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SuperZoo 2016

Photo 8-2-16, 2 51 19 PM미국 반려동물 산업의 규모는 대략 80조 원이다. 시장 규모도 크지만, 더 놀라운 건 성장 추세이다. 반려동물 산업은 지난 5년 동안 해마다 두 자릿수로 성장하고 있고, 지속해서 성장하는 몇 안 되는 밝은 산업이다. 사료, 액세서리, 미용, 의료 시장이 가장 크지만, 애견호텔과 같은 숙박 및 반려동물 전용 택시와 같은 운송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 투자자로서 봤을 때 성장 가능성이 높은 미래 산업이다.

나도 개를 키우기 때문에 반려동물 시장의 가능성을 믿고 있고, 미국만큼 커지지는 않겠지만, 한국의 반려동물 산업도 앞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정확한 시장 조사 자료는 없지만, 현재 한국 반려동물 시장의 규모는 대략 2조 원 정도이며, 앞으로 10년 안에 8조 원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한국사회의 매크로 트렌드는 이런 고속 성장을 뒷받침해준다. 젊은이들은 결혼을 미루고, 결혼해도 애를 갖지 않고 있다. 대신, 이들은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걸 선호하고 있다. 또한, 고령화가 가속되면서 나이 드신 많은 분이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 반려동물 문화 자체는 한국이 아직 많이 뒤처져있지만, 미국이나 일본을 따라간다는 가정하에 한국 시장이 성숙하는 건 시간문제이다.

8월 1일 – 4일 동안 나는 우리 투자사 헤이마일로와 함께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전 세계 최대 규모의 도소매 업체를 위한 반려동물 박람회인 SuperZoo 2016에 참석했다. 세계 반려동물 시장이 엄청나게 크다는 건 잘 알고 있었지만, 막상 이 박람회에 와보니 그 어마어마한 규모에 할 말을 잃었다. 세계 각국에서 온 1,500개 이상의 업체들이 전시회에 참석했는데, 우리는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행사 장소인 Mandalay Bay의 컨벤션 센터를 하루 10킬로 이상을 걸었음에도 100개 업체도 못 만났다. 그만큼 큰 규모의 행사이고, 그만큼 큰 시장이라는 뜻이다. 한국에서 오신 분들도 꽤 많이 눈에 띄었다. 옷이나 사료를 만드는 한국 업체에서 부스 전시 하는 것도 보였고, 행사장을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수입업자, 또는 헤이마일로 같은 이커머스 업체들도 보였는데, 한국에도 큰 시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우리가 만난 대부분의 북미 또는 캐나다 제조업체들이 한국 시장의 성장에 대해서 익히 알고 있었으며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큰 관심을 두는 분들도 더러 있었다.

나도 우리 개 마일로한테 투자를 많이 한다. 특히 먹는 거에 있어서는 내 밥보다 더 비싼 사료를 주고, 각종 영양제랑 건강한 간식을 준다. 시간이 아무리 없어도 거의 매일 30분씩, 주말에는 2시간씩 산책을 시키고 있다. 심지어는 개를 키우는 사람들도 나한테 그래 봤자 동물인데 그렇게 지극정성일 필요가 있냐고 물어본다. 그런데, 마일로는 그냥 우리 집에서 키우는 동물이 아니라 같잉 사는 우리 가족이다. 우리 가족인데, 좋은 밥 먹이고 잘 대접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앞으로 나 같은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이기 때문에 한 5년 후부터는 이 시장이 활짝 열릴 거라고 확신한다. 이미 반려동물 관련 스타트업들이 많이 창업되고 있고 우리가 투자한 이커머스 업체 헤이마일로와 프라이머에서 투자한 반려견을 위한 온디맨드 돌보미 서비스 도그메이트 같은 회사들은 이 시장의 가능성을 잘 알고 있다. 반려동물 시장에 진출할 마음이 있는 예비창업자라면 지금이 적절한 시기이다.

