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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가 필요없는 세상

voice-4414962_640음성인식 기술이 나온 지는 꽤 오래됐지만, 그동안 나는 한 번도 기계를 상대로 음성을 주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사용하진 않았다. 아직도 전화나 컴퓨터나 TV한테 말을 하는 게 좀 어색하기도 하고, 평소에 목을 많이 써서 그런지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치는 게 말하는 것보단 편하기도 하고, 아니면 그동안 내가 경험했던 음성인식 기술이 별로여서 똑같은걸 여러 번 반복해서 말했던 기억이 너무 많아서인지, 그냥 웬만하면 손가락을 사용했다.

그런데 최근에 음성으로 메모를 작성하면서, 내가 생각했던 거 보다 음성인식 기술이 빨리 발전하고 있고, 키보드가 필요 없는 세상이 예상보다 빨리 오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전에 전자책을 읽을 때는 마음에 드는 문구가 있으면, 전자 하이라이트를 하고 클라우드에 저장했는데, 한 2년 전부터 다시 종이책으로 돌아오면서, 맘에 드는 부분을 핸드폰에 메모해 놓는 습관이 생겼다. 작은 핸드폰에 작은 키보드로 타이핑을 하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오타를 계속 수정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얼마 전부터 그냥 음성으로 VTT(Voice to Text) 메모를 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완성도가 높아서 상당히 만족해하고 있다. 한 4년 전만 해도 음성과 텍스트가 따로 놀아서, 똑같은 내용을 반복적으로 말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는데, 요샌 웬만하면 한번 말하고, 한 번 정도 손으로 글을 수정하면 모든 과정이 끝난다. 물론, 천천히 그리고 또박또박 말해야 하는 어려움은 있다.

사람들은 항상 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단기적인 변화는 과대평가하고, 장기적인 변화는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처음에 애플이 Siri를 발표하고, 아마존이 Alexa를 발표했을 때 사람들은 이제 키보드가 없어지고, 기계가 사람의 목소리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세상이 당장 올 것처럼 과대평가했지만, 나처럼 기술의 한계점에 부딪히면서 “역시 기계는 기계야”라는 생각을 하고, 음성인식에 대한 관심이 멀어졌다. 그런데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갑자기 어느 순간 음성인식이 우리 생활 속으로 깊게 파고들어 온 것을 느끼면서 깜짝 놀랄 것이다. 마치 내가 요즘 그런 것처럼.

1868년에 타자기가 세상에 나온 이후로, 인류는 키보드를 통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 이전에는 직접 종이 위에 손으로 글씨를 썼다. 지금도 우리는 손으로 글을 쓰지만, 내가 지금 이 내용을 쓰는 것처럼 물리적인 키보드로 글을 쓰고, 터치스크린의 가상 키보드로 글을 쓰고, 음성으로도 글을 쓴다. 주위를 보면, 특히 어린 친구들은 음성인식 기술과 훨씬 친하고, 마치 친구들과 부모님과 대화하듯이 핸드폰, 리모컨, 스피커, 전자기기와 대화를 통해서 소통하고 있다. 이런 트렌드는 더 커질 것이다.

얼마 전에 페이스북이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CTRL-Labs를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4년밖에 안 된 회사지만, 이 스타트업이 개발하고 있는 기술은 상당히 흥미롭다. 팔찌를 통해서 사용자의 뉴런 활동을 측정하고, 그리고 이를 통해서 이 사람의 생각을 가상 아바타로 전달하고, 사람의 생각대로 이 아바타를 움직이게 하는 그런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다. 키보드가 필요 없고, 내 생각을 남한테 전달할 때 손가락이 자유로워질 수 있는 세상이 활짝 열리고 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홍보가 후진 제품을 살리지 않는다

내가 자주 강조하는 내용인데, 최근에 비슷한 이야기를 여러 창업가와 해서, 몇 자 또 적어본다. 홍보에 관한 이야기다. 너무 좋은 제품과 기능을 만들었는데, 아무도 이런 게 있다는 걸 잘 모르니 홍보를 해야 하는데, 본인도 개발자고 다른 팀원도 개발자라서 홍보나 마케팅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르기 때문에, 홍보 담당자를 풀타임으로 채용하거나, 아니면 외주업체에 돈을 주고 PR 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대표를 몇 분 만났다.

