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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rypto Price-Innovation Cycle

앤드리슨호로위츠(=a16z)의 데이터 분석가들이 얼마 전에 암호화폐 가격과 시장에 대한 꽤 재미있는 분석을 했는데, 여기서 간략하게 공유할만한 좋은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The Crypto Price-Innovation Cycle“이라는 글인데, 2010년부터 2019년까지, 9년 동안 암호화폐를 대표하는 비트코인의 가격변화와 이와 관련된 크립토와 블록체인 커뮤니티에서의 여러 가지 활동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내용이다.

모든 새로운 기술이 그렇듯이 크립토 또한 up and down의 주기를 반복하면서 발전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떤 새로운 기술보다 이 up과 down의 골이 큰 게 특징이긴 하다. 그리고 지금까지 불장에서 크립토겨울까지의 주기가 3번 반복됐는데, 첫 번째 불장이 2011년, 두 번째가 2013년 그리고 2017년이 세 번째 불장이었다고 한다. 실은, 나도 이 up and down 사이클을 2011년, 2013년, 2017년에 직접 경험했고 – 2011년에 나는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진 않았지만, 이때 실리콘밸리에서 비트코인 이야기를 많이 하는걸 처음 들었다 – 주변의 많은 창업가들이 “2013년, 2017년에 크립토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됐는데, 처음에는 그냥 돈 벌기 위해서 코인 투기 시작했다가 점점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서 알게 됐고, 그 이후로는 이 분야에서만 계속 활동하고 있다.”라는 말을 많이 듣긴 했다.

그래서 경험적으로는 이런 주기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데, 이번에 a16z 데이터 분석가들이 지난 10년 동안의 레딧 코멘트와 Github커밋, 그리고 Pitchbook 펀딩 데이터를 정량적으로 분석해보니, 이 그림이 조금 더 명확하게 보였다. 이 분석에 의하면 크립토 주기는 다음과 같은 5가지 과정을 거쳐 형성되고 발전한다:
1/ 비트코인과 다른 코인의 가격이 올라간다.
2/ 가격이 올라가면서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다시 생기고, 소셜미디어에서 많이 언급된다.
3/ 관심이 올라가면서 더욱더 많은 사람이 크립토 분야로 진출한다. 특히 개발자 네트워크가 확장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탄생하고 새로운 코드가 만들어진다.
4/ 새로운 아이디어와 코드는 새로운 프로젝트로 이어지고, 프로젝트를 하기 위해서 관련 스타트업이 창업된다.
5/ 프로젝트와 아이디어는 창업을 통해서 제품으로 만들어지고, 더 많은 개발자가 투입되고, 더 많은 투자가 되면서 새로운 주기가 만들어진다.

뭐, 대충 이런 과정을 통해서 크립토의 up and down이 앞으로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a16z는 확신을 하는데, 2010년 10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있었던 이 3개의 주기를 한 번에 보여주는 차트다.

crypto price innovation cycle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 그래프를 보면 계속 비슷한 현상이 반복되는걸 볼 수 있다. 일단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면 크립토/블록체인 관련 개발자 활동 또한 활발해지고, 소셜미디어에서 이런 현상이 더욱더 많이 이슈화되면서 관련 스타트업과 프로젝트도 비트코인 가격 상승과 비례하면서 많아진다. 대부분의 수치가 거의 10배 정도 상승하고, 최고점을 치면서 다시 모든 게 내려오면서 한 주기가 끝나는데, 이후에 다시 새로운 주기가 시작된다. 재미있는 건, 한 주기가 끝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나 다른 관련 활동이 이전 수준으로 그대로 떨어지는 게 아니라, 하락하긴 하지만 그 다음의 주기가 시작될 때까지 어느 정도 유지된다는 점이다.

Up과 down이 너무 심해서 눈에 잘 보이진 않지만, 이 10년 기간 동안 연평균성장률은 상당하다. 비트코인 가격 196.4%; 소셜미디어 활동 207.5%; 개발자 활동 74.4%; 스타트업창업 53.9%이다.

한 주기의 기간이 3~4년 정도라고 하면, 우리는 현재 4번째 크립토 주기의 시작점에 있다. 이번 주기의 고점은 어떻게 될지, 그리고 어떤 프로젝트와 회사가 탄생할지 진심으로 궁금하다.

