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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할 수 있는 운

내가 가장 오랫동안, 그리고 가장 꾸준히 듣는 팟캐스트 How I Built This의 진행자 Guy Raz는 매 에피소드를 끝내면서 출연자에게 항상 같은 마지막 질문을 한다. “사업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실력 때문인가요, 운 때문인가요?”

모든 창업가와 그들의 사업 성공 이야기가 다르듯이, 이 질문에 대한 이들의 답변 또한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내가 들었던 답변을 종합해 보면 “실력보단 운이 정말 좋았다.” 또는 “운보단 실력이 좋았다.”와 같이 한쪽으로 치우쳐진 대답을 하는 창업가도 있었지만, 대부분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에 운도 자연스럽게 따랐던 것이라는 대답을 한다.

이 중, 한 창업가의 답변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이 분은 운과 실력을 구분하는 본인의 기준은 바로 반복 가능성이라고 했다. 무슨 말이냐 하면, 본인의 성공을 앞으로 계속 반복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만약 반복할 수 있다면 이건 실력이고, 반복할 수 없다면 이건 운이라는 뜻이다.

나는 이 말이 꽤 흥미롭다고 생각했고, 이후로 자주 생각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운과 실력의 차이를 너무 잘 설명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실리콘밸리의 유명한 블로거이자 저널리스트 사라 레이시가 2008년도에 쓴 “Once You’re Lucky, Twice You’re Good”이라는 책이 있는데, 이 책의 제목도 비슷한 말을 하고 있다. 한 번 엑싯하면 운이 좋은 거지만, 두 번 하면 정말 실력이 있다는 말이고, 역시 성공을 반복할 수 있다면 이건 운이 아니라 실력으로 인정해 줘야 한다는 뜻과 일맥상통한다.

나는 이 말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운과 실력의 관계와 차이를 우리가 하는 투자에 대입해 보는데, 사업에 반복적으로 성공하는 실력과 초기 투자에 반복적으로 성공하는 실력엔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일단, 초기 투자에 반복적으로 성공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도 초기 투자한 회사 몇 개는 성공했지만, 대부분 성공 근처에도 못 가고 다 망한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성공한 회사 몇 개는 300개라는 큰 샘플에서 나왔기 때문에 반복이라고 하기엔 그 수나 빈도가 너무 약하다. 만약에 반복할 수 있는 실력이라고 주장하려면 최소한 대부분의 회사가 어느 수준 이상의 평타를 쳐야 하는데, 우리가 하는 삼진아웃 or 홈런의 초기 투자는 이 패턴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

꾸준한 리듬으로, 지속적으로 성공하는 초기 투자를 하면서 그 성공을 반복하는 VC가 있다고 치더라도, 이 패턴을 깊게 들어보면, 분명히 반복은 있지만, 이는 반복되는 실력이라기보단 반복되는 운이라고 하는 게 더 맞을 것이다.

스타트업이 성공한다면, 그래도 창업 시점부터 7년 ~ 10년 정도가 걸리는데, 10년 전에 이 회사의 성공을 알아보고 투자했다고 하는 건 실력의 영역이라기보단 운의 영역이다. 많은 회사가 초기 투자를 받은 시점의 제품과는 완전히 다른 제품으로 10년 후에 엑싯을 하고, 어떤 회사는 창업팀이 완전히 떠나거나, 팀에 큰 변화가 일어나는데 이런 회사들이 10년 후에 잘 엑싯하면, “우린 사람을 보고 투자한다”라는 전략을 실력이라고 할 순 없지 않을까 싶다.

나는 일찌감치 초기 투자엔 실력보단 운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걸 온몸으로 배웠다. 스트롱 시작 후 첫 삼 년은 우리가 투자하는 회사마다 모두 싹수가 노래서 과연 엑싯이라는게 우리의 사전에도 있을까에 대해 심각하게 의심한 적도 있었는데, 쿠팡이 Recomio라는 우리 투자사를 인수했다. 그런데 이건 우리 실력이 아니었다. 나는 실은 Recomio 창업가들에게 잘 안되니까 그냥 문 닫으라고 했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쿠팡에 인수된 결과가 과연 나의 초기 투자 실력이었을까?

