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락보다는 용서를 구해라

opps-sorry영어에는 이런 말이 있다 “Ask forgiveness, not permission”
이 말을 직역하면 “허락보다는 용서를 구해라”가 되는데 스타트업에 딱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간단히 설명하면 새로운 일을 벌일 때 – 특히, 벤처기업이라면 과거 전례가 없는 완전히 새로운 것일 가능성이 높다 – 시작하기 전에 이런저런 고민하는 것 보다는 일단 시작해 놓고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 해결하라는 의미다(해결책은 항상 존재한다는 의미 내포)

얼마 전에 이런 상황에 놓여있는 한 젊은 창업가를 만났다(프라이버시와 서비스의 비밀유지를 위해서 신상 비공개).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과연 법적으로 이게 가능한지 확실치 않았고, 자문할 수 있는 변호사 비용이 없어서 베타 사이트를 launch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변호사 비용을 구하기 위해서 투자유치를 하고 있었는데 아직 서비스를 시작도 하지 못했고, 투자자들에게 보여줄 그 어떠한 수치와 시장의 피드백도 없었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일단 서비스를 launch 하라고 했다. 그 이후에 만약에 법적 문제가 생기면 그때 용서를 구하라고 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 젊은 친구는 평생 시작을 못 하기 때문이다.

남들이 해보지 않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먼저 시장의 허락을 구한다면 – 내가 장담하건대 – 절대로 허락받지 못한다. 사람과 시장의 심리라는 게 전례 없는 것들은 일단 무조건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또한,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 10명한테 똑같은 거에 대해 상의하면 각각 다른 말을 할 것이다. 어떤 전문가는 괜찮다고 할 것이고, 어떤 전문가는 이런저런 문제 때문에 안 되니까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할 것이다. 새로워서 아무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이 기존 시장에 없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거나,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에 예상되는 모든 문제를 예측하고, 그 문제들에 대해 100% 허락을 받고 시작하려는 계획을 하고 있다면 절대로 시작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답은 – 그리고 본인이 정말로 이걸 할 의지가 있다면 – 그냥 하는 거다. 누구의 허락을 받고 시작하는 게 아니라 일단 시작하고 혹시 잘못되면 그때 가서 용서를 빌면 된다. 실제 우리 주위에는 이런 스타트업들이 매우 많고 대표적인 사례들이 Uber, Airbnb와 Aereo다.

Uber는 지금 한국에서도 법적 문제가 있는 거로 알고 있다. 과거에는 시도되지 않았던 새로운 개념의 교통수단 이어서 – 실제로 Uber는 교통수단이 아니라 택시 운전사들과 승객을 연결해주는 마켓플레이스지만 – 과연 이게 합법이니 불법이니 말들이 많다. 한국뿐만이 아니라 미국에서도 법적인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지만, 어쨌든 간에 비즈니스는 잘 운영되고 돈도 잘 벌고 있다. 법적 문제와 교통 당국과 계속 충돌이 있지만, 그럴 때마다 잘 네고하고 어떤 경우에는 로비스트들을 활용해서 대부분 잘 합의해서 서비스를 계속 확장하고 있다.
Airbnb도 마찬가지이다. 회사가 잘 되고 규모가 커지니까 숙박업소들이 이 비즈니스는 불법이라고 뉴욕에서는 소송까지 걸었다. 아마도 잘 합의 할 것이다(돈이 많으니까 돈으로 합의할 것이다). 더욱더 중요한 거는 에어비앤비 고객이 이렇게 많은데 만약에 서비스를 닫아버리면 시장의 반대는 절대로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는 Uber도 마찬가지다.
Aereo에 대해서는 내가 과거에 포스팅한 적이 있다.
-Disrupt to Create
-The Disruptors
이 회사 또한 지금 방송사들과 법정 공방이 치열하지만, 지금까지는 이기고 있다. 져도 분명히 합의해서 비즈니스 할 방법을 찾을 것이다.