안 될 것 같은데…

미국을 떠난 지 거의 9개월 만에 LA 본사 KOLABS에 왔다. 비행기 타는 걸 워낙 싫어해서 웬만하면 자주 안 오려고 했는데, 오랜만에 와보니까 LA 날씨와 캘리포니아의 여유 있는 삶이 참 좋다는 생각을 새삼 다시 하게 되었다. 미국을 떠나면서 내 파트너 John과 스트롱의 일을 분담하기로 했는데 내가 한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면서 한국에 있는 투자사들과 투자자들을 담당하고, John이 미국 투자사들과 투자자들을 담당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미국의 투자사들과 연락을 완전히 두절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물리적으로 미국에 있는 파트너가 미국 회사들과 일을 하는 게 맞기 때문에 나는 상대적으로 한국 회사들과 더욱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우리 미국 본사 규모는 약 150평이다. 공간이 꽤 크기 때문에 이 안에는 우리 투자사뿐만 아니라 한인들이 창업한 LA 기반 스타트업들이 같이 일을 하고 있다. 이 중 하나이자 우리의 자랑스러운 투자사가 한국 과자를 월정액제로(=subscription) 배송해 주는 이커머스 스타트업 스낵피버이다. 오랜만에 스낵피버 팀과 직접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하면서 이 회사가 단기간 안에 달성한 성장 때문에 깜짝 놀랐다. 내가 9개월 전 LA를 떠날 때만 해도 스낵피버의 월 매출은 1~2천만 원 정도였다. 우리가 투자했지만, 실은 “한국 과자를 미국 사람들이 사 먹을까?” , “먹어도 얼마큼 먹을까?”라는 의구심을 나는 항상 갖고 있었기 때문에 한 달에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 참고로 스낵피버 고객의 90%는 미국인이다. 교포들도 아니고 완전 미국인들 – 2천만 원 어치의 한국 과자를 판매하는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게 한계라고 생각도 가끔은 했다.

그런데 이 “잘 안 될 것 같은데….” 라는 내 편견을 이 팀은 보기 좋게 깨줬다. 정확한 수치는 공개할 수는 없지만, 이 추세로 간다면 앞으로 2~3년 후에 스낵피버가 한국 과자를 년간 50억 원 이상 판매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LA 코리아타운에서 바퀴벌레같이 시작한 이 작은 스타트업이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만드는 과자를 전 세계를 대상으로 50억 원 어치 팔 수 있을까? 많은 사람이 이런 질문을 할 것이다. 실은 농심이나 롯데 미주 지사장들도 깜짝 놀란다. 본인들이 한국 과자 분야에서는 전문가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전문가들도 못 하고 있고 – 실은 해보지도 않았겠지만 – 그러므로 안 될 거로 생각하지만, 여기에는 엄청난 기회가 존재했던 것이다.

비슷한 스토리를 가진 유니콘 회사가 얼마 전에 LA에서 탄생했다. 저가의 남성 면도날을 월정액제로 판매하는 Dollar Shave Club이 그 주인공이다. 2011년도 창업한 LA의 스타트업이고, 창업 초기부터 알고 있던 회사지만 싸구려 면도날 파는 회사가 팔아봤자 얼마만큼 팔까 라는 생각을 많은 사람이 했다. 이 회사가 5년 만에 다국적 기업 유니레버에 1조 원에 최근에 인수되었다. 이 역시 “잘 안 될 것 같은데….” 라는 편견을 버릴 수 있게 해준 좋은 예다.

투자자인 나도 의심을 하고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한 비즈니스가 이렇게 잘 되는 걸 보면 나도 많은 걸 배운다. 아무리 안 될 것 같은 사업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서 그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남들이 아무리 안 된다고 해도, 내가 굳게 믿고, 그 믿음을 꾸준히 실행하면, 안 될 것 같은 것도 된다. 이번에도 많이 배웠고, 우리 투자사들한테 항상 많이 배운다.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

easypam살아가면서, 또는 일하면서 필요한 여러가지 중요한 스킬이 있다. 이 중 가장 중요하지만 극소수만이 보유한게 ‘커뮤니케이션’ 스킬인거 같다. 우리 투자사 대표님들에게 가장 강조하는것 중 하나가 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지만, 실은 나도 잘 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 할 수는 없다. 우리 투자사 대표들 중에는 커뮤니케이션을 정말 잘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가끔씩은 내가 왜 저런 사람들한테 투자를 했을까 후회하게 만들 정도로 소통을 못 하는 분들도 있다.

