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고기와 고객 서비스

주말에 부모님과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부모님 집 근처에 있는 곤드레나물밥을 잘 한다고 소문난 식당을 찾아갔다. 솔직히 그냥 간단히 곤드레밥만 먹고 싶었는데 막상 와보니 메뉴에는 정식만 있었고 모든 메뉴에는 곤드레밥이 기본적으로 나오는 거였다. 정식에는 곤드레밥, 더덕구이 그리고 오리구이가 포함된다. 그냥 밥만 먹으면 안되냐고 물어보니 종업원이 정색을 하면서 그렇게는 안 된다고 했다. 우린 오리고기를 별로 안 좋아해서 물어보는 거라고 하니 약간 난처한 기색을 하면서 “그럼, 오리를 빼 드리는 대신 더덕구이를 더 드릴께요.” 라면서 주문을 받아갔다.

“사장님, 더덕구이를 더 많이 드린거예요~” 라면서 종업원이 음식을 가져왔다. 다행이 식사는 맛 있었고 우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밥을 먹었다. 그 와중에 옆 자리에 다른 가족 3분이 와서 우리랑 똑같은 정식을 시켰다. 이 분들은 더덕구이랑 오리고기를 다 시켰는데 막상 나온 더덕구이를 보니 우리랑 양이 똑 같았다. 여기서 나랑 우리 아버지는 기분이 확 상했다. 더 많이 준다고 했는데 알고보니 오히려 오리고기만 빼고 정식을 가져와서 우린 속은 기분이 들었다 (실제로 속은거다). 이런거 그냥 넘어가도 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좋은게 좋은거라 그냥 넘어가지만, 우리 부자는 조금 다르다. 나는 이런 거 분명히 따지고 넘어가는데 아마도 어렸을 적부터 힘들게 번 돈에 대한 대가는 제대로 받아야 한다는 지론을 가진 우리 아버지 영향을 많이 받은 거 같다.
아버지가 아까 그 종업원을 불러 불평하니까 그 종업원은 “저는 분명히 주방에 그렇게 말했는데요. 잘 모르겠네요.” 라면서 그 자리를 피하기 바빴다. 본인 입으로 더 많이 드린다고 말까지 해놓고 이제와서 이딴 변명을 하는 거 참으로 어이 없었다. 물론, 우리 아버지 성격에 그냥 넘어가지는 않았다. 카운터로 내려가서 계산을 하면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우린 오리고기를 안 먹었으니까 그만큼 돈을 빼달라고 하셨다. 이번엔 화를 좀 내면서. 그런데 바빠서 그런건지 고객 응대의 개념을 전혀 모르시는 분인지 그냥 난처하고 약간 짜증난 표정만 지으면서 본인은 주방장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고, 정식 메뉴의 가격만 기계에 입력되어 있어서 가격에서 돈을 깍는게 불가능하다고 했다.

우리 아버지는 결국 정식에 포함되는 오리고기 3인분을 받아서 집으로 가져 오셨다. (그것도 구워서 달라고 하니까 시간이 걸린다고 해서 그냥 생으로 가져왔다)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 동안 나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그냥 보고만 있었다. 평소 내 성격 같았으면 카운터의 그 분은 정말 험한 말 듣고 크게 사과를 했을 것이다. 내가 느낀 점 3가지:
1. 돈 아까운 줄 알아야 하고 내가 힘들게 번 돈에 대한 가치는 반드시 받아야 한다. 솔직히 우리 아버지도 그냥 좋은게 좋은거라고 넘어가실 수 있었다. 오리고기 못 먹은걸 금액으로 환산하면 기껏해야 5,000원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본인이 젊은 시절 정말 힘들게 번 돈을 쓸 때에는 그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받으시는 그 태도는 매우 존경스럽다. 나도 분명히 이런 일이 있으면 엄청 난리를 쳤을텐데, 오리고기까지는 받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아버지를 보면서 조금 더 분발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2. 고객 서비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다. 이번 경우는 잘못은 거의 이 식당과 종업원들한테 있다고 생각되지만 혹시나 손님이 틀렸거나 오해를 했다고 해도 나 같으면 잘 이야기해서 돈 몇 천원 정도 깍아 줬을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식당은 몇 천원의 손해를 보지만 그 고객은 식당이 존재하는 이상 평생 고객이 되기 때문이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life time value가 극대화 된다. 앞으로 우리가 투자하는 회사들에도 이런 고객 서비스 개념이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써야겠다.
3. 내가 손해보기 싫어하고 이런걸 따지는 성격은 아버지를 닮았다. 이번에 확실히 깨달았다. 유전자적 요인이지 내가 특별히 이상하게 컸거나 사상이 이상한게 아니라서 다행이다.

