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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을 영업사원으로

부동산다이어트_main제품을 개발했으면 잠재고객한테 알려야 하는데, 정보와 제품의 홍수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나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게 곧 최고의 마케팅 전략이라는 걸 아직도 맹신하고 있고, 내 주변에는 이걸 잘 하는 회사도 있지만, 좋은 제품을 만들었지만, 마케팅에 돈을 태우지 않으면 소위 말하는 임계한계점에 도달하지 못해서 그냥 사장되는 경우도 많이 봤다. 초기 벤처기업의 경우, 워낙 돈이 없기 때문에 되도록 마케팅에 집행하는 비용을 최소화하거나, 아니면 아예 돈을 사용하지 않는 무료 마케팅 전략을 실행해야 한다.

가장 좋은 무료 마케팅 전략은 어떤 게 있을까? 우리 제품이나 시장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블로깅을 하거나,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서 바이럴 효과를 발생시키는 게 누구나 쉽게 시작해볼 수 있는 무료 마케팅이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블로그 마케팅의 경우, 우리가 지속적으로 올리는 콘텐츠가 시장에서 어느 정도 반응을 일으키려면 6개월에서 12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 실은 내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마케팅은 – 계속 같은 말이지만 –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이 제품이 너무 좋아서, 사용해 본 고객이 감동하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고객이 알아서 우리 회사와 제품을 홍보해주는 ‘고객을 영업사원으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부동산 시장을 파괴하고, 제대로 된 온라인 부동산을 만들고 있는 우리 투자사 부동산다이어트가 이런 마케팅을 하고 있다. 기존 부동산 중개비즈니스와는 확실하게 차별화되는 서비스, 집 가격에 상관없는 0.3%의 고정 수수료, 그리고 심지어 수수료를 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시장에서 조금씩 소문이 퍼지고 있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이제 3년 차인데, 2년 전에 부동산다이어트를 통해서 전세계약을 한 고객들이 계약이 만료되자 다시 돌아오는 걸 보고 이 회사가 뭔가 잘 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작년에 창원에 거주하는 손님이 부동산다이어트를 통해서 서울에 집 계약을 했다. 알고 보니 이 분이 삼성카드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는 분인데, 서울 본사로 발령받아서 이사하게 된 거다. 그리고, 부동산다이어트 사용 경험이 너무 좋아서, 본인이 직접 삼성카드와의 프로모션을 기획하고 내부승인을 받아서, 먼저 우리한테 협업을 제안해왔다. 내용은 간단하지만, 고객이 받는 혜택은 상당히 크다. 삼성카드로 중개수수료를 결제하면, 0.3%의 수수료에서 15%가 추가 할인되고, 2~5개월 무이자할부가 제공된다(지금은 삼성카드 임직원한테만 해당).

간단한 예를 들면, 전세 6억 원 아파트 거래 시 법정 중개수수료는 528만 원이지만, 부동산다이어트를 이용하면 0.3%인 180만 원이다(여기서만 348만 원 절약). 삼성카드로 결제하면 180만 원에서 15% 추가 할인이 돼서 부동산중개료는 153만 원이다. 법정 중개수수료인 528만 원 대비 71%나 저렴하게 집을 계약할 수 있다. 나도 곧 이사를 하는데, 부동산다이어트를 통해서 집 계약을 했다.

텀블벅 300억 돌파

텀블벅 300억 돌파작년 8월에 우리 투자사인 한국을 대표하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이 누적 후원액 200억 원을 돌파했다는 내용에 관해서 썼는데, 최근에 그 후로 6개월 만에 누적 후원금 300억 원을 달성했다. 절대적인 후원금액도 상당히 인상적이지만, 내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성장 속도이다. 2016년 총 누적 후원금 100억 원 돌파에 이어 200억 원을 돌파하기까지는 1년이 걸렸고, 그 후로 6개월 만에 누적 후원금 300억 원을 달성했다. 계속 이 추세로 가면 올 상반기 안으로 누적 후원금 400억 원 또는 500억 원까지 가능할 거 같다.