커뮤니케이션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건 ‘상황이 좋지 않을때의’ 커뮤니케이션이다. 회사가 잘 되고 있으면 모두 다 행복하기 때문에 정보의 전달과 소통이 조금 부진해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숫자가 좋으면 모든게 용서가 되고 용납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 그리고 스타트업들은 좋지 않을 때가 훨씬 많다 – 상황이 좋지 않을때에는 가능하면 높은 레벨의 커뮤니케이션 수준을 유지하는게 필요하다.

솔직히 말해서 스타트업이 잘 안 되기 시작하면 그 끝은 좀 빤하다. 돈도 없고, 자원도 없는 작은 회사가 불리해지면 회복하는게 쉽지 않다. 그리고 많은 회사에 투자를 해봤고, 여러가지 상황을 경험해본 현명한 투자자라면 이 사실을 누구보다 더 잘 안다. 어쩌면, 대표이사보다 투자자는 이 회사의 끝이 어떻게 될지 잘 알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어차피 벤처의 성공확률은 매우 낮고, 투자는 확률게임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회사들은 3년 – 5년 안으로 망하는게 – 물론, 그렇게 안 되게 모두 열심히 하겠지만 – 현실이다.

전에도 한 번 포스팅을 한 적이 있는데, 나는 우리가 투자한 창업가 중 실패했지만 또 창업을 하면 무조건 다시 투자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굉장히 성공했지만 또 창업을 해도 절대로 다시 투자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커뮤니케이션이 핵심이다. 사업의 성공 여부를 떠나서 소통을 잘 하는 창업가들한테는 믿음이 간다. 상황이 좋지 않을때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데, 이럴때는 그냥 다 포기하고 세상과 담을 쌓고 싶을때가 있다. 하지만, 현명한 창업가들은 이럴수록 회사를 믿고 투자한 투자자들과 활발하게 소통을 한다. 현황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공유하고 해결책을 같이 찾아가려는 노력을 하면 창업가와 투자자 사이에는 – 쉽게 말하면 사람과 사람 사이 – 신뢰와 존중이 생기는데, 이렇게 쌓인 감정은 비즈니스가 실패해도 평생 가기 때문에 우리는 이런 창업가들한테는 다시 투자할 의향이 항상 있다. 우리도 우리를 믿는 좋은 분들이 우리 펀드에 출자한 돈을 가지고 투자하기 때문에 이 소중한 돈이 우리가 믿는 좋은 분들한테 투자되길 원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업을 잘 하고 돈을 잘 벌어도 소통이 안되고 투명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창업가들이랑은 다시는 같이 일하고 싶지 않다는게 내 지론이다.
참 안타까운건 투자를 하기 전에는 잘 모른다. 투자를 한 후에만 알 수 있기 때문에 우리도 이런 실수를 가끔씩 한다.

얼마전에 나는 우리 투자사 텀블벅에서 진행된 ‘이지팸‘이라는 크라우드펀딩 캠페인을 후원했다. 스팸을 써는게 상당히 불편하고, 나중에 설겆이 하는건 더 불편한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스팸 커팅 도구를 만드는 캠페인이었다. 인기가 많을 줄 알았는데 목표금액 700만원 중 50% 밖에 못 모으고 실패했다. 비록 캠페인은 실패했지만 이 프로젝트 오너는 후원자분들한테 진심이 담긴 소통을 정기적으로, 그리고 적시에 했다. 얼굴도 모르는 분이지만 나는 이 분이 다음에 창업을 해서 나한테 투자 받으로 온다면 굉장히 긍정적으로 검토할 의향이 있다. 생각했던거 만큼 왜 후원이 없는지, 처음에 세웠던 가설이 왜 틀렸는지, 그걸 고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굉장히 자세히 후원자들한테 설명하는 모습에서 창업가가 투자자들에게 투명하고 명확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소통하려는 노력을 봤기 때문이다.

