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와 개인화

2e3e302앞으로 5년 – 10년 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큰 성장과 혁신이 있을것이다. 비트코인/블록체인, 결제, 가상현실, 웨어러블, API 등 미래 성장 가능성이 명확한 재미있는 분야들이 너무 많고, 나도 개인적으로 잘 모니터링하고 있는 분야들이다. 그런데 완전히 새로운 분야는 아니지만 – 어떤 이들은 이미 성숙한 분야라고 말한다 – 일반적으로 생각하는거 보다 훨씬 더 많은 발전이 일어날 수 있는 분야는 개인적으로 전자상거래라고 생각한다. 전자상거래라고 하면 인터넷으로 물건을 구매하고, 구매한 물건을 집이나 지정한 배달 장소에서 받는 것이다. 아마존과 알리바바가 장악하고 있는 이 분야에서 한국에서는 쿠팡이라는 멀티플레이어 괴물이 탄생했고, 특정 버티컬에서 전자상거래를 나름 잘 하고 있는 업체들이 한국에서도 계속 나오고 있다.

나는 앞으로 전자상거래 회사들의 큰 화두는 개인화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backend의 물류 또한 최적화하고 개선 할 수 있는 여지가 항상 존재하는 분야라고 생각하지만 전자상거래의 미래는 기술을 이용한 – 가끔은 수작업도 이용한 – 개인화에 크게 의존한다고 본다. 나도 전자상거래의 전문가는 아니고 전자상거래 스타트업을 직접 운영해보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많은 회사들을 봤고, 많은 서비스들을 사용해봤고, 또한 전자상거래 투자사들을 통해서 많은 배움을 얻었다.

개인화의 개념이 없을때는 Amazon.com에 들어가면 미네소타에 사는 두 아이의 엄마인 40대 여성이 보는 제품들과 캘리포니아에 사는 10대 남성이 보는 제품들이 동일했다. 이들이 어떤 사람들이고, 어디에 살고, 과거에 어떤 제품을 구매했고,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하지만 수 많은 제품들이 전세계에서 생산되어 시장에 나오고 소비자들의 취향이 더욱 더 까다로와 지면서 지속적인 cross-selling과 up-selling을 위해서는 각 개인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추천하고 판매해야한다는걸 많은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깨닫기 시작했다. 오프라인 백화점이나 가게와 같이 물리적인 공간이라는 제약이 없는 전자상거래이기 때문에 비용 효율이 높은 충분한 실험과 혁신이 이 분야에서 가능했다.

이젠 기술이 많이 발달했고, 온라인 소비자들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높아졌다. 두 아이의 엄마인 40대 여성이 전자상거래 사이트에 들어가면 다양한 요소와 그동안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 분이 관심 가질만한 제품과 내용이 개인화되어 추천된다. 미네소타라는 곳이 겨울에 눈도 많이 오고 춥기 때문에 계절이 겨울이면 따뜻한 옷이나 부츠를 추천한다. 단순 추천이 아니라 이 분의 과거 구매 이력을 분석해서 좋아할만한 스타일, 또는 이 분의 친구들이나 이 지역에 사는 비슷한 나이나 소비능력의 여성분들이 기 구매했지만 이 분은 구매하지 않은 제품들, 뭐 이런 식의 추천이 될 것이다. 아이들 기저기를 그동안 정기적으로 구매했다면, 이 데이터를 분석해서 현재 아이들의 나이까지 꽤 정확하게 맞출 수 있으며 그 또래의 애들이 있는 엄마들이 관심 가질만한 컨텐츠를 제공한다. 아마존, 월마트, 타겟 모두 이런 식으로 개인화된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가서 요샌 자연어처리 기술도 온라인 쇼핑에 적용되고 있다. 인터넷 쇼핑을 할때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보는건 가격과 다른 구매자들의 평판(=리뷰) 이다. 대부분 사이트의 평판은 점수/별/코멘트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시스템이 별로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특히 점수와 별은 전혀 쓸모 없다고 생각한다. 별 1개와 5개, 또는 1점과 10점의(10점 만점 기준) 차이는 명확하지만, 대부분 제품들의 점수가 그 중간에 집중되어 있다. 유모차 2개를 비교하고 있는데 하나는 별 3개/5점, 다른 하나는 별 4개/5.5점이다. 그렇다고 별 4개/5.5점의 유모차가 무조건 좋다고 할 수 있을까? 좋다면 얼만큼 더 좋은가? 굉장히 모호하다. 코멘트를 보면 더 헷갈린다. 소비자들은 본인들한테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만 코멘트를 한다. 휴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한테는 가벼운 유모차는 좋은 코멘트를 받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내구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어떤 엄마는 오히려 가벼운 무게에 대해서 부정적인 코멘트를 남길 확률이 높다. 그래서 실은 리뷰를 더 많이 볼수록 구매결정이 더 어려워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자연어처리나 감성분석을 하면 이게 조금은 더 수월해진다. 리뷰 내용을 기계가 분석을 해서 전체적인 내용이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나한테), 그리고 어떤 단어들이 이에 해당되냐 등을 판단해 준다. 우리 투자사 Recomio의 co-founder들 김태호와 서철이 이러한 문제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해봤다.

