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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unders At Work

2월달에 필라델피아를 떠난지 거의 8개월만에 동부로 출장 왔다가 이제 다시 LA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이다. 뉴욕에 작은 소규모의 박람회가 있어서 참석하고, 그동안 서부에 있어서 통화만 하고 실제 미팅할 엄두를 못 내었던 업체들이랑 미팅을 하려고 하였는데 막판에 모든 미팅들이 취소 되어서 그냥 conference만 참석하고 수요일 오전은 호텔에서 이것저것 밀린 이메일 처리하고 비행기를 탔다. 그래도 어제 저녁에는 간만에 누나랑 만났고 (누나는 오랫동안 일하다가 이번 학기부터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현재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중이다) 친한 친구 정아랑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었다. 올때마다 느끼는거지만 뉴욕은 참 매력적인 도시인거 같다. 개인적으로 추운 날씨를 좋아하지 않아서 막상 뉴욕에서 살고 싶지는 않지만, 방문 할때마다 서부와는 다르게 다양한 인종이 복작복작하고 바쁘게 살아가는 정신없이 생동감 있는 도시를 보면 참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특히 쌀쌀한 가을 바람을 맞으면서 Times Square를 오랜만에 걸어보니 그 감회가 참으로 새롭더라.

최근에 읽고 있는 책이 있는데 “Founders At Work“라는 아주 두꺼운 책이다. Y Combinator의 공동 창업자인 Jessica Livingston이라는 여자가 인터넷/hi-tech 관련된 회사들을 창업해서 성공적으로 상장 시키거나 아니면 다른 회사에 좋은 조건으로 합병시킨 창업자들을 인터뷰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거의 filtering 없이 쓴 책인데 나도 오랜만에 이런 류의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성공한 사람들은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었으며, 어떻게 회사를 창업하였고, 어떤 thinking process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그러면 내가 잘하고 싶으면 이 선배들의 어떤 점을 배우고 적용시킬 수 있는 지를 곰곰히 생각하고 다짐해 보고 있다. 상당히 많은 founder들과 아주 자세하게 인터뷰한 내용들이 나열되어 있는데, 이 바닥에 있으면 누구나 한번 정도는 들어봤을 Max Levchin (PayPal 창업자), Steve Wozniak (Apple 공동 창업자), Paul Graham (Viaweb 창업자), Caterina Fake (flickr 창업자) 등이 그 이름들이다. 모두 다 다른 배경을 가지고 성장하였으며, 제각각 다른 학교를 다녔고, 시작한 비즈니스도 다른 류의 비즈니스들이지만, 나름대로 몇가지 공통점은 확실히 있다. 아주 세분하게 나누자면 100가지 정도 공통점이 있겠지만, 내 생각에는 여기서 나열하는 2가지 공통점이 있었기에 나머지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한다.

첫번째는 매우 간단하고 모두 다 아는 사실이다. 이 사람들은 모두 열심히 일했다.열심히 일했다는 말이 너무나 당연하게 들리겠지만, 정말 살인적인 업무를 소화하면서 정말로 열심히 일했던 사람들이다. 머리도 좋고, 운빨도 있었지만 이 모든건 바로 수개월, 어떤 경우에는 수년 동안 잠시마나 개인 생활을 접고, 가정을 소홀히 하면서까지 스스로 믿고 있던 비전과 이상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사무실에서 흘렸던 눈물과 땀이 있었기에 오늘의 Yahoo나 Google과 같은 회사들의 서비스를 우리가 즐길 수 있는게 아닌가 싶다. 그러면 열심히 일한다는거의 정의는 무엇일까? 책 좀 읽어보고 세미나 같은데 몇번 다닌 사람들은 “Work smart, not hard”라는 말을 하지만 이 책에 소개된 젊은 친구들은 (나이 많아서 백발인 할배도 실은 있다) 무조건 “Work smart AND hard”라고 충고한다. 우리말에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놀자”라는 말이 있는데 우리의 창업자들은 – 그리고 나도 이 생각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 인생에서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놀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한다. 인생을 살면서 우리는 열심히 일하거나, 아니면 열심히 놀 수 있다. 둘 중 하나면 해도 잘할까 말까 하는 입장에서 두개를 다 할 수는 없고 이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는 옵션을 선택하였다. 나는 과연 현재 열심히 일하고 있는가? 하루에 몇시간을 일해야 할까? 시간과의 전쟁을 하고 있는 이 비즈니스에서 더 열심히 해야하는게 아닐까?

