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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비앤비 스토리

얼마 전 미국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리 갤러거의 “에어비앤비 스토리(The Airbnb Story)”를 읽었다. 이 책은 오래전부터 읽어보고 싶었는데, 지난 몇 개월 동안 나는 일부러 창업이나 비즈니스 관련 책 보단 일반 소설을 읽는데 시간을 할애해서 인제야 읽게 됐는데, 비행 내내 밥 먹는 시간 빼곤 한 번도 책을 손에서 떼지 않고 단숨에 다 읽었다. 실은, 우리가 아는 현재 거대한 비즈니스가 된 스타트업들의 창업에 대한 이야기는 항상 재미있는데, 에어비앤비의 창업과 성장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내가 전에 포스팅했던 넥슨 창업 이야기 플레이만큼 흥미진진했고, 영감과 감동으로 가득 찼던, 마치 한 편의 대하소설과 같았다.

에어비앤비 관련 단편 일화들은 이 분야에서 일하면 누구나 다 한두 번은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가난한 디자인 전공 학생들이 디자인 관련 행사 참석자들에게 자신들의 침대를 돈 받고 빌려주면서 시작한 일화, 한때는 회사 서버를 유지하기 위해서 전당대회가 열리는 곳에서 두 대통령 후보를 주제로 한 시리얼을 판매했던 일화, Y 컴비네이터에 거의 떨어질 뻔했다가 턱걸이로 들어갔던 일화, USV의 Fred Wilson이 에어비앤비 투자하지 않았던 걸 후회한 일화 등은 아마도 누구나 다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나도 이런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듣고 읽어서 대략 알고 있었지만, 이 책에서 조금 더 깊고 구체적인 내용을 알게 되니, 모두가 비웃던 아이디어를 가진 세 명의 젊은 창업가들이 회사를 일으키기 위해 직면해야 했던 도전들, 이들이 구축한 제품과 문화, 그리고 세계 최고기업으로 단시간 만에 성장시킨 이야기는 실리콘밸리 다른 회사의 성장 스토리랑 비교해봐도 매우 인상 깊고 이단적이기까지 하다.

세 명의 창업가가 단기간에 수십조 원의 가치를 가진 에어비앤비라는 회사를 만든 과정을 책으로 보면서, 이 바쁘고, 정신없고, 잡음 많은 세상을 살면서, 쉽게 잊어버리지만, 투자자한테는 생명과도 같은 다음 세 가지를 계속 스스로 상기시켰다:
1/ 황당한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실행했을 때, 뭔가 항상 나오고, 그게 나오면 대박 성공 확률이 가장 높다.
2/ 지적인 강인함을 가진 창업가가 어려운 시기에도 성공할 수 있다.
3/ 학벌, 능력보단 의지. 특히, 배움에 대한 의지는 성공의 필수 조건이다.
4/ 밟아도 밟아도 죽지 않고 계속 황당한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실행하는 바퀴벌레 근성은 정말 중요하다.

에어비앤비 공동창업가이자, 현재 대표이사인 브라이언 체스키는 1년 365일 배움의 의지를 가진 사람인데, 독서광이기도 하다. 그가 가장 좋아하고 자주 인용하는 두 개의 명언이다:

“이성적인 사람은 자신을 환경에 적응시킨다. 비이성적인 사람은 환경을 자신에게 적응시킨다. 고로 모든 변화와 진보는 비이성적인 사람에게 달려있다.”
-조지 버나드 쇼

“처음에 그들은 당신을 무시하다가 당신을 비웃고, 그다음에는 당신에게 싸움을 걸어온다. 그러면 결국 당신이 이긴다.”
-마하트마 간디

에어비앤비의 탄생과 성장 자체를 바로 이 두 명언으로 요약할 수 있을 정도로 시작은 남한테 인정받지 못하고, 욕먹고, 비웃음당했다.

“낯선 사람을 낯선 사람의 집에서 재운다.”

그 누가 봐도 정말 미친 아이디어였고, 아무리 생각해도 에어비앤비는 절대로 생겨날 수 없는 회사였다. 그런데 세상에서 가장 기업가치가 높은 회사가 됐다.

대담한 아이디어를 가졌지만, 매번 무시당하고 조롱받았던 사람들. 하지만 결국 승리한 사람들.

이 책은 바로 그들의 이야기이다.

