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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시작과 hustle의 힘

Photo Jul 16, 3 10 53 PM‘Hustling’ 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는 전에도 몇 번 쓴 적이 있다. 얼마전에 우리는 SnackFever라는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매달 미국 고객들에게 한국 과자를 엄선하고 큐레이션해서 박스로 보내주는 섭스크립션 서비스이다. 한국 과자를 많이 먹거나 좋아하지 않는 나로써는 이 서비스에 대해 약간 회의적이었지만 고객의 90% 이상이 비동양계 미국인임을 확인한 후에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투자를 했다. 물론, 2명의 공동창업자 Jo와 David 모두 내가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동생이자 후배들인 점도 결정에 큰 기여를 했다.

SnackFever는 스트롱벤처스 사무실에서 현재 incubating 되고 있고, 모든 사업운영이 우리 사무실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나는 이 회사의 속속들이 사정을 모두 다 알고 있고, 회사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옆에서 아주 자세히 볼 기회들이 많다. 창업 초기에는 누구나 다 비슷하지만, 이 친구들 정말 고생 많다. 특히 전자상거래 사업이라는게 완전 초반에는 노가다가 많이 필요한 특성이 있기 때문에 더욱 더 그렇다. 주문을 받을 수 있는 고객과의 인터페이스는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이지만 일단 주문을 이행하려면 누군가는 물건을 구매하고, 포장하고, 우체국이나 택배사를 통해서 고객에세 보내야하는데 돈도 없고 인력도 부족한 스타트업들은 모든걸 직접 해결해야하기 때문이다. 한 달에 한번씩 우리 사무실은 한국과자와 SnackFever 자체 박스로 과자창고가 된다. 현재 이 두 명이 매달 수백개의 박스를 고객들에게 보내주고 있는데 이 수백개의 박스를 2명이 (가끔씩 인턴들이 도움을 준다) 모두 다 포장하고 있다. 매달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데 – 가끔은 조금 도와준다 – 박스에 과자를 일일이 넣는것만해도 2박3일 밤샘 작업이다. 지금은 물량이 어느정도 되니까 우체국에서 와서 가져가지만 초반에는 이 박스들을 다 차에 싣고 우체국으로 가서 줄 서서 보냈다.

많은 분들이 – 특히 대기업이 대기업일때 조인해서 그 이후 대기업에서 계속 일하시는 – 조금 걱정스러운, 그리고 가끔은 한심하고 의아해하면서 말한다. “아니 저렇게 일일이 박스를 직접 포장하고 보내서 돈은 언제 벌고 기업으로 어떻게 성장시키나요?” , “무늬만 전자상거래지 완전히 노가다가 따로 없네요” , “너무 체계없고 허접한거 아닌가요?”
그런데 이들이 잊고 있는건 모든 회사들이, 심지어는 본인들이 일하고 있는 그 대기업들도 다 이렇게 작게 시작했다는 점이다. 모든 회사들의 시작은 작다. 잘 모르는 분들한테는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이 작은 시작과 창업팀의 피와 땀이 섞인 hustle이 쥐새끼 만화를 디즈니로 만들었고, 책배달을 아마존으로 성장시켰다. 우리가 아는 모든 기업들이 다 이렇게 작게, 하나씩, 차근차근, 허접하게 성장했다. 이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이제는 꽤 큰 볼륨을 처리하는 우리 투자사 Poprageous에 대해서 전에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우리같이 완전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큰 특권은 바로 이런 hustler-founder들과 같이 일하면서 회사가 창업해서 성장하는 모든 과정을 바로 옆에서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이다. SnackFever 팀이 이번 달에는 어떤 과자를 선정할지 고민하고, 우편비를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서 박스 하나하나 중량을 재고, 모자라는 스낵이 있으면 코리아타운에 있는 한국슈퍼에서 땜빵을 메우는 모습은 나한테는 그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값진 광경이자 경험이다. 이런 강한 hustle 속에서 이들은 비즈니스 현장을 직접 경험하고, 주문량이 증가할수록 전자상거래 비즈니스를 효율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한다. 절대로 교과서에서는 배울 수 없는 스타트업의 핵심이다.