이 분이 프로젝트 종료를 한시간여 남기고 후원자들에게 보낸 “프로젝트 기간 종료를 앞두고” 라는 글을 그대로 붙여본다. 이런 인간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할 줄 아는 분이라면 사업이 실패해도 함께 하고 싶다.

안녕하세요 후원자여러분.

프로젝트 종료를 한시간여 남기고 이렇게 글을 씁니다. 결국 프로젝트는 후원목표금액의 50%를 모집하는데 그쳐 실패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의 후원자 수는 223명, 타 프로젝트와 비교해봤을 때 실패한 경우로 보기엔 후원자 수가 너무 많지만(황당하네요.) 어찌됐던 설정한 목표에 미달했으니 아쉽게도 제품을 받아보실 수 없게 되었습니다.

업데이트에서 제품을 개선하고 그 사실을 알려드릴 것을 약속했지만 제품의 개선과 마케팅 전략 실행을 진행해본 바,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그래서 텀블벅측에 프로젝트 조기종료를 요청할까 생각해봤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후원금액 증가추이를 파악하기 위해 일부러 남겨두었고 꽤 의미있는 경험과 데이터를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재밌는 사실은 전체 후원금액의 60% 정도가 단 6일만에 모였다는 점을 들 수 있겠네요. 전체 후원자수는 223명인데 이중 40여명이 하루만에 모였을 때도 있습니다.

이런 일은 첫번째론 텀블벅측에서 프로젝트를 페이스북에 노출시켰을 때 발생했고 두번째 폭발적 증가는 텀블벅에서 광고메일을 돌렸을 때였습니다. 제품의 품질도 중요하지만 마케팅과 홍보가 이렇게 중요한 줄은 미처 몰랐네요. 두차례의 외부 공개로 각각 3일씩 그 파급효과가 지속되었고 50일의 프로젝트 진행기간중 단 6일만에 60~70%의 후원자가 집중된 것은 꽤나 의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더불어 외부 공개 이후 후원자가 공유와 공유를 거치며 후원자수 증가의 선순환에 진입하지 못하고 감소후 정체하게 된 점도 곰곰히 생각해 봤습니다. 저의 생각으론 아마 이 제품이 가진 여러 문제점 때문인 것으로 보여집니다. 시제품 단계의 미완성 제품인데다가 프로젝트 페이지가 너무 복잡하고 자세해서 주의를 분산시키고, 더불어 두번에 걸친 절단방식 때문에 이에 거부감을 가진 분들이 많았기 때문으로 보여집니다. 그래서 외부 공개 당시엔 ‘스팸을 썰어먹기 너무 힘들다’라는 것에 아주 강하게 공감하시는 분들 위주로 후원이 이루어졌고 스팸썰기에 대한 편의성 측면에서 애매하게 생각하시는 분들, 혹은 그다지 크게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는 분들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하지 못하다보니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스팸을 썰어먹는데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분들에게조차 ‘아 이제품을 사용하면 더 편리해지겠군’이라고 생각하게 하거나 ‘가격도 싼데 그냥 사서 써볼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면 제품이 큰 공감을 받고 후원자수 증가가 공유를 거듭하며 선순환 했을텐데 그렇게 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합니다.

그래서 결국 내려진 결론은 이렇습니다. 제품의 상품성을 더 다듬고, 시제품이 아니라 완제품을 제시해야 하며, 가격은 더 싸게 하고, 마케팅 전략을 초기부터 체계적으로 실행한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하나 하나 만만한게 없는 사안이네요.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할땐 준비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는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엉망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반의 성공(?)을 한 점은 그만큼 스팸을 편하게 썰어먹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다는 증거겠지요. 이 프로젝트로 저희 제품에 대한 문제점을 명확히 알 수 있었지만 더 중요한 교훈은 스팸썰기에 대한 수요가 분명 가볍진 않았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제품을 쉽게 포기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반드시 지금보다 더 훌륭한 제품으로, 더 저렴하게 후원자 여러분을 찾아갈 것입니다. 또한 지금 이 순간까지 후원을 지속해주신 223명께는 추후 프로젝트를 통해 특별한 보답을 해드리고 싶습니다.

