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erte Strong

요새 우리도 새로운 펀드를 만들고 있어서, 많고 다양한 LP를 만나고 있다. 그동안 만나기 힘들었던 미국에서 온 분과 토요일 조찬 미팅을 했는데, 좋은 미팅이었고, 펀드와 투자뿐 아니라, 그냥 스포츠부터 북한까지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뭐, 어떻게 될진 모르지만, 스트롱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다면서 굿바이를 했다. 펀드가 지금까지 한 일, 그리고 앞으로 하고 싶은 일도 다 좋지만, 어쨌든, 존과 내가 회사를 만들고, 이 회사의 이름을 짓는 과정조차도 심사숙고하면서, 좋은 스토리를 만들려고 하는 그런 노력은, 상당히 높게 평가하고 믿음이 간다는 든든한 피드백을 남기고 헤어졌다. 스트롱벤처스는 강한 회사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우리 회사 이름에는 이보다 더 재미있는 스토리가 있다. 잘 모르는 분을 위해서 과거 내용을 다시 붙여본다.

[과거글: Strong Ventures 유래]

우리 회사 이름은 Strong Ventures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 이름이 그냥 ‘강한(strong)’에서 유래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여기에는 이보다 조금 더 깊은 의미가 있다.
(VC들은 잘 아실 텐데 일반인들은 잘 모를 것이다) 대부분의 벤처 펀드들의 이름은 창투사가 위치한 지역과 밀접한 연관이 있거나 창투사 founder들의 이름/학교/지역/고향 등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 즉, 대부분의 펀드는 단순한 이름을 넘어서 더 개인적인 의미가 담겨 있는 경우가 많다. 몇 가지 예를 들면:
–Sequoia Capital은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Sequoia 나무에서 유래
–Palo Alto Investors는 회사가 위치한 동네 Palo Alto에서 유래
–DFJ는 펀드 창업자 3명의 이름 앞 자에서 유래 (Draper, Fisher, Jurvetson)
–Menlo Ventures는 회사가 위치한 동네 Menlo Park에서 유래

등등 대부분 벤처펀드의 이름을 보면 이런 경우가 많다(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John이랑 나도 펀드를 처음 만들 때 우리랑 개인적으로 연관된 재미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둘 다 어릴 적부터 스페인의 까나리아 군도에서 자랐기 때문에 (이 글 참고) 여기서 뭔가 영감을 얻자고 했고 이런저런 지명을 생각해 봤다. 우리가 자란 곳의 영문 이름이 Canary Islands이니까 처음에는 Canary Ventures라는 이름을 생각했는데 ‘카나리아’ 새 이미지가 먼저 떠올랐고 – 조금 약한 느낌 – 한국사람들 한테는 까나리 액젓도 연상되는 거 같아서 pass. 까나리아 군도의 라스팔마스(Las Palmas)라는 도시에 살았으니까 Las Palmas Ventures도 고려해봤지만(영어로는 Palm Trees) “라스팔마스”는 너무 길어 발음하기가 힘들어서 pass.

그러다가 까나리아 군도의 다른 섬들 이름을 생각해봤다(참고로 까나리아 군도는 7개의 섬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Fuerteventura라는 섬이 있는데, 이 섬의 이름에서 우리 회사 이름이 나왔다. Fuerteventura를 영어로 옮기면 “fuerte = strong” , “ventura = venture(이 번역은 아주 깔끔한 번역은 아니지만 비슷하다)” 라서 Strong Ventures로 정했다.
fuerteventura
다행히도 strongvc.com 도메인이 구매 가능했고(아주 운이 좋았다), “스트롱 벤처스”라는 이름이 누구나 한번 들으면 거의 잊지 않는 이름이며 한국 사람들이 발음/기억하기에도 아주 쉬운 이름이었다. 이게 Strong Ventures 이름의 유래이다.

이유는 항상 있다

대표이사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과 질문을 했을 것이다. “저 회사는 우리보다 매출도 작고, 문제를 푸는 방법도 새롭지 않은데, 왜 저렇게 사람들이 열광할까?”

우리 투자사 대표도 이런 분들이 가끔 있다. 본인은 30억 밸류에이션에도 거의 12개월 이상 투자를 못 받고 있는데, 비슷한 카테고리에 속한 경쟁사는 300억 밸류에이션에 투자를 너무 쉽게 받고, 매출도 우리보다 작은 거 같은데, VC들이 투자하지 못해서 난리인 걸 보면 정말 화도 나고 세상은 공평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나한테 그 이유를 물어본다.

