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을 해라

do what u love지난주에 우리 집 근처에 사는 그렇게 젊지는 않지만, 경험이 어느 정도 있는 교포 창업가 2명을 만나서 오랜 시간 동안 이야기를 했다. 이들은 현재 제품을 만들어가는 중이며 3개월 후에 론치 할 수 있다는 말을 했다. 이 말을 들으면서 나는 속으로 ‘최소 3개월 x 3 = 9개월 정도 걸리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창업해 본 사람들은 나랑 공감할 텐데,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생각했던 거보다 항상 더 많은 시간이 걸리고,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하고, 이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이 글을 읽는 예비 창업가 중 “5,000만 원으로 2명이 6개월 정도 밤새워서 만들면 될 거 같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이 숫자들에 모두 최소 3을 곱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제품을 launch 하는 시점에서 역산을 해보면 아마도 1억 5,000만 원 정도 썼을 테고, 시간은 한 1년 반 정도가 걸렸을 것이다.

솔직히 이렇게 초기 예상보다 항상 더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한 걸 누구의 잘못으로 돌리기에는 – 기획이 늦어졌다, 개발이 너무 더디었다 등… – 이 바닥은 너무나 많은 불확실성과 혼돈이 존재한다. 생존하기 위해서 하루에 몇 번이나 회사의 전략을 바꿔야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초기에 세웠던 이런 가설들이 제품이 나오는 시점까지 변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물론, 대부분 회사가 제품을 론치 해보기도 전에 없어진다. 이러한 이유와 내 개인적인 경험 때문에 나는 대부분의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장담하는 론치 시점과 이를 위해 필요하다고 하는 예산을 절대도 안 믿는다. 심지어 나는 3개월이면 다 끝낼 수 있다고 장담했던 창업팀이 결국 2년이라는 시간을 사용하는 걸 보면서 이제는 창업가들이 말하는 숫자들에 3이 아니라 5를 곱해서 생각한다. 이렇게 하면 혹시나 그 전에 완성이 되면 굉장히 기뻐할 수 있고, 더 오래 걸리더라도 자신을 위안할 수 있다.

창업을 결심했거나 지금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다면 초기에 예상한 거 보다 돈, 시간, 인력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는 점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생각보다 더 빨리 돈이 떨어지고, 제품 개발은 늦어지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계속 내가 시작한 일을 포기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하려면 정말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 얼마 전에 비키/빙글의 호창성 님의 고생 스토리를 감명 있게 읽었는데 이 중 내 심금을 울렸던 말:

“정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해라. 그래야 버틸 수 있다.”

정말 맞는 말이다. 길지 않은 인생, 우리 모두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하면서 가치 있게 살다 가자.

<이미지 출처 = FB Cover Street>

죽음의 활주로


우린 이제 한 2년 동안 16개 회사에 투자를 했다. 대략 1.5개월 마다 한 개의 회사에 투자한 셈인데 앞으로 이런 페이스를 유지하거나 아니면 더 많은 투자를 하길 원한다. 이 업을 하다보면 새로운 거 엄청 많이 배우고 (거의 매일), 그동안 알던 걸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들이 많은데 오늘은 대부분의 초창기 스타트업들이 경험하고 그 중 80% 이상이 살아남지 못하는 죽음의 활주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일단 이 바닥에서 말하는 ‘활주로 (runway)‘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내 수익을 만들지 못하는 스타트업이 현재 가지고 있는 돈으로 생존할 수 있는 기간을 활주로 (runway)라고 한다. 비행기가 활주로 끝에 다다르면 하늘로 이륙하거나 더 이상 운행을 하지 못하고 멈추거나 아니면 바다로 추락하듯이, 스타트업들도 돈을 다 소진하면 재투자를 받아 날아가거나 아니면 망하는 것이다. 벤처 캐피털들이 “활주로가 얼마나 남았습니까? How much runway do you have?”라는 질문을 많이 하는데, 이는 ‘지금 가지고 있는 돈이 언제 떨어집니까?’라는 말이다. -‘스타트업 바이블‘에서

