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블로깅의 습관화

내가 블로그를 처음 쓰기 시작한 건 2007년 4월이다. 그 이전에는 취미로 글을 쓴다는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2006년도에 MBA 준비를 하면서 서점을 기웃거리다 보니, MBA 준비 과정에 대한 책들은 넘쳐흘렀지만 실제로 MBA를 시작하면 학교생활은 어떻고, 공부는 할 만한지, 그리고 어떤 걸 경험하고 배우는지에 대한 내용을 경험 위주로 서술한 책은 없다는 걸 깨달았다. 당연히 MBA 준비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이에 못지않게 MBA 과정 자체에 대한 궁금증을 갖는 학생이나 직장인들도 많다는 걸 내가 준비하면서 느꼈기 때문에, 그러면 내가 이런 책을 한 번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2년간의 MBA 과정을 아주 생생하게 책으로 남기면 재미있지 않겠냐는 이 컨셉을 출판사들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상의를 해봤는데, 은근히 반응들이 좋아서 학교를 시작하기 전에 한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워튼에 입학을 했다.

일기 형태로 일주일에 2~3번은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이걸 2년 후에 편집해서 책 한 권으로 만드는 걸 목표로 글솜씨도 없었지만, 열심히 블로깅을 시작했다. 이때 내 블로그의 제목이 ‘Life At Wharton’이었다. 당시에는 수업, 학교 다니면서 만난 친구들, 워튼이라는 학교, 과외활동, 기혼자로서의 MBA 생활 등에 대한 내용을 위주로 글을 썼다.
솔직히 처음에는 너무 어색하고 힘들었다. 말로 할 수 있는 걸 글로 쓰려니 3배의 시간이 걸렸고, 글을 쓴 후에도 이걸 2번 정도는 더 검토하고 포스팅하다 보니 하루에 한두 시간은 여기에 할애해야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걸 꾸준히 하다 보니까 속도도 붙으면서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던 내 생각을 논리정연하게 정리하고 표현할 수 있는, 좋은 습관이 몸에 배기 시작했다.

2008년 2월에 나는 뮤직쉐이크를 하기 위해서 학교를 그만두면서, MBA 과정에 대한 책 만드는 걸 포기하고 글쓰기를 중단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짧은 시간 동안 내 블로그를 열심히 구독하고 읽는 독자층이 생겼고, 담백한 글들이 재미있으니 꼭 MBA가 아니더라도 그냥 뭐라도 계속 블로깅을 했으면 좋겠다는 시장의 피드백들이 있어서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블로그의 제목도 ‘Life Away From Wharton’으로 바꿨다. 하는 게 스타트업이라서 주로 이 분야와 관련된 글들을 쓰다 보니 ‘스타트업 바이블‘이라는 책까지 출간하게 되었고, 그 이후 쭉 ‘The Startup Bible’이라는 제목으로 이 블로그를 운영해왔다.

내가 이 분야에서 블로깅을 하면서 role model로 삼고 있는 두 분이 있는데 바로 YC의 Paul Graham과 USV의 Fred Wilson이다. 여전히 내 우상이고, 솔직히 내 경험이나 글솜씨는 이분들을 따라가려면 – 따라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 한참 멀었다. 초기에는 나도 폴 그레이엄 같이 꽤 긴 글들을 비정기적으로 포스팅하다가, 한 3년 전부터는 프레드 윌슨과 같이 짧은 글들을 정기적으로 포스팅하면서 이제는 가능하면 월요일과 목요일, 일주일에 두 개의 글을 올린다. 참고로 프레드 윌슨은 하루도 안 빠지고 매일 글을 쓰는데, 나도 한번 이렇게 해볼까 고민하다가 도저히 지속해서 못 할 거 같아서 포기했다.

나는 왜 글을 쓸까? 그냥 하루하루 사는 것도 바쁘고 힘든데, 왜 굳이 뭔가를 창작하는지에 대해서 나도 스스로 생각해 봤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중 나한테 의미 있는 건 다음과 같다.