그런데 진정한 개인화가 이루어지려면 아직 멀었다. 한참 멀었다. 그래서 더욱 더 큰 기회가 이 분야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소비자들에 대한 더 많은 양질의 데이터를 취합해야하며, 이들의 온라인/오프라인 행동패턴에 대한 이해도를 훨씬 더 높여야지만 진정한 개인화가 가능하다.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추천과 개인화는 아마존이 가장 잘 한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아직도 아마존이 추천하는 “관심있어할 만한 제품” 들 중 진짜 관심이 가는 제품은 절반도 안된다. 이 절반 중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제품은 거의 없다. 하지만, 뭔가를 계속 구매하기 위해서 찾고는 있고 분명히 어딘가에는 존재하고 판매하는 그 제품을 못 찾는걸 감안하면 진정한 개인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술로 완벽한 개인화가 가능할까?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이미 어느 수준까지는 올라왔고, 앞으로 고도화를 통해서 가능해질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많은 자원과 시간 그리고 기술의 발전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상당히 많은 스타트업들과 엔지니어들이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혁신을 창조할 것이다. 이미 시장은 개인화(=personalization)에서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로 넘어가고 있다.

<이미지 출처 = https://www.linkedin.com/pulse/20140909132249-1857720-big-data-in-marketing-the-holy-grail-of-hyper-personalization>

문제 직접 해결하기

살다보면 인생은 더 복잡해진다. 나이가 들수록 인간관계도 더 복잡해지고, 부모님이 아닌 스스로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해야하며, 결혼하면 먹여살려야 할 식구들도 생긴다. 직장생활도 마찬가지이다. 더 오래 일할수록 승진을 하고, 승진을 할수록 책임과 권한이 많아지기 때문에 인생은 복잡해진다. 처자식이 생긴 후 창업하는건 어쩌면 이 복잡한 인생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다. 인생이 더욱 더 복잡해지면서 문제들도 많이 생긴다. 어떻게 보면 우리 삶 자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결정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가 발생하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문제로부터 도망을 가고, 어떤 사람들은 남이 문제를 해결해주길 바란다. 하지만, 내 짧은 인생 경험에 비춰보면 내가 직접 나서지 않으면 문제는 절대로 해결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 문제는 남의 문제가 아니고, 남의 문제는 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나한테 너무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 있는데 아무리 직장 동료나 상사가 나랑 같이 고민하고 슬퍼해도 결국 이들은 집에가서 잠은 잘 잔다. 내 문제이기 때문에 내가 직접 나서지 않으면 그 누구도 해결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해결해 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강한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많다는 점이다. 창업을 결심하고 뭔가 스스로 만들겠다는 이들의 의지는 참 존경스럽다. 그런데 요새도 많이 아쉬운 부분은 자체 개발인력이 없어서 외주업체에 개발용역을 맡기는 스타트업들이 아직도 많다는 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체 개발인력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회사들이다. 뭔가를 만들다보면, 그리고 만든걸 시장에 풀어보면, 문제가 엄청나게 많이 발생한다. 픽셀이 완벽하게 맞지 않는 작은 문제점부터 결제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큰 문제점들까지, 하루에도 수십개 또는 수백개의 크고 작은 문제들이 발생한다. 이 문제들은 본인이 직접 해결해야한다. 남한테 맡겨서 제대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뭔가를 만드는 스타트업이라면 자체 개발인력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또 다른 각도에서 본 이유이다. 내 인생, 내 회사, 내 제품, 내 문제이다. 내가 해결해야한다.

