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Going Gets Tough, the Tough Get Going

요샌 사무실 출근도 안 하고 집에서 Zoom 화면만 보면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회사에 주로 투자하고, 대략 직장에서 어떤 일이 돌아가는지는 우리 와이프도 알고 있지만, 요새 24시간 나랑 집에 있다 보니, 내가 우리 투자사들과 하는 대화를 많이 듣고, 어떤 회사가 잘하고 있고, 어떤 회사가 힘든지, 대략 파악하고 있다. 남편 하는 일이 겉으로 보면 아주 번드르르하고, (비록 남의 돈이지만)수 억 단위의 돈을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멋진 VC라고 알고 있었는데, 막상 온종일 대화 내용을 들어보면, 돈 버는 이야기는 하나도 없고, 회사들 어렵고, 망하고 있고, 곧 망할 것 같은 회사 대표들과 정신과 상담하듯 이야기하는 내용밖에 없어서 굉장히 놀라고 신기해하는 거 같다.

“오빠 투자해서 돈 버는 사람 아니었어? 무슨 119 소방대원 같은데?”라는 말을 할 정도로 요새 코로나바이러스가 몇몇 우리 투자사들에 주는 충격은 상당하다. 그리고, 이미 전에 내가 여러 번 말했듯이, 이걸 내가 어떻게 해줄 순 없다. 그 누구도 예상 못 했던 팬데믹이 왔고, 투자자나 창업가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냥 통제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는 것이다. 내가 그나마 해줄 수 있는 건, 그냥 옆에서 정신적 말동무가 되어 주는 건데, 모든 회사가 다르고 모든 창업가의 스토리가 다르지만, 정말 안타까운 일들이 많다.

어떤 대표는 그동안 같이 고생하고 모든 걸 함께 했던 팀원의 절반을 해고했고, 어떤 대표는 사업의 방향을 크게 피봇했고, 어떤 대표는 원래 없는 살림으로 사업했지만, 허리띠를 더 졸라매고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분들과 통화나 줌 미팅이 끝나면 나도 온갖 생각으로 먹먹해진다. 나도 이 정도인데, 대표님들 머릿속에는 어떤 생각이 오갈지, 그리고 잠은 제대로 자고 있을지 심히 우려된다. 거짓말은 하지 않겠다. 솔직히 우리 투자금도 걱정이 되긴 한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걱정되는 건, 인생을 바쳐서 힘겹게 쌓아놓은 탑이, 내가 통제하지 못하고, 예상하지 못했던, 바이러스와 이로 인한 불확실성 때문에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걸 보는 이 들의 정신건강이다.

그래도 이 암울한 현실에서도 나는 매일 빛을 보고 있다. 우리 투자사 대표들은 모두 내가 존경하고, 잘하시는 분이라는 걸 알고 있고, 이 때문에 투자를 했는데, 이 위기는 이분들을 내가 다시 보게 되고,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대단한 분들이라는 확신을 하게 해줬다. 주도적으로 직원을 – 많게는 절반 이상 – 해고하는 건 말만큼 쉽지 않고, 진정한 리더는 해고를 할 수 있는 용감한 사람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인데, 이걸 바로 하는 결단력과 용기에 일단 한번 놀랐다. 또한, 당황하거나 우왕좌왕 하지 않고, 현실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유연하게 상황에 대처하는 탄성과 회복력에 다시 한번 놀랐다. 말이 유연한 대처지, 어떤 대표는 그동안 하던 비즈니스를 완전히 버리고, 새로운 방향을 찾기도 했다. 대기업이라면 절대로 못 했을 것이고, 하더라도 수개월이 걸릴 일을, 이분들은 하루 만에 한 것이다.

이런 대표들에게 내가 헌사 하고 싶은 노래가 하나 있다. Billy Ocean의 “When the Going Gets Tough, the Tough Get Going”이다. 노래 제목을 그대로 번역하면, “상황이 힘들어지면, 강인한 사람들은 더 강인해진다.”이다. 좀 오래된 곡이지만, you will enjoy it.