<이미지 출처 = ANDREESSEN HOROWITZ>

매출 총이익

다른 곳에서 읽은 좋은 글을 그대로 번역하는 경우가 요샌 거의 없는데, 얼마 전에 Fred Wilson이 올린 글이 너무 좋았고, 나도 비슷한 생각을 최근에 많이 했는데, 윌슨 씨가 너무 우아하고 통찰력있게 표현해서, 잠깐 소개하고, 일부 번역해서 공유해보고 싶다. “Not All Gross Margin Is The Same“이라는 글인데, 투자검토 할 때, 회사가 매출이 있다면, 대부분 VC가 확인하는 수치 중 하나인 매출 총이익에 대한 내용이다.

매출 총이익에 대한 아주 간단한 결론을 내리자면, 이익률이 높으면 좋고, 낮으면 좋지 않은 비즈니스라고 주로 생각한다. 그런데 이 글에서는 두 가지 예시를 들면서, 이런 일차원적인 사고방식에서 탈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네덜란드의 PG사 Adyen의 재무제표에 의하면 이 회사의 12개월 동안의 매출은 $2.65B이고, 매출원가는 $2.16B이다. 매출총이익이 약 $0.5B이니, 매출총이익률은 대략 19%이다.
다른 회사를 한 번 보자. Macy’s 백화점의 12개월 동안의 매출은 $25.3B이고, 매출원가는 $15.2B이다. 매출총이익이 약 $10B이니, 매출총이익률은 대략 40%이다. 메이시스 백화점의 매출총이익률은 Adyen의 거의 두 배 이상인 셈이다.

이걸 그냥 별 생각 없이, 겉만 봤을 때, 우리는 메이시스 백화점 이익률이 더 높으니까, 이 비즈니스가 더 수익성이 좋고, 더 좋은 비즈니스라는 결론을 내리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Adyen은 $2.16B의 매출원가를 그냥 다른 기업들에 넘겨주기만 하는데, 이걸 넘겨주면서 실제로 본인들이 하는 게 별로 없고, 본인들에게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에 메이시스의 경우 $15.2B의 매출원가에는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과 관련된 구매비용, 재고비용, 그리고 매장비용 등이 포함된다. 즉, 메이시스의 매출원가에는 실제로 많은 운영비용과 운전자본이 포함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Adyen이 Macy’s보다 이익률은 낮지만, 훨씬 더 매력적이고 효율적인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다.

실은, 나도 우리가 작년 12월에 페이플에 투자할때 이와 비슷한 맥락의 생각을 많이 했다. Adyen에 비교할 수 없지만, 페이플도 결제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API 비즈니스이고, 고객들의 전체 거래금액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 매출로 잡는다. 매출총이익률을 따져보면, 엄청나게 낮지만, 그래도 매출원가가 페이플의 운영비용이나 운전자본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기 때문에, 좋은 비즈니스라고 생각했다. 이게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포커게임을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다. 많은 사람이 모여서 포커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사람은 소위 말하는 하우스피를 받는데, 그 퍼센트는 매우 낮다. 하지만, 큰 노력없이 받는 돈이다. 반면에, 포커를 대신 쳐주고, 번 돈의 50%를 받는 대리포커 비즈니스를 한다고 하면, 이익률은 높지만, 여기에 들어가는 시간, 에너지, 정신적/육체적 비용은 엄청나기 때문에, 오히려 이익률이 낮은 하우스피가 더 좋은 비즈니스일 수도 있다.

즉, 겉으로만 보면 이익률이 낮은 비즈니스지만, 조금 더 자세히 보면 상당히 이익률이 높은 비즈니스일 수가 있다.

When the Going Gets Tough, the Tough Get Going

요샌 사무실 출근도 안 하고 집에서 Zoom 화면만 보면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회사에 주로 투자하고, 대략 직장에서 어떤 일이 돌아가는지는 우리 와이프도 알고 있지만, 요새 24시간 나랑 집에 있다 보니, 내가 우리 투자사들과 하는 대화를 많이 듣고, 어떤 회사가 잘하고 있고, 어떤 회사가 힘든지, 대략 파악하고 있다. 남편 하는 일이 겉으로 보면 아주 번드르르하고, (비록 남의 돈이지만)수 억 단위의 돈을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멋진 VC라고 알고 있었는데, 막상 온종일 대화 내용을 들어보면, 돈 버는 이야기는 하나도 없고, 회사들 어렵고, 망하고 있고, 곧 망할 것 같은 회사 대표들과 정신과 상담하듯 이야기하는 내용밖에 없어서 굉장히 놀라고 신기해하는 거 같다.

