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categorized

노가다 먼저 해라(스케일이 안되는 일을 먼저 해라)

이 글은 이미 폴 그레이엄이 ‘Do Things that Don’t Scale’에서 제품을 만들 때 처음부터 스케일을 생각하지 말고, 한 땀 한 땀 노가다로 시작하라고 강조한 내용을 거의 재탕하는 포스팅이다. 이제 필수 고전이 된 이 글은 대부분의 창업가가 읽어 봤을 텐데, 제품과 사업의 초기 실적을 만들기 위해서는 노동집약적인 노가다를 하면서 초기 고객들과 충분한 대화를 하고 이들이 원하는 걸 정확히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는 내용이다. 에어비앤비 창업가들이 사업 초기에 직접 집주인들을 찾아가서 본인들이 사진을 이쁘게 찍어서 공급을 확보하거나, 드롭박스 대표가 지인들의 컴퓨터에 소프트웨어를 직접 설치해 주고 사용 방법을 알려줬던 초기 노가다는 이젠 전설이 되긴 했지만, 이런 unscalable한 행동들이 미래의 scalable한 프로세스의 기반이 된다는 내용의 글이다.

내가 VC를 시작할 때 이 글을 처음 읽었을 땐 잘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뮤직쉐이크를 할 때 투자받기 위해서 VC들을 만나면 모두다 “이 사업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확장할래?”라는 질문을 했고, 나는 이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답이 없었기 때문에 – 당시엔 모든 걸 수동적으로 하나씩하고 있었다 – 매번 깨졌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처음부터 제이 커브의 스케일을 만들 수 있을지 계속 고민했는데, 폴 그레이엄은 오히려 완전히 반대의 내용을 이 글을 통해서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도 많은 회사에 투자하면서 이들이 어떻게 제품을 만들고 초기 고객을 확보하면서 성장하는지를 옆에서 보니, 스케일이 안 되는 노가다를 먼저 하라는 말이 정확하게 이해됐고, 이제 나도 우리 투자사 대표님들에게 거의 비슷한 내용을 설교한다.

B2C든 B2B든 제품을 만들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건 product market fitting이다. 우리가 만들고 싶은 제품을 시장이 원하는 제품과 최대한 일치시키는 작업인데, 이걸 하기 위한 지름길은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잠재 고객과 이야기하면서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건데, 고객의 목소리를 가장 자세히 듣는 방법은 한 번에 한 명의 고객과 이야기하는 것이다. 초기 product market fitting을 위해서 한 번에 백만 명의 고객과 이야기할 순 없다. 한 번에 여러명의 고객과 이야기하는 건 product market fit가 된 제품이 어느 정도 만들어진 후 더 많은 고객이 원하는 기능을 개발할 땐 가능하지만, 일단 그 제품을 만들기 위해선 고객을 한 명씩 찾아가서 이들을 이해하고,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리고 우리 제품을 직접 보여줘야 한다.

소상공인을 위한 B2B 솔루션을 만들고 싶다면 매일 소상공인을 찾아가서 이들과 직접 이야기해야 한다. 이렇게 고객의 목소리를 하나씩 듣고 그들이 필요한 걸 코드로 만들어야 한다. 스타벅스보다 더 좋은 커피 비즈니스를 만들고 싶다면 매일 스타벅스 매장에 가서 스타벅스 고객들과 직접 이야기해야 한다. 이렇게 고객의 목소리를 하나씩 듣고 그들이 필요한 걸 스타벅스보다 더 잘 만들어야 한다. 이런 스케일이 안 되는 노가다를 해야지만 스케일을 위한 기본적인 프로세스를 구축할 수 있다.