통제 못 하는 건 어쩔 수 없다. 통제 할 수 있는 거에만 집중하자. 그러다가 망할 수도 있지만, 그렇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시원하게 한 번 싸워보자. 사업가답게, 대표답게, 용감하고 떳떳하게 온몸으로 부딪쳐보자. 결과와는 상관없이 모두가 다 나중에 술잔을 기울이면서 웃을 수 있도록.

명함

Business man giving business card나는 그동안 한국과 미국을 왔다 갔다 하면서, 한국과 미국, 또는 동양과 서양의 비즈니스 문화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걸 느꼈고, 요새도 그동안 내가 몰랐던 사실을 하나씩 발견하면서 놀라기도 하고 신기해하기도 한다. 예전에 이에 관해서 쓴 이 있는데, 당시엔 잘 몰랐는데 요새 또 한 가지 느끼는 점이 바로 명함에 대한 부분이다.

한국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 또는, 일을 안 하는 사람도 – 대부분 명함이 있다. 이 명함을 바라보는 한국과 서양의 태도와 시선은 너무 다르다. 일단 영어로 명함은 ‘business card’라고 한다. 단어에서 볼 수 있듯이, 비즈니스 할 때 사용하는 카드이고, 특정 회사 또는 개인의 ‘비즈니스’ 정보가 담긴 종이쪼가리다. 반면에 ‘명함(名銜)’의 한자는 이름과 직함을 품은, 또는 간직한 카드로 해석될 수 있다. 개인마다 느끼는 점이 다르겠지만, 내 생각에는 서양에서는 ‘비즈니스’가 강조되고, 동양에서는 ‘이름’과 ‘직함’이 더 강조되는 것 같다.

이러다 보니, 명함을 사용하는 방식과 용도 자체가 아주 다르다. 미국은 – 특히 벤처비즈니스가 발달한 곳 – 몇 년 전부터 명함을 잘 사용하지 않는 추세다. 그냥 사람 만나면 악수하고 인사만 하지, 한국같이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바로 명함을 주는 건 요새 잘 못 본다. 굳이 명함을 달라고 하면 주긴 하지만, 많은 미국 명함에는 한국같이 깨알같이 자세한 정보가 없다. 그냥 이름이랑 이메일 주소만 적혀있고, 전화번호가 안 적힌 명함도 상당히 많다. 그냥 비즈니스 하기 위해서 가지고 다니는 거고, 대부분의 비즈니스는 이메일로 하므로, 별로 신경을 많이 안 쓰는 것 같다.

한국은 조금 다르다. 명함을 보면 아주 깨알 같은 정보가 들어가 있고, 처음 만나자마자 아주 공손하게 명함을 전달한다. 그러면, 이걸 또 받는 사람은 갑자기 정자세를 취하고, 두 손으로 공손하게 명함을 받는다. 여러사람을 만나는 자리에서는 그 명함들을 아주 가지런하게 정렬해서 마치 신줏단지 모시듯이 명함을 관리하는걸 자주 본다. 전에 내가 아는 한국의 사장님이 미국 스타트업 대표를 만났는데, 이분이 준 명함을 앞뒤로 계속 보면서, “뭐 이런 명함이 다 있지. 전화번호도 없고.”라면서 불평한 적이 있는데, 그냥 그 미국인한테 “넌 왜 명함에 전화번호가 없니?”라고는 물어보지 않았다.

