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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artup Bible – 2018 정리

해마다 12월 마지막 주에는 한 해 동안 쓴 글들에 대해 정리를 하는 포스팅을 올리는데, 마침 오늘은 2018년 마지막 날이라서 올해 정리를 해본다.

2018년에 난 104개의 포스팅을 올렸는데, 이는 3.5일에 한 번씩 블로깅을 한 셈이다. 104개의 포스팅을 읽기 위해서 The Startup Bible 블로그를 방문한 분은 총 126,271명이다. 월평균 10,522명이 방문을 한 셈이다.

2018년도에 가장 많이 읽힌 Top 10 글은 다음과 같다:

1/ ICO(Initial Coin Offering)와 코인경제
2017년에도 가장 많이 읽혔던 글인데, 올해도 넘버 원이다. 가상화폐와 ICO에 대한 관심이 많이 떨어지면서 내년에는 반응이 시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올해는 암호화폐와 ICO, 그리고 여기에 올 인했던 분들한테는 정말 견디기 힘든 한 해 였을 것이다.

2/ 한국인들의 7가지 실수
8년이 넘었는데도 꾸준히 읽히는 all-time 베스트/스테디 글이다. 실은 글보다도 댓글들이 더 재미있고 자극적이고, 그냥 쌍욕 하는 댓글도 많은데, 내가 하나씩 답을 달다가, 어느 순간에 그냥 포기했다.

3/ 팀 빌딩과 타이밍
이건 올 초에 올린 글인데, 생각보다 많은 분이 읽었다. 회사를 만드는 사람들과 이 사람들이 만든 회사를 운영하고 키우는 사람들이 다른 경우가 많은 현상에 대한 글이다.

4/ Hustle의 승리
이 글이 많이 읽힌 건 전혀 놀랍지 않다. 이 블로그 자체가 hustle 위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5/ 꾸준함에 대해
누구나 다 삶이나 직장에서 꾸준함을 추구하고 싶어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이다. 그만큼 꾸준하게 뭔가를 한다는 건 어려운 거 같다.

6/ 일을 하는 시스템 만들기
“우리 회사가 단체 해외 워크숍을 가는데, 비행기가 무인도로 추락해서, 여기에 3개월 동안 고립된다면, 우리 회사의 매출과 성장에 얼만큼의 지장이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전혀 지장이 없을 것이다” 라면, 일을 하는 좋은 시스템을 만든 회사에 다니고 있다.

7/ 가상화폐거래소에 투자하는 정부
특별한 내용은 없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도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는 내용.

8/ 좋은 판단의 형성
벤치마크 캐피탈 파트너 빌 걸리의 명언
“올바른 판단은 경험에서 나오고, 경험은 틀린 판단에서 나온다(good judgment comes from experience, which comes from bad judgment).”

9/ 나만의 목표
남들한테 내가 어떻게 보일까에 집중하지 말고, 나만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집중하는 건, 말은 쉽지만, 행동은 정말 어렵다.

10/ 대기업은 호구
스타트업을 골탕 먹이는 대기업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보면, 오히려 대기업은 스타트업의 호구가 될 수 있다.

이상 2018년에 가장 많이 읽힌 글 10개였다. 통계를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나는 작년만큼 꾸준히 질 좋은 글을 썼다고 생각하는데, 블로그 방문객이나 글 조회 수는 거의 반토막이 났다. 뭐, 이게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고, 남들한테 보여주려고 글을 쓰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수치가 이렇게 크게 차이가 난다면, 뭔가 이유가 있을 거 같은데, 한 번 연구를 해봐야겠다.

하여튼, 이 블로그 독자들도 Happy New Year!

메인넷 경쟁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의 아버지 사토시 나카모토의 백서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이 세상에 공개된 지 10년이 지났다. 그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10년 동안 일어난 변화는, 마치 굴뚝 산업 100년 동안 일어난 변화와 맞먹을 정도로 빠르고 극적이었다. 좋은 변화도 있었고, 나쁜 변화도 있었지만.

얼마 전에 TV를 켜놓고, 이메일을 쓰고 있었는데, 다큐멘터리에서는 비트코인이 화폐냐 아니냐의 논쟁이 벌어지고 있었다(또). 내 생각에 이런 이야기는 이제 시대에 뒤떨어지는 논쟁이고,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거 같다. 실은 현실적으로 판단해보면, 화폐로서의 비트코인은 실패한 거 같다. 비트코인 가격이 어느 정도의 안정은 찾았지만, 그래도 화폐를 대체하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너무나 멀다. 내 주변에 그 누구도 비트코인을 화폐로 사용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이런 사실은 실은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 시장에 이제 더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만큼 10년 동안 이 시장은 여러 변화를 거치면서 성숙했고 기술적으로 눈부신 발전을 했기 때문이다.

