가 정보를 얻기 위해서 자신들의 직원들을 귀찮게하는걸 수차례 목격하였고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였다. 그는 특히 특정회사의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다른 회사의 정보와 교환하는 전략을 사용하였는데, 급기야 Cirrus Logic은 Rajaratnam씨나 타 analyst와는 회사가 지정한 세명의 임원들만이 만날 수 있다는 사칙까지 만들어 놓을 정도였다. 또한, 이 사칙을 위반할 경우에는 회사는 직원들을 해고할 수 있다는 내용의 문구까지 고용계약서에 추가하였다.
Silicon Valley Group의 대표 Der Torossian씨는 직원들한테 아예 Rajaratnam씨와 이야기도 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그가 나중에 기억하는건 직원들 감시를 더 철저히 하면 할수록 Raj는 더 많은 정보를 입수하는거 같았다고 한다.
비슷한 시기에 인텔은 수많은 내부 임원 미팅을 열었는데 그 미팅 내용의 절반이 도대체 Rajaratnam씨가 발표하는 인텔의 보고서 내용이 어떻게 그렇게 정확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였다고 한다.
사 태가 이렇게 되자, Needham 내부에서도 많은 마찰이 발생하였다. 특히, 1995년도에 Paine Webber가 Needham사를 인수하려고 준비하는 과정에 Raj의 이러한 행동이 향 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판단때문에 deal이 무산되자 이런 갈등은 고조되었다. 1993 ~ 1996년 동안 Needham의 임원 5명이 George Needham한테 Raj의 행동이 심히 걱정된다는 우려를 표명하였고 격국 1996년 11월, 11년동안 Needham의 비즈니스를 키우는데 엄청난 공헌을 한 Raj Rajaratnam은 회사를 떠난다.

Galleon Group의 설립
실은 Raj는 Needham에 있을때부터 high tech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서 그가 설립한 헤지펀드를 더 키우기 위해서 개인적으로 투자유치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Needham사를 그만두자마자 (혹자는 짤렸다고 한다) Galleon Group을 전직장에서 한블럭 떨어진 Lexington과 57번가에 설립한다 (“galleon”은 16 ~ 18세기 유럽에서 항해되던 큰 항해선을 의미한다). 그는 과거에 Needham에서 같이 일하던 동료들을 많이 데려오는데 그 중에는 수석 트레이더인 Gary Rosenbach도 포함된다.
1997년도에 2억 5천만 달러로 시작한 Galleon은 12개월만에 운용자산을 8억 달러로 늘렸고, 기술주에 투자해서 한몫 챙기려고 하는 투자자들의 돈은 넘쳐흐르고 있었다. Needham사 보다는 조금 loose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회사를 만드려고 Raj는 노력하였지만 그 바닥에 깔린 기본 정신은 다르지 않았다: 비용을 최소화 하면서, 정보를 닥치는 대로 확보하기였다.
Raj가 Needham을 퇴사한 후에도 인텔은 내부 재무 정보를 누군가가 Raj한테 빼돌리고 있다는 의심을 떨구지 못하고 본사에 있는 팩스기계 옆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해놓았다. 1998년 3월, Roomy Khan이라는 인텔의 여직원이 “Intel Confidential” 표시가 되어 있는 노트와 서류를 Rajaratnam씨에게 팩스로 보내는게 카메라에 잡혔다. 여기에는 전세계 컴퓨터 제조업체들의 인텔 칩 주문 현황 및 가격이 구체적으로 적혀있었고, 능력있는 분석가라면 이 정보를 기반으로 인텔의 매출을 역산할 수도 있었다.
인텔은 그녀를 FBI에 신고하였고, Khan씨는 이 사건 이후로 인텔을 퇴사하였지만, 곧 새 직장을 구하였다. 바로 Galleon이 그녀를 채용한 것이었다. 1년 뒤 Khan씨는 Galleon 마저 퇴사하였고, 유죄를 인정하고 FBI의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하였다.
그녀는 6개월 동안 자택 감금되어지만, FBI는 결국 그녀에 대한 조사를 중단하였다. 왜냐하면, 그녀가 보낸 정보를 바탕으로 Raj가 실제 거래를 했는지, 그리고 했다면 과연 부당 이익을 챙겼는지를 증명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Galleon의 순풍
Galleon 의 하루는 전직원이 참석하는 8시35분 오전 회의로 시작했다. 시간 개념이 철저한 Raj는 늦게 오는 직원들한테는 25 달러의 벌금을 과하기도 하였다. 직원들로 둘러쌓인 Raj는 각 담당자들에게 그날 또는 그주에 있는 특별한 행사, 신제품 발표, 시장의 움직임 또는 실적 발표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고 날카로운 질문들을 많이 던졌다. Analyst들이 주가가 내려갈지 확실하게 대답하지 못하면 그는 고함을 버럭 지르거나 “야, 이 멍청아!”라고 소리치곤 했다.
Raj는 항상 “variant view (월가의 주류 의견과 다른 자신만의 다른 견해)”를 가지라고 그의 analyst들한테 주입교육 시켰고, 특정 주식이 variant view의 반경에 들어오면 반드시 사거나 팔라고 강조하였다.
Raj 는 그의 도가 지나치는 대담한 장난으로 또한 유명했다. 전기 충격 총을 만드는 Taser International사가 투자유치를 위해서 Galleon사를 방문했을때 Raj는 전기 충격 총을 직접 맞는 사람한테 5,000 달러를 주겠다고 했다. Keryn Limmer라는 여자 트레이더가 지원했고 전직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녀는 회의실 책상 위에서 테이저 건을 맞자마자 바로 쓰러졌다 (Limmer양은 향 후 이 사건에 대해서 기억하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같은 해 4월 1일, Galleon 직원들은 회의실에 있는 처음 보는 난장이와 인사를 나눴다. Raj는 이 난장이가 “small cap (중소형주: 시가총액이 작은 회사들)”을 새로 담당할 애널리스트라고 소개하였는데 도가 조금 지나친 만우절 농담이었다.Raj가 직접 돈을 내고 난장이 배우를 재미로 용역한것이다.
월가 밖에서도 Raj는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동남아 쓰나미 피해자들을 위해서 75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였으며, 비영리 교육 단체인 Harlem Children’s Zone의 이사로 등록되는 등 자선활동도 남들보다 더 열심히 했다.
2006년도 말 Galleon과 Raj는 부러울게 없을 정도로 잘나가고 있었다. 운영 자산의 규모가 70억 달러를 육박하였으며, 늘어난 직원을 수용하기 위해서 Madison과 57번 가에 있는 더 큰 사무실로 이주하였으며, 아시아로 확장하고 캘리포니아에 새로운 펀드까지 만들었다. Galleon의 직원들은 회사가 곧 상장해서 모두가 다 떼부자가 될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Raj Rajaratnam은 주위 사람들에게 자기 이름이 (Raj) 힌두어로 “왕”을 의미하는데 본인의 이름과 성에는 “Raj”란 단어가 두번이나 중복되니까 자신은 “왕 중 왕”이라고 자랑하곤 했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정말 그는 그의 이름값을 하는거 같았다.