Strong LA 스타트업

한 2주 전에 LA에 오랜만에 잠깐 다녀왔다. 4년 전에 LA를 떠나서 한국으로 들어올 때 분기에 한 번은 LA에 출장을 가야겠다고 했지만, 생각보다 한국의 생활이 바빠서 지난 4년 동안 거의 못 갔는데, 이번에 다녀오면서 앞으로는 자주 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우리는 한국과 미국, 이렇게 두 지역의 스타트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데, 미국에 있는 스타트업도 한인 또는 한인교포들이 창업한 회사가 대부분이다. 여기서 한 번 더 깊게 들어가 보면, 많은 미국의 투자사는 한국에서 먼저 생긴 컨셉을 미국으로 가져와 로컬라이즈해서, LA를 발판으로 삼아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모델을 도입한 회사들이다. 여기 그 몇 개를 소개한다(알파벳순).

7TILL8: 이 스타트업은 진정한 LA스러운 회사이다. 서핑할 때 입는 웨트수트를 커스터마이즈해서 판매하는 회사인데, 기존 웨트수트가 가진 여러 가지 단점을 – 특히, 몸에 잘 맞지 않는 단점 – 보완한, 고가의 고급 웨트수트 D2C 회사이다. 회사의 이름도 재미있다. 전문 서퍼들이 가장 선호하는 파도를 탈 수 있는 시간이 저녁 7시 ~ 저녁 8시 사이인데, 여기서 7TILL8이라는 이름이 나왔다.

KPOP Foods: 미국인들은 소스를 참 좋아한다. 그 어떤 식당을 가도, 그리고 그 어떤 음식을 주문해도, 거의 모든 음식에 다양한 소스를 뿌려서 먹는다. 대표적인 소스가 케첩, 머스터드, 타바스코, 마요네즈, 에이욜리, 스리라차 등인데 전 세계 소스 시장은 수십조 원 크기이다. KPOP Foods는 UCLA MBA를 졸업한 교포 창업가가 창업한, 한국 소스를 만들어서 D2C로 판매하는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의 대표 소스는 고추장을 미국인의 입맛에 맞게 재해석 한 KPOP Sauce, 그리고 마요네즈와 김치를 절묘하게 혼합한 Kimchi Mayo다. 미국인 친구가 있는 한국분들이라면, 누구나 다 동의할 텐데, 미국인들이 한국의 고추장과 쌈장을 정말 좋아한다. 존이랑 나는 항상 이 생각을 했었고, 누군가 고추장과 쌈장을 미국인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서, 제대로 마케팅하고 유통하면 타바스코보다 더 큰 브랜드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회사가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백인들이 햄버거에 고추장을 뿌려 먹는 모습이 벌써 상상된다.

MAKKU: 한국을 대표하는 술은 소주이지만, 소주보다 전통이 깊은 한국의 술은 막걸리다. MAKKU의 창업가는 글로벌 대형 주류회사인 AB InBev의 신사업 팀에서 일하면서, 밀레니얼들이 저알콜 음료를 선호하는 트렌드를 파악하고, 한국의 막걸리를 미국 시장에 맞게 만들어서 판매해야겠다는 아이디어로 퇴사했다. 현재 뉴욕과 LA의 다양한 도매상, 소매상, 그리고 식당을 대상으로 Korean Creamy Beer인 막걸리를 열심히 홍보하면서 판매하고 있다. 일본의 사케가 글로벌 주류가 될 수 있다면, 한국의 막걸리는 이보다 더 크게 될 수 있다고 우린 믿고 있다.

Millibatt: UCLA 박사들이 만든 회사인데, 초소형 리튬이온 배터리를 만들고 있는 high-tech 스타트업이다. Y Combinator 2017년 겨울 배치를 거쳤으며, 독보적인 기술과 지적재산권을 바탕으로 아직 그 누구도 하지 못한 초소형 배터리의 상용화에 도전하고 있다. 이 배터리가 얼마나 작은지는, 이 동영상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More Labs: 이 회사와 이시선 대표는 한국에서도 꽤 유명하다. 한국에서는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숙취해소 드링크를 미국에서 Morning Recovery라는 브랜드로 로컬라이즈해서 D2C로 판매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More Labs의 비전은 다양한 생산성 드링크를 만들어서, 궁극적으로는 Red Bull과 같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숙취해소를 돕는 Morning Recovery 외에, 집중력을 향상하는 Liquid Focus, 수면을 도와주는 Dream Well, 그리고 수분을 보충해주는 Aqua+ 제품이 있다.