10년이면, 새로운 기술이 계속 나오는 스타트업 세계에서는 한평생이고, 이 기간 동안 세상이 바뀐다. 그래서 내가 10년 전 이야기를 하는 건 정말 의미 없고, 어떻게 보면 꼰대스럽지만, 그래도 나는 본질이라는 건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10년 전 미국에서 뮤직쉐이크 할 때 이야기를 좀 해보겠다. 아이폰이 나오기 전이었기 때문에, 초기 뮤직쉐이크 제품은 PC 기반의 설치형 애플리케이션이었다. 그 이후에 플래시 기반의 웹 앱을 출시하고 – 당시 플래시 기술이 우리가 추구하는 기능을 다 지원하지 않아서 정말 애먹었던 기억이 난다. 아이폰이 나온 후에는 모바일 앱까지 출시했다. 모바일 앱은 단순히 음악을 쉽게 만드는 툴을 넘어서, 기존 유명곡을 재미있게 리믹스 할 수 있었는데, 음악에는 저작권이라는 골치 아픈 권리가 있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이야기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오래된 명곡 Jackson 5의 “ABC” 리믹스 앱을 시작으로, 여러 가지 모바일 앱을 출시했다.

위에서 말한 각 마일스톤을 도달할 때마다 우리 팀의 분위기는 흥분 그 자체였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참신한 도전이었고, 시장에 소문만 나기 시작하면, 이제 우린 떼돈 벌고 대박 터질 거라는 생각에 잠도 잘 못 잤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우리 예상과는 달리, 출시하고 시간이 한참 지나도 시장에서는 별 반응이 없었다. 플래시 앱도 그랬고, 모바일 앱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내렸던 결론은, 너무 잘 만든 제품이지만 우리의 약한 홍보력으로 인해 시장이 아직 모르기 때문에 포텐이 터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시기의 대부분 스타트업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홍보나 PR을 해주는 담당자가 없어서 외부 PR 회사와 계약하고 홍보와 PR을 아웃소싱하기 시작했다. 우리 담당 홍보 컨설턴트까지 배정이 됐다. LA 쪽에서는 신생 회사였지만, 꽤 잘하기로 소문났었기 때문에 비용은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홍보만 잘하면 대박 날 거라서 이 정도 비용은 충분히 지불할만하다고 판단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모든 미디어에 뮤직쉐이크 관련 PR 활동을 했지만, 트래픽이나 매출에는 변화가 없었다. 몇 개월 동안 “이렇게 하면 되겠지” , “조금만 더 알려지면 될 거야” 등의 생각을 하면서 참 많은 시도를 했는데, 그럴 때마다 잘 안 됐다. 그리고 서서히 현실을 인지하게 됐다. 제품이 완벽하지 않으면 아무리 홍보를 많이 해도, 절대로 시장에서 오래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그렇다고 우리가 후진 제품을 만든 건 아니다. 정말 참신하고 재미있었지만, 시장에서 제품을 보는 시선과 우리가 내부에서 봤던 시선에는 차이가 있었는데, 우리는 이걸 지속적인 제품 개발과 개선으로 풀어야 했는데, 홍보에서 찾으려고 하는 실수를 범했던 것이다.