FBI의 등장
SEC의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미증권거래위원회) 변호사 Andrew Michaelson은 2007년도 초 Raj Rajaratnam씨가 동생 Rengan Rajaratnam이 운영하던 헤지펀드 Sedna의 고소와 관련하여 자발적으로 제출한 서류 수백만장 속에서 헤엄치고 있었다. 결국 Sedna와 관련된 고소는 취하되었지만, SEC는 여기에는 분명히 뭔가 밝혀지지 않은 구린 냄새가 난다는 확신을 가지고 서류더미를 계속 검토하고 또 분석하는 작업을 했다.
결국 Michaelson 변호사는 광활한 사막에서 그가 찾고있던 썩은 모래알을 찾았고 – 짧은 한개의 SMS 문자 – 모든 의혹은 바로 Rengan이 아닌 Raj를 가르키고 있었다. 그 문자는 비디오 컨퍼런싱 장비 Polycom 주식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아직 사지말고 기다려; 지시가 떨어지면 그때 사.”
이 문자는 바로 Part 2에서 언급된 적이 있던 전 Intel 직원이자 잠시 Galleon에서 일하였던 Roomy Khan이 Raj한테 보냈다. 수백만가지 자료 중 바로 이 짧은 핸드폰 문자가 바로 근래 20년 월가 역사상 가장 큰 불법 내부자거래 조사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 역할을 한 것이다.
법의 심판을 두려워하던 Khan씨는 2007년 11월부터 미연방 수사국에 순수히 협조하기 시작하였으며, Raj와의 전화통화를 녹음하고 도청하기 시작하였다. 그 순간부터 수사에는 박차가 가해졌다. 연방 수사원들은 마치 거대한 도미노가 차례대로 무너지듯이, 잃어버린 고리들이 하나씩 형성/연결되면서 상상도 할 수 없을만큼 크고 거대한 내부자거래의 추악한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고 증언한다. 한개의 내부자거래 정보가 다른 내부자거래 정보로 이어졌고, 각각의 거래는 자체적인 네트워크의 일부이거나 또는 다른 더 큰 네트워크의 일부인 관계들을 하나씩 형성하였다. Galleon Group과 연관된 내용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렇지 않은 다른 불법 내부자거래가 밝혀지기도 하였다. “본인들은 그냥 밤에 술집이나 바에서 별 생각없이 친구와 파트너들과 캐주얼하게 나누는 업계 이야기와 정보 교환이라고 생각했겠지만, 헤지 펀드 뿐만이 아니라 금융산업 전반에서는 이런 정보 교환이 얼마나 큰 파문을 일으킬수 있는지 한번 정도는 모두 짚고 넘어가야할 것입니다.”라고 이번 사건을 담당하였던 검사 중 한명인 (맨하탄 검사) Preet Bharara가 말한다.
그로부터 약 2년 반 동안 이 분야에서 유명한 연방 수사원과 검사로 이루어진 특별 수사팀은 수백만장의 자료를 분석하고, 수천만건의 전화 통화를 도청하고, 수십명의 증인들을 꼬득여서 친구와 동료들의 비리를 폭로하라고 설득하는 작업을 하였다. 그리고 확실한 증거가 만들어지자마자 2010년 10월달에 그들은 Raj Rajaratnam을 체포하였다. 몇일 후, 검찰은 다른 20명의 인물들을 불법 내부자거래로 고소하였다.

이렇게 철저하고 깊숙하게 뿌리 박혀있던 내부자 거래 케이스를 검찰과 FBI는 어떻게 발견해서 범인들을 잡을 수 있었을까? (물론, 아직 모든 범인이 잡힌건 아니다. 우리가 모르는 어떤 거대한 힘이 그 뒤에 존재할 수도 있으니까…)
여기 세기의 두번째 사기극을 – 첫번째는 아직도 나도 이해하기 힘든 Bernard Madoff의 Ponzi 사기극이다 – 밝혀내기 위한 검찰과 FBI의 스토리를 공개해본다. 그전에 이 사건에 연류된 등장 인물들을 한번 살펴보자:

Team 피고인들

  • Raj Rajaratnam, 52세 – Galleon Group의 창업자이자 이번 내부자거래 사건의 핵심 인물. 그는 정보 수집의 천재로 알려져 있다.
  • Danielle Chiesi, 44세 – 미모의 헤지 펀드 컨설턴트. Rajaratnam씨와 정보를 거래하였던 인물 중 한명이자, 섹스를 이용해서 정보를 캐냈던 꽃뱀과도 같은 인물.
  • Roomy Khan, 51세 – 1990년대부터 Rajaratnam씨와 정보를 교류하기 시작했던 헤지 펀드 컨설턴트. 그녀는 검찰한테 협조하면서 이번 내부자거래 사건의 실마리를 잡는데 큰 공헌을 했다.
  • Steven Fortuna, 47세 – ‘Tuna’라는 닉네임을 가지고 있는 헤지 펀드 매니저. Chiesi씨와 많은 정보를 교환했고 현재 연방 수사원들과 협조하고 있다. 그는 유죄판결이 났을때 3번이나 법정에서 울음을 터뜨렸다고 알려져있다.
  • Richard C.B. Lee, 53세 – 실리콘 밸리의 방대한 인맥으로 유명한 헤지 펀드 매니저. 그가 Chiesi양과 정보를 교환하는 통화를 FBI가 도청한 이후부터 수사에 협조하기 시작했다.

