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플레이스 수수료

우리는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고 매칭해주는 마켓플레이스 비즈니스에 많은 투자를 했고, 아직도 계속 이 분야의 회사를 많이 만나고 있다. 과거에 나는 마켓플레이스에 대한 글을 여러 번 쓴 적이 있는데, 이미 시장에 존재하고 있는 수요와 공급, 그리고 둘 사이에 존재하는 비효율성을 기술로 해결하는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잘하면 확장성에 있어서는 그 어떤 비즈니스도 따라올 수 없는 장점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마켓플레이스야말로 인터넷에 가장 최적화됐고, 인터넷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오프라인에 이미 존재하고 있던 수요와 공급을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건데, 인터넷만큼 이 비효율성을 잘 해결할 수 있는 인프라와 기술은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 수요와 공급은 거의 대부분 사람과 사람이고, 마켓플레이스는 오히려 인터넷을 이용해서 더 많은 사람을 플랫폼으로 흡입시키기 때문에, 사람을 기계로 대체하는 다른 인터넷 기반 비즈니스보단, 시장의 저항을 덜 받는 좋은 비즈니스라고 생각한다.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는 회사가 돈을 버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대부분 수수료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한다. 수요와 공급이 매칭돼서 거래가 일어나면, 거래되는 비용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가져가는 게 가장 일반적인 수익모델이다. 우리 투자사 숨고와 같은 마켓플레이스는 거래 금액 기반의 수수료가 아니고, 공급자가 수요자와 매칭되기 위해서 보내는 견적당 과금을 하는, 소위 말하는 lead generation 수익 모델을 사용하고 있는데, 요샌 또 이런 방법을 사용하는 마켓플레이스들도 점점 더 많아지고 있고, 수수료와 lead gen 두 가지 방식을 적절히 혼합해서 돈을 버는 스타트업도 많다.

내가 아는 마켓플레이스의 80% 이상이 거래 수수료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고 있는데, 여기서 많은 창업가들이 조금 더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마켓플레이스나 수요와 공급이 모두 원활하진 않다. 어떤 비즈니스는 공급이 훨씬 더 풍부하고, 어떤 비즈니스는 수요가 더 풍부하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성공적인 마켓플레이스는 수요와 공급 중 더 어려운 부분을 확보하는 나름의 공식이 있고, 이 공식을 계속 정교하게 만들면서, 수요와 공급의 밸런스를 잘 맞춘다. 그리고, 모두 다르지만, 내가 아는 대부분의 마켓플레이스는 수요보단 공급을 확보하는 게 훨씬 더 쉬운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이건 말이 되는 게, 마켓플레이스는 새로운 산업을 만들기 보단, 이미 존재하는 산업에서 효율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존재하고 있는 택시기사, 택배기사, 가사도우미, 부동산중개업자와 같은 공급자들을 플랫폼에 탑재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공급자 분들에게는, 이 마켓플레이스는 더 많은 고객을 만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채널 중 하나이기 때문에, “why not?” 이라는 생각으로 흔쾌히 온보딩을 한다. 하지만, 모든 마켓플레이스가 공급이 쉬운 건 아니다. 펫시터 중개 플랫폼인 우리 투자사 도그메이트의 경우, 수요는 많지만, 오히려 이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공급자가 턱없이 부족하다. 펫시터라는 산업 자체가 새롭고, 생명을 다루는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제대로 교육을 받은 펫시터(=공급자)를 확보하는 게 엄청 어렵기 때문이다.

