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undersAtWork

죽음의 활주로


우린 이제 한 2년 동안 16개 회사에 투자를 했다. 대략 1.5개월 마다 한 개의 회사에 투자한 셈인데 앞으로 이런 페이스를 유지하거나 아니면 더 많은 투자를 하길 원한다. 이 업을 하다보면 새로운 거 엄청 많이 배우고 (거의 매일), 그동안 알던 걸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들이 많은데 오늘은 대부분의 초창기 스타트업들이 경험하고 그 중 80% 이상이 살아남지 못하는 죽음의 활주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일단 이 바닥에서 말하는 ‘활주로 (runway)‘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내 수익을 만들지 못하는 스타트업이 현재 가지고 있는 돈으로 생존할 수 있는 기간을 활주로 (runway)라고 한다. 비행기가 활주로 끝에 다다르면 하늘로 이륙하거나 더 이상 운행을 하지 못하고 멈추거나 아니면 바다로 추락하듯이, 스타트업들도 돈을 다 소진하면 재투자를 받아 날아가거나 아니면 망하는 것이다. 벤처 캐피털들이 “활주로가 얼마나 남았습니까? How much runway do you have?”라는 질문을 많이 하는데, 이는 ‘지금 가지고 있는 돈이 언제 떨어집니까?’라는 말이다. -‘스타트업 바이블‘에서

과거의 성공 기록이 없고, 남들이 알아주는 팀원도 없고, 아직 제품이 준비되지 않은 스타트업들이 펀딩을 받고 시작하기란 힘들다. 과거에도 힘들었지만 소수의 회사들에만 돈이 집중되고 있는 현재 시장에서는 거의 불가능 하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현재 돈이 집중되어 있는 소수의 스타트업들은 남들이 알아주는 과거의 성공 경험이 많은 창업가들이 시작했거나 이미 제품이 있고 어느 정도 시장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그런 회사들이다. 불행하게도 이 블로그를 읽는 분들 중 창업을 했거나 창업을 생각하고 있는 많은 분들 한테는 해당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분들이 상대적으로 빠른 시간 안에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곳은 돈 많은 가족 또는 현실보다는 미래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스트롱 벤처스와 같은 시드 투자자 들이다. 운이 좋아서 가족이나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더라도 금액 자체는 크지 않을 것이다. 우리같은 경우도 적게는 2,000만원에서 많이 해도 1억원 정도까지만 투자를 하는데 어떻게 보면 큰 돈 이지만 2-3명의 팀원들이 최소 생활 수준을 유지하면서 살더라도 서울, 실리콘밸리 또는 LA와 같이 물가가 비싼 곳에서 생활하기에는 모자랄 수 있다. 가족한테 투자를 받아도 비슷한 걸 난 목격했다. 정공법으로 돈을 번 사람들 이라면 아무리 아들 딸이 창업을 해서 고생하고 있더라고 무작정 몇 억 또는 몇 십억원을 주지는 않는다. 최소 투자금을 주고나서 어떻게 하는지를 보고 판단한다.

투자를 받는 이 순간부터 ‘죽음의 활주로’는 시작된다. 이 투자금을 가지고 최대한 빠른 시간내에 제품을 만들어서 운이 좋으면 launch 할 수 있다 (많은 스타트업들은 제품도 launch 해보지 못하고 없어진다). 이 앞의 글에서 말했듯이 launch 하자마자 크게 잘되는 서비스는 드물다. 론치 한 후에 시장이 원하는 product fit을 찾기 위한 본격적인 게임은 시작된다. 안타깝게도 product fit을 찾는 과정은 제품을 론치하는 거 보다 훨씬 더 어렵다. 이 과정은 실험과 시행착오의 연속이며, 더 안타까운 건 대부분의 회사와 제품들이 이 product fit을 찾지 못하고 조용히 사라진다. 그 이유는 이 실험과 시행착오에는 생각했던 거 보다 시간이 더 걸리고 대부분의 회사들이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기도 훨씬 전에 자금이 바닥난다. 즉, 생각보다 활주로는 짧고 우리 비행기는 하늘로 날지 못 한다. 이건 어쩔 수 없다. 시드 펀드라는 거 자체가 한정된 금액이고 이 돈을 가지고 제대로 된 제품을 빨리 만든다는 건 위에서 말한 이유들 때문에 생각보다 어렵다. 다른 이유는 이런 어려운 시절을 겪으면서 창업 멤버들 사이에 금이 가고 멀어진다. 그러면서 팀이 해산되고 회사도 해산된다. 솔직히 내 생각은 후자의 경우도 궁극적으로는 ‘돈’의 문제이다. 돈이 너무 없으니까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창업 멤버들 사이도 멀어지는 걸 많이 목격했다.