Team 기소인들

  • Preet Bharara, 41세 – 화이트 칼라 범죄 수사 전문 맨하튼 거주 미국 연방 검사. 그는 이번 케이스는 ‘끝나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라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 Andrew Michaelson, 34세 – 이번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미연방 법원으로 배정된 증권거래위원회 변호사. Khan양이 정부와 협조하여 Rajaratnam씨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는데 큰 공헌을 하였다.
  • Joshua Klein, 41세 – 미 연방 부검사. 그는 세명의 헤지 펀드 매니저들을 이번 조사에 협조할 수 있도록 설득하였다.
  • Jonathan Streeter, 41세 – Rajaratnam씨와 다른 피고인들에 대한 증거를 발견하고 케이스를 만드는데 협조한 미 연방 부검사. 또한, 가끔씩 비협조적으로 삐딱하게 나오는 Khan양을 달래고 설득하는데 크게 일조하였다.
  • B.J. Kang – 자랑스러운 한국인 FBI 요원. 그는 월가에서 금융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FBI 요원이라고 소문나있다. Bernard Madoff가 법정에 들어설때 오른쪽에 그가 있었고, Raj Rajaratnam 또한 처음 체포되었을때 Kang씨가 그 옆에 있었다.
  • Diane Wehner, 31세 – Chiesi양을 구속하기 위한 케이스를 만들기 위해서 다른 증인들과 같이 협력하였던 FBI 요원.

자 그러면 이 사건의 발단을 FBI와 검찰의 수사 각도에서 한번 살펴보자:

힐튼 호텔과 구글
2007년 7월달 연달아 발생한 의심스러운 주식거래 2건이 증권위원회의 레이다망에 잡혔다. Hilton Hotel Corp.과 Google의 주식과 관련된 거래였는데 미연방법원의 검사들은 이 두 사건에서 공통적으로 51세의 헤지 펀드 컨설턴트인 Roomy Khan이라는 여자의 이름을 발견했다. Khan씨는 가족과 친구들의 소개를 받아 high tech 회사들의 내부 정보를 잘 알고 있는 젊은 금용인들과의 네트워크를 방대하게 형성해놓았다.
그 중 한명이 27살의 Deep Shah라는 Moody’s Investor Service사의 애널리스트이다. Khan씨의 조카와 같은 학교를 다닌 Shah씨는 사회 초년 당시 Khan씨로부터 부동산, 기술주, 인도 증시 등에 대해서 많은 정보와 조언을 받았으며, 이에 대한 보답으로 자신이 회사에서 알게된 내부 정보를 빼돌렸다는 협의를 받고 있다. 그는 대형 사모펀드인 Blackstone Group이 힐튼 호텔을 인수한다는 사실이 발표되기 하루 전날인 7월 4일 Khan씨에게 이 정보를 귀뜸해줬다. 또한, Blackstone의 힐튼 호텔 주식 인수가가 $47.50이라는 정보도 흘려줬다. Khan씨는 바로 Hilton 주식을 대량 구매하였고, Shah씨에게 정보에 대한 댓가로 1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 수상한 힐튼 주식 구매가 일어난 2주 후에, Khan씨는 또다른 젊은 친구인 Shammara Hussain양에게 – 그들은 2007년 한 기술 컨퍼런스에서 만났으며, 당시 헤지 펀드사에서 일하고 있던 Hussain양은 Khan씨의 방대한 인적 네트워크에 큰 감명을 받았고, 그 이후로 자신이 알고 있던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 몇가지 고급 내부자정보를 들었다.
2007년 5월에 Hussain양은 구글의 투자자정보 외주업체로 이직하였다. 2개월 후 그녀는 Khan씨에게 구글이 7월 19일 발표할 2사분기 실적이 월가의 예측에 못 미칠것이라는 정보를 알려줬다. Khan씨는 Shah씨로부터 전달받은 힐튼 호텔 정보와 Hussain양으로부터 전달받은 구글 정보를 Rajaratnam씨에게 전달했고, Rajaratnam씨는 이 두개의 정보를 이용해 단기간 동안 1,300만 달러의 부당 이익을 챙길 수가 있었다.

Roomy Khan
1998년도 인텔에서 일하고 있던 Khan씨는 Rajaratnam씨에게 비밀정보를 팩스로 보내는걸 몰래카메라에 찍혔다. 그 이후 인텔에서 해고된 후 Khan씨는 Galleon Group에서 1년 정도 일을 하였다. 2001년 4월 그녀는 불법 정보 유출을 인정하였지만, Raj씨가 이 정보를 기반으로 주식거래를 해서 돈을 벌었는지는 증명되지 않은 관계로 곧 무죄로 풀려났다.
2007년 11월, 연방요원들은 Khan씨를 설득하는데 성공했고 그녀는 수사에 협조하기로 했다. 그녀는 내부자거래, 음모, 공무수행집행 방해 등에 대한 사실을 인정하였고 그녀가 Rajaratnam씨와 통화하는 내용을 녹화하는데 응했다.
2008년 1월 14일 그녀는 Raj에게 전화를 걸었고 FBI 요원 BJ Kang이 지시해준대로 “요새 실적 발표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지? 인텔에 대한 정보 좀 있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Raj는 인텔의 매출이 약 9%~10% 정도 성장할 것이고 수익마진 또한 “괜찮을것이다”라고 대답했다.
실제 인텔의 실적 발표는 이와 거의 흡사했다. 그 다음날 인텔은 실적 발표를 하였으며, 매출은 10.5% 증가했고 수익마진 또한 기존에 인텔이 예측했던 수치보다 높았다.
이 내용은 FBI로 하여금 증거확보를 하는데 충분했다. 인텔과 관련된 전화통화와 Khan씨가 녹화했던 추가 내용들을 기반으로 FBI는 맨하탄 연방검사로 부터 Rajaratnam씨의 전화를 도청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고 그 이후로는 일들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그동안 심증만 있었던 의심들이 구체적인 물증으로 바뀌고 있었다.
이후 얼마지나지 않아 FBI는 인텔의 재무담당임원인 Rajiv Goel이 Raj한테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Clearwire사와 Sprtin Nextel사간의 조인트 벤처가 곧 발표될 것이라는 내용의 전화통화를 엳들을 수 있었다.

