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 copy-paste

오늘 아침에도 내가 청하지 않은 여러개의 이메일들이 inbox에 있었다. 항상 그렇듯이 일단 그냥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방에 보낸 대량 이메일이면 바로 지우고, 제목을 보고 불특정 다수한테 보낸 이메일인거 같으면 지웠다. 그리고 나머지 이메일들은 다 열어서 훑어봤다. 이런 이메일들은 대부분 회사소개와 투자요청 이메일들인데, 거의 100% 다 쓰레기통으로 가버린다.

그런데 실은 나는 이런 이메일들을 왠만하면 일단 다 열어서 보긴 본다. 안 그래도 바쁜 세상인데 청하지 않은 이메일을 (=unsolicited email) 좋아하는 사람들은 없지만 나도 과거에 뮤직쉐이크 시절 간절하고 애절한 마음으로 모르는 사람들한테 수 천개 심지어 수 만개의 cold 이메일을 보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 분들의 마음과 공이 불쌍하고 미안해서라도 다 읽어 보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개봉확률이 낮은 대량의 cold email을 보내더라도 최소한의 노력과 생각을 하고 보냈으면 하는게 내 개인적인 바램이다. 혹시 앞으로 나한테 또는 다른 사람들한테 부탁성 이메일을 보낼 계획이라면 개봉/답변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다음 사항들에 좀 더 신경을 쓰면 좋겠다:

-적당한 카피/페이스트: 이런 이메일들은 어쩔 수 없이 copy/paste를 해야한다. 투자자한테 내 서비스를 소개하는 이메일이라면 받는사람 이름과 회사 이름만 다르고 나머지 부분은 아마도 다 똑같을 것이다 (나도 많이 해봤기 때문에 잘 안다). 하지만, 이것도 적당히 하면 좋다. 기본 frame은 같지만 받는 사람에 따라서 조금씩 더 customize 하는 걸 권장한다. 왜냐하면, 하루에 30개의 이메일을 기계적으로 보내는 사람과는 달리 받는 사람은 이메일을 읽다보면 그냥 다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렇게 성의없이 쓴 이메일을 과연 읽어야 하는건지 의문이 든다.

-받는사람: 너무 많은 이메일을 보내다보면 받는사람이 헷갈릴 때가 있다. 가령, 조금 전에 John이라는 사람한테 보낸 이메일을 “Dear John”으로 시작했는데 Mark한테 가는 그 다음 이메일도 “Dear John”으로 보내는 경우가 너무 많다. 조금만 신경을 쓰면 고칠 수 있는 실수지만, 받는 사람은 굉장히 기분이 좋지 않다.
*더 심한 건 그냥 받는사람을 본인으로 해놓고 모든 사람들을 대량으로 bcc:하고 보내는 이메일들이다.
**이보다 더 멍청한 건 To:에 아주 대놓고 받는 사람들 이메일들을 공개적으로 다 나열해서 보내는 경우다.

-제목: ‘받는사람’과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들이 ‘제목’도 실수를 한다. 예를 들어서 내가 얼마전에 받은 이메일의 제목이 “Stone Ventures의 투자를 받고 싶습니다” 였다. 이게 Strong을 Stone으로 잘 못 쓴건지 아니면 이전에 보낸 이메일이 Stone Ventures 대상이라서 이런 실수를 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물론, 이런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제목 자체를 굉장히 평범하게 “귀사의 투자를 받고 싶습니다”로 하면 되지만 이렇게 하면 받는 사람이 이게 빤히 불특정 다수한테 보낸 이메일이라는 걸 알아차리고 그냥 바로 쓰레기통으로 보낼 수 있는 위험이 있다.

-회사이름: ‘받는사람’과 ‘제목’과 동일하다. 나도 전에 뮤직쉐이크에서 YouTube에 보내는 이메일에 ‘Facebook’ 이라고 쓴 적이 있다. 물론 그냥 ‘귀사’라고 하면 되겠지만 그러면 위에서 말한 동일한 리스크가 발생한다.

