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과 은행

미국에서 제일 앞서가는 비트코인 서비스인 Coinbase가 Vault (=금고)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launch 한다고 7월 초에 발표했고, 오늘 드디어 일반인들에게도 서비스가 공개되었다. 그동안 꽤 궁금했었는데 오늘 사용해보니 좋은 취지이며 역시 간단하면서도 잘 만들었다는 생각을 했다. 비트코인을 구매하거나 사용해 본 분들이라면 지갑에 (wallet) 대해서는 잘 알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Vault라는 서비스는 더 안전하고 보안이 강화된 지갑이다. 특히 비트코인을 엄청 많이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냥 일반 지갑이 조금 불안할 수도 있는데 Vault는 이런 사람들을 위한 지역적으로 분산된 offline 저장소 서비스를 제공한다. 비트코인을 수 십억원 어치 보유한 사용자들은 이 금고 서비스로 인해서 밤에 더 안심하고 잘 수 있을 것이다. 무료 서비스이며 비트코인 보유 수량에 상관없이 코인베이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 사용할 수 있다.

Vault 서비스를 셋업하는 것도 엄청 간단했다. 우리나라의 금융 서비스 셋업하는 절차와는 달리 그냥 기존 Coinbase 사용하는 이메일 외에 추가 이메일로 인증 한번만 하면 기다리지 않고 바로 사용 가능했다. 액티브엑스도 없고, 핸드폰 인증도 없고, 아이핀도 없었다.

단순한 비트코인 거래소/지갑으로 시작한 Coinbase는 Vault 서비스를 론치하면서 은행과 거의 비슷하게 변화하고 있다. 일반 지갑 서비스는 은행의 checking 계좌와 (입출금용 계좌) 같은 역할을 하며, 금고 서비스는 은행의 savings 계좌 (예금용 계좌) 역할을 하니 비트코인이 화폐인 은행이라고 할 수도 있을거 같다.

비트코인 은행…..앞으로 Coinbase와 비트코인 경제가 어떻게 더 발전하고 변화할지 기대된다.

모바일 – 창작과 소비

iPhone 6는 화면이 더 커진다는 믿을만한 이야기들이 돌고 있는데 이는 모바일 서비스를 만드는 분들한테는 희소식이 아닐까 싶다. 작은 화면을 가진 기기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만드는 건 정말 쉽지 않다. 손바닥만한 스마트폰 화면상에서 사용자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눈이 어지럽지 않을 정도로 간단하지만 동시에 사용할만한 가치가 없을 정도로 너무 간단하지 않은 서비스를 만드는 건 진짜로 어려운 지상과제이다. 이런 각도에서 보면 가장 완성도가 높은 스마트폰인 아이폰의 –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가장 완성도도 높지만, 유일하게 중요한 스마트폰이다. 안드로이드폰들은 아직 한참 멀었다고 생각한다 – 화면이 커진다는 건 그만큼 컨텐츠를 소비하는데 있어서 걸림돌이 되는 큰 장애물 하나가 낮아지는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제대로된 모바일 서비스를 만드는 건 어렵다. 화면이 커지면 ‘소비’의 경험은 많이 개선되지만 소비만큼 더 중요한 ‘창작’의 문제가 그대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스마트폰은 컨텐츠 소비에는 최적화된 기기이자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즉시 켰다가 컨텐츠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화면이 작아서 소비하는데 있어서 에로사항은 존재하지만 그래도 작은 화면이 컨텐츠 소비를 막는 큰 장애 요소는 아니다. 다들 숨 쉴 공간조차 없는 서울의 지옥철에서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에 얼굴을 쳐박고 컨텐츠를 소비하고 소화하고 있는게 그걸 증명하고 있다.