Uber, Airbnb와 Aereo가 만약에 시장과 당국의 허락을 받은 후에 시작하려고 했다면 절대로 창업하지 못했을 것이다. 법적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이로 인한 비즈니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대부분(이 분야에 대해서 좀 안다는 사람들) 반대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일단 시작했고 문제가 발생하면 시장의 용서를 구하면서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있다.

음악 산업에서도 이런 일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내가 뮤직쉐이크를 하면서 큰 음반사들과 만날 기회가 여러 번 있었고 음반사 법무팀과도 자주 일을 했다. 그중 한 변호사가 나한테 하루는 굉장히 긴 명단을 보여줬는데 아마도 거기에는 수 천개의 이름들이 있었다. 뭐냐고 물어보니, “우리 회사 음악을 불법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서비스 리스트야. 너무 많아서 다 고소하는 것도 비효율적인데 이 중 엄청나게 커지거나 유명해지면 그때 소송을 걸려고.” 소송 걸었을 때 결과에 대해서 물어보니, “냅스터같이 회사 문을 아예 닫게 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고, 그냥 적당한 선에서 합의하는 거지.”라고 했다.

시장의 허락을 받지 않고 서비스 시작을 했는데 어차피 서비스가 커지지 않으면 그냥 아무도 모르게 없어지면 된다. 만약 대박이 터지면 그때 용서를 구하면 된다. 생각해보면 이건 굳이 벤처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인생에도 적용된다(그렇다고 범법행위를 한 후에 용서를 구하라는 말은 절대로 아니다).

<이미지 출처 = http://www.cbsnews.com/news/google-struggles-with-its-do-first-ask-forgiveness-later-strategy/>

투자 framework

이건 내가 온/오프라인에서 굉장히 자주 받는 질문이고 나도 다른 투자자들에게 자주 물어보는 질문이다. 내 투자 framework은? (쉬운설명: 내가 투자결정을 할때 고려하는 것들은?)

솔직히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모든 투자자들이 나름대로 어느정도의 framework와 공식을 가지고 투자 기회를 검토하고 평가하겠지만 이런 원칙과 생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들이 워낙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가 정답일 거 같다. 하지만, 그래도 대부분 기본적인 틀을 기반으로 결정을 할텐데 나 같은 경우는 다음과 같다 – 솔직히,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1. Team : 항상 강조하지만 아무리 강조해도 충분치 않다. 역시 팀원들이 가장 중요하다. 나는 일단 첫인상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창업팀의 눈빛, 말투, 상황에 대응하는 자세 등 여러가지를 짧은 첫 만남을 통해서 관찰하려고 노력한다. 첫 만남의 느낌이 좋으면 75% 합격이다. 물론, 사람을 한 번 만나서 판단하긴 어렵다. 틀린적도 많다(더 많다). 첫 느낌은 너무 좋았지만 알아 갈수록 실망했던 경우도 있었고 반대로 첫 만남은 좋지 않았지만 몇 번 더 만난 후 투자를 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투자자라는 직업상 사람을 굉장히 많이 만나보니 이제 한 시간 정도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면 이 사람이 좋다 또는 별루다 라는 판단은 할 수 있게 된 거 같다. 물론, 이 판단이 맞다는 말이 아니다. 그냥 나 스스로 확신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의미에서 내가 잘 알고 좋아하는 지인의 소개를 통해서 만나는 팀들은 훨씬 확률이 높다고 말할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창업팀은 3명이다. 엔지니어 2명 + 디자이너 1명 / 엔지니어 3명 / 엔지니어 1명 + 디자이너 1명 + 제품 1명 : 이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콤보다. 팀에 엔지니어가 한 명도 없는 팀은 거의 투자를 하지 않지만 너무나 좋은 팀원들이면 예외라는 건 항상 있을 수 있다. 창업팀을 만난 후 항상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상황이 좋을때는 상관없지만 비즈니스가 잘 안되고 회사에 돈이 없을때도 이 팀은 계속 같이 똘똘 뭉쳐서 비전을 실행할 수 있는 사람들인가?” 물론, 팀원들을 개인적으로 잘 모르는 상황에서 정확한 답이 나오기는 힘들지만 최대한 이 질문에 대한 답에 스스로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각도에서 검토를 해본다.
그리고 나는 “잘 모르겠습니다”라는 말을 솔직하게 하는 팀들을 좋아한다. 어떤 팀을 만나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으며, 조금이라도 자존심을 건드리는 공격적인 질문을 하면 (나는 성격도 성격이지만 일부러 이럴때가 많다) 굉장히 방어적인 반응을 보인다. 이런 팀들은 벤처를 하면서 성공할 확률이 매우 떨어진다. 잘 아는 건 당연히 자신있게 어필하되, 모르는 건 솔직하게 모른다고 하는 팀들을 좋아한다.

