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와 햄버거

OLYMPUS DIGITAL CAMERA김치는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고 햄버거는 미국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그런데 미국인들한테 김치를 팔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 질문은 미국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는 한국 벤처인들의 질문이기도 하다. 한국인들이 창업했고, 한국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시키는건 마치 미국인들에게 김치를 판매하는거와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나도 그 정답은 모른다. 태생이 한국인 제품 뮤직쉐이크를 미국 시장으로 진출시키면서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겪었고 잘 한 부분도 있지만, 아주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글로벌 진출에 성공했다고는 못 하겠다. 실은, 뮤직쉐이크 뿐만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제품에만 국한해서 보면 그 어떤 한국의 스타트업도 미국에 진출해서 제대로 성공한 사례가 (아직) 없다. 미국에서 김치를 판매하는건 무리인가?

우리가 하고자 하는게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 지원이기 때문에 이 질문에 대해서는 나도 많은 생각을 하고 있고, 스트롱벤처스도 열심히 노력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나는 3 가지의 관점을 가지고 있다:

1. 김치말고 햄버거를 팔아라 – 과연 미국인들이 김치를 먹을까? 이 시각의 전제는 ‘미국인들은 김치를 먹지 않는다’ 이다. 그러면 미국 사람들한테는 김치가 아닌 햄버거를 팔아야 하는데 여기에는 문제가 있다. 평생 김치만 먹고, 김치만 만들던 사람들이 갑자기 햄버거를 만들 수는 없다. 레시피를 보고 대충 흉내 낼 수는 있겠지만, 햄버거 맛을 잘 아는 양놈들이 이런 엉터리 버거를 돈내고 사먹을리 없다. 한국에서 개발된 제품을 대충 영어로 번역해서 미국에서 판매하려고 하는 전략이 바로 이런 엉터리 햄버거를 미국에서 판매하는 거와 비슷하다. 제대로된 햄버거를 만들려면 햄버거를 이미 만들어 본 요리사를 새로 영입해야 하는데, 미국 시장용 제품을 만들고 싶으면 영어를 하고, 미국에서 일한 경험이 있고, 미국 문화를 아는 인력을 영입해야 하는 거와 같다.

2. 계속 김치를 팔아라 – 이 의견의 전제는 ‘미국인들도 김치를 먹는다.’ 이다. 상식적으로 평생 김치를 만들어 팔던 사람들이 갑자기 햄버거를 만들어 팔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냥 잘 만들던 김치를 만들어서 계속 판매하는게 자연스러운 전략일수 있다. 이렇게 맛있는 김치를 분명히 미국인들도 먹을 것인데 다만 아직 미국 사람들은 김치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마케팅을 잘 해야 한다는 생각들을 한다. 한국에서 너무나 인기있는 소프트웨어 제품이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하는데, 양놈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마케팅을 잘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과 비슷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럼 일단 미국에 사는 교포들을 대상으로 김치를 판매하고, 이를 시작으로 서서히 메인스트림 시장으로 확장할 계획을 한다. 이런 방식으로 김치를 백인들한테 성공적으로 판매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지금까지 느낀건 김치 자체가 모든 미국인들이 즐기기에는 너무나 한국적인 음식이라는 것이다.

3. 아메리칸 김치를 팔아라 – #1번과 #2번을 적절히 혼합한,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다. 김치의 기본 재료와 ‘발효’라는 core 컨셉은 유지하되 양념과 맛을 미국 시장에 조금 더 적합하게 customize 하는 것이다. 덜 맵게 하거나, 냄새가 강한 마늘의 사용량을 줄이거나 또는 미국인들이 좋아하게 더 달게 만드는 방법 등이 있을 것이고 어떤게 가장 잘 먹히는지는 꾸준한 실험과 반복을 통해서 fit을 찾아야 한다.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에서 성공한 제품이라면 그 기본적인 개념을 기반으로 UI, 기능, 결제방법 등을 더 미국적으로 바꾸는 거와 비슷하다. 그리고 지속적인 product iteration을 하면서 market과 product fit을 찾아야 한다. 아메리칸 김치를 만드려면 한국의 오리지날 김치도 먹어보고 김치에 대한 깊은 지식이 있으면서도 동시에 햄버거도 먹어보고 햄버거를 직접 만들어 본 요리사가 필요하다. 한국어와 영어를 유창하게 하면서, 한국과 실리콘밸리 소프트웨어를 잘 알고, 양쪽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아메리칸 김치’의 예에 가장 적절한 내가 아는 음식/식당 두개가 있다. 하나는 food truck 열풍을 시작한 Kogi 이다. 한국 교포 요리사 Roy Choi가 한국의 갈비, 파, 김치를 재료로 만든 멕시코의 대표 길거리 음식 타코인데 정말 맛있다. 지금은 유사품들이 워낙 많이 나와서 몇 년 전과 같지는 않지만 여전히 Kogi 트럭이 오면 줄을 서서 먹어야 한다. 또다른 음식은 LA 우리 사무실 바로 앞에 있는 Seoul Sausage 이다. 한국인 2세 3 명이 경영하는 이 식당은 핫도그가 주 메뉴인데 한국의 갈비와 돼지갈비를 가지고 만든 소세지를 사용한다. 더 재미있는 건 이 식당에 가면 한국 음료인 ‘암바사’와 ‘쌕쌕’도 팔고, 튀긴 김치 주먹밥과 같은 다양한 코리안 퓨젼 음식들이 있다. 한국 뿌리를 가진 사람들이 운영하는, 한국 컨셉의 음식을 팔지만, 고객의 대부분은 미국인들이다.