최근에 만난 많은 대표가 뮤직쉐이크 시절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뭔가 잘 만든 거 같은데, 시장에서 반응이 없으니, 홍보로 해결하려고 하고, 내부에 홍보력이 없으니까 외부 마케팅/PR 에이전시에 비싼 돈 주면서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있다. 내 경험에 의하면, 이건 홍보의 문제가 아니라, 제품과 product-market fit의 문제이다. 고객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는 제품은 수백억 원을 써서 TV나 지하철 광고를 해도 말짱 헛거다. 일시적인 상승효과는 경험할 수 있겠지만, 돈을 쓰는 홍보를 멈추는 그 순간 트래픽과 매출은 곤두박질칠 것이다.

제품이 완벽해지기 전까지는 홍보와 마케팅에 너무 돈을 많이 쓰지 않아도 된다. 제품이 좋으면, 알아서 고객이 알게 되고, 알아서 사용하게 된다. 요샌 모두가 바쁘고, 비슷한 제품도 너무 많아서, 홍보를 해야 한다고 하기도 하지만 – 그리고, 이건 과거에 비해서 일부 맞다고 생각한다 – 시대를 초월하는 절대불변의 본질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다. 맛있는 식당은 안 알려도 사람들이 찾아와서 줄을 서고, 좋은 제품은 안 알려도 사용자들이 찾아서 사용하고, 돈을 쓰게 되어 있다.

기존투자자가 주는 총알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당장 매출을 만들 수가 없다. 그래서 몇 가지 예외 케이스를 제외하면, 투자를 받아야 한다. 투자를 안 받거나, 못 받는 경우도 너무 많지만, 받기 시작하면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성장하는 스타트업이라면 투자를 여러 번 받아야 할 것이다. 요새 내가 자주 경험하는 초보 창업가들이 후속 투자를 받을 때 저지르는 실수는 기존 투자자들을 잘 활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이미 투자를 받은 회사고, 이미 주주명부에 투자자들이 있다면, 후속 투자를 받기 위해서 본격적인 펀드레이징을 시작하기 전에 가장 먼저 상의하고, 가장 먼저 돈 달라고 부탁할 사람은 신규 투자자가 아니라 기존 투자자라는 말이다.

얼마 전에 그렇게 친하지 않은 VC한테, “스트롱 투자사 A사 요새 라운드 돌고 있더라고요”라는 말을 들었는데, 좀 쪽팔리지만 나도 모르고 있던 사실이었다. 대표한테 연락하니까, 지난 몇 개월 동안 본인들 실적이 별로 좋지 않아서 스트롱이나 다른 기존 투자사들이 당연히 관심 없고 투자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결국 이 회사는 원하는 금액을 추가 투자받지 못했다. 실적도 좋지 않았지만, 내 생각에는 펀드레이징 접근 방법이 좀 틀렸던 거 같다. 관심 있는 VC도 있었다고 들었고, 내가 이분들과 직접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분명히 “이미 다른 기존 투자사들이 있는데, 왜 이 회사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주주들은 추가 투자를 하지 않을까? 대표 말대로 그렇게 회사가 좋으면, 기존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커밋을 해야 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고, 이건 좋지 않은 방향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

후속 투자를 받을 계획이 있으면, 그리고 펀드레이징 시점과 조건과 같은 기본적인 계획이 만들어지면, 기존 투자자들과 이 부분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를 하는 게 좋다. 만약에 10억 원의 후속 투자를 받을 계획이라면, 많든 적든, 어느 정도는 기존 투자자들로부터 미리 확보해서, ‘총알을 어느 정도 장전’하고 전쟁터에 나가서 새로운 VC와 협상을 하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고 프로페셔널한 전략이다. 어떤 경우에는 기존 투자자들이 원하는 금액을 모두 투자해서 굳이 새로운 투자자들 만나서 시간 낭비하는 걸 대폭 줄여주는 경우도 있다(전문 용어로는 inside round 라고 한다). 하지만, 위에서 말 한 전체 10억 원을 기존 투자자들이 하진 않더라도, 한 절반인 5억 원 정도만 기존 투자자들이 재투자해 준다고 하면, 이 창업가의 펀드레이징은 훨씬 더 수월해진다. 이 회사를 가장 잘 아는 기존투자자들이 재투자한다는 의미는, 금액과는 상관없이 이 회사를 잘 모르는 신규 투자자들한테 큰 믿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신규 투자자한테도 믿음을 줄 수 있지만, 기존 투자자들이 일부 보태준 총알로 총을 장전해서 나가면 싸우는 사람한테도 자신감이 많이 생긴다.