창업가들은 본인이 운영하는 마켓플레이스의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잘 이해해야하며, 더 확보하기 어려운 부분을 어떻게 하면 잘 확보하고, 이들이 우리 플랫폼에서 이탈하지 않게 하려면, 뭘 더 해야 하는지 항상 고민해야 하는데, 내가 아는 많은 분들이 수수료 체계부터 틀리게 잡고 있다. 대부분 그냥 전체 거래금액의 20% ~ 30%를 공급자 또는 사용자한테 일방적으로 과금하거나, 아니면 양쪽에 반반씩 과금하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이건 우리 마켓플레이스의 수요와 공급의 특성에 따라서 유연하게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급자를 확보하는 게 더 어려운 비즈니스라면, 공급자에게는 수수료를 아주 적게 과금하고, 확보하기 쉬운 수요자에게 수수료 대부분을 과금해야 한다. 반대로, 사용자를 확보하는 게 더 어려운 비즈니스라면, 사용자에게는 수수료를 적게 과금하고 확보하기 쉬운 공급자에게 수수료 대부분을 과금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간단한 논리인데, 많은 분들이 이런 생각을 하지 않고, 오히려 반대의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우리가 비즈니스를 하는 시장에 공급자는 100명 밖에 없고, 사용자(=수요)가 1억 명 있는데, 거래금액의 20%를 공급자에게만 과금하면, 공급자의 이탈은 계속 발생할 것이고, 스케일을 절대로 만들지 못할 것이다. 이런 비즈니스는 공급자에게는 수수료를 아예 받지 말고, 오히려 사용자에게 더 많은 수수료를 지불하게 해야 한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마켓플레이스는 에어비앤비인데, 이 회사도 이런 수수료 정책을 잘 만들었다. 에어비앤비 플랫폼을 보면, 공급(=리스팅된 집)은 500만 정도이고, 수요(=게스트)는 1.5억 명 정도이다. 즉, 수요가 공급보다 압도적으로 더 많고, 에어비앤비의 사장 브라이언 체스키의 말을 들어보면 에어비앤비의 병목은 공급이라고 항상 강조한다. 공급이 부족한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수요자보단 공급자들에게 더 유리한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해야지만 공급자들이 떠나지 않고 계속 에어비앤비라는 플랫폼에 남아 있을 수 있고, 이 회사의 과금 정책에는 이게 매우 잘 반영되어 있다.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숙소를 예약하면, 사용자는 전체 숙박 비용의 6-12%를 서비스 이용료로 지급해야 한다. 즉, 1박에 $100인 숙소를 10일 예약하면, 숙박비 $1,000 + 서비스 이용료 $60-$120이 수요자에게 과금된다. 하지만, 집주인인 공급자에게는 전체 숙박비 $1,000의 3%인 $30만 수수료로 과금이 된다. 이렇게 공급자에게 저렴한 수수료를 과금해야지만 항상 부족한 공급자들이 에어비앤비라는 플랫폼을 떠나지 않는다. 손님들은 이 수수료가 너무 과하다 싶어서 플랫폼을 떠나더라도 새로운 수요를 획득하는 건 어렵지 않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대부분의 수수료를 부담하게 하는 거다.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는 창업가라면, 본인의 비즈니스를 잘 분석하고,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잘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과금체계에 이걸 잘 반영해야 한다. 안 그러면, 항상 한 쪽이 부족해서 돈을 벌지 못 하는 비즈니스를 운영하게 될 것이다.

수익 vs. 성장

스타트업에서 정답이 존재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데, 이 주제는 더욱더 그렇다. 항상 생각이 바뀌고, 상황에 따라서 의견이 바뀌는 게 이 주제인 거 같다. 성장과 수익의 주제이고, 또 다르게 표현하자면 외형과 내실의 주제이다. 초기 스타트업은 수익은 신경 쓰지 말고, 무조건 매출이나 거래량을 늘려서 고속 성장을 해야 하는가, 아니면 외형은 작아도 돈을 남기면서 수익에 신경을 쓰면서 비즈니스를 운영해야하는가? 실은 이건 시장과 분야를 막론하고 모든 창업가들이 고민하는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우리 같은 투자자들도 항상 의견이 엇갈리고 매일 고민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나도 이에 대한 답은 없고, 이게 맞고 저게 틀렸다는 흑백 논리를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그냥 내 생각을 좀 캐주얼하게 여기서 써가면서 공유하고 싶다. 일단 이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든, 최근에 테크크런치에서 읽은 침구류 D2C 회사 Brooklinen에 대한 기사를 공유한다. D2C/DTC라는 말을 요새 많이 하는데, Direct to Customer의 약자이고, 정확한 해석은 제조자가 물건을 소비자에게 중간상인이나 중간단계 없이 직접 판매한다는 뜻이다. 실은 직접 판매한다는 게 인터넷을 통한 이커머스라서, 새로운 개념은 전혀 아니지만, 뭔가 계속 세련되고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야하는게 또 이 바닥의 생리라서, 이렇게 계속 말을 만드는 거 같다. 요샌 D2C라는 말이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회사가 자기 브랜드로 물건을 만들어서, 고객에게 판매하는걸 의미한다. 채널은 인터넷이 메인이지만, 많은 경우 중간 상인을 끼고 판매하는 경우도 있어서, ‘direct’라는 말이 좀 무색해지긴 했다.

