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s by Kihong Bae:

스스로 잡아먹기

얼마전에 ESPN 관련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다. 스포츠 TV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었고 30년 동안 케이블과 위성 TV 스포츠 분야를 폭발적으로 성장시킨 ESPN이 이제 유료 TV 시장이 성숙하면서 구독자 수와 매출의 성장 속도가 더디어지자 컨텐츠와 방송의 미래인 인터넷 스트리밍을 조심스럽게 실험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실은 이는 유독 ESPN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료 TV 시장이 직면한 생존과 관련된 중요한 이슈이다. 유료 TV는 아직도 엄청나게 수익성이 좋은 사업이며, 오늘 내일 당장 이 시장이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유료 TV 구독자들은 TV를 보기 위해서 말도 안되게 비싼 요금을 – 내가 구독하는 DirectTV의 가장 저렴한 서비스가 매달 $60 이다 – 지불 할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거는 이 시장이 해마다 꽤 빠르게 수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ESPN만 해도 2011년 9월 – 2013년 9월 2년 동안 구독자 150만 명이 서비스 탈퇴를 했다 (참고로 ESPN의 총 유료 구독자 수는 거의 1억명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비싸지는 ESPN 구독료와 온라인 동영상에 대한 시장의 갈증으로 인해 이 탈퇴자 숫자는 계속 커질 것이다.

시청자의 취향과 시장의 방향이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바뀌고 있다는걸 ESPN이 모를리가 없다. ESPN도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고 이런 실험의 일환으로 럭비, 폴로 등 비인기 스포츠 경기를 무료로 시청할 수 있는 ESPN3라는 온라인 채널을 서비스 하고 있고, WatchESPN이라는 앱을 통해서 과거 운동 경기 동영상도 보여준다. 하지만, ESPN이 아주 과감하게 온라인 스트리밍 시장을 공략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렇게 함으로써 현재 회사의 캐쉬카우인 유료 TV 시장을 스스로 잠식(cannibalize)할 수 있는 두려움 때문이다. Full 온라인 서비스를 무료 또는 더 저렴한 가격에 제공했다가는 TV 고객들이 모두 탈퇴하고 온라인 서비스로 옮길게 예상되기 때문이다. 참고로 ESPN은 모기업 디즈니의 영업이익의 40%를 해마다 벌여 들인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조심스러운게 사실이다.

우리 주위에 이런 딜레마에 빠진 기업들을 종종 찾아 볼 수 있다. 고객과 시장이 빠르게 변하고 있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스스로 빠르게 변해야 하는데 많은 경우 이 변화는 스스로의 잠식이 필요하다. 변화의 필요성은 느끼지만, 굳이 지금 잘되고 있는 비즈니스를 스스로 파괴하면서 새로운 방향으로 가야하는건지 혼란스럽다.
넷플릭스의 Reed Hastings 사장도 2007년 – 2008년에 비슷한 고민을 했을거 같다. 우편으로 보내주는 DVD 대여 사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시장은 포화되었고, 시장은 DVD 플레이어를 버리고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 시점에서 인터넷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하면 DVD 대여 구독 고객들이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로 옮겨 타면서 스스로의 시장과 비즈니스를 잠식시키는 결과가 발생할텐데 어떻게 해야할지 그는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넷플릭스는 자기 시장을 스스로 잠식하면서 불과 5-6년 만에 비즈니스 모델을 인터넷 스트리밍 구독으로 완전히 변신하는데 성공했다.
아마존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전자책 서비스를 시작하면 아마존이 스스로 개척했던 종이책 온라인 판매 비즈니스가 큰 타격을 받을텐데, 그래도 변하는 시장에 발 맞추기 위해서 과감한 베팅을 했고 이 결정 역시 옳은 결정이었던 거 같다.

리드 헤이스팅스와 제프 베이조스는 이 결정에 대해서 똑같은 말들을 한다:

“힘들게 개척해서 만든 비즈니스를 스스로 잡아먹는 건 고통스럽지만 남이 내 시장을 잠식하는거 보다는 내가 내 시장을 잠식하는게 훨씬 낫다는 판단을 했다.”

