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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의 해 2022년

작년 12월에 The New Consumer의 “Consumer Trends 2022 Report“라는 보고서를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다(USV Fred Wilson의 블로그를 통해서 알게 된 보고서이다). 유료 구독 서비스지만, 이 보고서는 회원 가입만 하면 무료로 볼 수 있는데, 분야와는 상관없이 사업을 하시는 분이라면 모두 다 완독하는 걸 강력하게 추천한다.

이 자료에는 좋은 내용이 상당히 많다. 핵심을 요약하자면, 현재 10세~40세인 MZ 세대가 이제 미국 인구의 거의 절반인 40%를 차지하는데, 이들이 이제 왕성한 소비를 할 시점이 도래했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앞으로 분야를 막론하고, 모든 비즈니스는 MZ 세대의 취향에 맞춰서, 그리고 그들의 가치를 반영해서 전략과 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이를 위한 다양한 설문 조사 결과가 정리되어 있다.

내가 가장 공감했던 몇 가지 핵심 내용만 정리해보면,

1/ 2020년은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모두 쇼크를 받은 한 해, 2021년은 이 상황에 적응을 한 해, 그리고 2022년은 새로운 기회의 해.

2/ ESG와도 긴밀한 상관관계가 있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 대중이 생각하는 만큼 MZ 세대에게 대세는 아니다. 젊은 세대가 환경 이슈에 민감하지만, 아직은 지속 가능하지 않지만, 가격이 저렴한 물건을 선호한다. 하지만, 지속가능성은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3/ 350조 원 이상의 상거래가 최근 2년 동안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했고, 앞으로도 전자상거래는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또한, 미국의 MZ 세대도 앞으로 청과물이나 육류와 같은 fresh grocery도 온라인으로 해결할 것이다.

4/ 팬데믹 때문에 헬스장이 문 닫았고, 홈트레이닝과 펠로톤 같은 기구 시장이 성장했지만, 역시 피트니스는 오프라인 경험이 적절히 혼합되어야 한다. 피트니스의 미래는 온, 오프라인의 hybrid 형태가 될 것이다.

5/ 모두가 우려하는 인플레이션은 이미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설문 조사한 모든 미국인은 물건의 가격이 올랐다고 했다.

6/ MZ 세대는 암호화폐를 현금과 같이 생각한다. 설문 조사한 MZ 세대의 21%가 작년에 이더리움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이는 13%인 비트코인의 거의 두 배인데, 아마도 NFT 구매를 위해서 이더리움을 구매한 듯). 어쨌든, 디지털 자산은 이미 메인스트림으로 들어왔고, 이 변화는 더욱더 가속화될 것이다.

솔직히 이 6가지 포인트가 엄청나게 쇼킹한 건 아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정리가 된 걸 보면, 진짜로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실감 난다.

나는 이 중 첫 번째 내용이 가장 와닿는다. 2020년은 그 누구도 예상 못 했던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전 세계는 쇼크에 빠졌다. 아무것도 못 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하지만, 2021년에 이제 천천히 정신을 차리면서 백신도 개발했고, 이 지긋지긋한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는 삶에 적응하는 방법을 우린 배운 것 같다. 2022년은 이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하는 한 해라는 생각에 100% 동의한다. 이미 우린 2년 동안의 연습 시간을 가졌고, 이제 이 연습을 통한 배움을 기회로 바꿔야 하는 시점이 2022년이다.

내년에도 코로나 때문에 사업이 힘들다고 하는 분들은 – 그리고, 이런 말 해서 미안하다 – 그냥 사업 접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제 이건 변명이 될 것이고, 누군가는 변명하는 동안 민첩하고 똑똑한 창업가들이 기회를 모두 독점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릿(gr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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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전에 우리 투자사 율립의 새로운 립스틱과 립밤을 받았다. 프리오더는 그 전에 했고, 실제 생산하기까진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잘 해결해서 무사히 나 같은 고객에게 배송됐다. 얼마 전에 내가 율립 2.0 이라는 글에서 이 제품의 탄생 배경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을 했다. 원혜성 대표님을 나는 수년 전부터 알았고, 사업 시작 초반부터 율립을 봤었고, 이번 제품이 얼마나 힘들게 탄생했는지 잘 알기 때문에, 내가 주 고객은 아니지만, 실제 물건을 받아보니 감동이었다.

일단, 이렇게 제품 하나씩 개별 포장되어 배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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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분해 케이스의 형상은 지구와 생명을 상징하는 씨앗에서 영감을 얻었는데, 소셜 미디어에선 로켓과 비슷하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고 있다. 겉 포장지를 벗기고 보니 정말 우주로 날아가면서 케이스가 하나씩 분리되는 로켓과도 비슷하다.