세상 모든일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에 정답은 없다. 어떤 회사들은 미국에서도 계속 김치를 팔면서 꾸준히 시장을 만들어 가고, 어떤 회사들은 방향을 완전히 바꿔서 햄버거를 팔면서 성공을 꿈꾸고 있다. 또는, 김치와 햄버거 경험을 두루 갖춘 인력을 기반으로 미국시장에 최적화된 ‘아메리칸 김치’를 만들어서 시장을 두드리고 있는 회사들도 있다. 회사의 제품, 인력, 방향, 전략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서 전략은 다를 것이고 이 전략 자체가 계속 바뀔수도 있다. 하지만, 전략과는 상관없이 아직 그 어떤 한국 소프트웨어 회사도 (성공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을 하진 못했다. 나는 5년 안으로 할 수 있다는데 한 표를 걸어본다.

<이미지 출처 = http://pureglutton.com/bulgogi-brothers-stir-burger-revolution>

PurseIO

purseio한국의 대기업으로는 CJ E&M이 최초로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도입했다. CJ의 온디맨드 영화 서비스 Vingo가 코스닥 상장사 최초로 비트코인을 도입했는데 비트코인의 가능성에 많은 기대와 믿음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는 굉장히 좋은 소식이었다. 그리고 더 좋은 소식은 우리 투자사 Korbit의 결제 시스템인 Korbit Pay로 결제를 구현했다는 점이다. CJ에서 앞으로 비트코인을 통한 매출과 거래량과 같은 수치를 공개할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재미있을 거 같다. 특히 외국에 사는 교포들이나 외국인 중 K-pop이나 한국 드라마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마니아들이 많은데 현재 이들이 좋아하는 한국 배우들이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를 볼 수 있는 합법적인 방법은 한정되어 있다. 정식으로 돈을 내고 콘텐츠를 소비하려면 불편한 한국 사이트랑 결제 시스템 때문에 상당히 힘들었는데 결제를 비트코인으로 가능케 하면 과연 이 수치가 바뀔지, 그리고 어느 정도 바뀔지 매우 궁금하다.

앞으로 더 많은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CJ E&M을 예의주시하면서 긍정적인 신호들이 보이면 너도나도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도입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비트코인 도입이 가속화되겠지만, 그래도 문제는 존재한다. 막상 비트코인으로 물건을 구매해야 하는 소비자들이 아직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에 대해 아는 일반 소비자 수가 너무 적고, 비트코인에 대해 조금 아는 사람들도 막상 지갑을 만들어서 사용하려면 아직 좀 어려운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더 많은 일반 소비자들이 Korbit이나 Coinplug와 같은 서비스를 통해서 비트코인 지갑을 만들고 비트코인을 사고팔아야 하고, 현금이나 신용카드를 소유하는 거와 같이 비트코인을 소유하고 있어야지만 쉽게 비트코인으로 결제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 비트코인 도입의 어려움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상당히 많이 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이 어려움에 대한 좋은 해답을 제공하는 PurseIO 라는 회사를 알게 되었고, 11월 말에 우리가 시드펀딩을 lead 했다. PurseIO의 비즈니스는 굉장히 재미있고 한국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Amazon이 발행하는 상품권은(gift card) 평생 소멸하지는 않지만, 현금화할 수도 없고 남한테 양도할 수도 없다. 아마존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마존에서 물건을 사는 것이다. 정확한 통계는 찾을 수 없지만, 현재 150억 달러(=16조 원) 어치의 미사용 아마존 상품권이 시장에 존재한다고 한다. 이 중 일부는 소진되겠지만 대부분 그냥 미사용으로 남을 것이다. PurseIO는 이 상품권들에 유동성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보자; 내가 아마존에서 1,000달러짜리 TV를 구매하려고 한다. 현금으로 결제하면 당연히 1,000달러를 내야겠지만, 이걸 PurseIO에서 더 저렴한 가격에 구매 요청할 수 있다. 대신, 나는 현금이 아닌 비트코인으로 지급을 한다. 한 20% 할인해서 800달러에 구매요청을 올리면, 아마존 상품권을 보유한 사용자가 상품권을 1,000달러 사용해서 TV를 구매한 후에 나한테 보내주고, 나는 그 사람한테 800달러에 상응하는 비트코인을 보내 준다. 내 비트코인을 받으려면 그 사람은 비트코인 지갑을 만들어야 하고(아직 없다면) 앞으로 다시 나한테 받은 비트코인을 사용해서 뭔가를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