약 8년 동안 꾸준히 블로깅을 해보니까 이제는 글 쓰는 게 습관이 되어 버렸고, 아무리 바빠도 글을 쓰기 위한 시간을 만들다 보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대부분 투자자는 사람 만나는데 시간을 많이 사용한다. 내 일정도 보면 하루에 3~4개 미팅이 잡혀있으니, 일주일에 20명 이상을 만나는데, 이렇게 하다 보면 조용히 생각할 시간이 거의 없다. 실은 VC들이야말로 미래에 대해서 생각도 많이 하고 공부도 많이 해야 하는데, 사람만 만나다 보니 이걸 잘 못 한다. 나는 글을 쓸 때 바쁜 마음을 내려놓고, 여유 있게 글 쓰는 내용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일주일에 2~3 시간이지만, 매우 생산적이고 정신적으로 보상받는 시간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글은 무조건 재미있어야 하고, 독자에게 새로운 상식을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글을 쓰려면 통찰력이 필요한데, 사람의 통찰력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생기는 게 아니다. 오랫동안 전문지식을 습득하고, 사물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자신을 훈련해야 한다. 블로깅은 나한테 이런 새로운 능력을 개발할 수 있게 해주는 훌륭한 도구이다. 좋은 내용의 글을 쓰려면, 좋은 주제가 있어야 하는데, 좋은 주제는 항상 눈과 마음을 열어놓고 내 주변의 현상과 사물들을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글을 꾸준히 쓰다 보니 관찰하는 습관이 생기기 시작했다.

글을 쓰면 생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다는 건 말하지 않아도 너무 당연하다. 누구나 머릿속에는 좋은 생각들이 있고, 이걸 말로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생각을 정말로 내 것으로 만들고, 조금 더 나아가서 남들에게 잘 설명하려면 차분하게 글로 정리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 생각은 시간이 지나면 잊히거나 흐릿해지지만, 머릿속의 이 생각을 손끝으로 정리하고, 다시 한 번 종이 위의 내용을 읽으면서 머리에 입력시키면 좀처럼 잊히지 않는다.

최근 들어 내가 블로깅을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생겼는데, 나 스스로 좀 편해지기 위해서이다. 나는 다양한 질문을 꽤 많이 받는다. 주로 우리 투자사 대표님들이 가장 활발하게 질문을 하는데, 질문들을 받다 보면 비슷한 내용이 꽤 많다. 그러다 보면, 이메일을 검색해서 과거의 비슷한 질문에 대한 내 답변을 찾아서 카피 페이스트를 하는데, 언제부터인지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 관련 내용에 대한 블로그 포스팅을 한 후에, 그 링크만 보내주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하니까 시간을 꽤 많이 절약할 수 있다.

꾸준히 블로깅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글솜씨도 늘고, 일관성이 습관화되었고, 사물을 여러 가지 각도에서 볼 수 있는 능력이 조금 생겼고, 나 자신과 스트롱벤처스를 위한 훌륭한 마케팅 채널을 하나 확보할 수 있었다. 10년 전만 해도 글을 전혀 못 쓰던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이 연습과 훈련을 통해서 이 정도까지 올 수 있다면, 누구나 다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꾸준한 훈련과 노력만 뒷받침된다면.

블로깅을 시작하는 건 모두에게 권장하고 싶다. 다만, 시작했으면 밥 먹고 똥 싸는 것처럼 꾸준히 해라.

불쌍하지만 부러운

우리가 2번째 펀드에서 투자를 시작한 지가 이제 약 1년 3개월 정도가 되었는데, 지금까지 45개 정도의 회사에 투자했다. 며칠 전에 나도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는 프라이머 10기 대상 첫 번째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자료를 조금 정리하면서 계산을 해보니, 우리가 투자한 회사의 절반 정도가 프라이머 출신 한국과 미국의 스타트업이었다. 프라이머와 초기에 같이 투자한 회사들도 있지만, 주로 후속 투자를 스트롱이 많이 했는데, 프라이머 회사들과 꽤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고, 이 중 몇 회사들과는 정기적으로 교류함으로써 발생한 결과인 거 같다. 물론, 대부분 회사의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만족하고 있다.