대물 – Danielle Chiesi
2008년 7월, FBI 요원들은 지금까지 취급하던 피고인들 중 가장 큰 대물을 낚을 수 있었다; New Castle Partners라는 헤지펀드의 컨설턴트인 미모의 여인 Danielle Chiesi라는 여성이다.
어릴적 미인대회 수상자 출신의 Chiesi씨는 실리콘 밸리의 high tech 산업에서 Khan씨와 마찬가지로 방대한 인적 네트워크로 꽤 이름을 날리던 인물이다. 알만한 기술 관련 컨퍼런스에서는 이 바닥에서 보기드문 미모와 짧은 치마 그리고 과감한 복장을 입은 그녀가 여기저기 회사 중역들과 이야기하고 있는 장면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그녀의 말과 의견은 투자자들의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걸 아는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그녀와 어떻게든 친분을 쌓아보려고 갖은 노력을 했다.
8월 19일 FBI가 도청한 통화 내역 중, Chiesi씨는 Rajaratnam씨와 반도체 제조업체인 AMD사가 제조업 부문을 스핀오프 할지 안할지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Chiesi씨는 이 정보를 캐내기 위해서 IBM과 AMD사의 내부 깊숙히 침입했고, 그녀의 이런 행동이 불법이라는걸 누구보다 그녀는 더 잘 알고 있었다. 심지어 그녀는 Raj에게 이러다가 잡히는게 아닌가 걱정까지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나는 완전히 끝장이다. IBM을 나만큼 잘아는 사람이 있을까? AMD 중역들이랑 잠자리를 같이 하는 사람이 나라는걸 이 바닥에서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라고 그녀가 말했다고 정부 자료에 적혀있다.
Chiesi씨는 현재 유죄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그녀의 변호사인 Alan Kaufman씨는 반드시 싸워서 이길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The ‘Tuna’
Chiesi 씨가 눈치채지 못했던 사실은 FBI가 Rajaratnam씨의 통화내역만 도청하고 있었던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FBI 요원 BJ Kang과 Diane Wehner는 Chiesi씨의 통화 내역 또한 도청하고 있었다. 그녀와 가장 많은 통화를 했던 사람 중 한명은 일명 ‘Tuna’라고 알려진 보스턴 출신의 헤지펀드 트레이더 Steven Fortuna였다. 7월 25일 Chiesi씨는 Fortuna씨한테 전화를 해서 ISP 업체인 Akamai Technologies사의 실적이 월가의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일것이라는 정보를 알려줬다. 그녀의 정보를 기반으로 Fortuna씨는 Akamia사의 주식이 떨어질거라는 쪽으로 거래를 해서 240만 달러의 부당 이익을 단기간에 챙길 수 있었다.
FBI 요원들은 Fortuna씨를 협박해서 Chiesi씨한테 불리한 증거를 댈 수 있도록 설득하는데 성공했고, 그는 Chiesi씨와의 전화 통화를 녹음하는데 동의하였다. Wehner 요원의 지시를 따라서 Fortuna씨는 Chiesi씨한테 전화를 걸었다. Chiesi씨는 IBM 고위인사로부터 IBM의 실적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획득하는데 성공했다고 했고 이에 대해서 Fortuna씨는 “어떻게 그 정보를 입수했지? 직접 그에게 물어봤어?” 라고 물어봤다.
Chiesi 씨는 “응”이라고 답했다. FBI가 원하던 바로 그 답변이자, 그녀가 IBM의 비공개 정보를 불법적으로 획득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순간이었다. Chiesi씨의 회사 New Castle Partners는 이 정보로 50만 달러의 이익을 챙겼다.

Richard C.B. Lee
Chiesi 씨는 Fortuna씨외에 Richard C.B. Lee씨와 IBM 관련 정보를 2009년 1월달에 공유했다. 말레이시아 출신의 헤지 펀드 매니저인 Lee씨는 Chiesi보다 더 광범위한 인맥으로 이 분야에서는 꽤 유명한 인물이었다. 그는 Rajaratnam씨와 90년대 중반 Needham사에서 같이 일을 했었고, 그때부터 Raj와의 친분을 계속 쌓어 갔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컴퓨터 칩 디자인으로 석사학위까지 취득한 이 분야 전문가인 Lee씨는 그 이후 Spherix Capital이라는 별도의 헤지 펀드를 창립한다.
2009년 4월 FBI 요원들이 취조를 하기 위해서 Lee씨의 집을 처음 방문했을때 그는 묵비권 행사와 협조를 거부했지만, FBI가 결정적인 단서들을 제시하면서 그의 목을 점점 더 조르자 그와 그의 파트너 Ali Far는 – 전 Galleon Group 직원 – 결국 협조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는 좀 멍청한 실수를 범했다. 수사에 협조하기 위해서 그때까지 10%의 수익율을 육박하던 그가 운영하던 헤지 펀드를 갑자기 닫아버린것이다. Spherix Capital이 돈을 잘 벌고 있는데 판을 떠난다는 소문이 월가에 퍼졌고, 많은 투자자들과 관계자들은 이런 Lee씨의 행동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물론 이 사실은 Galleon Group 직원들한테도 알려졌다. Lee와 Far씨가 정부와 협조해서 불법 내부자거래 사건을 조사 중이라는 소문이 빠르게 퍼졌고, Lee씨는 FBI의 지시하에 그가 전에 일하던 SAC에 – 전설적인 헤지펀드 매니저 Steven A. Cohen의 헤지 펀드사 – 재입사를 하려고 시도했다. 잘나가던 자기 펀드를 닫아버리고 옛 직장으로 다시 복귀하려는 Lee씨의 행동은 당연히 여러 사람들의 의심을 살 수 밖에 없었다.