이 회사가 앞으로 얼만큼 커질지는 시간만이 알려줄 것이지만, 나는 굳게 믿는다. 작은 시작, 여기저기 헛점이 많은 허접함, 그리고 끝없는 hustling의 힘을.

영어하는 창업팀(그리고 미국 투자유치)

maxresdefault그동안 영어관련 포스팅을 몇 번 썼다.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핵심은 “스타트업을 하려면 업무와 상관없이 무조건 영어를 해야한다” 이다. 내가 올리는 포스팅들이 주로 그렇듯이 영어관련 글들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도 반반이다. 완전 동의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래 너 영어 잘한다” 라는 태도로 완전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래서 영어관련 포스팅은 잘 안하려고 하는데 오늘 하나만 더 해야겠다.

스트롱벤처스는 미국에 본사를 둔 미국펀드이지만 주 투자 대상은 한국의 스타트업들이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는 역사가 매우 짧은 마이크로 VC 이며, 아직 어디가서 자랑할만한 실적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다 – 아직은. 그래도 나름 몇 개의 exit이 있었고, 우리가 투자한 후 더 높은 가치에 후속 투자도 받고, 나름 성공의 궤도를 향해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이 몇 개 있다. 나랑 John이 나름 잘 하는건 – 그렇다고 우리가 제일 잘 하는건 아니다 – 한국과 미국의 문화를 잘 알고, 양쪽에서 비즈니스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가 풍부하기 때문에 한국 스타트업들에게 글로벌 시각을 조금이나마 주입시켜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우리의 투자사들과 미국의 더 큰 투자자들을 연결시켜 줄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하고, 한국보다는 미국시장에서 의미있는 비즈니스라면 가장 마찰없이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을 모색한다.

특히, 투자의 경우 우리는 소액 투자를 주로 하기 때문에 좋은 미국 VC나 엔젤투자자들과 공동투자 기회를 만들거나, 아니면 우리 다음 후속투자에 미국 VC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스타트업과 미국 VC들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에서 아무리 회사가 가능성이 높고 좋은 팀이 있더라고 영어를 유창하게 하지 못하면 상당히 힘들어진다.

내 경험에 의하면, 일단 회사 소개 자료에서부터 이 문제는 시작된다. 우리가 좋은 회사에 투자했고, 이 회사의 가능성이 확실히 보인다면 우리랑 친하고 규모가 있는 미국 VC 한테 소개를 해야하는데 창업팀이 간단한 영문자료도 만들 수 없다면 소개조차 하기 힘들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영문자료는 아주 유창한 영어로 만든 자료이다. 오타, 틀린문법 또는 콩글리쉬가 하나라도 있으면 안 된다. 그런데 영어를 잘하는 인력이 없는 대부분의 한국 스타트업에서 만드는 영어 자료를 보면 웃음과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자료량이 많지 않다면 초기 투자자로서 내가 직접 자료를 손보고 수정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도 참 짜증나고 귀찮은 작업이지만, 모두 다 잘 되자고 하는거니 어쩔수 없이 한다.

그런데 그래도 문제가 많다. 간단한 소개 자료를 전달해서 미국 투자자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을 해도, 이 투자자는 회사와 팀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고 싶어한다. 그러면서 이메일이나 call을 통해서 이런저런 추가 질문을 하고 싶은데 창업팀이나 회사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직원 중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사람이 없다면 이게 거의 불가능하다. 물론, 자료를 내가 직접 손 본거와 같이 내가 call에 참석해서 통역을 해줄 수도 있지만 투자자는 투자자일뿐, 투자사에 대해서 속속들이 모르기 때문에 구체적인 답변이나 설명을 제공할 수가 없다.