“앞으로도 다양한 사람들의 창조적 시도를 가능하게 하는 기반을 지속적으로 만드는 것이 텀블벅의 목표다”라는 염재승 대표의 말처럼 단순히 매출을 만드는 게 아니라, 창작자를 지원하는 텀블벅이라는 플랫폼을 하나의 거대한 문화/운동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이 팀을 응원한다.

신세계

1999년, 나는 실리콘밸리의 중심에 있는 스탠포드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당시엔 몰랐지만, 몇 년 후에 1999년~2000년을 뒤돌아봤을 때, 인터넷 태동기에는 엄청난 기회가 있었고, 이를 포착한 사람들은 일생일대의 부를 축적했고, 이보다 더 의미 있는, 세상을 바꾼 혁신을 일으켰다. 후회되지만, 나는 변화의 중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회를 제대로 보지 못 했고, 기회를 실행으로 옮기지 못했다. 1999년은 인터넷이 이제 메인스트림으로 자리 잡을 때인데, 당시에는 명확한 정보의 격차(=digital divide)가 존재했다. 즉, 세상은 ‘인터넷을 아는 사람’과 ‘인터넷을 모르는 사람’으로 나뉘었다. 인터넷을 모르는 사람은 이거는 나랑은 전혀 상관없고, 내 인생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니까 그냥 신경 쓰지 말자 하면서 평소 하던 대로 살았다. 절대다수가 속했던 이쪽 사람들은 인터넷이 가져올 미래를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인터넷을 아는 사람은, 구체적으로 삶이 어떻게 바뀔지는 몰랐지만, 뭔가 엄청난 변화가 오고 있다는 것을 감지했고, 계속 관심을 가졌다. 이들은 눈과 귀, 그리고 마음을 열어놓고, 꾸준히 공부하면서 업계 종사자들과의 관계를 만들어갔다. 이렇게 하면서, 인터넷 혁명이라는 파도를 가장 앞에서 탈 수 있었고, 이들은 인터넷을 모르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멀리 갔다. 상상하지 못할 속도로 전진하면서 엄청난 부를 창출했고, 세상을 바꾸는 움직임에 크게 기여했다. 나도 가끔 후회한다. 변화의 중심에, 아주 적절한 시기에 있었는데, 왜 조금 더 과감하게 실행하지 못했는지.

2018년 현재, 왠지 모르게 1999년과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감지하고 있다. 이번에는 ‘가상화폐(토큰)’와 ‘블록체인’ 이다. 세상은 ‘가상화폐(토큰)/블록체인을 아는 사람’과 ‘가상화폐/블록체인을 모르는 사람’으로 나뉘는 거 같다. 인터넷이 메인스트림으로 들어오기 전에 보이던 정보의 격차가 이 시장에도 확연하게 보인다. 다만, 이번에는 모르는 사람들이 그냥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가상화폐를 혐오하고 있는 수준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이 정보의 격차는 더욱더 큰 거 같다. 얼마 전의 JTBC 비트코인 토론 이후, 내 소셜 타임라인은 비트코인이 가상화폐냐 아니냐에 대한 지인들의 의견과 포스팅으로 도배가 되고 있고, 유시민이 맞냐 김진화가 맞냐에 대한 영양가 없는 분석을 너도나도 한마디씩 하고 있다(솔직히 나는 이 토론 보다가 양쪽 다 짜증 나서 중간에 TV 꺼버렸다).