넥슨의 모회사 NXC가 인수한 코빗도 비슷하다. 한국에 비트코인의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던 2013년도에 우린 코빗에 투자했는데, 솔직히 몇 년이 지나도 싹수가 노랬다. 오히려 이 사업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어려워졌는데, 그런 고민을 하는 동안 NXC가 인수했고, 우리에겐 좋은 엑싯이었다. Recomio와 코빗의 엑싯, 이렇게 두 번이나 반복했기 때문에 우린 실력이 좋은 투자자일까? 오히려 운의 반복이었다.

그리고 카카오가 인수한 Tapas Media가 세 번째 엑싯이었다. 이 또한 숫자로 보면 좋은 엑싯이었다. 하지만, 타파스는 9년 된 회사였고, 솔직히 말해서 우린 그동안 두 번 정도 손실처리를 할지 고민까지 했던 회사다. Recomio, 코빗, 그리고 타파스미디어, 이렇게 세 번이나 반복했으면 이건 실력이 아닐까? 아니다, 운이 세 번 반복된 것이다.

그래서 이제 나는 투자 실력을 늘리는데 집중하지 않는다. 오히려 운을 반복할 방법을 연구한다. 물론, 그 방법을 나는 지금도 찾는 중인데 이것도 운 좋으면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결승점

10년 전에 큰 비전과 야망을 갖고, 잘 다니던 대기업에서 퇴사하고 창업했는데, 10년이 지난 이 시점에 현실은 내가 상상했던 모습과는 달리 너무 초라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2012년도부터 투자를 시작했고, 당시에 투자한 회사는 대부분 망하거나 엑싯을 했지만, 아직도 꾸준히 사업을 영위하는 곳도 있다. 그리고 그 이후로 투자한 회사 중 이제 사업한 지 거의 10년이 되는 곳들도 생각보다 많다. 최근에 이렇게 사업 시작한 지 10년 정도 되는 투자사 대표님들을 몇 분 만났는데 이분들과 대화하면서 내가 느낀 점들, 그리고 이들에게 내가 드렸던 조언과 생각에 대해서 몇 자 적어 보고 싶다. 참고로, 모두 따로 만났는데 괴로워하는 점들이 비슷했고 대부분 자존감과 자신감에 대한 고민, 그리고 사업의 존재 이유에 대해 스스로 의문하고 있었다.

창업한 지 10년 됐는데, 사업이 잘 되는 분들에겐 해당 사항이 없다. 성장도 좋고, 투자도 많이 받았고, 돈도 잘 버는 오래된 창업가분들은 사업을 더 키우고 싶어 하고, 제품, 매출, 사람에 대한 고민과 스트레스는 끊임없이 있지만, 이들은 그래도 사업의 존재 이유에 대한 걱정은 안 한다. 그리고 사업이 너무 안되는 분들에게도 해당 사항이 없다. 이들은 그냥 폐업하면 된다. 누가 봐도 잘 안되는 사업이라서 이렇게 하는 게 당연한 경우다.

하지만,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분들은 10년 사업을 했고, 수억 ~ 50억 원 정도 매출을 만들어서 회사의 손익은 어느 정도 맞췄지만, 성장의 기울기 자체는 별로 가파르지 않는, 그런 창업가들이다. 이들이 사업을 시작했을 땐, 5년 안으로 수천억 원 대의 기업, 또는 유니콘을 만들겠다는 포부가 있었고, 시간이 가면서 나름 시장에서 인정받으면서 고객이 돈을 내는 제품을 만들었고, 매출도 발생하지만, 이 속도로 가면 그냥 근근이 먹고 사는 중소기업이 될 것 같은 게 거의 확실하다는 걸 본인들도 알고 있다. 저돌적이고 경쟁심이 강한 대부분의 창업가에겐 이런 현실만큼 괴로운 건 없을 것이다.