요새 내가 꽤 관심 두고 보는 분야 중 하나는 메인넷 쪽이다. 사람마다 메인넷을 보고 설명하는 관점은 다르겠지만, 나는 이게 PC나 모바일의 OS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이오스, 카카오의 클레이튼 모두 메인넷이고, 대부분의 암호화폐는 이더리움 기반으로 생성되지만, 결국엔 자체적인 메인넷을 만들어서 생태계를 장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모바일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OS는 애플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이지만, 이 외에도 작은 OS들이 있고, 새로운 OS를 만들고 있는 당찬 창업가들이 있다. PC 생태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행사하는 건 Windows라는 OS를 제공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이다. 모바일 생태계도 마찬가지로 iOS와 안드로이드가 진정한 승자이다. 우리가 아는 엄청난 앱들이 많지만, 실은 이 앱들 모두 iOS와 안드로이드 기반 위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OS야말로 진정한 강자이다. 블록체인 분야에서도 아마도 이 OS를 누가 가져가냐에 따라서 승자와 패자가 명확하게 갈릴 것이고, 이를 위해서 많은 플레이어가 탄탄하고, 유연하고, 호환성이 좋은 메인넷을 개발하고 있다. 코인마켓캡에 보면 현재 2,000개 이상의 암호화폐가 존재하는데, 각각의 토큰/코인을 하나의 앱이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다양한 메인넷이 출시될 것이고, 이 메인넷 위에서 출시되는 코인도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다.

앱스토어 있는 앱 중, 상위 앱을 제외하곤, 대부분 별 볼일 없는 앱이다. 사용자도 별로 없고, 돈도 못 버는데, 이런 앱은 시간이 지나면 망하고 없어지는데 코인도 비슷한 거 같다. 소위 말하는 ‘잡코인’은 허접하게 만든 모바일 앱과 비슷하고, 알아서 없어질 것이다. 최근에 우버가 150조 원 이상으로 IPO를 간다는 소식이 들리는데, 엄청난 숫자다. 하지만, 우버의 이런 가치는 iOS와 안드로이드가 없었다면 만들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이게 OS와 메인넷의 힘인 거 같다. 메인넷을 장악하는 플레이어가 암호화폐/블록체인 생태계를 장악할 것이고,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다.

좋은 대마초

마리화나 시장의 성장이 암호화폐 시장의 성장만큼 재미있고 빠르다는 생각을 요새 하고 있다. 껌 하나로 왕국을 만든 리글리 가문의 William Wrigley Jr. II가 최근에 의료용 마리화나 제조업체 Surterra Wellness라는 회사에 700억 원 규모의 펀딩을 lead 하면서, 이 회사의 의장직을 맡았는데, 껌을 팔면서 갈고 닦은 유통과 브랜딩 경험을 기반으로 회사를 성장시킬 것이라고 했다. 어쩌면 마리화나 맛 껌이 곧 팔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한다.

마리화나(=대마초, cannabis) 시장의 크기에 대해서는 기관마다 발표하는 수치가 아주 다르다. 어떤 시장조사 기관은 2030년까지 80조 원이 넘을 거라고 하고, 어떤 수치는 20조 원 안팎이 될 거라고 하는데, 아마 모두 동의하는 건, 이 시장이 없어지지 않고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거다. 마리화나는 의료용과 레저용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의료용은 미국 30개 주, 레저용은 9개 주에서 합법화되어 있다. 아직 미 연방정부 차원에서는 합법화 전이라서 은행이나 큰 기관은 이 시장에 투자를 자제하고 있지만, 이건 시간 문제 일 거 같다. 특히, 올해 10월 캐나다에서는 대마가 연방정부 차원에서 합법화될 예정이라서, 미국에서 캐나다 시장으로 많은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한다.

