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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그리고 아쉬움

나는 후회하거나 아쉬워하는 성격은 아니다. 그래서 투자할 때도 과거에 놓친 딜에 대해서 후회하진 않는다. 예를 들어, 지금은 유니콘이 된 몇 스타트업에 스트롱이 완전 초기에 투자할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에 패스한 거에 대해서 지금 와서 “그때 투자할걸. 너무 후회되네.”라는 생각을 잘 하지 않는다. 당시에는 투자하지 않았던 합당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했었고, 좋은 회사는 많으니까 뒤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전진하자는 철학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주 가끔은 후회도 하고, 아쉬워도 하는데, 최근에 이런 후회와 아쉬움을 강하게 느꼈던 적이 있어서 글로 남겨본다.

2009년도에 뮤직쉐이크를 하고 있을 때, 실리콘밸리의 수많은 VC 앞에서 피칭했다(당시에 LA에는 VC 생태계가 상당히 낙후되어 있어서, 제대로 된 VC가 별로 없었다). 그중 하나가 알토스 벤처스의 한 킴 대표님이었다. 알토스의 투자는 못 받았지만, 당시 김대표님이 “우리 투자사 중에 어린이들 대상으로 사용자 제작 게임을 만드는 회사가 있는데, 그 회사 대표 한 번 만나봐요. 그 게임 안에 음악을 넣으면 재미있을 것 같네요. 온라인 레고랑 비슷한 회사예요.” 하면서 알토스의 투자사를 하나 소개해줬다. 그 회사가 바로 Roblox 였다.

당시의 로블록스는 지금의 로블록스와는 매우 달랐다. 창업한 지 3년 차였고, 그땐 거의 아무도 모르고, 사용자가 많지 않았던, 이제 시작하는 서비스였다. ‘메타버스’라는 말 자체도 없었기 때문에 그냥 ‘사용자 제작 레고 게임’ 이라고 했었다. 당시 로블록스 직원이 10명이 안 됐던 걸로 기억하고 David Baszucki 사장도 앞으로 이 회사가 어떻게 될지, 그리고 어떻게 성장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고, 내가 뮤직쉐이크에서 헤매고 있는 정도로 로블록스도 헤매고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안다. 이제 로블록스는 거의 20조 원짜리의 어마어마한 회사가 됐다.

당시에 내가 우리 음악을 삽입하고 싶었던 또 다른 대형 서비스는 Slide.com 이라는 스타트업이었다. 여러 가지 사진을 혼합해서 재미있는 슬라이드쇼로 만들어주는 서비스였고, 특히 소셜미디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서비스였다. 이 회사의 창업자는 페이팔의 공동창업자이자 CTO였던 Max Levchin인데, 나는 당시에 Max를 직접 두 번이나 만나서 협업 관련 이야기를 했었다. Slide는 한 때 정점을 찍은 후 트래픽이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었고, 이 친구도 당시에 어떻게 하면 사업을 정상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고, 역시나 헤매고 있었다. 슬라이드는 결국 구글에 인수됐고, Max는 이후에 Affirm이라는 BNPL 분야의 유니콘 회사를 다시 창업했다.

로블록스와 슬라이드와의 협업은 모두 무산됐다. 그런데 결국엔 잘 된 이 두 회사가 초반에 얼마나 헤매고 고생했는지 직접 내 눈으로 봤기 때문인지, 나도 조금 더 버티면서 뮤직쉐이크를 조금 더 잘했으면, 로블록스나 슬라이드만큼 성공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후회와 아쉬움이 가끔 머리와 가슴을 엄습한다.

지난주에 운동하면서 우연히 Max Levchin의 인터뷰를 팟캐스트로 들었다. 오래전에 이 친구를 만났던 기억이 나면서, “왜 난 뮤직쉐이크를 더 잘하지 못했을까? 조금만 더 해볼걸”이라는 후회를 하면서 아쉬워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이런 후회와 아쉬움이 오늘, 내일, 그리고 앞으로 남은 더 많은 날을 더 열심히 살아가게 할 수 있는 긍정적인 원동력이 되기에 즐겁게 이 글을 쓰고 있다.

