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바이블 1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극단적 조치

작년 말 중국의 우한이라는 곳에서 처음 발생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가 결국 3개월 만에 전 세계를 정지시켰다. 정말로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가장 큰 블랙스완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기 시작했고, 나도 처음 겪어보는 글로벌 경제 위기에 전 세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스타트업 분야는 그나마 거시경제의 영향을 가장 늦게, 그리고 적게 받는 분야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너무나 큰 스케일로 번졌기 때문에 그 누구도 안전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요새 부쩍 하고 있다. 우리가 투자하는 초기 스타트업들이야 항상 돈이 없지만, 대기업마저 스타트업과 같이 돈이 없어서 위태로운 이 시기에 스타트업은 어떻게 행동해야할까?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내 기억으로는, 내가 가장 처음 경험했던 경제대란은 1997년 IMF 사태였다. 솔직히 이때 나는 군인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제대해도 학생이기 때문에, 막상 직접 체감하진 못 했었다. 그 이후 2000년도 초반, 실리콘밸리에서 인터넷 거품이 터졌을 때 나는 첫 직장에서 정리해고 됐다. 이게 두 번째 경제대란 경험이었다. 그리고 미국에서 뮤직쉐이크 할 때, 대마불사였던 Lehman Brothers가 파산하면서 2008년~2009년에 경험했던 경제위기는 아직도 몸으로 기억할 정도로 처참했고 우울했다. 그런데 이번 경제위기는 2008년보다 더 파급력이 클 것 같다는 걱정이 매일매일 커지고 있다. 우리도 이런데, 경기가 좋아도 하루하루가 힘든 스타트업은 어떨까. 실은 이 와중에도 잘 하는 회사도 있고, 오히려 더 잘되는 회사도 있지만,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최악의 상황을 준비해야 한다. 대표이사들은 어쩌면 겉으로는 부인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분명히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 경험에 의하면, 느낌이 좋지 않다면, 지금 당장 행동을 해야 한다.

얼마 전에 내가 2009년 세계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뮤직쉐이크가 망할뻔 했을 그 시절에 썼던 포스팅 시리즈를 다시 한번 쭉 정독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느꼈던 점들과 우리가 취했던 행동들을 창업가 분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내용을 편집/각색해서 여기서 공유해본다. 물론, 12년 전 이야기이고, 나는 그때 정말로 경험 없는 초짜 사업가였기 때문에, 정말 많은 실수를 했다. 하지만, 경기지수와 주식시장이 거의 10년 전으로 리셋된 걸 보면서, 어쩌면 내가 당시에 느꼈던 점들과 취했던 액션들이 지금 이 불확실성을 두려움과 공황으로만 버티고 있는 창업가들한테도 많은 도움이 될 거라는 확신이 섰기 때문에 여기서 공유한다(참고로 좀 길지만, 유용하다).

Chapter 9 스타트업이 망할것 같으면?

왜 Chapter 9인가? 2010년도에 출간 된 내 첫번째 책 스타트업바이블은 244쪽 분량의 책이다. 244쪽이 어떻게 보면 많고 어떻게 보면 적은 애매한 양이라서 출판사 분들과 한 개의 챕터를 더 추가할까 말까 하는 이야기를 하다가 일단은 타이밍 문제가 있어서 챕터 8로 책을 끝냈는데, 실은 내가 이 책에 추가하고 싶었던 마지막 챕터가 하나 더 있었다. 이게 출판되지 않은 챕터 9이다. 이 내용은 편집되지 않은 내용이라서 책과 같이 문장이 매끈하지 못하고, 문체도 정제되지 않았으니 이 부분은 양해를 부탁드린다. 그리고 내용 자체가 10년이 넘었기 때문에 여러가지 상황이 지금과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계속 2009년도 이야기를 하는데 2009년도는 정말로 뮤직쉐이크한테 힘든 한해였다. 정확하게 말하면 2008년 12월부터 우리 회사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였다. 이미 투자를 받기로 어느 정도 결정이 되었던 상황이었는데, 세계 경제가 완전히 개판 나면서 구두로 투자 약속을 하였던 투자자들이 불과 며칠 만에 투자를 보류하더니, 결국에는 투자 자체가 없던일이 되어버렸다. 참으로 황당했지만, 솔직히 황당해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이미 은행잔고가 뚝뚝 떨어지는 게 내 눈앞에 보였고, 잔고가 “0″이 되는 순간에 회사는 원하든 원치 않든 공식적으로는 망하는 거니까. 아마도 이런 경험을 직접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내가 무슨말을 하는지 절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월급쟁이가 월급을 꼬박 꼬박 받으면서 다니던 회사가 망하는거랑, 직접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은행 잔고가 뚝뚝 떨어지고 지출은 계속 발생하는데 수입은 그 지출을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을 피부로 느끼는 거는 완전히 다르다. 마치 벼랑을 향해서 내리막길을 전속력으로 달리는 차의 브레이크를 젖먹던 힘을 다해서 밟아서 차를 멈추려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더 더러운 거는 운전자는 이미 차가 서기전에 벼랑밑으로 차와 함께 모두가 다 떨어질 거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는것이다.

확실한 거는 앞으로 3-4개월 안으로 뮤직쉐이크가 신규 투자 유치를 못할 거라는 점과 – 이 3-4개월이 결국은 12개월로 연장되었다 – 그동안에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가 우리 회사를 인수하지 않을 거라는 것이었다. 즉, 무슨 결정을 하든 간에 빨리 결정을 해야 했다. 생각해야할거는 많이 있었지만, 크게 보면 2가지 선택권이 있었다. 여기서 그만 전기코드를 뽑는 쉬운 방법이 있었고, 또 하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발전기를 계속 돌려서 회사를 생존시키는 쉽지 않은 방법이 있었다.

나는 후자를 택하기로 했다. 왜?