저희 니나히와 이지팸은 반드시 다시 돌아옵니다. 우선은 이지팸 말고 상대적으로 수익을 얻기 좋은 제품의 프로젝트를 진행해 자금을 모을 생각입니다. 차기 프로젝트는 완성품을 제시할 것이며 상당부분 진행이 완료되었습니다. 저희 니나히를 계속 지켜봐 주십시요. 그리고 이지팸의 부활을 기다려주십시요.

후원해주신 223명 한분한분께 너무 감사합니다.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다음에 꼭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미지 출처 = 텀블벅 ‘이지팸’ 캠페인 페이지>

투자자의 pro-rata 권리 계산하기

지난번에 투자자들의 pro-rata 권리에 대해서 짧게 쓴 글이 있다. 우리말로는 ‘신주인수권’ 또는 ‘증자참여권’ 이라고 하는 pro-rata 권리에 대해서 간단히 개념만 설명했는데, 최근에 우리 투자사들의 후속 투자 유치 관련, 기존 투자자들의 pro-rata 권리 계산하는 걸 도와주면서 다른 창업자분들도 알면 좋을 거 같아서 조금 더 자세하게 적어본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주식회사 청담동’ 이라는 가상의 회사를 하나 만들어 보겠다. 이 회사는 1년 전에 시드 투자를 받았고, 이번에 100억 원 포스트 밸류에이션에 총 20억 원의 시리즈 A 투자유치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발행된 주식 수가 100,000 주인데 창업팀이 70,000 주(70%), 투자자들이 30,000 주(30%)를 밑의 도표와 같이 보유하고 있다.

cap table 1

주식회사 청담동 지분구조

그러면 이번 20억 원 라운드에서 기존 투자자들이 자신들이 보유한 지분율을 유지하기 위한 신주인수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각 얼마를 추가 투자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에 상응하는 주식 수는 어떻게 되는지 한 번 계산해보자.

일단 이해를 위해서 주식회사 청담동의 시리즈 A 투자 이후의 지분 변동률과 이에 따른 각 투자자의 pro-rata 내용을 도표로 만들어 봤다.

주식회사 청담동의 pro-rata 내역(시리즈 A 투자 이후)

주식회사 청담동의 pro-rata 내역(시리즈 A 투자 이후)

1/ 시리즈 A의 주식 가격 산정
이건 간단한 산수이다. 이번에 발행할 주식의 수를 X 라고 하면, 이미 발행한 100,000 주에 이를 더한 합이(100,000 + X) 시리즈 A 이후 발행된 총 주식 수 이다. 그리고 X가 전체 주식의 20%이니,

X / (100,000 + X) = 20%
X = 25,000

즉, 이번 라운드에서 추가 발행해야 하는 신주는 25,000 주이다. 그리고 이 25,000 주의 총 가격이 이번에 들어오는 투자금 20억 원이다. 그러니 이번 라운드의 주당 가격은 80,000원이다(=80,000원짜리 주식을 25,000개 발행하면 20억원)

2/ 각 주주의 지분 희석률 계산
이 또한 간단한 산수이다. 예를 들어서 스트롱 벤처스는 이미 청담동의 10,000 주를 가지고 있었고, 이는 시리즈 A 투자 받기 전 회사의 10% 이다. 하지만, 20억 원 추가 투자를 받으면 25,000 주의 신주가 발행되어 회사의 전체 주식 수가 100,000에서 125,000 주로 증가하기 때문에 이 10%가 8%로 희석된다(=10,000 주 / 125,000 주)
다른 투자자들의 지분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희석된다.