창업가들은 초반부터 스케일을 만들기 위해서 너무 초조해하지 말고, 노가다를 리스펙트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고요한 성장

우리는 지금까지 290개가 넘는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초기 VC가 대부분 비슷할 텐데, 이 중 75% 이상은 평생 엑싯도 못하고 그냥 언젠가는 없어질 테고, 나머지 25%에서 승부가 난다. 이 25% 중에서도 극소수만 엄청 잘 되고, 나머지는 그냥 평타를 치거나, 아니면 회사는 잘 먹고 잘사는 라이프스타일 사업이 되지만, 이런 회사는 우리 같이 수십 배의 수익을 바라보고 투자하는 VC에겐 썩 좋은 결과를 가져오진 않는다.

뭐, 그렇다고 우리가 투자하는 회사마다 별로라는 건 아니다. 좋은 성장을 하고 있는 회사도 많고, 꽤 많은 회사가 그들이 사업을 하는 분야에서는 고객이 가장 먼저, 또는 두 번째로 떠올리는 “top of the mind” 브랜드가 됐거나 되고 있는데, 이 과정을 옆에서 꽤 가까운 곳에서 본다는 건 초기 투자자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자 자랑이다. 이 중엔 당근, 핀다, 클래스101과 같이 상당히 큰 시장에서 누구나 다 아는 브랜드가 된 투자사도 있지만, 일반인들에겐 상대적으로 낯선 시장에서, 그 시장에 종사하는 관계자라면 누구나 다 아는 브랜드가 된 투자사도 있다.

이건 내가 말한 게 아니라 작년에 다른 분에게 들은 건데, 스트롱 투자사들은 겉으로는 요란하진 않지만, 안으로는 아주 고요하게 성장하는 회사들이 많아서 좋다는 말이었다. 즉, 본인이 지금까지 수많은 스타트업과 대표들을 봐왔는데, 소셜미디어에서 정말 요란하게 사업하고 투자 많이 받았다고 자랑하는 회사들은 결국엔 큰 사업으로 성장하지 못하지만, 오히려 조용히 좋은 제품과 매출을 만들면서 고요하게 성장하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회사들이 크게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실제로 스트롱 투자사들이 그런진 나도 잘 모르겠지만, 대부분 돈도 없고 사람도 없어서 조용히 사업에만 집중하는 건 맞는 것 같다.

최근에 후속 투자를 유치하는 우리 투자사를 오랜만에 만났는데, 위에서 말한, 작년에 들었던 고요한 성장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대표님이 매달 이메일로 보내주는 업데이트는 잘 읽고 있지만, 직접 만나서 그동안의 사업 경과, 지표,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꽤 오랫동안 이야기한 건 정말 오랜만이었고, 상당히 인상 깊었던 미팅이었다. 고요한 성장을 하고 있는 딱 그런 회사였기 때문이다.

일단 이 회사가 사업하는 분야는 대부분의 투자자나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산업이다. 우리도 처음 만났을 때, “와, 한국에도 이런 시장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잘 안 알려진 시장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잘 안 알려진 시장이라고 하면, 대부분 아주 작은 틈새시장을 떠올리는데, 이 시장은 전혀 작지 않은, 전 세계적으로 수십조 원 되는, 아무도 모르지만, 아는 사람만 아는 엄청나게 큰 틈새시장이다.

이 시장에서 우리 투자사는 수년 동안 진흙탕에서 굴렀고, 그동안 솔직히 망할 뻔한 순간도 몇 번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회사는 절대로 죽지 않고 매번 더 강하게 살아남는 바퀴벌레처럼 버티고 또 버텼다. 그러면서 그 분야에서 계속 자기만의 영토를 야금야금 만들었고, 자신의 브랜드도 조금씩 만들기 시작했다. 다른 회사들이 투자자들의 돈으로 요란하게 사업하고 있을 때, 이 회사는 아주 조용히 제품을 만들었고, 고객을 확보했고, 매출을 만들었고, 심지어 수출까지 시작했다.

나는 이렇게 묵묵히 자기 할 일만 하면서 요란하지 않고 고요하게 성장하는 회사들이 제일 좋다.