솔직히 말해서 쪽팔렸다. 성공한 창업가는 아니더라도, 다만, 뭔가를 한번 해보려고 열심히 노력했고 만만치 않은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던 그런 사람으로 나는 기억되고 싶었다. 여기서 그만두면 나는 막말로 여러 가지 옵션이 있었다. 그냥 대기업이나 다른 IT 회사의 VP로 갈 수도 있었고, 그냥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명문 경영대학원에서 MBA 학위를 따서 더 편안한 고액연봉의 삶을 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학교를 과감하게 때려치우고 뭔가 한 번 해보겠다고 동부에서 서부로 이사했는데 칼을 뺐으면 두부라도 배야지 않겠냐. 그동안 싼 똥을 누군가는 치워야했고, 나는 그 작업을 한번 해보기로 했다. 문제는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였다.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고, 그러면서 비즈니스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DO I HAVE THE BALLS TO DEAL WITH THIS?

내 경험에 의하면, 밑에 나열한 9가지의 상황을 스스로 해결하고 극복할 자신이 없다면 지금 당장 그만두고 배를 갈아타야 한다고 본다:
1/ 전 직원의 50%를 해고
2/ 3개월 후에 다시 직원의 50%를 해고
3/ 그리고 필요할 때마다 직원의 50%를 계속 해고(그때까지 해고할 직원들이 남아있다면)
4/ 12개월 동안 정신적인 스트레스 때문에 밤잠을 설침(첫 6개월이 가장 힘들다)
5/ 거의 모든 계약이 하루아침에 무산되는 상황을 그냥 바라만 보기
6/ 잘나갈 때는 제발 한번 만나달라고 구걸하던 사람들이 전화나 이메일을 10개 이상 보내도 무시
7/ 언제는 우리 스타트업이 마치 제 2의 Facebook인 마냥 보도하던 언론사와 연락이 아예 안됨
8/ 지인들 앞에서 “네, 뭐 그럭저럭 잘 되고 있습니다.”라면서 마치 비즈니스가 잘되는 것 같은 거짓말 하기
9/ 똥을 치우기 전까지는 회사로부터 단돈 일원의 월급도 가져가지 않기

뮤직쉐이크는 잘나갈 때는 35명의 직원이 있었는데 2009년도 어느 시점에 우리는 아마도 12명까지 내려갔던 거 같다. 현재 우리의 headcount는(한국+미국) 15명 이다. 2009년도 언젠가부터 나는 비용절감을 위해서 정말 필요한 출장도 더는 가지 않았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울리던 우리 사무실 전화는 언제부터인가 조용해졌다. 그러면서 우리의 똥 치우기는 계속 되었다. 뭐, 솔직히 그다지 자랑스러운 이야기는 아니다. 회사 운영을 못해서 스타트업이 망할 위기까지 온 게 뭐 자랑스러운 거라고 이렇게 책에 포함할 생각까지 했냐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분명히 이런 원치 않은 상황을 경험한 사람들이 있을 테고, 현재 이런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시점에 와있는 대표들이 있을 것이다.

앞으로 내가 쓸 내용은 스타트업이 망해가고 있을 때 취해야 하는 행동들과 그러한 과정에서 내가 배운 중요한 교훈들에 관해서이다.

Chapter 9.1 우리의 활주로는?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현재 은행에 남아 있는 돈으로 회사가 언제까지 생존할 수 있는지를 계산하는 일이다. 즉, 활주로 (runway)를 계산해야한다. 스타트업 바이블 116쪽에 runway에 대한 정의는 다음과 같다:

내 수익을 만들지 못하는 스타트업이 현재 가지고 있는 돈으로 생존할 수 있는 기간을 활주로 (runway)라고 한다. 비행기가 활주로 끝에 다다르면 하늘로 이륙하거나 더 이상 운행을 하지 못하고 멈추거나 아니면 바다로 추락하듯이, 스타트업들도 돈을 다 소진하면 재투자를 받아 날아가거나 아니면 망하는 것이다. 벤처 캐피털들이 “활주로가 얼마나 남았습니까? How much runway do you have?”라는 질문을 많이 하는데, 이는 ‘지금 가지고 있는 돈이 언제 떨어집니까?’라는 말이다.

솔직히 활주로를 계산하는 건 정말 쉽다. 대학교를 나오지 않았어도 웬만한 정규 교육을 받은 현명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 손으로 할 수 있다. 매달 회사에서 발생하는 비용을(M) 계산하고, 현재 은행에 남아있는 잔액을 M으로 나누면 된다. 그러면 현재 은행에 남아 있는 돈으로 우리 스타트업이 과연 앞으로 몇 개월 동안 연명할 수 있는지 정답이 나온다. 스스로 하는 게 조금 버겨우면, 회계학을 전공한 친구나 주위에 있는 회계사한테 부탁하면 조금 더 자세하고 정교하게 계산해줄 것이다. 우리의 경우 M이 4개월도 채 되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활주로가 정의되었으면, 대표는 이 활주로를 어떻게 해서든지 연장해야 한다. 활주로를 연장한다는 말은 비용을 절감하던지, 매출을 증가시키는 건데 아마도 이 시점에서는 비용을 절감하는 게 더 쉬울 것이다. 직원들을 과감하게 잘라야 하며, 건물 주인과 네고해서 사무실 월세를 깎아야 하고, 불필요한 청구서들을 대폭 줄여야 한다. 그리고 나서는 현재 매출을 어떻게 하면 더블할 수 있는지를 아주 심각하게 고민해야한다. 이렇게 해서 비용 절감과 매출 신장을 단기간안에 하였다면 아마도 활주로가 2배 연장되었을 것이다.

또한, 경영진과 매일매일 머리를 맞대고 마른 수건을 짜듯이 비용구조를 더 개선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해야한다. 솔직히 작은 스타트업의 비용구조가 뭐 그리 복잡하겠냐…여기서 말하는 비용구조 개선이라 함은 그냥 무조건 아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라는 말이다. 월세를 100만원 내고 있다면, 건물 주인한테 가서 사정을 설명하고 앞으로 몇 개월 동안은 50만 원으로 해달라고 구걸해라. 직원들 핸드폰 비용의 50%를 회사에서 내주고 있었다면, 앞으로 몇 개월 동안은 중단하고, 한 달에 회식을 2번 했다면 이제부터는 회식을 하지 말아라. 어떻게 보면 직원들한테는 정말 치졸하고 더럽게 느껴지겠지만 어쩔 수 없다. 일단은 회사가 살아야한다. 회사가 망하면 모든 게 끝이니까.

