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tcoin

실수하지 않는 삶

얼마 전에 뉴욕의 큰 헤지펀드 회사에서 근무하는 친구랑 잠깐 통화 하다가 암호화 화폐 이야기로 대화가 흘렀다. 아직 큰 기관들은 비트코인이나 다른 코인에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하지 않고 있지만, 모두 다 이 분야를 예의주시하고 있고, 규제와 법이 조금 제도화되고, 정부의 정책이 구체화되면 꽤 큰 기관들의 돈이 암호화 화폐 시장에 투자될 거라는 이야기를 이 친구가 해줬다. 그래서 나는 이 친구한테 그러면 남들이 다 기다리고 있을 때 너희 회사에서 먼저 대량 투자하면 남들보다 훨씬 더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지 않냐고 물어봤다.

이 친구는 그렇게도 할 수 있고, 잘 되면 좋지만, 잘 안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굳이 본인이 그런 리스크를 질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리고 이런 큰 조직에서 잘 살아남고, 승진하기 위해서는 홈런을 치기보다는 그냥 삼진 아웃만 안 되면 된다고 하면서, 본인의 생존 전략은 잘 하는 거 보다는 실수만 안 하는 거라고 했다. 어차피 자기 회사도 아니고, 월급 받는데, 잘 하면 회사 오너가 부자 되는 거고, 못 하면 본인이 욕먹거나 짤리니까, 그냥 튀는 행동 하지 않고, 적당히 눈치 보면서, 실수만 안 하면서 회사 생활하다가 적당한 시기에 다른 회사로 더 높은 연봉 받고 이직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거 같다.

뭐, 남의 회사 생활과 생각에 대해서 내가 왈가왈부할 수도 없고, 하기도 싫다. 그리고 나도 월급쟁이 생활을 하면 어쩌면 이런 생각을 하고, 이렇게 직장 생활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래도 나는 짧은 시간 동안 직장 생활을 했지만, 이런 태도를 갖고 일하진 않았다. 마치 내 회사라고 생각하면서, 조용히 실수하지 않으면서 살기보다는, 가능하면 홈런을 칠 방법을 찾으면서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다. 실은 위에서 말한 내 친구의 생각과 태도에서 나는 왜 오너와 월급쟁이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하는지,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한국 공무원들이 모두 이런 태도로 일하니까, 제대로 진행되는 일이 없다는 생각도 해봤다.

VC에도 이런 게 적용될까? 어떤 VC는 투자금 손실을 최소화하는 전략으로 투자를 하고, 어떤 VC는 손실은 당연히 발생하니, 모든 손실을 커버할 수 있는 홈런의 확률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투자를 한다. 맞고 틀린 건 없지만, 내 경험에 의하면, 실수하지 않고 손실을 최소화하는 전략은 VC 투자랑 잘 맞지 않는 거 같다. 오히려 PE나 전통적인 주식 투자에 맞는 전략이 아닐까 싶다. 이래서 그런지 대부분의 성공한 VC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성공한 투자사보다는 실패한 투자사가 수적으로 훨씬 많다. 하지만, 잘 된 회사들의 성공 배수가 어마무시하기 때문에 다수의 실패한 투자사의 손실은 재무제표에서는 소수점으로 보인다.

인생에도 이런 원칙이 적용되는 거 같다. 그냥 실수하지 않고 사는 사람은 대부분 뭔가 새로운 걸 잘 시도하지 않지만, 항상 새로운 걸 시도하는 사람들은 많이 실수한다. 하지만, 운이 따르면 엄청나게 성공하는 것도 이런 실수를 많이 하는 사람들이다.