2. 시장의 크기 (문제점) : 이들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무엇인가? 그리고 이 문제를 돈으로 환산해보면 시장의 크기가 어느 정도 될까? 기발한 기술과 제품이라도 시장의 크기가 너무 작으면 투자로써의 매력은 없다. 가령 시장의 100%를 다 먹었을때 가능한 매출이 100억 밖에 되지 않으면 투자하는게 매우 꺼려진다. 100억 이라는 시장 자체가 투자금의 큰 return을 보고 투자하는 VC들에게는 너무 작게 느껴질 수 있으며, 시장의 100%를 다 먹을 수 있는 비즈니스는 없기 때문이다. 전체 시장의 10%만 점유해도 나쁘지 않은 비즈니스인데 위의 경우에는 그러면 10억짜리 비즈니스에 투자를 하게 되는건데 좀 곤란하다. 아마도 한국 시장만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생각하는 한국의 벤처기업이면 이 시장의 크기에 대해서 잘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물론, 쿠팡과 같이 한국에서만 비즈니스를 해도 시장의 크기가 수조원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여기서 나는 한가지를 더 본다. 스타트업의 비즈니스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현재 시장에 존재하는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서비스인가 아니면 그냥 ‘있으면 더 좋은’ 기능적 서비스인가? 만약에 전자라면 (기존 프로세스나 제품에 사용자의 편의를 해치는 문제점이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비즈니스) 시장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아도 검토를 꼼꼼히 하는 편이다. 왜냐하면 뭔가 불편한 걸 해결하는 제품이라면 그렇지 않은 제품보다는 잠재 고객이 돈을 내고 구매할 확률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시장에 좋은 제품들이 나와있고 특별히 문제가 되는 건 없지만 “우리 제품을 사용하면 더 재미있고 많은 걸 할 수 있어요” 류의 ‘있으면 좋은(good to have)’ 제품의 경우 시장이 아주 클 수록 좋다.

3. 기술 : 좋은 팀이, 큰 시장을 공략한다. 아주 좋은 그림이다. 그럼 이들이 어떻게 그 시장을 공략할 계획인가? 이들이 만드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노동집약적인 접근방식인가 아니면 첨단 기술을 이용한 접근방식인가? 우린 당연히 후자만을 본다. 아무리 큰 시장이라도 시장을 접근하는 방법에 기술이 활용되지 않으면 우리같은 tech VC들은 투자를 정당화 할 수도 없으며 하기도 싫다. 기술을 이용해서 한계비용(marginal cost)을 거의 0으로 만들 수 있는 비즈니스를 우리는 좋아한다.

예를 들어 경영 컨설팅 비즈니스의 시장 크기가 10조원이라고 가정해 보자. 큰 시장이고 똑똑한 젊은 친구들이 새로운 방법으로 시장을 접근해서 5년만에 시장의 10%를 먹겠다고 찾아왔다. 아마도 투자 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컨설팅이라는 업 자체가 매우 노동집약적이기 때문이다. 즉, 사람 장사이다. 만약 1개의 기업을 컨설팅 하는데 컨설턴트 3명이 필요하면, 2개의 기업을 컨설팅 하려면 컨설턴트 6명이 필요하다. 5개의 기업을 컨설팅 하려면 5×3명 = 15명의 컨설턴트가 필요하다(플러스 마이너스 2~3명). 당연히 매출은 비례적으로 증가하지만, 비용도 똑같이 증가한다. 매우 선형적인 성장을 하는 비즈니스이다.
이와 달리, 기업이 스스로를 진단해서 외부 컨설턴트의 컨설팅을 받는 수준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온라인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비즈니스라면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물론, 이런 소프트웨어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1개의 기업에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거랑 10,000개의 기업에 이 서비스를 제공할때 드는 비용은 동일하다. 한계비용이 거의 ‘0’이기 때문이다. 비용은 최소화 하면서 매출은 극대화 할 수 있는 비즈니스이다. 당연히 이익 또한 극대화 할 수 있다.