조금 복잡해 보일 수도 있지만, 위의 예에서 몇 가지 중요한 거래가 발생했다. 일단, 나는 1,000 달러짜리 TV를 20% 할인된 800달러에 구매해서 절약했다. 아마존 상품권을 보유한 사람은 어쩌면 평생 사용되지 않아 가치가 없을지도 모르는 상품권을 사용해서 800달러를 벌었다. 대신 800달러는 현금이 아닌 비트코인을 받았기 때문에 그 금전적 가치는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다. 어쨌든 아마존 상품권에 유동성이 생긴 것이다. 이 과정에서 – 만약에 상품권을 사용한 사람이 비트코인에 대해 전혀 몰랐고, 비트코인 지갑이 없었다면 – 비트코인 지갑이 하나 추가로 생성되고 비트코인 사용자가 한 명 더 생긴 것이다.

아마존 상품권과 같이 금전적 가치가 있지만, 유동성이 부족한 다양한 상품들에 유동성을 제공하는 Purse의 기본적인 개념은 상당히 파격적이고 다른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 = purse.io>

은행의 종말

며칠전에 조금 큰 액수의 현금을 인출할 일이 있어서(미국 은행 대부분 자동인출기 일일 한도는 $300 이다) 우리 사무실 근처 Chase 은행을 직접 방문했다.
Photo Nov 26, 11 42 27 AM이 사진을 찍은 시간이 오전 11시인데 보시다시피 이 시간에 은행이 텅텅 비어있었다. 20명 이상의 직원들을 위한 이 공간에 이날 5명의 Chase 은행원들이 일을 하고 있었고 이렇게 손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현금을 찾는데 20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손님 수에 비해서 은행원들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조금 높아 보이는 직원한테 책상은 많은데 왜 이렇게 은행원들은 없냐고 물어보니까 원래 대부분의 은행원들이 여러 Chase 지점을 돌아가면서 교대 근무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조금 더 알아보니까 어떤 직원들은 이 지점에는 일주일에 한번만 나온다고 한다. 6일 중 하루 나오는 직원들 때문에 책상을 마련하고 공간을 이렇게 낭비한다는 생각을 하니까 화가 좀 났다. 그리고 다른 지점들도 상황은 이 지점과 비슷했다.

참 안타까운 공간, 시간, 그리고 자원의 낭비이다. 은행들은 대부분 유동인구가 많은, 땅값이 상대적으로 비싼 곳에 지점을 운영하는데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운영을 하다보니 그 비용이 고객에게 그대로 전가된다. 한국은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미국 은행들은 계좌를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상당히 많이 발생한다. Chase 은행의 경우 – 그리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업계좌는 – 미국에서 한국으로 돈을 송금하면 수수료가 $45씩 발생한다. 그리고 계좌의 종류에 따라서 다르지만 그냥 계좌를 가지고 있으면 내야하는 service fee가 한달에 $95씩 나온적도 있다. 뭐가 이렇게 비싸냐고 물어보면 시스템에 뭐를 입력하고 어쩌고 저쩌고 하기 때문에 Chase 은행한테도 그만큼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bullshit 이다. 은행원도 없는 텅빈 지점들을 유지해야 하니까 이런 비용을 고객한테 청구하는걸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미국에는 이제 아예 물리적인 사무실이 없는 온라인 은행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Ally Bank라는 은행이 그 대표적인 예인데, 신규 계좌 생성을 포함한 모든 업무를 인터넷으로 한다(전화 또는 우편도 가능). 처음에는 나도 약간 갸우뚱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온라인 은행이 오히려 효율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처음 Ally에 대해 들었을때는 약간 불안했다. 힘들게 번 내 돈을 사무실이나 지점도 없는 은행에 맡긴다는게 불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점이 없으니까 은행의 입장에서도 그만큼 고정비용이 적게 발생하고 불필요한 비용이 고객에게 전가되지 않기 때문에 이 은행의 모든 비용이나 수수료는 우리가 아는 큰 은행보다 훨씬 저렴하고 이자율 또한 상당히 높다. 그리고 은행원과 이야기를 하려고 전화를 하면 오히려 Chase 은행을 직접 찾아가는거 보다 더 빨리 ‘사람’과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앞으로 20년 후에는 온라인으로만 업무를 하는 은행들이 Bank of America나 Chase 은행보다 더 커질거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20년이 아니라 더 빠를수도 있다. 그리고 어쩌면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가 전통 은행을 아예 대체할 수 있다는 생각과 기대를 한다. 이미 한국의 Korbit이나 미국의 Coinbase는 기본적인 은행업무를 제공하고 있다. 지갑은 은행계좌이고, 다른 곳으로 비트코인을 보내는건 계좌이체이다. 더 편리한 건 수수료가 매우 낮고, 다른 나라로 송금하는게 훨씬 간단하고, 모든 거래가 거의 즉석으로 일어난다는 점이다. 물론 거지같은 공인인증서나 OTP 번호 따윈 없다.