영어하는 창업팀(그리고 미국 투자유치)

maxresdefault그동안 영어관련 포스팅을 몇 번 썼다.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핵심은 “스타트업을 하려면 업무와 상관없이 무조건 영어를 해야한다” 이다. 내가 올리는 포스팅들이 주로 그렇듯이 영어관련 글들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도 반반이다. 완전 동의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래 너 영어 잘한다” 라는 태도로 완전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래서 영어관련 포스팅은 잘 안하려고 하는데 오늘 하나만 더 해야겠다.

스트롱벤처스는 미국에 본사를 둔 미국펀드이지만 주 투자 대상은 한국의 스타트업들이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는 역사가 매우 짧은 마이크로 VC 이며, 아직 어디가서 자랑할만한 실적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다 – 아직은. 그래도 나름 몇 개의 exit이 있었고, 우리가 투자한 후 더 높은 가치에 후속 투자도 받고, 나름 성공의 궤도를 향해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이 몇 개 있다. 나랑 John이 나름 잘 하는건 – 그렇다고 우리가 제일 잘 하는건 아니다 – 한국과 미국의 문화를 잘 알고, 양쪽에서 비즈니스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가 풍부하기 때문에 한국 스타트업들에게 글로벌 시각을 조금이나마 주입시켜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우리의 투자사들과 미국의 더 큰 투자자들을 연결시켜 줄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하고, 한국보다는 미국시장에서 의미있는 비즈니스라면 가장 마찰없이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을 모색한다.

특히, 투자의 경우 우리는 소액 투자를 주로 하기 때문에 좋은 미국 VC나 엔젤투자자들과 공동투자 기회를 만들거나, 아니면 우리 다음 후속투자에 미국 VC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스타트업과 미국 VC들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에서 아무리 회사가 가능성이 높고 좋은 팀이 있더라고 영어를 유창하게 하지 못하면 상당히 힘들어진다.

내 경험에 의하면, 일단 회사 소개 자료에서부터 이 문제는 시작된다. 우리가 좋은 회사에 투자했고, 이 회사의 가능성이 확실히 보인다면 우리랑 친하고 규모가 있는 미국 VC 한테 소개를 해야하는데 창업팀이 간단한 영문자료도 만들 수 없다면 소개조차 하기 힘들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영문자료는 아주 유창한 영어로 만든 자료이다. 오타, 틀린문법 또는 콩글리쉬가 하나라도 있으면 안 된다. 그런데 영어를 잘하는 인력이 없는 대부분의 한국 스타트업에서 만드는 영어 자료를 보면 웃음과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자료량이 많지 않다면 초기 투자자로서 내가 직접 자료를 손보고 수정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도 참 짜증나고 귀찮은 작업이지만, 모두 다 잘 되자고 하는거니 어쩔수 없이 한다.