앞으로 가야할 미래가 빤히 보이는데 스스로 만들어 놓은 틀 안에 갇혀 있다면 이 틀을 빨리 깨야 한다. 남이 내 틀을 깨주는거 보다는 그냥 내가 내 틀을 깨는게 훨씬 속 편하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 http://careeranna.com/wp-content/uploads/2013/07/iphone-ipod-herval.jpg>

끈기, 거절, 실험 그리고 개밥

우리 주변에는 잘 나가는 창업가들과 그들이 운영하는 잘 나가는 서비스와 제품들이 많다. 그리고 이와는 반대로 매일 개고생 하면서 못 나가는 제품들을 하루종일 만지고 있는 창업가들은 훨씬 더 많다. 이렇게 바닥을 기고 있는 창업가들 중 많은 이들이 “저 제품 별거 아닌거 같은데 왜 나는 저들처럼 잘 안 풀릴까?”라면서 신세를 한탄하고 스스로를 질책한다.

잘 되는 회사와 서비스들은 그냥 처음부터 너무 잘 되었고, 운이 좋아서 하루 아침에 대박 맞았다고 잘못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짧은 포스팅을 공유한다. 이 블로그를 읽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다 알고 있는 미국의 Airbnb라는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다:

Brian Chesky는 2007년도에 무작정 짐을 싸서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다. 무직인 그는 역시 무직이었던 대학 친구 Joe Gebbia의 아파트에서 한동안 머무를 계획이었다. 문제는 Brian이 내야하는 월세는 $1,150인데 은행 잔고에는 $1,000 밖에 없었고 그때 한가지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2주 후에 샌프란시스코에서 미국 산업디자인 협회 컨퍼런스가 열릴 예정이었는데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은 그와 같이 돈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샌프란시스코의 비싼 호텔비를 낼 수 없다는 걸 그는 잘 알았다. 마침 아파트에 남는 에어매트리스 3개가 있었고 여기서 Airbnb (Air Bed and Breakfast)가 탄생했다.

2008년 초에 Airbnb는 개발자를 채용해서 드디어 첫번째 버전이 완성되었지만 실제로 2008년 1년 동안 시장에서의 트랙션은 거의 없었다. 그 기간동안 살인적인 물가의 샌프란시스코에 살면서 돈도 한 푼 벌지 못하는 이들이 생존하기 위해서 시리얼 박스를 판 이야기는 이제 이 업계에서는 전설이 되어 버렸다. 우리 모두 헝그리하게 벤처하고 있다고 하지만 솔직히 1년 동안 월급 한푼도 받지 않고 벤처에 올인 해 본 사람들이 몇 명이나 있을까? (참고로 나는 해봤는데 다시는, 정말로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다)

그러는 동안에 에어비앤비 창업팀은 1년 동안 수많은 VC들한테 거절 당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한 투자자를 포함, 그 누구도 이 서비스에 투자하지 않았고 이들의 비전을 믿지 않았다. “남의 집에서 돈내고 잘만한 히피들이 몇 명이나 될까?”라면서 미팅 중간에 그냥 나가버린 투자자도 있었다고 한다. 거절에 이어 또 거절 당했지만 이들은 버텼다.

그리고 그렇게 버티다보니 2009년도에 폴 그래이엄의 YC에 합격해서 2만 달러라는 돈과 3개월 동안 제품을 다듬을 수 있는 황금같은 기회가 주어졌다. 이들은 이 기간 동안 실험하고, 또 실험하고, 또 실험했다. 시장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만들때까지. 그리고 주말마다 에어비앤비의 고객이 가장 많았던 뉴욕으로 날라가서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예약한 숙소에서 잤다. 스스로 매일 개밥을 먹다보니 조금씩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들이 초기에 배운 것 3가지:
-사진은 매우 중요하고 무조건 고화질 사진이 필요하다
-집 열쇠를 낯선 고객에게 전달해 주는 과정에 에어비앤비가 직접 관여할 필요가 있다
-숙박 후 청소 또한 에어비앤비가 직접 관여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계속 개밥을 먹으면서 서비스를 향상하다보니 모두가 부러워하는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즉,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남의 집에서 잠을 잔 게스트들이 서비스가 쓸만하다고 느낀 후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서 본인들 집을 에어비앤비에 등록해서 호스트가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브라이언 체스키는 종이 상으로 백만장자가 되었지만 아직도 집을 사지 않고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아파트를 예약하고 여기에 살고 있다.