Chapter 9.2 해고, 그리고 또 해고

제조업과 같이 생산시설과 설비를 필요로 하지 않는 인터넷 사업의 비용 구조를 분석해보면 비용의 절반 이상이 인건비이다. 특히 실리콘 밸리와 같이 능력 있는 사람들을 데려오기 위해서라면 돈을 아끼지 않는 미국의 스타트업의 경우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트업이 위기를 맞이해서 비용을 절감하려면 해고는 어쩔 수 없이 감행되어야 하는 절차이다.

해고는 글로 쓰면 너무나 쉬운 단어이지만,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 중 하나를 꼽으라면 아마도 부하직원을 해고했을 때인 것 같다. 당장 눈앞에서 해고를 말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개인적으로 친했던 사람과 어쩔 수 없이 멀어지는 상황도 견디기 쉽지 않았다. 아무리 친했던 사람이라도 스타트업의 자산이 되기보다는 부채가 된다고 판단이 되면 경영진의 입장에서는 해고를 결심할 수밖에 없다. 이쯤 되면 그 사람과 인간적으로도 멀어지게 되고 감정의 골은 날이 갈수록 깊어진다. 공과 사를 구별해야 한다는 사실쯤은 잘 알고 있지만, 현실은 말처럼 간단하지가 않다. 그런데 어찌 보면 이는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사람들이며 인생의 한때를 전부 바친 회사가 아닌가. 해고하는 사람이나 해고를 당하는 사람이나 모두 쓰디쓴 배신감을 맛볼 수밖에 없고, 이런 감정의 상처는 아무리 노력해도 좀처럼 낫지 않는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참고로 내가 같이 일하다가 해고했던 사람들과는 현재 나는 인간적으로도 완전히 멀어졌다. 이들은 아직도 나를 이 세상 어디선가에서 욕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솔직히 나도 너희 아직도 속으로 욕하고 있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해고할 때 매니저들이 항상 습관처럼 말하는 게 있다.
“너는 정말 내 동생같아서 인간적으로는 내 옆에 항상 두고 싶은데,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건 아닌 거 같다. 절대로 개인적인 감정은 없으니까 우리 밖에서 만나면 소주 한잔하면서 형, 동생같이 지내자.”
이거 완전 개소리다. 해고하는 사람이나, 해고당하는 사람이나 이런 상황까지 왔다면 그 이후로는 인간적으로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 매니저들은 나중에 사적인 자리에서 마주치지 않기를 기도해야한다. 졸라게 얻어맞을 수 있으니까.

그렇지만 어쩔 수 없다. 일을 하다 보면 적을 만들 수도 있고 사람들과 감정의 골이 생길 수도 있다. 그게 인생이니까 그냥 let’s get on with life.

자, 만약에 활주로를 계산했는데 스타트업이 앞으로 12개월 동안은 매출을 만들 확률이 전혀 없고, 현재 은행에 남은 돈으로는 6개월 정도밖에 버틸 수 없을 거 같다면 어쩔 수 없이 현재 직원의 3분의 1, 많게는 절반을 잘라야 할 것이다. 그리고 추가로 남은 사람들의 연봉도 삭감해야 할지도 모른다. 여기까지 결심을 했다면 다음의 절차를 한번 밟아봐라:

1/ 회사의 절대적 생존에 필요하지 않은 직원들의 리스트를 만들어라. 인터넷 서비스를 하는 스타트업이라면 홍보, 마케팅, 경리 등이 이런 직책이다. 솔직히 이런 분들이 있으면 좋지만, 그렇다고 없어도 인터넷 스타트업의 생사를 결정할 만큼 중요한 보직은 아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홍보, 마케팅, 경리 담당자들한테는 죄송하지만, 솔직히 본인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자신들이 하는 일이 영업부서와 같이 회사의 매출이나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걸. 이런 보직은 미안하지만 당장 없애야 한다. 그게 여의치 않으면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걸 생각해봐라.

2/ 남은 직원들의 연봉을 잘 분석해보고 현재 시장에서의 평균 연봉과 비교해봐라. 시장에서의 평균 연봉보다 훨씬 더 많은 월급을 받는 직원들을 없애고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을 현재 시장 평균 연봉에 구할 수 있는지 한번 알아봐라. 이 직원이 우리랑 몇 년 같이 일한 사람이 아니라 오늘 새로 고용할 사람이라면 이 연봉에 채용할 생각이 있는지를 한번 곰곰이 생각해보고, 그렇다면 그냥 유지하고, 아니라면 교체해라. “와, 정말 이렇게 치사하게까지 나가야 되나?”라고 문의하는 대표들이 있겠지만 우리는 지금 6개월 후에 망할 스타트업을 어떻게든지 살려보려고 바둥거리는 위치에 있다는걸 반드시 기억해야한다. 이런 결정이 하루 늦어질 때마다 회사의 수명은 일주일씩 짧아진다는 사실과 함께.

3/ 평균 시장가보다 더 많은 몸값을 받는 직원들과 1대1 면담을 해라. 그리고 현재 상황을 설명하면서 연봉을 삭감할 것이며, 대신 그만큼 스톡 옵션을 더 주겠다는 제안을 해봐라. 어떤 직원들은 오히려 회사의 지분을 더 받게 되어서 좋아하지만, 어떤 직원들은 연봉 삭감은 죽어도 안된다고 할 것이다. 직접 물어보기 전까지는 모른다.

4/ 위의 1, 2, 3번 절차를 3개월 후에 다시 한번 반복해라.

5/ 위의 1, 2, 3번 절차를 필요할 때마다 계속 반복해라.

근데 참으로 신기한 건, 이렇게 직원들을 대량 감원한 후의 회사의 output과 감원하기 전의 output을 직접 비교해보면 그 결과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음을 많은 대표들이 발견하고 의아해한다. 아니, 어떤 경우에는 100명의 직원이 있을 때보다 20명의 직원이 있을 때의 회사의 실적이 더 좋은 사례가 수두룩하다. 뮤직쉐이크도 경기가 좋을 때는 30명 이상의 직원이 있었지만, 2009년 말에는 거의 절반 수준인 15명이 남았는데 회사의 매출이나 performance는 오히려 더 좋아진 걸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이런 현상들에 대해서는 산업공학과 조직심리학과의 교수들과 학자들이 다양한 논문까지 발행한걸로 알고 있다.