이런 D2C 회사들은 100% 소프트웨어 회사보다, 물리적인 물건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항상 제품 원가가 발생한다. 그래서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같이 그냥 한계비용 0으로 찍어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가 불가능하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이미 존재하고 있는 분야에서 경쟁이 치열한 제품을 판매하는거라서, 마케팅 비용 또한 초반에는 상당히 많이 태워야 한다. 결론은, 초기에는 항상 마이너스가 나고, 많은 경우, 제품 하나 팔 때마다 회사에 마이너스가 발생하는 마이너스매출총이익 구조가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래도 겉으로 보면 이 회사는 계속 성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마케팅 비용을 엄청 태우니까, 매출이나 거래액은 꾸준히 올라가기 때문이다.

매트리스를 직접 만들어서 판매하는 D2C 회사 Casper도 유니콘 밸류에이션을 만들고, 이를 유지하고, 다음 라운드에서는 더 큰 밸류에이션을 정당화 하기 위해서, 매트리스 하나 판매할 때마다 회사에 막대한 손실이 나는 비즈니스 모델을 VC 투자금으로 메꾸고 있었는데, IPO 이후에 public market에서 기업가치가 반토막 났다. 그 의미는, 이렇게 회사의 수익성을 희생하면서 외형과 성장에만 집중하는 비즈니스는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없다는 뜻인 거 같다. 똑같은 이유는 아니지만, 또 다른 D2C 회사인 Brandless도 투자금을 엄청 태운 후에, 갑자기 문을 닫았는데, 소프트뱅크의 투자도 연관되어 있는 것 같지만,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단 무조건 성장하자는 전략도 회사가 망하는데 한 몫 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테크크런치 기사에 언급된 Brooklinen이라는 회사도 경쟁이 치열한 침구류 시장에서 뻔한 비즈니스를 하고 있지만, 이미 회사는 수익이 나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 투자받은 600억 원은 외형만을 키우기 위해 발생하는 손실을 메꾸기 위한 투자금은 아니다. 이 회사는 D2C 비즈니스의 약점을 그대로 갖고 있지만, 어떻게 이렇게 잘 운영될 수 있었을까? 대단한 비법은 아니다. 실은, 굉장히 단순하다.

“실은 굉장히 기본적인 건데요, 마진에 집중했습니다.(It’s honestly basic stuff. We focused on margins)”

Brooklinen 대표의 말 그대로, 실은 굉장히 간단하긴 하지만, 어쩌면 너무나 많은 창업가, 그리고 투자자들이 외형만을 중요시하고 있는 시장 분위기 때문에 가끔 잊어버리고 있는 중요한 생각인 거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수익성에만 집중해서, 성장과 외형을 완전히 간과해도 결과는 좋지 않은 경우도 너무 많다. 우리는 두 가지 모두 경험이 좀 있다. 어떤 회사는 단시간 안에 너무나 외형과 성장만을 중요시하다, 정신 차리고 보니까 수익성이 아예 없는 회사가 됐고, 그 과정에서 회사의 경영진들이 배운 점이라곤 남들보다 더 싸게 팔면서 물건 하나 팔 때마다 마이너스가 나는 비즈니스였다. 이러다 보니, 회사의 체질을 바꾸지 않고서는 회복할 수 없었다. 다른 회사는 너무나 조심스럽게, 절대로 마이너스가 나지 않겠다는 컨셉으로 사업을 하다 보니, 수익은 나지만, 성장이 너무 더디어서, 결국 더 좋은 사람을 채용하기 위한 투자유치에 실패했고, 다른 경쟁사들이 급성장 하는 바람에 완전히 시장에서 묻혀버렸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뻔하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래서 수익성과 성장을 잘 밸런싱 하면서 사업을 해야 하고, 대표는 항상 이 밸런스를 어떻게 유지할지에 대해서 고민해야한다.