특히 남과 비교당하고 비교하기 좋아하는 한국은 이런 현상이 더 심하다. 나랑 10년 전에 같이 창업한 친구는 이미 10조 원짜리 기업을 만들었거나, 나보다 훨씬 더 늦게 나랑 비슷한 사업을 시작한 다른 어린 창업가는 이미 우리보다 투자도 많이 받았고 성장도 가파르다면 자신을 계속 남들과 비교하면서 소위 말하는 현타를 매일 느낀다. “도대체 나는 뭘 하고 있지?”라는 질문을 매일매일 하면서 방황한다.

이런 현실 속에서 매일 스트레스 받으면서 사업하는 대표들이 우리 포트폴리오에 꽤 많다. 이 중 어떤 분은 그동안 10년 했던 사업과는 상관없는 다른 제품을 만들면서 테스팅하고 있었다. AI와 관련된 제품이었는데, 내가 봤을 땐 경쟁력이 없고 그동안 이 회사가 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분야라서 성공 확률이 낮다고 생각했다. 굳이 왜 이 시점에 이런 제품을 만드는지 이야기해 보니, 그 고민의 근원은 위에서 말했던 오랫동안 더딘 성장으로 인한 불안감이었다.

성장이 너무 더뎌서 자존감과 자신감이 바닥을 쳤고, 주위를 돌아보니 1년도 안 된 AI 회사의 기업가치가 10년 사업한 본인의 회사보다 수십 배나 높다는 걸 보고 본인도 빨리 뭔가 다른 걸 해서 더 성장해야겠다는 급한 마음 때문에 그동안 하고 싶었던 걸 AI로 만들어야겠다는 결정을 한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바이브 코딩을 해보니까 껍데기는 어느 정도 쉽게 만들 수 있어서 이 분야를 더 깊게 파고 들어가 보면 뭔가 대박 나는 제품이 탄생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실은 처음에 이걸 왜 하는지 물어봤을 때, 원래 본인이 창업했을 때의 비전이 이런 거였고, 지금 만드는 제품은 그 비전에 조금 더 가까이 가기 위한 디딤돌이고, 요샌 AI 툴이 워낙 잘 나와서 드디어 원래 하고 싶었던 그 제품을 만든다는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를 했다. 계속 질문하고 대화를 해보니, 결국엔 너무 오랫동안 정체된 사업을 하다 보니 불안하고, 자존감 떨어지고, 답답해서 그냥 다른 돌파구를 찾다 AI가 대세이니 이 파도를 좀 타서 나도 돈 좀 벌어보고 싶다는 게 그 이유였다.

10년 동안 뚝심 있게 매출을 만들고 손익도 맞춘 분이 왜 이런 외부 노이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의아해했지만,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어느 정도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나도 이렇게 더디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을 10년 운영하면 이런 고민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이분에게 두 가지 생각을 말씀드렸다.

일단 이 시점에서 큰 피봇을 하려면, 정말 잘 피봇 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회사의 성장은 대표이사의 성에 안 차지만,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이 있고 현재 회사의 현금 창출 능력은 전 직원을 먹여 살릴 수 있는데, 굳이 이걸 버리고 다른 걸 하는 이유가 뭔지 잘 고민해 보라고 했다. 그냥 AI로 누구나 다 모든 걸 만들 수 있기 때문에 – 즉, 그냥 할 수 있기 때문에 하는 건지 – 아니면 정말로 이걸 우리가 해야 하는 거라서 하는 건지, 이 두 개를 잘 구분해 보라고 했다.

두번째는 – 그리고 나는 이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결국엔 누가 더 좋은 회사를 만들 수 있는진 결승점에 도달해서 시합이 끝난 후에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10년째 마라톤을 하고 있고, 아직 결승선은 보이지도 않지만, 달리기할 땐 순위가 계속 바뀔 것이다. 어떤 회사는 첫 10km는 혼자서 독주하다가 넘어져서 탈락할 수도 있고, 어떤 회사는 거북이 같이 느리지만 마지막 5km를 미친 듯이 달려서 1등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어떤 회사는 결승점 바로 앞에서 쥐가 나서 꼬꾸라질 수도 있다. 맘에 안 드는 성장을 하고 있지만, 어쨌든 우리 회사는 우리가 만든 제품을 1년에 10억 원 이상 팔고 있는, 솔직히 굉장히 자랑스러운 회사라는 말씀을 드렸다. 이 분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이런 말을 한 게 아니라 내 진심이었다. 우리가 투자한 회사 중 기업가치가 엄청 높은 회사도 있지만, 솔직히 위에서 말한 회사처럼 흑자를 만드는 회사는 우리의 300개 포트폴리오 중 내가 머릿속으로 다 기억할 정도로 그 수가 적어서, 본인은 회사의 성장에 만족하지 못하지만, 내가 봤을 땐 대단한 창업가이다.