[生生MBA리포트] Reality Check

MBA의 길

기고자 소개) 박은정 씨는 와튼스쿨 (Wharton School) 졸업한 후 현재 Top MBA 전문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MBA 지원자들에게 도움을 준 경험을 기반으로 “미국 Top MBA 가는길(매일경제)“를 공저하였으며, 현재 자신만의 노하우와 지식을 바탕으로 최신 MBA 트렌드와 어느 학원에서도 해 주지 않는 진짜 MBA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있습니다.
그녀는 연세대학교 상경계열 졸업 후 삼일회계법인에서 일을 했으며 현재 미국 동부 피츠버그에서 가족들과 함께 거주하고 있습니다. 박은정씨의 글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mbaparkssam@gmail.com으로 연락주세요.
*박은정씨가 운영하는 MBA의 길에 가시면 MBA 관련 더 많은 정보가 있습니다.

예전에 이 블로그의 운영자인 배기홍 씨가 “어떻게 잘 되지 않는다 (절대로)“라는 글을 쓰신 적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그 내용에 공감했는데, 스타트업 뿐 아니라 MBA 지원 과정에도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MBA 과정을 지원함에 있어서, ‘내가 이만큼 했으니까 어떻게 잘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백전백패로 이어지는 길입니다. 지원 과정에서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고, 합격 가능성이 존재하는 곳에 최선의 정성을 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정도는 기본 아냐?’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의외로 MBA에 지원할 때 ‘어떻게 되겠지’ 같은 생각으로 지원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꿈과 비전은 사람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지만, 나의 출발점이 어디인지 선명하게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도 원대한 꿈만큼이나 중요합니다. 객관적으로 학교들이 발표하는 GMAT 평균보다 점수도 20점 이상 낮고, 토플이나 경력도 딱히 나을 게 없고, 또 본인의 경력으로는 에세이에 쓴 커리어골을 달성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데도, 운이 좋으면 열정을 보고 뽑아줄 수도 있다며 지원하고 결과를 기다리며 애태우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내 지원 패키지를 검토하게 될 애드컴이 (=admission committee) 지원자의 열정만 보고 미래의 스티브 잡스를 솎아낼 수 있을 정도의 날카로운 식견을 가졌을 확률은 미미합니다. 결과도 결과이지만, ‘어차피 최상이 아닌 상태로 지원’한다고 생각하니 응당 완벽하게 챙겨야 할 디테일도 꼼꼼하게 검토하지 않고 어느 정도 선에서 스스로와 타협하듯이 내는 것 또한 문제입니다. 본인의 현재 상태를 냉정하게 진단하지 못하면 앞으로의 커리어 발전 전략 또한 제대로 세우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현실적으로 합격 가능성이 낮은 ‘드림스쿨’에 지원하는 것은 그 자체로 꿈이 이루어졌다고 보고 결과에 대해서는 잊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합격할 가능성이 보다 높은 학교 지원에 촛점을 맞춰 모든 에너지를 투자해야 합니다.

현실성을 검토할 때에는, 학교에서 원하는 스펙(GMAT, 토플 점수, 출신대학, 다니고 있는 회사, 경력 등)과 스스로의 지원 자격을 비교할 뿐 아니라, 미래의 커리어 골 또한 과연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한지도 반드시 점검해야 합니다. 대학에 지원할 때, 수능 배치표도 참고하고 입시 컨설턴트도 찾아가고 상담도 받았던 것을 떠올리시면 이해가 됩니다. MBA 지원 시에는 가고자 하는 학교의 웹사이트는 물론, 재학 중인 학생이나 졸업생들을 최대한 많이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봐야 합니다. 학교 측에서는 ‘MBA가 열어주는 다양한 커리어 기회’라는 측면을 강조하고자 하는 유인이 있기 때문에 열정만 있다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보여주기 마련이지만, 실제로 MBA를 통해 도달할 수 있는 커리어는 생각보다 제한적이며, 그마저도 이전의 경력으로부터 크게 벗어나기 어렵습니다(물론 컨설팅은 예외입니다).