이 글을 읽으면 이커머스나 D2C 비즈니스에는 단점만 존재하는 것처럼 들리는데, 그건 아니다. 오랜 개발 시간을 거쳐야지만 론칭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제품보단, 이런 비즈니스는 눈에 보이고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창업 첫날부터 매출이 발생하는 아주 유리한 점이 있다. 그리고 원가와 비용을 아주 타이트하게 관리하면, 꽤 과학적으로 측정하고, 컨트롤 할 수 있는 비즈니스로 만들 수도 있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며칠 전에 올린 글에서처럼, 소프트웨어 비즈니스처럼 당장 개발력이 없어도 시작이 가능하다.

전에 “D2C 회사의 밸류에이션“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이 내용도 같이 읽으면서 생각해보면 더 좋을듯 싶다.

새로운 세상

1583920802786내가 가장 좋아하는 daily newsletter인 Morning Brew에서 지난 주에 읽고 혼자 웃었던, 재미있는 내용을 공유한다. 애들이 우리의 미래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렇지 않고 정말 한심한 애들과 젊은이들도 많이 있지만, 애들이 정말 우리의 미래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두 개의 기사를 공유한다.

첫 번째는 코비드19의 발생지인 – 또는, 발생지라고 알려진 – 우한의 학교가 휴교 하면서 선생님들이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고, 학생들에게 숙제를 낼 수 있는 DingTalk라는 앱이 많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 앱은 알리바바가 개발했는데, 원래는 사내 커뮤니케이션 용도로 만들어져서, 중국의 슬랙이라고도 불린다.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바이러스를 핑계로 분명히 이 기간을 방학같이 집에서 놀고, 공부도 하지 않을 수 있는 황금기회로 활용하기로 한 학생들에게는 이딩토크라는 앱이 너무너무 싫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중 한 명이, 앱 리뷰가 형편없고, 별점이 한 개라면, 앱스토에서 추방할 수 있지 않겠냐는 의견을 냈고, 이게 중국 전역의 학생들한테 순식간에 퍼졌고, 하루만에 딩토크 앱의 평점은 4.9점에서 1.4점으로 떨어졌다. 평점이 갑자기 나빠지면 앱 스토에서 추방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대단하다.

또 다른 이야기는, 요새 애들이 틱톡에서 본인이 잠자는걸 라방해서 인플루언서가 되고 있다는 뉴욕타임스 기사다. 그리고 돈도 벌고 있다고 한다. 어떤 18살 짜리 학생은 스마트폰을 라방각으로 셋업하고, 그냥 잠들었는데, 일어나보니 6,000명의 팔로워가 생겼고, 중국에서는 거의 2,000만 명의 뷰어가 한 남자가 잠자는걸 시청했다고 한다.

요새 밀레니얼들의 생각과 생활패턴을 따라잡기에는 내가 너무 구닥다리가 되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고, 점점 더 이해할 수 없는 서비스들이 많이 나온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그런 거 같다. 누가 나한테 앞으로는 모르는 사람이 잠자는걸 수천만 명의 모르는 사람이 라이브로 시청할 것이다고 하면, 미쳤다고 할 텐데, 정말로 사람들이 미쳐가는지, 아니면 내가 감이 떨어지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아니면, 이게 새로운 세상일까?

<이미지 출처 = 크라우드픽>

타래

밀레니얼 여성을 위한 콘텐츠 플랫폼을 만드는 우리 투자사 더핀치에서 최근에 새로운 제품을 출시했다. 여성을 위한 글쓰기 플랫폼 ‘타래‘인데, 누구나 다 쉽게 작가가 될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니, 평소에 글을 쓰고 싶었던 여성분이라면 한 번 시도해보면 좋을 거 같다.