신세계

1999년, 나는 실리콘밸리의 중심에 있는 스탠포드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당시엔 몰랐지만, 몇 년 후에 1999년~2000년을 뒤돌아봤을 때, 인터넷 태동기에는 엄청난 기회가 있었고, 이를 포착한 사람들은 일생일대의 부를 축적했고, 이보다 더 의미 있는, 세상을 바꾼 혁신을 일으켰다. 후회되지만, 나는 변화의 중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회를 제대로 보지 못 했고, 기회를 실행으로 옮기지 못했다. 1999년은 인터넷이 이제 메인스트림으로 자리 잡을 때인데, 당시에는 명확한 정보의 격차(=digital divide)가 존재했다. 즉, 세상은 ‘인터넷을 아는 사람’과 ‘인터넷을 모르는 사람’으로 나뉘었다. 인터넷을 모르는 사람은 이거는 나랑은 전혀 상관없고, 내 인생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니까 그냥 신경 쓰지 말자 하면서 평소 하던 대로 살았다. 절대다수가 속했던 이쪽 사람들은 인터넷이 가져올 미래를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인터넷을 아는 사람은, 구체적으로 삶이 어떻게 바뀔지는 몰랐지만, 뭔가 엄청난 변화가 오고 있다는 것을 감지했고, 계속 관심을 가졌다. 이들은 눈과 귀, 그리고 마음을 열어놓고, 꾸준히 공부하면서 업계 종사자들과의 관계를 만들어갔다. 이렇게 하면서, 인터넷 혁명이라는 파도를 가장 앞에서 탈 수 있었고, 이들은 인터넷을 모르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멀리 갔다. 상상하지 못할 속도로 전진하면서 엄청난 부를 창출했고, 세상을 바꾸는 움직임에 크게 기여했다. 나도 가끔 후회한다. 변화의 중심에, 아주 적절한 시기에 있었는데, 왜 조금 더 과감하게 실행하지 못했는지.

2018년 현재, 왠지 모르게 1999년과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감지하고 있다. 이번에는 ‘가상화폐(토큰)’와 ‘블록체인’ 이다. 세상은 ‘가상화폐(토큰)/블록체인을 아는 사람’과 ‘가상화폐/블록체인을 모르는 사람’으로 나뉘는 거 같다. 인터넷이 메인스트림으로 들어오기 전에 보이던 정보의 격차가 이 시장에도 확연하게 보인다. 다만, 이번에는 모르는 사람들이 그냥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가상화폐를 혐오하고 있는 수준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이 정보의 격차는 더욱더 큰 거 같다. 얼마 전의 JTBC 비트코인 토론 이후, 내 소셜 타임라인은 비트코인이 가상화폐냐 아니냐에 대한 지인들의 의견과 포스팅으로 도배가 되고 있고, 유시민이 맞냐 김진화가 맞냐에 대한 영양가 없는 분석을 너도나도 한마디씩 하고 있다(솔직히 나는 이 토론 보다가 양쪽 다 짜증 나서 중간에 TV 꺼버렸다).

