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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락된 실패

나는 2000년도 초반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스트롱벤처스를 시작하기 전에 4개의 다른 회사에서 근무했고, 이 회사에서 좋은 상사들과 함께 일한걸 자랑스럽고 고맙게 생각한다. 인성도 모두 좋은 분들이었지만, 내가 가장 감사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모두 ‘말’과 ‘생각’ 보다는 ‘실행’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고, 이 부분을 부하/동료직원들한테 많이 강조했다는 점이다.

실은, 벤처기업이나 대기업이나 미래는 모두 불투명하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여러 가지 가설을 세운 후, 일단 해보는 게 중요한데, 이런 점은 익숙한 일에도 적용된다. 일을 더 잘 하는 사람은, 아무리 수십 년 동안 같은 방식으로 해오던 일이라도, 항상 더 빠르고, 더 싸고, 더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연구하기 때문에, 이 또한 여러 가지 가설을 세우고 일단 해보는 게 중요하다. 이런 이유로 회사가 발전하려면, 다양한 시도를 해봐야 하고, 이러한 시도를 해보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많은 실패를 할 수밖에 없다. 실은 웬만한 회사의 임원들은 “실패를 많이 해야지 더 빨리 배울 수 있다”라는 말을 입에는 달고 살지만, 실제 행동은 이와는 반대로 한다. 누군가 실수를 하면, 이게 자기가 담당하는 부서의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진 않을까, 승진이 늦어지지 않을까 등의 걱정을 먼저 하면서 실수를 응징한다. 그리고 그냥 하던 대로 하고, 발전은 없어도 되니까, 그냥 실수나 하지 않게 적당히 벌리면서 일하라는 말을 많이 한다.

나는 실리콘밸리의 보안/인증 스타트업 ValiCert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오래전에 다른 회사에 인수됐는데, 내가 조인하기 몇 개월 전에 IPO를 했고, 아직 1차 벤처 거품이 터지기 전이어서 분위기가 엄청 좋은 회사였다. 입사 첫 주에 내 보스가 나한테 다음과 같은 말을 해줬다. “Kihong.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그냥 내 허락이나 지시를 기다리지 말고, 그냥 해봐. 그게 뭐든지 상관없으니까. 해서 잘 안돼도 상관없어. 대신, 같은 실수는 하지 말도록. I give you my permission to fail.”

Permission to fail. 실패 허가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데, 실은 당시에 나는 이 말의 정확한 뜻을 몰랐다. 성공해도 모자랄 판에 보스라는 녀석이 실패를 권장하는 거 같아서 기분이 이상했다. 하지만, 이젠 이 말이 얼마나 파워풀한지,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는 매니저들이 그렇지 않은 매니저에 비교해서 얼마나 월등하게 일을 잘 하는지 매일 느끼고 있다. 실은 한국에서는 대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부하직원들한테 이 permission to fail을 주는 사람이 별로 없다. 입으로는 다 실패는 좋고, 실패로부터 배워야 한다는 말을 번드르르하게 하지만, 막상 실패하면 엄청난 손가락질과 비난을 한다.

하지만 가끔 정말로 실패를 허락하고, 더 나아가서는 실패를 권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 잘하는 보스들이 다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부하직원들한테 스스로의 매니저가 되라고 하고, 새로운 일을 시도해보고 싶으면 그냥 바로 해보라고 한다. 물론, 그렇게 해서 실패하면 보스가 다 책임을 지지만, 이렇게 실패를 허락받은 부하직원들도 그런 보스를 실망하게 하지 않기 위해 엄청 열심히 일해서 성공시킨다.

결과는 모두가 발전하고,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고 책임의식이 강한 문화의 회사가 만들어진다.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 키우기

2017년 3월 2일 LA에 본사를 두고 있는 스냅챗이 상장했다. 이 글을 쓰는 2018년 4월 초 스냅챗의 시총은 상장 시점 대비 거의 반 토막 난 20조 원이지만, 1년 전 상장했을 때 시총은 무려 40조 원이었다. 이는 아직도 장난 같은 10대용 앱을 LA 지역에서 세 번째로 시총이 높은 상장회사로 단숨에 등극시켰다(1, 2위는 디즈니와 Amgen이다).