PAIRELA: 여성용 바지를 직접 만들어서 D2C로 판매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의 여성 대표님은 직장 생활을 하면서, 일하는 여성들이 편안하지만, 고급스럽게 입을 수 있는 바지가 시장에 별로 없다는 점에 착안해서, PAIRE-LA를 창업했다. 여성을 위한 좋은 pair of pants를 LA에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서 PAIRE-LA라는 이름을 생각하게 됐다. 우리는 이 회사에 뉴욕의 아주 유명한 VC랑 같이 투자했는데, Theory와 같은 좋은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Polydrops: 건축학을 공부하러 온 한인 유학생 부부가 창업한 회사이다.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의 캠핑용 트레일러를 수작업해서 D2C로 판매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이들이 만들고 있는 트레일러도 상당히 쿨 한데, 이들이 그리고 있는 미래는 더욱더 쿨하다. 미래에는 한 명의 고용주와 계약해서 일 하는 고용의 형태가 프리랜싱 형태의 gig 방식으로 바뀔 것이고, 집을 사서 한 곳에서 주거하는 주거문화 또한 바뀔 것이다. 이렇게 주거와 고용의 형태가 바뀌면,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돌아다니는 노마드 생활을 하는 인구가 증가할 것인데, Polydrops는 이들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이동 주거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Rael: 한국에도 사무실이 있고, 한국 미디어에서도 워낙 많이 소개되어서 친숙한 이름이다. 한국의 다양한 여성용품을 미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fem-care 스타트업이며, 한국의 유기농 면 생리대를 아마존에서 판매하면서 시작했다. 현재 미국 전역의 Target에서 라엘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으며, 아마존에서 가장 잘 팔리는 유기농 면 생리대 중 하나이다. 이젠 다양한 여성용품을 제조해서 D2C로 판매하고 있다.

실은 LA 지역에 우리 포트폴리오 회사는 훨씬 더 많지만, 위 회사들은 우리가 비교적 최근에 투자했고, 그리고 가장 한국적인 컨셉으로 사업을 하는 대표적인 스타트업들이다.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좋은 결과를 내면서 미국과 전 세계에서 한국의 이미지가 한 단계 상승했는데, 할리우드가 있는 LA보다 이 기운을 더 잘 실감할 수 있는 곳은 없다. 이 좋은 기운과 스트롱이 만들고 있는 한국과 북미/LA 간의 다리를 잘 활용해서, 모두 좋은 글로벌 비즈니스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셀미트

지난 주에 미국의 Memphis Meats가 1,900억 원 정도의 투자를 받았다는 기사가 발표됐다. 빌게이츠와 리처드 브랜슨과 같은 유명한 개인들도 투자한 이 회사는 2015년도에 창업된 회사인데, 배양육을 개발하고 만드는 최첨단 기술의 스타트업이다.

지구에는 약 80억 명의 인구가 살고 있고, 이들이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해서 1년에 소비하는 가공 육류는 – 소, 돼지, 닭만 – 3억 톤 이상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해마다 700억 마리의 가축이 도살되고 있다. 앞으로 늘어나는 육류 소비량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더욱더 많은 가축을 사육해야 하고, 죽여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가축사육 시스템으로는 늘어나는 육류 소비량을 막대한 경제적, 환경적, 윤리적 파괴가 없이는 만족시킬 수가 없기 때문에, 이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단백질을 만드는 방법을 근본적으로 새로 개발해야 한다.

여기서 대체육이 등장한다. 지금까지 우리한테 익숙한 대체육은 요새 고공비행하고 있는 Beyond Meat나 Impossible Foods가 만드는 식물성 단백질 기반의 ‘가짜’ 고기다. 나는 둘 다 먹어봤고, 비욘드 미트의 초기 제품부터 먹어봤는데, 그렇게 맛이 없던 가짜고기를 현재 수준까지 끌어 올린걸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한 쪽으로는, 과연 과학의 힘으로만 진짜 고기의 맛과 질감을 식물성 단백질로 구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항상 갖고 있다.

