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tion Pool

최근에 진행하는 투자 건이 하나 있는데 한국이 본사인 스타트업이다. 투자계약서 초안의 항목 중 option pool에 대한 설명을 이메일로 장황하게 적으면서 매번 이걸 글로 설명하지 말고 아예 포스팅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한국 상법을 잘 모르고 한국 투자 계약서를 직접 만들어 보지 않아서 한국에도 option pool이 존재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내가 아는 미국의 모든 투자자는 옵션 풀을 권고(강요?)하고 투자계약서에도 거의 standard 하게 들어가는 부분이다. 전에 내가 이 동영상에서 옵션 풀에 대해서 한 번 언급한 적은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 우리가 어떤 벤처기업에 pre-money 밸류에이션 9억 원에 1억 원을 투자한다고 가정해보자. 투자금이 들어가면 이 회사의 post-money 밸류에이션은 10억(pre-money 가치 9억 + 신규 투자금 1억)이 되고 우린 이 1억 원을 투자하고 회사 지분의 10%를 보유하게 된다.

그런데 투자금이 들어간 바로 그다음 날 이 회사에서 아주 우수한 개발인력을 채용했고 이분을 모시기 위해서 경쟁력 있는 연봉과 함께 stock option을 제시했다. 그리고 일주일 후에 또 다른 우수한 인력을 채용했고 이 분에 다시 높은 연봉과 함께 stock option을 줬다. 벤처기업에서 초기에 우수한 인력들을 데려오기 위해서 스톡옵션을 주는 건 흔한 일이지만 투자자인 우리 처지에서는 매우 난처하다. 왜냐하면, 우리가 투자한 지 일주일 만에 회사에 신규 자본의 유입이 없이 스톡옵션 발행 때문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회사 지분 10%가 마구 희석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방지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항목이 바로 option pool 항목이다(간혹 어떤 투자자들은 이 option pool은 회사와 창업가들한테 오히려 유리한 제도라고 포장해서 말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 건 100%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다).

투자를 집행하기 전에 창업팀과 미리 상의해서 어느 정도의 option pool을 만들어 놓을지 결정한 후에 투자금이 들어가기 전에 post-money 밸류에이션 기준의 옵션 풀을 만들어 놓고, 이후 신규 직원들을 채용해서 stock option을 부여 할 때는 신주가 아닌 이 option pool에서 나누어 주는 것이다. 보통 미국에서는 15%~30%를 옵션 풀로 만들어 놓지만, 투자자마다 다르고 회사마다 다르다.

위의 예로 다시 돌아가 보자. 우리 투자계약서상 옵션 풀 15%가 포함되어야 하는 경우를 계산해 보면, pre-money 밸류에이션에 1.5억 원의 (post-money 밸류에이션인 10억 원의 15%) 옵션풀이 포함되어야 하고 이럴 경우 실질적인 pre-money 밸류에이션은 9억 원이 아니라 7.5억 원이 되는 것이다. 자, 이렇게 되면 우리가 1억 원을 투자하고 지분 10%를 가져가면 창업가와 기존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율은 90%가 아니라 75%가 되는 것이다. 나머지 15%는 옵션 풀을 위해서 할당을 해 놓은 지분이다(아직 스톡옵션을 발행한 거는 아니며 그냥 할당해 놓은 것이다).

창업자의 처지에서 보면 이게 불공평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투자자의 처지에서 보면 당연한 게 option pool 장치이다. 참고로 직원들을 계속 채용하지만 발행하는 스톡옵션이 15%가 되지 않고 이 옵션 풀에서 지분이 남는다면 다시 기존 지분구조에 ‘집어넣을’ 수도 있지만 모자라면 모자라지 남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직도 논란의 여지가 많은 것이 옵션풀이라서 창업가들은 이런 게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하며, 투자자들도 창업가들과 원만하게 합의하여 합당한 선에서 옵션 풀을 결정하는 걸 권장한다.