당장 비트코인이 은행을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절대로 대체하지 못할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은행업무를 비트코인으로 할수만 있다면 얼마나 간단하고, 깔끔하고, 공간의 낭비를 줄일 수 있을까. 이런날이 곧 왔으면 좋겠다.

*공시: 스트롱벤처스는 Korbit의 투자자이다.

Bumble에 대한 내 생각

3038998-poster-p-1-bumble-the-tinder-competitor-launched-by-a-former-tinder-exec-wants-to-keep-creepy-dudes-awa데이팅 앱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이 분야에서 아마도 가장 많이 사용되고 회자되는 Tinder에 대해서 알 것이다. Tinder가 최근에 큰 이슈가 되었던 다른 이유는 Whitney Wolfe라는 여직원이(마케팅 부사장)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기 때문이다. Whitney의 주장에 의하면 Tinder의 공동창업자 중 한명이 그녀와 사귀다가 잘 안풀리자 부당하게 해고하고 그 전에 여러번 그녀를 성희롱 했다고 한다.

솔직히 이 tech 분야가 워낙 남성위주의 사회이다 보니 이런 일들이 종종 일어나고 누가 정확히 뭘 했고 누가 맞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재미있는 건 Whitney가 Tinder의 다른 전 직장동료들과 이와 똑같은 Bumble이라는 앱을 만들어서 출시했다는 점이다. 내가 직접 사용해 보지는 않았고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걸 옆에서 봤는데 다른 사람들은 틴더와 거의 똑같다고 하지만, 내 생각은 틴더를 그대로 베낀거 같다. 색감과 몇개의 아이콘만 다르지 작동 방식(특히 swipe)은 완전히 틴더이다.

Bumble 창업자들은 틴더와는 달리 범블은 남성이 아닌 여성이 메인이 된다고는 하지만 이걸 보고 좀 너무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쁜점들도 많지만, 나는 어떤 형태이든지 경쟁은 결론적으로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리고 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경쟁사가 하는걸 많이 참고하고 심지어는 ‘적당히’ 카피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물론, 남을 베끼는 걸 권장하고 싶지는 않지만 같은 분야에서 같은 고객들을 쫓다보면 어쩔수없이 이런저런 기능이나 UI를 카피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하지만 Tinder와 Bumble의 경우는 조금 다르고 도를 넘은거 같다. 아무리 공동창업자와 개인적으로 관계가 나빠져서 회사에서 쫓겨났다고 하지만(Whitney의 주장에 의하면) 이렇게 다른 직원들과 같이 나가서 비슷한것도 아닌 완전히 똑같은 제품을 만들어서 버젓이 운영하는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래도 자신들이 한때는 열정과 에너지를 바쳤던 직장인데…..

실은 틴더라는 회사 자체가 들리는 말들을 종합해 보면 도덕적으로 문제가 많은 회사인데 이런 회사의 분위기와 문화가 직원들한테도 스며드는건지, 아니면 원래 창업팀이 비도덕적인건지….아마도 복합적인 이유가 아닐까 싶다.