환경, 경제, 윤리적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으면서도 동물성 단백질의 맛과 질감을 그대로 구현할 수 있는 게 바로 Memphis Meats와 같은 회사가 풀려고 하는 숙제이다. 바로 배양육(cultured meat)이라는 분야인데, 가축을 죽이지 않고 실험실에서 동물성 단백질을 만드는 분야이다. 즉, 실험실에서 진짜 고기를 만드는 기술이다. 나는 식물성 단백질 보단, 오히려 배양육 기술을 통해서 실험실에서 완벽한 동물성 단백질을 만들 수 있다면, 이게 진짜 고기의 맛과 질감을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런 최첨단 기술은 미국이나 이스라엘에서 오래전부터 연구되었고, 관련 스타트업도 몇 년 전부터 해외에서 생겨나기 시작했다. 한국은 대체 단백질 경주에 늦게 뛰어들었다. 시장은 충분히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만, 기술력, 자본력, 인력 면에서 아직은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따라잡아야할게 많을 것이다. 우린 작년에 전라도 광주에 있는 배양육 스타트업 셀미트에 투자했다. 한국에도 이 정도 배양육 기술력을 가진 팀이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고, 우리에게 이런 좋은 팀에 가장 먼저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게 매우 감사했다.

실은, 이런 기술이 상용화 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긴 하다. 크게 보면 두 개의 큰 산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실험실에서 고기를 만드는 건 지금도 가능하지만, 저렴한 가격에 많은 사람이 구매해서 먹게 하려면 대량생산체제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건 큰 자본과 생산 노하우가 필요한 어려운 일이다. 또한, 이론적으로 보면 실험실에서 만든 고기가 도축한 고기보다 안전하고 맛있지만, 이걸 대중에게 판매하기 위해서는 관련 부처의 승인이 필요한데, 분명히 축산업계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정부에서는 규제하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양육이 대중화가 된다면, 이건 정말 우리의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크게 바꿀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에 나는 셀미트와 배양육 시장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

콜드콜하기

이제 한국에서도 제대로 된 B2B SaaS 스타트업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작년부터 조금씩 했었는데, 그래도 B2C 시장만큼 자리를 잡기까진 몇 년이 걸릴 것이다. B2B 비즈니스의 핵심은 기업고객한테 우리가 만드는, 업무에 도움이 되는 소프트웨어를 판매해야하는건데, 갓 시작한 회사의 제품을 기업이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초반에는 적극적으로 팔아야 한다. 즉, 영업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많은 B2B SaaS 비즈니스가 API 비즈니스를 하기도 하고, API의 가장 큰 장점은 API 자체가 영업사원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점이지만, 그래도 처음에는 누구도 우리가 만드는 제품을 모르니까, 영업은 필수인 것 같다.

나도 2000년대 초반에 자이오넥스라는 한국의 B2B 스타트업에서 영업을 3년 정도 했다. 제조업체가 생산계획을 잘 수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급망관리(SCM: Supply Chain Management)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였는데, 우리 제품은 제조업체의 대표, 전산담당자, 그리고 생산관리자 모두가 다 승인을 해야지만 계약할 수 있는 꽤 “무거운” 제품이라서, 계약을 따는 게 정말 쉽지 않았다. 당시에는 SaaS라는 말 조차 없었고, 우리 소프트웨어는 웹기반이 아니라 회사 서버에 직접 설치를 해야 하는 Client-Server 구조였기 때문에 – 당시에는 모든 B2B 소프트웨어가 이렇게 돌아갔다. Salesforce는 1999년에 창업됐고, 아직 ‘웹기반 기업용 소프트웨어’라는 말 자체가 당시에는 너무 생소할때였다 – 판매를 하려면, 무조건 영업사원이 고객사를 방문해서, 데모를 하고, 우리 제품을 사용하면 회사가 어떻게 좋아지는지 컨설팅과 POC까지 다 해야 했다. 그리고, 그때는 대부분 무료로 했다.

나는 그때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에서 직장 경험을 2년 한, 아무것도 모르는 사회초년생이었는데, 이 어렵고, 기업의 핵심 영역을 크게 건드리는 소프트웨어를 판매해야했다. 정말 막막했다. 그렇다고 큰 조직도 아니고, 10명이 안 되는 작은 회사여서, 누구한테 영업을 배울 수 있는 입장도 아녔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는 자유는 많았지만, 주어진 판매량과 달성해야 할 실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만큼 책임감 또한 막중했다. 그래서 누구나 하듯이, 일단 영업 관련된 여러 가지 책을 읽기 시작했고, 주변에 영업 잘하는 지인이나 친구들한테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역시 인생에서는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게 별로 없고, B2B 소프트웨어 영업 또한 책으로는 배우기가 힘들었다. 우리 제품을 구매할 만한 한국의 중소기업 중 제조를 하는 회사 리스트를 만들어서, 일단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누군가 전화를 받으면, 우리가 뭘 하는 회사고, 어떤 제품을 만드는지 설명하고, 담당자와 통화할 수 있는지 공손하게 물어봤다. 이렇게 하면 대부분 잡상인 취급 받기 때문에, 10번 전화하면 9번은 거절을 당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통화를 시도하고, 담당자와 미팅이 성사되면, 안산 공단이든 창원이든 단숨에 달려가서 (성공하면)평균 6개월이 걸리는 영업을 시작했다.