Option pool 동영상 보기


참고 동영상:
밸류에이션 정하기
지분 투자 원리

Don’t call me a mentor

‘Mentor(멘토)’ – 난 최근에 이 말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스타트업 업계뿐만이 아니라 산업과 사회 전반에 걸쳐서 멘토라는 말이 많이 사용된다. 실은 나도 그동안 적지 않게 나 자신을 창업가들한테 ‘멘토링’을 제공하는 멘토라는 말을 하고 다니기도 했다. 그런데 더 많은 회사와 창업가들을 만나고, 더 많은 회사에 투자하면서 자신을 멘토라고 하는 게 얼마나 쪽팔리고 우스운 건지 절실히 느끼고 있다. 특히나 이번에 한국에 오래 머물면서 많은 창업가를 아주 깊고 인간적으로 알 기회가 있었는데, 오히려 내가 멘토로 삼고 싶은 20대 중반 창업가들도 더러 있었다.

멘토의 사전적 의미는 ‘현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상담 상대, 지도자, 스승이나 선생’인데 나이를 더 먹었고, 스타트업 경험이 더 많다는 이유만으로 나보다 어리고 경험이 없는 친구들의 멘토가 될 수 있는 건 아닌 거 같다. 이제 창업을 해서 힘들게 비즈니스를 꾸려나가는 창업가들을 보면 기본적으로 나보다 더 똑똑하고, 현명하고, 깡이 있고, 어떤 친구들은 내가 지금까지 했던 경험보다 훨씬 더 많은 경험을 짧은 기간 동안 쌓았다. 이 경험 중에는 실패도 많지만, 나보다 더 많은 성공을 경험한 분들도 있다.

물론, 위에서 말한 창업가들은 예외적이다. 전반적으로는 내가 대부분의 어린 창업가들보다는 경험은 많다 – 실패든 성공이든. 그런데 스타트업 세상은 너무나 빨리 변하고 있다. 10년 전에 전자상거래 서비스로 크게 성공을 한 사람이 오늘의 전자상거래 서비스에 대해서 모든 걸 알 수 없다. 오히려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창업한 지 1년밖에 안된 창업가가 10년 전에 전자상거래 업체를 상장시킨 사람보다 지금 현재 비즈니스의 맥을 더 잘 짚을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경험이 많다고 남이 하는 일에 대해서 성공적인 멘토링을 제공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어떤 이들은 hard 한 비즈니스 지식보다는 그냥 인생을 더 많이 살았고 비즈니스를 성공시킨 경험에서 오는 전문적인 지식 외의 다른 soft 한 걸 멘토들이 제공해줄 수 있다고 한다. 솔직히 난 잘 모르겠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만난 많은 20대/30대 친구들이 오히려 나보다 인생을 더 잘 살았고 많은 경험을 했다는 느낌을 여러 번 받았기 때문이다.

솔직히 내가 이런 창업가들한테 뭘 멘토링하고 나한테 뭘 배우라고 강하게 주장할 수 있을까? 그래서 이제 나는 나 자신을 멘토라고 절대로 부르지 않겠다. 다른 분들도 나를 대하거나 소개할 때는 멘토가 아니라 그냥 투자자라고 해주면 좋겠다 (솔직히, 워낙 소액 투자이기 때문에 투자자라고 하는 것도 좀 그렇지만). 뭐, 그래도 굳이 나를 멘토라고 해주는 분들이 있으면 그건 상당히 고마운 거다.

<이미지 출처 = http://jezebel.com/5853248/study-finds-young-women-lack-female-mentors>