과거의 성공 기록이 없고, 남들이 알아주는 팀원도 없고, 아직 제품이 준비되지 않은 스타트업들이 펀딩을 받고 시작하기란 힘들다. 과거에도 힘들었지만 소수의 회사들에만 돈이 집중되고 있는 현재 시장에서는 거의 불가능 하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현재 돈이 집중되어 있는 소수의 스타트업들은 남들이 알아주는 과거의 성공 경험이 많은 창업가들이 시작했거나 이미 제품이 있고 어느 정도 시장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그런 회사들이다. 불행하게도 이 블로그를 읽는 분들 중 창업을 했거나 창업을 생각하고 있는 많은 분들 한테는 해당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분들이 상대적으로 빠른 시간 안에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곳은 돈 많은 가족 또는 현실보다는 미래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스트롱 벤처스와 같은 시드 투자자 들이다. 운이 좋아서 가족이나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더라도 금액 자체는 크지 않을 것이다. 우리같은 경우도 적게는 2,000만원에서 많이 해도 1억원 정도까지만 투자를 하는데 어떻게 보면 큰 돈 이지만 2-3명의 팀원들이 최소 생활 수준을 유지하면서 살더라도 서울, 실리콘밸리 또는 LA와 같이 물가가 비싼 곳에서 생활하기에는 모자랄 수 있다. 가족한테 투자를 받아도 비슷한 걸 난 목격했다. 정공법으로 돈을 번 사람들 이라면 아무리 아들 딸이 창업을 해서 고생하고 있더라고 무작정 몇 억 또는 몇 십억원을 주지는 않는다. 최소 투자금을 주고나서 어떻게 하는지를 보고 판단한다.

투자를 받는 이 순간부터 ‘죽음의 활주로’는 시작된다. 이 투자금을 가지고 최대한 빠른 시간내에 제품을 만들어서 운이 좋으면 launch 할 수 있다 (많은 스타트업들은 제품도 launch 해보지 못하고 없어진다). 이 앞의 글에서 말했듯이 launch 하자마자 크게 잘되는 서비스는 드물다. 론치 한 후에 시장이 원하는 product fit을 찾기 위한 본격적인 게임은 시작된다. 안타깝게도 product fit을 찾는 과정은 제품을 론치하는 거 보다 훨씬 더 어렵다. 이 과정은 실험과 시행착오의 연속이며, 더 안타까운 건 대부분의 회사와 제품들이 이 product fit을 찾지 못하고 조용히 사라진다. 그 이유는 이 실험과 시행착오에는 생각했던 거 보다 시간이 더 걸리고 대부분의 회사들이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기도 훨씬 전에 자금이 바닥난다. 즉, 생각보다 활주로는 짧고 우리 비행기는 하늘로 날지 못 한다. 이건 어쩔 수 없다. 시드 펀드라는 거 자체가 한정된 금액이고 이 돈을 가지고 제대로 된 제품을 빨리 만든다는 건 위에서 말한 이유들 때문에 생각보다 어렵다. 다른 이유는 이런 어려운 시절을 겪으면서 창업 멤버들 사이에 금이 가고 멀어진다. 그러면서 팀이 해산되고 회사도 해산된다. 솔직히 내 생각은 후자의 경우도 궁극적으로는 ‘돈’의 문제이다. 돈이 너무 없으니까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창업 멤버들 사이도 멀어지는 걸 많이 목격했다.

지속적인 실험과 그 실험들에 대한 데이터 축적 및 분석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 ‘죽음의 활주로’ 때문이다. 활주로의 끝에 왔는데 운이 좋게 market fit과 product fit을 찾았다면 축하한다. 이제 돈을 버는 서비스를 만드는 건 시간 문제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 했다면 다시 투자자들이나 가족을 찾아가서 돈을 구해야 하는데 product fit을 아직 찾지 못한 이 시점에서 정상적인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우리 팀이 시장이 원하는 제품은 어느 방향으로 가면 만들 수 있는지 조금씩 찾아가고 있으며, 매일 매일 그 목표에 더 가까워 지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아직 아무것도 없는 팀이 이를 보여주고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지속적인 실험을 통해서 얻는 수치화 할 수 있는 데이터다.

솔직히 이렇게 해도 투자를 받는 건 쉽지 않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모두 확실한 수치를 (유저, engagement, 매출 등) 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이 좋으면 그동안 창업팀이 한 수많은 시행착오, 실험 그리고 데이터의 가능성을 꿰뚫어 보고 여기에 베팅하는 투자자를 가끔씩 만난다. 이런 투자자한테 투자를 받을 수 있다면 여기서 다시 한번 활주로는 시작되고 이번엔 반드시 우리 비행기를 하늘 높이 띄워야 한다.

<이미지 출처 = http://www.justtheflight.co.uk/blog/1-13-death-defying-runways.html>

[生生MBA리포트] Full-time MBA는 앞으로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까?

