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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순위

얼마 전에 친한 친구의 어머니가 암과의 싸움에서 졌다. 그동안 이 친구가 옆에서 어머니를 병간호하면서 돌보고, 마지막 순간까지 같이 하는 걸 몇 달 동안 옆에서 지켜봤는데, 이 몇 달의 기간은 나한테도 자신을 뒤돌아보고, 생각하고, 반성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자기성찰의 시간이었다.

일단, 이게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우리 부모님, 그리고 장인 장모님도 이젠 늙으셨고, 언젠가는 돌아가실 텐데, 그동안 나는 일부러 이런 생각 자체를 부인하고 있었던 것 같다. 모두 다 건강하게 평생 만수무강 하시면 좋겠지만, 혹시나 그렇지 않게 될 수도 있으니, 나도 항상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더 자주 전화드리고, 자주 찾아뵙고, 더 잘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할 수 있었다.
우리 가족에 대해 생각도 했다. 나랑 앞으로 가장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낼 지현이, 그리고 요새 서서히 체력과 기력이 약해지고 있는 우리 개 마일로. 항상 집에 같이 있지만, 이들과 더 많고 유익한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친구들 생각도 했다. 어릴 적 그 많던 친구들은 과연 어디로 사라졌을까? 내 주변에 남은 몇 안 되는 진정한 친구들을 나는 과연 자주 만나고 있나? 정말로 내 곁에 가까이 두고 싶은 친구들을 나는 이런저런 핑계로 얼마나 소홀히 하고 있는지 많은 반성을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에 대한 생각을 해봤다. 실은 인생의 최우선순위는 나 자신한테 매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과연 나 자신을 잘 돌보고 있고, 나 자신한테 잘해주고 있는지 물어보면, 아주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 할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인생의 우선순위는 매우 중요하다. 최근 몇 개월 동안 나는 이런 사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꽤 오랫동안 자기성찰을 했다. 이제부턴 정말로 가족, 친구, 나 자신한테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그 무엇보다 우선시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항상 그렇듯이, 시간이 좀 지나고, 내 삶이 바빠지만, 이런 다짐이 그냥 녹아 없어진다. 그냥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일과 돈 생각만 하는 나 자신이 다시 조만간 더 익숙해질 거 같은데, 이제 정말 인생의 우선순위를 정확하게 확립해야겠다는 생각을 요새 매일 하고 있다.

원래 그렇지 않습니다

내가 자주 하는 말이고, 비슷한 글도 이전에 여러 번 올렸는데, 최근에 같은 생각 할 기회가 몇 번 있어서 또 몇 자 적어본다. 우린 2020년도를 살고 있고, 자율주행 자동차와 인공지능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막상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기술이 전혀 적용되지 않은 낙후된 산업도 상당히 많다. 예를 들면, 아직도 전화로 주문을 하거나, 심지어는 팩스를 사용하고 있는 그런 비즈니스도 있다. 이런 분야에서 아주 오래 일하고 있는 분들한테 기술이 이렇게 좋은데, 왜 아직도 옛날 방식 그대로 사업하냐고 물어보면 돌아오는 답변은 거의 100% “원래 우린 이렇게 일해요” 또는 “이 바닥이 원래 그래요”이다.

이런 답변을 들으면 한 편으로는 답답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아직 있고, 이런 마인드를 타파하기 위해서 좋은 창업가들이 사업을 시작하고, 그래서 우린 이런 분들한테 투자할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원래 우린 그래요”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고, 이런 생각과 자세가 더 오래된 산업일수록,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마인드/태도로 혁신하고 파괴하면, 소위 말하는 대박 날 확률이 더 높다. 금융, 부동산, 교통 등과 같은 산업이 대표적이다. 실은 이들이 다른 산업보다 더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규제이다. 그래서 더욱더 혁신하기 어렵지만, 혁신할 수 있으면 정말 모든 게 크게 바뀔 수 있다.

나도 이런 혁신하는 회사를 찾고, 이런 회사에 투자하고 싶어서, 변화를 싫어하고, “그건 원래 그래요”라는 말로 자신을 정당화하는 분들을 자주 만난다. 사업뿐만이 아니라 그냥 인생에서도 “그건 원래 그렇게 하는 거야”라고 하는 사람이 많다. 실은, 이런 사람이 대부분이고 훨씬 더 많다. 이 말을 워낙 자주 하고, 자주 듣다 보면, 정말로 그냥 인생의 모든 게 원래 처음에 만들어진 그대로 평생 가고, 절대로 바꿀 수 없고, 바꿀 필요도 없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래서 대부분 “아, 원래 그런 거구나”라면서 별 생각 없이 항상 남들이 하던 방식대로,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하던 방식대로 살아간다.

