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종이 위의 잉크

%ea%b0%84%ec%9d%b82012년도에 Strong Seed Fund 1호로 공식적인 벤처투자를 시작한 우리는 지금까지 약 4년 동안 60개가 넘는 한국과 미국의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정확한 계산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이 중 약 40개 정도의 회사에 스트롱은 최초로 투자했다. 지금도 계속 남들보다 먼저 회사를 발굴해서 가장 먼저 투자하는 first investor 전략을 고집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다른 투자자들과 함께 공동투자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과거에도 좋은 회사들이 많았고, 지금도 많지만, 시대가 시대인만큼 요새 초기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더 많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동투자를 하면 스트롱 보다는 다른 투자사들이 라운드를 lead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우리는 계약서를 따로 사용하지 않고 리드 투자사의 계약서를 그대로 사용한다. 즉, 남의 투자계약서에 우리 이름과 투자 금액만 추가해서 묻어간다. 이렇게 하는 게 우리도 편하지만, 투자를 받는 회사들에도 계약서 검토 시간과 비용면에서 훨씬 더 수월하다. 특히 우리가 투자하는 단계에서는 많은 대표이사가 법률용어와 익숙지 않기 때문에 그냥 잘 모르는 상태에서 계약하거나, 아니면 법률검토에 과도한 비용을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가능하면 우리는 두 회사 간 법적 서명을 해야 하는 계약서의 프레임은 유지하되, 세부 항목들은 스탠다드하게 유지한다.

공동투자를 하면 다른 투자사의 계약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볼 기회가 있는데, 가끔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계약서를 빡빡하게 만드는 투자사들도 있다. 어떤 항목들은 굳이 계약서에 넣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하게 만드는데, 물어보면 두 회사가 하는 계약이기 때문에 발생 가능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서 무조건 다 포함해야 한다고 한다. 이분들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일하고 있는 이 벤처 업계는 다른 산업과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같이 초기회사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회사의 비즈니스나 시장보다는 대표이사와 창업팀에 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가능하면 대표이사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믿을 수 있는지, 나랑 교감이 가능하며 비즈니스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인지를 파악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이분들을 100% 믿고 같이 일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 투자를 한다(물론, 이런 내 생각과 감이 항상 맞지는 않는다. 이상한 인간들한테 투자한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이 단계까지 오면 계약서는 투자하기 전에 자동으로 작성하는 기계적인 문서이지, 상대방을 불신하기 때문에 각 항목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작성해야 하는 문서는 아니다. 이때부터는 서로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같이 가는 모드로 전환되어야 하고, 우리가 투자한 팀이 잘해서 서로 이길 수 있는 환경을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위에서 말한, 계약서가 존재하는 이유인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회사가 잘 안돼서 망하면 설명할 필요도 없이 그냥 서로 손해를 보는 거다. 만약에 대표이사가 딴 맘을 먹고 계약을 위반하면 참으로 짜증 나는 상황이 발생하지만, 그렇다고 법정으로 가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투자한 금액보다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 소모전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도 서로 손해를 보고 끝날 확률이 높다. 즉, 스탠다드한 계약서이든 엄청 깐깐한 계약서이든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면 투자자나 피투자 기업이나 둘 다 손해를 보고 끝나는 것이다.

한국 투자자와 공동투자를 하면 50장에 육박하는 계약서에 간인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최근에 만난 투자사 대표이사는 도장 찍느라고 손목을 다쳤다고 했는데, 공동투자사들이 2개만 넘어도 50장짜리 계약서에는 도장을 100번 이상 찍어야 한다. 거기에다 요새는 무슨 펀칭까지 하는 걸 봤다. 이렇게 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원래 그렇게 하기 때문에 한다고는 하지만, 궁극적인 이유는 서로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간인을 하지 않으면 혹시나 중간에 있는 페이지를 누가 몰래 바꿔서 계약 내용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같은 경우 스트롱이 단독으로 투자하면 전자서명을 하고, 이렇게 하면 서명해야 하는 페이지는 단 한 장이다. 투자자나 피투자사는 단 한 번의 클릭으로 계약을 체결한다. 전자서명이 아니라 스캔을 해서 PDF를 교환할 때도 우리는 서명을 해야 하는 페이지만 스캔해서 PDF로 만든 후에 나머지 계약서에 PDF로 붙여서 통합해버린다. 계약서가 아무리 길어도 실제로 서명해야 하는 페이지는 단 한 장인데, 모든 페이지에 서명하거나 도장을 찍는 건 정말로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

어떤 분들은 이렇게 페이지마다 간인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계약이라는 건 당사자들이 그 계약을 서로 인정하면 법적 효력을 갖는 걸로 알고 있고, 투자자와 피투자 기업 간 깊은 신뢰와 믿음이 있다면 이건 충분히 가능하다. 나중에 서로 딴소리를 한다면 그 투자 자체가 잘못된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랑 존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계약서는 결국 종이 위의 잉크일 뿐이고, 궁극적으로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 그 자체가 비즈니스라는. 우리가 자주 하는 말이지만, 정말 멋진 말이고, 모든 계약 관계는 이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우리가 일하는 멋진 스타트업 세계에서는.