-폰트종류/색깔 통일: 어떤 이메일 클라이언트를 사용하냐에 따라서 이건 좀 달라지는데, html 텍스트로 이메일을 작성하다보면 copy/paste한 내용의 폰트 종류와 색을 잘 통일해야한다. 이게 안되면 paste한 부분만 폰트가 다르고 색이 다르기 때문에 좀 우스워진다. 나는 그래서 주로 그냥 노트장에다가 모든 내용을 paste하고 여기서 일반 텍스트로 copy한 후에 다시 paste를 한다.

이메일을 보내야하는 대상이 1,000명인데 이렇게 하나씩 신경을 쓰다보면 언제 다 보내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메일 받는 사람들이 바보가 아니라면 이런 사소한 부분과 detail에는 신경을 좀 써야 한다. 나도 얼마전에 이런 cold email을 대량으로 보내야 하는 일이 있어서 매일 시간을 block 해놓고 10개의 이메일을 10일 동안 매일 보냈다. 무식하게 copy/paste를 하지 않고 이메일 하나 하나씩 정성스럽게 customize해서 보냈는데 (물론, copy/paste를 기반으로) 100개 이메일 중 답변이 온게 10개 미만이었고 그 중 실제로 만나거나 전화통화를 한게 2건이다. 즉, cold email 방법은 확률이 매우 매우 낮지만 그 낮은 확률 속에서도 뭔가 일을 만들고 싶다면 제대로 잘 작성을 해야 한다.

검색 – 계속되는 도전과 발전

애플의 차기 운영체계 OS X과 iOS 8의 기본 검색엔진은 여전히 Google 이지만 얼마전 WWDC 무대에서 애플이 발표하지 않은 내용 중 하나가 새로운 운영체계의 Safari에서 옵션으로 제공될 DuckDuckGo라는 검색엔진이다. 덕덕고 (별 뜻은 없다. 그냥 Duck, duck, goose라는 어린이들이 하는 게임에서 유래)는 Google이나 Bing과 같이 잘 알려진 검색엔진은 아니지만 – 미국도 아는 사람만 알지 대중적이지는 않다 – iOS 8에 옵션으로 장착된다면 그 노출도는 엄청날 것이다.

덕덕고는 다른 검색엔진과는 달리 사용자에 대한 정보를 전혀 저장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검색 결과도 개인화가 전혀 가미되지 않고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한 검색 결과가 보여진다. 다른 검색엔진들이 구글을 따라하고 있는 추세와는 반대로 덕덕고야 말로 대표적인 anti-Google 프라이버시 검색 엔진이다.

이걸 보면서 역시 시장이 정말로 크고, 그 큰 시장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이 여러가지가 존재한다면, 같은 카테고리의 제품이지만 다양한 기술과 다양한 기능들이 공존할 수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검색만 해도 그렇다. 절대적인 숫자로만 본다면 구글은 검색의 왕이다. 구글을 검색 시장에서 이길 수 있는 플레이어가 가까운 미래에 나올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검색 시장이 커질 수록 – 그리고 검색 시장은 앞으로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이 많은 정보의 홍수속에서 내가 원하는 정보를 찾는게 갈수록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 구글이 해결하지 못하는 구멍들이 계속 생겨날 수 밖에 없다. 덕덕고는 익명성이 가장 잘 유지되고 사용자 정보를 트래킹하지 않는 검색경험에 촛점을 맞추었고 이 시장 하나만 봐도 엄청 크다는걸 발견하고 좋은 제품을 개발했다. 솔직히 나도 검색엔진 기술이나 덕덕고의 기술력에 대해서 자세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애플이 이 검색엔진을 채택했다는 건 의미가 아주 크다고 본다 (물론, 간접적인 구글 견제책이기도 하다).