Robert Moffat Jr.
2009년 10월 16일, 지난 31년 동안 했던대로 IBM의 Systems and Technology Group의 부사장 Robert Moffat씨는 새벽 6시에 출근해서 업무를 보고 있었다. 오전 7시반에 그의 아내 Amor한테서 지금 집에 FBI 요원들이 쳐들어왔으니 당장 귀가하라는 다급한 내용의 전화가 왔다.
Moffat씨는 일단 IBM 변호사와 짧게 통화한 후에 급하게 달려가서 Lexus를 타고 IBM 건물을 떠났다. 그게 IBM 동료들이 마지막으로 본 Moffat씨의 모습이었다.
기술 회사를 연구하고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들이나 Roomy씨와 같은 중간 간부들은 이번 사건에서 자주 거론되지만, Moffat씨는 Galleon Group의 내부자 거래 스캔들과 연류된 tech 회사 임원 중 가장 거물급 인물이다.
대학 육상 선수 출신의 Moffat씨는 1978년 졸업 후 첫 직장으로 IBM에 입사했다. 그는 IBM에서 숫자를 가장 잘 분석하는 떠오르는 스타 중 한명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엑셀은 그의 친구였고, 그는 숫자로 가득찬 바인더 3개를 옆구리에 항상 차고 다니면서 틈만 나면 숫자들을 외웠다. 전략이나 마케팅 업무를 하는 그의 동료들은 이런 Moffat을 꼴통 취급했고, 그가 하는 숫자관련된 일들을 매우 재미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2002년도에 그는 그가 하는 이런 number crunching 업무를 너무나 재미있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한 여성을 만났다. 바로 Danielle Chiesi였다. 업무로 시작된 둘의 관계는 매우 부적절한 관계로 이어졌고, Chiesi씨가 잡히면서 Moffat씨 또한 FBI한테 꼬리가 잡혔다.
Moffat씨는 현재 IBM 대표이사인 Sam Palmisano의 후계자라고까지 지명될 정도로 일을 잘하고,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높기로 소문난 인물이다. 그는 IBM의 고객 및 벤더와 정기적으로 이야기하고 접촉했으며, 현재 시장에서 어떠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으며 앞으로 시장은 어떤 방향으로 갈지에 대한 정보와 감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대표이사는 아니었지만 대표이사의 눈이 볼 수 있는 정보와 대표이사의 귀가 들을 수 정보를 접하는 위치였고 Chiesi씨한테는 최고급 정보원이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대학 졸업 후 첫사랑과 결혼한 이 목석같은 남자를 Chiesi씨는 미모로 꼬시는데 성공했고, 2003년도부터 Chiesi와 Moffat은 잠자리를 정기적으로 같이 하기 시작했다.
2008년도 여름, AMD는 사업 부문 중 제조업인 Fabco를 스핀오프해서 중동의 자본과 함께 조인트 벤처를 설립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AMD가 새로운 조인트 벤처에서 사용할 기술의 소유권을 IBM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IBM 또한 이 그림의 일부였고 담당자는 바로 Moffat씨였다.
8월 22일, Moffat씨는 Chiesi씨에게 “아랍애들이 21억 달러를 투자할거야….Fabco 지분 50%를 가질것이고.”라는 귀뜸을 해줬고 Chiesi씨는 이 통화를 그녀가 일하고 있던 New Castle사의 사장 Mark Kurland가 엿들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물론, Chiesi씨는 이 고급 정보를 Rajaratnam씨에게도 바로 흘려줬다. 이 정보를 기반으로 New Castle과 Galleon은 AMD의 주식을 계속 구매하였고, 2008년 9월 말에 두 헤지펀드사는 AMD의 주식을 약 1,030만 주나 소유하고 있었다. Moffat의 불법 내부 정보로 인해서 Galleon과 New Castle은 2,080만 달러의부당 이익을 챙길수 있었다.
물론 이 시점에서는 그 누구도 자신들의 통화 내용이 FBI와 검찰한테 도청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2010년 3월 그는 AMD와 Lenovo Group에 대한 미공개 내부정보를 Danielle Chiesi씨와 공유한 사실을 자백했고, 공모 및 불법 증권 거래 관련 유죄를 인정했다. 그는 즉시 IBM으로부터 사퇴했고 최소 6개월형을 받을 예정이다.

맥킨지 형제들 – Anil Kumar와 Rajat Gupta
이외에 McKinsey에서 Senior Partner까지 했던 51세의 Anil Kumar씨는 수많은 맥킨지 고객사들의 내부 정보를 Rajaratnam씨에게 돈을 받고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최소 20년형을 받을 수 있다고 검찰은 발표했다.
또한, 1994년부터 2003년까지 McKinsey의 대표이사를 맡았으며 현재 Goldman Sachs의 Director인 Rajat Gupta씨도 맥킨지 고객사들의 내부 정보 및 골드만삭스의 주가 조작과 관련하여 현재 검찰의 조상를 받고 있다.

결말 – Checkmate (외통수)
2009 년 9월이 되면서 검찰과 FBI는 내부자거래 수사 관련 정보가 Rajaratnam씨한테 세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루는 한 FBI 요원이 Chiesi씨가 Fortuna씨와 다음과 같은 통화를 하는걸 엿들었다. “Raj가 지금 옛직원 중 한명이 도청장치를 착용하고 다니는거 같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
2009 년 10월 15일, 공항 관계자가 Rajaratnam씨가 다음날 출국 예정인 영국 런던행 비행기표를 구매했다는 사실을 FBI에 알려주자, FBI는 더 이상 끌다가는 수년을 쫓던 케이스를 놓칠 수 있다는 위험을 감지하고 이 사건에 종지부를 찍기로 결심했다.
그 다음날 새벽 동이 트기전, FBI는 Raj씨가 살고 있던 맨하탄의 Tony Sutton Place 구역을 봉쇄하기 시작하고 새벽 6시에 파란색 바람막이를 입은 요원들은 체포영장을 가지고 Raj씨 집의 문을 두드렸다. Raj씨는 반항하지 않고 순수히 요원들을 따라서 차를 타고 끌려갔다.