믿음이 필요한 순간

투자를 잘하기 위해서는 감정을 배제해야 한다. 내가 존경하는 워렌 버핏이 항상 하는 말이, 머리로 투자해야지, 가슴으로 투자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데이터를 잘 봐야 하고, 시장을 잘 분석해야 하고, 냉정한 이성을 유지하는 게 핵심이다. 특히, 우리같이 남의 돈으로 투자하는 사람들에겐. 나도 투자를 시작할 땐 이와 비슷한 생각을 했고, 냉철함을 기반으로 투자 철학을 나름 몇 가지 정했다.

그런데 그동안 초기 스타트업 투자를 계속하면서, 몇 가지 기술적 변곡점을 경험했고, 몇 년마다 한 번씩 오는 큰 technological cycle을 겪어보니, 데이터와 머리로만 투자하는 게 어쩌면 최선의 전략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아니, 요샌 오히려 이렇게 투자하면 초기 투자는 잘 못하고, 우리가 원하는 홈런 투자는 더욱더 못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이젠 어느 정도 믿음으로 굳어지기까지 했다.

우린 매일 다양한 딜을 검토하는데, 솔직히 말해서 요샌 이 중 절반 정도가 내가 전혀 모르는 분야에서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들이다. 전에는 내가 전혀 모르는 분야면, 그냥 보지도 않았다. 아는 분야의 사업만 봐도 너무 많은데, 굳이 모르는 분야의 사업을 공부하고 분석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때는 내가 모르는 사업은 그냥 안 좋은 사업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모르는 분야의 스타트업이 훨씬 더 많이 생겼고, 더 이상 이 회사들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내가 모르는 사업이지만, 그렇다고 나쁜 사업이 아니라는 걸 인정하고 배우는데 한 3년 정도 걸린 것 같았다. 그 이후엔 내가 모르는 분야라도 최대한 많이 공부해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당시엔 시간을 좀 투자하면, 몰랐던 사업도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길 정도로 이해할 수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투자 결정을 했다.

이젠 내가 아무리 시간과 노력을 많이 투자해도, 자신감이 생길 만큼 이해할 수 없는 사업과 창업가를 간혹 만난다. 그리고 이런 카테고리의 사업이 더 많아지고 있고,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검토하는 딜들이 워낙 많아지고 있고, 새로운 기술과 사업이 매일 매일 새로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나도 조금씩 스스로 변화를 주기 시작했고, ‘변하지 않는 유일한 건 변화 그 자체’라는 아주 진부한 이 말을 온 몸으로 적극 수용하기로 했다.

올해 시작하자마자 우린 정말 많은 회사에 투자했는데, 이 회사들 처음 미팅하고 내가 내부적으로 가장 많이 했던 말은, “잘 이해가 안 가네요” , “와, 이런 걸 정말로 사람들이 돈 내고 사용한다고?” , “뭐, 저런 사업이 다 있지?” 등과 같은 의심과 회의감 가득 찬 질문이었다. 하지만, 가장 먼저 했던 건, 이런 의심을 버리고, 대신 의심을 호기심으로 대체했다. 이렇게 하니까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그리고 이 호기심을 기반으로 이 창업가와 비즈니스에 대해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공부와 고민을 했다. 물론, 100% 이해하지 못했지만, 어느 순간에는 믿기로 했고, 이 믿음을 기반으로 투자했다.

우리가 만약에 특정 분야에만 투자하고, 그 분야의 여러 가지 수치와 공식이 이미 존재한다면, 이 글 초반에 이야기했던 냉정한 데이터 기반의 투자, 업종의 충분한 이해, 그리고 다각도에서의 분석이 유의미하다. 하지만, 수치가 없고,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라서 공식 또한 존재하지 않는 분야라면, 완벽하게 이해하기 전에 일단 믿어야 한다. 그리고 이 믿음이 이해를 뛰어넘을 수 있을 때는 투자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의심하지 말고 대신 호기심을 갖자. 호기심이 생기면 더 공부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100% 이해하기 전에 믿음을 갖자. 아멘.

스스로 빛나는 별

젊은 친구들이 요새도 이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선배들이 해주던 조언 중 “네가 뭘 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누굴 아는 게 중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20대 중반에는 솔직히 이 말의 사전적 의미는 이해했지만, contextual한 의미는 사회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사회생활도 좀 하고, 인생의 단 맛 보단 쓴 맛을 더 보면서, 인맥과 네트워크가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걸 여러 가지 상황을 통해서 정확하게 이해하게 됐다.