바로 대부분의 모바일과 웹 서비스의 기본이며, 기술 play가 있기 때문에만 가능한 것이다.

나는 투자할 때 주로 위 3가지를 많이 생각한다. 물론,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예외는 항상 존재한다. 아무리 시장이 작아도 팀이 너무너무 맘에 든다면 투자를 할 수도 있다(그리고 다른 걸 하라고 권장할 것이다). 기술의 play가 조금 약해도 팀이 너무너무 맘에 들면 투자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고 시장이 100조원이라도 팀이 맘에 안 들면 절대로 투자는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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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生MBA리포트] MBA에는 답이 있다? 없다?

MBA의 길

기고자 소개) 박은정 씨는 와튼스쿨 (Wharton School) 졸업한 후 현재 Top MBA 전문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MBA 지원자들에게 도움을 준 경험을 기반으로 “미국 Top MBA 가는길(매일경제)“를 공저하였으며, 현재 자신만의 노하우와 지식을 바탕으로 최신 MBA 트렌드와 어느 학원에서도 해 주지 않는 진짜 MBA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있습니다.
그녀는 연세대학교 상경계열 졸업 후 삼일회계법인에서 일을 했으며 현재 미국 동부 피츠버그에서 가족들과 함께 거주하고 있습니다. 박은정씨의 글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mbaparkssam@gmail.com으로 연락주세요.
*박은정씨가 운영하는 MBA의 길에 가시면 MBA 관련 더 많은 정보가 있습니다.

[生生MBA리포트]라는 이름으로 기고를 시작하게 된 박은정입니다. 간단하게 제 소개를 하자면, 저는 연세대학교 상경계열을 졸업한 후 삼일회계법인에 다니다  2007년에 와튼스쿨에 입학하였습니다. 처음에는 관성의 법칙에 따라 ‘일단 가던 길 계속 가자’라는 신념으로 미국 뉴욕에서 HSBC 투자은행의 인턴으로 일하기도 했으나, 결국 이 경험은 finance에 대한 미련을 버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블로그의 주인장되시는 배기홍 씨와는 Wharton의 입학동기인데, Wharton에서의 시간이 그분과 제 인생을 뒤흔드는 변화를 가져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와튼에서 만난 많은 이들이 심사숙고와 자기성찰 끝에 MBA에 지원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반면, 저는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 그대로 MBA에 대한 깊은 생각없이, 그저 회사가 싫다는 이유만으로 떠난 바 있습니다. 그런 제게, 와튼 MBA 과정은 제게 엄청난 멘붕과 자기반성의 기회를 선사하였습니다.

그 여파로 MBA에서 흔치않은 휴학까지 감수한 저는, 우연히 “Top MBA가는 길“이라는 책을 공저한 경험을 통해 다른 이들에게 제가 경험한 바를 나누는 일에 대한 열정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피츠버그에 살면서 MBA 지원자분들을 위한 admission consultant로 일하고 있으며, Carnegie Mellon 의 Tepper Business School 교수인 남편을 통해 business school 관련 정보 및 트렌드를 근거리에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Admission consultant라면 “무조건 MBA 가라, 일단 가는 게 남는 것!” 이라고 이야기할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천만의 말씀! 2007년도 저와 같은 생각으로 MBA 가시려는 분을 만나면 전 늘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MBA 에는 답이 없습니다!”