실은 나도 그 이유를 모른다. 그 회사가 밸류에이션이 얼마인지, 왜 투자를 받았는지, 왜 우리 투자사보다 인기가 많은지, 솔직히 말해서 나는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냥 우리가 그 회사보다 못하니까 투자를 못 받은 거니까 더 열심히 하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하는데, 대부분의 대표는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 거 같다. 그냥 막 억울하고, 세상은 불공평하고, 내가 이렇게 열심히 일해서 좋은 서비스를 만들었는데, 이걸 다른 사람들은 알아주지 않음에 상당히 분개하는걸 여러 번 봤다.

나는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비즈니스를 하더라도, 어떤 회사는 큰 밸류에이션에 투자를 잘 받고, 어떤 회사는 낮은 밸류에이션이라도 투자를 못 받으면,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리 경쟁사의 제품을 자세히 분석해 사용해보면, 우리가 미쳐 구현하지 못하고, 캣치하지 못 한, 고객들이 유용하게 생각하는 기능이 있는 경우가 있고, 정말 별거 아니지만, 아주 미세한 디테일이 큰 차이를 만들 수도 있다. 실은, 많은 대표이사가 이런 걸 잘 모르고, 인정하지 않는 경우를 나는 자주 봤다. 현재의 매출은 우리 회사가 더 많이 하지만, 비즈니스 모델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 회사는 경쟁사보다 스케일을 만들기 힘든 태생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투자받기가 힘든 경우도 있는데, 많은 대표가 우리도 투자만 받으면 그 정도는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본인이 느끼는 불공평과 불합리를 정당화한다.

어떤 회사는 정말로 우리 회사보다 매출, 성장, 인력 등이 한참 떨어지지만, 대표이사가 영업을 너무 잘하고, 펀드레이징을 잘한다. 그런데 이걸 가지고 불공평하다고 하면 안 된다. 후진 제품과 실적으로 투자를 잘 받는 것도 분명히 능력이기 때문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다른 회사가 우리보다 투자도 잘 받고, 남들이 더 알아주는 거에 대해서 전혀 불공평하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분명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이유를 나만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그냥 우리나 잘하면 된다. 남 비판은 그만하자. 시장은 거짓말을 안 한다.

좋은 판단의 형성

지난 주에 벤치마크에 대해 포스팅했는데, 여기서 언급한 WSJ 기사에서 벤치마크의 파트너 Bill Gurley가 – 참고로, 많은 동료 VC의 존경을 받는 투자자다 –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올바른 판단은 경험에서 나오고, 경험은 틀린 판단에서 나온다(good judgment comes from experience, which comes from bad judgment).”

이걸 내 탐라에 올렸는데, 상당히 많은 호응을 얻었고, 많은 분이 이 말에 동의했다. 실은, 일을 좀 해 본 사람들이라면 – 특히, 스스로 뭔가를 시작한 후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창업가 – 누구나 다 경험해 봤을 것이다. 단지, 이렇게 세련되고 멋진 말로 표현을 못 했을 것이다.

아마도 빌 걸리 본인이 벤치마크에서 좋은 회사에 많이 투자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과거에 그만큼 실수를 많이 했고, 나쁜 투자를 많이 했고, 거기서 나온 통찰력과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말을 하려고 하는 거 같다. 이 업계에서 “이왕 실패할 거면, 빨리 실패하고, 이왕 할 거면 아무도 모르는 작은 실패보단, 누구나 다 아는 그런 큰(=spectacular) 실패를 해라”라는 말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는데, 같은 맥락인 거 같다. 실패가 커야지만, 그로 인한 쓰라린 아픔과 기억이 생기고, 이게 몸과 마음속에 남았을 때 소위 말하는 ‘경험’이 되는 거 같다. 그리고 이렇게 힘들게 얻은 경험은 미래의 좋은 결정과 판단을 위한 자양분이 된다.

투자를 해 본 분이라면 누구나 다 이런 경험이 있을 텐데 나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7년 동안 한국과 미국의 90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이 중 잘 엑싯한 회사도 있고, 비즈니스를 아주 잘 하는 회사도 있지만, 실은 망한 회사도 많고, 잘 안 되는 회사가 더 많다. 대부분의 펀드 상황은 비슷할 텐데, 우린 극초기 투자라서 그런지 시간이 갈수록 그 편차는 더욱더 커지는 거 같다. 우리 투자사 중 망했거나, 또는 현재 힘든 회사들을 보면 기업이 창업 순간부터 갖게 되는 태생적인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 한 거 같다. 시장의 리스크, 팀의 리스크, 펀딩의 리스크, 기술의 리스크 등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이는 비단 벤처기업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에 적용될 수 있다. 이런 리스크는 누구도 언제, 어떤 강도로 회사에 닥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다가 회사가 잘 안 되면 정말로 “어쩔 수 없다”라는 말을 하게 된다. 무책임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정말로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내가 판단을 초기부터 잘 못 한 경우도 있다. 개인적인 편견, 과거의 경험, 쓸데없는 고집, 경직된 사고 등으로 인해 잘못된 투자 결정을 해서 이 회사가 잘 안 되는 경우인데, 솔직히 말해서 나도 이런 경험이 적다곤 할 수 없다(여기서 구체적인 예를 하나씩 들진 않겠다). 확신을 하고 성공할 거라고 믿은 회사에 투자했는데, 앞에서 언급한 그런 통제할 수 없는 리스크 때문이 아니라, 나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한 투자 때문에 회사가 망한 경우가 있다. 또한, 확신을 갖고 절대로 안 된다고 판단해서 투자하지 않았는데, 이 회사가 완전 잘 된 경우도 수없이 많다. 이럴 때마다 나는 “다시는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아야지”라는 다짐을 하고, 이후 비슷한 회사나 창업가를 볼 때 그 이전의 경험에 대해 곰곰이 생각한다. 즉, 실수로 인해 경험이 생기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더 좋은 판단을 하는 것이다.