스타트업 대표이사나 창업팀이 영어를 잘하면? 모든게 너무너무 쉬워진다. 나는 그냥 이메일로 미국 VC를 소개해주면 그 이후에는 둘이 알아서 모든걸 진행하고 나는 그냥 옆에서 거들어 주는 역할만 하면 된다. 미국 투자자의 입장에서도 엄청나게 잘 나가는 회사가 아닌 이상, 굳이 영어가 안되는 회사에 투자해서 향 후 커뮤니케이션 문제 때문에 골치 아파해야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아무리 한국 시장을 대상으로만 비즈니스를 하는 스타트업이라도 – 그런데 요새 이런 스타트업은 별로 없다 – 내가 항상 영어 잘하는 창업팀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왜냐하면, 가끔씩 기투자자로서 스타트업과 한 배를 탄 나마저 위에서 언급한 어려움과 복잡성 때문에 나랑 친한 미국 VC 소개 자체를 망설여하기 때문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아무리 영어를 못 해도 회사의 숫자가 엄청나면 전혀 문제없다. 사용자 수나 매출이 엄청나면 투자자들은 위에서 말한 언어 문제에 대해서는 상관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투자하는 대부분의 회사들은 상당히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숫자들이 성장가능성을 보여주는 정도이지 한번에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그래서 미국 VC들의 초기 관심은 끌지만, 실제 딜을 성사시키려면 여러번의 미팅을 통한 설득과 설명작업이 필요하다. 여기서 창업팀이 영어를 못하면 이 대화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영어관련 과거 포스팅:
영어가 그렇게 중요한가? YES
Do You Speak English? – Part 2
Do You Speak English? – Part 1

<이미지 출처 = YouTube>

기술이 주도하는 파괴와 혁신

한 2달 전에 Fred Wilson의 ‘What VC Can Learn From Private Equity(VC가 사모펀드로부터 배울 수 있는 점들)‘ 라는 블로그를 읽었다. 깊게 들어가 보면 완전히 다르지만, 겉에서 보면 VC도 사모펀드라는 큰 그룹에 속해있기 때문에 분명히 VC 산업이 사모펀드로부터 배울 수 있는 점들은 많고 이 글은 이러한 부분들에 대해서 설명을 한다. 그런데 내가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Fred가 지적한 VC와 사모펀드의 차이점들이다:

1/ 사모펀드는 회사의 다수 지분을 확보해서 경영에 관여한다. 벤처캐피탈은 소수 지분에 투자한다.
2/ 다수지분을 확보하기 때문에 사모펀드는 투자손실이 발생하면 안 된다. 벤처캐피탈은 (불확실성에 투자하기 때문에) 투자손실이 (어떻게 보면) 당연한 비즈니스이다.
3/ 사모펀드는 금융공학을 통해서 가치를 창출한다. 벤처캐피탈은 기술이 주도하는 파괴와 혁신, 그리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기회를 통해서 가치를 창출한다.

다 동의하지만 3번이 가장 와 닿는다. 아마도 벤처캐피탈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 그리고 앞으로 가야할 길을 간단명료하게 잘 설명해주는 포인트이다. “사모펀드는 금융공학을 통해서 가치를 창출한다”는 “사모펀드는 돈 따먹기” 정도로 간단하게 해석할 수 있는데 이와는 다르게 벤처캐피탈은 단순히 돈을 주고 몇 년 후에 몇 배 이상의 수익을 바라는 비즈니스는 아니다. 기술과 엔지니어들이 중심이 되는 파괴력을 가진 비즈니스, 그리고 이로 인해 새로 창출되는 엄청난 기회들에 투자를 하고, 많은 경우 창업팀과 함께 일하면서 비즈니스를 만들어간다.

실은 나도 이런 말을 하지만 위에서 말한 벤처캐피탈의 모습은 점점 더 이상이 되어가고 있는거 같다. 현실적으로는 벤처캐피탈이 돈 따먹기 놀이로 변질되고 있는거 같아서 조금 안타깝고, 혹시나 나도 이런 생각만을 하면서 투자를 하는건 아닌지 조심스럽게 반성도 해본다. 요새 시장에서 벤처캐피탈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들이 들려서 그냥 몇 자 적어봤다.