매디슨가 Galleon Group에서의 10월 16일 오전은 그 여느때와 같이 시작했지만, Raj씨와 같은 건물에 살던 한 투자자가 FBI가 Raj씨를 체포해가는걸 봤다고 직원들에게 말하면서 회사의 분위기는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Galleon 직원들은 서로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고, 어떤 직원은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리기까지 했다.
정오가 되자 Galleon 직원들은 사내 50인치 TV 앞에 모여서 화면에 눈을 고정시켰다. 그들이 지금까지 모시던 Raj Rajaratnam 회장님이 추리한 차림에 FBI 요원 Kang씨에 의해서 법정으로 인도되고 있는 방송이 생중계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 수갑이 채워진 Chiesi씨 또한 법정에 등장했다. 메이크업을 전혀 하지 않고 맨얼굴에 헐렁한 스웨터를 입은 그녀는 Galleon 직원들이 수많은 사내 행사와 파티에서 보던 멋지고 스타일리쉬하던 여자와는 판이하게 다르게 보였다.

몇 주 후, 총 운용 자산 70억 달러를 자랑하던 Galleon Group은 모든 자산을 매각했고 Madoff 사건과는 달리, 그리고 너무나 다행히도 Galleon의 투자자들은 그 누구도 투자금 손해를 보지 않았다.

내가 1년 동안 follow하던 Galleon Group의 내부자거래 스캔들은 이렇게 일단락 마무리가 되었다. 물론, 지금까지도 법정 공방은 계속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Rajaratnam씨의 변호사 John Dowd씨는 “Rajaratnam씨는 증권거래위원회의 법을 준수하면서 평생 열심히 일해온 모범 시민입니다. 그가 수십년의 경험과 인맥을 바탕으로 취합한 정보는 절대로 불법적으로 취득한 비공개 정보들이 아닙니다. 그는 유죄가 아니며 배심원들이 이 사건의 정확한 진실을 파악해서 그의 무죄가 법정에서 인정받는 그 날을 위해서 끝까지 싸울것입니다.”라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내부자거래’는 참으로 증명하기가 어렵다. 월가만큼 사실/거짓/정보/소문이 많이 돌아다니는 곳은 전세계에서 찾기 힘들뿐더라, 투자자라면 누구나 남들보다 먼저 그 정보를 입수해서 현명한 투자 선택을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또한, 불법 내부자거래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기반으로 특정 거래가 이루어졌다는 걸 입증해야하며, 그러한 과정에서 이 정보가 특정 기업의 주식 가격을 크게 움직일수 있을만큼 중요한 객관적인 정보였음을 입증해야하기 때문이다.

머리 좋고 공부도 할만큼 한 Rajaratnam씨 같은 금융인들의 도덕성이 이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니까 좀 슬프다. 특히, 나도 한때 수업을 들었던 같은 워튼 MBA 강의실에 배운 지식을 가지고 Rajaratnam씨가 이런 범죄를 공모하고 저질렀다는 사실이 부끄럽기까지 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연류되었던 BBK 사건의 장본인 김경준씨 또한 워튼 MBA 선배이다).
돈이 힘이고, 돈이 지식이고, 돈이 이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우리의 유일한 친구이다.” -> 이 말에 나는 전적으로 동의하고 나 또한 돈을 너무나 좋아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렇지만, 돈과 부는 법의 경계선 안에서 벌어야하는 것이다. 인간들의 탐욕 또한 법의 경계선을 넘어서는 안된다.

출처 및 참고:
-Fortune “Dangerous liaisons at IBM: Inside the biggest hedge fund insider-trading ring” by James Bandler
-Wall Street Journal “Raj Rajaratnam: The Inside Story” by Nathan Koppel
-Wall Street Journal “The Man Who Wired Silicon Valley” by Robert A. Guth and Justin Scheck
-Wall Street Journal “Fund Chief Snared by Taps, Turncoats” by Susan Pulliam

뉴스가 나를 찾는 세상

경영 연구소인 Pew Center에서 2010년 9월달에 미국인들의 뉴스 소비와 관련된 연구 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는데, 10년전과 비교해서 미국인들은 뉴스를 접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결과가 나왔다. 물론 뉴스를 접하는 방식 자체에는 변화가 있었다; 신문을 보는 시간은 줄었고, TV 뉴스를 보는 시간은 늘었으며 평균적으로 종이와 TV 방송과 같은 전통적인 미디어를 통해서 뉴스를 접하는데 현대인들은 매일 57분을 소비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 57분외에 온라인 뉴스를 소비하는데 평균적으로 매일 13분을 사용하여 하루 총 70분을 뉴스를 보는데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참고로 70분이라는 수치는 Pew Center에서 이 조사를 시작한 90년대 중반 이후 가장 높은 수치라고 한다.

세상이 아무리 급변하게 돌아가도 현대인들이 뉴스와 정보를 아직은 중요하게 생각한다는건 참으로 다행인거 같다.
가장 재미있는 결과는 다양해진 뉴스 매체들의 mix이다. 2006년도에는 미국인들의 38%가 매일 신문을 읽었는데, 2008년도에는 이 수치가 30%로 감소하였다. 올해 설문조사에서는 미국인 중 26%만이 매일 종이 신문을 읽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대신, 17%가 매일 온라인 신문기사를 본다고 답변하였는데 이는 2006년도보다 2배가 넘는 수치이다. 또한, 30~40대 미국인들의 25%가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들을 통해서 뉴스를 본다고 하였다.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를 통해서 뉴스를 소비한다는 사실은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당연한 트렌드이지만, 잘 생각해보면 우리가 정보를 섭취하는 방법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패러다임 쉬프트가 진행되고 있다는걸 의미한다.
몇년전만 해도 우리는 우리가 관심갖는 뉴스나 정보를 찾기 위해서는 CNN.com이나 Chosun.com으로 들어가서 특정 뉴스를 찾아서 읽었다. 그 이후, 우리는 구글이나 네이버와 같은 검색 엔진에서 우리가 관심있는 뉴스를 검색해서 찾아서 읽었다. 즉, 뉴스의 소비자인 우리가 관심있는 뉴스를 찾아서 읽었다. 지금은?
어떤 학생이 언젠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내가 꼭 알아야하는 정말로 중요한 뉴스라면, 그 뉴스가 나를 찾을 겁니다.” 이 말 별거 아닌거 같지만, 매우 의미심장한 말이다.
페이스북에 로그인해서 들어가면 내 지인들이 관심있어하는 뉴스나, 그들이 읽고 포스팅한 뉴스들과 관련된 링크와 내용들이 내 화면에 뜬다. 물론, 내 친구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뉴스들이라고해서 나의 관심거리가 되는건 절대로 아니다. 하지만,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뉴스들 보다는 내가 아는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뉴스가 내 관심거리가 될 확률은 훨씬 높다. 소셜 네트워크들의 기본이 되는, 그리고 페이스북의 창업자 Mark Z.가 항상 강조하는 Social Graph의 바탕이 되는 이론이다.