위에서 말했듯이 business card는 그냥 일 할 때 사용하는 하나의 도구인데, 한국은 내 소중한 이름이 적힌 명함이기 때문에, 명함은 그냥 비즈니스 할 때 사용하는 도구를 넘어, 내 아이덴티티와 동일한, 즉, 내가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상당히 중요한 무기라고 인식되는 것 같다. 여기에 또 한 몫 더해주는 건, 많은 한국인이 직장과 직함이 내 인격과 사람됨됨이와 동일하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내가 전에 “내 명함이 없어도 사람들이 나를 찾을까”글에서도 한번 짜증의 글을 쓴 적이 있다. 이렇다 보니, 한국은 명함을 너무 남발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해외에서 골프 칠 때 모르는 한국 분들과 한팀이 된 적이 있다. 나는 원래 모르는 분들과 말 섞는걸 매우 싫어해서 입 닥치고 있었지만, 결국 인사를 하게 됐는데, 역시나 나는 그냥 이름만 말했는데, 이 분은 바로 자기 명함을 나한테 줬다. 누가 봐도 알만한 좋은 회사의 부장급인 분이었다. 비즈니스 하는 것도 아니고, 두 번 다시 볼 사이도 아닐 텐데, 굳이 외국 골프장에서 만난 사람한테 자기 명함을 주는 이유는 뭘까? 아무리 생각해도, 본인이 좋은 회사에 다니고,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걸 상대방에서 보여주고, 본인이 믿을만한 사람임을 강조하고싶었던거 같다. 다 좋은데, 굳이 생판 모르는 사람한테 그렇게 할 필요가 있을까?

아빠 학부모가 애들 학교 선생님과 인사할 때도 명함을 주는 걸 나는 전에 목격한 적이 있었다. 그냥 누구 아빠라고 하면 될 걸, 다니고 있는 회사, 그리고 그 회사에서의 위치가 적힌 명함을 학교 선생님에게 굳이 줄 필요가 있을까? 잘 모르겠지만, 나 좋은 회사 다니는 높은 사람이니, 우리 애한테 잘해주라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하려는 의도인 거 같다. 회사와 직함을 나의 인격과 사람됨됨이와 동일하게 생각하는 문화에서 생긴 습관인 것 같다.

솔직히, 맞고 틀리고의 문제는 아니다. 그냥 문화의 차이인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냥 명함은 비즈니스할때 사용하는 게 더 좋다. Strong Ventures의 배기홍 대표랑 내 개인 삶에서의 배기홍이랑은 완전히 다른 사람인게 훨씬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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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검토 체크리스트

1586734159905최근 몇 년 사이에 가장 핫해지고, 가장 큰 규모의 투자를 받는 분야는 AI다. 앞으로 더 커질 것이고, AI는 모든 비즈니스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가 될 것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너무 멀다. 대부분의 AI 회사가 제시하는 장밋빛 그림은 비현실적이고, 가끔 나는 AI 회사가 피칭하는걸 듣고 있다 보면 저 창업가 분들은 어느 시대에 살고 있나, 미래에서 왔을까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황당했던 적이 몇 번 있다. 하지만, 내가 이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라서, 나도 이 기술, 이 비즈니스, 이 회사가 약속하는 미래가 정말로 실현 가능한지가 제대로 판단되지 않을 때가 많고, 이럴 경우 주변의 다양한 분들한테 조언을 구하지만, 그래도 이런 회사를 검토하는 건 항상 어렵다.

완벽하진 않지만, Zest AI라는 회사의 CTO가 최근에 테크크런치에 기고한 을 한번 읽어보면, AI 회사나 기술을 검토할 때, 투자자, 고객, 또는 협력업체 입장에서 확인해봐야 하는 6가지 사항들이 나열되어 있는데, 이 AI 회사가 정말로 뭔가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AI로 겉만 번드르르하게 포장되어 있는 건지를 판단할 때 꽤 유용한 거 같아서 간략하게 소개해본다.