작년에 저는 이런 기사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한 젊은 증권사 직장인이 MBA를 준비하다가 과로사했다는 정말 안타까운 기사였는데요, 기사 내용은 이랬습니다. “MBA 출신 동료들이 자기보다 훨씬 더 많은 연봉을 받는 것에 회의를 느끼고 최근 뒤늦게 MBA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의 친척은 ‘A씨가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완벽주의 성향이라 일을 하면서도 MBA를 준비했다’라고 말했다.” 저는 절대로 그분의 노력이나 의도를 비하하고자 하는 생각은 없습니다. 확실히, 제가 지원하던 2006년에 비하면, 요즘은 직장인이라면 MBA를 한번쯤 고려해보지 않으신 분이 드물 정도로 지원자가 많아졌습니다. 마치 MBA도 어학연수와 같은 하나의 스펙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많은 지원자분들을 만나보면, ‘나는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MBA에 가는가’, 라는 정말 기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가지지 못하신 분들도 상당히 많다는 것입니다. 절반 정도는 ‘가서 생각해보면 답이 나오지 않겠느냐, 일단 입학한 후에 천천히 찾아보겠다’라는 말씀을 하시는데, 그런 분을 만날 때마다 저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MBA는 정글입니다. 9월 개강과 함께 레이스가 시작되는.
초원에서 느긋하게 풀을 뜯어먹다가 갑자기 질주를 시작하는 아프리카의 물소 떼를 상상해보세요.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새벽까지 술먹고 퍼질러 놀던 외국 친구들,
‘내가 이렇게 덜떨어진 넘들이랑 경쟁하느라 MBA 준비하며 그렇게 피를 말렸단 말야?’ 어이없을 정도로 모자라 보였던 동기들이, 우다다다 갑자기 한 방향을 향해 질주하기 시직합니다.
아침부터 오후까지는 수업 듣고, 오후에 팀미팅 하고 reading material 읽고 숙제하고, 저녁에는 숨돌릴 틈도 없이 쏟아져들어오는 회사설명회 다니고, 목요일 저녁에는 social event 참석하고, 금요일은 뉴욕에 가서 네트워킹하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쁩니다. 신기한 건, 나는 간신히 남들 하는 것만 흉내내는데, 이 ‘덜떨어져 보였던’ 다른 학생들은, 지금 자기가 뭘 해야 할지 잘 알고 빠릿빠릿 주체적으로 다닌다는 겁니다. 이게 단순히 체력이나 영어의 차이일까요? 전 아니라고 봅니다.

대체로 MBA는 엄청난 실제 비용 + 기회비용을 수반합니다. 기회비용을 차치하고라도, 직접 지출되는 expense만 생각해도 1.5억원 이상이죠 (대도시, 평균적 소비성향을 가진 싱글 기준). 그러다보니 미국 학생들은 대부분 자기의 커리어골 + why MBA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옵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목표와  그에 맞춘 action plan을 어느 정도는 갖고 학교에 입학한다는 이야기지요. 이런 친구들은 우선 본인이 노리는 목표에만 focus해서, 몇 개의 회사를 추려서 그 회사들에만 공을 들이고, 그 안에서 동문들을 찾아서 금요일마다 네트워킹을 합니다. 정작 이력서를 낼 기간이 되면, 이런 친구들은 이미 자기가 원하는 회사의, 가고자 하는 팀의 구성원들은 모두 다 만나본 상태입니다. 다른 학생들이 인터뷰 기회를 받느냐 마느냐 걱정하고 있을 때, 이런 친구들은 resume 통과는 따놓은 당상이요, 실무 레벨은 이미 다 구워삶아놓은 거죠.