두번째 원리 또한 매우 간단하다. 이 창업자들은 모두들 끈기가 있었다. 끈기있다 못해 아주 끈질기게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다. 나는 이런 사람들을 매우 좋아한다. 본인한테 주어진 업무가 있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결과를 만들어 오는 사람들이 바로 이런 류의 사람들인데, 어떻게 보면 나라는 인간도 이 부류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아 물론, 수단과 방법을 안가린다고 해서 누구를 죽이거나 불법적인 방법을 사용한다는 말은 절대 아니니 오해하지 말도록. 모두들 불가능하다고 하는 일들을, 끈기있게 계속 두드려서 결과를 만들어 내는 일은 이 세상에서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스스로의 경험으로 난 알고 있다. “그거 이렇게 하면 되고, 이런식으로 해야하는거야. 그렇게 하면 절대 못해.”라고 말하는 인간들 중에서 실제로 그걸 해본 사람이 몇 있을까? 아마 한명도 없을거다. 그리고 그걸 해봤다고 하는 인간들도 보면 한번 시도만 해보고 중도포기한 사람들이겠지. 끈기 있게 뭐를 진행한다는거는 어떻게보면 별게 아니다. 대단한 머리가 필요한것도 아니고, 빽이 좋아야하는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냥 주어진 일을 끈기있게 계속 밀어 붙이면 되는건데 대부분 사람들은 이걸 잘 못한다. 이 책에 소개된 창업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비즈니스를 시작하자마자 “와 그거 진짜 좋은 아이디어다. 내가 돈 대 줄께.”라는 말을 들은 사람들은 거의 없다. 심지어는 구글마저도 회사 초기에는 돈 구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위에서 이런 부정적인 말을 하고, fund raising에 실패하고 몇달 동안 월급 없이 살아가야하는 상황에 도달하면 안되는가 보다 하고 포기 하기 나름이다. But, 이 사람들은 달랐다. 그냥 다른 사람들은 나와는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계속 자신이 믿고 있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더 열심히, 더 끈질기게 인생을 살았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것이다. 만약 열리지 않는다면 망치를 가져오던, 전자 톱을 공구상에서 훔치던지 해서 문을 뽀개버려라.” 이런 mentality가 없으면 이 험한 세상에서 잘될거라고는 꿈도 꾸지 말아라.

나는 열심히 일하고 있는가? 그런거 같지만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 정신 바짝 차리고, 더 일찍 일어나고 더 늦게까지 일해야겠다.나는 끈기가 있는가? 더 노력하자.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 뭐 있겠냐 그리고 어차피 사람들이 하는 일들인데 불가능한게 어디있겠냐. 다만, 시간이 조금 걸리고 노력과 끈기가 필요할 뿐이다. 그래, 남들이 못가서 안달인 Wharton을 때려치운 가오가 있지…조금 더 열심히해보자.

오랜만에 이런 류의 책을 읽으면서 (물론 책에 있는 이야기들이 100% 다 사실은 절대 아니지만) 스스로 많은 생각을 하였고 앞으로는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할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스스로 다짐을 한다. 이제 서서히 비행기가 LAX로 하강하고 있다. Tomorrow is going to be an awesome day.

How to Invest like Harvard

월가로 부터 계속해서 들려오는 우울한 소식 때문에 마음이 참 안 좋다…뭐, 이러다가 세계 경제가 바닥을 치고 다시 좋아질거라는 믿음에는 전혀 흔들림이 없지만 그래도 믿었던 Lehman Brothers Holdings가 파산 신청을 한거나 Merrill Lynch가 Bank of America에 팔린 소식은 세계의 finance를 움직이고 있는 인재들의 사관학교인 워튼을 잠시나마 다녔던 나한테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우리 classmate들이 졸업하고 취직하기가 참 힘들어 질거 같다…

Anyways, 세계 모든 대학교들이 하버드 대학을 우러러 보듯이, 대부분의 investment manager들은 27조원의 예산을 가지고 하버드 대학을 위해서 여러곳에 투자를 하고 있는 Harvard Management Co.,를 우러러 본다. 지난 10년 동안 하버드는 평균 15.9%의 annual return을 이룩하였다 (이 정도 규모 펀드의 평균 return은 10.1% 이다). 15.9% 평균 return이 하버드한테 안겨준 공돈은 무려 12.2조원인데, 이 금액은 하버드에 이어서 두번째로 돈이 많은 대학교인 예일 대학이 한해 동안 받는 전체 기부금과 맞먹는다.