그렇지만 창작에 있어서는 스마트폰은 매우 비효율적인 기기이다. 작은 화면도 문제이지만 더 큰 건 창작의 기본 입력 도구인 키보드가 없어서 별도의 키보드가 필요한데 이걸 따로 가져다니는게 또 하나의 부담이 된다 (나는 virtual 키보드는 너무 불편하다고 생각한다). 이메일을 쓰는것도 창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나 같은 경우 왠만큼 급한게 아니라면 스마트폰으로 이메일을 작성하지는 않는다 (물론, 이메일 소비는 엄청 한다). 그리고 스마트폰의 사양이 계속 좋아지고 있고 앞으로 PC의 성능을 따라잡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되지만 현재로써는 Photoshop이나 아주 헤비한 창작 프로그램들을 돌리기에는 많은 무리가 있어서 예술적 창작은 거의 불가능하다. 나도 시도는 해봤지만 절대로 폰을 사용해서 블로깅을 하지는 않는다. 다만, PC에서 작성한 블로그를 폰으로 소비하고 검토 정도는 하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창작이 힘든 건 아니다. 사진 위주로 되어 있는 컨텐츠를 창작해서 올리거나, 아주 짧은 내용의 글을 창작하거나 아니면 동영상 위주의 컨텐츠를 만들어서 올리는 행위는 오히려 스마트폰에서 더 쉽고 간단하게 할 수가 있다. 여기에서 바로 Facebook, Twitter 그리고 YouTube의 모바일 제품으로써의 강점이 여지없이 두각된다. 이 3개의 서비스들은 모바일 환경에서’창작’이 직면한 어려움들을 아주 훌륭히 해소하고 창작과 소비를 동시에 가능케하는 서비스로 발전해서 전세계 모바일 유저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 사진, 동영상 그리고 140자라는 아주 파워풀한 창작 플랫폼을 기반으로. 인스타그램에는 하루에 평균 6,000만 개의 사진이 업로드 되며 Vine을 통해서 트위터에는 하루에 1,200만 개의 동영상이 올라온다고 하니 Facebook과 Twitter는 소비 뿐만이 아니라 창작까지 가능케 하는 full-blown 플랫폼인거 같다.

모바일 서비스를 현재 기획하거나, 개발하거나 아니면 이미 서비스하고 있다면 이 창작과 소비에 대해서 잘 생각해 보길 바란다. 우리 제품이 ‘소비’에 focus를 맞추고 있는지 ‘창작’에 focus를 맞추고 있는지 아니면 두가지를 다 가능케 하는건지에 따라서 여러가지 고민해야하는 점들이 많기 때문이다. 요새는 누구다 다 “mobile first, mobile only”를 외치고 있지만 (실은 나도 얼마전까지는 그랬었다) 솔직히 말해서 모든 서비스들이 모바일을 먼저 하거나 모바일만 할 필요는 없다.

LinkedIn 같은 제품을 생각해 보자. LinkedIn은 아직까지 모바일 환경에서는 강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모바일에서는 대부분의 유저들이 소비만을 하고 있고, 창작을 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프로필을 체크하기 위해서는 링크드인 모바일앱을 사용하지만, 내 이력서를 올린다거나 내 경력에 대한 정보를 입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PC와 같은 큰 기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까지 링크드인 사용자들에게는 이 창작활동이(=자기 이력서를 매력적으로 꾸미기) 더 중요하고 의미있는 용도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이유로 링크드인 실적 보고 내용들을 자세히 보면 ‘모바일’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더 큰 기기에서의 창작활동이 링크드인 비즈니스한테는 더 의미가 있고, 모바일은 현재까지는 단순 소비를 위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이런 류의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다면, 그리고 자원이 한정되어 있다면, 굳이 모바일에 처음부터 무리해서 큰 투자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바일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절대로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엄청나게 중요하다. 앞으로 세상은 모바일로 갈 것이기 때문에 모바일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소비냐 창작이냐 아니면 두개를 다 하냐 또한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하고 여기에 모바일을 절묘하게 잘 부합시켜야 한다.