검색의 발전은 이걸로 끝인가? 절대로 아니다. 검색은 앞으로 계속 바뀌고 발전할 것이다. 검색의 기본은 사람들이 원하는 정보를 정확히 찾아주는건데 아직 그 어떤 검색엔진도 이 기본적인 기능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구글, 빙, 덕덕고 그 어떤 검색엔진도 내가 원하는 답을 100% 제공해주지 못한다. 큰 시장에 명확한 문제점들이 존재하는 이상 이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하는 기술과 제품들은 끊임없이 생겨날 것이다. 그리고 이 중 누군가 이 문제점을 해결했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부터 새로운 문제들이 보일것이고 이 사이클은 반복될 것이다.

비단 검색시장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개선해야 할 문제점들이 존재하는 큰 시장들이 너무나 많다. 분명 그 시장에서의 강자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보면 그 시장의 강자도 해결하지 못하는 작지만 의미있는 문제점들이 보이고 거기서 다시 한번 좋은 아이디어와 비즈니스가 탄생한다.

<이미지 출처 = http://cdn.searchenginejournal.com/wp-content/uploads/2012/11/DuckDuckGo.png>

비트코인과 은행

미국에서 제일 앞서가는 비트코인 서비스인 Coinbase가 Vault (=금고)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launch 한다고 7월 초에 발표했고, 오늘 드디어 일반인들에게도 서비스가 공개되었다. 그동안 꽤 궁금했었는데 오늘 사용해보니 좋은 취지이며 역시 간단하면서도 잘 만들었다는 생각을 했다. 비트코인을 구매하거나 사용해 본 분들이라면 지갑에 (wallet) 대해서는 잘 알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Vault라는 서비스는 더 안전하고 보안이 강화된 지갑이다. 특히 비트코인을 엄청 많이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냥 일반 지갑이 조금 불안할 수도 있는데 Vault는 이런 사람들을 위한 지역적으로 분산된 offline 저장소 서비스를 제공한다. 비트코인을 수 십억원 어치 보유한 사용자들은 이 금고 서비스로 인해서 밤에 더 안심하고 잘 수 있을 것이다. 무료 서비스이며 비트코인 보유 수량에 상관없이 코인베이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 사용할 수 있다.

Vault 서비스를 셋업하는 것도 엄청 간단했다. 우리나라의 금융 서비스 셋업하는 절차와는 달리 그냥 기존 Coinbase 사용하는 이메일 외에 추가 이메일로 인증 한번만 하면 기다리지 않고 바로 사용 가능했다. 액티브엑스도 없고, 핸드폰 인증도 없고, 아이핀도 없었다.

단순한 비트코인 거래소/지갑으로 시작한 Coinbase는 Vault 서비스를 론치하면서 은행과 거의 비슷하게 변화하고 있다. 일반 지갑 서비스는 은행의 checking 계좌와 (입출금용 계좌) 같은 역할을 하며, 금고 서비스는 은행의 savings 계좌 (예금용 계좌) 역할을 하니 비트코인이 화폐인 은행이라고 할 수도 있을거 같다.

비트코인 은행…..앞으로 Coinbase와 비트코인 경제가 어떻게 더 발전하고 변화할지 기대된다.

모바일 – 창작과 소비

iPhone 6는 화면이 더 커진다는 믿을만한 이야기들이 돌고 있는데 이는 모바일 서비스를 만드는 분들한테는 희소식이 아닐까 싶다. 작은 화면을 가진 기기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만드는 건 정말 쉽지 않다. 손바닥만한 스마트폰 화면상에서 사용자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눈이 어지럽지 않을 정도로 간단하지만 동시에 사용할만한 가치가 없을 정도로 너무 간단하지 않은 서비스를 만드는 건 진짜로 어려운 지상과제이다. 이런 각도에서 보면 가장 완성도가 높은 스마트폰인 아이폰의 –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가장 완성도도 높지만, 유일하게 중요한 스마트폰이다. 안드로이드폰들은 아직 한참 멀었다고 생각한다 – 화면이 커진다는 건 그만큼 컨텐츠를 소비하는데 있어서 걸림돌이 되는 큰 장애물 하나가 낮아지는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제대로된 모바일 서비스를 만드는 건 어렵다. 화면이 커지면 ‘소비’의 경험은 많이 개선되지만 소비만큼 더 중요한 ‘창작’의 문제가 그대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스마트폰은 컨텐츠 소비에는 최적화된 기기이자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즉시 켰다가 컨텐츠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화면이 작아서 소비하는데 있어서 에로사항은 존재하지만 그래도 작은 화면이 컨텐츠 소비를 막는 큰 장애 요소는 아니다. 다들 숨 쉴 공간조차 없는 서울의 지옥철에서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에 얼굴을 쳐박고 컨텐츠를 소비하고 소화하고 있는게 그걸 증명하고 있다.