창업한지 6년 만에 190개 이상 국가의 50만개 이상의 집들이 등록되어 있는 3조원 이상 가치의 비즈니스가 된 에어비앤비 – 이들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모르는 무쟈게 힘든 시절이 있었다. 다른 스타트업들은 운이 좋아서 대박이 났고 나는 재수가 없어서 개고생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을 다시 보자. 그리고 우리 팀은 끈기가 있는지, 거절을 당해도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충분한 실험은 하고 있는지, 그리고 개밥을 매일 먹는지 다시 살펴보자.

한국인이 미국에서 VC 하기

내가 자주 받는 질문에 대한 내 개인적인 생각과 설명이다. 내가 쓰는 글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어떤 분들은 동의할 것이고 어떤 분들은 동의하지 않을 것인데 내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걸 다시 한번 강조한다.

얼마전에도 이 질문을 받았다:

“저는 한국에서 태어나서, 한국에서 교육을 받았고,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했습니다. 2년 전에 미국에 처음와서 MBA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이제 곧 졸업인데 저 같은 한국 토종도 미국 VC 회사에 취직할 수 있을까요?”

일단…매우 애매하고 사람마다 다른 그런 질문이지만, 워낙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이라서 나도 나름대로 한번 생각을 해봤다. 아주 간단하게 풀어보면 나는 VC 들은 기본적으로 다음 능력/자산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 – 이건 당연하다. 투자하려면 기본적으로 돈이 있어야 하고 돈이 없는 사람은 투자자라고 볼 수 없다.
  2. 어느정도의 경험 – 스타트업 관련 경험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는 경험은 여러가지 일 수 있는데 창업 후 성공적인 exit 경험,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창업 후 여러가지 벤처 시나리오 경험, 직접 창업은 하지 않았지만 스타트업 경험, 직접 창업하거나 스타트업에서 일해보지는 않았지만 오랜 기간동안 여러 스타트업들에 투자해서 이들에 대한 간접적인 경험 정도라고 생각한다.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스타트업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는 창업가들이랑 도저히 이야기를 할 수도 없을뿐더러 창업가들이 투자자들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스타트업에 대해서 뭘 안다고?” 뭐 이런 생각들을 할 것이다). 하지만, 내 주위에는 전혀 스타트업 경험은 없지만 투자하는 회사마다 대박이 나는 능력자들도 가끔 있다.
  3. Deal sourcing 능력 – VC 업계에도 최근들어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지만, VC로써 가장 중요한 능력은 바로 이 deal sourcing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돈만 있으면 창업가들이 줄을 서서 투자를 받으려고 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반대가 되었다. 좋은 창업가가 있다면 투자자들이 줄을 서고 창업가는 입맛에 따라 골라서 돈을 받을 수 있다. Deal sourcing을 잘하는 VC들은 내 생각에 2 부류가 있다. 하나는 상대적으로 젊고 경험이 없는 VC들인데 이들이 잘하는 건 발로 열심히 뛰어 다니는 거다. Facebook을 처음 발견한 Kevin Efrusy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참고로 Efrusy씨는 이제 실리콘 밸리에서 굉장히 유명한 거물 VC가 되었다. 남들보다 더 열심히 발로 뛰어다니면서 마치 영업사원처럼 좋은 창업가와 회사들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발견하고 이들에게 스스로를 잘 팔아서 창업가들이 남의 돈이 아닌 내 돈을 받게 만들어야 한다. 다른 부류는 상대적으로 나이가 좀 있고 경험이 많은 VC들인데 이미 투자자로써 어느 정도 레벨에 도달했고 그동안 좋은 connection을 – 다른 투자자 및 창업가들과 – 많이 만들었기 때문에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유망주들에 대한 소식을 남들보다 먼저 접하게 된다. 참고로, deal sourcing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남들보다 먼저, 그리고 남들이 잘 모르는 회사들을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이다. 그러면 상대적으로 경쟁이 심하지 않을때 더 좋은 조건에 남들보다 먼저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로써 대박은 바로 이렇게 만드는 것이다.