저는 요즘 한국 방문 중입니다. 많은 MBA 지원자 분들과 상담을 하면서, 이러한 reality check이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는 점을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제가 지원하던 2006-2007년과 대비하여 뚜렷한 몇 가지 변화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우선, 지원자들의 배경이 다양해졌습니다. 7, 8년 전에 MBA에 지원하고 싶어하는 분들 다수는 금융계 (은행, 증권사 혹은 회계법인) 혹은 컨설팅 업계 종사자들이거나, 일반 기업이라고 해도 금융팀에서 일하시는 분들이었습니다. 이제는 이 판도가 뒤집어졌습니다. 오히려 일반 기업에 다니시는 분들이 더 많고, 다양한 job function의 지원자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렇다고 금융계 지원자들이 줄어든 것 같지는 않으니, 보다 많은 사람들이 MBA지원에 뛰어들어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두번째로 이 지원자들이 MBA 졸업 이후에 하고 싶은 일도 다양해졌습니다. 삶의 질을 중시하는 사회 전반적인 변화와 테크놀로지 업계의 인기가 맞물려 투자은행 및 컨설팅에 대한 선호가 줄고,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미국 회사로 가고 싶어하시는 분들이 늘었습니다. 스타트업을 고려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는 미국 내에서도 확연히 드러나는 트렌드이며, 실제로 과거에 비해 MBA 졸업생들을 뽑는 테크놀로지 회사나 스타트업들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많은 미국인, 인도인, 중국인 학생들도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가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분야에 취업하는 이들은 여전히 컨설팅과 금융계로 진출하는 비율(졸업생의60-70%)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비율(10% 언저리)입니다. 기회의 문은 넓어지고 있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좁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외국인은 현지 비즈니스나 문화에 대한 이해도와 같은 요소들 때문에 취업에 제약이 더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과거보다 입학 경쟁이 더 치열해진 상황에서, 졸업 후에 더 다양한 커리어를 희망하는 만큼 reality check은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합니다.

이 부분을 간과하면 어드미션을 받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어떻게 받는다고 해도 MBA 후의 커리어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새는 항상 두 날개로 날아야 합니다. 한 쪽 날개에는 뜨거운 비전을, 다른 쪽 날개에는 스스로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차가운 이성을 잃지 않아야 균형을 맞추어 창공을 날 수 있습니다. MBA 지원을 염두에 두고 계신 분들이라면, 다른 어떤 일보다 가장 먼저 자기 자신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스스로를 해부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참고: 저는 6/10일까지 한국에 있습니다. MBA지원에 대하여 궁금증이 있어서 상담을 원하시는 분들은 mbaparkssam@gmail.com으로 신청해주세요.)

아름다운 질문들

한 연구에 의하면 4살짜리 꼬마들은 하루에 평균적으로 300개 이상의 질문을 한다고 한다; 다른 연구에 의하면 2살 – 5살 동안 아이들은 평균적으로 40,000개의 질문을 한다고 한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이를 먹을 수록 우리의 궁금증은 사라지고 질문의 빈도가 줄어든다. 하루에 300개 이상의 질문을 하던 꼬마가 고등학생이 되면 거의 질문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고학년이 될수록 학교는 학생들의 호기심과 질문하려는 의욕을 좌절시킨다. 대학 입학 시험은 학생들의 질문보다는 답을 중시한다. 직장 상사는 질문이 너무 많은 직원들을 싫어한다 – 특히 그 질문이 상사의 생각과 반대가 된다고 생각되면. 질문을 하는 사람은 무식하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걸쳐 팽배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두려움 때문에 질문 하고 싶어도 꾹 참게 되며 이건 습관이 되고 우리의 인생이 되어 버린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질문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 이는 내가 ‘WHY?‘라는 포스팅에서도 잠깐 언급을 했다. ‘좋은’ 질문들을 많이 해야만 그에 대응하는 좋은 답변들과 해결책들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창업가라면 좋은 질문들을 넘어서 ‘아름다운’ 질문들을 우리는 수시로 스스로에게 해야 한다.