SKIT! 투자

우리가 가장 최근에 투자한 회사는 SKIT!이라는 앱을 만드는 Storytime Studios라는 LA 기반의 스타트업이다. 한국에도 South Park 애니메이션 매니아층이 꽤 두텁게 존재하는걸로 알고 있는데, 이 회사의 창업팀이 South Park의 매니아였고 일반인들도 South Park와 유사한 재미있고, 동시에 싱거운? 애니메이션을 직접 제작할 수 있는 모바일 앱을 만들었다. 2명의 공동창업가들은 실은 한국인도 아니고 교포도 아니다. 한 명은 완전 백인이고 다른 공동 창업가는 말레이시아인 이다. Strong Ventures는 최근에 다음 3가지 카테고리의 스타트업에 집중하고 있다. 첫째는 한국이 본사인 한국인들이 창업한 스타트업들이다. 둘째는 미국이 본사인 한국인 또는 한국계 교포들이 창업한 스타트업들이다. 그리고 셋째는 한국과는 상관이 없는 미국의 스타트업이지만 스트롱벤처스가 한국에서의 인맥과 경험을 기반으로 부가가치를 제공하고, 가능하면 한국 또는 아시아 시장으로의 진출을 도와줄 수 있는 스타트업들이다. SKIT!이 바로 3번째 케이스에 해당된다고 생각되어서 투자를 했다 (그리고 이 회사는 실리콘밸리가 아닌 LA 기반이다. John과 나는 LA 기반의 스타트업들을 더 선호하는 개인적인 성향이 약간 있다).

이 외에 내가 개인적으로 SKIT!을 맘에 들어했던 이유가 몇 개 더 있었다. 일단, 이 창업팀은 이미 과거에 exit을 한 경험이 있는 노련한 창업가들이다 (게임 업계에 오래 계셨던 분들은 알텐데 이 중 한명은 Xfire란 회사를 창업해서 2006년도에 Viacom에 1,000억원 이상에 판 경험이 있다). 이런 성공적인 경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팀은 겸손하고, 본인들은 운이 좋았고 아직도 모르는게 너무 많은 창업가라고 생각하는 그런 마인드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나중에 SKIT!이 잘 되면 좋겠지만 만약에 망하더라도 이런 좋은 팀한테 투자하면 분명히 그 이후라도 뭔가 같이 할 수 있을거라는 확신이 생겼다. 뭐, 완전히 망하더라도 이런 친구들과 친해지면 나중에 분명히 또 좋은 기회가 생길 것이고 우리의 투자금은 바로 이런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다른 이유는 SKIT! 이라는 앱을 사용하면 할수록 뮤직쉐이크 생각이 많이 났기 때문이다. 두 제품은 유사한 점이 많고 – 뮤직쉐이크는 사용자 제작 음악 서비스, SKIT!은 사용자 제작 애니메이션 서비스 – 창작가와 소비자 사이의 미묘한 선을 따라가면서 사용자제작 서비스를 차곡차곡 만들어 간다는 면에서 옛날 생각이 많이 났었다. 특히, 내가 뮤직쉐이크로 해보고 싶었지만 여러가지 자원의 한계로 인해서 포기했던 많은 기능과 실험을 SKIT!은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팀과 같이 일하면 나도 많이 배우고 내 과거의 경험을 같이 공유하면서 더욱 더 재미있는 서비스로 발전시킬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사적인 견해나 감정때문에 투자한건 아니고 Strong 내부적으로 합의를 본 후에 투자를 집행했다.

<이미지 출처 = http://mashable.com/2014/06/16/skit-app-lego-movie/>

[生生MBA리포트] 이중학위 프로그램과 MBA

MBA의 길

기고자 소개) 박은정 씨는 와튼스쿨 (Wharton School) 졸업한 후 현재 Top MBA 전문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MBA 지원자들에게 도움을 준 경험을 기반으로 “미국 Top MBA 가는길(매일경제)“를 공저하였으며, 현재 자신만의 노하우와 지식을 바탕으로 최신 MBA 트렌드와 어느 학원에서도 해 주지 않는 진짜 MBA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있습니다.
그녀는 연세대학교 상경계열 졸업 후 삼일회계법인에서 일을 했으며 현재 미국 동부 피츠버그에서 가족들과 함께 거주하고 있습니다. 박은정씨의 글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mbaparkssam@gmail.com으로 연락주세요.
*박은정씨가 운영하는 MBA의 길에 가시면 MBA 관련 더 많은 정보가 있습니다.