간혹, 기존 투자자들과 사이가 좋지 않아서, 이분들한테 재투자를 아예 받고 싶어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법적으로 대부분 투자자는 우선매수권과 pro-rata 권리 등이 있어서, 어쨌든 무조건 먼저 물어보는 게 맞는 방법이다.

기준점

요새 내가 읽고 있는 건, TBWA의 광고인 박웅현 씨의 “여덟 단어”라는 책이다. 쉽게 읽히는 책인데, 그 내용은 상당히 맘에 든다. 인생을 사는 데 있어서 박웅현 씨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덟 단어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 여덟 단어는 자존, 본질, 고전, 견, 현재, 권위, 소통, 인생이다. 책을 요약하자면, 어차피 인생에는 정답이 없으니까, 내가 내 인생을 잘 사면 되는 것이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내 인생의 기준점을 밖에 찍고 그걸 따라가지 말고, 기준점을 내 안에 찍고 나만의 의미 있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 뭐 이런 이야기다.

이 여덟 단어 중 첫 번째 단어인 ‘자존’이라는 말을 나는 참 좋아한다. 요새 와서 자존감이라는 말이 꽤 중요해진 거 같다. 과거에는 이 말 자체가 별로 사용되지 않았는데, 요샌 미디어나 여러 강연이나 일상생활에서 자존감이라는 말을 강조하는 걸 자주 들을 수 있는데, 이게 생각해보면 그렇게 좋은 것만은 아닌 거 같다. 그만큼 현대인들이 자존감 없이 살고 있다는 의미인 거 같고, 현대인 대부분 스스로 자존감을 찾거나 회복할 수 없으니, 또 여기서 비즈니스 기회가 생기면서, 다양한 책, 강연, 자존감 학습 도구 등이 시장에 출시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건, 이렇게 많은 한국인이 자존감이 부족한 채로 세상을 살고 있는데, 오히려 내가 같이 일하는 창업가는 모두 하나같이 자존감이 넘쳐흐르는 분들이라는 점이다. 물론, 사업이 잘될 때 보단 안 될 때가 더 많고, 이에 따라서 자존감 또한 요동치긴 하지만, 남들이 다 가는 길을 선택하지 않고, 밖에 있는 기준점을 따라가지도 않고, 오롯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내 기준점에 따라 삶을 사는 이분들을 보면, 자존감 없인 정말 힘든 일인 거 같다.

이 책에서 박웅현 씨가 미국 유학 갔을 때 교수님이 학생을 대하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한국 교수는 학생들한테 지식을 주입하면서 “네 안에 무엇을 넣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든다면, 미국 교수는 “네 안에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강조하면서 사람 안에 있는 고유의 무엇을 끌어내는 교육을 한다고 했는데, 나도 한국과 미국에서 받은 교육 경험을 기반으로 생각해보면, 맞는 거 같다.

남들이 찍어 놓은 바깥의 기준점에 자신을 맞추지 않고, 내가 가진 나만의 기준점에 세상을 맞추려고 노력하는 창업가들 모두 화이팅이다.

Otis

나는 요새 미국보다 한국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리 회사 내부, 그리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미국 소식을 실시간으로 듣고, 읽고 있지만, 아무래도 물리적으로 미국에서 떨어져 있다 보니, 감이 좀 많이 떨어져 있긴 하다. 그래서 만나는 많은 사람이 나한테, “요새 LA나 실리콘밸리 분위기는 어때요?” , “요새 미국에서 유행하는 게 뭐예요?”라고 물어보면, 나도 잘 모른다고 하는데, 귀찮아서 그런 게 아니라, 정말로 잘 몰라서 그런 말을 하는 거다.