1970년대 어느날 모토로라의 부장 Martin Cooper는 스타트랙 드라마를 보고 있었는데 캡틴 커크가 이동 ‘communicator’라는 기기를 사용해서 우주선의 선원 중 한명과 대화를 하고 있는 장면이 있었다.
그는 그 순간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은 첫번째 질문을 했다. “사람이랑 통화하고 싶은데 왜 특정 장소로 전화를 해야 할까? (=나는 내 친구랑 전화를 하고 싶은데 왜 개네 집으로 전화를 해야할까?)”
이 질문에 이어서 그는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은 두번째 질문을 했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이걸 만들어 볼 수는 없을까?”
첫번째 질문은 정말 좋은 질문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불편함을 감소하면서 인생을 살지 이런 질문 조차 하지 않는다. 하지만, 위의 두번째 질문은 ‘아름다운’ 질문이다. 이 질문을 함으로써 쿠퍼씨는 문제의 해결책을 다른 사람한테서 찾지 않고 스스로 그 질문의 오너싶을 갖게 되었다. 쿠퍼씨는 동료 엔지니어와 연구 개발을 시작했고 1973년 4월 3일 그는 세계 최초로 이동전화로 (핸드폰) 다른 사람한테 전화를 걸었다.

이젠 더이상 사용하지 않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도 시작은 비슷했다. 뉴멕시코에서 휴가를 즐기던 Edwin Land씨의 3살짜리 딸이 “아빠. 사진을 보려면 왜 기다려야 해요?”라는 질문을 했다. 이 질문은 매우 좋은 질문이었다. 랜드씨는 여기서 “왜 이런 카메라를 다른 사람들은 안 만들지?”라는 질문에서 멈추지 않고, “내가 이 카메라를 만들면 안 되나?”라는 ‘아름다운’ 질문을 하게 되었다. 이 질문을 시작으로 1948년에 최초의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탄생하게 되었다.

세상을 바꾼 대다수의 발명의 시작은 좋은 질문이다 – “왜 이럴까?”
창업가들은 여기서 한발짝 더 나아가 다음의 ‘아름다운’ 질문을 한다 – “내가 이걸 해결할 수 없을까?”

좋은 아이디어가 없어서 창업을 못하고 있다면 멀리서 찾을 필요는 없다.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그 해답들을 남이 아닌 내가 찾아보려고 노력해봐라. 질문하는거 자체가 너무 힘들다면 3살의 나로 다시 돌아가보자. 그 순진함과 호기심으로 모든 걸 질문해보자. 그리고 남이 아닌 내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이러한 질문들을 ‘아름다운’ 질문으로 바꿔보자.

<참고서적 = “A More Beautiful Question: The Power of Inquiry to Spark Breakthrough Ideas” by Warren Berger>
<이미지 출처 = “http://blogs.mlmins.com/goodquestion/files/2012/04/good-questions-to-ask-when-getting-to-know-a-guy1.jpg“>

기본 원칙들

세월이 흐르면서 많은 것들이 변하지만 항상 변하지 않는 기본적인 원칙들은 존재한다. 우리가 좋든 싫든 이러한 원칙들은 지켜지기 위해서 존재한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건 기존의 방법을 탈피하고 지속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지만 이 걸 불법적으로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는 거와 동일시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창조성을 기반으로 효율과 생산성을 극대화 하는 건 지름길로 간다는 의미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지름길로 가는거 보다 더 오래 걸리는 경우도 많다.