MBA과정에서 다루는 경영이란 상당히 폭넓은 분야입니다. 경영에도 회계, 재무, 전략, 생산관리 등 굵직굵직한 분과가 여럿 있기 때문입니다. 실질적으로 이러한 MBA과정에서는 학부에서 다양한 전공을 마친 학생들이 공부하러 오기 때문에 이 중 어느 한 분과만을 깊게 들어가기 보다는, 이 다양한 분야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이론만 소개하는 정도에서 마치게 되니다. 따라서 이 시간동안 더욱 더 깊은 지식을 쌓고 싶다는 분들은, 이중학위 프로그램을 고려하게 됩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MBA 학생들 중 약 10%는 이중학위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있다는 비공식적인 보고도 있습니다. 오늘은 이러한 이중학위 프로그램 중 어떤 것들이 인기가 많은지, 그리고 그 장점과 단점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미국에서 MBA를 포함하는 이중학위 과정 중 가장 인기가 많은 세 가지는 MBA/MD, MBA/JD, 그리고 MBA/MPH입니다. 아시겠지만, MBA/MD는 의대 (대학원) 과정과 MBA를 같이 마치는 프로그램이지만 미국 시민권자가 아닌 이상 한국 사람이 미국에서 의사가 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MBA/JD는 MBA와 미국 로스쿨을 함께 하는 과정으로, 대부분의 탑스쿨에는 이미 이러한 과정이 존재합니다. 다만 비즈니스 스쿨과 로스쿨 양쪽에서 어드미션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GMAT 뿐 아니라 LSAT (그리고 좋은 학부 학점)도 필수입니다. 그러나 Kellogg의 경우는 예외로, 비즈니스 스쿨에만 지원하면 되고, 이 과정에서 LSAT은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지원하기가 훨씬 용이합니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경쟁이 매우 치열한 과정이긴 하지만, 합격만 한다면 3년만에 탑스쿨에서 MBA는 물론 로스쿨까지 마칠 수 있는 매우 유리한 프로그램입니다. 이중학위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MBA/MPH는 MBA와 공중보건석사 (Master’s in Public Health)를 같이 받는 프로그램으로 보통 헬스케어 쪽에 뜻이 있는 분들이 이수하게 됩니다. MBA/MPH 역시 좋은 학교에서는 대부분 이러한 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버클리, 예일, (비즈니스 스쿨은 유명하지 않지만 의학/보건 쪽에서는 최고인) 존스홉킨스 등이 있습니다. 이렇게 전통적으로 인기가 많았던 의학, 법학, 공중보건학 이외에도 새로운 이중학위 프로그램이 점점 생기고 있습니다. 또한 학교마다, 프로그램마다 다르지만, 일단 둘 중 더 어려운 학교에 합격하고 나면 차후에 선택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운영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유펜 로스쿨의 학생은 1학년 때 MBA도 함께 할 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탑스쿨들이 운영하는 이중학위 프로그램의 예는 다음과 같습니다. (학교마다 매년 변화가 생기는 경우가 있으므로 정확한 정보는 항상 학교의 웹페이지에서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MBA/Computer Science : UCLA
MBA/Drama : Yale
MBA/경제학 : LBS와의 파트너십 하에 HEC에서 제공
MBA/영화연출 : NYU Stern
MBA/환경자원 : Stanford
MBA/환경법(MELP) : Dartmouth Tuck
MBA/보건정책 석사 : 카네기 멜론 Tepper
MBA/Information Systems : 멜버른 비즈니스 스쿨
MBA/MILR (Industrial and Labor Relations) : 코넬 Johnson
MBA/Urban Planning : 컬럼비아
MBA/수의학 : Wharton
MBA/Biomedical Enterprise Program : MIT
MBA/Manufacturing Engineering : Michigan Ross
MBA/MMM (Management+Manufacturing) : Kellogg
MBA/생명공학 : Wharton, Stanford
MBA/International Studies : Columbia, Harvard(MPA-ID), Yale, Tuck