내 인생 첫 번째 계약은 4억 원 짜리였다. 첫 계약치곤 나쁘지 않았다. 중소 가구 제조업체의 공급망 관리 시스템을 처음으로 컨설팅하고 구현하는 거였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면 약간 억지로 영업을 했던 거 같다. 이 딜도 한 6개월 정도가 걸렸고, 전산팀, 경영혁신팀, 생산현업담당자, 그리고 결국엔 사장님까지 – 사장님 집 앞에서 잠복근무하다가 새벽에 출근할 때 기사 보다 먼저 재빨리 다가가서 렉서스 자가용 문까지 여러 번 열어드린 적도 있었다 – 모두 설득이 필요했는데, 생각해보면 사장 비서님도 다양한 정보를 주시면서 도와주셨고, 당시에는 공장 분들과 술도 엄청 많이 마시면서 인간적으로 많이 친해졌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계약한 후에 전산팀장님이 나한테 해주셨던 말이, “당시에 SAP랑 오라클 사람들도 우리한테 제품 팔려고 연락이 많이 왔었는데, 배기홍 팀장이 처음에 콜드콜로 전화했을 때 받았던 인상이랑 느낌이 좋아서 여기까지 오게 된 거 같네”였다. 누군가에게 담당자를 소개받을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서, 나는 무조건 콜드콜로 시작을 했는데, 콜드콜은 상대방의 얼굴을 보지 않고, 내 목소리로만 상대를 설득시켜야 하는 종합 예술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요새 B2B 소프트웨어 영업은 조금 다르겠지만, 그래도 초기에는 콜드콜은 필수라고 생각하는데, 얼마 전에 TechCrunch에서 콜드콜에 대한 기사The Essential Guide to Cold Calling이라는 가이드북까지 배포해서 읽어봤는데, 당시 생각이 나서 공유해본다.

집 밖은 위험해

bkk얼마 전에 이런 기사를 읽었다. 주로 밀레니얼이라고 하면, 구세대보단 훨씬 더 활동적이고, 뭔가 외부 활동을 많이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기사에 의하면 오히려 밀레니얼들이 가장 ‘방콕’을 선호한다고 한다. 여기에 의하면 18세~24세 미국 젊은이들이 평균 미국인 대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70% 더 많다고 한다. 그리고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지만, 그동안 오프라인에서 하던 많은 활동이 온라인으로 옮겨서 갔고, 넷플릭스, 배달 등과 같이 집을 떠나지 않고, 더 저렴하고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트렌드가 부상했고, 또는 외출해봤자 인생 별로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설 등이 있다.

나도 이런 트렌드를 요새는 직접 체감하고 있는데, 강남 일대의 늘어나고 있는 빈 빌딩과 “임대” 사인을 보고 특히 이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있고, 와이프랑 이런 현상에 대해서 종종 대화를 나누곤 한다. 일단 압구정동과 청담동 쪽으로 다니다 보면, 가장 인기가 많다고 하는 대로변에 있는 건물 중 1층이 빈 곳이 상당히 많다. 대부분 사람들이 이걸 보면 요새 경기가 너무 안 좋다고 하는데, 나는 조금은 다른 생각을 한다. 경기가 정말로 좋은지, 안 좋은지는 내가 경제학자가 아니라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이젠 사람들이 과거와 같이 오프라인 매장이나 식당에 물리적으로 잘 안 오기 때문에, 오프라인에 들어올 만한 가게나 매장이 없는 게 조금 더 정확하다고 본다.