이렇게 비전문가들이 너도나도 비트코인이 화폐냐 아니냐에 대해서 논쟁을 벌이는 거 자체가 완전 시간 낭비인 거 같다. 실은, 이 분야에 대해서는 모두가 현재는 비전문가일 수밖에 없다. 비트코인이 어떻게 될지, 이게 사기인지, 혁명인지, 그리고 이로 인해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는 그 누구도 모르기 때문이다. 실은 99년도에도 인터넷이 세상을 바꾸냐, 그냥 이러다 마냐에 대한 끝없는 논쟁이 있었다. 그 이전으로 돌아가면 PC가 세상을 바꾸냐, 그냥 비싼 장난감이냐에 대한 끝없는 논쟁이 있던 것처럼.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어쩌면 큰 변화를 가져올지도 모르는 이런 새로운 것에 관해 관심을 두면서 계속 공부하고, 이로 인해 어떤 신세계가 올지에 대한 상상을 계속 한 사람들이, 정말로 큰 변화가 왔을 때 돈도 많이 벌고, 혁신을 주도했다. 비트코인이 화폐가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실은 개인적으로는 화폐가 될 가능성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떻게 될진 아무도 모른다. 또한, 비트코인이 실패한 실험으로 끝나더라도, 여기서 파생된 다른 토큰이나 블록체인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이 모든 게 수년 후에 “두려움, 불확실성, 의구심 때문에 발생한 그런 멍청한 사기가 있었지”라면서 회상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비트코인이 가져올 수 있는 신세계에 대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이미 비트코인/블록체인 개발자 네트워크는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과거에 비해 엄청난 속도로 다양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규제 때문에 이런 실험조차 못 하고 있고, 유능한 인재들은 이제 한국을 떠나 스위스나 에스토니아 같은 곳으로 나가고 있는데, 이건 그 누구도 바라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은, 내 주변에는 비트코인을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조금 더 확대해서 생각해보면, 우리같이 비트코인을 아는 사람들은 전 세계 인구의 극소수일 것이다. 인터넷을 아는 사람들이 그랬듯이, 이렇게 일방적인 정보의 비대칭 우위를 가진 사람들이 혁신을 일으키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트코인을 책으로만 배운 사람들이 비트코인이 화폐냐 아니냐를 논쟁하고 있을 때, 우리 같은 사람들은 더 파고 들어가야 한다. 화폐가 되면 화폐인 거고, 아니면 아닌 거다. 그런데 이건 그렇게 중요하진 않다. 이로 인해 펼쳐질 신세계를 상상하고, 그려보고, 준비하는 게 더 생산적이지 않을까 싶다.

가상화폐거래소에 투자하는 정부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좀 너무한 거 같아서 몇 마디 적어야겠다. ‘투기 잡겠다더니…정부, 가상화폐 거래소에 수백억 투자’라는 기사가 내 탐라에 떠서 한 번 봤다. 이 기사를 그대로 요약하자면, 중기부, 연기금, 그리고 금융기관이 한국의 다양한 가상화폐 거래소에 수백억 원의 자금을 투자했고, 논란이 계속되자 홍종학 중기벤처부 장관은 “거래소의 불법적 행위가 적발되면 즉시 투자금을 회수하겠다”고 밝혔다는 내용이다.

벤처투자와 펀드의 구조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 이건 대한민국 사람의 95% 이상 – 이 기사를 읽으면 정말로 정부는 몹시 나쁘고, 이게 무슨 나라냐는 생각까지 할 것이다. 나도 몰랐다면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이 분야를 잘 아는 사람으로서, 앞뒤 내용 다 자르고, 이런 식으로 기사를 쓰고, 제목을 이렇게 정한 거에 대해서는 화가 난다. 아마도 이 기사를 쓴 기자도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그냥 대충 썼다고 믿고 싶다.

여기서 자세히 설명할 수도 없고, 설명하기도 싫지만, 간략하게 말하자면, 한국에는 백개 이상의 창투사(VC)가 있고, 이 중 절반 이상이 정부의 모태펀드를 받는 거로 알고 있다. 국민의 세금이 이렇게 다양한 펀드에 출자가 되면, 이 돈을 받은 창투사는 그동안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매해 1,000개 이상의 벤처기업에 투자한다. 게임, 이커머스, 핀테크, 바이오, 제조 등 너무나 다양한 분야의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이 중 가상화폐 관련 회사도 있을 것이다.