<이미지 출처 = http://blog.naver.com/sallimnea/130137902550>

행복한 직원들을 위한 두가지 서비스

happy smiley faces내 포스팅을 자주 보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너무 적나라하게 우리 투자사들을 홍보하는 글은 최대한 자제하려고 노력한다. 보통, 특정 주제 또는 이슈를 설명하기 위해서 우리 투자사들을 소개하고 홍보하는 글들을 쓰는데 이번 포스팅은 그냥 단순 홍보용이다.

오늘은 우리 투자사 플레이팅국민도서관 책꽂이가 제공하는 기업용 B2B 서비스를 소개하고자 한다.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중소기업의 사장님 또는 HR 담당자분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이자 관심사는 바로 회사의 직원들이다. 직원들이야말로 기업의 가장 큰 자산이며, 행복한 직원들은 돈 잘 벌어서 행복한 회사를 만든다. 사장님과 HR 매니저들은 어떻게 하면 우리 회사의 직원들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일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끝없이 해야 하는데 플레이팅은 그중 먹는 고민을 해결해준다. 플레이팅은 셰프가 만든 음식을 적절한 가격에 집으로 배달해 주는 서비스인데 최근에 기업 대상 서비스를 시작했다. 회사에서 케이터링 식사를 제공하거나 야근을 많이 해서 직원들이 저녁을 자주 시켜 먹는다면 고려해볼 만한 서비스이다. 또한, 행사를 자주 하는 회사이거나, 직원들 대상으로 대규모 행사를 할 때에도 좋은 케이터링 서비스를 받아 볼 수 있다. 완전히 차별화된 질 좋고 맛있는 음식을 할인된 가격에 받을 수 있는데, 자세한 소개서는 여기서 볼 수 있다.

플레이팅이 직원들에게 양식을 제공한다면, 국민도서관 책꽂이는 마음의 양식을 제공해준다. 많은 회사가 직원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기 위해서 사내도서관을 운영하는데, 삼성이나 현대 정도 규모가 되지 않으면 그냥 구색 맞추는 수준의 책꽂이에 아무도 읽지 않는 책들만 갖춰 놓는다. 국민도서관 책꽂이의 B2B 서비스를 이용하면 굳이 사내도서관을 위한 공간을 확보하지 않아도 6만 권 이상의 도서를 – 장서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 직원들이 저렴한 연회비로 수시로 빌려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추석 같은 명절 때 상품권보다 이런 국민도서관 이용권을 선물하는 게 훨씬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쏘카와 같은 기업에서 사용하고(사내도서관 설명 및 쏘카의 사용기 보기)국민도서관 책꽂이의 기업용 서비스에 대한 자세한 소개를 받고 싶으면 여기를 클릭하여 설문양식에 등록하면 된다.

<이미지 출처 = http://indy100.independent.co.uk/article/this-is-probably-the-most-indepth-analysis-of-worldwide-emoji-usage-ever-undertaken–xysJ9KjRyZ>

경험의 차별화

O2O 비즈니스는 정말 어렵다. 뭐, 어렵지 않은 비즈니스는 없겠지만, O2O는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운영과 물류의 어려움, 그리고 온라인 비즈니스의 제품과 시장의 어려움을 모두 갖고 있어서 더욱더 쉽지 않은 거 같다. 우리도 이 분야에 투자했고, 계속 하고 있지만, 알면 알수록 이 비즈니스는 더 빨리 성장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걸 느끼고 있다.