대로변 1층 매장에 옷가게가 들어와도 금방 망해서 빠지고, 식당이 들어와도 금방 망해서 또 빠지는데, 이 현상을 보고 경기가 좋지 않아서 사람들이 외식을 안 하고, 옷을 안 산다고 하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요샌 더 맛있는 음식을 더 많이 먹고, 더 많은 사람이 쇼핑을 하고, 더 많은 사람이 영화를 본다. 내가 보기엔, 그 이유는 점점 많은 사람들이 – 특히, 밀레니얼들 – 집에서 배달 시켜 먹고, 집에서 인터넷으로 옷을 구매하고, 집에서 넷플릭스로 영화를 보기 때문이다. 이 글 처음에서 언급한 대로 과거에는 집 밖으로 나가서 물리적으로 어딘가를 가야 했지만, 이젠 집 안에서 손가락 몇 번 클릭해서 많은걸 할 수 있다. 더 많은 선택권을 가지면서, 먹고 싶은걸 집에서 시켜 먹을 수 있고, 해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제품까지 집에서 주문할 수 있고, 극장에 가지 않고도 훨씬 더 많은 영화를 더 저렴하게 집에서 볼 수 있다.

이런 대세는 배달과 쇼핑에만 국한되진 않는다. 실은 은행/뱅킹 또한 이런 트렌드를 타고 있는 대표적인 서비스다. 나도 요새 웬만하면 은행에 직접 안 가는데, 꼭 가야 할 때만 간다. 꼭 가야 할 때만 가면, 은행에 젊은 사람은 거의 없다. 직접 은행 안가도 모바일 또는 인터넷으로 필요한 대부분의 업무를 볼 수 있는데, 굳이 은행에 가서, 번호표 뽑고, 모르는 은행 직원과 말을 섞는 게 싫기도 하지만, 부담스럽기도 하다. 역시 엄청나게 많은 오프라인 은행지점들이 폐업하고 있다.

기존의 많은 오프라인 서비스가 점점 더 모바일화, 온디맨드화(=O2O화), 그리고 개인화되고 있고, 우리가 이런 트렌드를 미리 파악하고 이 분야에 투자를 한 건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이런 분야에 꽤 많이 투자하게 됐다. 대표적인 회사가 온디맨드 세탁 서비스 세탁특공대와 최근에 투자한 온디맨드 피트니스 서비스 홈핏이다. 세탁특공대는 우리가 한 3년 전에 첫 투자를 했고, 당시에 내가 느꼈던 건, 이젠 가족의 규모와 의미가 바뀌면서 많은 집에서 세탁기를 구매하지 않고, 세탁기가 집에 있어도 바쁘고 귀찮아서 오히려 이런 쉽고 간단한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서 세탁을 외주하는 변화였다. 여기에다가 젊은 세대는 집 밖의 세탁소에 가서 세탁물을 맡기는걸 귀찮아 하고, 요샌 동네 세탁소 사장님이 집에 와서 세탁물을 수거하지만, 다른 사람과 대면하고 말을 섞는 것 조차 이들은 싫어하기 때문에, 이런 비대면 모바일 서비스는 잘 될 거라고 생각했다.

홈핏은 온디맨드로 트레이너를 내가 있는 곳으로 – 주로 집 – 불러서, 헬스장에 안 가고 집에서 PT를 받을 수 있는 모바일 서비스다. 나도 운동을 즐기고, 일주일에 3~4번 아파트 헬스장에서 운동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헬스장에서 점점 더 여성분이나 젊은 분들이 안 보이기 시작했다. 나 같은 아저씨, 또는 나이 많은 시니어 분들이 주로 헬스장에 보이는데,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이런 사람들과 같은 장소에서 익숙하지 않은 기구로 운동하는 거 자체를 밀레니얼들은 선호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젊은 세대가 몸매에 관심이 없거나, 운동을 하지 않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러면, 이들은 분명히 집으로 헬스장을 옮기고싶어할텐데, 이에 대한 해답을 홈핏이 어느 정도 제공해준다고 생각했다.

이런 트렌드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바로 돈 보다 시간, 그리고 편리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밀레니얼들의 사고방식이다. 이렇게 집에서 뭔가를 하고, 누군가를 부르는 건, 내가 직접 가는 것 보다 조금 더 비싸긴 하지만, 그렇게 해서 내가 더 편하고, 시간을 조금 아낄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는 게 요새 젊은 친구들의 생활방식인 거 같다. 앞으로 많은 오프라인 비즈니스가 이런 트렌드를 타면서, 파괴되고 변화할 거라고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 = 크라우드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