마지막으로…해고는 하는 사람이나 당하는 사람이나 유쾌하지 않다고 했는데 여기에는 한가지 예외가 있다. 나같이 인정사정없고 냉혈동물 같은 놈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 직원이 있으면 당장 해고하고도 밤에 편하게 잘 수 있지만, 모든 스타트업 대표가 이렇지는 않다. 특히, 우리나라 문화상 남한테 싫은 소리는 죽어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분들한테는 불경기와 위기는 그동안 맘에 들지 않았던 직원들을 해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가 있다.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몇몇 직원들을 감원해야 하는 상황이 저절로 왔는데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어디있는가? 실제로 내 주위에는 2009년의 불경기를 잘 leverage해서 맘에 들지 않던 직원들을 다 자르고 2010년도에 새롭게 시작해서 요새 잘나가고 있는 스타트업들이 더러 있다.

Chapter 9.3 전직원의 영업 – 뭐라도 팔아라

회사가 만드는 제품을 팔 수 없다면, 그건 제품도 아니고 당신들이 하는 건 비즈니스가 아니다. 단지 취미 생활일 뿐이다. Dallas Mavericks 농구팀의 억만장자 구단주 Mark Cuban은 “영업은 모든 걸 해결한다”라는 말을 버릇처럼 하곤했다. 그만큼 스타트업이 살아남으려면 영업만큼 중요한 건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스타트업의 활주로가 6개월도 채 남지 않았을 때만큼 영업이 중요한 시기는 없을 것이다. 솔직히 상황이 이 지경까지 왔다면 3년 치 계획이니 회사의 장기적인 전략같은건 다 필요 없다. 곧 자금이 고갈되어 회사가 망할판에 장기적인 비전이나 전략이 뭐가 중요하단 말인가. 이때는 영업사원들뿐만이 아니라 스타트업의 전 직원이 영업 전선에 뛰어들어서 자사 제품을 팔아야한다. 개발자, 마케팅, 회계, 경리 상관없다 –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전원, 전방위적 공격을 해야 한다.

활주로가 6개월 남은 이 시점에서는 유감스럽게도 회사의 비전, 장기적인 전략 그리고 스타트업 창업 당시의 비즈니스 모델은 전혀 의미가 없다. 이 모든 걸 버리고 무조건 지금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영업활동에 전 직원의 혼과 정신이 집중되어야한다. 옷을 파는 회사인데 옷이 잘 팔리지 않고 활주로가 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면 옷감을 팔던지, 옷 사진을 팔던지, 뭐라도 단기적으로 돈을 회사에 벌어줄 수 있는걸 해서 조금이라도 회사의 생명을 연장해야 한다.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유저들이 곡을 만들어서 돈을 내고 MP3를 구매하게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우리의 비용을 충당할 정도로 잘 돌아가지 않아서 어떻게 하면 당장 돈을 벌 수 있겠냐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떠오른 아이디어가 바로 유저들이 만들어서 뮤직쉐이크에 올린 10만 개 가까이 되는 곡들을 CD로 구워서 파는 것이었다. 하지만 CD를 만들어서 인터넷에서 팔 수 있는 인프라가 우리한테는 갖추어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회사 근처에 있는 초/중학교 앞에서 직접 학생들을 대상으로 CD를 팔아보기로 하였다. 이때부터 회사가 아닌 근처의 초/중학교로 출근하기 시작하였다. 학생들 등하교 시간에 큰 박스에 CD를 꽉꽉 담아서 매우 싼값에 코 묻은 돈이라도 벌어 조금이라도 회사를 연명시키려는 절박한 심정이었다.

결과는 당연히 좋지 않았다. CD가 잘 팔리지도 않았지만, 한 학교에서 1시간 이상 서 있으면 항상 누군가는 신고해서 경찰한테 쫓긴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내가 못 배운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능력이 없는 사람도 아니고…. 그때 생각만 하면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지금까지 뮤직쉐이크에서 일하면서 “그냥 여기서 그만할까.”라는 생각을 딱 한 번 한 적이 있는데 그게 바로 이렇게 LA 경찰들한테 불법 이민자 취급받으면서 고생할 때였다.

여기서 전달하고자 하는 포인트는 스타트업의 현금 보유량이 바닥나고, 그렇다고 수십억짜리 계약이 성사되거나 갑자기 비즈니스가 확 뜰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면 현실을 빨리 인정하고 전 직원은 영업모드로 전환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의 기존 전략이나 비즈니스 모델과는 상관없이 무조건 뭐라도 팔아서 당장 현금을 계속 창출하는 게 중요하다. 마치 물이 2/3 정도 차올라서 가라앉고 있는 배에서 가장 중요한 거는 모든 선원과 승객이 물을 배 밖으로 퍼 내는거지, 배가 목적지 쪽으로 잘 가고 있는지 아니면 적당한 속도를 유지하고 있는지는 크게 상관없는 상황과 비슷한 거다.

Chapter 9.4 결론. 무조건 살아남아라

마지막 챕터의 마지막 장이다. 솔직히 이 외에도 많은 내용이 있는데 너무 길고, 그리고 나도 글로 생각을 정리하려면 시간이 좀 걸려서 여기서 마무리를 하려고 한다. 절망, 걱정, 슬픔, 기쁨(가끔), 감동 등의 감정이 롤러코스터와도 같이 요동쳤던 2009년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지만, 우리는 2009년 중반까지도 별다른 탈출구를 찾고 있지 못하였다. 오전 8시부터 밤 8시까지 내 머릿속은 온통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활주로를 연장할 수 있을까?”와 “어디서 몇십억 빌릴 때가 없을까?”라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고, 불안하고 초조하게 나날을 보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미친 짓이었는데, 언젠가 나는 스탠포드 대학 동문 주소록을 A부터 Z까지 훑으면서 언론에서 우리가 접하고 들어본 스탠포드 출신 유명인사와 부자들의 연락처를 적어 놓은 다음에 하나씩 연락을 시도해봤다. 사회적으로 유명한 사람들은 대부분 비서 연락처를 적어놓거나 연락처를 아예 적어놓지 않는데 여기저기 연락을 시도하는 와중에 나는 스탠포드 MBA 출신인 나이키 창업자이자 회장인 Phil Knight의 개인 핸드폰 번호를 얻을 수 있게 됐다. 아무리 얼굴에 철판을 깔고 영업을 해왔던 나였지만 나이키 회장한테 직접 전화를 한다는 게 매우 부담스러웠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몇 번이나 연습을 한 후에 나는 전화를 걸었다:

Phil Knight(PK): 여보세요?
배기홍(KB): 안녕하세요. 나이트 회장님이신가요?
PK: (귀찮은 어투로) 네, 맞습니다. 누구시죠?
KB: 안녕하세요. 저는 스탠포드 동문인 Kihong Bae라고 합니다…
PK: 네, 안녕하세요. What can I do for you?
KB: 정신 나간 소리 같지만, 우리 회사가 매우 어렵습니다. 200 불만 투자하시면 5년 후에 5배 이상의 수익률을 보장해 드리겠습니다.
PK: (껄껄껄 웃으면서) Son, you have some balls! (얘야, 너 참 용감하구나!). 너한테 돈을 주지는 못하지만, 너 이름은 반드시 기억해 두마. 이름이 뭐라고?
KB: Kihong Bae. 그런데 저는 제 이름을 기억하는 것보다 돈이 필요합니다. 회장님도 회사를 운영하시는 마당에 제 입장과 심정을 충분히 잘 이해하시리라 생각됩니다.
PK: 미안하지만 지금 바쁘고, 말했듯이 돈을 줄 수는 없다. I will remember your name though. Call me some other time and let me know how you are doing.

*몇 년 뒤에 나는 필 나이트 회장한테 다시 한번 전화를 해볼 거다. 정말로 내 이름을 기억하는지.

위와 같은 전화를 나는 다양한 스탠포드 출신의 유명인사들에 해봤지만, 당연히 매번 뺀찌를 먹었다. 이런 전화를 받고 투자를 하면 오히려 그게 미친놈이지. 하지만, 하늘도 뮤직쉐이크를 불쌍히 여기셨는지 2009년 12월에 정말 기적과도 같이 우리는 18억 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물론, 하루아침에 투자가 성사된 거는 아니었다. 무려 9개월의 투자유치 노력과 기다림의 결과였다. 2010년 1월 실제로 돈이 통장에 입금된 거를 확인하고 나는 내 친구이자 직장 동료인 철이와 포옹을 했다.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그런 남자들 간의 뜨겁고 힘찬 포옹이었다. 그리고 둘 다 별말 없이 한창 그러고 있었다. 뭐라도 크게 celebrate를 해야 할 것 같았지만, 솔직히 그동안 돈이 없어서 우리가 해야 하지만 못한 일들이 산더미 같았기에 다시 바로 컴퓨터 앞에 앉아서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전화를 붙잡고 열심히 sales call들을 시작하였다. We were back in business.

자, 여기까지가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이다. 2009년도는 뮤직쉐이크뿐만 아니라 이 블로그를 읽으시는 모든 분들한테 힘들었던 한 해였을 것이다. 운이 따르지 않아서 사업이 망한 분들도 있을 것이고, 나와 같이 운 좋게 살아남은 분들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거는 우리 모두가 많은 걸 느꼈고, 배웠고 앞으로는 더 잘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칼렛 오하라는 “결국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니까”라는 말을 하는데 이 말은 정말 맞는 거 같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며 오늘이 어제보다 낫고, 내일이 오늘보다 낫게 만들 수 있는 건 우리 개개인의 마음가짐이다. Success is really a mind game.

에어비앤비 스토리

얼마 전 미국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리 갤러거의 “에어비앤비 스토리(The Airbnb Story)”를 읽었다. 이 책은 오래전부터 읽어보고 싶었는데, 지난 몇 개월 동안 나는 일부러 창업이나 비즈니스 관련 책 보단 일반 소설을 읽는데 시간을 할애해서 인제야 읽게 됐는데, 비행 내내 밥 먹는 시간 빼곤 한 번도 책을 손에서 떼지 않고 단숨에 다 읽었다. 실은, 우리가 아는 현재 거대한 비즈니스가 된 스타트업들의 창업에 대한 이야기는 항상 재미있는데, 에어비앤비의 창업과 성장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내가 전에 포스팅했던 넥슨 창업 이야기 플레이만큼 흥미진진했고, 영감과 감동으로 가득 찼던, 마치 한 편의 대하소설과 같았다.

에어비앤비 관련 단편 일화들은 이 분야에서 일하면 누구나 다 한두 번은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가난한 디자인 전공 학생들이 디자인 관련 행사 참석자들에게 자신들의 침대를 돈 받고 빌려주면서 시작한 일화, 한때는 회사 서버를 유지하기 위해서 전당대회가 열리는 곳에서 두 대통령 후보를 주제로 한 시리얼을 판매했던 일화, Y 컴비네이터에 거의 떨어질 뻔했다가 턱걸이로 들어갔던 일화, USV의 Fred Wilson이 에어비앤비 투자하지 않았던 걸 후회한 일화 등은 아마도 누구나 다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나도 이런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듣고 읽어서 대략 알고 있었지만, 이 책에서 조금 더 깊고 구체적인 내용을 알게 되니, 모두가 비웃던 아이디어를 가진 세 명의 젊은 창업가들이 회사를 일으키기 위해 직면해야 했던 도전들, 이들이 구축한 제품과 문화, 그리고 세계 최고기업으로 단시간 만에 성장시킨 이야기는 실리콘밸리 다른 회사의 성장 스토리랑 비교해봐도 매우 인상 깊고 이단적이기까지 하다.