이렇게 비전문가들이 너도나도 비트코인이 화폐냐 아니냐에 대해서 논쟁을 벌이는 거 자체가 완전 시간 낭비인 거 같다. 실은, 이 분야에 대해서는 모두가 현재는 비전문가일 수밖에 없다. 비트코인이 어떻게 될지, 이게 사기인지, 혁명인지, 그리고 이로 인해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는 그 누구도 모르기 때문이다. 실은 99년도에도 인터넷이 세상을 바꾸냐, 그냥 이러다 마냐에 대한 끝없는 논쟁이 있었다. 그 이전으로 돌아가면 PC가 세상을 바꾸냐, 그냥 비싼 장난감이냐에 대한 끝없는 논쟁이 있던 것처럼.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어쩌면 큰 변화를 가져올지도 모르는 이런 새로운 것에 관해 관심을 두면서 계속 공부하고, 이로 인해 어떤 신세계가 올지에 대한 상상을 계속 한 사람들이, 정말로 큰 변화가 왔을 때 돈도 많이 벌고, 혁신을 주도했다. 비트코인이 화폐가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실은 개인적으로는 화폐가 될 가능성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떻게 될진 아무도 모른다. 또한, 비트코인이 실패한 실험으로 끝나더라도, 여기서 파생된 다른 토큰이나 블록체인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이 모든 게 수년 후에 “두려움, 불확실성, 의구심 때문에 발생한 그런 멍청한 사기가 있었지”라면서 회상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비트코인이 가져올 수 있는 신세계에 대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이미 비트코인/블록체인 개발자 네트워크는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과거에 비해 엄청난 속도로 다양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규제 때문에 이런 실험조차 못 하고 있고, 유능한 인재들은 이제 한국을 떠나 스위스나 에스토니아 같은 곳으로 나가고 있는데, 이건 그 누구도 바라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은, 내 주변에는 비트코인을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조금 더 확대해서 생각해보면, 우리같이 비트코인을 아는 사람들은 전 세계 인구의 극소수일 것이다. 인터넷을 아는 사람들이 그랬듯이, 이렇게 일방적인 정보의 비대칭 우위를 가진 사람들이 혁신을 일으키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트코인을 책으로만 배운 사람들이 비트코인이 화폐냐 아니냐를 논쟁하고 있을 때, 우리 같은 사람들은 더 파고 들어가야 한다. 화폐가 되면 화폐인 거고, 아니면 아닌 거다. 그런데 이건 그렇게 중요하진 않다. 이로 인해 펼쳐질 신세계를 상상하고, 그려보고, 준비하는 게 더 생산적이지 않을까 싶다.

가상화폐거래소에 투자하는 정부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좀 너무한 거 같아서 몇 마디 적어야겠다. ‘투기 잡겠다더니…정부, 가상화폐 거래소에 수백억 투자’라는 기사가 내 탐라에 떠서 한 번 봤다. 이 기사를 그대로 요약하자면, 중기부, 연기금, 그리고 금융기관이 한국의 다양한 가상화폐 거래소에 수백억 원의 자금을 투자했고, 논란이 계속되자 홍종학 중기벤처부 장관은 “거래소의 불법적 행위가 적발되면 즉시 투자금을 회수하겠다”고 밝혔다는 내용이다.

벤처투자와 펀드의 구조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 이건 대한민국 사람의 95% 이상 – 이 기사를 읽으면 정말로 정부는 몹시 나쁘고, 이게 무슨 나라냐는 생각까지 할 것이다. 나도 몰랐다면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이 분야를 잘 아는 사람으로서, 앞뒤 내용 다 자르고, 이런 식으로 기사를 쓰고, 제목을 이렇게 정한 거에 대해서는 화가 난다. 아마도 이 기사를 쓴 기자도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그냥 대충 썼다고 믿고 싶다.

여기서 자세히 설명할 수도 없고, 설명하기도 싫지만, 간략하게 말하자면, 한국에는 백개 이상의 창투사(VC)가 있고, 이 중 절반 이상이 정부의 모태펀드를 받는 거로 알고 있다. 국민의 세금이 이렇게 다양한 펀드에 출자가 되면, 이 돈을 받은 창투사는 그동안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매해 1,000개 이상의 벤처기업에 투자한다. 게임, 이커머스, 핀테크, 바이오, 제조 등 너무나 다양한 분야의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이 중 가상화폐 관련 회사도 있을 것이다.