타래의 글로벌 벤치마크가 됐던 제품은 전 세계에서 사용하고 있는 블로깅 플랫폼 Medium인데, 모바일에서 누구나 다 쉽게, 본인이 원하는 주제에 대해서 자유롭게 창작활동을 할 수 있게 다양한 창작 기능과 공유 기능을 제공한다. 또한, 글을 발행한 후에는 크리에이터가 본인의 글에 대한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대시보드가 제공되고, 이 창작물과 창작자를 누가 응원하고 있는지, 그리고 누가 내 팬인지 확인할 수 있다.

일부는 무료로 읽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더핀치는 돈을 내야지만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유료 플랫폼이었고, 유료였기 때문에 작가로 활동하는 분들의 수가 제한적이었는데, 이 비즈니스를 하면서 배운 건, 작가라는 타이틀이 없는 일반인 중에도 아주 훌륭한 글을 쓰는 창작자들이 한국에는 너무 많은데, 이들이 조금은 더 가볍게 모바일로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은 제한적이라는 것이었다. 실은 글을 쓴다는 개념 자체가 가벼운 게 아니다. 나만 해도, 블로그에 포스팅을 올릴 때는 책상에 앉아서, 노트북을 켜고, 그 앞에서 뭔가 새로운 각오로 콘텐츠를 만드는데, 이런 게 부담스럽긴 하다. 요샌 그냥 가볍게 손가락으로 폰을 켜서, 본인의 생각을 그때그때 기록하면서 덜 심각하게 창작 활동을 하는 세대가 등장했고, 이런 캐주얼 창작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들이 시장이 있다.

타래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쉽게 모바일로 글을 쓰고, 본인의 창작물을 발행하고 공유하고, 그리고 편안하게 다른 여성분들의 글을 소비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평소 가벼운 창작 활동을 하고 싶었다면 여기에서 시작하면 된다. 많은 분들의 박수갈채를 받고, 어쩌면 작가가 될지도 모른다.

모든 스타트업이 초기에 개발팀이 필요한가?

나는 개발팀을 항상 강조해왔다. 우리가 주로 투자하는 분야가 소위 말하는 consumer internet 분야이다 보니, 남의 제품을 소싱해서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이커머스 플랫폼, 직접 제품을 만들어서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D2C, 그리고 수요와 공급을 연결해주는 온디맨드(=O2O) 비즈니스에 상당히 많이 투자한다. 쉽게 말하면, 생활밀착형 서비스들에 스트롱의 돈을 대부분 투자한다. 실은 이런 기업들이 겉으로는 기술이 없고, 그냥 인터넷으로 물건 팔고, 인터넷으로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단순한 서비스를 만드는 것 처럼 보이지만, 잘 되는 서비스들은 눈으로 보이는 것들 뒤에, 보이지 않는 곳에 상당한 기술이 구현되어 있다. 특히, 이런 생활밀착형 서비스들은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사용하고, 많은 정보가 왔다 갔다 하므로, 확장성과 자동화 관련 첨단 기술이 도입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좋은 개발팀을 항상 중요하게 생각했고, 과거에는 그 어떤 비즈니스를 하든, 개발력이 없는 팀은 절대로 투자하지 않았다. 실은 지금도 기본적인 방향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 방법은 조금은 바뀌었다. 참고로, 이 이야기는 여기서 말하는 이커머스나 온디맨드와 같은 컨슈머 인터넷 비즈니스에 해당한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돈도 없고 자원도 없는 스타트업이 소위 말하는 product-market fit을 찾기 전에는 가능하면 돈을 쓰지 않고 lean 하게 가야 한다. 이에 대한 중요성은 과거에도 항상 강조됐지만,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 투자금으로 기업가치를 올려놓고 그 기업가치를 정당화하지 못하는 유니콘들 때문에, 요새 와서 이 “린”이 더욱더 강조되고 있다. 그런데 개발을 모르는 창업자가 물건이 시장에서 판매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돈과 시간을 들여 개발팀을 꾸리는 것 자체가 시간 낭비, 돈 낭비다. 그건, 나중에 어느 정도 컨셉이 증명되면 해도 된다. 이럴 경우, 발 빠른 창업가들은 간단하게 구글폼으로 설문조사를 하거나, 간략하게 웹사이트를 만들어서 선주문을 받아본다. 돈도 안 들고, 시간도 별로 안 드는 방법이다. 조금 더 시간을 들인다면 – 그리고 이 방법도 돈은 거의 안 든다 – 와디즈나 텀블벅과 같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활용해서 과연 본인이 생각하는 비즈니스가 시장에서 반응이 있을지 테스팅을 해본다. 수요와 공급을 연결해주는 마켓플레이스를 만들고자 하면, 어떤 창업가들은 수요와 공급을 수작업으로 연결하는 거로 시작한다. 내가 아는 많은 대표들은 본인들이 직접 발품 팔면서, 전화로 시작했다. 사용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마치 규모가 꽤 있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면서.