세 명의 창업가가 단기간에 수십조 원의 가치를 가진 에어비앤비라는 회사를 만든 과정을 책으로 보면서, 이 바쁘고, 정신없고, 잡음 많은 세상을 살면서, 쉽게 잊어버리지만, 투자자한테는 생명과도 같은 다음 세 가지를 계속 스스로 상기시켰다:
1/ 황당한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실행했을 때, 뭔가 항상 나오고, 그게 나오면 대박 성공 확률이 가장 높다.
2/ 지적인 강인함을 가진 창업가가 어려운 시기에도 성공할 수 있다.
3/ 학벌, 능력보단 의지. 특히, 배움에 대한 의지는 성공의 필수 조건이다.
4/ 밟아도 밟아도 죽지 않고 계속 황당한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실행하는 바퀴벌레 근성은 정말 중요하다.

에어비앤비 공동창업가이자, 현재 대표이사인 브라이언 체스키는 1년 365일 배움의 의지를 가진 사람인데, 독서광이기도 하다. 그가 가장 좋아하고 자주 인용하는 두 개의 명언이다:

“이성적인 사람은 자신을 환경에 적응시킨다. 비이성적인 사람은 환경을 자신에게 적응시킨다. 고로 모든 변화와 진보는 비이성적인 사람에게 달려있다.”
-조지 버나드 쇼

“처음에 그들은 당신을 무시하다가 당신을 비웃고, 그다음에는 당신에게 싸움을 걸어온다. 그러면 결국 당신이 이긴다.”
-마하트마 간디

에어비앤비의 탄생과 성장 자체를 바로 이 두 명언으로 요약할 수 있을 정도로 시작은 남한테 인정받지 못하고, 욕먹고, 비웃음당했다.

“낯선 사람을 낯선 사람의 집에서 재운다.”

그 누가 봐도 정말 미친 아이디어였고, 아무리 생각해도 에어비앤비는 절대로 생겨날 수 없는 회사였다. 그런데 세상에서 가장 기업가치가 높은 회사가 됐다.

대담한 아이디어를 가졌지만, 매번 무시당하고 조롱받았던 사람들. 하지만 결국 승리한 사람들.

이 책은 바로 그들의 이야기이다.

The Startup Bible – 2019 정리

1577276678349해마다 12월 마지막 주에는 한 해 동안 쓴 글들에 대해 정리를 하는 포스팅을 올리는데, 마침 내일이 2019년 마지막 날이라서 올해 정리를 하루 일찍 해본다.

2019년에 난 102개의 글을 올렸는데, 이는 3.6일에 한 번씩 블로깅을 한 셈이다. 매주 월요일, 그리고 목요일 포스팅을 하니까, 이 수치는 항상 동일하다. 102개의 포스팅을 읽기 위해서 The Startup Bible 블로그를 방문한 분은 총 147,895명이다. 월평균 12,324명, 일평균 410명이 방문한 셈이다.

2019년도에 가장 많이 읽힌 Top 10 글은 다음과 같다:

1/ 팀이 회사 그 자체다
2월에 쓴 글인데, 벤처 업계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사람들도 충분히 공감할만한 내용이라서 그런지, 많이 읽혔고, 읽은 후에 나한테 좋은 글 써줘서 고맙다는 메시지랑 이메일 보낸 분들도 꽤 있었다. 시장에서의 좋은 사람에 대한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잘 보여주는 현상이다.
참고로, 2018년도에 가장 많이 읽혔던 글은 ICO(Initial Coin Offering)와 코인경제이다. 시장이 참으로 급격하게 변하고, 사람들의 생각도 급격하게 변하는 것 같다.

2/ 스트레스 테스트
스타트업을 초반에 빨리 성장시키려면, 투자를 받아서 마케팅에 돈을 많이 써야 한다고 믿는 창업가들이 많다. 이 맥락에서 쓴 글인데, 꽤 많은 창업가가 공감한 것 같다.
2018년도에 두 번째로 많이 읽힌 글은 한국인들의 7가지 실수이다. 이 글은 꾸준한 all-time 베스트/스테디 글이었는데, 올해는 20위 권 밖으로 밀렸다.

3/ 창업가의 자질
올해 우리가 투자하면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것을 글로 정리했는데, 역시 스트롱뿐만 아니라 많은 투자자가 비슷한 생각을 한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좋은 창업가는 좋은 제품을 만들고, 펀드레이징을 잘하고, 그리고 좋은 사람을 잘 채용한다.

4/ 클럽딜에 대한 내 생각
실은 별 생각 없이 쓴 글인데, 몇몇 다른 투자자들한테 욕을 먹은 내용이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다.

5/ 공동창업자 구하기
1인 sole founder들이 나한테 공동창업자는 어디서, 어떻게 구할 수 있는지 많이 물어보는데, YC 파트너인 Kat Manalac 이 관련해서 좋은 동영상을 올려서, 이걸 보고 몇 자 적은 글이다.

6/ 스톡옵션 가격
이 내용도 많은 창업가와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분들이 즐겨 읽었다. 스톡옵션의 가격을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 많은 분이 궁금해하는데, 이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7/ 마지막 3%
인생은 디테일의 싸움이고,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특히, 제품을 만들 때에는 3%의 디테일이 모든 걸 결정한다. 인류는 대형 유인원과 97% 이상 유전자를 공유하지만, 다른 3%가 인간을 유인원과 99.99% 다르게 만든다.

8/ 글로벌 유니콘 지도
CB Insights의 내용을 편집해봤다.

9/ 스톡옵션 개론
스톡옵션에 대한 개념이 이제 한국에서는 정착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실은, 이 글은 2014년 10월에 쓴 내용인데, 이 글과 더불어 스톡옵션 관련된 여러 가지 내용이 올해 많이 읽혔다.

10/ 팀의 몸값이 회사의 밸류에이션이다
처음 창업하는 파운더들이 만드는 회사의 밸류에이션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이상 2019년에 가장 많이 읽힌 글 10개였다. 굳이 이렇게 통계를 내야 하는 이유는 없지만, 그래도 이런 식으로 데이터를 조금 보면, 어떤 글들이 인기가 있었고, 내가 계속 꾸준히 글을 쓰고 있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좋다. 특히, 작년에는 탑 10에 두 개나 있던 블록체인/암호화폐 관련 글이 올해는 전혀 인기가 없었다는 건 싸늘해진 시장의 분위기와 일맥상통하고, 스톡옵션 관련 글이 인기가 많았다는 점도 시장의 분위기와 앞으로의 트렌드를 잘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Happy New Year!