“오빠 투자해서 돈 버는 사람 아니었어? 무슨 119 소방대원 같은데?”라는 말을 할 정도로 요새 코로나바이러스가 몇몇 우리 투자사들에 주는 충격은 상당하다. 그리고, 이미 전에 내가 여러 번 말했듯이, 이걸 내가 어떻게 해줄 순 없다. 그 누구도 예상 못 했던 팬데믹이 왔고, 투자자나 창업가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냥 통제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는 것이다. 내가 그나마 해줄 수 있는 건, 그냥 옆에서 정신적 말동무가 되어 주는 건데, 모든 회사가 다르고 모든 창업가의 스토리가 다르지만, 정말 안타까운 일들이 많다.

어떤 대표는 그동안 같이 고생하고 모든 걸 함께 했던 팀원의 절반을 해고했고, 어떤 대표는 사업의 방향을 크게 피봇했고, 어떤 대표는 원래 없는 살림으로 사업했지만, 허리띠를 더 졸라매고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분들과 통화나 줌 미팅이 끝나면 나도 온갖 생각으로 먹먹해진다. 나도 이 정도인데, 대표님들 머릿속에는 어떤 생각이 오갈지, 그리고 잠은 제대로 자고 있을지 심히 우려된다. 거짓말은 하지 않겠다. 솔직히 우리 투자금도 걱정이 되긴 한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걱정되는 건, 인생을 바쳐서 힘겹게 쌓아놓은 탑이, 내가 통제하지 못하고, 예상하지 못했던, 바이러스와 이로 인한 불확실성 때문에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걸 보는 이 들의 정신건강이다.

그래도 이 암울한 현실에서도 나는 매일 빛을 보고 있다. 우리 투자사 대표들은 모두 내가 존경하고, 잘하시는 분이라는 걸 알고 있고, 이 때문에 투자를 했는데, 이 위기는 이분들을 내가 다시 보게 되고,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대단한 분들이라는 확신을 하게 해줬다. 주도적으로 직원을 – 많게는 절반 이상 – 해고하는 건 말만큼 쉽지 않고, 진정한 리더는 해고를 할 수 있는 용감한 사람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인데, 이걸 바로 하는 결단력과 용기에 일단 한번 놀랐다. 또한, 당황하거나 우왕좌왕 하지 않고, 현실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유연하게 상황에 대처하는 탄성과 회복력에 다시 한번 놀랐다. 말이 유연한 대처지, 어떤 대표는 그동안 하던 비즈니스를 완전히 버리고, 새로운 방향을 찾기도 했다. 대기업이라면 절대로 못 했을 것이고, 하더라도 수개월이 걸릴 일을, 이분들은 하루 만에 한 것이다.

이런 대표들에게 내가 헌사 하고 싶은 노래가 하나 있다. Billy Ocean의 “When the Going Gets Tough, the Tough Get Going”이다. 노래 제목을 그대로 번역하면, “상황이 힘들어지면, 강인한 사람들은 더 강인해진다.”이다. 좀 오래된 곡이지만, you will enjoy it.

통제 못 하는 건 어쩔 수 없다. 통제 할 수 있는 거에만 집중하자. 그러다가 망할 수도 있지만, 그렇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시원하게 한 번 싸워보자. 사업가답게, 대표답게, 용감하고 떳떳하게 온몸으로 부딪쳐보자. 결과와는 상관없이 모두가 다 나중에 술잔을 기울이면서 웃을 수 있도록.

AI 검토 체크리스트

1586734159905최근 몇 년 사이에 가장 핫해지고, 가장 큰 규모의 투자를 받는 분야는 AI다. 앞으로 더 커질 것이고, AI는 모든 비즈니스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가 될 것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너무 멀다. 대부분의 AI 회사가 제시하는 장밋빛 그림은 비현실적이고, 가끔 나는 AI 회사가 피칭하는걸 듣고 있다 보면 저 창업가 분들은 어느 시대에 살고 있나, 미래에서 왔을까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황당했던 적이 몇 번 있다. 하지만, 내가 이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라서, 나도 이 기술, 이 비즈니스, 이 회사가 약속하는 미래가 정말로 실현 가능한지가 제대로 판단되지 않을 때가 많고, 이럴 경우 주변의 다양한 분들한테 조언을 구하지만, 그래도 이런 회사를 검토하는 건 항상 어렵다.