현장의 중요성

몇 주 전에 어떤 해외 투자자를 서울에서 꽤 오랜만에 만났다. 요새 스트롱벤처스의 현황과 우리가 어떤 창업가들을 만나고 있는지에 대해 업데이트했고, 한국 시장에 대해서 내가 그동안 보고, 듣고, 느낀 점들을 공유해줬다. 이야기 도중 이분이 나에게 한국의 계엄 사태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고, 2025년 절반은 우리가 국가의 리더가 없었다고 이야기했는데, 그때 내 반응은 “아, 맞다. 한국에 그런 일이 있었지…” 였다. 나는 완전히 이 일들에 대해 잠시 잊어버리고 있었고, 별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이분의 회사는 본사가 미국이고, 싱가폴에 아시아 지사가 있는데, 이분은 싱가폴 지사에서 일하는 파트너이다. 얼마 전에 미국 본사의 나이 든 파트너들과 한국 벤처 시장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한국은 아직도 전시 국가이고, 북한이 계속 미사일을 쏘고 있는데, 한국 시장에 투자하는 게 너무 위험한 게 아닌가요?”라는 질문이 나왔다고 한다. 이 말을 듣자마자 내 반응은 계엄 사태와 비슷하게 “아, 맞다. 우린 아직 북한이 미사일을 쏘고 있지…” 였다. 실은 이것도 잠시 잊어버리고 있었고, 별로 생각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결국 이 회사는 한국의 정치와 국방 리스크가 조금 더 해소되면 한국 벤처 시장을 조금 더 깊게 보자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그런데 이분이 나에게 그다음에 한 이야기가 더 재미있다. 한국의 이런 리스크에 대해서 내부적으로 이야기하고, 한국에 오랜만에 왔는데, 막상 와보니까 나라는 너무나 잘 돌아가고 있어서 놀랐다고 한다. 항상 그렇듯이, 한국인들은 아주 역동적이고 강렬한 삶을 살고 있고, 비즈니스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잘 되는 것 같고, 우리 같은 VC들도 너무나 활발하게 투자하고 있어서, 이 나라가 과연 본인들이 몇 주 전에 정치와 국방 리스크가 있다고 당분간 투자하지 말자고 내부적으로 결정했던 그 나라가 맞는지 의아해했다. 그리고 미국 본사의 파트너들에게 그들이 걱정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잘 있고, 한국인들은 평상시와 같이 잘 살고 있고, 한국 시장도 아주 좋다는 걸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제삼자를 통해서 보고 듣는 이야기와, 내가 직접 그 현장에서 보고 듣는 이야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솔직히 한국의 정치적인 상황이나 북한의 위협은 내가 종사하고 있는 실제 투자 현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내용인데, 한국에 와보지도 않고 외신을 통해서 한국의 소식을 접하면 우리나라에서 당장 전쟁이 나고, 정치적으로도 완전히 무너질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실은 위에서 말 한 분 뿐만이 아니라, 이런 이유로 올해는 아예 한국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투자자들도 있는데, 이들이 한국이라는 현장에 와서 직접 시장 돌아가는 걸 보면 생각이 많이 바뀔 것이다.

우린 실제로 어떤 시장, 회사, 인물에 대해서 잘 모르면서, 소문이나 “~카더라” 이야기, 정확하지 않은 기사, 근거 없는 소셜미디어의 내용만을 기반으로 판단하는데, 이렇게 하면 틀린 결정을 하고, 이로 인해 좋은 기회를 놓칠 가능성이 높다. 위에서 말 한 투자자가 한국의 벤처 시장에 지금 투자하지 않음으로써 몇 년 후에 큰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과 비슷하게.

정답은 항상 현장에 존재한다. 현장에 가서 보고, 듣고, 이야기하고, 직접 판단해야 한다.