<이미지 출처 = 크라우드픽>

스타트업 바이블: 선배 창업자가 말하는 스타트업 생존 전략

일하는 사람들의 콘텐츠 플랫폼, 퍼블리의 박소령 대표님을 나는 약 4년 전에 제주도의 한 행사에서 처음 만났다. 지금도 한국에서는 제대로 된 유료 콘텐츠 시장이 활짝 열리지 않았지만, 당시에는 퍼블리 같은 비즈니스가 한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냐는 의심이 들 정도로 시장이 척박하긴 했는데, 그래도 본인이 사랑하고, 믿고, 즐기는 일을 추구하는 게 참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고맙게도 이젠 정말 오래된 내 책들 스타트업바이블 1, 2권을 잘 읽었고, 내 블로그 내용이 사업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말씀까지 해주셨다.

그 첫 만남 이후, 4년이 지났는데, 그동안 퍼블리는 내 예상보다 빠르게 유료 콘텐츠 시장에서 꽤 묵직한 포지셔닝을 잘 잡고 있고, 내 주위 분들이 돈 내고 보는 몇 안 되는 한국의 멤버십 콘텐츠 플랫폼으로 잘 성장하고 있다. 그런 퍼블리에서 얼마 전에 연락이 왔다. 퍼블리 멤버십 독자들에게 스타트업바이블의 유용한 내용을 발췌해서 큐레이션하고, 모바일에서 가장 읽기 쉬운 모양으로 재편집해서 발행하고 싶다는 제안이 왔다. 실은, 책도 오래됐고, 요샌 스타트업 관련해서 워낙 좋은 최신 콘텐츠가 많이 나와서 좀 망설였다. 그래도 퍼블리가 타겟하고 있는 독자들이 이제 창업을 준비하고 있거나, 스타트업에 종사한 지 3년이 안 된 분들이고, 이들에게 줄 수 있는 실질적인 팁 중심으로 내용을 발췌하여 재구성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이분들에게는 아직도 스타트업바이블 내용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진행해보기로 했다.

제목은 “스타트업 바이블: 선배 창업자가 말하는 스타트업 생존 전략“으로 정했고, 이제 준비가 돼서 여기서 읽을 수 있다.

10개의 짧은 챕터로 구성되어 있고, 각 챕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스타트업, 세상을 뒤엎을 쓰나미를 일으켜라!
2/ 스타트업의 3요소 (1): 아이디어
3/ 스타트업의 3요소 (2): 돈
4/ 불경기에 투자받는 효과적인 방법
5/ 스타트업의 밸류에이션과 투자 유치
6/ 스타트업의 3요소 (3): 사람
7/ 스타트업 인재는 어떻게 다루는가?
8/ 돈 버는 스타트업의 핵심: 고객 중심
9/ 스타트업 창업자, 좋은 의사결정을 하려면?
10/ 스타트업은 실패도 ‘잘’ 해야 한다

Enjoy!

(잘 큐레이션 해 주신 퍼블리에게 special thanks)

같이 성장하기

우리 투자사 중 온라인 취미 클래스를 모바일로 제공하는 클래스101이 얼마 전에 꽤 큰 시리즈 A 투자 유치를 했다. 내가 항상 강조하는 게 투자를 많이 받은 거와 회사가 성공하는 거랑은 상관관계는 약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큰 투자를 받으면 두 가지 측면에서는 확실히 도움이 된다. 일단, 직원들의 사기가 높아지고, 이로 인해 내부 자신감이 강해진다. 그동안은 스스로 열심히 한다고 모니터만 보고,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누군가 외부에서 100억 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건, 이렇게 열심히 일 하는 게 헛짓은 아니라는걸 인정하는 거로 해석할 수 있다. 또 다른 건, 이렇게 큰 투자를 받은 내용이 보도되면, 좋은 인재를 채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아무래도 경험이 많은 인재들은 몸값이 비싼데, 큰 투자를 받은 회사에 입사 지원 할 확률이 더 크기 때문이다.

클래스101은 내가 직접적으로 알고 경험한 스타트업의 컴백 스토리 중 가장 드라마틱하고 재미있다. 아니,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재미있고, 술 먹으면서 즐겁게 안줏거리 삼을 수 있는 이야기지만, 당시 힘들었을 때는 정말 절망적이었다. 이 컴백 이야기에 대해서는 내가 전에 잠깐 적이 있다. 클래스101 투자 소식이 발표되자마자 나는 미국에 있는 강광욱 교수님한테 카톡으로 감사하다는 문자를 전했는데, 오늘은 강교수님과의 인연, 유니스트와의 인연, 그리고 클래스101 투자에 대해서 좀 써보고 싶다.

2015년 2월 나는 한국에 잠깐 출장 나와 있었는데, 여기서부턴 강광욱 교수님이 페이스북에 쓴 내용을 그대로 공유한다:

당시 한국을 출장차 방문 중이셨던 Kihong Bae 대표님은 바로 답장으로 (2월 11일 밤 11시경) 유진과 나에게 이메일을 주셨다. 마지막 문장이 “I am actually in Korea right now but leaving on 15th back to LA. Would love to talk / email with you.”
방학이었던 나는 메일을 받고 바로 전화를 했는데 미팅중이었던 터라, 다음날 (2월 12일 밤 11시경)에 답변을 쓴다. “배기홍 선생님..”으로 시작하는..

그리고 일정이 맞지 않아 고민하던 차에 2월 15일 인천공항에서 출국하는 2층 어느 한식 집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하고 한 시간 여의 짧은 만남을 하게 된다. 창업교육센터를 시작하면서 답답한 마음에 처음 읽었던 책이 ‘스타트업 바이블’이었는데 당시 배대표님의 첫 소개 말씀이 ‘스타트업 바이블’이라는 책을 썼다 하셔서, 아 그럼 혹시 중앙대 출신 아니시냐며 여쭙다가 동문 선배님임을 알게 되었다. 그날 UNIST의 특강을 요청드리고 다음에 한국 나오실때 (당시에 LA에서 거주 하셨음) 울산에 와주십사 요청을 드렸는데 공항까지 쫓아나와준 수고로움 탓인지 기꺼이 응해 주셨고, 다음달인 3월 9일 UNIST에서 학생들 대상으로 처음 강의를 해주셨다.