얼마 전에 미국의 대표적인 온디맨드 세탁 서비스 Washio가 안타깝게 문을 닫았다. 집으로 찾아와서 세탁물을 수거하고 24시간 안으로 가져다주는 이 서비스는 5.99 달러의 배송비에 파운드 당 2.15 달러의 세탁 비용을 받았는데, 돈을 벌 수가 없는 비용구조였고, 아마도 이 때문에 망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3년 전에 창업됐고, 약 200억 원의 펀딩을 유치한 워시오가 문을 닫은 건 O2O 비즈니스들에는 큰 타격일 것이다. 그리고 이런 진입장벽이 없고 마진이 적은 비즈니스가 얼마나 어려운지 다시 한 번 경각심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이제 성장을 시작한 온디맨드 세탁서비스들이 있는데, 한국은 미국같이 현금출혈이 심하지는 않지만, 워시오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전에도 ‘마이너스매출총이익’이라는 글에서 잠깐 언급을 했는데, 대부분의 O2O 서비스들은 빠른 고객 획득을 통한 시장 석권을 위해서 주문이 발생할 때마다 돈을 버는 구조가 아니라 돈을 잃는 구조의 비즈니스 전략을 택한다. 그리고 엄청난 펀딩을 통해서 성장을 시도하고, 성공적으로 시장을 독점하면 그 이후에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을 보고 사업을 전개한다. 우버는 이러한 시장 독점을 향해서 잘 가고 있지만, 많은 비즈니스가 워시오 같이 망하기도 한다.

이런 O2O 서비스들의 또 다른 고민거리는 전통 플레이어들과의 차별점이다. 정확한 개념의 ‘온디맨드’는 아니지만, 온디맨드 세탁이나 가사도우미 서비스는 한국에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스트롱도 온디맨드 가사도우미 서비스 미소에 투자해서 나도 자주 사용하고 있다. 솔직히 편리하긴 편리하다. 네이버 검색, 가사도우미 중개업체 전화, 전화로 날짜랑 시간 예약, 그리고 무통장입금하는 과정이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은근히 스트레스받는 일이다. 누구랑 전화 하는 거 자체가 불안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을 앱을 통해서 몇 번의 클릭으로 해결하는 게 얼마나 편리한가?”라고 나는 생각하지만, 모든 사람이 나와 동의하지는 않는다. 우리 와이프만 해도 이런 앱들이 뭐가 O2O냐고 물어본다. 그냥 옛날부터 있던 걸 앱으로 주문하는 게 뭐가 그렇게 대단한지 모르겠다고 한다 – 어차피 O2O 앱이나 인력소개서를 통해서 오는 아줌마들 모두 친절하고 일 잘한다고 한다. 오히려 앱 설치하고 가입하는 게 더 귀찮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워시오같은 온디맨드 세탁 앱들에 대해서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분들이 내 주변에 많다. 미국이야 다르지만, 한국의 경우 동네 세탁소 아저씨들이 20년 전부터 아파트 돌아다니면서 세탁물 수거해서 깨끗하게 세탁하고, 그다음 날 배송비 없이 다시 집으로 가져다줬다. 특히 오랫동안 한 동네에서 세탁하시던 분들은 동, 호수를 다 외우고 세탁물만 봐도 어떤 집인지 아신다. 물론 동네 세탁소는 자정까지 세탁물을 수거하지는 않지만 이렇게 늦게 세탁물을 맡겨야 하는 분들도 별로 없는 거 같다. 나는 솔직히 세탁특공대 같은 앱이 엄청 편해서 좋아하는데, 내 주변 분들은 앱으로 세탁 주문하는 거 외에는 동네 세탁소랑 뭐가 다르냐고 물어본다.

그래서 이미 존재하던 오프라인 사업에 온라인을 적용하는 O2O 비즈니스라면 “옛날 방식과 뭐가 그렇게 다른데?”라는 의구심을 확실하게 잠재울 수 있는 ‘경험의 차별화’가 필요하다. 오프라인 부분의 차별화는 힘들기도 하지만, 오랫동안 한 지역에서 오프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던 분들보다 (이 분야의 경험이 없고, 인터넷 비즈니스에 더 익숙한 분들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어렵다. 그러므로 온라인 부분을 정말 잘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앱으로 서비스를 신청하거나 주문하는 걸 넘어서 정말로 부드럽고 마찰이 없는 완벽하고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면서 경쟁사들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시점에 지속적인 투자를 유치해야 하니 정말로 쉽지 않다.

우리 회사와 남의 회사

그 어떤 것도 공식화할 수 없는 게 ‘투자’라는 게임인 거 같다.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창업가를 선택하는 기준도 항상 다르고, 지금 검토하는 게 잘 될 만한 비즈니스인지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이라는 것도 없다. 나도 자주 말하지만, 이 일을 하면 할수록 어떤 창업가들이 좋은 창업가인지, 그리고 어떤 비즈니스가 성공할 비즈니스인지에 대한 판단이 더욱 힘들어진다. 이런 거시적인 부분에서의 판단도 힘들고, 실제 미시적인 디테일로 들어가면 공식화할 수 없는 부분들이 너무 많은데, 그 중 하나가 회사의 밸류에이션이다. 창업한 지 1년도 안 된, 직장 경험이 없는 젊은 팀이 만든 매출이 없는 회사는 과연 얼마짜리 회사일까?