스냅챗의 IPO가 LA의 스타트업 생태계에 기여하는 바는 어마어마하고, 이제 1년이 조금 지난 시점에 그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고 있는걸 나는 직접 체감하고 있다. 가장 큰 효과는 LA 창업가들의 마인드와 태도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실은 LA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벤처경제권 중 하나이고, 그동안 많은 양질의 스타트업이 탄생했고, exit을 했다. 여기서 말하는 exit은 인수가 대부분이지만, IPO도 있었다. 하지만, 스냅챗 규모의 IPO는 이전에는 없었고, 대부분의 LA 창업가들은 그냥 적당히 회사를 키운 다음에 더 큰 회사에 수백억 ~ 수천억 원에 매각하는 걸 목표로 사업을 했다. 하지만 스냅챗 IPO가 이런 시장의 판을 바꿨다. LA에서도 이 정도 규모의 대형 IPO가 가능한 스타트업을 만드는 게 가능하다는 걸 스냅챗이 입증해준 셈이기 때문에, 이젠 많은 창업가가 더 큰 꿈과 비전을 갖고, 이왕 시작한 회사를 가능하면 대형 IPO 규모로 키울 생각으로 사업을 더 진지하게 한다. 나는 이게 엄청난 긍정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또 한가지 눈에 띄는 변화는 바로 캘리포니아공대(Caltech) 학생들의 창업이다. 사람마다 의견은 다르지만, 개인적으로는 칼텍 학생들이 MIT나 스탠포드 보다 훨씬 똑똑하고 유능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들은 전통적으로 창업보다는 학업이나 연구에 더 관심이 많았다. 칼텍 졸업생들은 대부분 석사/박사 과정까지 하고, 이후에는 교수, 또는 NASA나 JPL(제트추진연구소)에 취직해서 인류의 미래를 위해 인생을 바치는 커리어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아는 유일한 칼텍 출신의 이름있는 창업가는 페이스북의 초대 CTO이자 Quora의 창업가 Adam D’Angelo인걸 보면 칼텍 출신은 창업을 많이 안 하는 게 맞는 거 같다. 그런데, 스냅챗 IPO 이후에는 칼텍 학생들도 창업에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된 거 같다. 최근 들어 칼텍 출신 창업가를 좀 만났는데, 칼텍 졸업생은 다 연구하는데 왜 창업을 하게 됐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스냅챗을 보고 우리도 좀 재미있는걸 해보자는 생각으로 창업했다고 한다. 이건 LA한테는 축복과도 비슷한 좋은 징조이다. 물론, LA를 대표하는 대학인 UCLA와 USC는 스탠포드와 버클리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지만, 여기에 세계 최고의 공과대학인 칼텍이 합세하면 엄청난 인재들이 LA 창업 커뮤니티에 뛰어들게 되는 것이다.

스냅챗 IPO로 인해, 상당히 많은 백만장자의 탄생이 기대된다. 실은, 여기서 또 다른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는데, 다른 산업과는 달리, 스타트업 분야에서는 사업으로 돈을 벌면 이 돈을 다른 곳에 쓰지 않고 다시 스타트업 분야에 재투자하는 걸 자주 본다. 주로 다른 스타트업에 개인 투자를 하거나, 후배양성을 위한 악셀러레이터나 VC 펀드를 설립해서 본인이 사업하면서 남들한테 받았던 도움을 다시 ‘갚는다’. 이런 사이클이 몇 번 돌아가다 보면 LA도 실리콘밸리와 같은 두터운 창업가와 투자자의 인프라가 형성될 것이다. 그리고, 스냅챗 IPO로 큰돈을 못 번 직원들도 작은 회사가 고속성장해서 IPO까지 가는 걸 경험했기 때문에, 이러한 경험과 배움을 다른 스타트업으로 그대로 가져가서 스냅챗과 같은 성공 케이스를 계속 만들 가능성이 크다. LA를 대표하는 Upfront Ventures의 마크 서스터 대표도 스냅챗의 개발자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그 이유는 언젠가는 이들이 회사를 나와서 새로운 회사를 창업할 것이고, 이는 또 다른 유니콘 회사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효과 때문만은 아니지만, 스냅챗 IPO의 영향이 이미 수치로 나오기 시작했다. 2017년도에만 LA에는 376개의 스타트업이 창업됐고, 여기에 5조 원 이상의 투자가 집행됐다. 지난 2년 동안 LA에는 17개의 새로운 VC 펀드가 만들어졌고, 현재 LA에는 15개의 유니콘 회사가 있다. 참고로, 2017년 수치는 없지만, 2016년도에 LA에서만 80개의 exit이 있었다.