나는 이 시장의 전문가도 아니고, 한국은 이 시장 자체가 아직 없기 때문에 경험은 없지만, 많은 VC가 이 시장에 돈을 투자하고 있고, 젊고 똑똑한 창업가들이 다양한 실험을 하는 걸 보면, 꽤 크고 재미있는 시장이 앞으로 형성되지 않겠냐고 생각한다. 대마초에 대해서 알게 된 재미있는 사실은 술이나 담배보다 중독성이 훨씬 떨어진다는 것이다. 미국의 많은 소비자가 술과 마리화나 모두 경험해봤는데, 아주 높은 수의 알코올 유경험자는 반복적으로 술을 먹지만, 마리화나 경험자는 이 반복률이 현저하게 낮다고 한다(마리화나 판매하는 사업자한테는 customer retention rate가 낮기 때문에 좋지 않겠지만…). 또한, 2016년 기반의 데이터에 의하면, 이미 마리화나를 합법화 한 주에서는 주민의 폭음률이 전국 평균보다 9%, 마리화나 비합법화 주보다 11%나 떨어졌다고 한다. 이런 트렌드를 보면, 더 많은 주가 마리화나를 합법화할수록 미국 전역의 폭음률은 떨어질 거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실은, 이런 데이터는 연방정부가 레저용 대마초를 합법화하기 위해서 필요한 좋은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음주는 중독성도 강하고, 이로 인해 인사사고가 해마다 자주 발생하는데, 중독성도 약한 대마초를 통해서 폭음률을 떨어뜨리는 건 왠지 정부가 해야만 하는 일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이 글 초반에서 언급한 리글리 씨의 마리화나 회사 투자도 재밌는데, 얼마 전에 세계 7대 맥주 제조회사 몰슨쿠어스가 캐나다 시장을 대상으로 마리화나 맛의 무알코올 음료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코로나 맥주를 만드는 Constellation사도 얼마 전에 Canopy Growth라는 상장된 캐나다 대마초 제조업체에 4조 원 이상을 추가 투자하면서, 마리화나 맛 음료에 대한 강한 믿음을 발표했다. 이런 시장의 움직임을 보면 앞으로 마리화나 맛 과자, 음료, 스낵 등이 개발되면서 포화한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한국은 아직 멀었다. 별거 아닌 것도 이상할 만큼 규제가 강한데, 마리화나가 한국에서 합법화? 잘 모르겠다.

<이미지 출처 = TechCrunch>

Handshake

Handshake우리가 첫 번째 펀드에서 투자한 미국 회사 중 Purse라는 스타트업이 있는데, 내가 이 회사와 교포 창업가 Andrew Lee에 대한 글을 전에 여기에 올린 적이 있다. Purse는 이미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왔고, 유니콘이 되진 않았지만, 나쁘지 않게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이 회사의 대표 Andrew도 워낙 똑똑한 엔지니어고, 비트코인에 일찍 눈을 떴기 때문에, 암호화폐나 ICO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 생기기 훨씬 전부터 이 분야에서 좋은 네트워크를 만들면서, 재미있는 프로젝트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이 분이 아주 오랫동안 조용히 준비해오던 Handshake 라는 프로젝트의 처음이자 마지막 펀딩이 얼마 전에 마무리됐다. 스트롱도 운 좋게 a16z Crypto, Founders Fund, Polychain, Draper Associates 등의 훌륭한 top VC들과 함께 참여했는데, 자세한 내용은 코인데스크 기사를 읽어보면 된다. Handshake는 일단 좋은 개발자들의 신박한 프로젝트다. 우리 투자사 Purse의 Andrew Lee와 lightning network를 만든 Joseph Poon, 그리고 비트코인 업계에서 유명한 또 다른 교포 Andrew Lee를 주축으로 이 동네에서 개발 좀 한다는 사람들이 좋은 의도로 모였다.

그리고 요즘 좀 질려버린 기존 ICO랑 다른 점이 몇 개 있다. 실은 이 팀은 우리에게 익숙한 기존 ICO 모델을 완전히 엎어버리는 걸 지향하고 있다. 일단 투자할 법인 자체가 없다. 다른 ICO와 같이 토큰을 나눠주기 위한 재단도 필요 없기 때문에, 우리는 Handshake라는 프로토콜에 투자한 것이다. 이번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전체 프로토콜의 7.5%를 구매했고, 앞으로 이 프로토콜은 더이상의 투자를 받지 않을 것이다. 따로 할당해놓은 7.5%는 프로젝트팀에 할당될 것이고, 이 부분이 제일 재미있는데, 나머지 85% 토큰은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공짜로 배포할 예정이다. 이 방법 또한 일반적인 에어드롭과는 상반된다.

이제 시작이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될 진 그 누구도 모르지만, 이 프로젝트와 이 팀한테 우리가 거는 기대는 상당히 크다. 아주 큰 일을 할 수 있는 팀이고, Handshake가 실현된다면 재미있는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 = Handshake 웹사이트>