그런데, 다행히도 우리가 만나는 많은 창업가는 “원래 그런 거야”라는 말을 세상에서 가장 싫어한다. 어떤 창업가한테 이 말은 주적 1호이자 악의 축이다. 이들은 원래 그런 거는 이 세상에 없기 때문에 계속 새로운 방법을 찾으려고 시도한다. 대부분 새로운 방법을 찾는 데 실패하지만, 극소수는 성공하고, 여기서 새로운 기회가 생기고, 운 좋으면 이 기회는 세상을 바꾸는 큰 비즈니스가 된다. 새로운 방법을 찾는데 실패해서 원래 그런 방법을 못 바꾼 창업가는? 이들은 계속 새로운걸 시도할 것이고, 그 시도 자체가 언젠가는 뭔가를 바꿀 것이다.

이 세상에 원래 그런 건 별로 없다. 특히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100년 된, 역사깊은 회사에서 “우린 원래 그래요”라고 하면, 이들은 지난 100년 동안 변한 게 없다는 이야기고, 앞으로 100년 동안 변할 의지가 없다는 뜻이다. 창업가들은 여기서 또 기회를 보고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 오늘도 노력하고 있다.

내 탓입니다

Quibi라는 스타트업이 있다. 창업하자마자 미디어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회사인데, 두 명의 공동창업가는 미디어 업계의 대가인 Jeffrey Katzenberg와 전 이베이와 HP의 사장이었던 Meg Whitman이다. 워낙 유명한 거물들이 창업한 회사라서 그런지 시작하자마자 디즈니, 소니, 워너와 같은 할리우드의 유명한 스튜디오 등의 투자자들로부터 거의 2조 원의 투자를 받았다. 짤막한 모바일 동영상 플랫폼을 만드는 스타트업이었는데, 엄청난 투자를 받고, 엄청난 관심을 받고, 넷플릭스나 유튜브의 대항마가 될 수 있다는 소문만 무성한 후, 막상 1년 8개월 이후에 출시된 제품은 시장의 호응을 전혀 못 받는 허접 그 자체였다.

실은, Quibi같이 출시하기도 전에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무지막지한 펀딩을 받았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허접한 제품을 출시한 회사는 생각보다 많다. 뭐, 상관없다. 어차피 넷플릭스와 같은 거대한 회사를 이기는 건 쉽지 않고, 아무리 투자를 많이 받았고, 경험많은 노련한 창업가라도, 이 바닥에서는 모두 이제 시작하는 초짜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왜 이렇게 별로인 제품을 출시했냐는 질문에 대한 대표의 답변은 정말 허접하기 짝이없다.

관련 기사들을 읽으면서 참 아쉬움이 많았다. 일단 모바일 앱 데이터를 분석하는 Sensor Tower의 Quibi 관련 데이터가 본인들이 회사 내부에서 관리하는 데이터랑 다르다고 하면서 의미 없는 논쟁을 하고 있고(어차피 그 수치나 이 수치나 다 낮다), 맥 위트먼 대표는 출시 이후 앱 스토어 랭킹이 많이 떨어진 이유는 코비드19와 인종차별문제와 같은 최근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프로모션이나 마케팅을 중단했기 때문이라고 변명하고 있다. 카첸버그 의장도 비슷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콘텐츠가 매우 중요한데,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새로운 콘텐츠를 현재 못 만들고 있고, 젊은 친구들이 밖에서 친구들을 기다리면서 짤막한 동영상을 많이 봐야하는데 외출을 못 하니까 이런 사용도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정리하자면 본인들은 잘못 한게 하나도 없고, 퀴비가 잘 안되는 이유는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남의 탓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솔직히 팬데믹이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오히려 퀴비같은 서비스는 팬데믹 때문에 더 잘 돼야 하는데, 제품의 콘텐츠가 별로이고, 회사의 전략 자체가 틀렸기 때문에 잘 안 되는 게 맞을 거 같다. 물론, 팬데믹이나 BLM과 같은 사회적 문제도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이것보단 퀴비 내부에서 문제를 찾아야한다. 현실을 자각하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해야지만 문제를 찾고, 변할 수 있고, 그래야지만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데, 퀴비의 공동창업가들의 말에서는 이런 태도가 전혀 안 보인다.