3/ 각 주주의 pro-rata 계산
스트롱벤처스는 이번 라운드를 통해서 지분율이 8%로 감소하였으니, 기존 지분율 10%를 유지하려면 회사 지분의 2%를 추가 구매해야 한다. 이를 주식 수로 계산해 보면 2,500 주 이다(=125,000 주 x 2%). 1번 에서 계산한 주당 가격 80,000원에 2,500 주를 곱하면 스트롱벤처스가 pro-rata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 추가로 투자해야하는 금액이 계산된다. 즉, 80,000원 x 2,500주 = 2억 원 이다.

정리해보면, 20억 원의 시리즈 A 라운드 중 기존 투자자들이 초기 지분율을 유지하기 위해서 추가 투자해야 하는 총 금액은 6억 원이며, 신규 투자자들은 14억 원까지 투자를 할 수 있다(창업팀의 pro-rata 부분이 여기에 해당한다. 창업팀은 pro-rata 권리가 없다). 물론, pro-rata 권리는 말 그대로 투자자들의 권리이지 의무가 아니다. 어떤 투자자들은 이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그냥 지분의 희석을 선택할 것이고, 어떤 투자자들은 pro-rata 권리를 모두 행사하지 않고 더 적은 금액만을 행사할 수도 있다.

하지만, 회사가 가는 방향이 맞고 창업팀이 실행을 잘 한다면, 현명한 투자자라면 무조건 pro-rata 권리를 행사할 것이다. 초기 투자자들이 돈을 벌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자 무기가 이 권리이기 때문이다. 회사가 워낙 좋으면 기존 투자자들이 자신들의 pro-rata 권리 이상의 투자를 원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후속/신규 투자자들이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회사를 초기에 발굴했다고 생각한다면, 대부분의 투자자는 의미있는 지분투자를 하고, 계속 그 지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pro-rata 투자를 한다.

그런데 투자자들도 귀가 얇은 사람들이 있어서 본인들이 이 권리를 행사할지, 또는 행사를 해도 얼마를 할지가 라운드를 진행하면서 수시로 변동될 수도 있다. 가령, 신규 투자자들이 별로 관심을 두지 않으면 기존 투자자들도 추가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갑자기 굉장히 유명한 VC가 투자를 하겠다고 하면, 기존 투자자들이 pro-rata 투자를 하겠다고 하는 경우도 여러 번 봤기 때문이다. 보통 이렇게 진행되니 위에서 예를 든 20억 원 라운드 중 기존 투자자와 신규 투자자들이 총 얼마 할지는 계속 변동된다.

세상에서 가장 큰 국민의 도서관

20160616_112300
작년 5월에 콜드 이메일을 하나 받았다. 제목을 보니 ‘책’ 관련된 비즈니스인거 같아서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고 내용을 읽었는데 ‘국민도서관 책꽂이‘ 라는 회사에서 온 이메일이었다. 실은 지난 1년 동안 종이책에 대한 내 생각이 많이 바뀌었지만 당시만 해도 나는 종이책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종이책의 종말에 대해서는 내가 여러번 블로그를 통해서 글을 쓴 적이 있다.

책 관련 비즈니스는 내 관심사 밖이었지만, 국민도서관 장웅 대표님의 이메일에는 고민의 흔적과 진정성이 보였다. 그래서 투자와는 상관없이 한 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청담사거리 스타벅스에서 한시간 정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시간 동안 내 생각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아니, 생각의 변화라기 보다는 국민도서과 관장님에 대한 존경이 이 시장에 대한 내 생각을 바꾸게 한거 같다. 이 분은 책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분이었다.

우리도 그동안 많은 투자를 하면서 다양한 스타일의 창업자들을 만났다. 어떤 이들은 세상을 바꾸려고, 그리고 어떤 이들은 그냥 큰 돈을 벌고 싶어서 창업을 택했다. 사업의 목적에 나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지만, 본인들이 하는 비즈니스에 대해서 얼만큼의 애착이 있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장웅 대표님은 책을 좋아하고, 책과 독자들의 관계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래서 우리는 이 회사에 투자를 했다(기존 투자자는 이덕준 대표님의 D3 주빌리와 개인들이 있었다.)