그래서 나도 한때는 나 자신을 단련하고 나만의 지식을 쌓고 실력을 키우기보단, 나보다 훌륭하고 뛰어난 사람들과 친분을 쌓기 위해서 백방 노력하기도 했다. 유명한 사람들이 모이는 이벤트를 한국이나 미국에서 일부러 찾아다녔고, LA에서 뮤직쉐이크를 하던 시절에는 한 해에 거의 100개 이벤트에 참여했던 적도 있었다. 가서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인맥을 인위적으로 넓히기 위해 열심히 명함을 수집했고, 나중에 혹시나 도움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들과 친해지려고 많이 노력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 어떤 깨달음을 얻었다. 이런 이벤트에는 나같이 인맥을 쌓아서 많은 사람을 안다는 사실만을 능력으로 여기는 사람들밖에 없다는걸.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 나 포함 – 대부분 속 빈 강정이고, 자기 실력은 없으면서, “그 사람이 저랑 친해요” , “제 고등학교 친구의 친구예요” , “제 초등학교 친구와 그분이 같은 교회 다녔어요”와 비슷한 말만 하는 걸 경험했다.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드는 창업가들은 이런 이벤트에서 네트워킹할 시간에 제품을 만들거나 고객을 만나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1년에 100개가 넘는 이벤트에서 낭비한 시간에 내 실력을 쌓았다면, 내가 오히려 남들이 이런 이벤트에서 만나고 싶어 하는 그런 유명하고 대단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 순간부터 나는 네트워킹을 증오하기 시작했고, 더 이상 남을 통해서 내 가치를 올리는 무모한 짓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릴 적부터 들어왔던, “뭘 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누굴 아는 게 중요하다.”라는 말이 많이 틀렸고, 누굴 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뭘 아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되도록 이 말대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남들이 내 목소리를 듣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한 사람씩 찾아가서 이들의 귀에 속삭이는 게 아니다. 훈련과 단련을 통해 성량을 키워서 내 목소리를 전 세계에 울려 퍼트리는 것이다. 그래서 전 세계가 내 목소리를 확실히 듣게 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내 실력과 능력을 쌓아서 문제를 해결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데, 실력도 없이 무조건 아는 사람과 네트워크, 즉 남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항상 한계에 부딪힌다. 그리고 누구 안다는 사람 중, 그 사람과 정말로 친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과학적으로는 자체 발광하는 별은 없는 거로 알고 있지만, 스스로 빛나는 별이야말로 누구나 다 북극성같이 존경하고 우러러보는 가장 좋은 별이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면, 남에 의존하는 loud loser와 오롯이 자신의 실력으로 대결하는 quiet winner로도 표현할 수도 있다.

Loud loser가 아닌, quiet winner가 될 수 있는 스스로 빛나는 하루가 되길.

아주 작은 일

강미정이라는 동화작가의 ‘아주 작은 일’이라는 시가 있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일주일을 계속하면 성실한 것입니다.
한 달을 계속 한다면 신의가 있는 것입니다.
일 년을 계속 한다면 생활이 변할 것입니다.
십 년을 계속 한다면 인생이 바뀔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큰 일
아주 작은 일을 계속 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솔직히 이 문구는 새롭고 신박한 내용은 아니다. 오히려 진부하기까지 하다. 비슷한 이야기를 우리는 살면서 많이 듣고, 직접 경험하기까지한다. 그런데, 내가 이 시를 접했던 시점이 공교롭게도 우리 스트롱 팀이 4호 펀드를 마무리하고 있던 때라서, 이 내용이 굉장히 마음에 와닿았었다.

나는 존이랑 스트롱벤처스를 2012년도 8월에 시작했다. 우리 이야기를 이미 아는 분들도 많지만, 우린 정말 멋모르고, 그냥 남들도 다 하는 데 우리도 돈 모아서 VC 투자 시작하면 된다는, 굉장히 순진한 생각으로 시작했다. 그 이후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 둘과 스트롱 동료분들 모두 엄청나게 고생했고, 외부에서는 스트롱이 유명한 회사에 초기 투자한 작지만 강한 VC라고 말하지만, 우린 아직도 매일 매일 실패하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스타트업과도 같은 VC이다.