1/ AI 훈련에 어떤 데이터를 사용하나?
Garbage in, garbage out이라는 말이 있다. AI가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데이터로 훈련을 시켜야 한다. 제대로 된 AI 회사라면 정확하게 어떤 데이터를 사용해서, 어떤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2/ 사람이 하는 일을 AI가 어느 정도 대체하는가?
AI가 구현되면 사람이 전혀 필요 없다든지, 또는 수십 명 또는 수백 명의 사람을 즉시 대체할 수 있다고 하는 회사는 의심해봐야한다. 아직 AI는 그 수준까지 오지 못했다. AI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정확하게 지적할 수 있고, 아직 사람이 필요한 프로세스에 AI가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잘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3/ 실제 사례가 있는가?
이 AI 기술이 실제로 구현된 사례가 있는지, 그리고 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었는데, 어떻게 AI가 해결을 했고, 그 결과를 정량적으로 수치화할 수 있었는지를 물어봐야한다. 연구실에서 테스팅해봤다고 현실에서도 AI가 작동하진 않는다. 한 연구에 의하면 연구실에서 만들어진 AI 중 20%만 현실에서 돌아간다고 하듯이, 실생활에서는 실험에 사용한 가정이나 제약조건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고객이 실제로 사용했고, 정확히 어떤 결과가 발생했는지 확인해봐야한다.

4/ AI를 구축하는데 얼만큼의 노력, 시간, 그리고 자원이 투입됐는가?
수십 명의 데이터과학자와 공학박사들이 AI 모델링을 하고, 수 년 동안 연구실에서 알고리즘을 개발한 건 대단하지만, 그렇다고 실제로 현실에 적용했을 때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오는걸 보장할 순 없다. 위 3번과 같이 확인해봐야한다.

5/ AI의 결정과 추천사항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가?
단순히 좋아할 만한 기사나 옷을 추천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앞으로 AI가 해야 할 일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점점 더 규제를 받게 될 것이다. AI 기반의 대출 결정을 하거나, 또는 자율주행 결정을 할 때는, 왜 AI가 그런 결정을 했고, 왜 그런 추천을 했는지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규제가 까다로운 분야라면, 더욱더 그렇다.

6/ AI의 의사결정에 공정성이 있는가? 편견은 없는가?
AI를 훈련하는 데이터에는 어쩔 수 없이 어느 정도의 바이어스가 들어가 있다. 가장 이슈가 많이 되는 게 인종과 성차별에 대한 바이어스인데, AI를 연구하는 인력 대부분이 백인남성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의도하지 않게 이런 부분이 원데이터에 반영되고, 이게 AI를 통해서 처리되면, 공정성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윤리적인 부분도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

나도 이 기사를 접한 후에 AI 관련 회사를 만나면, 위 6가지 질문을 기본적인 프레임으로 삼으면서 비즈니스를 검토하는데, 상당히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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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 불가능한 건, 그냥 웃자

bottle-601566_1280나는 이제 7주째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말 하는 재택근무는, 사무실을 안 가는 개념도 포함하고 있지만, 아예 집 밖에 나가지 않는 것도 포함한다. 매주 월~금, 내가 집에서 보낸 시간을 계산해보니까, 대략 118시간이다. 불필요한 외출을 최대한 자제하고, 일주일에 2시간만 밖에서 보내고 있다. 우리 사무실이 있는 구글캠퍼스도 어차피 셧다운 돼서, 사무실 출근이 당분간 힘들어서 언제 재택근무를 끝낼 수 있을진 잘 모르겠다. 한국은 그나마 다른 나라에 비해서 상황이 좋지만, 조금만 방심해도 다시 크게 확산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어서, 상당히 조심하고 있긴 하다.

집에서 일한다고, 노는 건 아니다. 아니, 실은 사무실 출근할 때 만큼 많은 미팅을 소화해내고 있는데, 다만 물리적인 미팅은 아니고 Zoom으로 하는 화상 미팅만 열심히 하고 있다. 새로운 회사도 많이 만나고 있고, 우리 기존 투자사들과도 요샌 화상으로 미팅을 하고 있는데, 코로나바이러스가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듣고 관찰해보면, 참 마음이 아프지만, 시장을 읽으려고 노력하는 학습자의 입장에서는 흥미롭고 신기하기까지 하다.