우리도 중기부의 모태펀드를 받았지만, 이는 우리 전체 펀드의 일부이며, 정부의 돈이 일부인 우리 펀드의 매우 작은 일부를 국내 최초의 가상화폐거래소 코빗에 투자했다. 다른 가상화폐 거래소에 들어간 정부의 돈도 같은 식으로 투자가 된 것이다. 이는 벤처펀드의 너무나 정상적이고 일반적인 방법으로 투자가 집행된 것인데, 이런 펀드의 구조와 투자 방법이 자세히 설명되지 않고, 단순하게 “세금 수백억 원을 정부가 벤처캐피털 펀드를 통해 가상화폐 거래소에 투자했다”라는 식으로 기사가 쓰였으니, 좀 황당하다. 이건 마치 내가 나이키에서 운동화를 구매했는데, 알고 보니 이 운동화가 미취학 아동을 불법 고용하는 동남아의 공장에서 제조돼서, 내가 미취학 아동 불법 고용을 장려했다고 하는 거와 비슷하다. 그리고 실은 이 구조와 내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야 하는 홍종학 장관이 뭔가 잘못되면 투자금을 즉시 회수하겠다고 하신 것도 좀 성급했다고 생각한다.

내용을 잘 알면서도 기자들이 일부러 이렇게 기사를 쓰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몰라서 이렇게 쓰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두 경우 다 문제가 심각한 거 같다. 이러니까, 그냥 영어공부 열심히 해서 한국 관련 기사도 해외언론을 통해 보는 사람이 내 주변에 많은 거 같다.

지하경제의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대중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사건 중 하나가 2013년 FBI가 불법 마켓플레이스 Silk Road를 검거한 것이다. 지하경제에서 불법거래를 위해 비트코인이 사용된다는 보도가 나가면서 이 기술과 가상화폐에 대해서 일반인들도 관심을 두게 되었는데, 비트코인 외에 다양한 가상화폐가 생기면서, 이제는 범죄자들이 비트코인 보다는 다른 알트코인을 선호한다는 기사를 최근에 읽었다.

많은 분이 비트코인의 거래 내역은 추적이 불가능하다고 알고 있는데, 엄밀히 따져보면, 어느 정도 추적은 가능하다. 일단 어떤 주소에서 거래가 시작되고, 어디로 가는지, 그 거래 자체는 블록체인에 다 기록되기 때문에, 이걸 잘 활용해서 특정 주소들을 유심히 관찰하다 보면 자금 흐름의 패턴을 볼 수 있고, 운 좋으면 범죄자를 검거할 수도 있다. 더 쉬운 예를 들자면, 내가 어떤 이커머스 사이트에서 물건을 주문하면, 그 가게의 주소와 내가 물건을 받을 주소는 블록체인에 공개가 되지만, 물건을 받는 주소에 사는 사람의 이름은 모르는 것이다.

비트코인의 이러한 취약점? 때문에 모네로나 Zcash를 지하경제에서 선호한다고 한다. 모네로(XMR)는 ring signature라는 기술을 이용해서, 보내고 받는 사람들의 주소를 혼합해서 암호화하기 때문에, 실제로 보내고 받는 주소를 파악하기 힘들다. Zcash(ZEC)도 주소를 암호화하기 때문에 주소를 파악하기 힘들다. 물론, 모네로나 지캐시의 개발자들이 의도적으로 범죄를 위한 화폐를 개발하기 시작한 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인 프라이버시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뭘 구매했는지 굳이 다른 사람한테 공개하기를 싫어하는데, 이런 프라이버시를 위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실은, 앞으로 블록체인 기술이 더 발전하고, 더 좋은 기술이 적용된 가상화폐가 생길수록, 지하경제에서 활동하는 범죄자들의 가상화폐 선택의 폭은 넓어질 것이다. 이걸 어떻게 효과적으로 방지할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전체 가상화폐 시장의 극소수인 지하경제의 부정적인 면만을 보고 가상화폐 거래를 전면금지 하는 건 어리석다(금지할 수도 없다). 이건 마치 범죄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고 선호하는 게 현금거래라고 해서, 현금거래를 전면금지 하는 거와 비슷하다.