그렇지만 창작에 있어서는 스마트폰은 매우 비효율적인 기기이다. 작은 화면도 문제이지만 더 큰 건 창작의 기본 입력 도구인 키보드가 없어서 별도의 키보드가 필요한데 이걸 따로 가져다니는게 또 하나의 부담이 된다 (나는 virtual 키보드는 너무 불편하다고 생각한다). 이메일을 쓰는것도 창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나 같은 경우 왠만큼 급한게 아니라면 스마트폰으로 이메일을 작성하지는 않는다 (물론, 이메일 소비는 엄청 한다). 그리고 스마트폰의 사양이 계속 좋아지고 있고 앞으로 PC의 성능을 따라잡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되지만 현재로써는 Photoshop이나 아주 헤비한 창작 프로그램들을 돌리기에는 많은 무리가 있어서 예술적 창작은 거의 불가능하다. 나도 시도는 해봤지만 절대로 폰을 사용해서 블로깅을 하지는 않는다. 다만, PC에서 작성한 블로그를 폰으로 소비하고 검토 정도는 하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창작이 힘든 건 아니다. 사진 위주로 되어 있는 컨텐츠를 창작해서 올리거나, 아주 짧은 내용의 글을 창작하거나 아니면 동영상 위주의 컨텐츠를 만들어서 올리는 행위는 오히려 스마트폰에서 더 쉽고 간단하게 할 수가 있다. 여기에서 바로 Facebook, Twitter 그리고 YouTube의 모바일 제품으로써의 강점이 여지없이 두각된다. 이 3개의 서비스들은 모바일 환경에서’창작’이 직면한 어려움들을 아주 훌륭히 해소하고 창작과 소비를 동시에 가능케하는 서비스로 발전해서 전세계 모바일 유저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 사진, 동영상 그리고 140자라는 아주 파워풀한 창작 플랫폼을 기반으로. 인스타그램에는 하루에 평균 6,000만 개의 사진이 업로드 되며 Vine을 통해서 트위터에는 하루에 1,200만 개의 동영상이 올라온다고 하니 Facebook과 Twitter는 소비 뿐만이 아니라 창작까지 가능케 하는 full-blown 플랫폼인거 같다.

모바일 서비스를 현재 기획하거나, 개발하거나 아니면 이미 서비스하고 있다면 이 창작과 소비에 대해서 잘 생각해 보길 바란다. 우리 제품이 ‘소비’에 focus를 맞추고 있는지 ‘창작’에 focus를 맞추고 있는지 아니면 두가지를 다 가능케 하는건지에 따라서 여러가지 고민해야하는 점들이 많기 때문이다. 요새는 누구다 다 “mobile first, mobile only”를 외치고 있지만 (실은 나도 얼마전까지는 그랬었다) 솔직히 말해서 모든 서비스들이 모바일을 먼저 하거나 모바일만 할 필요는 없다.