크립토 웨이브

유니콘 회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내가 자주 강조하는 부분이 몇 개 있다. 일단, 성장하면서 좋은 수치를 만들면 좋은 회사가 되겠지만, 기존 비즈니스 패러다임을 완전히 파괴(=disrupt)하지 못하면 유니콘이 되는 건 쉽지 않다. 이런 면에서 보면 대부분 유니콘 비즈니스가 블랙스완일 확률이 높다. 또 다른 건, 유니콘 중에서도 돋보이게 성장하는, 소위 말하는 데카콘이 – 10조 원 이상 가치 – 되려면, 시대와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기술 분야를 오랫동안 연구했고, 투자를 오래 한 분들의 말을 들어보면, 기존 패러다임을 바꿀 기회가 약 10년마다 한 번씩 오는데, 뒤돌아보면 많은 유니콘은 이런 10년마다 오는 파도를 잘 탔다는 걸 알 수 있다. 1960년대에 반도체가 상용화되기 시작했고, 인텔이 이 시점에 창업됐다.
이후, 반도체가 점점 더 고도화되면서, 이 반도체로 뭘 할 가라는 고민을 많이 하기 시작했는데, 1970년대에 PC의 시대가 열리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오라클과 같은 회사가 이 시기에 탄생했고, 컴퓨터는 반도체의 유용성을 극대화하는 기기였다.
그 결과로, 가정과 회사에서 모두 컴퓨터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컴퓨터가 모두 따로 놀았다. 이 PC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세상이 하기 시작하면서, 80년대에 초기 인터넷이 미국방연구소(DARPA)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 시점에 시스코라는 회사가 만들어졌다. 정확히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는 확실치 않았지만, 시스코는 앞으로 전 세계의 컴퓨터가 네트워크에 연결될 것이라고 믿었고, 이 연결을 위한 척추와도 같은 역할을 하는 스위처와 라우터를 만들기 시작했다.
우리 대부분이 알고 있는 메인스트림 인터넷은 90년대부터 완성되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대표하는 회사인 페이스북, 구글, 그리고 아마존 모두 사람을 연결해주는 이런 인터넷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이 시점에 창업됐다.
10년 후인 2000년대에는 소셜의 시대가 열리면서 다양한 서비스가 탄생했고, 이 중 많은 회사가 유니콘 기업이 되었다.

실은, 2000년 초반부터 많은 사람이 이제 개발될만한 서비스는 다 만들어졌고, 인터넷으로 인한 혁신은 끝났다는 예언을 많이 했다. 하지만, 그때 데스크탑에서 모바일로 패러다임이 옮겨가면서, 다시 한번 엄청난 변화와 혁신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다시 수많은 유니콘이 탄생했고, 현재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이렇게 보면 약 10년마다 오는 큰 파도를 잘 타는 창업가들이 유니콘을 만들 확률이 높은 거 같은데, 이런 관점에서 보면 2020년, 2030년, 그리고 앞으로 미래에 어떤 큰 파도가 올지 잘 예측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한 거 같다. 창업가나 투자자 모두에게.

많은 분이 동의할 거 같은데, 이 새로운 파도는 블록체인과 크립토가 아닐까 싶다(실은, 이 파도가 VR일 것이라는 예측을 많은 시장전문가가 했었는데, 틀렸거나, 아직은 아닌 거 같다). 과거 10년마다 볼 수 있었던 비슷한 현상이 이 분야에서 상당히 뚜렷이 보이는데,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블록체인과 크립토 분야에 종사하는 많은 개발자, 그리고 시간 날 때마다 취미로 뭔가를 이 분야에서 자발적으로 만들고, 시작하고 있는 일반인들이다. 인터넷 혁명이 시작했을 때의 분위기와 유사한 점이 너무 많은 거 같다.

얼마 전에 내가 지인들과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앞으로 블록체인/크립토 분야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지금까지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진짜 좋은 회사들이 많이 탄생할 거라고 했다. 대부분 동의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는데 – 이렇게 대부분 사람이 틀렸다고 하는 이 성질 자체도 유니콘의 특성이라고 생각한다 – 특히 이 분야에서 최근 많이 발생하는 사기, 해킹, 투기, 도덕의 부재를 지적하면서, 이렇게 시장이 아사리판인데 무슨 긍정적인 혁신과 변화를 기대할 수 있겠냐라는 이야기를 했다.

실은, 이분들의 말이 맞긴 맞다. 내가 봐도 참 민망할 정도로 이 시장은 FUD(=Fear, Uncertainty, Doubt)로 가득 차 있어서 혁신이라기보단 혼돈이 지배하고 있는 거 같다. 하지만, 과거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시장이 생길 때마다 우린 이와 비슷한 과정을 반복하고 경험하는 거 같다. 이런 분들한테 내가 말씀드리는 일화가 있는데, 바로 Pets.com 이야기다. 반려동물 제품을 판매하는 Pets.com은 1999년 2월에 창업됐는데, 정확히 1년 뒤인 2000년 2월에 상장했다. 3,0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받은 이 스타트업의 매출은 60억 원, 손실은 700억 원이었고, 상장한 지 10개월 만에 파산했다. 실은, Pets.com은 당시 시장의 FUD와 FOMO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였고, 이와 비슷하게 망한 스타트업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이런 난리를 겪으면서 투자자들의 돈 수조 원이 증발하고, 전 세계 경기는 여러 번 붕괴할 뻔했지만,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시장은 더 탄탄하고 건강해졌다.

블록체인과 크립토 시장도 이와 크게 다르진 않을 거 같다. 지금은 혼란스럽지만, 결국 사기꾼들은 추방될 것이고, 시장은 건강해질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