물론 저는 이렇게 ‘준비된’ 지원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상당히 많은 수의 한국 지원자들이 같은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혹시, 양심에 손을 얹고, MBA에 가고자 하는 이유가 다음 중 하나에 해당되시는지 생각해 보세요.
1) 지금 커리어가 뭔가 답이 안 보이는데 MBA가면 답이 있을 것 같아서
2) 지금 다니는 회사가 싫은데 그냥 비슷한 데로 이직하기는 왠지 내가 지는 것 같아서
3) 별 거 없던 대학동창이 MBA 다녀와서 잘 나가고 있어서
4) 아무래도 갔다오면 안 갔다온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확실한 목표와 확고한 의지가 없다는 점에서 다 동일한 이유입니다. 단언컨데, MBA에는 답이 없습니다. 합격이 능사가 아닙니다 – 저런 마인드로 지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지원한 4학교중 HBS만 빼고 Wharton, Chicago, Ross 모두에서 합격통보를 받았습니다 – 문제는 합격보다 100배는 더 중요한 학교생활이 구심점을 잃고 방황할 가능성이 큽니다. 확실한 목표가 없으니(이것도 나쁘지 않아 보이고, 저것도 괜찮을 것 같고), 어떤 회사의 어떤 포지션(관심이 없으니 구체적으로 잘 모릅니다)을 목표로 해야 할 지도 모르고, 네트워킹을 하긴 해야겠는데 대체 누굴 만나야 할 지도 모르는 겁니다.

‘MBA 에 가면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리지 않나요?’ 맞는 말입니다. MBA 를 마치고 과거에는 도무지 불가능해 보였던 career jump를 성취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조금만 발품을 팔고 여기저기 알아보면, MBA가 열어주는 기회의 문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대체로 알 수가 있습니다. 지금 나도 모르는 답을 MBA가 알려주지 않습니다. 막상 학교에 가서 대다수 경쟁자들은 이미 답을 찾아와서 전력질주를 하는데, 나 혼자 답을 찾겠다고 이쪽 힐끔, 저쪽 힐끔하다가는 결국 제대로 고민도 못한 채 많은 사람들이 가는 방향으로 끌려가기 마련입니다. 제가 왜 IB에서 인턴을 하게 되었는지 아시겠죠 (ㅠ_ㅠ)

MBA를 고려하신다면,
나에게는 하버드가 맞을까 아니면 와튼이 더 잘 맞을까? 이런 걱정은 붙들어 두셔도 됩니다.
지난 3년간 스탠포드에 붙었다는 합격자 스펙 조사하느라 인터넷 뒤질 필요 없고요.
지금 해야 하는 가장 급한 임무는, 내가 MBA에 대체 왜 가야 하는지, 스스로가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는 일입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없다면, 지금 직장에 올인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제가 학교에 들어오고 나서 가장 후회했던 점은, 내가 지원 전에 했어야 하는 고민을 입학하고 나서 하고 있구나, 하는 점이었습니다. 1년에 5만불이 넘는 학비를 내는 상황에서, 이런 때늦은 고민은 실로 엄청난 대가를 요구합니다.

지원하는 과정에서는 치열하게 고민하고, 확실한 목표를 세우시고, 입학하기 전까지는 전략을 다듬고, 입학하는 순간 전력질주를 시작하세요.

Strong Ventures 유래

우리 회사 이름은 Strong Ventures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 이름이 그냥 ‘강한(strong)’에서 유래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여기에는 이보다 조금 더 깊은 의미가 있다.

(VC들은 잘 아실 텐데 일반인들은 잘 모를 것이다) 대부분의 벤처 펀드들의 이름은 창투사가 위치한 지역과 밀접한 연관이 있거나 창투사 founder들의 이름/학교/지역/고향 등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 즉, 대부분의 펀드는 단순한 이름을 넘어서 더 개인적인 의미가 담겨 있는 경우가 많다. 몇 가지 예를 들면:
–Sequoia Capital은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Sequoia 나무에서 유래
–Palo Alto Investors는 회사가 위치한 동네 Palo Alto에서 유래
–DFJ는 펀드 창업자 3명의 이름 앞 자에서 유래 (Draper, Fisher, Jurvetson)
–Menlo Ventures는 회사가 위치한 동네 Menlo Park에서 유래