실은 이 포장에도 정말로 많은 고민과 생각이 담겨있다. 잘 보면, 그 어떤 접착제나 테이프 없이 그냥 종이 자체로만 립스틱을 보호하는 포장인데, 율립 팀은 그만큼 환경을 생각하면서 이런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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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는 생분해 소재로 만들었다. 분해 되려면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지구에 영원히 남지 않고 서서히 분해돼서 언젠가는 완전히 없어지는 지속 가능한 소재이다. 생분해 소재로 만들었기 때문에 강렬한 색을 표현하는 게 힘들었지만, 최선을 다해서 earth friendly한 파스텔 톤의 케이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립스틱을 다 사용하면, 심지만 빼서 버리면 된다. 리필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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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는 스타트업이라서 여러 가지 부분에서 어느 정도의 타협과 절충이 필요했지만, 지속가능성과 ESG에 대해선 율립 팀원분들이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으면서 영혼을 갈아넣어 만드는 걸 옆에서 내가 직접 봤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정말 많은 응원과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이미 소셜미디어에선 아주 긍정적인 반응들이 올라오고 있고, 재활용, 비건, 지속가능성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하는 다른 회사의 제품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립스틱이라는 칭찬을 받고 있는걸 보면, 율립 팀의 노력과 그릿(grit)이 헛되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주문해서 직접 사용해 보고, 공존하는 아름다움을 경험하시길.

미래 창조

얼마 전에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17년 동안 고수했던 Facebook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사명을 Meta로 바꿨다. 구글이 몇 년 전에 모기업을 Alphabet, Inc.로 바꾸고, 모든 제품과 법인을 알파벳이라는 지주회사 밑으로 붙였는데, 동일한 방법으로 Meta라는 지주회사를 만들고 이 밑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오큘러스 등의 자회사를 소유하는 방법이다.

Meta를 Social Technology Company라고 설명한 걸 보면, 솔직히 그냥 페이스북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은 것 같지만, 거의 1,000조 시총의 기업이 이런 큰 변화를 시도하는 건 시사하는 바가 꽤 크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일단 시장의 반응을 보면, 역시 다양한 의견과 이론이 존재한다.

부정적인 의견은 우리가 모두 잘 아는 그런 내용이다. 프라이버시 침해, 의도한, 그리고 의도하지 않은 다양한 여론 조작과 데이터 가공 등의 의혹을 받는 페이스북이 그냥 법의 망을 최대한 피하고, 사회의 비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껍데기만 바꾼 것이고, 결국엔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개수작이라는 의견들이 웹에 난무하고 있다. 이름만 바꿨고, 마크 저커버그는 앞으로도 계속 부도덕한 일을 페이스북이 아닌, 더 큰 Meta라는 애매모호한 법인에서 할 것이라는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

하지만, 이걸 또 매우 긍정적으로 보는 분들도 많다. 페이스북이 지금까지 했던 많은 일이 미래가 오는걸 기다린 게 아니라, 직접 미래를 만든 것이기 때문에, 이렇게 메타버스에 모든 걸 올인 한다는 건 역시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직접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Facebook이 Web 2.0을 만들었다는데 많은 분이 동의하리라 생각한다. 엄청난 투자를 하고, 좋은 인재를 채용해서, Web 2.0을 만들었고, 이로 인해 매우 큰 시장과 산업들이 만들어졌다. Meta를 통해서 이젠 Web 3.0을 위한 인프라를 직접 만들겠다는 의도로 해석을 해보면, 역시 저커버그만이 할 수 있는 그런 대담한 시도라는 면에서는 칭찬할 만하다.

나는 솔직히 아직도 메타버스가 정확히 뭔지 잘 모르겠다. 누구나 다 말하고, 누구나 다 너무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 누구도 정확히 이게 뭔지 모르는, 그런 전형적인 예가 이 메타버스가 아닐까 생각한다. 좀 old school이라서 그런지, 메타버스라고 하면 ‘트론’이라는 영화가 계속 생각나는데, 난 게임 세상 속에서 살고 싶진 않다.

그런데도, Meta에 대해선 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욕을 엄청 먹고 있긴 하지만, 어쨌든 페이스북은 Web 2.0을 만든 회사이고, Web 3.0의 헤게모니를 확실히 장악하기 위해서, 사명까지 변경하면서 대단한 의지와 투자를 보이고 있다. 물론, 메타버스라는게 실현되지 않고, 완전히 망할 수도 있지만, 이런 새로운 분야는 주로 몇몇 앞서가는 기업의 선행 투자가 충분히 투입되면, 관심이 생기고, 돈과 관심이 있는 곳에 좋은 인재들이 모이게 된다. 그러면, 분명히 메타버스를 잘 모르고, 이걸 잘 믿지 않았던 분들도, “혹시나?” , “우리만 뒤처지는 거 아냐?”라는 의심과 두려움 때문에 관심을 두게 되고 이 관심은 자연스럽게 다시 투자로 이어진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정말로 새로운 미래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이 Meta.com이라고 본다.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리고 엄청난 돈과 시간이 낭비된 후에 실현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미래가 오길 기다리기보단, 미래를 스스로 만들겠다는 Meta의 의지만은 응원해주고 싶다.