이런 배움의 과정은 시작과 끝이 없다. 죽을 때까지 계속 반복되면서, 경험이 더 풍부해지고, 이로 인한 판단의 정확도 또한 정교해지는 거 같다. 무슨 말이냐 하면, 내가 투자할 기회가 있었지만, 투자하지 않은 회사가 굉장히 잘 되면, 후회하면서 다음에는 이런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다짐을 한다. 그리고 이와 거의 같은 회사를 다시 검토했을 때는,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투자를 할 확률이 더 높을 것이다. 그런데 또 잘 안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똑똑한 투자자라면 왜 이전 회사는 잘 됐는데 이 회사는 안 됐을까라는 고민을 하고, 계속 생각과 연구를 하면서 더 수준 높은 경험을 축적하게 된다.

이 과정을 계속 반복하다 보면 완벽한 판단을 할 순 없어도, 나중에 죽을 때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 판단에 조금 더 가까이 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벤치마크의 길

이 분야에서 일한다면, 특히 VC들은 대부분 읽었거나 알고 있는 내용일 텐데, 얼마 전에 Benchmark Capital의 새 펀드에 대한 기사를 WSJ에서 읽었다. 나는 벤치마크나 여기 파트너들을 개인적으로 잘 알진 못하지만, 울림이 있는 내용이라서 몇 자 적어 본다.

벤치마크 캐피탈은 역사도 깊고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존경받고 명망 있는 VC 하우스 중 하나이다. 몇 가지 숫자를 나열해보면, 2011년 이후에 벤치마크가 투자한 회사 중 10개가 IPO를 했고, 15개가 인수됐다. 엑싯한 이 25개 회사의 총가치는 60조 원 이상이고(2014년 1월 기준), 지난 10년 동안 벤치마크의 8개 펀드는 투자자에게 약 25조 원을 배분했는데 수익률이 1,000%라고 한다. 특히, 2011년도에 만든 5.5억 달러(약 6,000억 원)짜리 펀드는 우버, 스냅, 위워크와 같은 유명한 유니콘에 투자했고, 이 펀드는 투자자들의 돈을 이미 25배나 불려줬다고 한다. 모두 다 부러워하는 벤치마크가 드디어 새로운 펀드를 내년 초에 만든다고 발표했는데, 두 가지 사실이 흥미롭다.

일단 펀드 규모다. 소프트뱅크는 100조 원짜리 펀드를 만들었고, 이 영향으로 대부분의 큰 VC는 펀드 규모를 엄청나게 키우고 있다. 세쿼이아도 미국 VC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인 9조 원짜리 펀드를 만들고 있고, 다른 VC도 모두 몸집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는데, 벤치마크는 원한다면 충분히 조 단위 펀드를 만들 수 있을 텐데, 이번 펀드도 기존 펀드와 비슷한 6,000억 원 수준일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건 타이밍이다. 시장에 워낙 돈이 많이 풀렸으니까, 많은 VC가 기존 펀드를 소진하지도 않고, 계속 신규 펀드를 만들고 있는데, 벤치마크는 서두르지 않고, 기존 펀드를 소진하고 새 펀드를 만드는, 항상 하던 대로 일을 진행하고 있다. 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왜 벤치마크가 새 펀드를 만들지 않는지가 업계의 관심사였다.

수조 원을 쉽게 모을 수 있지만, 펀드 규모를 키우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벤치마크 6명의 파트너는 본인들이 가장 잘하는 초기 투자와 소수의 투자사에 모든 자원을 집중하가 위해서라고 한다. VC들의 운용보수가 전체 펀드 규모의 2%임을 고려하면, 펀드 규모를 일부러 키우지 않는 건 스스로 보수를 제한하는 건데, 이것도 참 보기 드문 사례인 거 같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VC는 운용보수를 더 가져가기 위해서 능력도 없는데 일부러 펀드 규모를 키우고 여러 개의 펀드를 만드는데, 이와는 완전히 반대인 셈이다. 아마도 벤치마크의 파트너는 운용보수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좋은 회사에 투자해서 성과보수로 돈 벌 자신이 있으니까 그런 거 같다.