우리 1호 펀드 규모는 20억 원 미만이었다. 요샌 펀드라고 말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적은 금액인데, 우리가 이 20억 원을 펀딩하는 데 걸린 시간이 자그마치 18개월이었다. 즉, 한 달에 1억 원 정도 모았다. 돈 모으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항상 힘들지만, 그땐 정말 쉽지 않았다. 1억 원을 모으자마자 바로 투자하고, 그리고 손가락 빨면서 또 돈 모으러 다녔다. 돈이 하도 안 모여서 그냥 포기할까 고민할 때마다, 누군가 고마운 귀인이 등장해서 또 수천만 원 ~ 수억 원의 돈을 출자해줬고, 18개월 동안 이 과정을 반복했다.

우리가 최근에 만든 펀드가 4호 펀드이다. 1호 펀드 보다 훨씬 더 커진 펀드이고, 1호 펀드 전체 규모인 20억 원을 이번엔 하루에 모집한 적도 있다. 얼마 전에 존이랑 우리 펀드 이야기하다가 “우리 참 마이 컸네”라는 말을 하고 둘이서 씩 웃으면서 스스로 대견하게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모든 큰일은 아주 작은 일 하나에서 시작된다. 우린 10년 동안 아주 작은 일을 성실하게 꾸준히 하다 보니, 정말로 인생이 바뀌었다. 작은 일이라고 무시하지 말고, 그 작은 일부터 끝내는 습관을 들이는 걸 권장한다.

배움의 네트워크

나는 지금까지 대기업에서 일 한 적이 한 번 있는데, 2년 반 정도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영업, 마케팅 업무를 했다. 좋은 분들 많이 만났고, 많은 걸 배웠던 값진 시간이었는데, 솔직히 말해서 한 2년 정도 같은 일을 반복하다 보니, 더 이상의 배움은 없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고, 새로움과 배움이 익숙함과 반복으로 바뀌면서 일 자체에 대한 흥미는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이후엔 이미 2년 동안 하고 있는 업무를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하고, 어떻게 하면 내가 좀 더 편하게 일하고, 어떻게 하면 회사생활을 더 편하게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된 것 같다. 그렇다고 회사 생활이 지루하거나, 쓸모없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다. 회사 가는 것 자체는 항상 즐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즐거움은 매일 매일 뭔가 새로운 걸 배우는 긴장감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회사 사람들을 만나서 이들과 어울리고 즐기는 교류와 커뮤니케이션에서 나오는 게 더 컸다.

나보다 직장 생활을 더 오래 한 친구들에게 이런 고민을 공유하면서 이야기를 해보니, 다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고, 이미 이런 경험을 했거나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원래 직장 생활이 그렇다면서 혼자 까칠하게 굴지 말고 그냥 회사 잘 다니라는 충고가 대부분이었다. “회사 생활은 즐기는 것도 아니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배우는 것도 없다. 그냥 다니는 거다.”라는 말을 대부분의 친구들이 해줬다. 실은 틀린 말은 아니다. 2년 정도 일하면 업무는 익숙해지고, 전 세계 샐러리맨들이 그 이후에는 그냥 회사에 다니는데, 이게 직장 생활의 정의가 아닐까 싶다.

실은 나도 전적으로 이런 이유로 퇴사한 건 아니다. 결혼도 하고, 바로 MBA 하러 미국으로 갈 계획이라서 마이크로소프트에서 2년 반 일하고 퇴사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갈수록 줄어드는 배움의 기회 또한 퇴사에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다.

지금 내가 하는 벤처투자는 1년 365일 새로운 걸 배울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우리 투자사 대표들은 – 너무 고맙게도 – 우리에게 많은 걸 배울 수 있어서 좋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이다. 오히려 우리가 창업가들이 굉장한 일을 하는 걸 옆에서 가까이 보면서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어서 좋다. 새로운 사업, 시장, 산업,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에 대해 항상 뭔가를 배울 수 있다. 어떻게 보면 투자금은 짧은 시간 안에 엄청난 배움을 경험하기 위한 수업료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걸 배운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창업가의 입장에서는 투자자에게 많은 걸 배우고, 이런 스타트업에 자금을 제공하는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창업가에게 많은 걸 배운다.

그래서 나는 스타트업과 투자업은 배움의 네트워크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서로에게 배우면서, 이 배움을 확산시켜서 큰 learning network 효과를 지속해서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