이런 상황에 부닥친 창업가들이 꽤 있다. 회사는 굴러가는데 엄청난 성장은 못 하고 있고, 그렇다고 남들처럼 대단한 기업가치에 큰 투자를 받을 상황은 아니고,,,그리고 이 고민과 생각을 매일 하다 보니 공황 상태에 빠진 창업가들을 요새 많이 본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것처럼, 지금까지 잘 뛰었으면 결승점까지 잘 뛰어서 시합을 끝내보라는 조언을 드리고 싶다. 사업은 결국 돈을 벌어서 흑자를 만드는 것이고, 결국엔 돈 버는 놈이 결승점에 도달할 수 있다. 엄청난 마이너스를 만들면서 밸류에이션만 키우고 투자만 받는 사업은 결승점에 도달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집중의 중요성

이 블로그에는 1,600개 이상의 포스팅이 있다. 태그를 달긴 했지만, 아주 자세하게 분류하지 않아서 특정 주제에 대한 글이 정확히 몇 개 있는지 모르지만, 꽤 높은 비중의 글이 ‘집중’ , ‘뾰족한 사업’ , ‘하나만 잘해라’ 부류의 내용이다. 나는 그만큼 사업이든 인생이든,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후발 주자인 작은 스타트업이 경쟁사를 이기고, 대기업을 이기기 위해서는 모든 걸 처음부터 잘할 순 없다. 뭔가 하나라도 잘 해야 하는데, 작은 회사가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아주 작은 일이라도 계속하면서 그 작은 일만큼은 누구보다도 잘할 수 있는 집중이 제일 중요하다.

최근 글에서도 썼지만, 요샌 집중, 끈기, 반복 등, 이런 것들의 의미가 점점 더 희석되고 있다는 걸 느끼는데, 솔직히 이런 사회적인 현상이 개인적으로는 참 안타깝고 슬프다. 내가 창업가들과 만나서 일단 하나만 하자 또는 아무리 작아도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되자는 말을 하면 공감하는 분들도 있지만, 하나만 해서는 크게 성장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다. 우리에겐 하루에 24시간밖에 없지만, AI 에이전트들을 활용하면 24시간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에 한 번에 하나씩 하는 공식은 AI 시대 이전의 개념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요샌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어쨌든 이런 고민을 최근에 많이 하고 있는데 얼마 전에 WSJ에서 오픈AI와 앤스로픽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이 기사의 핵심이 집중(=focus)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나름 객관적인 시각으로 좋은 기사를 발행하는 신문에 이런 글이 실렸다면, 어느 정도의 fact checking이 있었다고 생각하고, 양사의 의견도 분명히 녹아 있을 것 같아서 여기서 짧게 공유한다.

요새 AI 분야에서 개발자들에게 가장 많이 사랑받는 제품이 앤스로픽의 Claude Code인데 이건 우연히 만들어진 제품이 아니라 회사가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이런 개발자 대상의 B2B 전략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먼저 사업을 시작하고 ChatGPT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었던 오픈AI는 일반 사용자를 위한 제품을 만들었고, 이후에 모든 걸 하려고 돈도 너무 많이 썼고, 사람도 너무 많이 채용했다. 이미지 생성, 영상 생성, 웹 브라우저, 광고, 하드웨어 등 AI 슈퍼 앱이 되기 위한 새로운 제품을 하나씩 발표할 때마다 밸류에이션은 올라가고 시장은 열광했지만, 회사의 수익성은 점점 악화되면서 “모든 걸 다 하지만, 하나도 제대로 못 하는” 함정에 빠지기 시작했다. 나는 이런 전략을, 땅콩버터를 너무 얇게 바르는 전략이라고도 한다.