마이크로 블로깅으로 시작한 트위터 또한 많은 사람들한테는 매우 효과적인 뉴스 서비스 플랫폼이 되어 버렸다. 카이스트 박사과정 학생인 곽해운씨의 연구에 의하면 트위터는 소셜 네트워크라기 보다는 뉴스 매체라고 하는게 맞으며, 전체 트위트의 85%는 뉴스와 관련돼 있다고 한다. 서로가 상호 관계를 인증해야하는 페이스북과는 달리 자유롭게 관심사나 관심인물들을 부담없이 ‘따를’ 수 있는 트위터 세상에서는 전체 유저 중 10%만이 트윗의 90%를 생성하기 때문에 페이스북과 같이 two-way communication이 진행되는 소셜 미디어가 아니라 one-way communication의 대명사인 뉴스 미디어의 성격이 강하다는건 트위터의 창업자 Evan Williams도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사실이다.
트위터도 마찬가지로 내가 굳이 관심있는 뉴스를 찾을 필요가 없다. 내가 follow하는 사람들의 트윗이 자동으로 나한테 ‘배달’ 되기 때문에 나는 그 뉴스를 소비만 하면 된다. 물론, 그 뉴스들 중에는 내가 특별히 관심을 갖지 않는 내용들도 있겠지만 내가 누군가를 follow한다는건 이미 어느 정도 내용이 정제가 되었다는 뜻이다. 즉, 트위터를 통해서 나한테 배달되는 내용의 80% 이상은 나의 관심거리가 될 확률이 90%가 넘을거이라는 의미이다.

뉴스가 나를 찾는 세상 – 조금 무섭지만, 그래도 참 편한 세상인거 같다. 그 어느때보다 정보와 뉴스가 중요한 시대이지만 우리가 정보를 찾는 방법은 (or 정보가 우리를 찾는 방법) 기술의 발달로 인해서 예측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급변하고 있다.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건 우리 주위에 무슨 일들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 그리고 이러한 정보들을 찾기 위한 가장 유용하고, 편리하고, 효과적인 방법들에 대한 끈임없는 갈망이다.

출처 및 참고: Wall Street Journal “Now the News Finds You” by Gordon Crovitz

“Lean Startup” 방식

<스타트업 바이블>에서도 여러번 언급하였듯이 이제 인터넷 기반의 B2C 웹서비스를 시작하는데 있어서 수십억원/수백억원의 초기 자본이 필요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저렴하게 웹서비스 창업이 가능한 이유는 VC 전도사 Paul Graham이 항상 강조하는 [1. 저렴해진 하드웨어 2. 오픈 소스 기반의 무료 소프트웨어의 등장 3. 소셜 미디어를 통한 저렴한 마케팅 4. 강력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통한 인건비 절감] 덕분이다.
즉, 다른 분야라면 몰라도 인터넷 사업만큼은 초기 투자비용 없이 얼마든지 창업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성립된다. 실제로 내 주위에는 1만 5천 달러로 창업해 단 6개월 만에 월 2천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이들이 많이 있다. 최근 들어서 흔희 볼 수 있는 이런 저비용 기반의 스타트업 창업/운영 방식을 미국에서는 “lean startup” 방식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lean 방식은 비단 인터넷 기반의 웹서비스에만 적용되는것일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제조업, 생명공학, clean tech과 같이 대규모의 설비와 R&D; 자본을 필요로하는 전통적으로 자본집약적인 산업에는 이러한 lean 방식을 적용할 수가 없고 앞으로도 이러한 산업에 필요한 초기 자본은 더 커지면 커졌지 절대로 줄어들 수 없을것이라고 한다. Flybridge Capital PartnersJeff Bussgang은 이러한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충분히 반대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경험으로부터 말을 하기 때문이다. 여기 그가 투자한 2개의 회사들을 한번 살펴보자:

1. Digital Lumens (clean tech) – Digital Lumens는 2010 Global Cleantech 100 Company이며, 얼마전에 World Economic Forum으로부터 2011년 Technology Pioneer 상을 수상한 산업용 LED 조명 분야에 큰 혁신을 가져온 스타트업이다. Flybridge Capital은 이 회사에 종잣돈으로 단돈 $500,000 (한화 5억5천만원)을 투자하였다. 회사 창업자인 Jonathan Guerster는이 돈으로 몇명의 엔지니어들을 채용하여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제어가 가능한 산업용 LED 조명 제품의 프로토타입을 재빨리 만들어봤다. 프로토타입은 성공적이었이며,이 프로토타입을 가지고 이들은 5백만 달러의 Series A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하였다. Series A 투자금액을 기반으로 능력있고 경험있는 CEO Tom Pincine을 스카웃하였고, 그의 리더쉽하에 Digital Lumens는 드디어 베타 딱지를 벗긴 Version 1.0 제품을 출시하였다.
Version 1.0 제품을 가지고 몇몇 고객들로부터 피드백을 받고, 시장의 테스트를 거치면서 이 회사는 지속적인 제품 수정 및 보완을 반복하면서 아주 완성도가 높은 제품을 상용화하는데 성공하였다. 최근에 Digital Lumens는 1,500만 달러의 Series B 투자 유치를 하였고 이제 대량 양산 체제를 준비하고 있다.
위의 내용에서 “Digital Lumens”라는 회사의 이름을 빼면,이 이야기는 마치 일반적인 인터넷 기반의 웹서비스 스타트업의 창업/성장 과정과 크게 다를바가 없다. 물론, 앞으로 시장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대규모 제조와 영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면 Digital Lumens사는 궁극적으로는 수백억 또는 수천억원의 투자를 받아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작은 단돈 50만 달러로 가능하였고 clean tech이라는 분야가 자본집약적인 산업이라고해서 lean startup 방식을 적용하지 못한다는건 아니라는걸 증명하였다.