지속적인 실험과 그 실험들에 대한 데이터 축적 및 분석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 ‘죽음의 활주로’ 때문이다. 활주로의 끝에 왔는데 운이 좋게 market fit과 product fit을 찾았다면 축하한다. 이제 돈을 버는 서비스를 만드는 건 시간 문제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 했다면 다시 투자자들이나 가족을 찾아가서 돈을 구해야 하는데 product fit을 아직 찾지 못한 이 시점에서 정상적인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우리 팀이 시장이 원하는 제품은 어느 방향으로 가면 만들 수 있는지 조금씩 찾아가고 있으며, 매일 매일 그 목표에 더 가까워 지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아직 아무것도 없는 팀이 이를 보여주고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지속적인 실험을 통해서 얻는 수치화 할 수 있는 데이터다.

솔직히 이렇게 해도 투자를 받는 건 쉽지 않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모두 확실한 수치를 (유저, engagement, 매출 등) 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이 좋으면 그동안 창업팀이 한 수많은 시행착오, 실험 그리고 데이터의 가능성을 꿰뚫어 보고 여기에 베팅하는 투자자를 가끔씩 만난다. 이런 투자자한테 투자를 받을 수 있다면 여기서 다시 한번 활주로는 시작되고 이번엔 반드시 우리 비행기를 하늘 높이 띄워야 한다.

<이미지 출처 = http://www.justtheflight.co.uk/blog/1-13-death-defying-runways.html>

한번에 하나씩

우리가 가장 최근에 투자한 스타트업은 LA 기반의 Poprageous라는 회사이다. 크라우드 소스 의류를 디자인, 제조 그리고 인터넷 판매하는 회사인데 첫 제품은 고가의 레깅스 (여자들이 많이 입는 쫄쫄이 바지. 미국의 경우 남자들도 가끔 입는다) 제품들이다. 이 회사의 창업가는 Cher Park이라는 교포 여성인데 Strong Ventures가 좋아하는 창업가/사장으로서의 자격과 특성을 많이 가지고 있는 젊고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다. 이 회사에 투자하기 전에 우리는 Poprageous가 어떻게 디자인을 크라우드 소싱하며, 그 디자인을 어디서 어떻게 제조하며 어떤 과정을 거쳐서 판매하는지 꽤 자세히 공부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하루는 Cher의 집(=사무실)을 찾아갔는데 아주 엉망이었던 기억이 난다. 여기저기 널려있던 옷감 원단, 마루 한 쪽 구석에 정리된 완제품들과 박스들, 그리고 소파위에 있는 각종 잡지, 옷과 신발들. 창업가의 집이 바로 Poprageous의 사무실이자, 창고이자, 사진 스튜디오이자 바로 배송 센터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매일 일어나서 그 전날 들어온 주문을 확인하고, 발주서에 따라서 레깅스를 하나씩 포장하고 택배 서비스를 이용해서 고객에게 정성스럽게 발송하는 현재로써는 상당히 ‘구멍가게’ operation 이다. 당시 나는 이름만 대면 모두가 아는 큰 전자상거래 업체에서 높은 위치에 있는 지인한테 이 회사에 대해서 알려줬고 혹시 같이 투자할 의향이 있는지 물어 본 기억이 난다. 그때 이 분은 “야, 쫄쫄이 바지 하나씩 사장이 손수 포장하고 보내서 도대체 회사는 언제 키우고 돈은 언제 벌려고? 이런 하꼬방에 투자해서 본전이나 찾겠어?” 라는 말을 하면서 즉시 거절했다.