그렇다면 이중학위의 장단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가장 큰 장점은 두 가지 다른 분야에서 보다 깊은 지식을 쌓고 석사를 받는 데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대로 켈로그의 JD/MBA 프로그램의 경우 3년만에 MBA와 로스쿨이 끝납니다 (와튼스쿨도 3년, 하버드의 경우 4년). 각각을 따로 하려면 MBA 2년, 로스쿨 3년이 걸리므로 총 5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므로 2년이나 아낄 수 있습니다. 또한 취업 가능한 영역도 넓어지게 되고 단기적으로는 연봉 협상 등에서, 장기적으로 볼 때도 조금 더 유리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중학위를 추구할 때는 해당 전공이 진정 내 향후 커리어를 위해 필요한 절실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또 그만큼의 증거가 뒷받침되어 줘야 하므로 실제로 이중학위에 합격할 수 있는 지원자는 소수입니다. 석사로 입학한 학생이 해당 분과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고 제대로 수업도 따라가지 못한다면 이러한 이중학위 프로그램을 운영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단점으로는 지원하는데 아무래도 노력이 많이 들고 (켈로그를 제외한 JD/MBA 프로그램에서는 반드시 LSAT 점수를 제출해야 하듯이), 당연히 일반 MBA 보다는 긴 시간과 많은 학비가 지출된다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MBA 생활에서 어찌보면 가장 중요한 1학년 여름 인턴 자리잡기가 조금 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회사는 다음 해에 풀타임으로 채용할 수 있을만한 인재를 인턴으로 들이기 때문에, 졸업이 2년 이상 남은 이들은 기피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중학위를 이수한 학생들이 추구하는 커리어가 보통 MBA들이 잘 가지 않는 길이라면, 학교의 Career Management Office에서도 힘이 되어주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학생 자신이 알아서 네트워킹을 하고 일자리를 알아봐야 하는데, 그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중학위 과정이 일견 매력적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지원을 하기 전에 본인이 이제까지 걸어온 길에서 커리어 목표에 도달하는데 과연 이중학위가 도움이 되는 지를 심사숙고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MBA 중퇴 – 7년 후

지난 번 한국에서 부모님이랑 식사를 하는데, 우리 어머니가 갑자기 질문하셨다. “기홍아 넌 다시 MBA 가고 싶지 않니?”

정확하게 7년 전 나는 펜실베니아 대학교의 워튼 스쿨 MBA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그리고 시작하자마자 6개월 후에 휴학계를 던졌고 결국 학교로는 다시 돌아가지 않았으며 2년 전에 공식적으로 MBA 중퇴생이 되었다. 그동안 바빴고 학교나 학벌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업계에 – 상대적으로 – 있어서 그런지 MBA나 워튼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어머니의 이 질문을 받고 오랜만에 생각을 해봤다.