완벽하진 않지만, Zest AI라는 회사의 CTO가 최근에 테크크런치에 기고한 을 한번 읽어보면, AI 회사나 기술을 검토할 때, 투자자, 고객, 또는 협력업체 입장에서 확인해봐야 하는 6가지 사항들이 나열되어 있는데, 이 AI 회사가 정말로 뭔가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AI로 겉만 번드르르하게 포장되어 있는 건지를 판단할 때 꽤 유용한 거 같아서 간략하게 소개해본다.

1/ AI 훈련에 어떤 데이터를 사용하나?
Garbage in, garbage out이라는 말이 있다. AI가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데이터로 훈련을 시켜야 한다. 제대로 된 AI 회사라면 정확하게 어떤 데이터를 사용해서, 어떤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2/ 사람이 하는 일을 AI가 어느 정도 대체하는가?
AI가 구현되면 사람이 전혀 필요 없다든지, 또는 수십 명 또는 수백 명의 사람을 즉시 대체할 수 있다고 하는 회사는 의심해봐야한다. 아직 AI는 그 수준까지 오지 못했다. AI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정확하게 지적할 수 있고, 아직 사람이 필요한 프로세스에 AI가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잘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3/ 실제 사례가 있는가?
이 AI 기술이 실제로 구현된 사례가 있는지, 그리고 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었는데, 어떻게 AI가 해결을 했고, 그 결과를 정량적으로 수치화할 수 있었는지를 물어봐야한다. 연구실에서 테스팅해봤다고 현실에서도 AI가 작동하진 않는다. 한 연구에 의하면 연구실에서 만들어진 AI 중 20%만 현실에서 돌아간다고 하듯이, 실생활에서는 실험에 사용한 가정이나 제약조건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고객이 실제로 사용했고, 정확히 어떤 결과가 발생했는지 확인해봐야한다.

4/ AI를 구축하는데 얼만큼의 노력, 시간, 그리고 자원이 투입됐는가?
수십 명의 데이터과학자와 공학박사들이 AI 모델링을 하고, 수 년 동안 연구실에서 알고리즘을 개발한 건 대단하지만, 그렇다고 실제로 현실에 적용했을 때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오는걸 보장할 순 없다. 위 3번과 같이 확인해봐야한다.

5/ AI의 결정과 추천사항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가?
단순히 좋아할 만한 기사나 옷을 추천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앞으로 AI가 해야 할 일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점점 더 규제를 받게 될 것이다. AI 기반의 대출 결정을 하거나, 또는 자율주행 결정을 할 때는, 왜 AI가 그런 결정을 했고, 왜 그런 추천을 했는지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규제가 까다로운 분야라면, 더욱더 그렇다.

6/ AI의 의사결정에 공정성이 있는가? 편견은 없는가?
AI를 훈련하는 데이터에는 어쩔 수 없이 어느 정도의 바이어스가 들어가 있다. 가장 이슈가 많이 되는 게 인종과 성차별에 대한 바이어스인데, AI를 연구하는 인력 대부분이 백인남성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의도하지 않게 이런 부분이 원데이터에 반영되고, 이게 AI를 통해서 처리되면, 공정성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윤리적인 부분도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

나도 이 기사를 접한 후에 AI 관련 회사를 만나면, 위 6가지 질문을 기본적인 프레임으로 삼으면서 비즈니스를 검토하는데, 상당히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

<이미지 출처 = 크라우드픽>

통제 불가능한 건, 그냥 웃자

bottle-601566_1280나는 이제 7주째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말 하는 재택근무는, 사무실을 안 가는 개념도 포함하고 있지만, 아예 집 밖에 나가지 않는 것도 포함한다. 매주 월~금, 내가 집에서 보낸 시간을 계산해보니까, 대략 118시간이다. 불필요한 외출을 최대한 자제하고, 일주일에 2시간만 밖에서 보내고 있다. 우리 사무실이 있는 구글캠퍼스도 어차피 셧다운 돼서, 사무실 출근이 당분간 힘들어서 언제 재택근무를 끝낼 수 있을진 잘 모르겠다. 한국은 그나마 다른 나라에 비해서 상황이 좋지만, 조금만 방심해도 다시 크게 확산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어서, 상당히 조심하고 있긴 하다.