그렇다고 사진, 동영상 또는 짧은 글 위주의 제품을 만들면 무조건 성공하나? 절대로 그렇지 않다. 이미 이 분야 최고의 강자들인 Facebook, Instagram (=Facebook), Twitter와 YouTube가 너무나 많은 실험과 경험을 통해서 완벽을 향해 빠른 속도로 가고 있기 때문에 왠만큼 잘 만들지 않으면 절대로 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이미지 출처 = http://jydesign.com/hci-design-the-growing-tension-between-consuming-vs-creating>

[生生MBA리포트] 최신 MBA 지원 트렌드 – 줄어드는 에세이

MBA의 길

기고자 소개) 박은정 씨는 와튼스쿨 (Wharton School) 졸업한 후 현재 Top MBA 전문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MBA 지원자들에게 도움을 준 경험을 기반으로 “미국 Top MBA 가는길(매일경제)“를 공저하였으며, 현재 자신만의 노하우와 지식을 바탕으로 최신 MBA 트렌드와 어느 학원에서도 해 주지 않는 진짜 MBA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있습니다.
그녀는 연세대학교 상경계열 졸업 후 삼일회계법인에서 일을 했으며 현재 미국 동부 피츠버그에서 가족들과 함께 거주하고 있습니다. 박은정씨의 글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mbaparkssam@gmail.com으로 연락주세요.
*박은정씨가 운영하는 MBA의 길에 가시면 MBA 관련 더 많은 정보가 있습니다.

MBA 입학 과정에서 대학들이 요구하는 에세이의 트렌드에 분명한 변화가 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왜 일어나고 있으며 지원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제가 지원하던 2006년에는 학교들이 기본적으로 4-5개의 에세이를 요구했고, 그중 하나는 1000단어, 나머지는 500단어 정도의 단어 제한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학교마다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총 2500-3000 단어 정도를 제출해야 했습니다. 반면 올해 미국 학교 중 그렇게 많은 에세이를 물어보는 학교는 거의 없습니다. 단어 수도 많이 줄어들어서 많아야 500단어 하나, 나머지는 250-300 단어정도밖에 안됩니다. 학교들이 요구하는 12포인트 더블 스페이스로 300단어가 고작 반 페이지 가량임을 고려하면, 정말 적은 양입니다. 물어보는 양 뿐 아니라 내용에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골에세이는 기본이고, 여기에 성취, 실패, 강점, 약점, 팀워크나 리더십 등 다양한 면을 물어보는 질문들이 각각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3년전 다든에서 에세이를 단 1개만 물어보기 시작하면서 (그것도 골에세이가 아니었습니다), 이제는 점차 대세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심지어 하버드는 에세이를 단 하나 물어보면서 주제도 자유 주제입니다 – resume나 직장경력, 점수, 추천서에 나와있는 것 말고, 스스로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쓰라는 뜻입니다. 심지어 내용 뿐만 아니라 글자수의 제한도 없습니다. 쓰기 싫으면 안 써도 됩니다.또 한 가지 특징은 이제는 골을 에세이 형식으로 물어보는 학교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몇년 전 다든에서 골에세이를 묻지 않기로 결정하였을 때 즈음, 듀크에서도 커리어골을 에세이 형식이 아니라 짧은 문장 형식으로 application system에 입력하도록 하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컬럼비아는 골을 75캐릭터터로 요약하여 쓰라고 하고 있습니다.