회사가 어느 정도 굴러가서 현금흐름이 명확하고, 미래의 현금흐름이 예측 가능해지면 DCF(=Discounted Cash Flow)와 같은 기업금융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방법으로 이 회사의 가치를 산정할 수 있다. 내가 만난 스타트업 중 이런 방법을 사용해서 회사의 밸류에이션을 정하는 회사들이 더러 있다. 물론, 내가 봤을때는 말이 안 되는 수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밸류에이션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앞으로 5년 동안 너무 극적으로 성장하는 그림을 그리는 이런 창업가들한테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고 권장하거나, 어떻게 이런 성장을 할 수 있는지 나를 조금 더 설득해달라고 부탁한다. 며칠 뒤에 다시 만나보거나 이메일로 연락해보면 어떤 창업가들은 조금은 더 수긍이 가능한 밸류에이션을 말한다. 하지만, 어떤 창업가들은 기존 밸류에이션을 끝까지 고수하면서 이를 정당화하기 위한 논리들을 제시한다.

이럴 때 가장 많이 듣는 건, “우리가 속한 분야에서 지금 가장 잘하고 있는 회사가 창업 후 초기 5년 동안 매년 200% 성장했습니다.” , “저희랑 비슷한 회사의 창업 2년 후의 밸류에이션이 이 정도였는데, 우리는 후발주자이니 더 잘할 수 있습니다.” 등과 같은 말인데, 항상 남의 회사와 비교를 해서 우리의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려고 한다. 실은 이런 방법을 CCA(=Comparable Company Analysis)라고 한다. 가치를 매기기 힘든 스타트업의 경우 비슷한 산업군의 기업 또는 유사한 비즈니스모델을 가진 기업을 벤치마킹해서 밸류에이션을 정하는 방법인데 나는 이 방법으로 스타트업의 밸류에이션을 정하는 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런 창업가도 전에 만난 기억이 난다. 새로운 개념의 소셜미디어를 만든다고 주장하는 분인데 – 실은 전혀 새로운 개념은 아니지만, 여기서는 넘어가기로 한다 – 과거 창업 경험도 없고, 제대로 된 팀도 없는 상태였다. 제품도 개발 중이라서 뭔가를 보고 판단하기가 상당히 모호한 단계였는데 이 분이 스스로 부여한 밸류에이션은 80억이었다. 왜 80억이냐고 물어보니까, “우리 비즈니스와 페이스북이 비슷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페이스북이 창업 초창기에 받았던 밸류에이션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랑 마크 저커버그랑 능력 면에서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뭐, 좀 기가 차고 웃음도 났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분이라서 이야기는 좀 하고 미팅을 끝냈다. 참고로 이 비즈니스에 우리는 투자하지 않았고, 그 이후에 관련 소식이 안 들리는 거 보면 사업을 제대로 시작도 못 한 거 같다.

페이스북은 페이스북이고, 우리 회사는 우리 회사이다. 즉, 남이 받은 밸류에이션은 그 회사의 밸류에이션이고 우리 회사의 밸류에이션은 우리 회사의 밸류에이션이다. 아무리 비슷한 분야, 비슷한 단계, 비슷한 비즈니스 같지만, 조금만 더 깊게 들어가 보면 비슷한 점 보다는 다른 점들이 훨씬 더 많다. 그러므로 남의 밸류에이션을 보면서 우리 회사의 밸류에이션을 산정하는 건 시간 낭비이자 부질없는 짓이다.

끝까지 이런 방식을 고수하는 전자상거래 하시는 분과 대화하다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대표님, 요새 이커머스 시장이 전반적으로 좋지가 않습니다. 저희도 투자를 좀 했는데, 이커머스가 생각보다 어렵다는 걸 많은 투자자들이 깨닫고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요새 전반적으로 이 분야 회사들의 밸류에이션이 하향조정되는 추세이거든요.”
그런데, 비슷한 분야의 회사들의 대한 밸류에이션을 주야장천 주장하시던 분이 한다는 말이 “아, 우리 회사는 조금 달라요. 이커머스 방식도 다르고, 비즈니스 모델도 다르기 때문에 그런 프레임을 적용하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였다.

남의 회사랑 우리 회사는 다르다.