Harvard Management는 일반적인 투자자들과는 매우 다른 방법의 투자 철학을 가지고 있다. 전체 펀드의 15%만을 미국 주식에 투자하고, 11%는 채권에 투자한다.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들이나 기관 투자자들은 이것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을 주식과 채권에 분배를 한다. “우리 포트폴리오에는 잘 알려진 회사들이 거의 없습니다. 아주 특이한 회사들이 대부분이죠.”라고 1990년도 Rockefeller 재단에서 HMC로 온 Jack R. Meyer 대표이사는 말한다. Meyer의 전략은 portfolio 다각화이다. 즉, 워런 버페와같이 한 종족에 몰빵하는게 아니라 여러가지 종목에 투자를 함으로써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전략이다. 어떤게 더 좋은 전략인지에 대해서는 각자 말들이 많기 때문에 여기서는 생략하도록 하겠다. Harvard에는 175명의 투자 전문가들이 있는데, 어부가 고기를 잡기 위해서 더 멀리, 더 넓게 그물을 던지는거와 같이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사모펀드와 헤지펀드, 부동산, 원자재, 외국 주식과 채권과 같은 다양한 종목에 투자를 한다. 또한, 미국에만 투자를 하는게 아니라 미국과 해외에 투자하는 비율을 거의 비슷하게 가져가도록 노력한다고 말한다.

포트폴리오를 분산한다고 big bet이 없는거는 아니다. Meyer의 팀은 전체 펀드의 13%를 원자재에 투자를 하는데, 이 중 77%를 목재에 (timber) 투자를 하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Meyer의 팀에 전문 벌목꾼 3명이 어느 숲에 투자하고, 어느 숲을 살지에 대한 전문적인 조언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또한, Meyer는 하버드의 명성이 있기 때문에 돈이 있어도 투자를 못하는 분야에도 접근이 가능하다고 귀뜸한다. 하버드는 최근 5년 동안 사모펀드 분야에서 28.7%라는 어마어마한 return을 이루었다. 그 이유는 Kleiner Perkins와 같은 최고의 VC 펀드에 돈을 투자할 수 있었기 때문인데, Kleiner Perkins 펀드는 워낙 return이 좋은 펀드라서 돈이 있다고해서 아무나 돈을 부을 수 있는게 아니고, 하버드라는 명성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좋은 펀드에 투자를 할 수 있는것이다.

Meyer가 말하는 투자의 4가지 철칙은 다음과 같다.
1. Diversify – 한곳에 몰빵 하지 마라. 여러군데에 투자하여 리스크를 분산시켜라.
2. Fee가 낮은 펀드에 투자해라 – 거품이 잔뜩 들어가서 fee가 높은 펀드 보다는 잘 안알려져서 fee가 낮은 펀드에 투자해라.
3. Tax – 개인투자자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투자와 관련된 세금인데, 세금만 잘 관리를 해도 큰 돈을 벌수 있다.
4. Long term – 길게 보고 투자해라. 너무 단기적으로 그때그때의 유행을 따르지 말고, 장기적으로 시장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라.

근데 가장 화나는 부분은…작년에 하버드의 몇명 본드 매니저들은 연봉을 각각 250억씩 챙겼단다!

공과 사 – VC들의 personal investment에 대해서

VC industry에 대해서 아시는 분들한테는 기초적인 상식이겠지만, 혹시나 아직 이 분야에 대해서 익숙치 않으신 분들을 위해서 간단하게 용어 설명만 하고 시작하도록 하겠다. 창업자들이 VC들로부터 투자 받는거는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한번 해봤나? 그러면 VC들은 도대체 어디서 돈을 가져올까? 물론 VC 중에서는 과거에 성공적으로 회사를 상장시키거나 매각시켜서 때돈을 번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은게 사실이다. 내가 만약 Strong VC라는 벤처캐피탈사를 차리면 투자할 돈은 어디서 구하는가? 사실은 VC들도 창업자들이 돈을 구하는거와 같이 다른 곳에서 돈을 구하러 다닌다. 그 다른 곳이란 보통 대학교 펀드 (Haravard Management Company와 같은..), 연금 또는 fund of funds라고들 하는 또 다른 투자기관들이다. 이렇게 VC들한테 투자하는 업체들을 Limited Partner (LP)라고 하며 LP들로부터 받은 돈을 가지고 다른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VC들을 General Partner (GP)라고 한다. GP들이 벤처기업에 투자해서 큰 return을 내면, 당연히 LP들도 그만큼의 return을 받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LP들의 돈을 가지고 GP들이 돈 따먹기 놀이를 하는거라고 볼 수도 있다.