MBA 어드미션에서 이러한 변화가 감지된 것은 금융위기 이후임을 미루어볼 때, 학교들은 점차 구구절절 물어보는 것이 취업 잘 하는 학생을 뽑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쓸데없는 건 물어보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특히 골에 있어서 별다른 설명의 여지를 주지 않는 것을 볼 때 특히 그러합니다. 예전에는 지원자의 경력과 즉각적으로 연결이 되지 않는 골이라도 해도, 골에세이에서 이를 논리적으로 잘 설명하면 받아들여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골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임의적인 판단의 여지를 주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예전에는 과거 경력과의 연결성이 조금 떨어지는 커리어골을 가진 학생도 본인의 노력에 따라 나중에 원하는 골을 잡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졌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글자수를 줄이는 것 또한, 구구절절 길게 들어볼 필요도 없다는 학교들의 의중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의 길이가 현저히 짧아진 (이메일이 중심이다보니) 이런 시대에 짧은 글 속에 핵심을 제대로 담을 줄 아는 능력이 있는지도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에세이 질문 (리더십, 성취, 실패 등)이 해당 지원자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제공하기 보다는 결국 다른 학교에 썼던 에세이를 재활용하는 경우만 많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학교에 쓰지 않았던 고유한 내용을 원하는 학교들이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점차 창의적인 질문들과 형식 (글 뿐 아니라 ppt, 비디오, 그 외 미디어나 그림을 제출해도 좋은 학교도 있습니다등)을 요구합니다. 요즘 탑스쿨들 에세이를 보면 거의 겹치는 질문이 없을 정도입니다.

에세이의 숫자와 절대적인 양은 줄어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들이 에세이를 완전히 없앨 가능성은 낮습니다. 비즈니스 스쿨은 로스쿨이 아니기 때문에 점수와 간판만 좋은 지원자를 뽑을 수는 없고, 지원자가 스스로의 언어로서 공유하는 그의 경험에 대해 들어볼 분명한 필요가 있습니다. 경험 자체도 중요할 수 있지만 지원자가 건전한 상식의 소유자인지, MBA에 대한 그의 기대가 비합리적이지는 않은지, 사회성이나 타인에 대한 배려가 떨어지는 사람은 아닌지 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에세이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커리어를 크게 전환하고자 하는 지원자들 (컨설팅 이외에 관련없는 업종이나 직종으로 변화를 도모하는 경우)에게는 나쁜 소식일 수 있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지원자들에게는 좋은 면도 있습니다. 사실 사회생활 3-5년정도밖에 하지 않은 젊은 지원자가 리더십, 실패, 성공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꼭 들어맞는 에피소드를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내가 가장 자신있고, 할 이야기가 많은 에피소드 하나를 선택하여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와 연결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 5가지의 각자 다른 에세이를 이야기할 때는 4개의 에세이를 잘써도 약한 하나의 에세이가 지원자의 매력을 반감시킬 수도 있었기 때문에 이런 면에서는 좋은 소식입니다. 대신 하나를 쓰되 제대로 잘 쓰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합니다.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무엇인지 미리 결정하고, 핵심과 그를 뒷받침하는 근거를 설득력있게 전달해야 합니다. 다른 학교에서 다룬 에세이를 생각없이 재활용하는 일은 피해야 합니다. ‘성의없는’ 에세이야말로 지원자의 어드미션 확률을 극적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그와 발맞추어 ‘왜 이 학교에 오고 싶은가’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의미있는 이유를 찾는 것이 좋습니다. 학교들이 에세이 수와 글자 수를 대부분 줄이고 있지만, 아직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왜 우리 학교에 오고 싶은가’는 예전과 다름없이 물어보고 있습니다.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이야기해도 이상할 것 없는 뻔한 이유말고, 정말 나에게 의미있는 이유들을 진정성있게 열거해야 합니다.

의사결정도 커뮤니케이션도 빠른 효율성의 시대. MBA 지원 트렌드도 이런 흐름에 발맞추어 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트렌드를 염두에 두시고 성공적인 지원을 하시길 바랍니다.

Lyft, Uber, 그리고 공유 for everything

6월달에 한국 출장 갔다가 LA 공항에 도착한 후 집까지 차량이 없어서 처음으로 Lyft를 사용해 봤다. 주로 이용하는 Uber를 사용하려고 했는데 공항 근처에 UberX가 한 대도 안 보여서 우버보다는 기업가치나 규모는 작지만 유일한 대체 서비스인 Lyft 앱을 실행해서 차 한대를 불렀더니 거짓말 안하고 30초 만에 차가 왔다.