오픈AI가 B2C 분야에서 구글의 Gemini와 경쟁하면서 출혈은 더 심해졌는데, 이 와중에 앤스로픽은 조용히 B2B 분야만 계속 파고들었다. 앤스로픽 경영진은 일반 사용자들을 위한 제품을 만들기보단 개발자와 기업 사용자들을 위한 AI 제품을 만들기로 결정했고, 더 많은 A급 제품을 만들기보단 더 적은 A++급 제품을 만드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런, 날카롭고 뾰족한 전략이 회사의 DNA에 깊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클로드 Code라는 걸작이 탄생할 수 있었다. 그리고 클로드 Code의 폭발적인 시장 반응을 관찰하면서 기업 고객들의 목소리를 계속 듣다 보니, 개발 인력이 없는 기업들도 클로드 Code가 필요하다는 피드백이 계속 나왔고, 이 문제를 해결하다 보니 또 다른 걸작인 클로드 Cowork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 기사에 의하면 현재 앤스로픽 매출의 90%가 기업 고객들에게서 나온다고 하는데,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실은 이런 집중의 전략을 가장 잘 구사하는 회사는 애플이고, 이 DNA를 회사에 심은 건 고 스티브 잡스였다. 이젠 실리콘밸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기업인이 아는 그의 혁신에 대한 정의인 “무엇을 더할지가 아니라, 무엇을 안 할지 결정하는 것”이야말로 집중이 무엇인지 깔끔하게 설명해 준다. 애플은 이 DNA를 계속 잘 실행하고 있고, 팀 쿡 대표의 이 말의 개정된 버전이 “You’re saying no to really, really good ideas so you can make room for the great ones.(정말 좋은 아이디어는 많지만, 위대한 아이디어를 위해서 정말 좋은 아이디어에 ‘아니요.’라고 해야 한다).” 이다. 많은 분이 팀 쿡이 이끄는 애플의 혁신은 이제 끝났다고 하지만, 실은 남들이 하는 모든 것을 다 하지 않고, 애플이 정말로 해야만 하는 일만 하는 이런 초집중 전략이 겉에서 봤을 때 잘못 해석된 게 아니냐는 생각을 나는 한다.

솔직히, 어떤 사업을 하던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지금이야말로 이 선택과 집중이 정말 필요하고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AI로 인한 무한 가능성의 시대가 오면서 이젠 누구나 다 모든 걸 만들 수 있게 됐기 때문에, 모든 걸 다 하는 유혹을 뿌리치고 어떤 일에 시간과 돈을 낭비하지 말지 정확하게 판단하는 게 정말 중요해졌다. 내가 이 말을 쓰긴 했지만, 참 어려운 말이고, 어려운 세상인 것 같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창업가들은 정말로 해야 하는 일에 대한 집중을 방해하는 백만 가지 요소들의 유혹을 참을 수 있는지 다시 한번 고민해 볼 시점인 것 같다.

두 번 실수하지 말자

바로 전 글에서 골프 이야기를 잠깐 했는데, 같은 내용으로 이 포스팅을 시작해 본다. 실제로 골프를 쳤던 방콕 골프장에서 1번 홀이 어려운 파 5였고, 여기서 나는 4개 오버해서 9개를 친 적이 있다.(골프 용어로는 쿼드러플인데,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점수다). 그리고 그다음 2번 홀은 파3인데, 여기서 3개 오버하면서 6개를 쳐서 소위 말하는 양파를 했고, 3번 홀은 파4인데 6개를 쳐서 더블보기를 했다. 이렇게 치고 나니 18홀 중 3개를 쳤는데 점수는 이미 9+가 됐다. 그리고 이후 4번 홀부터 내 마인드는 어차피 이번 라운딩은 망했으니까 그냥 대충 막 쳐야겠다였고, 정말로 막 쳐서 최악의 점수가 나왔다. 그리고 막 치는 4시간 내내 이번 게임은 망했으니까, 다음에 제대로 쳐야지 생각했다.