LinkedIn 같은 제품을 생각해 보자. LinkedIn은 아직까지 모바일 환경에서는 강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모바일에서는 대부분의 유저들이 소비만을 하고 있고, 창작을 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프로필을 체크하기 위해서는 링크드인 모바일앱을 사용하지만, 내 이력서를 올린다거나 내 경력에 대한 정보를 입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PC와 같은 큰 기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까지 링크드인 사용자들에게는 이 창작활동이(=자기 이력서를 매력적으로 꾸미기) 더 중요하고 의미있는 용도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이유로 링크드인 실적 보고 내용들을 자세히 보면 ‘모바일’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더 큰 기기에서의 창작활동이 링크드인 비즈니스한테는 더 의미가 있고, 모바일은 현재까지는 단순 소비를 위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이런 류의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다면, 그리고 자원이 한정되어 있다면, 굳이 모바일에 처음부터 무리해서 큰 투자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바일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절대로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엄청나게 중요하다. 앞으로 세상은 모바일로 갈 것이기 때문에 모바일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소비냐 창작이냐 아니면 두개를 다 하냐 또한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하고 여기에 모바일을 절묘하게 잘 부합시켜야 한다.

그렇다고 사진, 동영상 또는 짧은 글 위주의 제품을 만들면 무조건 성공하나? 절대로 그렇지 않다. 이미 이 분야 최고의 강자들인 Facebook, Instagram (=Facebook), Twitter와 YouTube가 너무나 많은 실험과 경험을 통해서 완벽을 향해 빠른 속도로 가고 있기 때문에 왠만큼 잘 만들지 않으면 절대로 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이미지 출처 = http://jydesign.com/hci-design-the-growing-tension-between-consuming-vs-creating>

[生生MBA리포트] 최신 MBA 지원 트렌드 – 줄어드는 에세이

MBA의 길

기고자 소개) 박은정 씨는 와튼스쿨 (Wharton School) 졸업한 후 현재 Top MBA 전문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MBA 지원자들에게 도움을 준 경험을 기반으로 “미국 Top MBA 가는길(매일경제)“를 공저하였으며, 현재 자신만의 노하우와 지식을 바탕으로 최신 MBA 트렌드와 어느 학원에서도 해 주지 않는 진짜 MBA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있습니다.
그녀는 연세대학교 상경계열 졸업 후 삼일회계법인에서 일을 했으며 현재 미국 동부 피츠버그에서 가족들과 함께 거주하고 있습니다. 박은정씨의 글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mbaparkssam@gmail.com으로 연락주세요.
*박은정씨가 운영하는 MBA의 길에 가시면 MBA 관련 더 많은 정보가 있습니다.

MBA 입학 과정에서 대학들이 요구하는 에세이의 트렌드에 분명한 변화가 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왜 일어나고 있으며 지원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제가 지원하던 2006년에는 학교들이 기본적으로 4-5개의 에세이를 요구했고, 그중 하나는 1000단어, 나머지는 500단어 정도의 단어 제한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학교마다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총 2500-3000 단어 정도를 제출해야 했습니다. 반면 올해 미국 학교 중 그렇게 많은 에세이를 물어보는 학교는 거의 없습니다. 단어 수도 많이 줄어들어서 많아야 500단어 하나, 나머지는 250-300 단어정도밖에 안됩니다. 학교들이 요구하는 12포인트 더블 스페이스로 300단어가 고작 반 페이지 가량임을 고려하면, 정말 적은 양입니다. 물어보는 양 뿐 아니라 내용에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골에세이는 기본이고, 여기에 성취, 실패, 강점, 약점, 팀워크나 리더십 등 다양한 면을 물어보는 질문들이 각각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3년전 다든에서 에세이를 단 1개만 물어보기 시작하면서 (그것도 골에세이가 아니었습니다), 이제는 점차 대세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심지어 하버드는 에세이를 단 하나 물어보면서 주제도 자유 주제입니다 – resume나 직장경력, 점수, 추천서에 나와있는 것 말고, 스스로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쓰라는 뜻입니다. 심지어 내용 뿐만 아니라 글자수의 제한도 없습니다. 쓰기 싫으면 안 써도 됩니다.또 한 가지 특징은 이제는 골을 에세이 형식으로 물어보는 학교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몇년 전 다든에서 골에세이를 묻지 않기로 결정하였을 때 즈음, 듀크에서도 커리어골을 에세이 형식이 아니라 짧은 문장 형식으로 application system에 입력하도록 하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컬럼비아는 골을 75캐릭터터로 요약하여 쓰라고 하고 있습니다.