우린 기술 그 자체로 사업을 하는 deep tech 분야보단, 이런 기술을 기반으로 소비자 서비스를 만드는 온디맨드와 이커머스와 같은 생활 밀착형 서비스에 투자를 많이 하다 보니, 거시적인 흥미로운 트렌드가 보이긴 한다. 비대면 비즈니스인 이커머스 사업은 오히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대부분 더 잘 되는 경우가 목격되는데, 너무 잘 되는 회사는 오히려 제조와 공급이 시장의 수요를 못 맞추는 현상을 경험하기까지 한다. 실은, 이런 많은 회사가 코로나바이러스 전에는 없는 수요를 어떻게 만들까 하는 고민을 정말 많이 했는데, 이렇게 바이러스 때문에 상황이 며칠 만에 역전되는 걸 보니 참 신기했다. 이와 반대로, 수요와 공급을 연결해주는 온디맨드(O2O) 또는 마켓플레이스 사업 중 오프라인 과정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막대한 타격을 입고 있는 걸 목격하고 있다.

여행 또는 오프라인 이벤트가 사업의 핵심인 우리 투자사들은 매출과 모든 수치가 거의 100% 감소해서, 그동안 수년 동안 갈고 닦은 비즈니스 자체가 사업 초반으로 리셋되는 좋지 않은 경험을 하고 있다. 이와는 극적으로 다르게, 인터넷으로 콘텐츠를 판매하고 배포하는 회사들은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다. 나도 참 안타깝다. 작년 12월과 올해 1월 역대 최고 매출과 실적을 달성해서, 올해 정말로 크게 성장할 거로 예상되는 투자사들이 몇 있었는데, 2월부터 모든 수치가 곤두박질하면서, 이젠 생존을 위해서 몸부림치는 현실을 직면하고 있어서, 옆에서 이들을 보는 나도 참 애가 탄다.

그 누구도 이런 성장 또는 감소를 예상하고, 이에 대비하고 준비해서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가 전혀 예측하지 못했고, 그래서 컨트롤할 수 없는 블랙스완인 셈이다. 하지만, 창업가들은 코로나바이러스만을 탓해서는 안 된다. 사업이 안 되고, 숫자가 좋지 않고, 모든 상황이 비즈니스에 불리하지만, “코로나 때문에”라는 생각을 하고, 우리 비즈니스가 잘 안되는 가장 크고, 어쩌면 유일한 이유가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모든 창업가에게는 앞으로 더 내려갈 일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은,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이 맞고, 코로나바이러스를 욕하고 탓하는 게 맞다. 이게 아니라면, 1월에 10억 원 매출하던 회사가 어떻게 2월, 3월 99% 감소한 1,000만 원밖에 못 할까? 그래도 우린 무조건 코로나바이러스만을 탓하면 안 된다. 컨트롤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면서, 이 개판 와중에도, 우리가 조절해서 조금이라도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작은 것들을 찾아서 계속 실험해야한다. 코로나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어쩌면 마음은 편해지겠지만, 현실은 정말 절망적으로 변한다.

실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라는 말은 VC들도 요새 많이 하는걸 들었다. 투자하기로 했고, 악수도 했고, 계약 작업을 해야 하는데,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투자 철회하는 걸 이미 몇 번 봤고, 앞으로 이런 일이 더 많이 발생할 것이다. 실은, 투자자들한테도 가장 쉬운 변명이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세계 경제가 불확실하고, 돈줄을 잡고 있는 LP들이 돈을 안 풀고 등등, 뭐 이유는 그냥 만들면 된다. 하지만, 이건 정말 무책임한 태도다. 투자하겠다고 악수했으면, 무조건 투자 집행해야 한다고 난 생각한다. 정말 힘들면, 코로나바이러스 말고 다른 합당 하고 이해 갈만한 이유를 제공해줘야한다. 모든 걸 코로나 탓 하는 태도는 정말 아닌 거 같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코로나를 탓하는 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이럴수록,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봐야한다. 컨트롤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이건 정말 어쩔 수 없다. 그냥 한번 크게 웃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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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의 시각화