젊은 사용자들이 동영상을 소비하는 습관을 완전히 혁신하겠다고 호언장담했던 그 똑같은 자신감과 패기로 초반에는 크게 실패했다고 인정하고, 남 탓하지 말고 스스로 탓하는 그런 태도가 많이 아쉽다. 실은, 이건 잘 안되는 회사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잘되면 과하게 스스로 잘했다고 과대포장하고, 잘 안되면 무조건 코로나바이러스, 경기, 경쟁사 등과 같이 남을 탓한다.

“잘못했습니다. 내 탓입니다.”라고 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재미있게 일하기

한때 천재 골퍼라고 불렀던 조던 스피스의 인터뷰를 얼마 전에 봤다. 아직 30세가 안 된 젊은 친구의 짤막한 인터뷰 내용이지만, 듣자마자 느끼는 게 많았던 내용이고, “아 맞다. 저거야.”라는 말을 스스로 했다.

참고로, 스피스는 전미 아마추어 대회를 우승하고, 2012년도에 프로 데뷔를 했다. 엄청난 기대를 받으면서 프로 진출하자마자, 각종 대회를 우승하면서 차기 타이거우즈라는 말까지 들었지만, 이 후 부상때문에도 고생하고 슬럼프가 와서 최근 거의 3년 동안 우승을 못 하다가 얼마 전에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다시 한번 컴백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 대회가 끝난 후 한 인터뷰 같은데, 인터뷰어가 스피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지금 골프에 대해서 아는 사실 중, 예전에 (긴 슬럼프 기간) 알았다면 좋았을텐데라고 생각하는 게 어떤 게 있나요?”

한참 생각하더니,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그동안 골프를 너무 진지하고 심각하게 생각했고, 우승만 생각하면서 쳤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골프를 즐기면서 재미있게 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어릴 적 골프 칠 때는 참 즐거웠는데, 나이 들수록 성적과 경쟁을 생각하면서 골프를 재미있는 게임이 아니라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게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이렇게 심각하게 쳤을 때 성적이 가장 안 좋았다고 한다. 그냥 골프 자체를 즐기면서 왜 이 게임을 본인이 사랑하는지 음미하면서 쳐야하는데, 이 사실을 예전에 알았다면 더 좋았을 거라는 답변이었다. 어린 친구지만 정말로 공감 가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나는 내가 하는 일, 우리가 투자하는 회사의 대표들이 하는 일에 대해서도 생각해봤다. 실은 그동안 나도 조던 스피스가 말했던 그런 심각한 멘탈에 입각해서 일을 했던 것 같다. 일은 원래 재미없는 거고, 무조건 남들과 경쟁해서 잘 해야 하는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만약에 내가 일을 한 5년하고 그만 할 거라면 이런 마인드는 상관없지만, 평생 할 거라면 일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하는 규모의 펀드를 못 만들거나, 투자하고 싶은 회사에 투자를 못 하거나, 투자한 회사가 줄줄이 망할 때와 같이, 절망적인 순간들이 우리한테도 여러 번 왔고, 앞으로도 계속 올 것이다. 남의 돈을 모아서 – 그것도 아주 많이 – 투자하는 VC가 우리의 평판만을 믿고 우리를 믿어준 투자자의 돈을 날리면 안된다. VC 업은 정말 심각하고 어떻게 보면 딱딱한 비즈니스다. 하지만, 그래도 이 과정 자체를 즐기면서 재미있게 일 해야 하는 점도 항상 명심하고 있다.

항상 이기고, 투자한 회사마다 대박 나고, 절대로 돈을 잃으면 안된다는 마인드로만 일하면 오히려 더 경직되고, 더 스트레스받고, 그리고 결과는 더 안 좋게 나온다. 그냥 열심히 일하는 똑똑한 창업가들 만나는 거 자체를 즐기고, 결과는 어떻게 될진 모르겠지만 초심을 항상 유지하되, 항상 느긋한 마음을 갖고, 투자 자체를 즐기면서 왜 스타트업이라는 게임을 내가 좋아하는지를 음미하면서 일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

재미있게 일하자. 어쩌면 이게 성공의 핵심일 수도 있다.