자 그럼 한국에서 온 분들이 미국에서 이런 조건을 갖추고 VC를 하려면 뭘 어떻게 하면 좋을까?

가장 중요하며 기본적인 건 영어다. 첫째도 영어, 둘째도 영어, 그리고 셋째도 유창한 영어다. 위에서 언급한 능력들을 하나씩 짚고 넘어가 보자. 재벌가 출신이 아닌 이상 투자를 하기 위한 돈 또한 외부에서 받아야 한다. 영어를 못하는데 잘 모르는 사람들한테 어떻게 나 자신을 어필하고 수십억원의 돈을 받을 수 있나? 스타트업 경험을 쌓으려면 창업을 하거나 스타트업들과 아주 헤비하게 involve가 되어야 하는데 이 또한 영어가 안되면 택도 없다. 한국에서의 경험? 솔직히 요새 소위 말하는 unicorn 경험 또는 그와 비슷한게 아닌 이상 별로 안 쳐준다. 그리고 영어를 못하는데 남들보다 먼저 deal sourcing은 어떻게 하나? 일단 어느 지역에 어떤 회사들이 요새 뜨는지를 잘 파악하지 못하고, 파악을 하더라도 그 회사의 창업팀을 찾아가서 “나, 이러이러한 사람인데 당신 회사에 투자하고 싶다.”를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그리고 내가 유능한 미국 창업가라면 영어를 띄엄띄엄하는 투자자한테는 왠만하면 돈을 안 받을 거 같다. 능력있고 자신있는 창업가라면 돈을 받을 수 있는 구멍이 많은데 굳이 이 사람한테 돈을 받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영어도 못하는 사람이 미국에서 우리 회사에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것이다.

유창한 영어는 한국이든 미국이든 비즈니스를 하는데 매우 중요하고 필수 요소이다.

*관련 동영상 “한국 사람이 미국에서 VC 되기” 보기
*영어 관련 과거 포스팅:
영어 하기
Do You Speak English? – Part 1
Do You Speak English? – Part 2

 

조금 천천히 가보자

한동안 work and life를 적절히 관리하면서 아슬아슬하게 밸런스를 맞추면서 살았는데 – 우리 와이프는 절대 동의 못함 – 올 초부터 다시 work, work, work 생활이 된 거 같다. 솔직히 요샌 너무 빨리 인생을 달려서 잠시 앉아서 생각을 못 한다. 얼마전에 일부러 시간을 좀 내서 곰곰히 생각해 봤다. 내가 정말 그렇게 바빠서 생각할 시간이 없는걸까 아니면 가만히 아무것도 안하고 생각을 하면 뭔가 불안해서 계속 빨리 빨리 움직이는 걸까. 역시 후자다. 크게 생각해보면 인생 뭐 그렇게 바쁘게 살 필요 없다. 이메일 당장 답변하지 않아도 큰 일 나지 않고 투자 계약서 지금 당장 검토하지 않아도 투자에 큰 지장은 없다.

요샌 정말 slow down 해야 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어차피 인생의 갈 길은 멀고, 내가 정한 목적지까지는 아마도 죽을때까지 도달하지 못 할 것이다. 그러니 천천히, 더 많이 생각하고, 생산적이지만 여유있게 인생을 살아야 겠다는 생각만 많이 한다. 내가 요새 경험하고 있는 몇가지 디지털/이메일/일 중독 증상:

-일 하나를 끝내고 새로운 일 하나를 시작해야하는데 빼는 건 없고 더하기만 하고 있다
-일하는 시간은 더 많아진 거 같은데 실제 생산성은 그만큼 늘어나지 않는다 (생산성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건 아니다)
생각하기도 전에 행동한다 (이게 어떤 경우에는 좋지만, 좋지 않은 경우도 많다)
-눈 뜨자마자 가장 먼저 아이폰을 보고, 자기전에 마지막으로 아이폰을 본다
-그리고 하루에 몇 십번씩 아이폰을 그냥 본다

전에 이메일 중독에 대해서 쓴 적이 있는데, 이건 더 심각한 수준인 듯. 그렇다고 갑자기 몇일 동안 완전히 offline 잠수를 타기엔 할 일이 너무 많고해서 (이것도 중독) 조금씩, 아주 조금씩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 노력을 하려고 한다. 먼저 절대로 자기전 마지막으로 또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폰을 보지 않을 것이다. 물 한잔 먹고, 운동 하고, 그리고 커피 한잔 사면서 폰을 볼 것이다. 매일 30분은 폰, 이메일, 컴퓨터 등 그 어떤 전자기기를 만지지 않고 그냥 가만히 앉아서 생각을 해볼 계획이다.

결과는 3개월 뒤에 공개.

<이미지 출처 = http://www.femcafe.hu/cikkek/eletmod/slow-life-mozgalom-a-tartalmas-eletert>

[生生MBA리포트] MBA에서는 무엇을 배우는가?

MBA의 길

기고자 소개) 박은정 씨는 와튼스쿨 (Wharton School) 졸업한 후 현재 Top MBA 전문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MBA 지원자들에게 도움을 준 경험을 기반으로 “미국 Top MBA 가는길(매일경제)“를 공저하였으며, 현재 자신만의 노하우와 지식을 바탕으로 최신 MBA 트렌드와 어느 학원에서도 해 주지 않는 진짜 MBA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있습니다.
그녀는 연세대학교 상경계열 졸업 후 삼일회계법인에서 일을 했으며 현재 미국 동부 피츠버그에서 가족들과 함께 거주하고 있습니다. 박은정씨의 글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mbaparkssam@gmail.com으로 연락주세요.
*박은정씨가 운영하는 MBA의 길에 가시면 MBA 관련 더 많은 정보가 있습니다.

지난 달 초에 포스팅했던 ‘$$$ of MBA‘ 편에서 MBA 졸업생들이 받는 연봉에 대하여 짧게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5년 뒤에 이들의 연봉 추이는 어떻게 될까요?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의 MBA 랭킹이 이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포브스는 오로지 MBA 이전과 이후 5년간의 연봉을 비교하여 산출한 ROI(Return On Investment) 기준으로만 랭킹을 산정합니다. 2013년 가을에 발표한 Forbes 지의 랭킹에 의하면, 2008년 스탠포드 MBA 들이 졸업하면서 받은 기본 연봉의 중앙값(median)은 $120,000이었지만, 졸업 5년 후인 2013년에는 $221,000으로 상승했습니다. 또한, MBA에 오기 전 이들의 연봉은 $80,000 이었습니다. MBA 2년을 마친 후 연봉이 50% 상승했을 뿐 아니라, 졸업 5년 만에는 84% (연평균 13%) 정도 상승한 셈입니다. 이쯤되면 궁금증이 생길 법도 합니다. 대체 MBA에서는 무엇을 가르치길래, 2년 동안 학위를 마친 것만으로 연봉이 50%가 상승하고, 졸업 후 5년 후에는 현재 환율로 2억 5천만원이 넘는 연봉을 받게 되는 걸까요?

물론 이런 현상은 “미국 회사들은 왜 (아직도) MBA를 원하는가?“라는 포스팅에서 언급한 바 있는, 미국 기업들이 비즈니스 스쿨의 인재 선별 과정에 대하여 갖고 있는 신뢰와 직결됩니다. 즉, 명망있는MBA 과정으로부터 어드미션을 받은 사람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잠재력을 가진 인재라고 판단한다는 것이죠. 그러나 위와 같은 파격적인 연봉 인상은 MBA 과정을 실제로 졸업한 이들에게만 주어질 뿐, 어드미션만 받고 입학을 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남의 나라 이야기입니다. 즉, MBA과정에서 학생들이 배워오는 것들이 회사에게는 경제적인 보상(높은 연봉)을 제공할 만한 가치있는 자산이 됩니다.