하여튼, 최근에 Insight Venture Partners (IVP) 라는 VC에서 아주 재미있는 스캔달?이 있었다. 2005년도에 몇몇 IVP 직원들과 지인들이 PhotoBucket이라는 회사 지분 20%를 30억을 투자하고 인수하였다 (즉, 전체 회사 가치가 150억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PhotoBucket은 작년에 루퍼트 머독News Corp.에 3,000억원에 인수되었다. 그냥 이렇게 보면 보통의 deal과 같지만, 이 deal을 자세히 보면 IVP의 직원 몇명은 큰 돈을 벌었지만 IVP에 투자한 LP들은 한푼도 돈을 벌지 못 하였다. 왜냐하면, IVP 직원들이 IVP의 공식 fund로 투자를 한게 아니라 개인돈을 가지고 투자를 하였기 때문이다.

IVP측 말을 들어보면, PhotoBucket이라는 회사 자체가 IVP의 투자 기준으로 봤을때 너무 작은 회사였으며, 아직 매출도 만들고 있지 못한 회사라서 회사 fund로 투자하는거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고려 대상에서 빼버렸다고 한다. 솔직히 말은 된다. 왜냐하면 IVP는 실제로 몇십억 단위의 deal을 하는 VC이며, 조금이라도 매출을 만들고 있는 회사에 투자를 한다.

그렇지만, 이 deal을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은 IVP가 회사의 자원을 이용하여 개인의 부를 축적하는데 사용하였다고 질타를 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 말도 맞다. IVP 직원들이 PhotoBucket이라는 회사 자체를 알게 된거는 “IVP”라는 회사의 네임브랜드의 후광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PhotoBucket이라는 회사에 대한 조사나 투자 관련된 정보를 얻는 과정에서 분명히 IVP의 내부 자료를 사용하였을 것이고 deal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도 어떻게 보면 IVP의 직원이기 때문에 알게 된 사람들일 거다.

자,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떤가? IVP 직원들이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였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이 분야에서 일을 하면 이러한 case들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는가? 어찌되었던간에 PhotoBucket deal에서 손해본 사람들은 IVP를 믿고 돈을 투자한 LP들이다.

The mind of a Silicon Valley venture capitalist

동부의 혹독한 추위를 피해서 따뜻한 캘리포니아로 왔는데, 어제부터 갑자기 비바람을 동반한 강풍이 팔토 알토 지역을 강타하였다. 한국도 항상 장마 기간 동안 홍수가 나면 서울시가 비상대책 능력의 부재로 인하여 욕을 먹는데, 워낙 비에 익숙치 않은 동네에 큰 비가 오니 정말 속수무책이었다. 뭐, 비가 오던 쑤나미가 오던 간에 VC Trek은 계속되어야 한다. 오늘은 오전에 Battery Ventures 방문, 오후에 Foundation CapitalGlobespan Capital 방문이 약속되어 있었다. Battery Ventures는 공히 VC 공장이라고 할 만큼 많은 직원과 resource를 가지고 있는 회사이다.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며, 벤처기업의 다양한 stage에 투자하며, 실리콘 밸리, 동부 및 해외 사무소가 있는 엄청나게 큰 VC firm이라서 많은 학생들이 갔지만 나는 가지 않았다. 나는 이렇게 큰 VC firm에는 관심이 별로 없다. 작은 회사에서 모든 직원들과 긴말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창업자들과 처음부터 끝까지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그 독특한 프로세스를 Battery와 같은 대형 회사에서는 경험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But, 다녀온 친구들 말을 들어보면 굉장히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오후 2시에 Foundation Capital이라는 처음 들어보는 VC firm을 와튼 학생들 15명 정도가 방문을 하였다. 예상하였던거와는 달리 굉장히 역사가 깊고, smart한 사람들로 구성된 소위 말하는 “알짜배기” 회사였다. 와튼 동문인 Ashmeet Sidana라는 인도 아저씨와 다른 2명의 파트너들과 고풍스러운 oak 나무로 만든 테이블이 있는 대회의실에서 피자/파스타/샐러드로 구성된 점심을 먹으면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하였다. 나뿐만 아니라 방안에 있던 모든 학생들한테 강렬한 인상을 남긴 Ashmeet는 인도인으로써는 드물게 청산유수와 같은 말빨에 여러 번 회사를 창업해서 성공하였던 관록을 바탕으로 우리를 압도하였으며, 이번 trek에서 만났던 그 어떤 VC 보다 내가 앞으로 닮고 싶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이 작고 땅딸막한 인도 사람이 뭐가 그렇게 다른가?