모두 다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생각으로, 돈이 있으니까 일단 펀드를 키우는데, 벤치마크의 이런 자세는 – 스스로의 철학과 색깔을 유지하면서,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계속 집중하기 – VC인 나도 많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니, 모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분위기에 휩싸이지 말고, 나만의 색깔과 생각을 계속 유지하면서 한 우물만 파는 건 일이나 인생에서 매우 중요하다.

99 의지, 그리고 1 운

얼마 전에 내가 샌프란시스코 Creator 식당에 대해서 짧게 트윗한 적이 있다. 수제버거 식당인데, 다른 버거 식당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사람이 햄버거를 만드는 게 아니라, 로봇이 햄버거를 만든다는 점이다. 나는 아직 이 식당에 가보지는 못했지만, 주변에 여기서 버거를 먹어 본 분들의 말에 의하면, 인생 최고의 버거는 아니지만, 사람이 만든 꽤 맛있는 수제 버거랑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얼마 전에 Creator 식당과 이 식당에서 사용하는 로봇 셰프를 만든 Momentum Machines에 대한 기사를 읽었는데, 근래 읽었던 기사 중 가장 인상적이었다. 관심 있는 분은 직접 기사를 읽길 권하는데, 어릴 적부터 뭔가에 깊은 관심이 있는 젊은이가 비전문 분야에 대해서 깊게 독학하고, 차고에서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가능성이 많은 사업을 만들고, 투자를 받고, 실제 그가 갖고 있던 비전을 실현하는 전형적인 창업가의 이야기다. 그리스 이민자의 아들 Alex Vardakostas의 부모님은 캘리포니아에서 햄버거 가게를 성공적으로 운영하였고, 알렉스는 부모님 가게에서 어릴 적부터 열심히 알바를 했다. 이 영향 때문인지, 크면서 햄버거를 만드는 로봇 셰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주위의 반응이 모두 냉담했기 때문에, 그냥 본인이 직접 한 번 만들어보기로 했다.

부모님 집 차고에서 알렉스는 다양한 전문 서적을 직접 읽고, 싸구려 부품을 사서 책에서 읽은 걸 구현해보고, 잘 안되면 다시 관련 서적을 보면서, 본인이 만든 프로토타입을 계속 개선해나갔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우연한 만남과 기회를 통해서 하드웨어 전문가들을 만날 수 있었고, 이들의 도움으로 계속 로봇셰프를 만들었다. 그리고 2년 후 실제로 작동되는 로봇을 스스로 만들었다. 이제 실제 양산을 하고, 이걸 비즈니스로 만들려면 펀딩이 필요해서 실리콘밸리의 하드웨어 악셀러레이터 중 하나인 Lemnos Labs와 미팅을 했는데, 그 미팅에 대해서 Lemnos의 파트너는 “첫 프로토타입은 싸구려 부품을 여기저기 붙여 만들어서 볼품없었지만, 노트북에서 햄버거 주문 버튼을 누르자, 이 기계가 실제로 작동했고, 로봇이 만든 햄버거가 포장되어 나왔다. 차고에서 한 명이 이걸 만들었다는 건 놀랄만한 공학의 위업이라고 생각했다”라고 기억한다. 그가 5천만 원의 시드펀딩을 했고, 이후 알렉스는 기계를 더욱더 정교하게 만들어서 상용화했고, 그 이후에는 Google Ventures와 Khosla Ventures의 후속 투자를 받았다.

대단한 의지의 승리라고 생각한다. 로봇 공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공학 박사학위가 있는 창업가도 아니지만, 뭔가 파고 들어가서 만들어야겠다는 의지 하나로 남들이 다 힘들다고 생각하는 수제 햄버거를 만드는 로봇을 혼자 만들었다. 그것도 독학으로. 또 한 가지는, 알렉스는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한 그림을 갖고 투자를 받은 후에, 프로토타입을 만든 게 아니다. 없는 살림에 어떻게 해서든지 외부 투자 없이 프로토타입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가능성을 증명하고, 그 이후에 투자를 받아서 사업을 했다. 실은, 요새 하드웨어 분야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창업가를 찾긴 쉽지 않다. 일단 투자를 받아서 뭔가를 만들려고 하지, 그 전에 본인의 아이디어를 증명하는 경우는 많이 보지 못했다.

항상 느끼지만, 역시 사업의 99는 의지인 거 같다. 머리는 의지를 절대로 이기지 못한다. 그리고, 이걸 잘하면, 나머지 1인 운은 그냥 따라서 오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