나도 이제는 실제 스타트업 운영에서 손을 뗀 지가 7년이 되어가고 있다. 많은 회사와 만나면서 시장, 방향, 운영에 대해 질문을 하고 시장이나 방향에 대해서는 내 의견을 자신 있게 표현하지만, ‘운영’에 대해서는 나는 내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지 않는다. 아니, 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스타트업의 dynamic 한 운영에 대해서는 나보다는 대표이사님이 훨씬 더 잘 알기 때문이다. 1년 365일, 하루 24시간 고객에 대해서만 고민하는 대표보다 나 같은 뜨내기가 이 비즈니스에 대해서 잘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투자하는 초기 기업들과 같이 일하는 게 즐겁고 재미있다. 새로운 분야에서 아무것도 없이 시작하는 스타트업이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가까운 곳에서 자세히 보고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프라이머 10기 약 20개 스타트업이 참석한 워크숍에서 창업가들을 보고 ‘불쌍하다’와 ‘부럽다’라는 두 가지 감정이 교체하는 걸 느꼈다. 프라이머 투자와 acceleration을 통해서 이제 막 힘차게 시작하는 분들을 보고 불쌍하다고 느꼈던 이유는 이제 그 힘든 전쟁터에 입문해서 고생할게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 모든 창업자분들이 단단히 각오하고 시작하겠지만, 내가 뮤직쉐이크를 하면서 느꼈던 건 회사를 시작해서 운영하면서 느끼는 스트레스와 힘듦은 내 예상보다 5배~10배 정도였다. 이분들의 머릿속에서는 분명히, “엄청 힘들겠지만, 나는 잘 하기 때문에 우리 회사는 잘 될 거야.”라는 생각을 할 것이지만, 이 회사 중 90%는 5년 후에는 어쩌면 죽는 게 냉혹한 현실이기 때문에 모두 단단히 육체적/정신적으로 중무장을 해야 한다. 하여튼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까 불쌍해 보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분들이 너무 부러웠다. 일단 나 같은 투자자는 할 수 없는 진정한 변화를 창업가들은 만들 수 있다. 대기업에서 일하거나, 남의 밑에서 일을 하면 내가 하는 일이 내가 원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별로 없다. 하지만 내 사업을 하면 내가 하는 일이 내가 원하는 결과를 만들 수 있도록 100% 모든 노력과 자원을 투자할 수 있다. 내가 뭔가를 직접 만들어서 원하는 결과를 만들고 싶어도 나는 직접 하지 못하지만, 창업가들은 할 수 있다. 이게 너무 부러웠다.

또 한가지는, 성공은 힘들고 확률적으로 낮지만, 성공하면 이분들은 돈을 엄청 벌 수 있다. 나 같은 투자자들은 좋은 회사에 투자해도 엄청난 대박이 아니면 – 그리고 한국은 exit 시장이 미국만큼 크진 않기 때문에 이런 초대박이 나오기란 쉽지 않다 – 큰돈을 벌수가 없다. 나도 투자를 시작할 때는 좋은 회사에 많이 투자해서 개인적으로도 돈을 좀 벌어보자는 기대를 했지만, 현실적으로 벤처산업에서 정말 큰돈을 벌 수 있는 분들은 창업팀밖에 없다. 연초에 올린 “부자의 대열에 끼기“라는 포스팅에서 언급했지만, 조 원대의 재산을 축적해서 정말로 부자의 대열에 끼고 싶다면 기술 창업을 통한 성공이 가장 빠르고 유일한 방법이다. 참고로, 삼성전자 사장을 10년 동안 하면서 150억 연봉을 그동안 한 푼도 안 쓰고 다 저축을 해도 1,500억 원밖에 못 모은다. 1조 원의 7분의 1 이다.

어쨌든 프라이머 10기 모든 회사들에 행운을 빌고, 앞으로 3개월 동안 나도 많이 배우길 기대한다.