MBA의 길

기고자 소개) 박은정 씨는 와튼스쿨 (Wharton School) 졸업한 후 현재 Top MBA 전문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MBA 지원자들에게 도움을 준 경험을 기반으로 “미국 Top MBA 가는길(매일경제)“를 공저하였으며, 현재 자신만의 노하우와 지식을 바탕으로 최신 MBA 트렌드와 어느 학원에서도 해 주지 않는 진짜 MBA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있습니다.
그녀는 연세대학교 상경계열 졸업 후 삼일회계법인에서 일을 했으며 현재 미국 동부 피츠버그에서 가족들과 함께 거주하고 있습니다. 박은정씨의 글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mbaparkssam@gmail.com으로 연락주세요.
*박은정씨가 운영하는 MBA의 길에 가시면 MBA 관련 더 많은 정보가 있습니다.

최근 들어 기술과 네트워크의 발달로 인해, 온라인 교육이 활기를 특히 띄고 있습니다. 이제는 내 집에서 내 컴퓨터 화면 앞에서 TEDx를 통해 세계적 유명 인사의 강연을 들을 수도 있고,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나 Coursera를 통해 아이비리그의 강좌를 들을 수도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추세를 따라 online MBA도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언뜻 생각하면 2년씩이나 생업을 쉬고 미국에서 유학할 것도 없이 온라인으로 학위를 따면 비용이나 효율 면에서 훨씬 유리할 것처럼 보입니다.

현재 랭킹 20위 이내에서 온라인 MBA를 제공하는 학교는 카네기 멜론 테퍼 (US News기준 정규 MBA 랭킹: 18위) 스쿨과 노스캐롤라이나 대학(19위)이 있고, 20위권의 학교들로는 인디애나 대학의 켈리(21위), 조지 워싱턴 대학(23위), 아리조나 주립대 케리(27위) 등이 있습니다. 카네기 멜론에서 제공하고 있는 온라인MBA(FlexMBA)에서는 평소에는 동영상 생방송으로 수업을 하고, 2개월에 한번씩 사흘간 피츠버그에 모여서 참여형 수업 및 네트워킹, 기타 커리어 코칭 등을 받는 구조입니다. 정규 풀타임MBA와 동일한 교재로, 동일한 교수진에게 교육을 받지만, 사실 학교 입장에서 보면 온라인 MBA 는 정규 MBA에 비해 수익이 많이 남는 구조입니다. 우수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 때문에 정규 MBA에서처럼 장학금을 줄 필요가 없고 (비공식적인 통계에 의하면 평균적으로 학비의 약25% 정도가 장학금으로 수여된다고 합니다), 강의실이나 커리큘럼 운영 등을 위한 추가적인 비용도 거의 소요되지 않습니다. 많은 학교들이 MBA 사이즈를 늘리기 위해 비즈니스 스쿨 건물을 신축하는 추세인데, 온라인 학위의 경우 이런 대규모 투자가 필요 없으니까요. 게다가 학비는 $116,000 으로(카네기 멜론 기준) 정규 MBA 프로그램과 비교할 때 거의 동일합니다. 그런데 탑스쿨들은 왜 이 비즈니스에 뛰어들지 않은 걸까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지원자들의 인식이 빠른 시간 내에 갑자기 변하여 상대적으로 우수한 학생들이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을 선호하는 현상이 생기지 않는 한, 탑스쿨들은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는) 온라인 MBA시장에 진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봅니다.