시대를 앞서가기

dorm mining equipment얼마 전에 재미있는 기사를 읽었다. 미국의 대학생들이 기숙사에서 가상화폐를 채굴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수익성이 높은 채굴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값싼 전기와 값싼 하드웨어인데, 이게 가능한 나라가 중국이기 때문에, 채굴 시장은 중국이 압도적으로 점유하고 있다. 특히 비트코인의 경우, 비트코인 채굴을 위해 설계된 전용 ASIC 하드웨어가 필요한데, ASIC은 상당히 비싸고 전기도 많이 사용한다. 그래서 다른 나라보다 전기와 하드웨어가 저렴한 중국에서 비트코인이 많이 채굴되고 있다. 전기세가 비싼 곳에서 비트코인을 채굴하면, 채굴한 비트코인의 가치보다 전기 비용이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이더와 같은 가상화폐 채굴용 전용 ASIC은 아직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더의 경우 그냥 일반 PC로 채굴이 가능하다(기본 CPU가 아니라 성능이 더 좋고 비싼 GPU가 필요하긴 하다). 전기료도 그만큼 저렴하다. 이러한 이유로 MIT와 같은 미국 대학교 기숙사에서 학생들이 이더나 다른 알트코인을 채굴하고 있다고 한다. 일단 비싼 하드웨어가 필요 없고, 전기세도 학교가 부담하기 때문이다. 또한, 대학교 기숙사의 경우, (현재로써는)전기나 수도세는 등록금과 기숙사비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점을 잘 활용해서 첨단 기술을 공부하고, 돈과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호기심이 동기가 되어, 전 세계 학생들이 요새 기숙사에서 24시간 PC와 GPU를 돌리고 있다고 한다. 참고로, 대학교 기숙사의 전기세는 각 방 단위로 요금이 부과되지 않고, 전체 기숙사 단위로 요금이 부과되고, 아직 비정상적인 전기사용은 파악되지 않아서 학교 측에서는 이에 대해서 지적한 사례는 없다고 한다.

이런 사태를 보면, 많은 사람은 열심히 공부해서, 비싼 등록금 내고, 좋은 학교 가서 정신 나간 짓 하고 있다고 욕할 것이다. 학생들이 너무 어린 나이에 일확천금을 노리면 돈의 노예가 될 것이고, 이런 학생은 나중에 졸업하면 인생의 낙오자가 될 것이라고 손가락질할 것이다. 나도 처음에는 이와 비슷한 생각을 했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기숙사에서 열심히 채굴하는 학생들은 졸업 후 새로운 기술로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게 크게 기여할, 만반의 준비가 된, 중요한 인재가 될 확률이 높다. 20대 초반의 나이에 이들은 이미 가상화폐와 암호화 전문가가 되어 있다. 대부분의 학생 채굴자들은 기숙사에서의 채굴 경험으로 인해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기술에 대해 수업보다 더 많은 지식을 얻었다고 한다. 물론, 이 중 소수는 상당히 많은 돈을 벌기도 했다. 분명한 거는, 기숙사에서 소소하게 가상화폐를 채굴하는 게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이들은 시대를 앞서가는 고속차선을 탄 것임은 틀림없다.

나는 이 기사를 읽으면서 작년에 읽은 책 ‘플레이‘가 생각났다. 지역도 다르고, 시대도 다르고, 기술도 다르지만, 당시 대학원생들이 연구실과 기숙사에서 공부는 안 하고 게임에 미쳐있을 때, 주변 사람들이 분명히 손가락질하면서 욕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한국의 온라인 게임 산업을 만들었고, 한국이 전 세계에서 1등 하는 몇 안 되는 분야를 무에서 만든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시대를 앞서가는 인재들이었다.

2018년 1월, 우리는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한국이 최단 기간에 글로벌 1등이 된 가상화폐 산업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고 전면 규제할 것인가, 아니면 큰 혁신이 일어나기 전에 흔히 볼 수 있는 혼돈으로 간주하고 현명하게 규제하고 대처할 것인가. 간단하지도 않은 이슈이고, 그 결정은 더욱더 간단하지 않은 후속 결과를 낳을 것이다. 잘 판단하길 바란다.

<이미지 출처 = Steem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