첫째 – 일단, Ashmeet는 풍부한 operational background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즉, career가 컨설팅이나 투자 은행과 같은 real company가 아닌 곳에서 남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는 일을 하다가 MBA를 취득하고 VC가 된 사람들과는 달리, 실제로 벤처기업에서 손을 더럽혀 가면서 밑바닥부터 회사를 창업하여 성공한 경험이 있는 창업자이다. 이런 풍부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VC가 되어서 이제 갓 회사를 시작하려는 창업자들한테 제공하는 조언은 돈으로 그 가치를 매길 수 없을 정도로 valuable하다. Operation 경험이 없는 VC들이 주는 조언은 마치 서울에 가본 적이 없는 사람이 단지 책에서 읽고 TV에서 본 서울의 내용을 다른 사람들한테 설명하는 것과 같은데 이런게 얼마나 현실성이 있을까? Ashmeet는 여기에서 OracleLarry Ellison 회장의 말을 빌려서 명언을 한마디 한다. “There are 3 types of people in a company, regardless of the industry you are in. You either build the shit or you sell the shit or you are the shit.” ㅋㅋㅋ 얼마나 피부에 와 닿는 말인가. 첫째 또는 둘째 부류에 꼭 들어야지만 기업에 가치를 부가할 수 있다. 셋째 부류의 사람이 절대 되지는 말자.

둘째 – 실리콘 밸리에서 성공한 많은 사람 중 한 명이었지만, 이 아저씨는 너무나 겸손하였다. 나는 지금까지 많은 VC들을 만나봤는데 굉장히 거만하고 이기주의적인 사람들도 많이 있다. 뭐, 그렇다고 그걸 욕하는건 아니다. 충분히 다른 사람들부터 인정을 받고 나름대로 성공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렇게 해도 괜찮다. 하지만 항상 갑 (VC)이 아닌 을 (Entrepreneur)의 입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경험이 있어서 인지, 우리와 같이 아무것도 아닌 학생들을 정말 편하게 대해주고 본인이 모든 문제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는 자세는 본받고 싶었다. 자신이 능력있는 VC인가 라고 스스로 질문을 하면, 대답은 “잘 모르겠다” 라고 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열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서 하고 있으며, 결과는 좋을 때도 있지만 나쁠 때가 더 많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가 능력있는 VC인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정답을 제공할 수 없다고 하는데 공감이 가는 말이었다.

VC Trek의 마지막 방문회사는 Globespan Capital이라는 회사이다. 나도 잘 알고 있는 일본 노무라 기업의 창투사인 JAFCO의 전 멤버들이 설립한 회사라서 그런지 아시아, 특히 일본에서도 활발하게 투자를 하고 있는 회사이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기업 이름은 밝히지 않았지만, 현재 한국의 벤처기업에 투자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고 한다. 이 회사에 대해서는 특별히 impress되지는 않았지만 젊고 똑똑한 VC들로 구성된 회사이며, 아시아를 잘 알고 있는 파트너들이 많아서 앞으로 크게 성공할 수 있는 potential을 가지고 있는 VC임에는 틀림없다. 아울러, 뮤직쉐이크가 다음 funding을 유치 받을 수 있는 VC 중 하나일 수 도 있을거 같아서 끝난 후 Mike Kayamori라는 일본인과 뮤직쉐이크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마도 한 2주 후 The Crunchies 2007 행사 때문에 San Francisco에 다시 오기로 예정되어 있는데 이 때 만날 수 있을거 같다.

이제 3일 동안의 VC Trek이 끝났으며 venture capitalist라는게 생각했던거 만큼 glamorous한 직업이 아니라는걸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던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직업으로써의 VC는 역사가 매우 짧다. 2001년 실리콘 밸리의 벤처 거품이 터지기 전까지는 VC를 정식 직업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40대에 우연한 기회를 통하여 엄청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당장 은퇴하기는 싫고, 돈을 쓸 마땅한 곳이 없어서 그냥 이회사 저회사에 투자하는 형태로 시작한 venture capital industry는 거품이 터진 후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시행착오와 변화를 거쳐서 오늘날 세계 최고의 MBA 스쿨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이 되었다. 정확히 VC를 직업으로써 정의하자면 나도 생각을 한 후 대답을 해야겠지만, 이번 trek을 통하여 내가 항상 믿고 있었던 부분에 대한 확신은 얻을 수 있었다. VC가 매력적인 직업인 이유는 단지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과 단숨에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다는 점 보다는 세상에서 가장 역동적이며 스마트한 인간들 – 즉, entrepreneur – 과 일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에서 나보다 멍청하고 능력없는 짜증나는 인간들이 시키는 일들을 수동적으로 하는거 만큼 인생을 낭비하는 일이 또 있을까? 이와는 달리 내가 몸담고 있는 이 세상에 impact를 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exciting한 직업인가? 무에서 유를 만들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진정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바로 내가 요 몇 일 동안 만날 기회가 있었던 실리콘 밸리의 venture capitalist들이다.