하지만, 우리는 즉시 투자를 했다. 이 분이 잘 모르고 있는 사실은 바로 본인이 그렇게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 일하고 있는 그 회사 또한 시작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누구나 다 시작은 미약하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도 처음에는 차고에서 시작했다. 아마존 관련 책들을 읽어보면 매일 새벽 주문을 확인하고, 차고에 있는 책상 위에서 (문짝으로 만든 책상이라고 한다) 책을 하나씩 정성스럽게 박스 포장한 후에 우체부가 오면 건내줬다고 한다. 그러다가 주문이 2개가 되었고, 2개가 200개가 되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작은 오더들이 하나씩 축적되어 우리가 아는 그 아마존으로 성장한 것이다. 한국의 쿠팡이나 티몬도 비슷하게 시작했을 거라고 생각된다. 한 딜 한 딜 정성스럽게 신경 쓰면서 진행했을 것이고 그렇게 시작한 작은 구멍가게가 1조원 이상의 매출을 내는 큰 회사로 성장했다.

첫 날 부터 100만개의 주문을 처리하는 회사는 없다. 누구나 다 한 개씩 판매 하면서 시작한다. 하지만 한 개를 팔면서 얻게되는 노하우가 쌓이면서 10개에 적용되고, 10개 판매하면서 더 쌓인 노하우가 100만개 판매할 때 적용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실은 본인이 직접 창업해서 고객의 주문을 직접 손으로 포장해서 보내보지 않으면 잘 모른다. 지금도 우리나라 어느 구석에서 작은 인터넷 까페를 통해서 보세 옷을 판매하고 있는 어린 친구들이 많이 있다. 주문 하나씩 올 때 마다 정성껏 포장해서 택배로 보내면서 제품 하나 당 2-3만원씩 벌고 있는 이 하꼬방에서 한국의 아마존이 탄생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미지 출처 = http://nistmep.blogs.govdelivery.com/wp-content/uploads/2014/03/growing-clusters.jpg>

You can really do it

미국에서 뮤직쉐이크를 운영하면서 2008년말 – 2009년말 약 12개월 동안 아주 적합한 product fit이나 market fit을 찾지 못했고 투자도 받지 못하는 바람에 이 기간 동안에 집에 단돈 1원도 못 가져가서 개인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거에 대해서는 전에 포스팅 한 적이 있다. 과장하는 건 아니고 이 기간은 정말로 내 인생의 암흑기였던 것 같다. 저축해 놓은 돈으로 1년 동안 최소 생계만을 유지하면서 경제적으로는 당연히 힘들었지만 – 솔직히 그동안 돈을 엄청 잘 벌지는 못 했지만 그렇다고 돈을 부족하게 벌지는 않았기 때문에 “돈이 없어서 힘들구나”라는 생각을 태어나서 처음으로 했었다 – 정신적 스트레스는 참으로 더 컸다.

마지막 6개월은 반 공황상태/반 불안상태 라고나 할까? 거의 매일 새벽에 깼고 회사, 제품, 돈, 시장, 가족 그리고 나 자신의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정신이 항상 불안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던 유일한 내 가족인 와이프랑 개새끼도 이런 나를 옆에서 지켜 보면서 걱정을 많이 했을 것이다. 솔직히 막판에는 그냥 그만 두고 다른 곳에 취직할까 라는 생각도 해본 적은 있었다. 하지만 뮤직쉐이크도 나도 운이 좋았다. 2009년 말에 우린 적당하게 투자를 받았고 그 이후 회사의 상황은 많이 좋아져서, 아직도 나쁘지 않게 운영되고 있다. 투자금이 아니라 우리 제품과 서비스 자체가 잘 되어서 매출을 많이 만들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자금이 바닥난 벤처기업에서 갑자기 product fit을 찾아 기사회생 하기란 쉽지가 않다.