2. Predictive Biosciences (생명과학) – Predictive Sciences는 소변만을 가지고 암과 같은 질환을 손쉽게 판단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바이오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현재까지 총 5,600만 달러 (한화 약 600억원 이상) 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의 투자를 받았지만, 역시 Digital Lumens와 같이 lean startup 방식이 적용된 회사이다. 이 회사에 Flybridge Capital이 투자한 초기 금액은 역시 단돈 50만불이다. 이 돈을 가지고 Predictive Biosciences 창업자들은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병원으로부터 지적재산권을 획득하여 프로토타입을 만들 엔지니어 몇명을 채용하였다. 프로토타입을 성공적으로 만들어서 제품의 가능성이 입증 된 후에 창업팀은 100만 달러의 Series A 투자를 받았고 그 이후에도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추기 전까지는 매우 lean한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하였다. 확실한 시장을 찾고, 이 시장을 위한 제품을 만들기 전까지는 지속적으로 시장의 피드백을 기반으로 빠른 product iteration을 반복하였고 이러는 과정에서 신장암이라는 전략적인 초기 시장을 찾아서 여기에 많은 resource와 돈을 집중적으로 투자하였다.
Predictive Biosciences의 이야기 또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인터넷 웹서비스 스타트업의 창업/성장 스토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걸 우리는 다시 한번 느낄 수가 있다.

Jeff Bussgang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내가 미국에서 체험한 나의 직접적인 경험을 종합해 보면 lean startup 방식은 이제는 단순한 웹서비스 뿐만이 아니라 그 어떤 기술이나 제품에도 적용이 가능할거 같다는 새로운 시각이 생긴다. 즉, 단순 제조업, 부동산업 또는 식당을 차리는게 아니라면 창업은 큰 초기 자본이 없어도 누구한테나 열려있고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성립된다. ‘Lean startup 방식’이라는 용어가 구체적으로 사용되지는 않았지만 이와 비슷한 맥락의 내용들을 <스타트업 바이블>에서 추려본다:

pg.104
좋은 동업자들로 구성된 팀이 있고, 어떤 제품을 개발할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일단 간단한 프로토타입prototype, 원형(原型)을 만드는 동안에 필요한 사무실 임대료, 인터넷 비용, 식비 등을 충당할 최소 생계비용이 필요하다. 이런 돈을 종잣돈seed money이라고 한다. 종잣돈은 수십억 원이 아니라 수천만 원의 규모이기 때문에 모으기가 그다지 힘들지 않다. 수천만 원의 종잣돈은 앞에서 설명한 엔젤 투자자로부터 구하는 것이 가장 수월하며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초기에 필요한 종잣돈은 대량 상품화를 위해 필요한 자금이 아니라 프로토타입 제작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그다지 큰 규모가 아니다. 서비스마다 다르겠지만, 개발자 두 명이 약 6개월 동안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데 필요한 비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pg.157
프로토타입을 빨리 만들어라 – 사업계획서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그 시간을 아껴 실제 제품을 만드는 데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추상적인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투자받을 수 있는 시절은 이미 지나갔고, 아마도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마음가짐이 분명한 투자자라면 절대 아이디어에만 투자하지 않는다. 그들은 어느 정도 구체화된 제품이 실제 시장에서 사용자들의 반응을 얻어야만 비로소 30분 정도의 미팅 시간을 할애할 것이다. 따라서 투자를 받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개념검증proof of concept 작업이다. 즉 아이디어를 제품화해 시장성을 테스트해보는 일이다.
아이디어의 시장 가능성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우선 프로토타입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 돈을 받고 팔 수 있는 완벽한 제품을 만들려면 시간과 돈, 인력이 많이 필요하지만, 간단한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일에는 자원이 크게 필요하지 않다. 특히 웹서비스를 준비한다면 더욱 쉽다. 요즘 세상이 얼마나 좋아졌는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훌륭한 툴들을 이용해 간단한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이를 더도 말고 3개월만 돌려보면 아이디어의 시장성을 금세 알 수 있다.
만약 시장에서 반응이 전혀 없다면 투자자에게도 호응을 얻지 못할 것이다. 이때는 다른 제품을 시도하거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필요가 있다. 성과는 얻지 못했더라도 어찌 되었거나 시간 낭비를 최소화한 셈이다. 반대로 시장에서 어느 정도 반응을 얻었다면 고객 사용도를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생각해두고, 그에 따른 추가 작업을 위해 투자를 유치하면 좋을 것이다.
잘 알고 지내는 창업자 후배들 중 A와 B가 있다. 두 사람은 모두 뛰어난 두뇌와 추진력의 소유자인데, 비슷한 아이디어로 투자유치에 뛰어들었다. 그중 A는 꼬박 3개월이라는 시간을 투자해 그럴듯한 사업계획서를 만들었다. 실제로 읽어본 사업계획서는 굉장히 논리정연하고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1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아이디어는 아직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종이 위의 글자로만 남아 있다.
반면, B는 처음부터 아예 사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그 대신 가진 돈을 털어 웹프로그래머 한 명을 채용했다. 머릿속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3개월 후에 베타 사이트를 오픈했고, 단순한 프로토타입을 통해 적당한 수의 사용자를 영입할 수 있었다. 그는 사이트를 오픈한 지 6개월 만에 꽤 유명한 엔젤 투자자로부터 50만 달러를 유치할 수 있었는데, 그 돈으로 개발자를 영입하고 제품을 개선해 현재 더 높은 밸류에이션에 시리즈 A 투자를 받을 계획을 갖고 있다.
이 사례에서 보듯이,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A보다는 B를 더 선호한다. 따라서 투자를 받고자 한다면 최대한 빨리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라. 아무리 불경기라도 시장성이 검증된 아이디어에는 반드시 투자가 몰리게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