MBA 어드미션에서 이러한 변화가 감지된 것은 금융위기 이후임을 미루어볼 때, 학교들은 점차 구구절절 물어보는 것이 취업 잘 하는 학생을 뽑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쓸데없는 건 물어보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특히 골에 있어서 별다른 설명의 여지를 주지 않는 것을 볼 때 특히 그러합니다. 예전에는 지원자의 경력과 즉각적으로 연결이 되지 않는 골이라도 해도, 골에세이에서 이를 논리적으로 잘 설명하면 받아들여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골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임의적인 판단의 여지를 주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예전에는 과거 경력과의 연결성이 조금 떨어지는 커리어골을 가진 학생도 본인의 노력에 따라 나중에 원하는 골을 잡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졌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글자수를 줄이는 것 또한, 구구절절 길게 들어볼 필요도 없다는 학교들의 의중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의 길이가 현저히 짧아진 (이메일이 중심이다보니) 이런 시대에 짧은 글 속에 핵심을 제대로 담을 줄 아는 능력이 있는지도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에세이 질문 (리더십, 성취, 실패 등)이 해당 지원자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제공하기 보다는 결국 다른 학교에 썼던 에세이를 재활용하는 경우만 많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학교에 쓰지 않았던 고유한 내용을 원하는 학교들이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점차 창의적인 질문들과 형식 (글 뿐 아니라 ppt, 비디오, 그 외 미디어나 그림을 제출해도 좋은 학교도 있습니다등)을 요구합니다. 요즘 탑스쿨들 에세이를 보면 거의 겹치는 질문이 없을 정도입니다.

에세이의 숫자와 절대적인 양은 줄어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들이 에세이를 완전히 없앨 가능성은 낮습니다. 비즈니스 스쿨은 로스쿨이 아니기 때문에 점수와 간판만 좋은 지원자를 뽑을 수는 없고, 지원자가 스스로의 언어로서 공유하는 그의 경험에 대해 들어볼 분명한 필요가 있습니다. 경험 자체도 중요할 수 있지만 지원자가 건전한 상식의 소유자인지, MBA에 대한 그의 기대가 비합리적이지는 않은지, 사회성이나 타인에 대한 배려가 떨어지는 사람은 아닌지 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에세이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커리어를 크게 전환하고자 하는 지원자들 (컨설팅 이외에 관련없는 업종이나 직종으로 변화를 도모하는 경우)에게는 나쁜 소식일 수 있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지원자들에게는 좋은 면도 있습니다. 사실 사회생활 3-5년정도밖에 하지 않은 젊은 지원자가 리더십, 실패, 성공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꼭 들어맞는 에피소드를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내가 가장 자신있고, 할 이야기가 많은 에피소드 하나를 선택하여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와 연결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 5가지의 각자 다른 에세이를 이야기할 때는 4개의 에세이를 잘써도 약한 하나의 에세이가 지원자의 매력을 반감시킬 수도 있었기 때문에 이런 면에서는 좋은 소식입니다. 대신 하나를 쓰되 제대로 잘 쓰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합니다.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무엇인지 미리 결정하고, 핵심과 그를 뒷받침하는 근거를 설득력있게 전달해야 합니다. 다른 학교에서 다룬 에세이를 생각없이 재활용하는 일은 피해야 합니다. ‘성의없는’ 에세이야말로 지원자의 어드미션 확률을 극적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그와 발맞추어 ‘왜 이 학교에 오고 싶은가’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의미있는 이유를 찾는 것이 좋습니다. 학교들이 에세이 수와 글자 수를 대부분 줄이고 있지만, 아직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왜 우리 학교에 오고 싶은가’는 예전과 다름없이 물어보고 있습니다.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이야기해도 이상할 것 없는 뻔한 이유말고, 정말 나에게 의미있는 이유들을 진정성있게 열거해야 합니다.

의사결정도 커뮤니케이션도 빠른 효율성의 시대. MBA 지원 트렌드도 이런 흐름에 발맞추어 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트렌드를 염두에 두시고 성공적인 지원을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