종이 위의 잉크

%ea%b0%84%ec%9d%b82012년도에 Strong Seed Fund 1호로 공식적인 벤처투자를 시작한 우리는 지금까지 약 4년 동안 60개가 넘는 한국과 미국의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정확한 계산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이 중 약 40개 정도의 회사에 스트롱은 최초로 투자했다. 지금도 계속 남들보다 먼저 회사를 발굴해서 가장 먼저 투자하는 first investor 전략을 고집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다른 투자자들과 함께 공동투자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과거에도 좋은 회사들이 많았고, 지금도 많지만, 시대가 시대인만큼 요새 초기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더 많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동투자를 하면 스트롱 보다는 다른 투자사들이 라운드를 lead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우리는 계약서를 따로 사용하지 않고 리드 투자사의 계약서를 그대로 사용한다. 즉, 남의 투자계약서에 우리 이름과 투자 금액만 추가해서 묻어간다. 이렇게 하는 게 우리도 편하지만, 투자를 받는 회사들에도 계약서 검토 시간과 비용면에서 훨씬 더 수월하다. 특히 우리가 투자하는 단계에서는 많은 대표이사가 법률용어와 익숙지 않기 때문에 그냥 잘 모르는 상태에서 계약하거나, 아니면 법률검토에 과도한 비용을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가능하면 우리는 두 회사 간 법적 서명을 해야 하는 계약서의 프레임은 유지하되, 세부 항목들은 스탠다드하게 유지한다.

공동투자를 하면 다른 투자사의 계약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볼 기회가 있는데, 가끔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계약서를 빡빡하게 만드는 투자사들도 있다. 어떤 항목들은 굳이 계약서에 넣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하게 만드는데, 물어보면 두 회사가 하는 계약이기 때문에 발생 가능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서 무조건 다 포함해야 한다고 한다. 이분들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일하고 있는 이 벤처 업계는 다른 산업과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같이 초기회사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회사의 비즈니스나 시장보다는 대표이사와 창업팀에 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가능하면 대표이사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믿을 수 있는지, 나랑 교감이 가능하며 비즈니스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인지를 파악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이분들을 100% 믿고 같이 일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 투자를 한다(물론, 이런 내 생각과 감이 항상 맞지는 않는다. 이상한 인간들한테 투자한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이 단계까지 오면 계약서는 투자하기 전에 자동으로 작성하는 기계적인 문서이지, 상대방을 불신하기 때문에 각 항목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작성해야 하는 문서는 아니다. 이때부터는 서로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같이 가는 모드로 전환되어야 하고, 우리가 투자한 팀이 잘해서 서로 이길 수 있는 환경을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위에서 말한, 계약서가 존재하는 이유인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회사가 잘 안돼서 망하면 설명할 필요도 없이 그냥 서로 손해를 보는 거다. 만약에 대표이사가 딴 맘을 먹고 계약을 위반하면 참으로 짜증 나는 상황이 발생하지만, 그렇다고 법정으로 가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투자한 금액보다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 소모전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도 서로 손해를 보고 끝날 확률이 높다. 즉, 스탠다드한 계약서이든 엄청 깐깐한 계약서이든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면 투자자나 피투자 기업이나 둘 다 손해를 보고 끝나는 것이다.

한국 투자자와 공동투자를 하면 50장에 육박하는 계약서에 간인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최근에 만난 투자사 대표이사는 도장 찍느라고 손목을 다쳤다고 했는데, 공동투자사들이 2개만 넘어도 50장짜리 계약서에는 도장을 100번 이상 찍어야 한다. 거기에다 요새는 무슨 펀칭까지 하는 걸 봤다. 이렇게 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원래 그렇게 하기 때문에 한다고는 하지만, 궁극적인 이유는 서로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간인을 하지 않으면 혹시나 중간에 있는 페이지를 누가 몰래 바꿔서 계약 내용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같은 경우 스트롱이 단독으로 투자하면 전자서명을 하고, 이렇게 하면 서명해야 하는 페이지는 단 한 장이다. 투자자나 피투자사는 단 한 번의 클릭으로 계약을 체결한다. 전자서명이 아니라 스캔을 해서 PDF를 교환할 때도 우리는 서명을 해야 하는 페이지만 스캔해서 PDF로 만든 후에 나머지 계약서에 PDF로 붙여서 통합해버린다. 계약서가 아무리 길어도 실제로 서명해야 하는 페이지는 단 한 장인데, 모든 페이지에 서명하거나 도장을 찍는 건 정말로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

어떤 분들은 이렇게 페이지마다 간인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계약이라는 건 당사자들이 그 계약을 서로 인정하면 법적 효력을 갖는 걸로 알고 있고, 투자자와 피투자 기업 간 깊은 신뢰와 믿음이 있다면 이건 충분히 가능하다. 나중에 서로 딴소리를 한다면 그 투자 자체가 잘못된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랑 존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계약서는 결국 종이 위의 잉크일 뿐이고, 궁극적으로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 그 자체가 비즈니스라는. 우리가 자주 하는 말이지만, 정말 멋진 말이고, 모든 계약 관계는 이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우리가 일하는 멋진 스타트업 세계에서는.