실은,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얼마 전에 울산에 내려가서 울산 지역 창업 관련 담당자분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서울 외 지역에서의 창업, 투자, exit, 그리고 커뮤니티 만들기가 너무 어렵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지방과 다른 지역에서도 좋은 창업가들이 만든 좋은 회사들이 나와야 하는데, 모든 인재와 돈이 서울에 몰려있는 한국의 특성상, 이게 참 갈 길이 멀다는 걸 나도 울산에 갈 때마다 느낀다. 그래도, 같은 캘리포니아주에 있지만, 실리콘밸리보다 항상 과소 평가받고 무시당하던 LA 지역의 스타트업 커뮤니티가 스냅챗의 IPO로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잘 연구하고 벤치마킹하면 뭔가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시간이 오래 걸리고, 지역의 모든 구성원이 합심해서 노력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이지만, 꾸준한 관심과 자원을 투자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에도 매우 우호적인 LA의 시장 Eric Garcetti가 스냅챗의 IPO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LA tech 커뮤니티에 스냅챗의 IPO가 의미하는 바는 엄청납니다. 새로운 꿈을 꿀 힘을 주고,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하고, 새로운 혁신을 도모할 힘을 줄 수 있습니다.”

한국의 지방/지역 커뮤니티에도 이런 움직임이 조금씩이라도 만들어지면 좋겠다.

정부가 인정한 비즈니스

많은 회사를 만나는 만큼, 정말 다양한 창업가를 만나는데, 이들이 보여주는 회사 소개자료도 가지각색이다. 내가 특별히 선호하는 포맷의 소개자료는 없지만, 그래도 내가 선호하지 않는 포맷과 내용은 있다. 주로 너무 길거나, 용량이 크거나, 영어 철자나 문법이 엉터리거나, 글자가 너무 많아서 슬라이드 한 장 읽을 때마다 눈이 피로해지는 그런 자료들이다. 그런데 한국 들어온 이후, 싫어하는 종류의 자료가 여기에 하나 더 추가됐다. 바로 “정부로부터 인정받은” 온갖 종류의 상과 인증자료가 붙어 있는 자료다.

“4차 산업 인증 기관” , “국방 산하 xxx 기관 채택 서비스” 등의 훈장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대표분들과 조금만 더 이야기를 해보면, 이게 본인들이 주장하는 만큼 대단한 게 아니고, 제품에 대한 인증이라기보다는, 서류작업을 잘 해서 받은 인증이라는걸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계속 회사와 제품의 진정한 가치를 내가 못 본다고 주장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이렇게 정부가 인정한 제품에 대해서 나는 두 가지 불만이 있다.

일단 정부의 인증을 받고, 정부에 납품하는 과정은 상당히 문서 집약적이라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 정부에서 우리 회사의 진정한 실력을 평가하거나, 제품의 본질을 파악하는 게 아니라, 정부의 기준에 맞는 여러 가지 문서를 제대로 작성했는지, 이 회사의 엔지니어들이 정부에서 정의한 표준 기술자 표에 적합한지, 그리고 회사의 재무상태가 양호한지 등의 기준에 더 많은 비중을 부여하는 거로 알고 있다. 이런 인증을 받으려면, 이만큼 서류작업에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해야 하는데, 대부분 제품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매출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이런 문서 작업에 자원을 투입하는 게 회사의 소중한 시간을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은 아닌 게 확실하다. 제품을 더 잘 만들고, 고객한테 집중해도 시간이 모자랄 텐데, 이런 훈장 하나 받기 위해서 회사의 소중한 자원을 낭비하는 경영진의 태도와 생각 자체가 별로 효율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게 첫 번째 불만이다.