그런데 그래도 문제가 많다. 간단한 소개 자료를 전달해서 미국 투자자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을 해도, 이 투자자는 회사와 팀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고 싶어한다. 그러면서 이메일이나 call을 통해서 이런저런 추가 질문을 하고 싶은데 창업팀이나 회사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직원 중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사람이 없다면 이게 거의 불가능하다. 물론, 자료를 내가 직접 손 본거와 같이 내가 call에 참석해서 통역을 해줄 수도 있지만 투자자는 투자자일뿐, 투자사에 대해서 속속들이 모르기 때문에 구체적인 답변이나 설명을 제공할 수가 없다.

스타트업 대표이사나 창업팀이 영어를 잘하면? 모든게 너무너무 쉬워진다. 나는 그냥 이메일로 미국 VC를 소개해주면 그 이후에는 둘이 알아서 모든걸 진행하고 나는 그냥 옆에서 거들어 주는 역할만 하면 된다. 미국 투자자의 입장에서도 엄청나게 잘 나가는 회사가 아닌 이상, 굳이 영어가 안되는 회사에 투자해서 향 후 커뮤니케이션 문제 때문에 골치 아파해야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아무리 한국 시장을 대상으로만 비즈니스를 하는 스타트업이라도 – 그런데 요새 이런 스타트업은 별로 없다 – 내가 항상 영어 잘하는 창업팀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왜냐하면, 가끔씩 기투자자로서 스타트업과 한 배를 탄 나마저 위에서 언급한 어려움과 복잡성 때문에 나랑 친한 미국 VC 소개 자체를 망설여하기 때문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아무리 영어를 못 해도 회사의 숫자가 엄청나면 전혀 문제없다. 사용자 수나 매출이 엄청나면 투자자들은 위에서 말한 언어 문제에 대해서는 상관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투자하는 대부분의 회사들은 상당히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숫자들이 성장가능성을 보여주는 정도이지 한번에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그래서 미국 VC들의 초기 관심은 끌지만, 실제 딜을 성사시키려면 여러번의 미팅을 통한 설득과 설명작업이 필요하다. 여기서 창업팀이 영어를 못하면 이 대화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영어관련 과거 포스팅:
영어가 그렇게 중요한가? YES
Do You Speak English? – Part 2
Do You Speak English? – Part 1

<이미지 출처 = YouTube>

Boston Strong

요새 이런저런 일들도 많고, 사람들도 더욱 더 많이 만나면서 책임감과 소신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그 와중에 얼마전에 보스톤이 2024년 올림픽 게임 유치를 포기한 기사를 읽었다. 솔직히 좀 의외였다. 올림픽이라면 나라와 도시를 막론하고 모두가 다 유치하고 싶어하는 글로벌 축제이자 행사가 아닌가?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올림픽 유치를 위해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동원해서 마케팅을 하고 로비하는걸 봤던 나로써는 유치를 스스로 포기하는게 약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솔직히 정확한 이유와 원인은 나도 잘 모르지만, 마티 월쉬 보스톤 시장은 납세자들에게 더 이상 위험 부담을 떠안으라고 할 수 없어서 올림픽 유치를 포기하고 시 예산에 부담을 줄 수 있는 그 어떠한 올림픽 유치 관련 계약도 서명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화려함 보다는 실용성을 추구하는 편인 나도 보스톤 시민들의 결정에 많이 공감한다. 내가 사는 도시에서 올림픽을 개최하면 좋지만, 이로 인해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게 상대적으로 적고, 금전적인 부담이 납세자들에게 전가되어야 하면 그냥 안 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나는 이런 국제 행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유치를 위해 국가의 리더들과 정치인들은 적극적인 홍보와 로비를 하지만 – 임기 중 이런 행사를 유치하면 아마도 본인들의 이력이 더 화려해 지기 때문에 – 솔직히 행사 이후 경제적으로 힘들어하는 도시들과 막대한 돈을 들여 건설했지만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한 시설들이 낭비되는걸 보면서 누구를 위한 행사인지 의문점들도 생긴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 결정을 한 보스톤 시민들, 그리고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한 월쉬 시장 – 실은 본인은 정말 유치하고 싶어했다 – 모두 용감하고 책임감 있다고 생각한다.