<이미지 출처 = http://blog.naver.com/sallimnea/130137902550>

행복한 직원들을 위한 두가지 서비스

happy smiley faces내 포스팅을 자주 보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너무 적나라하게 우리 투자사들을 홍보하는 글은 최대한 자제하려고 노력한다. 보통, 특정 주제 또는 이슈를 설명하기 위해서 우리 투자사들을 소개하고 홍보하는 글들을 쓰는데 이번 포스팅은 그냥 단순 홍보용이다.

오늘은 우리 투자사 플레이팅국민도서관 책꽂이가 제공하는 기업용 B2B 서비스를 소개하고자 한다.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중소기업의 사장님 또는 HR 담당자분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이자 관심사는 바로 회사의 직원들이다. 직원들이야말로 기업의 가장 큰 자산이며, 행복한 직원들은 돈 잘 벌어서 행복한 회사를 만든다. 사장님과 HR 매니저들은 어떻게 하면 우리 회사의 직원들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일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끝없이 해야 하는데 플레이팅은 그중 먹는 고민을 해결해준다. 플레이팅은 셰프가 만든 음식을 적절한 가격에 집으로 배달해 주는 서비스인데 최근에 기업 대상 서비스를 시작했다. 회사에서 케이터링 식사를 제공하거나 야근을 많이 해서 직원들이 저녁을 자주 시켜 먹는다면 고려해볼 만한 서비스이다. 또한, 행사를 자주 하는 회사이거나, 직원들 대상으로 대규모 행사를 할 때에도 좋은 케이터링 서비스를 받아 볼 수 있다. 완전히 차별화된 질 좋고 맛있는 음식을 할인된 가격에 받을 수 있는데, 자세한 소개서는 여기서 볼 수 있다.

플레이팅이 직원들에게 양식을 제공한다면, 국민도서관 책꽂이는 마음의 양식을 제공해준다. 많은 회사가 직원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기 위해서 사내도서관을 운영하는데, 삼성이나 현대 정도 규모가 되지 않으면 그냥 구색 맞추는 수준의 책꽂이에 아무도 읽지 않는 책들만 갖춰 놓는다. 국민도서관 책꽂이의 B2B 서비스를 이용하면 굳이 사내도서관을 위한 공간을 확보하지 않아도 6만 권 이상의 도서를 – 장서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 직원들이 저렴한 연회비로 수시로 빌려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추석 같은 명절 때 상품권보다 이런 국민도서관 이용권을 선물하는 게 훨씬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쏘카와 같은 기업에서 사용하고(사내도서관 설명 및 쏘카의 사용기 보기)국민도서관 책꽂이의 기업용 서비스에 대한 자세한 소개를 받고 싶으면 여기를 클릭하여 설문양식에 등록하면 된다.

<이미지 출처 = http://indy100.independent.co.uk/article/this-is-probably-the-most-indepth-analysis-of-worldwide-emoji-usage-ever-undertaken–xysJ9KjRyZ>

경험의 차별화

O2O 비즈니스는 정말 어렵다. 뭐, 어렵지 않은 비즈니스는 없겠지만, O2O는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운영과 물류의 어려움, 그리고 온라인 비즈니스의 제품과 시장의 어려움을 모두 갖고 있어서 더욱더 쉽지 않은 거 같다. 우리도 이 분야에 투자했고, 계속 하고 있지만, 알면 알수록 이 비즈니스는 더 빨리 성장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걸 느끼고 있다.