그런데 나중에 숙소로 돌아와서 생각해 보니, 정말 후회가 많이 됐고, 그날 내 행동에 대해 짜증이 많이 났다. 첫 3개 홀을 못 쳤으면, 그 다음엔 잘 치기 위해서 더 집중해야 했는데, 나는 그냥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의 마인드로 고칠 수 있는 실수를 안 고치고 계속 실수했고, 이렇게 해서 조금만 경기가 안 풀리면 그냥 막 치는 게 습관화됐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최악의 행동이었다.

요새 내가 듣는 몇 팟캐스트의 단골이 ‘Atomic Habits’의 저자 제임스 클리어인데, 이 책에서 정확하게 이런 행동을 절대로 하지 말라고 하면서 “한 번 실수는 사고지만, 두 번 실수는 새로운 습관의 시작이 될 수 있다.”라는 말을 한다. 무슨 말이냐 하면, 내가 초반에 골프를 못 친건 사고지만, 이후에 포기하고 마음먹고 그냥 계속 실수한 건 나쁜 습관의 시작이 된다는 말이다.

새해 결심을 아침에 운동을 열심히 하기로 했다면, 그리고 이게 작심삼일이 되는 나쁜 습관으로 바뀌는 걸 원치 않는다면, 매일 몸을 움직여야 한다. 아침 일찍 미팅이 있어서 하루 빠지고, 그다음 날은 늦게 일어나서 또 빠지면, 그냥 이번 주는 운동 안 하고 다음 주부터 열심히 해야지라는 생각을 많은 분들이 하는데, 이렇게 되면 일 년 내내 절대로 운동하지 않는다. 아침 일찍 미팅이 있어서 운동을 안 한 건 실수다. 그리고 늦게 일어나서 못 한 것도 실수다. 하지만, 그다음 날 곧바로 이 실수를 바로잡고 운동을 해야 한다. 안 그러면 운동하지 않는 행동이 습관화되기 때문이다.

새해 결심이 다이어트라서 식단 관리를 잘하다가 화요일 저녁에 피자 한 판을 다 먹는 칼로리 폭탄 실수를 했다면, 그다음 날은 다시 제대로 식단 관리를 하면 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먹으면 기분이 상하고 어차피 식단 망했기 때문에 이번 주는 그냥 막 먹고 다음 주부터 다시 식단 관리하자라는 생각으로 일주일 내내 막 먹는다. 이렇게 두 번, 세 번 실수하면 막 먹는 게 습관이 돼서 다이어트는 물 건너간다. 누구도 완벽할 순 없고, 누구나 다 실수할 수 있는데, 중요한 건 그 시점에 바로 고치는 것이다. 이생망 기분으로 두 번 실수하면, 정말로 이생망된다.

운동을 빠지면, 다시 하면 된다. 잘하다가 또 빠지면, 그 이후에 또다시 하며 된다. 다이어트하는데 칼로리 폭탄을 먹었다면, 그다음 끼니는 건강하게 먹으면 된다. 건강하게 먹다가 어느 날 혼자서 치킨 한 마리랑 맥주를 먹었다면, 그다음 끼니부터 또 식단 관리하면 된다.

제임스 클리어의 두 번 실수하지 않는 프레임은 다음과 같다. 하루를 4쿼터로 나누고, 이 중 4쿼터를 모두 완벽하게 살면 좋겠지만, 그렇게 하기는 너무 힘드니까 4쿼터 중 한 쿼터만 실수하는 걸 목표로 삼으라고 한다. 한 쿼터만 실수하고, 나머지 세 쿼터는 실수하지 않는 걸 목표로 하면 나름 좋은 습관을 만드는 인생을 살 수 있다고 한다.

한 번 실수했을 때 너무 자책하거나 실망하지 말고, 곧바로 다시 시도하는 게 연속적으로 실패하는 습관의 형성을 방지할 수 있다. “이생망”이라는 말은 우리가 절대로 생각해서도 안 되고, 입에 담아서도 안 되는 말이다. 다음 생은 없으니까.