한국에서 스타트업을 한다는건

한국의 스타트업들이 외국의 회사들에 비해서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단점과 장점은 무엇일까? 솔직히 이 질문은 내가 벤처쪽 일을 시작했을때부터 나오던 질문이고, 나 자신도 스스로에게 항상 물어보는 질문이다. 15년 전부터 질문은 동일했지만, 시대와 상황이 바뀌면서 그 답변은 항상 달랐다. 얼마전에 구글캠퍼스코리아 제프리 센터장이 이 질문을 했었는데, 나는 다음과 같이 내 답변을 정리해봤다.

한국의 스타트업들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단점은 바로 한국의 모국어가 영어가 아니라는 점이다. 어떻게 보면 너무 단순하지만, 내가 미국과 한국을 왔다갔다 하면서 경험해보니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게 한국의 창업가들과 스타트업들에게는 너무나 큰 약점이자 단점이다. 대표이사, 영업, 마케팅, 개발 등 직무와는 상관없이 영어는 필수다. 앞으로 더욱 더 중요해질텐데 우리는 모국어가 아닌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 너무 많은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앞으로 또 낭비할것이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이는 태생적인 약점이라서 쉽게 단시간 내에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한국에서 스타트업을 함에 있어서 다른 나라 창업가들보다 가장 유리한 점은? 조금은 아이러니컬하지만 바로 우리는 문제가 매우 많은 나라에 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면에서 봤을때 한국은 참으로 재미있는 나라이다. 전세계 GDP 순위 14위에 걸맞지 않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과 사고도 많이 발생하고 가끔 나는 우리가 후진국에 살고 있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도 한다. 이번 출장에서도 아침에 출근해서 퇴근할때까지 “왜 한국은 이런게 없을까?” 또는 “왜 미국같이 이렇게 못 할까?” 라는 질문을 수도없이 많이 스스로에게 했다. 결국 이 모든 문제들이 창업가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스타트업을 한다는건 매력적일 수 있다. 그렇다고 문제가 많은 나라일수록 창업가들에게 무조건 좋지는 않다. 왜냐하면 후진국의 경우 문제는 한국보다 훨씬 더 많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 수 있는 인프라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런면에서 매우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인터넷, 모바일과 같은 기본적인 인프라가 매우 잘 갖추어진 나라이며 이러한 좋은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우수한 인력들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만난 많은 창업가들과 회사들이 이미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걸 느꼈다.

로켓을 만드는 중학생

사진 2015. 7. 9. 오전 9 40 02얼마전에 ‘중학교 3학년 학생의 거대한 로켓‘ 이라는 글을 썼다. 로켓을 만드는 정재협 중학생을 만나보지는 않았지만, 어떤 학생일지는 항상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재미있는 일이 발생했다. 구글캠퍼스 코리아(=캠퍼스서울)에서 약 한시간 동안 임정민 센터장과 불타는 창업토크를 진행했는데 갑자기 텀블벅에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한 이 캠페인에 대한 질문을 했다. 오, 그런데 임센터장이 정재협 학생을 초청한 것이다!(이건 연출이 아니라 정말로 나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마치 ‘TV는 사랑을 싣고’ 와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요새 중딩같지 않게 상당히 수줍음이 많은 정재협 학생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현재 로켓 부품을 주문해서 기다리고 있는 상태이며 이번에는 꼭 성공적으로 발사하겠다는 다짐을 받았다. 성공하면 좋은거고, 실패하면 다시 시도하면 되니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혹시 실패해서 다시 시도할때 또 돈이 필요하면 나한테 연락하라고 했다. 장래 희망이 뭐냐고 물어보니 “과학자입니다” 라고 했는데, 정말로 이 마음가짐을 끝까지 가지고 가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과학자나 engineer가 되길 바란다. 이 학생의 부모님이 정말 자랑스러워 하실거 같다.

참고로 정재협 학생이 4번째 로켓을 작명할 수 있는 영광의 기회를 나한테 줬다. 4번째 로켓의 이름은 ‘Stephanie J’ 이다. 멀리멀리 날 수 있길.

<이미지 출처 = 프라이머 이정훈 팀장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