국민도서관은 이런저런 이유로 책 보관이 힘든 사람들과 책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이어주는 마켓플레이스인데 단순히 중개의 개념이 아니라 컨트롤의 개념이 강한 소유형 마켓플레이스이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국민도서관은 남의 책을 소중히 키핑해주고, 키핑된 책들을 독자들에게 무료로 대여해주는 마켓플레이스이다. 이 과정에서 책을 전문적으로 보관해주고, 대여의 모든 과정에 직접 관여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P2P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이 집에 책 20-30권 정도는 소장하고 있을 것이다. 어떤 분들은 수 천권의 책을 소유하고 있을 것이다. 책장에 책이 있는걸 보면 마음이 뿌듯해지지만, 물리적인 공간을 너무 많이 차지하고, 이 차지하는 공간에 비해서 정신적인 만족감 외의 실용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단점이 존재한다(=책장에 있는 책들 죽을때까지 다시는 안 읽을 확률이 높다). 이런 분들을 위해서 저렴한 연회비를 내면 (200권까지:3만원 / 2,000권까지:9만원) 책들을 키핑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모든 회원은 등급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다른 분들이 키핑한 모든 책을 왕복택배비 만으로 60일간 대여할 수 있다.
굳이 책을 키핑하지 않아도 국민도서관을 사용할 수 있다. 아마도 현재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책을 키핑하지 않을것이다. 동일하게 저렴한 연회비를 내면 1년 동안 무제한으로 국민도서관에 키핑된 도서들을 대여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60일의 대여기간이 있고, 대여한 책을 반납하면 또 대여를 할 수가 있다. 과거 DVD 시절의 넷플릭스 모델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공유경제라는 말을 우리는 남발하고 있다. 남의 것을 빌려쓰는 부분이 조금이라도 존재하면 우리는 무조건 공유경제로 포장을 하지만, 국민도서관은 공유경제를 제대로 실현하고 있는 전세계에서 유일한 모델이 아닐까 싶다. 집에 공간이 없지만 책을 버리기 싫은 ‘공급자’ 들에게는 저렴한 비용에 책을 키핑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책을 읽고는 싶지만 구매할 돈이 없거나, 구하기 힘든 책들을 지속적으로 읽고 싶어하는 ‘소비자’ 들에게는 저렴한 비용에 책을 대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20160616_112322
장웅 대표님의 개인 소유 장서 2,000여권으로 시작해서 이제 곧 2살이 될 국민도서관 웹사이트가 며칠 전에 대대적인 업데이트를 푸쉬했다. 실은 같은 식구인 내가 봐도 기존 사이트의 사용도가 너무 후졌었는데 이제는 단순히 책을 키핑하고 대여할 수 있는 기본적인 기능 외에 여러가지 소셜 기능들이 추가되었다. 내가 대여해서 읽는 책의 문구 중 마음에 드는 부분을 저장 할 수 있는 “여기가 좋았어” 기능, 내가 키핑하고 있는 책을 읽는 분과 소통할 수 있는 기능들, 그리고 내 책을 다른 사람이 대여하면 나도 소정의 금전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기능들이 추가되었다. 완벽하게 구현되지는 않았지만 오직 책이라는 관심사를 기반으로 다른 사람들과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성장 중이다.

현재 국민도서관에 키핑되어 있는 책은 약 52,700여권인데 이는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다. 얼마전에 47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완공한 도봉기적의도서관의 경우 장서수 17,000여권이며, 2013년에 공개된 서울시 구립공공도서관 운영현황에 따르면 국민도서관의 52,700여권이면 서울시 구립공공도서관과 비교하여 장서수로는 92개 도서관중 29위 정도이다. 재미난 사실은 이런 국민도서관은 얼마전까지만해도 장웅 대표님 혼자서 운영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책을 사랑하고 운영에 강점이 있는 회사이다.

참고로 내가 쓴 책들 ‘스타트업 바이블’과 ‘스타트업 바이블 2’도 현재 국민도서관의 내 책꽂이에 키핑되어 있으니 아직 안 읽어보신 분들은 회원가입하고 마음껏 빌려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