등등 대부분 벤처펀드의 이름을 보면 이런 경우가 많다(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John이랑 나도 펀드를 처음 만들 때 우리랑 개인적으로 연관된 재미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둘 다 어릴 적부터 스페인의 까나리아 군도에서 자랐기 때문에 (이 글 참고) 여기서 뭔가 영감을 얻자고 했고 이런저런 지명을 생각해 봤다. 우리가 자란 곳의 영문 이름이 Canary Islands이니까 처음에는 Canary Ventures라는 이름을 생각했는데 ‘카나리아’ 새 이미지가 먼저 떠올랐고 – 조금 약한 느낌 – 한국사람들 한테는 까나리 액젓도 연상되는 거 같아서 pass. 까나리아 군도의 라스팔마스(Las Palmas)라는 도시에 살았으니까 Las Palmas Ventures도 고려해봤지만(영어로는 Palm Trees) “라스팔마스”는 너무 길어 발음하기가 힘들어서 pass.

그러다가 까나리아 군도의 다른 섬들 이름을 생각해봤다(참고로 까나리아 군도는 7개의 섬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Fuerteventura라는 섬이 있는데, 이 섬의 이름에서 우리 회사 이름이 나왔다. Fuerteventura를 영어로 옮기면 “fuerte = strong” , “ventura = venture(이 번역은 아주 깔끔한 번역은 아니지만 비슷하다)” 라서 Strong Ventures로 정했다.
fuerteventura
다행히도 strongvc.com 도메인이 구매 가능했고(아주 운이 좋았다), “스트롱 벤처스”라는 이름이 누구나 한번 들으면 거의 잊지 않는 이름이며 한국 사람들이 발음/기억하기에도 아주 쉬운 이름이었다. 이게 Strong Ventures 이름의 유래이다.

6.2조원

[Update 2014.11.16. : 2013년 11월 12일 이 글을 처음 포스팅 했을때 “몇 년 후에는 일매출이 10조원을 넘길 수 있다는 의미이다” 라고 썼는데, 알리바바는 딱 1년 만에 일매출 10조원을 돌파했다]

오늘 아침에 신문을 보다가 아주 오래동안 화장실에 앉아 있었다. 변비가 있었던게 아니라 아직도 내 머리속에 박혀있는 아찔한 숫자 때문이다.

6.2조원(57.8억 달러) –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회사 알리바바의 인터넷 쇼핑 사이트의 11월 11일 하루 매출이다. 참고로 11월 11일은 한국에서는 ‘빼빼로 데이’, 미국에서는 ‘Veterans Day(재향군인의 날’ 인데 중국에서는 알리바바의 인터넷 쇼핑몰에서 대량 할인 판매를 하는 ‘11.11. 쇼핑 페스티발 데이’로 유명하다. 참으로 엄청나고, 기가막히고 솔직히 상상이 잘 되지 않는 금액이다.

몇가지 재미있는 비교:
-알리바바의 작년 11월 11일 매출은 3.3조원이었다. 올해 거의 2배를 한 셈이다
-미국의 최대 쇼핑 데이는 Thanksgiving Day 다음날인 ‘Black Friday’와 그 다음 주 월요일인 ‘Cyber Monday’인데 미국인들은 작년 이 기간 동안 온라인 쇼핑에 2.7조원을 소비했다
-한국 쿠팡의 년매출은 1조원이 약간 넘는걸로 알고 있다
-할인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6분 동안의 매출은 1,800억원 이었다. 참고로, 한국 쿠팡의 월매출은 1,000억원이 약간 넘는다
-11월 11일 24시간 동안 이루어진 총 주문 수량은 무려 1억 7,100만 건이다

중국 시장이 크고 알리바바가 대단한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하루 매출 6.2조원이라는 수치는 정말로 내 작은 머리로 상상조차 하기가 힘들다. 중국의 인터넷 보급율이 50% 미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몇 년 후에는 일매출이 10조원을 넘길 수 있다는 의미이다. 곧 상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알리바바와 창업자 Jack Ma 한테는 아주 좋은 결과이다.

중국이라는 나라가 갑자기 무서워졌다.

<글 출처 = “Alibaba 11.11 Shopping Festival Breaks Record” -Wall Street Journal>
<이미지 출처 = http://az598155.vo.msecnd.net/wp-uploads/2014/02/jack-ma-alibaba.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