남들은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워튼 MBA를 그만두고 지금 이 일을 하는 거에 대해서 내 마음속 깊이 정말 솔직하게 어떻게 생각을 하고 있을까. 솔직히 내가 선택하고 결정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오히려 학교를 그만두면서 스스로에게 했던 질문 자체가, “이 기회를 pass하고 그냥 계속 학교를 다녀서 졸업하고 나중에 나이 들었을때 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였고 나는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MBA를 무사히 졸업하고 취업을 했으면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에 대해서 생각을 해본다면 아쉬움도 있긴 있다. 특히, 워튼 선후배들이나 동기들을 만나거나 소위 ‘잘나가는’ 동문들 소식을 들을때는 – 참고로, 잘나가는 워튼 동문들 엄청 많다 – 더욱 그렇다. 물론 졸업하고 빌빌거리면서 살고 있을 가능성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워튼에서 MBA 학위를 취득하면 어디를 가든 억대 연봉 받으면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다. 솔직히 나쁘지 않은 삶이다. 특히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다면. 크게 개판만 치지 않으면 – 그리고 워튼 정도 나온 한국분 이라면 직장에서 크게 개판 치는 일은 거의 없다 – 회사에서 짤리지 않을 것이고 그냥 열심히 일하면서 안정적인 연봉을 받고, 이 돈으로 편안하게 살고 있을 것이다. 경기가 좋으면 1년에 2번 정도 보너스도 받고, 여름 휴가도 좋은 곳으로 가면서, 생계에 대해서 심각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나도 가끔씩은 이런 삶을 상상 해본다. 그리고 지금의 내 삶과 비교를 해본다. 우리같은 투자자들은 투자한 회사들이 대박이 나면 나도 같이 잘 되겠지만 아직까지 그렇지 않다. 그리고 내 회사이기 때문에 내가 돈을 벌어서 스스로 먹고 살아야 된다. 가만히 있는다고 회사가 나한테 억대 연봉을 주면서 먹여 살려 주지 않는다. 보너스? 없다. 여름 휴가? 뭐, 가면 되지만 휴가 가서도 회사 걱정을 해야 한다. 내가 빠지면 회사의 50%만 가동하기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Strong Ventures는 아직 다른 유명한 VC 같이 큰 성공을 거둔 투자사가 아니다. 오히려 이제 막 시작해서 살아남기 위해서 발악하면서 hustle 하고 있다. 나랑 John 한테는 하루 하루가 전쟁같고 오늘 살아남았으면 고맙게 생각하고 내일도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 물론, 언젠가는 상황이 훨씬 더 좋아질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리라 굳게 믿고 있기 때문에 열심히 일하고 있다. 학교를 중퇴하는 것도 내가 스스로 결정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내 미래에 대한 결정 또한 100% 나 스스로 해야 한다. 남의 도움을 받기도 싫지만, 남이 나를 도와 줄 수도 없다.

그렇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나는 워튼을 떠난 선택을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다. 학교를 떠난 후 몇년 동안 hustling을 하면서 인생의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것들을 몸으로 체험했고 이를 내 것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는 자립적 인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본인은 자립적이라고 생각하지만 큰 조직에 속함으로써 따라오는 여러가지 요소 때문에 자신의 의지와는 다른 결정을 한다. 그리고 많은 결정들을 남한테 미루고 본인이 한 결정에 대해서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자기가 원하는 결정을 했을때 감당할 수 없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걸 스스로 극복하는게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한 결정이지만 굳이 내가 책임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학교를 떠난 후 7년 동안 나의 하루하루는 이런 결정의 연속이었던 거 같다 (지금도 그렇다).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면서 스스로 해결하는 걸 반복함으로써 나는 정말로 자립적인 사람이 되었다. 자립심과 함께 어떠한 상황이 와도 도망가지 않고 정면돌파할 수 있는 자신감이 (=무식함?) 생겼다.

그리고 이제 나는 남한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갑자기 예상치 못했던 일이 생겨서 생계를 잃어도 별로 당황하지 않을거 같다. 그냥 또 다른 방법을 찾아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솔직히 이게 말만큼 쉬운 건 아니다. 큰 조직에서 갑자기 명퇴를 당한 내 주위분들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좋은 학교 나왔고 머리도 좋은 분들이지만 갑자기 혼자서 뭔가를 새로 시작하려고 하면 두려움과 자존심 때문에 막상 뭘 시작도 못하는 걸 많이 봤다. 난 이런 상황에 처하면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을 거 같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경영대학원 중 하나인 워튼을 제발로 차고 나와서 지금도 성공하기 위해서 바둥거리는 내가 학교를 때려치운 걸 후회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제서야 내가 내 인생의 진정한 주인이 되었다는 점이다. 솔직히 그 전에는 내가 내 인생에 대한 full control을 가지고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남의 앞에서는 “내가 내 인생의 주인 입니다.”라는 말을 멋지게 하고는 다녔지만 많은 생각, 결정 그리고 행동이 내가 아닌 내 주위 사람들과 환경에 의해서 지배되었다. 40년을 살았고, 그리고 MBA를 중퇴한지 7년 되는 이 시점에서 나는 내 인생의 진정한 주인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뭐, 그렇다고 워튼같이 좋은 학교를 중퇴한게 자랑스럽거나 다른 분들한테 학교를 그만두라고 권유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중퇴한 걸 후회하는 건 더더욱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