1585723679874전에 내가 ‘이미지 트레이닝‘이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 몸으로 뭔가를 직접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지만, 관찰과 집중이 여기에 가미되면, 훨씬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고, 아무 생각 없이 몸으로 연습하는 것보다 집중해서 관찰하고, 그리고 연습을 많이 하면 학습효과가 훨씬 더 향상된다는 내용이다. 쉽게 말하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이미지 트레이닝은 정말로 과학적으로 효과가 있다는 뜻이다. 이와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더 진보된 내용을 얼마 전에 읽었다. 스탠포드 대학 생체공학과 교수 Krishna Shenoy 팀이 연구한 바에 의하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Practice makes perfect”를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Mindful practice makes perfect”가 맞다고 한다.

무슨 말이냐 하면, 농구공을 슈팅하기 전에 마이클 조던이나 코비 브라이언트와 같이 공을 던진다는 생각을 머리에서 한 번 하고, 공을 던지면 어떤 궤도를 그리면서 바스켓 안으로 들어갈지를 시각화하고, 그리고 공을 던지면 들어갈 확률이 더 높아진다는 뜻이다. 그리고, 골프 퍼팅을 하기 전에 타이거 우즈가 긴 퍼팅을 했을 때의 모습을 시각화하면, 공이 홀에 더 가깝게 갈 확률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이미지 트레이닝에 대해서 한 번이라도 생각해봤다면, 이게 너무나 당연하게 들리겠지만, 실은 신경과학적으로는 이게 상당히 새로운 이론이라고 한다.

원래 과거의 이론들은 몸을 잘 움직이기 위해서는,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연습 과정 자체가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는데, 이 팀의 연구에 의하면, 몸이 어떤 동작을 하기 위해서는 뇌가 여러 가지 배움의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뇌는 실제 신체 운동이 일어나기 전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그래서, 실제 신체 움직임이 일어나기 전에 그 움직임을 시각화하는 게, 그 동작을 여러 번 반복 연습하는 거보다,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실험을 통해서 밝혀졌다고 한다. 원숭이를 대상으로 진행한 이 실험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싶으면, 이 논문을 읽어보면 된다.

기존 신경과학 분야에서는 특정 신체 움직임이 일어나는 순간에 그 움직임에 대한 뇌와 근육의 행동에 의해서 움직임이 향상되는 이론이 더 설득력이 있었지만, 이번 실험을 통해서 증면된 건, 신체 움직임이 일어나기 전에 뇌에서 일어나는 학습과 이미지 트레이닝에 의해서 동작이 개선되고 향상된다는 사실이다. 타이거 우즈가 퍼팅 연습하는 시나리오를 여기에 적용해보면, 첫 번째 퍼트가 심하게 빗나가면, 머리로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고, 그냥 몸으로만 계속 같은 퍼팅을 하는 것보단, 한 번 퍼팅하고, 머릿속에서 다음 퍼팅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충분히 생각하고 퍼트를 시각화하고, 그 이후에 다시 퍼팅하면, 홀에 넣을 확률이 더 높아진다는 뜻이다.

준비하는 과정이 뇌의 학습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하는 이 새로운 결과는, 운동선수나 예술인이 완벽해지기 위해서는 무작정 연습하기보단, 그 전에 연습해야 하는 동작을 머릿속에서 시각화해서, 마음이 몸이 할 동작에 대해서 생각하고 준비할 시간을 더 줘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이게 사업에도 적용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뭔가를 하기 전에 항상 머릿속에서 시각화하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먼저 하는 게 중요한 거 같다. 물론, 이와 동시에 반복적인 연습도 같이하면 훨씬 도움이 된다.

<이미지 출처 = 크라우드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