언론과 매체들은 실리콘 밸리를 이끄는 벤처기업의 창업자/CEO들이 IT 엔진을 돌리는 “말,” 그리고 이런 벤처 기업들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리스크를 안고 투자한 VC들을 “기수”에 비유를 한다. 나는 과연 뭐가 되고 싶은건가? Horse? Horseman? 잘 모르겠다…결국에는 horseman이 되고 싶지만, 젊을때 horse가 되는것도 매력적인거 같다.

저녁에 와튼 서부 동문들이 주최하는 reception이 있었는데 99년도 스탠포드에서 같이 룸메이트 하던 성원이형 부부가 집으로 저녁 초대를 해서 여기에 갔다. 형수님이 맛있는 떡국과 닭찜을 해주셔서 정말 맛있게 잘 먹고 옛날 이야기들 하면서 노가리를 풀다가 밤 11시쯤 집에 왔다. 내일 아침 7시 비행기 타려면 빨리 짐싸고 자야겠다.

Wharton West Coast VC Trek

전에 블로그를 통해서 말하였듯이, 오늘부터 Wharton의 West Coast VC Trek이 시작했다. 졸업 후 서부의 venture capital industry에서 일하는데 관심 있는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기업 방문을 arrange하여 그 회사 담당자와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이다. 오늘 오전 9시에는 실리콘 밸리의 top VC firm인 DFJ 방문이 있었는데 나는 뮤직쉐이크 관련하여 다른 VC인 DCM을 방문하는 관계로 DFJ 방문 참석은 하지 못하였다. DCM 또한 굉장히 유명한 VC이며, 최근에 한국의 Pandora TV에 60억 정도 규모의 venture funding을 투자하였다. DCM의 창업자인 David Chao와 피아니스트겸 VC인 DR Doll과의 미팅을 아주 어렵게 만들어서 아침 9시반에 회사 설명 및 데모를 하였는데 역시 반응은 굉장히 좋았다. 대부분 뮤직쉐이크에 대해서 말이나 자료를 가지고 설명을 하면 그냥 수 많은 음악 서비스 제공하는 웹 서비스 중 하나겠지라는 생각을 하는데, 일단 제품을 보여주면 갑자기 표정들이 바뀐다. 오늘도 feedback은 “I’ve never seen anything like this before.”였다 ㅎㅎ. 일단 인사하고, 앞으로 계속 연락하자는 말을 하고 나왔다.

오후 2시에 Opus Capital (나름대로 유명한 VC인데 나는 아직 한번도 방문한 적은 없다) 방문이 잡혀있어서 지금 잠시 Mountain View 도서관에서 이메일 확인을 하고 있다. 이 도서관도 많은 추억이 담겨 있는 곳이다. 2001년 실리콘 밸리의 벤처 거품이 터졌을 당시, 취업 비자로 일하고 있던 수많은 인도사람들과 아시아 사람들이 하루 아침에 실업자가 되었다. 그 당시만 해도 “공짜” 인터넷을 사용하기란 참으로 힘들었는데 마침 Mt. View 도서관에서는 인터넷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관계로 많은 실업 인파들이 도서관으로 몰렸다. John과 나는 이 곳을 “백수 본부”라고 불렀으며, 나 또한 회사를 그만 두고 여기서 많은 시간을 보낸적이 있다. 다시 와서 봐도 여전히 도서관은 그대로이며, 지금은 구글에서 제공하는 무선 Wi-Fi를 사용할 수 있어서 참으로 편하다. Opus Capital 이후에는 Translink Capital (뮤직쉐이크에 투자를 한 회사 중 하나이며, 나는 Translink 창업자들과는 굉장히 친하다)에서 와튼 학생들을 위하여 주최하는 저녁 약속이 잡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