메신저를 죽이지 마라

나는 가능하면 이메일이나 문자로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하는 걸 선호하지만, 글로 쓰면 설명이 너무 복잡해지고, 고객서비스 전화번호가 눈에 띄게 웹사이트에서 보이면, 전화 통화를 하는 경우가 있다. 미국은 웬만하면 고객이 회사에 전화로 연락을 못 하게 전화 번호 자체를 표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가급적이면 이메일로 문의하거나 직접 FAQ를 찾아서 해답을 찾게 고객과 회사의 직접통화를 원천 봉쇄한다. 한국은 작은 회사들도 거의 다 웹사이트 하단에 보면 고객이 언제든지 전화를 들고 회사에 전화해서 욕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나의 경우, 화가 나서 도움을 받기 위해서 고객서비스센터에 전화하지, 뭔가 기분이 좋아서 누구를 칭찬하기 위해서 전화한 적은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도 이런 경우가 있었다. 실은, 내가 생각해도 조금은 특이한 케이스이긴 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많이 불편했던 경험이다. 스타벅스 앱이 국가 간 호환이 안 되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미국 스타벅스 앱을 사용해야 하고, 한국에서는 한국 스타벅스 앱을 사용해야 한다(왜 그런지는 나도 알겠지만, 형편없는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전화에 두 앱 모두 설치되어 있다. 한국 스타벅스 앱에 등록한 결제 카드를 바꾸기 위해서 한국 앱에서 이걸 시도하다 보면, 특정 단계에서 미국 스타벅스 앱이 자동으로 실행되고, 여기서 카드를 추가하는 화면이 뜨는 에러가 발생한다. 아마도 뒷단에서 두 앱의 코드가 꼬인 게 아닌가 싶다. 여러 번 이런저런 시도를 하다가 그냥 고객서비스센터로 전화를 했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벅스가 앱을 왜 더 잘 만들지 못 했을까라는 원망하는 마음이 이미 있었고, 여러 번 시도를 하다가 안 돼서 짜증이 난 상태였기 때문에 상담직원에게는 처음부터 화를 살짝 내면서 상황을 설명했다. 열심히 설명했지만, 현재 이 상황을 이 분은 이해조차 못 했다. 나도 설명하면서, 이걸 도대체 어떻게 전화로 설명을 해야지 저 분이 이해할까 고민했으니, 이해 못 하는 게 너무나 당연하다. 결국 여러 번 설명하다가 난 짜증이 더 났고, 대본에 따라서 계속 똑같은 톤으로, 똑같은 이야기를 하는 상담원에게 확 짜증을 냈고, 앱을 좀 제대로 만들라는 훈계?를 하고,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하면서 통화를 마무리했다.

통화를 마치고도 나는 혼자서 화가 나서 씩씩거리다가 서서히 상담사분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물론, 뉴스에서 우리가 접하는 그런 ‘갑질’과는 완전히 거리가 멀었다는걸 미리 말해주고 싶다. 욕을 하거나 반말을 하거나, 그런 건 전혀 없었다. 나도 잘 아는 사실은, 스타벅스 앱은 이 상담사 분들이 만든 것도 아니고, 이렇게 미국/한국 앱을 둘 다 깔아서 사용하는 사람이 별로 많지도 않을뿐더러, 이런 이슈를 경험하는 사람은 그 중 극소수일테이고, 그 중에 고객센터에 전화하는 사람은 정말 없다는 것이다. 이 분들은 그냥 회사에서 만들어준 매뉴얼에 따라서, 고객이 이런 말을 하면, 이렇게 응대하라는 시나리오에 충실했던 것 뿐이다. 그냥 본인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한 것이다. 이 분들이 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분들도 아니고, 나는 그런 현실을 매우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화를 낸 것이다.

영어에는 “메신저를 죽이지 말아라”라는 말이 있는데, 내가 한 게 바로 그 메신저를 자꾸 죽이려고 했던 것이다. 문제를 정말 해결하고 싶으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한테 직접 연락하거나, 아니면 그런 사람한테 이 문제를 직접 전달하고 escalate할 수 있는 사람과 통화해야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스스로 상기시켰던 좋은 경험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제 특정 제품을 사용하다가 불만이 있으면, 이게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해결이 가능한 일이지 먼저 판단해보고,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면 그냥 가만히 있거나, 그 회사에서 해결이 가능한 사람을 알아보고 직접 연락한다. 하여튼 메신저는 그냥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이니, 그 메시지가 맘에 안 든다고 그 사람을 죽이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