두 번째 불만은, 좋은 회사나 제품을 선정해야 하는 정부의 담당자들이 실무를 전혀 모르고, 이 제품이 정확히 어떻게 활용되는지 모른다는 점이다. 이런 사람들이 어떻게 좋은 제품을 선별할 수 있단 말인가. 어쩔 수 없이,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을 만들어서 – 대부분 대학교수나 현업과는 너무 멀리 있는 분들의 자문을 받아서 만든다 – 이 기준에 맞는 페이퍼웍을 열심히 만들어서 제출한 기업과 제품이 이런 기준을 통과한다. 이런 사람이 선정한 정부의 인증받은 제품이 좋을 리가 없다.

이런 이유로 내가 아는 대부분 정부의 인증을 받은 제품은 굉장히 질이 떨어진다. 그리고 대표이사도 이런 인증을 받으면, 마치 본인이 엄청난 제품을 만들었다는 착각을 하므로, 이후 더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다. 대부분의 관공서 사이트나 모바일 앱을 한 번이라도 사용해봤으면, 돈을 받고 어떻게 이런 제품을 만들었을까, 그리고 이런 제품을 만드는 업체에 누가 예산을 집행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하는데, 거의 다 위에서 말한 사람들이 선정해서, 위에서 말한 회사들이 만들었을 것이다.

이메일로 해결합시다

한국같이 인구밀도가 높고, 직장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 가령, 스타트업은 강남이나 판교 – 나라에서는 직접 얼굴 보고 미팅을 하는 게 어렵지도 않고, 이상하지도 않다. 특히, 사전에 약속하지 않고 그냥 즉석에서 서로 연락해서 바로 만나는 게 너무 흔하다. 미국은 땅이 넓고, 회사들이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직접 만나서 미팅하는 게 참 어렵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과 미국에서 일을 하다 보면, 미국인들이 이메일을 더 잘 쓰고, 화상채팅 같은 툴을 매우 잘 활용한다는 걸 항상 느낀다. 한가지 예를 들자면, 한국에서는 스타트업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도 스카이프나 구글행아웃 같은 화상 컨퍼런싱 제품을 한 번도 사용해보지 않은 분들이 있는데, 이게 나한테는 처음에 굉장히 낯설었다.

나는 거창한 계획을 세우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냥 굵직한 일들에 대한 계획만 잡고, 상황에 맞춰서 일한다. 그래도 연초에는 시간을 내서, 작년에 잘한 일, 잘못 한 일, 그리고 올해는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생각을 한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작년에 내가 잘 못 한 것 중 하나는 시간 관리이다. 내 업무 일정의 절반 이상이 사람을 직접 만나는 미팅에 사용되었는데, 이게 과연 시간을 가장 생산적으로 활용한 건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실은 이 미팅 중 80% 이상이 사람을 직접 만나지 않고 전화나 이메일로 처리했어도 됐다. 한 시간 이상 열심히 떠든 미팅 몇 개를 떠올려 보면, 그냥 이메일 몇 줄로 연락한 거와 같은 결과가 나왔다. 이렇게 전화통화나 이메일로 처리를 하면,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후회를 요새 많이 하고 있고, 올해는 되도록 미팅을 전화, Skype 또는 이메일로 대체해보려고 한다.

실은 대기업에 비교하면, 내 상황은 훨씬 좋다. 내가 마이크로소프트 다닐 때 미팅 경험을 생각해보면 비효율의 극치를 달린 거 같다. 일단 사람들이 다 모이는데 15분 정도 걸렸고, 대부분 미팅 준비를 하지 않고 오기 때문에, 미팅 주선자가 왜 이 미팅을 하는지 브리핑을 하는 데 30분이 걸린다. 그러면 1시간 미팅에서 15분밖에 남지 않는데, 그 시간을 다음 미팅 스케줄링하는데 사용한다. 그리고 똑같은 사람들이, 똑같은 내용에 대해서 미팅을 여러 번 하는데, 결국 결론은 굉장히 쉽게 난다. 그냥 이메일 하나 보내고, 많은 사람의 동의를 구하면 되는 걸 이렇게 복잡하게 시간 낭비하면서 미팅을 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내가 창업가들과 만나는 미팅은 이에 비교하면 생산성이 500%인 셈이다.