섹시한 비즈니스

B2B이번 여름 정말 덥고 습하지만, 이 무더위 속에서도 좋은 회사들은 계속 창업되고 있다. 나는 아주 다양한 스타트업들을 계속 만나고 있는데 B2B 회사들의 무덤인 한국에서도 최근 들어 괜찮은 기업용 솔루션을 만들고 있거나, 만들려고 하는 스타트업들이 출현하고 있다. 우리도 B2B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하지는 않았지만, 항상 관심과 애정을 갖고 보는 분야이다. 총 4개의 B2B 스타트업에 투자했는데, 의류도매를 위한 플랫폼 Brandboom, MCN 용 분석툴과 대시보드 ChannelMeter, 실내위치 플랫폼 로플랫, 그리고 Sarbanes Oxley 프로그램 애플리케이션인 SoxHub 이다. 이 중 로플랫을 제외한 나머지 회사들은 미국의 스타트업들이다.

미국보다는 한국에서 자주 경험하는 현상인데,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B2B 소프트웨어 회사들에 투자하는걸 꺼린다. 그 이유야 투자자마다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다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1/ 섹시하지 않다 – 왠지 B2B 딱지가 붙으면 비즈니스가 굉장히 unsexy 해 보이고, 재미가 없는 거 같다. 빠르게 변화하는 일반 고객 시장에(=B2C) 비해서 느리고 변화가 거의 없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제품을 만들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이런 이미지가 생긴다.
2/ Scale의 문제 – 잘 만든 소셜앱이나 사진앱들은 폭발적인 속도로 바이럴하게 번져서 기본 수 백만 명의 유저를 단시간 안에 확보할 수 있다. 인터넷과 모바일의 네트워크 효과가 제대로 적용될 수 있는 분야가 B2C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B2B 제품들은 기업들이 사용하기 때문에 고객 수에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네트워크 효과나 바이럴 효과보다는 기업 내부의 다양한 요소에 도입영향을 받기 때문에 단 시간내에 엄청난 성장이 상대적으로 힘들다. 슬랙 같은 B2B 제품의 급성장은 예외라고 보는 게 맞다.
3/ 긴 영업 주기 – B2C 제품의 경우, 내 친구가 재미있는 앱을 사용하면 나도 앱 스토어에 가서 받아서 설치하면 된다. 안타깝게도 B2B 제품은 이렇게 할 수가 없다. 개인적이 아니라 기업의 업무 효율을 위해서 도입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기업의 승인과 결제가 있어야지만 제품이 설치된다. 기업의 승인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B2B 제품들의 특성상, 중요한 기업 프로세스를 새로운 방식으로 간소화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여러 부서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영업사원들은 최종 의사 결정을 하는 사장부터 실무를 담당하는 말단 직원들 모두를 대상으로 영업해야 한다. 나도 2001년 부터 2004년까지 제조업의 기간 업무인 생산계획을 효율화하는 공급망관리(SCM = Supply Chain Management) 솔루션을 한국의 중소제조업체 대상으로 영업한 경험이 있는데, 최소 3개월에서 길게는 1년까지도 걸리는 작업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B2B 제품들은 나름 확실한 매력이 있다. 팔기가 어렵고, 계약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영업을 위한 인력을 유지해야하는 부담이 따르지만, 일단 한 번 팔아 놓으면 꽤 오랫동안 예측 가능한 안정적인 매출이 발생한다. 위에서 말 한대로 B2B 제품은 기업의 많은 부서에 영향을 미치는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고 간소화하기 때문에 한 번 도입하면 웬만하면 걷어내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한번 설치된 제품은 지속적인 사용료 뿐만 아니라 정기적인 유지보수 매출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이렇게 심플하고 좋은 비즈니스도 찾아보기 힘들다.

전에 우리가 투자한 B2B 스타트업 Brandboom에 대해서 몇 번 블로깅 한 적이 있다. 이 회사가 연 매출 100만 달러에 도달하는 데에는 7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그만큼 의류업계에 새로운 기업용 솔루션을 판매하는 건 힘들었다. 얼마 전 LA에서 Brandboom을 방문했을 때 이 회사는 연 매출 200만 달러를 눈 앞에 두고 있었다. 2년 만에 매출이 100% 성장했고, 앞으로도 지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모바일 앱도 아니고, 화려한 B2C 앱도 아니지만, 제대로 돈을 벌고 있는 섹시한 비즈니스이다.

섹시한 비즈니스는 겉만 화려하고, 출시한 지 한 달 만에 수천만 명의 사용자들이 달라붙지만, 구체적인 비즈니스모델이 없거나 단순히 광고에만 의지하는, 그런 비즈니스가 아니다. 우리 제품의 본 기능들을 사용하기 위해서 사용자들이 기꺼이 돈을 지급하는 비즈니스가 바로 섹시한 비즈니스이다.

<이미지 출처 = http://b2bcon.asia/why-b2b-startups-are-suddenly-so-sex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