경쟁은 좋다. 나도 우리 투자사들한테 경쟁이 출현하면 신경쓰지 말라고는 하지만, 비즈니스를 위협할 정도의 경쟁이면 무조건 이기라고 하고, 이기려면 아주 무섭게 싸우라고 한다. 그렇지만 범블과 같은 행위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미지 출처 = http://www.fastcompany.com/3038998/bumble-launched-by-a-former-tinder-exec-wants-to-keep-creepy-dudes-away>

투자자의 회사가 아니다

itsyourdecision개인적으로 투자할 때도 그랬고 펀드를 만들어서 ‘정식’으로 투자할 때도 마찬가지이지만, 남의 회사에 투자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힘들 때가 “내가 저 회사 사장이라면 이렇게 하지 않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들이다. 한 번도 벤처를 해보지 않고 돈 따먹기 하는 순수 금전적인 투자자라면 이런 생각을 하지도 않을 것이지만 나도 나름대로 일을 해봤고 투자한 회사들과 가깝게 일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도 벤처에 대해서 좀 안다고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투자사 창업팀이 내 생각과 다르게 움직이면 더욱더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거 같다. 초기에는 내 반대 의견을 공개적으로 말했다. 내 생각엔 저렇게 하면 안 되고, 내가 사장이라면 다르게 하고, 내가 이 회사를 운영하면 훨씬 더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는 자신이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제는 많이 참기도 하고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이 짓을 몇 년 하고 투자사가 한 업체에서 여러 개로 늘어나는 과정에서 나도 많은 걸 배웠다. 요새도 가끔 그런 경우가 있지만(며칠 전에 그랬다) 이제는 전과 같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답답해하지는 않는다. 나보다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창업팀이 내가 생각하는 방향과 다르게 일을 진행하는 건 말 그대로 ‘다르게’ 하는 거지 ‘틀리게’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의 묘미는 이게 수학 공식과도 같이 딱 한 개의 정답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서 항상 더 새롭게 다른 방식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많은 투자자가 – 나를 포함해서 – 벤처를 운영하는 창업팀보다 그 산업과 비즈니스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내 경험에 의하면 이건 엄청난 오산 또는 오만이다. 솔직히 투자자들은 모든 걸 간접적으로 보고, 느끼고, 듣고, 경험하는 사람들이다(아무리 같은 분야에서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운영한 경험을 가진 투자자가 있더라도, ‘그’ 비즈니스와 ‘이’ 비즈니스는 엄밀히 말해서 다르다). 시장의 크기나 장기적인 전략에 대해서는 아주 거창하고 멋있게 말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그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아니다. 이 비즈니스의 in and out에 대해서 아주 구체적으로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그 회사의 창업팀이다. 1년 365일, 하루 24시간 비즈니스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직접 몸으로 부딪히는 창업팀보다 그 비즈니스의 본질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있다는 투자자가 있다면 그건 거짓말이거나 또는 창업팀이 열심히 하고 있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나도 이런 걸 여러 번 직접 느낀 경험이 있다. 특정 비즈니스에 대해서 책으로 많이 배우고, 다양한 기사를 접했고, 관계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 비즈니스에 대해 수박 겉핥기식으로 아는 시늉은 할 수 있었다. 뭘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마치 내가 이 분야의 전문가로 보이겠지만, 막상 그 비즈니스를 나한테 해보라고 하면 못 한다. 껍데기만 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투자한 회사의 방식이나 방향에 대해서 의구심이 생기고 마음에 들지 않아도 결정은 100% 창업가에게 맡긴다. 물론, 내가 하고 싶은 말과 피드백은 전부 다 제공하지만 내가 항상 하는 말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당신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다 하겠다. 그걸 경청하든 그냥 무시하든, 그건 당신이 알아서 결정해라.”
우리가 최대주주가 아니므로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게 맞지만, 또 다른 이유는 그 비즈니스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가장 절실한 사람은 바로 창업팀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므로 책임 또한 100% 창업팀이 져야 한다.

결론은 내 회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는 투자자이고 회사가 잘 되고 창업팀이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결정은 회사가 하는 게 맞다는게 내 지론이다. 창업가가 그릇된 결정을 하지 않도록 이사회와 같은 다른 장치들도 존재하지만 이런 건 회사가 어느 정도 성장했을 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주위에서 선생님이나 아동 심리학자가 뭐라 해도 아이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그 아이의 부모님이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이다. 창업팀이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최종 결정은 그들이 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혹시 주변에 “저 회사 내가 키웠는데…” 라는 투자자가 있다면 경계해라. 회사는 대표이사와 팀원들이 키우는 거지 투자자가 키우는 건 절대로 아니다.

<이미지 출처 = http://quickbase.intuit.com/blog/2010/03/02/how-to-make-a-difficult-deci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