뭐, 그렇다고 사람을 아예 안 만나겠다는 건 아니다. 실은 얼굴을 직접 보면서 이야기 하는 건 뭔가 특별한 게 있긴 하다.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무제한이고, 내 체력 또한 무제한이라면 모든 미팅을 직접 얼굴 보고 할 텐데, 시간과 체력을 최적화 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서, 괜히 체면 차리지 말고, 너무 상대방의 기분을 의식하지 말고, 모두를 적당하게 만족시키는 선에서 효율성을 최우선시 하는 게 가장 좋은 업무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누가 전화해서 다짜고짜, “대표님, 한번 만나죠.”라고 하면, 나는 “그냥 이메일 하시죠”라고 한다. 결국, 해보면 이메일 두 통이면 다 해결되는 일이다.

고객을 영업사원으로

부동산다이어트_main제품을 개발했으면 잠재고객한테 알려야 하는데, 정보와 제품의 홍수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나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게 곧 최고의 마케팅 전략이라는 걸 아직도 맹신하고 있고, 내 주변에는 이걸 잘 하는 회사도 있지만, 좋은 제품을 만들었지만, 마케팅에 돈을 태우지 않으면 소위 말하는 임계한계점에 도달하지 못해서 그냥 사장되는 경우도 많이 봤다. 초기 벤처기업의 경우, 워낙 돈이 없기 때문에 되도록 마케팅에 집행하는 비용을 최소화하거나, 아니면 아예 돈을 사용하지 않는 무료 마케팅 전략을 실행해야 한다.

가장 좋은 무료 마케팅 전략은 어떤 게 있을까? 우리 제품이나 시장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블로깅을 하거나,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서 바이럴 효과를 발생시키는 게 누구나 쉽게 시작해볼 수 있는 무료 마케팅이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블로그 마케팅의 경우, 우리가 지속적으로 올리는 콘텐츠가 시장에서 어느 정도 반응을 일으키려면 6개월에서 12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 실은 내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마케팅은 – 계속 같은 말이지만 –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이 제품이 너무 좋아서, 사용해 본 고객이 감동하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고객이 알아서 우리 회사와 제품을 홍보해주는 ‘고객을 영업사원으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부동산 시장을 파괴하고, 제대로 된 온라인 부동산을 만들고 있는 우리 투자사 부동산다이어트가 이런 마케팅을 하고 있다. 기존 부동산 중개비즈니스와는 확실하게 차별화되는 서비스, 집 가격에 상관없는 0.3%의 고정 수수료, 그리고 심지어 수수료를 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시장에서 조금씩 소문이 퍼지고 있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이제 3년 차인데, 2년 전에 부동산다이어트를 통해서 전세계약을 한 고객들이 계약이 만료되자 다시 돌아오는 걸 보고 이 회사가 뭔가 잘 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작년에 창원에 거주하는 손님이 부동산다이어트를 통해서 서울에 집 계약을 했다. 알고 보니 이 분이 삼성카드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는 분인데, 서울 본사로 발령받아서 이사하게 된 거다. 그리고, 부동산다이어트 사용 경험이 너무 좋아서, 본인이 직접 삼성카드와의 프로모션을 기획하고 내부승인을 받아서, 먼저 우리한테 협업을 제안해왔다. 내용은 간단하지만, 고객이 받는 혜택은 상당히 크다. 삼성카드로 중개수수료를 결제하면, 0.3%의 수수료에서 15%가 추가 할인되고, 2~5개월 무이자할부가 제공된다(지금은 삼성카드 임직원한테만 해당).

간단한 예를 들면, 전세 6억 원 아파트 거래 시 법정 중개수수료는 528만 원이지만, 부동산다이어트를 이용하면 0.3%인 180만 원이다(여기서만 348만 원 절약). 삼성카드로 결제하면 180만 원에서 15% 추가 할인이 돼서 부동산중개료는 153만 원이다. 법정 중개수수료인 528만 원 대비 71%나 저렴하게 집을 계약할 수 있다. 나도 곧 이사를 하는데, 부동산다이어트를 통해서 집 계약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