MBA에서 얻어갈 수 있는 것은 크게 세 가지 부분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MBA(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가 경영학 석사의 약자이듯이, 우선 비즈니스 및 전반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재무, 전략, 마케팅, SCM(Supply Chain Management) 등 일반 기업의 경제활동에서 중심이 되는 각 분야의 지식이 모두 포함됩니다. 학교마다 특성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대부분 학교의 커리큘럼은 1학년 때는 필수과목(core)들을 통해 비즈니스의 각 분야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이해하고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는 데 초점을 둡니다. 2학년 때는 선택과목(elective)들을 통해 각 학생이 집중하고자 하는 분야의 심화과정들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MBA에 입학하는 약 80%의 학생들은 학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지 않은 이들이기 때문에, MBA에서 다루는 경영 수업, 특히 필수과목, 들의 난이도는 대학교 2-3학년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사실 학부에서 2-3년에 마칠 과정을 1년 안에 끝내야 하기 때문에 정말 필수적이고 가장 중요한 이론만 배우고 넘어가게 됩니다. 2학년 때 듣는 선택과목들은 훨씬 더 깊이가 있는 편이기는 하나, 많은 수의 수업을 수강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학문적으로 깊이있는 지식을 얻어가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기업의 각 부분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그리고 상호 간에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지를 이해하는 데 기본적인 프레임은 제공해 줍니다. 따라서 컨설팅처럼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이 필요한 업무를 하고자 하는 이들이나, 학부에서 공학을 전공하여 비즈니스 및 경영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이들에게는 상당히 유용합니다.

두 번째로 MBA가 제공하는 대표적인 자산은 리더십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입니다. 작년에 기고했던 ‘미국 회사들은 왜 (아직도) MBA 를 원하는가’ 부분에서도 잠시 언급한 바 있지만, MBA 과정은 이미 리더십의 잠재력이 있는 이들을 선별하여 훈련시키는 특수훈련 무대입니다. 와튼의 경우, 1학년 필수과목 중에는 ‘직장 내에서 사람 다루기 (Managing People at Work)’과 ‘팀웍과 리더십의 기초(Foundations of Teamwork and Leadership)’이라는 수업과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훈련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과목들은 교수들의 강의 뿐 아니라 다양한 팀 프로젝트와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학생들을 의식적으로 또한 무의식적으로 훈련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와튼스쿨에서 가장 인기있는 선택과목 중 하나는 한국에서도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Getting More)’의 저자로 유명한 스튜어트 다이아몬드의 협상(Negotiations) 수업이 있습니다. 학생들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회사 내에서 팀을 이끌고, 갈등을 해결하고, 계약의 상대방을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춘 인재로 성장하게 됩니다.

MBA의 세 번째 가치는 세상을 보는 눈을 넓혀준다는 데 있습니다. MBA 의 두드러지는 특징은 다양성(diversity)에 있습니다. 학생들의 국적도, 문화적 배경도, 학부 전공도, 경력도 정말 다양합니다. 중국 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했던 친구도 있고, 오바마 대선 캠페인에서 일했던 이도, 하버드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아프리카의 비영리단체에서 일했던 친구도 있습니다. 뉴욕의 슬럼가에서 자란 친구가 있는 반면, 카타르의 석유재벌을 아버지로 둔 이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경험과 시각들이 수업 안팎으로 학생들을 성장시키는 도구가 되고, 취업 이후에도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바탕을 제공합니다.

MBA에 진학을 염두에 두고 계신 분들이라면, 스스로가 비즈니스 스쿨에 가서 무엇을 배우고 얻어올 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제로 MBA 어드미션 에세이가 빼놓지 않고 물어보는 질문이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자기 자신의 현재 모습에서 미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위에서 언급한 경영 지식, 리더십 훈련, 그리고 다양성을 갖춰야 한다면 MBA에 진학해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