일단, 비즈니스 스쿨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지표는 랭킹이라는 점을 기억합시다. 학교들은 이 랭킹을 올리기 위해, 뒤처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는 경쟁과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 랭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두 가지는 졸업생들의 취업률(및 연봉)과 학생들의 우수성입니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온라인 MBA가 정규MBA와 비교할 때, 이 두 가지 면에서 더 우수한 결과를 내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기업들이 많은 연봉을 주면서 MBA들을 채용하는 이유는 비즈니스 스쿨들이 사람들을 선별하는 안목을 믿기 때문인데, 기업들은 온라인 MBA 학생들이 정규 MBA만큼 우수한 학생들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쉽게 말하면, 맥킨지나 골드만삭스는 온라인 MBA 들을 위한 취업 설명회에 가지 않는다는 겁니다. 온라인 MBA 프로그램을 시작한 카네기 멜론 테퍼스쿨의 경우, GMAT 점수가 일정 이상 되고 어느 정도 좋은 직장 경력을 가진, 객관적으로 ‘우수하다고 볼 수 있는’ 학생들을 모집하는데 상당히 난항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취업의 기회가 양적으로 질적으로 크게 다릅니다. 또한, 온라인 MBA의 규모가 커질 수록 ‘우수한 학생들이 모이는 학교’라는 이미지가 희석되어 취직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정규 MBA의 선호도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학교의 랭킹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온라인 MBA 교육이 정규 MBA와 같은 교재와 같은 수업을 듣는다고 해서, 그만큼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지도 의문입니다. 요즘 MBA 프로그램들은 숫자 분석 뿐 아니라 리더십, 협상 등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수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강화하는 추세가 분명한데, 2개월에 한번씩 만나서는 이러한 수업에서 눈에 띄는 성과나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네트워킹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정규 MBA들은 1~2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 클래스에서 여러가지 수업도 같이 듣고, 팀 프로젝트와 각종 클럽에 참여하며 끈끈한 네트워크를 다져 가지만, 2개월에 한번씩 만나는 이들에게 이러한 유대감이 생기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좋은 학교일수록, 온라인 MBA에 진출함으로써 얻어지는 득과 실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신중하게 접근할 수 밖에 없습니다. 카네기 멜론에서 온라인 MBA의 규모를 20명에서 30명 이내의 소그룹으로 제한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러한 부분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최근의 증가하는 온라인 MBA의 추세는, 탑스쿨들보다는 30위 바깥의 학교들에 훨씬 더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에는 직장이 있는 도시 내에서 파트타임 MBA나 executive MBA로 진학했던 이들이 이제는 지역적 제약을 극복하여 다른 주의 온라인 MBA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맥킨지나 모건 스탠리로 이직을 원하는 지원자는 탑스쿨의 정규 MBA에 진학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겠지만,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조금 더 인정을 받아 좀 더 빨리 승진하려는 목적이라면 살고 있는 도시 근처의 파트타임이나 executive MBA(경력이 긴 경우)에 진학하는 것이 좀 더 효율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의 수가 늘어났다는 점에서, 기술의 발전은 축복이지만, 그만큼 진학의 목표를 확실하게 이해해야 할 책임은 학생에게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래 첨부한 표는 US News에서 발표한 온라인 MBA 프로그램 랭킹입니다. University of North Carolina Chapel Hill (UNC)에서는 랭킹 선정 방식에 불만을 표시하여 아예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카네기 멜론의 경우, 2013년에 처음으로 1기를 모집했기 때문에 명단에 오르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a

타이거 우즈가 될 필요는 없다

3 난 타이거 우즈를 정말 좋아한다. 솔직히 골프를 치는 사람치고 호랑이를 싫어하는 사람 없겠지만 골프가 정말 재미있고 매일 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된 건 타이거 우즈의 출현 이후였다. 우즈의 플레이는 화려하고 화끈하다. 그리고 안정적으로 플레이하기 보다는 거침없이 공을 치는데 이게 참으로 멋있어 보였다. 하지만 멋진 거랑 대회를 이기는 거랑은 별개이다. 골프의 궁극적인 목표는 남들보다 적은 타수로 공을 구멍 안에 집어 넣는 것이다. 장타를 쳐도 좋고, 그렇지 않아도 좋고, 벙커에 빠지든, 물에 빠지든 상관없다. 교과서적인 폼은 항상 멋지지만 그렇지 않은 아주 이상한 폼도 상관없다. 다른 선수들보다 적은 타수로 구멍에 잘 집어 넣으면 된다. 그러면 이기고 상금을 집으로 가져간다. 지난 주에 Masters 대회를 보면서도 느낀건데 타이거 우즈는 부상으로 불참했지만 그 외에 골프를 잘 치는 내가 잘 모르는 선수들이 참 많았다. 우즈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골프는 잘 치는 선수들이다. 오히려 이들은 우즈같이 미디어에서 화려하게 보이는 선수들보다 랭킹도 높고 상금도 더 많다.

벤처도 비슷하다. 우리 주변에는 화려한 창업가들과 미디어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이름이 언급되는 스타트업 들이 있다. 그런데 막상 알아보면 –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지만 – 이들은 그냥 껍데기만 화려하고 내실은 별로인 경우가 많다. 엄청난 펀딩을 받은 회사를 우리는 모두 다 부러워 하지만, 실제로는 매년 손실만 발생하고 투자금만 까먹는 경우가 절 반 이다. 미디어의 황제인 CEO들도 많이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혼자 모든 걸 다하고 세상의 돈을 전부 다 벌고 있는거 같지만 실제로는 자기가 창업한 회사 지분의 2% 가지고 있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이와는 반대로 아무도 들어본 적이 없지만 엄청난 매출과 수익을 만드는 회사들과 창업가들도 있다.