그날 공항에서 짧은 시간에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중 하나가 내가 잘은 모르지만, 뭔가 실속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은데 도와주시라! 였다. 기계연에서 일하면서 정부 프로그램 들의 보여주기식을 좀 알던터라 그리 말씀드렸는데, 당시 Strong Ventures는 초초기 투자를 하고 있었고 남들이 서울할 때 지방의 가능성을 보고 계셨다.

아마도 ‘스타트업 바이블’ 책에서 그 고충과 치열함을 봤었기 때문인가 아니면 학교라는 인연이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짧은 만남의 강렬한 인상때문일까.. 나 역시 자연스레 의지한 부분이 있었고,
서울에서 beGlobal 서울 컨퍼런스가 있는데 학생들과 와보면 어떻겠냐는 배대표님 말씀에 버스 한대를 이끌고 울산에서 DDP까지 가서 보면서 그 치열함을 느낄 수 있었다. 나의 이 무모함이 아마 배대표님께도 조금은 믿음을 주었던지 그 이후 계속 Skype 통화를 하면서 UNISTRONG이라는 프로그램이 탄생하게 되었다.

학생들 선발, 지원금, 숙소 선정, 비행기 등 한번도 대규모로 학생들에게 지원을 해준적도 없고 무모 했는데, 우한균 교수님은 뭐 해보지뭐, 내가 알아서 할께 해봐! 라고 하셨던것 같고 배대표님과 나의 실험은 그렇게 한발작씩 나가게 된다. 그 첫해 프로그램에 뽑힌 팀이 페달링, NPC, 그리고 Nspoons. 페달링과 엔스푼즈는 이미 교내에서 두각을 날리던 팀이라 이 팀이 해외연수(학생들에게는 그렇게 보였던것 같다. 해외연수로)가 아닌 Incubating을 가는데 상당히 반발이 있었던 것 같다.

여튼 그렇게 인연을 맺게되어 아마 학생들도 Strong Ventures의 배기홍 존남 대표님께서도 처음 프로그램이라 더욱더 많은 시간을 쏟으셨던것 같다. 4주 프로그램이 끝날 무렵 직접 내가 LA에 가서 보고 학생들과의 1:1 면담, 문제점 등을 물어보았고, 다들 힘들지만 만족스럽다고 했다. 그때 LA의 한 소주방에서 노래방 기기(?)를 앞에 두고 소주와 김치찌게가 놓인 긴 방에서 한국/미국인 투자자를 모시고 Pitching하던 장면도 잊을수가 없다. 배대표님께서 조금 웃기죠? 하시며 민망해 하셨던것 같은데 아무렴 어떠냐, 다들 저렇게 진지한데 라고 답변 했던것 같다. 다음날 아마 Strong Ventures와 StudyMode에서 페달링과 엔스푼즈에 5천만원 정도로 투자할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위의 강교수님 이야기를 내 버전으로 다시 해석을 좀 해보면…실은 한국 출장 나오면 엄청나게 바빠서, 원래 계획에 없던 미팅은 웬만하면 하지 않는 게 내 원칙이다. 주로 5일 한국 출장 나오면, 오찬 미팅부터 시작해서, 저녁 1차, 2차 까지 하면 하루에 미팅을 7개 정도를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한 3일 차 정도 되면 빨리 마무리하고 집에 가고 싶을 정도로 바쁘고 정신이 없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유니스트라는 학교의 교수가 시간을 내달라고 하니까 당연히 귀찮기도 하고, 몸도 피곤하니까, 다음에 한국 다시 나올 때 그때 보자고 한 거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대부분 사람은 그냥 포기하는데, 강교수님은 좀 집요했다. 결국, 이분은 이번에 만나지 않으면 LA까지 쫓아오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출국하기 전 인천공항에서 잠깐 보기로 했고, 그 만남으로 인해서 유니스트와의 인연이 생겼고, 좋은 유니스트 창업가 회사들에 투자하게 됐다(클래스101, 엔스푼즈/헤이마일로, 10B/씀).

클래스101 후속 투자로 인해 스트롱벤처스 투자사의 기업가치가 올라간 건 투자자로서 당연히 너무 좋다. 그런데 이런 밸류에이션을 떠나서,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행복하고 고맙게 생각하는 건, 바로 2015년 2월 강광욱 교수님과의 첫 만남 이후, 4년 동안 우리 모두 같이 성장했다는 점이다. 클래스101 창업멤버들은 우리가 처음 투자할 때는 사업에 대해서는 잘 모르던 순진한 학생들이었는데, 이젠 기업의 미션과 가치에 대해서 나랑 이야기하고, 직원들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모티베이트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 그 4년 동안 진흙밭에서 구르면서 학생에서 사업가로 멋지게 성장한 것인데, 실은 나는 개인적으로 이게 너무너무 감동적이다. 뭐, 그렇다고 내가 뭘 해준 건 없지만, 그냥 옆에서 이 여정을 같이 한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다. 강광욱 교수님은 이제 한국을 떠나 미국의 Salisbury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시는데, 한국-미국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가장 좋은 네트워크와 산지식/산경험을 확보한 한국 교수님이 된 거 같다. 교편을 잡고 있는 교수님이지만, 내 눈에는 이미 본인은 entrepreneur로 성장하셨다.

나는? 나 또한 클래스101을 보면서 많이 배웠다. 일단, 사람의 힘은 대단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 누가 봐도 망한 회사를 이렇게 멋지게 컴백시킬 수 있었던 건 타이밍과 운이 중요한 역할을 하긴 했지만, 결국엔 이 젊은 친구들이 만든 작품이다. 그리고, 끝나기 전에는 끝나지 않았다는 다소 상투적인 이 말의 힘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남이 끝났다고 해도, 내가 끝나지 않았다고 하면, 아직은 끝나지 않은 것이고, 이런 자세와 마음가짐에서 변화는 시작되는 거 같다.

우리 모두 앞으로 같이 더욱더 성장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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