이건 우선순위와도 겹치는 내용인데, 뭔가를 판매하는 이커머스 회사라면, 세련된 이커머스 플랫폼 보단, 판매하는 제품이 이 회사의 핵심 상품이다. 이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시장에서 조금이라도 입증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작업은 바로 고객이 이 회사의 핵심 상품인 제품을 좋아하고, 돈을 내고 구매하냐이기 때문에, 일단 모든 자원을 좋은 제품을 만들고 소싱하는데 집중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이게 어느 정도 증명이 된 후에 이커머스 플랫폼을 만들어도 늦지 않다. 어떤 분들은 이 반대의 전략으로 움직이는데, 이건 lean 한 방법은 아니고, 시작하기도 힘들다.

또 다른 이유는, 요새는 헤비한 개발력이 없어도, 스스로 공부를 좀 하면 간단한 플랫폼을 직접 만들 수 있는 DIY 제품들이 상당히 많이 있기 때문이다. 이커머스 분야에서 이런 툴들이 가장 많이 제공되고 있는데, 카페24, 고도몰, 그리고 미국이라면 Shopify와 같은 이커머스 사이트를 쉽게 만들 수 있는 템플릿을 제공하는 기업들이 계속 생기고 있고, 네이버 스토어팜이나 카카오톡 스토어를 활용하면 웬만한 규모의 비즈니스까지는 처리가 가능하다. 본인이 다 만들지 않아도 제품 판매, 결제, 그리고 배송까지 처리해주는 제품이 요샌 많이 있고, 과거와는 달리 이런 개별 모듈과 기능 자체가 큰 비즈니스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창업가들이 심혈을 기울여서 만들고 있어서, 제품 완성도도 상당히 높다.

우리 스트롱 대표들을 포함, 내가 아는 많은 창업가들이 요샌 이런 방법으로 창업해서 꽤 괜찮은 규모의 비즈니스를 만들어가고 있다. 실은 개발력이 있어도, 쉽고 저렴한 방법으로 컨셉을 테스트하고, 이게 어느 정도 시장에서 통할 것 같은 확신을 얻으면, 이미 시장에서 제공되고 있는 제품을 lean하게 구현해서 빨리 성장하는 회사들이 오히려 더 잘 하는 것 같다. 물론, 쿠팡과 같은 큰 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제품과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는 좋은 개발력이 필수이다. 고도몰이나 카페 24와 같은 플랫폼으로 시작했다가, 짧은 시간에 규모가 너무 커져 버린 비즈니스들의 플랫폼 성장통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을 것이다. 뭔가 빨리 만들어서 시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각각의 필요에 따라서 세밀하게 커스터마이징을 하거나, 원하는 세련된 기능을 구현하는 게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시점에 완전히 자체 플랫폼으로 마이그레이션 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고, 이런 결정 자체를 하기 위해서는 개발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요새 나한테 모든 스타트업이 개발력이 필요하냐고 물어본다면, 소프트웨어가 회사의 업이라면 당연히 필요하지만, 위에서 말 한 이커머스/D2C/온디맨드 비즈니스라면 개발력이 있으면 훨씬 좋지만, 그렇다고 개발력이 없다고 시작하지 못하거나, 또는 우리가 절대로 투자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아니다. 하지만, 결국 어느 시점이 오면 개발력은 필수다. 우리가 필요한걸 그때그때 직접 in-house에서 만들 수 있는 건 회사가 날개를 달고 날 수 있는 능력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에 있어서 돈도 중요하지만, 오히려 시간이 가장 중요한 자원이기 때문에 이 시간을 아낄 수 있는 개발력은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