집에서 일한다고, 노는 건 아니다. 아니, 실은 사무실 출근할 때 만큼 많은 미팅을 소화해내고 있는데, 다만 물리적인 미팅은 아니고 Zoom으로 하는 화상 미팅만 열심히 하고 있다. 새로운 회사도 많이 만나고 있고, 우리 기존 투자사들과도 요샌 화상으로 미팅을 하고 있는데, 코로나바이러스가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듣고 관찰해보면, 참 마음이 아프지만, 시장을 읽으려고 노력하는 학습자의 입장에서는 흥미롭고 신기하기까지 하다.

우린 기술 그 자체로 사업을 하는 deep tech 분야보단, 이런 기술을 기반으로 소비자 서비스를 만드는 온디맨드와 이커머스와 같은 생활 밀착형 서비스에 투자를 많이 하다 보니, 거시적인 흥미로운 트렌드가 보이긴 한다. 비대면 비즈니스인 이커머스 사업은 오히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대부분 더 잘 되는 경우가 목격되는데, 너무 잘 되는 회사는 오히려 제조와 공급이 시장의 수요를 못 맞추는 현상을 경험하기까지 한다. 실은, 이런 많은 회사가 코로나바이러스 전에는 없는 수요를 어떻게 만들까 하는 고민을 정말 많이 했는데, 이렇게 바이러스 때문에 상황이 며칠 만에 역전되는 걸 보니 참 신기했다. 이와 반대로, 수요와 공급을 연결해주는 온디맨드(O2O) 또는 마켓플레이스 사업 중 오프라인 과정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막대한 타격을 입고 있는 걸 목격하고 있다.

여행 또는 오프라인 이벤트가 사업의 핵심인 우리 투자사들은 매출과 모든 수치가 거의 100% 감소해서, 그동안 수년 동안 갈고 닦은 비즈니스 자체가 사업 초반으로 리셋되는 좋지 않은 경험을 하고 있다. 이와는 극적으로 다르게, 인터넷으로 콘텐츠를 판매하고 배포하는 회사들은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다. 나도 참 안타깝다. 작년 12월과 올해 1월 역대 최고 매출과 실적을 달성해서, 올해 정말로 크게 성장할 거로 예상되는 투자사들이 몇 있었는데, 2월부터 모든 수치가 곤두박질하면서, 이젠 생존을 위해서 몸부림치는 현실을 직면하고 있어서, 옆에서 이들을 보는 나도 참 애가 탄다.

그 누구도 이런 성장 또는 감소를 예상하고, 이에 대비하고 준비해서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가 전혀 예측하지 못했고, 그래서 컨트롤할 수 없는 블랙스완인 셈이다. 하지만, 창업가들은 코로나바이러스만을 탓해서는 안 된다. 사업이 안 되고, 숫자가 좋지 않고, 모든 상황이 비즈니스에 불리하지만, “코로나 때문에”라는 생각을 하고, 우리 비즈니스가 잘 안되는 가장 크고, 어쩌면 유일한 이유가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모든 창업가에게는 앞으로 더 내려갈 일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은,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이 맞고, 코로나바이러스를 욕하고 탓하는 게 맞다. 이게 아니라면, 1월에 10억 원 매출하던 회사가 어떻게 2월, 3월 99% 감소한 1,000만 원밖에 못 할까? 그래도 우린 무조건 코로나바이러스만을 탓하면 안 된다. 컨트롤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면서, 이 개판 와중에도, 우리가 조절해서 조금이라도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작은 것들을 찾아서 계속 실험해야한다. 코로나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어쩌면 마음은 편해지겠지만, 현실은 정말 절망적으로 변한다.

실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라는 말은 VC들도 요새 많이 하는걸 들었다. 투자하기로 했고, 악수도 했고, 계약 작업을 해야 하는데,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투자 철회하는 걸 이미 몇 번 봤고, 앞으로 이런 일이 더 많이 발생할 것이다. 실은, 투자자들한테도 가장 쉬운 변명이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세계 경제가 불확실하고, 돈줄을 잡고 있는 LP들이 돈을 안 풀고 등등, 뭐 이유는 그냥 만들면 된다. 하지만, 이건 정말 무책임한 태도다. 투자하겠다고 악수했으면, 무조건 투자 집행해야 한다고 난 생각한다. 정말 힘들면, 코로나바이러스 말고 다른 합당 하고 이해 갈만한 이유를 제공해줘야한다. 모든 걸 코로나 탓 하는 태도는 정말 아닌 거 같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코로나를 탓하는 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이럴수록,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봐야한다. 컨트롤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이건 정말 어쩔 수 없다. 그냥 한번 크게 웃자.

<이미지 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