그래서 일부러 시간을 투자해서 미국 소식도 자주 읽고, 앱스토 국가설정을 미국으로 바꿔서 한국에서는 찾기 힘든 참신한 앱을 설치하고 사용해 본다. 이 중 내가 요새 재미있게 사용하고 있는 Otis라는 앱이 있다. USV에서 투자한 회사고, Fred Wilson 때문에 알게 됐는데, 일종의 크라우드펀딩/특수목적 펀드/투자/collectible의 성격을 지닌 앱이다. 참고로, 미국 은행 계좌가 있어야 하고, 여러 가지 사전 체크리스트를 통해서 사용허가를 받아야 하므로, 한국에서는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Otis는 회사 주식이나 부동산과 같은 일반적인 투자 상품 말고, 그림, 명품백, 운동화와 같은 소장 가치가 있는 상품 투자에 관심 있는 개인들을 위한 앱이다. 앱을 설치하고 회원 가입을 한 후, 은행 계좌가 인증되면 바로 투자를 시작할 수 있다.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아마도 일반인들로부터 돈을 모아야 하는 플랫폼이라서 법적으로 승인받아야 하는 부분들이 있어서, 지금까지 투자상품이 한 개 올라왔고, 그다음 상품에 투자하려면 기다려야 한다. 첫 번째 상품은 Kehinde Wiley라는 미국 현대 화가의 ‘St. Jerome Hearing the Trumpet of Last Judgment’라는 작품이었는데, 이 그림을 부분 소유하려면, 그림의 1주를 $25에 구매해야 한다. 나는 $250으로 이 그림의 10주를 구매해서, 전체 그림의(그림 가격 $237,500) 0.1%를 소유하고 있다. 이후 투자상품도 다양한데, 내가 부분 소유하길 기대하고 있는 건 Rolex 6265 Daytona 시계, 에르메스 벌킨 백, 2016년 나이키 Air Mag 등이 있다.

사진 2019. 9. 24. 오전 7 10 28

Otis는 이런 식으로 일반인들한테 돈을 모집한 후, 돈이 다 모이면 제품을 구매한다. 왜 투자자들은 이런 상품을 부분 소유하려고 할까? 내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한정판이기 때문에 소장 가치가 있어서, 시간이 지나면 그 가치는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마치 주식과도 비슷한데, 회사의 실적에 따라서 주가가 변동하는 기업 주식과는 달리,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그냥 올라가는 장점이 있다. Otis는 적당한 시점에 다시 이 작품들을 판매하고, 판매한 후 원금과 수익금을 투자자들에게 배분한다. 두 번째는, 소장 가치가 있는 작품/상품들이기 때문에, 다양한 전시회에 상품을 대여해 줄 수 있다. 발생하는 대여료는 비례해서 투자자들에게 배분해준다. 세 번째는, 이런 소장 가치가 있는 상품을 온전히 다 구매하려면 비싸기 때문에 대부분 망설이거나, 구매하지 못하는데, 이렇게 부분적으로 쪼개서 판매하니까 일반인도 부분 소유 할 수 있고, 매우 작지만 희귀템에 대한 오너십이 있다는 자부심 때문인 거 같다. 마치 내가 버크셔 헤서웨이의 주식을 한 개만 소유하고 있어도, “나는 버크셔 헤서웨이의 주주야”라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거랑 일맥상통한다.

실은, 블록체인을 활용해서 이런 시도를 하는 업체도 몇 군데 있는 거 같은데, Otis라는 회사는 블록체인 없이 제대로 이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거 같고, 앞으로 어떤 상품들이 올라올지 기대가 된다. 한국도 혹시 이런 비즈니스를 하는 팀이 있으면, 한 번 만나보곤 싶다.

<이미지 출처 = Ot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