보스톤 시장과 보스톤이 속해있는 매사츄세츠 주지사 및 관련 담당자와 공무원들은 분명히 유치하고 싶어 했을거 같다. 일단 유치에 성공을 하면 많은 공은 자기들이 가져가지만 솔직히 말해서 실제적인 부담, 책임 및 후유증은 2024년도 이후의 공무원들 몫이기 때문이다. 막말로 똥싸서 시원해 하는 놈 따로 있고, 똥 치우면서 고생하는 놈 따로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만난 사람들 중 이런 태도와 멘탈리티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아서 답답했는데, 보스톤의 결정을 보고 약간 통쾌하기까지 했다.

나는 보스톤에 3번 가봤는데 아주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 올림픽을 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world-class 도시임은 확실하다. 많은 분들이 기억하시겠지만 2013년 4월 보스톤마라톤 테러는 끔찍했다. 보스톤 시민들이 이 비극을 잘 핸들링하고 극복하는 모습을 보면서 ‘시민의식’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는데 이번에도 다시 한번 Boston Strong을 느꼈다.

*공시 – 나는 개인적으로나 직업적으로 보스톤과 그 어떤 관계도 없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article-2006359-0CAAF80200000578-772_638x443지난 2년 동안 한국에서는 많은 다양한 사건과 사고들이 터졌지만 전 국민을 가장 힘들게 하고 불안하게 만들었던 대표적인 사건은 세월호와 메르스인거 같다. 관련 담당자들이 – 물론, 담당자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관계는 지저분하고 복잡하다 – 제대로 신경을 썼다면 충분히 방지할 수 있었던 사고들이었지만, 그 결과는 정말 참혹했다. 대한민국과 같은 선진국? 에서는 발생하면 안되는 그런 사고들이었다.

그런데 더 걱정되는건, 과연 제2의 세월호 사건 또는 제2의 메르스 사태는 방지할 수 있을까? 우리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라는 말이 있다. 좋지 않은 의미로 사용되는 말이지만, 세상이 복잡해지고 어이없어지면서 이제 이 말은 오히려 좋은 속담이 된거 같다. 이젠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치면 다행인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대형 실수를 하지 않는게 가장 좋지만, 살다보면 실수는 할 수 있다고 치자. 같은 실수를 두 번 하지는 않는게 중요한데, 대한민국에서는 같은 사고들이 또 발생할 수 있다는 이 불안감은 뭘까.

매우 애석하고 아쉽지만, 발생한 실수는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실수의 재발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전문가들을 적절한 곳에 배치하고, 실수를 철저히 분석해서 대응책을 잘 마련해야 한다. 비행기나 자동차 사고가 발생하면 미국의 NTSB에서(연방 교통조사기관) 그 원인을 파악하는데 2-3년 까지 걸리는게 이해가 안 갔었는데 이제 조금씩 이해가 간다. 철저하게,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한 후에 정확한 사고대응 프로토콜을 만들어서 다시는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인거 같다.

스타트업들도 이와 비슷한 과정을 항상 반복한다. 누구도 해보지 않았고, 정답이 없는 길을 가기 때문에 실수를 하는게 당연하다. 중요한 건, 같은 실수를 두 번 하지 않는 것이다. 정확한 측정을 통해서 원인을 파악하고, 다양한 대책과 프로토콜을 준비해야 한다. 모두가 항상 바쁘고 정신없지만, 실수를 분석할때는 시간을 충분히 들여서 근본적인 원인을 밝혀야한다. 작은 회사가 같은 실수를 두 번 하면 회사가 없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소를 잃어버리면 안 되지만, 만약 잃어버렸다면 외양간을 철저히 고쳐서 다시는 잃어버리지 않도록 하는게 중요하다.

<이미지 출처 = http://www.dailymail.co.uk/news/article-2006359/Moo-dini-Cow-unusual-intelligence-opens-farm-gate-tongue-herd-escape-sh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