전에 한국에서 살았을때도 그렇고, 지금은 한국에 살지 않지만 한국에 올 때마다 지난 몇 년 동안 느낀 점은 가끔 이러한 기본적인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같은 선진국에서는 – 한국이 선진국이냐 후진국이냐에 대해서는 각자 의견이 다르지만 – 발생하면 안되는 것 들이 말이다. 가장 대표적인 건 주정차 위반, 신호등 위반, 안전운전 등의 교통법규 위반이다. 아무리 새벽길에 차들이 없지만 이렇게 제한속도를 무시하고 신호등도 무시하고 차들이 막 달리는 도시는 서울이 거의 최고인 거 같다 (내가 가본 도시 중). 더욱 더 걱정되는 건 운전을 업으로 하는 택시 기사들이 제일 심하다는 것이다. 새벽에 동네 사거리에 사람들이 안 다닌다는 걸 누가 모르나? 주말에는 휴교라서 학생들이 학교 근처에 없다는 거 누가 모르나? 그렇지만 신호등이 거기에 있고 빨간색이면 정차했다가 다시 초록색으로 바뀌면 가는 건 사람이 있든 없든 차를 운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지켜야 하는 원칙이다.
미국도 물론 운전을 개판으로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원칙에 있어서는 꽤 철저한 편이다. 대부분 STOP 사인이 있으면 완전히 정차 했다가 오른쪽 왼쪽 한번 확인하고 안전하다 싶으면 그제서야 출발한다. 나도 이러한 습관은 몸에 배어서 새벽 3시에 길거리에 개미새끼 한마리 없을때도 이건 반드시 지킨다. 이건 고지식한 것도 아니고 비효율적인 것도 아니다. 그냥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It’s just that.

이번에 한국에 큰 사고가 있었다. 난 한국에 살지도 않고 관련 기사나 글들을 읽으면 읽을수록 오히려 헷갈려서 뭐라 할 입장은 전혀 아니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위에서 아래까지 분명히 이런 원칙을 무시하고 지름길을 선호하는 태도도 근본적인 문제점 중 하나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을 하는 분들은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분명 “더 빨리, 더 싸게, 더 좋게”를 외치지만 항상 비즈니스의 원칙은 지켜져야 하며 법의 태두리 안에서 해야한다. 그래야지만 글로벌 무대에서도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체제와 힘을 키울 수 있다.

좋아하는 것을 해라

do what u love지난주에 우리 집 근처에 사는 그렇게 젊지는 않지만, 경험이 어느 정도 있는 교포 창업가 2명을 만나서 오랜 시간 동안 이야기를 했다. 이들은 현재 제품을 만들어가는 중이며 3개월 후에 론치 할 수 있다는 말을 했다. 이 말을 들으면서 나는 속으로 ‘최소 3개월 x 3 = 9개월 정도 걸리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창업해 본 사람들은 나랑 공감할 텐데,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생각했던 거보다 항상 더 많은 시간이 걸리고,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하고, 이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이 글을 읽는 예비 창업가 중 “5,000만 원으로 2명이 6개월 정도 밤새워서 만들면 될 거 같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이 숫자들에 모두 최소 3을 곱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제품을 launch 하는 시점에서 역산을 해보면 아마도 1억 5,000만 원 정도 썼을 테고, 시간은 한 1년 반 정도가 걸렸을 것이다.

솔직히 이렇게 초기 예상보다 항상 더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한 걸 누구의 잘못으로 돌리기에는 – 기획이 늦어졌다, 개발이 너무 더디었다 등… – 이 바닥은 너무나 많은 불확실성과 혼돈이 존재한다. 생존하기 위해서 하루에 몇 번이나 회사의 전략을 바꿔야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초기에 세웠던 이런 가설들이 제품이 나오는 시점까지 변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물론, 대부분 회사가 제품을 론치 해보기도 전에 없어진다. 이러한 이유와 내 개인적인 경험 때문에 나는 대부분의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장담하는 론치 시점과 이를 위해 필요하다고 하는 예산을 절대도 안 믿는다. 심지어 나는 3개월이면 다 끝낼 수 있다고 장담했던 창업팀이 결국 2년이라는 시간을 사용하는 걸 보면서 이제는 창업가들이 말하는 숫자들에 3이 아니라 5를 곱해서 생각한다. 이렇게 하면 혹시나 그 전에 완성이 되면 굉장히 기뻐할 수 있고, 더 오래 걸리더라도 자신을 위안할 수 있다.

창업을 결심했거나 지금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다면 초기에 예상한 거 보다 돈, 시간, 인력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는 점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생각보다 더 빨리 돈이 떨어지고, 제품 개발은 늦어지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계속 내가 시작한 일을 포기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하려면 정말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 얼마 전에 비키/빙글의 호창성 님의 고생 스토리를 감명 있게 읽었는데 이 중 내 심금을 울렸던 말:

“정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해라. 그래야 버틸 수 있다.”

정말 맞는 말이다. 길지 않은 인생, 우리 모두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하면서 가치 있게 살다 가자.

<이미지 출처 = FB Cover Stre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