우리도 중기부의 모태펀드를 받았지만, 이는 우리 전체 펀드의 일부이며, 정부의 돈이 일부인 우리 펀드의 매우 작은 일부를 국내 최초의 가상화폐거래소 코빗에 투자했다. 다른 가상화폐 거래소에 들어간 정부의 돈도 같은 식으로 투자가 된 것이다. 이는 벤처펀드의 너무나 정상적이고 일반적인 방법으로 투자가 집행된 것인데, 이런 펀드의 구조와 투자 방법이 자세히 설명되지 않고, 단순하게 “세금 수백억 원을 정부가 벤처캐피털 펀드를 통해 가상화폐 거래소에 투자했다”라는 식으로 기사가 쓰였으니, 좀 황당하다. 이건 마치 내가 나이키에서 운동화를 구매했는데, 알고 보니 이 운동화가 미취학 아동을 불법 고용하는 동남아의 공장에서 제조돼서, 내가 미취학 아동 불법 고용을 장려했다고 하는 거와 비슷하다. 그리고 실은 이 구조와 내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야 하는 홍종학 장관이 뭔가 잘못되면 투자금을 즉시 회수하겠다고 하신 것도 좀 성급했다고 생각한다.

내용을 잘 알면서도 기자들이 일부러 이렇게 기사를 쓰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몰라서 이렇게 쓰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두 경우 다 문제가 심각한 거 같다. 이러니까, 그냥 영어공부 열심히 해서 한국 관련 기사도 해외언론을 통해 보는 사람이 내 주변에 많은 거 같다.

아름다운 UX

App fatigue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넘쳐나는 앱 홍수 속에서 현대인들이 느끼는 ‘앱 피로도’이다. 나는 작년에 우리 투자사 앱을 제외한, 새로운 앱을 5개도 안 깔았다. 이 중 실제 회원가입을 한 앱은 2개밖에 안 된다. 솔직히 요샌 앱스토의 2백만 개 이상의 앱을(애플 앱스토) 상상만 해도 토할 거 같다. 그 정도로 앱 피로도가 심하다. 이제 웬만큼 잘 만들었고, 내가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앱이 아니면, 설치도 안 하고, 설치했는데 사용할 때 조금이라도 사용자 경험(UX)이 후지면, 바로 삭제해버린다. 왜냐하면, 훨씬 더 잘 만든, 비슷한 앱이 수십 개 존재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나같이 극단적이진 않겠지만, 이게 현실이긴 하다. 지금 모바일 앱을 만드는 창업가라면, 정말로 아름다운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감동을 주는 아름다운 UX를 제공해야 한다. 이렇게 해도 성공할 확률은 5%도 안 되는데, 보기만 해도 짜증 나는 제품을 만들어서 시장에 출시하는 건 앱스토의 공간낭비이자 피로도 테러다. 나는 만나는 모든 팀들한테 이 ‘아름다운 제품’에 대해 많이 강조하지만, 이걸 제대로 이해하는 창업가는 많지 않은 거 같다. 내가 작년에 만난 대부분 팀은 그냥 “good enough” 제품을 만들어서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태도로 사업을 하는데 – 스트롱 투자사 포함 – 한 5년 전에는 통했을지도 모르지만, 이젠 아름다운 제품이 없으면 비즈니스로 성장할 수가 없다. 얼마 전에 사용하고 싶었던 한 제품이 가입과정에서 ‘닉네임’을 필수로 요구했는데, 나는 그냥 이 앱을 지워버렸다. 작은 키보드로 새로 가입하는 거 자체가 불편한데, 왜 굳이 닉네임을 필수로 요구할까? 만든 분들은 쿨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난 이해가 안 갔다.

2018년도는 더 어렵다. 과거에는 B2B 앱을 만들면 B2C같이 아주 예쁘고 쿨한 UX는 필요 없고, 그냥 기능만 좋으면 된다는 생각이 만연했던 거 같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이젠 B2B 제품도 고객을 계속 확보하고, 확보된 고객을 락인 하려면, 반드시 아름다운 UX를 갖춰야 한다. 신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환경을 경험하기 때문에, 이들은 회사에서 사용하는 앱들도 회사 밖에서 사용하는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미디어 앱들과 별반 다르지 않게 사용하기 편하고, 보기 좋아야 한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어떤 B2B 스타트업의 UI/UX 담당자는 화면을 확대해서 픽셀 하나하나씩까지 맞춰 보는 습관이 있는데, 이 정도 장인 정신이 있어야지 일단 시작이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냥 대충 만들면 될 거라고 생각하는 팀이 있다면, 딱 그만큼만 대충 될 것이고, 초경쟁 사회에서 ‘대충’은 실패로 가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