작은 일부터 제대로 해라

이 블로그를 통해서도 몇 번 인용했는데, 내가 지난 2년 동안 가장 많이 반복해서 읽고 썼던 이런 시가 있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일주일을 계속하면 성실한 것입니다.
한 달을 계속 한다면 신의가 있는 것입니다.
일 년을 계속 한다면 생활이 변할 것입니다.
십 년을 계속 한다면 인생이 바뀔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큰 일
아주 작은 일을 계속 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강미정 작가의 ‘아주 작은 일’이라는 시인데, 내가 살고 싶은, 그리고 살려고 노력하는 삶을 잘 압축한 몇 줄의 문장이다. 뭔가 일이 잘 안 풀릴 때마다 내가 읽고 쓰기를 반복하는 주옥같은 시라고 생각한다.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와중, 내가 자주 듣는 전직 특수부대원의 팟캐스트(Jocko Podcast) 인터뷰에서 어떤 군인이 본인의 인생철학은 “be big in the little things”라는 말을 했는데, 이 말 또한 내 마음가짐을 완벽하게 정리해 주는 주옥같은 단어들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새해를 맞이하면서 다짐과 결심을 한다. 나는 새해 다짐은 없고 그냥 인생 다짐만 있는데, 매년 1월 1일 많은 분들이 대단한 다짐들을 한다. 아주 거창하고 거대한 다짐들인데, 이런 거창한 다짐을 하는 분 중 실제로 실행하는 분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런 분들에게 나는 앞으로는 “작은 일부터 제대로 해라(be big in the little things)”라고 말해줄 것이다.

새해가 되면 또 헬스장에 인간들이 바글바글할 것이다. 며칠 전에 친구가 “새해가 되면 꼭 운동 끊어서 일주일에 최소 4번은 헬스장 가야지”라고 했는데, 나는 이 친구에게 그러지 말고, 그냥 지금 당장 등록해서 오늘부터 바로 시작하라고 했다. 그렇게 거창하게 신년에 열심히 운동하겠다고 결심할 시간에 그냥 오늘 당장 가서 운동 시작하는 게 더 쉬운 일이다. 그리고 헬스장 등록할 필요도 없고 그냥 매일 스쿼트 하면서 양치하고, 양치 끝나고 푸쉬업 5개씩만 하면 된다. 작은 것에서 완벽함을 추구하고, 이 작은 일을 계속하면 아주 큰 일이 되는데, 처음부터 너무 큰 일을 하려고 하면 잘 안된다.

작은 일부터 제대로 하는 사람들이 큰 일도 완벽하게 하는데, 나는 이걸 매달 월말에 경험하고 있다. 우리는 모든 포트폴리오사 대표들에게 매달 업데이트를 공유해달라고 한다. 뭐, 그렇게 대단한 내용을 요구하는 건 아니고, 월간 리포트를 위해서 시간을 많이 할애하라고 하지도 않는다. 어차피 사업을 하는 분들이면 매달 정기적으로 사업 내용을 검토하고 잘한 것과 못 한 것을 복기하면서 조금씩 더 좋은 사업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한다. 사업을 하다 보면 온갖 어려움이 닥치는데, 월간 업데이트를 투자자들과 공유하는 건 정말 작은 일 중에서도 가장 작은 일이다.

하지만, 이 작은 일도 제대로 못 하는 대표들이 너무 많다. 한 달에 한 번, 월 마감하면서 투자자와의 최소한의 약속이자 예의인 간략한 리포팅도 못 하는 분들이 무슨 사업을 하고, 펀드레이징을 하고, 영업을 하고, 채용을 제대로 하겠다고 하는지 가끔은 이해할 수가 없다. 이런 분들의 특징 중 하나가 항상 큰 한 방을 노리고, 큰 일을 하려고 하는데, 그 전에 작은 것부터 완벽하게 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작고 사소한 것에서 완벽함과 위대함을 추구해라. 그러면 크고 원대한 것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