불편함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기

전에 ‘2 퍼센트’라는 글에서 전 세계 2%의 사람들은 장기적인 혜택을 위해서 단기적인 불편함을 택하고, 이들은 이미 과거에 이렇게 남이 잘 안 가는 길을 갔을 때 받을 수 있는 보상을 이미 경험한 사람이라는 말을 했다. 오늘도 불편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올해 9월, 10월, 이 두 달이 나에겐 꽤 길게 느껴졌는데, 이 기간에 개인적으로 내가 크게 성장했던 계기가 몇 개 있어서, 60일이 마치 600일 같았다. 짧은 기간 동안 큰 성장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그 성장은 주로 오랜 시간 동안 뭔가를 반복하고 연습해야지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 기간이 더 길게 느껴졌던 것 같다. 이 성장을 견인했던 건 불편함이었다. 그동안, 아주 오랫동안 내가 꼭 했어야 하는 대화와 행동이 있었는데, 나는 오랫동안 이 대화를 피했고, 이 행동을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그냥 불편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뭔가를 해야 하는데, 그게 불편해서 실행하지 않는 분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나는 이런 마음속의 불편한 신호를 잘 무시하고, 그래도 실행을 잘하는 편인데, 그럼에도 이 몇 가지 일들은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받고 불편해서 그동안 계속 미루고 있다가 이 중 몇 가지를 최근에 다 털어버렸다. 하기 싫은 대화를 했고, 도망가고 싶은 문제를 직면했고, 하기 싫고, 도망가고 싶은 행동을 했는데, 역시나 당시엔 상당히 불편했지만, 그 이후엔 오히려 편해졌고, 지금 생각해 보면 이 불편함에 익숙해짐으로써 나에겐 엄청나게 큰 개인적인 성장이 일어났던 것 같다. 그리고 이젠 오히려 일부러 불편한 일들을 찾아서 처리하면서, 불편함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을 키우고 있다.

성장은 편안함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편안하고 익숙한 환경에선 항상 제자리걸음만 하거나 결국엔 도태될 수밖에 없고, 실은 누구나 다 이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편함을 통해 성장하는 것보다 편안함을 통해 정체되어 있는 게 더 편하기 때문에 대부분은 그냥 불편함을 외면하고 편안함을 택한다.

새로운 걸 배우고, 더 성장하고 싶다면 불편함과 익숙해져야 한다. 그 불편함의 수준이 높을수록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 실은 이런 내용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불편함을 받아들이는 건 매번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결국 언젠가는 해야 하는 일이라면, 미루는 걸 지금 당장 멈추고, 그 불편한 일을 하는 걸 권장한다. 결과는 내가 장담할 순 없지만, 본인 스스로는 이를 통해서 한 단계 성장할 것이고, 인생에 있어서 모든 것이 반복과 연습을 통하면 개선할 수 있듯이 이 불편함도 연습하면 편해질 것이다.

성장은 불편함을 받아들이고, 불편함에 익숙해지는 과정이다. 인생이 너무 편하다면, 성장하지 않고 정체되어 있다는 의미다.

사용자 제작 관련

얼마 전에 읽은 기사에 의하면 전 세계 유튜브 사용자의 99%는 평생 한 번도 그 어떤 영상도 올리지 않는다고 한다. 이들은 다른 유튜브 사용자 1%가 올린 콘텐츠를 소비하기만 한다. 내가 오래전에 뮤직쉐이크를 했을 때도 모든 유저의 20%만 음악을 생성했고, 나머지 80%는 한 번도 음악을 만들지 않고 남이 만든 음악을 듣기만 해서, 콘텐츠 생성과 소비의 대략적인 기울어진 관계에 대해선 알고 있었지만, 유튜브의 99대 1 수치는 약간 충격적이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창작자와 소비자 모두를 위한 제품을 만드는 창업가들이 얼마나 어려운 사업을 하고 있고, 이들 대부분은 돈 한 푼 못 벌고 그냥 사라질 확률이 더 큰 현실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우리 주변을 보면 이런 제품, 서비스, 플랫폼이 많다. 일단 뮤직쉐이크도 음악을 모르는 일반인들이 보통 이상의 음악을 쉽게 만들 수 있는 음악 생성 소프트웨어를 만들었고, 이렇게 만든 음악을 다른 사람들이 재생해서 들을 수 있는 소비자를 위한 플랫폼도 운영했다. 창작자와 소비자 모두를 위한 사업이었다. 창작자들이 웹소설이나 웹툰을 쉽게 만들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이 창작물을 다른 사람들이 언제든지 읽으면서 소비할 수 있는 플랫폼을 운영하는 서비스도 우리 주변에 넘친다. 이런 서비스도 창작자와 소비자 모두를 위한 플랫폼이다.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영상을 올려서, 다양한 편집 기능을 제공하는, 창작자를 위한 소프트웨어도 제공하지만, 이를 다른 유저들이 재생해서 시청하고, 코멘트도 남기고, 반응도 남기고 공유할 수 있는 소비자를 위한 거대한 플랫폼이기도 하다.