차종은 현대 EF 소나타였고 차 주인은 (기사) 이란에서 이민 온 젊은 친구였다. 월드컵이 이제 막 시작했을 때였고 이란과 한국팀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공항에서 우리집까지의 50분 거리가 굉장히 짧게 느껴졌던 즐거운 드라이브였다. Lyft는 처음 타봤고, 이런저런 궁금한 사항들이 많아서 – 실은, 한국에서 이지택시를 애용하면서 과연 우버와 같은 공유 라이딩 서비스가 한국에도 정착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 리프트에 대해서 많은 질문을 했다. 재미있는 점은 이 친구는 Uber에도 등록이 되어 있고 Lyft에도 등록이 되어 있는 ‘따블’ 드라이버다. 그리고 주위에 이렇게 두개를 다 하는 친구들이 엄청 많다는. 이란에서 LA로 무작정 넘어와 2년 전문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했고 CPA 시험 준비를 하면서 틈틈이 택시 서비스를 한다는 이 친구가 1년에 우버/리프트로 버는 돈은 자그마치 4만 달러였다 (=4,100만원). 이 정도면 왠만한 사회 초년생의 연봉보다 많다. 2년 전문대학 나와서 LA에서 취직하면 이 정도 연봉 못 받는다. 본인도 그 사실을 알고 회계사무소에 회계사 보조로 취직해서 연봉 3만 달러 정도 받는 대신 운전하면서 돈 더 많이 받고, 공차 시간에 차 안에서 회계사 시험 공부를 하고 있었다. 이런 생활이 거의 2년째라고 한다. 그리고 이 친구 주위에는 우버/리프트로만 8만 달러씩 버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공유 경제와 공유 서비스의 위력을 느꼈던 순간이었다. 나는 이런 사람들이 우버로 그냥 용돈 조금 버는 수준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우버와 리프트로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면서 Airbnb, Taskrabbit, Uber 등으로 대표되는 공유 서비스들이 앞으로 일으킬 disruption이 머리속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전에 내가 Uber의 밸류에이션에 대해서 쓴 글이 있는데 당시 우버의 1조원 밸류에이션은 이미 먼 옛날 이야기가 되었고 앞으로 과연 우버의 기업가치가 얼만큼 커질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류의 서비스들을 좋아한다 (미국에서는 ‘Airbnb for X’ 또는 ‘Uber for X’ 라는 카테고리가 아예 생길 정도로 커졌다). 우리 주위를 보면 이 세상에는 남는 잉여 자원들이 상당히 많다. 1년에 절반을 출장으로 보내는 혼자 사는 사람들의 집은 1년에 6개월은 비어있다. 공간의 낭비이다. Airbnb의 등장과 함께 이와 비슷한 서비스들이 무수히 생기면서 이런 공간의 낭비가 조금 더 효율적으로 해소되고 있다. 직장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도 차가 있지만, 일주일에 5일은 그냥 주차되어 있다. 이렇게 노는 차들은 더 효율적인 운송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 Uber가 등장하면서 그런 생산적인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한국도 이제 이런 류의 서비스들이 막 생겨나고 있지만, 미국은 정말로 희한한 공유 서비스들이 많이 있다. 내가 한번도 사용해 보지 않은 서비스들도 많아서 다 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집에 남는 주차 공간이 있으면 이걸 필요로 하는 불특정 다수에게 공유해 줄 수 있는 서비스 (Airbnb for parking spot), 반려견을 모르는 사람의 집에 단기 또는 장기로 맡겨 놓을 수 있는 서비스 (Uber for dogsitting), 집에 놀고 있는 공구를 (드릴, 망치, 전기톱 등..) 공유해 줄 수 있는 서비스 (Airbnb for tools), 심지어는 모르는 사람들한테 가정집의 화장실을 공유해 줄 수 있는 서비스까지 (Uber for bathrooms)…생각할 수 있는 모든 거에 대한 공유서비스가 존재하다고 보면 된다.