얼마 전에 미국의 대표적인 온디맨드 세탁 서비스 Washio가 안타깝게 문을 닫았다. 집으로 찾아와서 세탁물을 수거하고 24시간 안으로 가져다주는 이 서비스는 5.99 달러의 배송비에 파운드 당 2.15 달러의 세탁 비용을 받았는데, 돈을 벌 수가 없는 비용구조였고, 아마도 이 때문에 망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3년 전에 창업됐고, 약 200억 원의 펀딩을 유치한 워시오가 문을 닫은 건 O2O 비즈니스들에는 큰 타격일 것이다. 그리고 이런 진입장벽이 없고 마진이 적은 비즈니스가 얼마나 어려운지 다시 한 번 경각심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이제 성장을 시작한 온디맨드 세탁서비스들이 있는데, 한국은 미국같이 현금출혈이 심하지는 않지만, 워시오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전에도 ‘마이너스매출총이익’이라는 글에서 잠깐 언급을 했는데, 대부분의 O2O 서비스들은 빠른 고객 획득을 통한 시장 석권을 위해서 주문이 발생할 때마다 돈을 버는 구조가 아니라 돈을 잃는 구조의 비즈니스 전략을 택한다. 그리고 엄청난 펀딩을 통해서 성장을 시도하고, 성공적으로 시장을 독점하면 그 이후에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을 보고 사업을 전개한다. 우버는 이러한 시장 독점을 향해서 잘 가고 있지만, 많은 비즈니스가 워시오 같이 망하기도 한다.

이런 O2O 서비스들의 또 다른 고민거리는 전통 플레이어들과의 차별점이다. 정확한 개념의 ‘온디맨드’는 아니지만, 온디맨드 세탁이나 가사도우미 서비스는 한국에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스트롱도 온디맨드 가사도우미 서비스 미소에 투자해서 나도 자주 사용하고 있다. 솔직히 편리하긴 편리하다. 네이버 검색, 가사도우미 중개업체 전화, 전화로 날짜랑 시간 예약, 그리고 무통장입금하는 과정이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은근히 스트레스받는 일이다. 누구랑 전화 하는 거 자체가 불안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을 앱을 통해서 몇 번의 클릭으로 해결하는 게 얼마나 편리한가?”라고 나는 생각하지만, 모든 사람이 나와 동의하지는 않는다. 우리 와이프만 해도 이런 앱들이 뭐가 O2O냐고 물어본다. 그냥 옛날부터 있던 걸 앱으로 주문하는 게 뭐가 그렇게 대단한지 모르겠다고 한다 – 어차피 O2O 앱이나 인력소개서를 통해서 오는 아줌마들 모두 친절하고 일 잘한다고 한다. 오히려 앱 설치하고 가입하는 게 더 귀찮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워시오같은 온디맨드 세탁 앱들에 대해서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분들이 내 주변에 많다. 미국이야 다르지만, 한국의 경우 동네 세탁소 아저씨들이 20년 전부터 아파트 돌아다니면서 세탁물 수거해서 깨끗하게 세탁하고, 그다음 날 배송비 없이 다시 집으로 가져다줬다. 특히 오랫동안 한 동네에서 세탁하시던 분들은 동, 호수를 다 외우고 세탁물만 봐도 어떤 집인지 아신다. 물론 동네 세탁소는 자정까지 세탁물을 수거하지는 않지만 이렇게 늦게 세탁물을 맡겨야 하는 분들도 별로 없는 거 같다. 나는 솔직히 세탁특공대 같은 앱이 엄청 편해서 좋아하는데, 내 주변 분들은 앱으로 세탁 주문하는 거 외에는 동네 세탁소랑 뭐가 다르냐고 물어본다.

그래서 이미 존재하던 오프라인 사업에 온라인을 적용하는 O2O 비즈니스라면 “옛날 방식과 뭐가 그렇게 다른데?”라는 의구심을 확실하게 잠재울 수 있는 ‘경험의 차별화’가 필요하다. 오프라인 부분의 차별화는 힘들기도 하지만, 오랫동안 한 지역에서 오프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던 분들보다 (이 분야의 경험이 없고, 인터넷 비즈니스에 더 익숙한 분들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어렵다. 그러므로 온라인 부분을 정말 잘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앱으로 서비스를 신청하거나 주문하는 걸 넘어서 정말로 부드럽고 마찰이 없는 완벽하고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면서 경쟁사들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시점에 지속적인 투자를 유치해야 하니 정말로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