그런데 내 경험을 자세히 복기해보면, 이렇게 창작자와 소비자 모두를 위한 사업을 하는 서비스의 시작은 대부분 창작자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리도 어떻게 하면 악기를 못 다루는 대부분의 일반인이,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더 쉽고, 더 빠르고, 더 싸게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몇 년 동안 끊임없이 했고, 끊임없는 기능을 추가하면서 음악 창작 소프트웨어를 개선했다. 두 번 클릭 해야 하는 기능을 한 번 클릭으로 개선하고, 당시 최고의 플래시 기술자를 영입해서 음악 제작 과정에서 0.5초의 딜레이도 발생하지 않게, 정말로 세상에서 제일 완벽하고, 가장 쉽게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웹 기반의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해 회사의 모든 자원을 투입했다.

결과는 그렇게 좋진 않았다. 나는 이렇게 하면 사용자의 절반 이상이 음악을 창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창작자의 비율은 20%를 절대로 넘기지 않았다. 오히려 더 줄어들었다. 몇십억원과 몇 년이라는 시간을 쓴 후에 내가 깨달았던 건, 이 세상에 창작자는 극소수이며, 우리가 창작 과정을 아무리 쉽게 만들어도 일반인들은 본인들이 직접 창작하기보단 남이 만든 걸 소비하는 걸 선호한다는 것을. 그리고 이게 인간의 DNA라는 걸. 반면에, 창작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소프트웨어가 복잡하고, 그 과정이 어렵고 고통스러워도, 창작 DNA를 가진 이들은 방법을 찾아서 뭔가를 만든다는 걸 깨달았다. 나에겐 아주 값비싼 수업을 통한 배움이었다.

그 이후에 우리는 곧바로 창작자들보단 이들이 만드는 음악을 듣는 소비자들에게 초점을 돌렸고, 이들이 음악을 더 쉽게 발견, 재생, 그리고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을 개발하는 데 노력했지만, 너무 늦게 이걸 깨달았고, 이미 바뀐 시장의 판도에 적응하는 건 쉽지 않았다. 물론, 이 외에도 다른 어려운 도전이 너무 많긴 했지만.

그래서 일반인들이 뭔가를 쉽게 제작할 수 있는 툴도 만들도, 이들의 창작물을 다른 사람들이 쉽고 재미있게 소비할 수 있는 플랫폼도 만드는 사업은 정말 어렵다. 이런 서비스는 창작자가 아니라 그 창작물을 보고, 읽고, 듣는 소비자로부터 돈을 버는 게 훨씬 더 쉬울 것이다. 물론, 창작자를 위한 툴을 정말 기깔나게 만들고, 이 툴을 엄청나게 비싸게 팔아서 소수의 고객으로부터 인당 매출을 극대화하면 되는데, 모두 잘 아시다시피 대부분의 창작자는 배고픈 아티스트들이라서, 여기에는 명확한 한계가 존재한다.

유튜브 사용자의 99%는 한 번도 영상을 올려본 적이 없다는 사실, 그리고 유튜브는 이들로부터 50조 원 이상의 매출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