이 중 멍청한 아이디어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공유 서비스들은 이런 ‘잉여 자원’의 문제점들을 훌륭하게 해결해 줄 수 있다 (물로, 이에 따른 리스크와 문제점들도 많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신뢰’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 자원과 자원, 사람과 자원을 거의 실시간으로 연결해주는 플랫폼은 인터넷이 최고이며, 여기에 스마트폰이라는 기기까지 더해지면 엄청난 공유플랫폼이 만들어 진다. 이 플랫폼을 통해서 내가 필요한 공유 서비스를 찾고, 이 서비스를 이용해 보고 경험이 좋으면 내가 서비스의 제공자가 되고, 다시 이런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하면서 순식간에 이 플랫폼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공유 서비스야 말로 인터넷에 최적화된 서비스이고, 인터넷이야 말로 공유 서비스에 최적화된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 = http://www.blog.urbact.eu/2014/05/the-sharing-economy-whats-in-it-for-cities/>

결국은 제품이다

오늘 새벽에 USV의 Fred Wilson의 “No Pain No Gain“이라는 포스팅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이 포스팅의 내용은 고통이 더 클수록 얻는게 더 값지다는건데 육체적인 고통에 대한 건 아니고 특정 서비스를 사용하는데 있어서 서비스에 익숙해 지는데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이 더 많을수록 더 높은 부가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일 확률이 높다 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예를 들었다. Pandora나 Spotify (둘 다 한국에서는 음원 저작권 때문에 즐길 수 없는걸로 알고 있다) 같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는 그냥 채널, 음악 또는 아티스트만 설정하면 알아서 자동으로 계속 음악을 재생해서 굉장히 쉽지만 어느 정도 듣다보면 계속 똑같은 음악이 반복되어 금방 싫증이 난다. 이와 반대로 SoundCloud는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리고 노력이 좀 들어가지만,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원하는 아티스트들을 팔로우하고, 음악을 큐레이션하고 다른 유저들이 포스팅한 음악을 다시 리포스팅 하다보면 그 결과물은 훨씬 더 다채롭고 서비스 사용자 경험이 매우 흥미롭다.
Fred는 트위터도 이와 비슷하다고 한다. 시간을 들여서 본인도 계속 트윗을 하면서 실험하고, 나랑 취향이 맞는 사람들을 팔로우하고, 이들의 트윗을 잘 읽고 다시 리트윗하고, favorite하다 보면 그 어떤 소셜 미디어나 블로그를 통해서는 느낄 수 없는 트위터 만의 매력과 유용함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한 두번 사용해서 되는게 아니라 이건 어느정도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고 한다. 마치, 아무도 발견하지 않은 조용하고 깨끗한 해변가를 찾으려면 산을 오르고 정글을 지나야하는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것처럼.

SoundCloud나 Twitter를 사용하다가 자기 맘대로 안되고 남들은 다 좋다고 하는데 왜 나만 잘 모르겠을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익숙해질 때까지 이 제품들을 사용하는 유일한 이유는 좋은 제품들이기 때문이다. 안그래도 사용하기 어려운 서비스인데 각 단계마다 사용자 경험을 불편하게 하거나 에러가 나면 모두 중도 포기할 것이다. 하지만, 귀찮고 어려워도 소중한 시간을 들여서 계속 이런 제품들을 사용하게 만드는 건 product manager, 디자이너 그리고 개발자들의 뼈를 깍는 고민과 노력이 제품에 녹아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항상 강조하는 디테일에 대한 집착과 마지막 10%에 대한 집착 때문인거 같다. 역시 한국 회사들이 많은 생각과 주의를 기울어야 하는 부분이다. 특히, 공공사이트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