골프 대회에서 이기려면 남들보다 적게 치고 구멍에 공을 잘 넣으면 된다. 벤처에서 이기려면 고객을 만들고 이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전에 내가 ‘잡음’에 대해서 이야기 한 적이 있는데 잡음을 조심해야 한다. 폼이 아무리 멋있고 드라이버 거리가 아무리 길어도 결국 홀에 공을 못 넣으면 우승을 못 한다. 펀딩을 아무리 많이 받고, 엄청난 인재들이 회사를 경영하고 있어도 결국 고객과 매출을 만들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이 바닥에서 살아남지 못 할 것이다.

꼭 타이거 우즈같이 화려하지 않아도 괜찮다. 한 볼씩 집중해서 우승만 하면 된다.

한번에 하나씩

우리가 가장 최근에 투자한 스타트업은 LA 기반의 Poprageous라는 회사이다. 크라우드 소스 의류를 디자인, 제조 그리고 인터넷 판매하는 회사인데 첫 제품은 고가의 레깅스 (여자들이 많이 입는 쫄쫄이 바지. 미국의 경우 남자들도 가끔 입는다) 제품들이다. 이 회사의 창업가는 Cher Park이라는 교포 여성인데 Strong Ventures가 좋아하는 창업가/사장으로서의 자격과 특성을 많이 가지고 있는 젊고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다. 이 회사에 투자하기 전에 우리는 Poprageous가 어떻게 디자인을 크라우드 소싱하며, 그 디자인을 어디서 어떻게 제조하며 어떤 과정을 거쳐서 판매하는지 꽤 자세히 공부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하루는 Cher의 집(=사무실)을 찾아갔는데 아주 엉망이었던 기억이 난다. 여기저기 널려있던 옷감 원단, 마루 한 쪽 구석에 정리된 완제품들과 박스들, 그리고 소파위에 있는 각종 잡지, 옷과 신발들. 창업가의 집이 바로 Poprageous의 사무실이자, 창고이자, 사진 스튜디오이자 바로 배송 센터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매일 일어나서 그 전날 들어온 주문을 확인하고, 발주서에 따라서 레깅스를 하나씩 포장하고 택배 서비스를 이용해서 고객에게 정성스럽게 발송하는 현재로써는 상당히 ‘구멍가게’ operation 이다. 당시 나는 이름만 대면 모두가 아는 큰 전자상거래 업체에서 높은 위치에 있는 지인한테 이 회사에 대해서 알려줬고 혹시 같이 투자할 의향이 있는지 물어 본 기억이 난다. 그때 이 분은 “야, 쫄쫄이 바지 하나씩 사장이 손수 포장하고 보내서 도대체 회사는 언제 키우고 돈은 언제 벌려고? 이런 하꼬방에 투자해서 본전이나 찾겠어?” 라는 말을 하면서 즉시 거절했다.

하지만, 우리는 즉시 투자를 했다. 이 분이 잘 모르고 있는 사실은 바로 본인이 그렇게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 일하고 있는 그 회사 또한 시작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누구나 다 시작은 미약하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도 처음에는 차고에서 시작했다. 아마존 관련 책들을 읽어보면 매일 새벽 주문을 확인하고, 차고에 있는 책상 위에서 (문짝으로 만든 책상이라고 한다) 책을 하나씩 정성스럽게 박스 포장한 후에 우체부가 오면 건내줬다고 한다. 그러다가 주문이 2개가 되었고, 2개가 200개가 되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작은 오더들이 하나씩 축적되어 우리가 아는 그 아마존으로 성장한 것이다. 한국의 쿠팡이나 티몬도 비슷하게 시작했을 거라고 생각된다. 한 딜 한 딜 정성스럽게 신경 쓰면서 진행했을 것이고 그렇게 시작한 작은 구멍가게가 1조원 이상의 매출을 내는 큰 회사로 성장했다.

첫 날 부터 100만개의 주문을 처리하는 회사는 없다. 누구나 다 한 개씩 판매 하면서 시작한다. 하지만 한 개를 팔면서 얻게되는 노하우가 쌓이면서 10개에 적용되고, 10개 판매하면서 더 쌓인 노하우가 100만개 판매할 때 적용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실은 본인이 직접 창업해서 고객의 주문을 직접 손으로 포장해서 보내보지 않으면 잘 모른다. 지금도 우리나라 어느 구석에서 작은 인터넷 까페를 통해서 보세 옷을 판매하고 있는 어린 친구들이 많이 있다. 주문 하나씩 올 때 마다 정성껏 포장해서 택배로 보내면서 제품 하나 당 2-3만원씩 벌고 있는 이 하꼬방에서 한국의 아마존이 탄생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미지 출처 = http://nistmep.blogs.govdelivery.com/wp-content/uploads/2014/03/growing-clusters.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