호기심, 기술, 그리고 발전

날이 갈수록 정신없고, 복잡해지는 이 세상에서 나는 가끔 스스로 이 질문을 한다. “기술의 진보로 인해서 인류가 정말로 발전하고 있긴 한 건가?”

기술에 투자하고,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창업가들에게 투자하는 사람으로서 “YES”라는 답을 바로 해야 할 것 같지만, 오히려 더 곰곰이 생각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질문이다. 가끔, 나 또한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우리의 삶이 더 복잡해져서 삶의 질 자체가 떨어졌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메일도 없고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결론은 기술로 인해서 인류가 발전했고,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눈부신 기술의 발전의 시작은 호기심이라고들 한다. “왜 이게 안 될까?” , “왜 항상 우린 이런 방식으로 일을 해야 할까. 다른 방법은 없을까?” 뭐 이런 종류의 질문으로 시작한 호기심으로 인해 다양한 고민과 연구가 시작되고, 이런 고민과 연구가 엄청난 기술과 비즈니스가 되면서, 이로 인해 세상이 더 좋은 곳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데에는 나도 동의한다. 대부분의 창업 동기, 그리고 창업가와 일반인들을 구분하는 큰 특징 중 하나가 이 호기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호기심이 비즈니스가 되어 인류의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선, 기술이 필수라고 생각해서, 반대로 기술이 없다면, 호기심 자체가 생기기 어렵다는 생각도 요샌 하고 있다. 얼마 전에 내가 이런 기사를 읽었는데, 매우 흥미롭게 봤다. Biological reprogramming이라는 시도를 하는 스타트업에 대한 기사인데, 생명공학을 이용해서 사람의 세포를 프로그래밍하고 수정해서 수명을 연장하는, 마치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나올법한 그런 일을 하는 회사에 대한 내용이다. 그런데 이 회사의 창업가들이 세포를 새로 프로그래밍해서 인간의 수명을 무한연장시킬 수 없겠냐는 호기심을 갖게 된 동기는 바로 이걸 가능케 하는 기술이 어느 정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과거에 공상과학소설 작가들도 호기심과 상상력이 있었지만, 이런 시도를 실제로 하지 못하고 글로만 표현했던 이유는 당시엔 기술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젠 정말 호기심과 상상력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시도를 할 수 있는데, 그 정도로 기술이 뒷받침해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기술이 계속 발전하면서, 우리가 그동안 상상만 해왔던 미래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호기심이 계속 생길 것이고, 호기심과 기술이 서로에게 플라이휠 같은 영향을 미치면서 계속 인류는 발전하리라 생각한다.

율립 2.0

yulip website

이미지 출처: 율립 웹사이트

클린 뷰티를 지향하는 우리 투자사 율립에 대해서는 내가 전에 여러 번 이 블로그에서 언급한 적이 있다. 실은 우리가 투자하기 전부터 이 회사와 팀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하고자 하는 비전에 많은 공감을 했는데, 원혜성 대표님이 아주 오랫동안 준비한 야심 찬 프로젝트가 곧 launch하고, 이번에도 이 내용을 공유하고 싶다. 솔직히, 우리 투자사라서 홍보 차원의 글이기도 하지만, 심각한 환경 위기에 직면한 지구를 조금이라도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영감을 줄 수 있는 좋은 프로젝트이자 제품이라고 믿고 있다.

율립(YULIP)이라는 회사와 제품의 이름부터 자세히 보자. ‘율립’ 사명은 창업자 원혜성 대표님의 딸 율희와 립스틱을 합성한 말이다. 그만큼 이 회사의 이름에도 엄청난 고민과 철학이 담겨 있다. 2017년도에 창업된 율립은 “립스틱을 다시 생각하다”라는 슬로건으로 립스틱에 들어간 유해성분을 없애고, 인체에 무해하고 환경에도 무해한 레시피로 판매가 시작됐다. 말은 좀 거창하긴 하지만, 내가 아는 그 어떤 클린 뷰티 회사보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고, 수년 동안 내가 옆에서 이걸 지켜봤기 때문에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노력을 해도 충분하진 않았다. 일반 화장품, 특히 립 제품의 경우 재활용되지 못하면 소각되거나 매립되는데, 이렇게 되면 절대로 썩지도 않고 미세 플라스틱을 재생산하면서 환경에 심각한 타격을 입힌다. “이 작은 립스틱이?”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지만, 상상도 못 할 정도로 많은 립스틱이 해마다 버려진다. 내가 살면서 사용하고 버린 립스틱이 내가 죽은 뒤에도 지구상에 아주 오랫동안 남아 있으면, 이건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탄생한 게 율립 2.0이다. 지구에 영원히 남지 않고 서서히 분해되는 생분해 소재로 만든 케이스와 지속가능한 립스틱 심지가 율립 2.0의 핵심 포인트인데, 지금 율립 웹사이트에서 미리 알림 신청하면, 제품 판매 시작하면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율립 2.0의 탄생 배경과 디자인에 대한 자세한 설명 또한 웹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다.

Beauty that Co-exists. 율립 2.0 많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