왜 이런 구차한 이야기를 또 하냐고? 지금 벤처를 운영하고 있는 분들 중 절 반 이상은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조금만 어려워지면 접지만 이 중 어떤 이들은 끝까지 해보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만만치 않은 현실을 온 몸으로 느끼면서 힘들어 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바로 끝까지 해보겠다고 마음 먹었으면 해보라는 것이다. 한 번에 되는 건 동화속에서만 볼 수 있다. 단지, 첫번째 시도에 모든 사람들이 공을 많이 들이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첫째 시도가 실패하면 포기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첫 번째 시도는 말 그대로 첫 번째 시도이자 시작이고 운이 엄청나게 좋으면 성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가 아는 많은 성공스토리는 “자고 일어나니까 대박났어요” 처럼 보이지만 실은 “10년 동안 피똥 쌌는데, 벼래별 지랄을 다 하다보니 그 중 하나가 어느날 시장에서 product fit이 맞아서 잘 된 거 같아요”이다.

시작을 했으면…최선을 다하고 끝을 보자. 모든 사람들이 최선을 다 했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고 중도포기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진실은 본인만이 알 것이다. 나 스스로에게 떳떳해지고 싶고, 가족들한테 미안하지 않으려면 정말 더 이상은 안 되는 그 순간까지 최선을 다 해보길 권장한다. 그러면 결국 성공하거나, 실패를 해도 엄청나게 성장할 수 있다.

2009년 내내 나도 엄청 힘들었지만 운 좋게 살아 남았고 버텼다. 요새 젊은 친구들은 나보다 더 좋은 환경에 살고 있다. 대부분 나보다 더 스마트하고, 배운 것도 많고, 주변에 활용할 수 있는 자원도 훨씬 더 많다. 또한 주위에 물어보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선후배들도 많고 전반적으로 모든 상황이 과거 보다는 좋아졌다. 나도 했는데 당신들도 충분히 할 수 있다.

FIGHT ON.

조금 다르게 보기

2006년도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마케팅 업무를 하는 동안 나는 맥킨지 사람들과 컨설팅 프로젝트를 할 기회가 있었다. 여러가지 비즈니스 전략에 대해 맥킨지에 의뢰를 했는데 마이크로소프트의 counterpart는 당시 마케팅 실무자였던 내가 배정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맥킨지 사무실에서 일하는 친구들과 지인들이 많이 있었지만 내가 직접 이들과 일을 하는 건 처음이었다. 같이 일한 3개월은 매우 재미있고 – 짜증나고 힘든적도 많았지만 – 많은 배움을 얻은 기간이었다.
솔직히 컨설팅 결과물은 프로젝트 가격에 비해서 실망스러웠지만 이 중 상당히 새로운 내용이 있긴 있었다. Confidentiality 때문에 다 공개하지는 못하지만, 당시 우리의 최대 고민사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파트너사들을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관리, 운영하고 서로의 영억을 침범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방법이었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당시만 해도 마이크로소프트는 전 제품을 파트너사들만을 통해서 판매했고 직접 판매하지는 않았다). 당시 맥킨지 컨설턴트 중 이동통신사 프로젝트를 많이 한 분이 있었는데, 이통사들이 파트너들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방법을 소프트웨어 파트너사들에게 적용해 보자는 것 이었다. 컨셉은 단순했지만, 소프트웨어 업계에 이런 방법을 적용한다는 걸 우린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잔뼈가 굵은 나이 드신 분들은 역시나 “업계에서 이렇게 하지 않기 때문에 안 될 거다.”라면서 저항을 했지만 나를 비롯한 몇 몇 사람들의 고집으로 시도를 했고 그 과정과 결과는 상당히 재미 있었다. 숲 안에서 나무만 보고 살면 그 숲의 크기를 보기가 어렵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된 계기였다.

위의 맥킨지 이야기와 같이 완전히 다른 업계에서 온 사람들이 오히려 그 업계에서 평생 일했던 사람들보다 더 혁신적인 생각을 한다. 젊고 경험이 전혀 없는 창업가들이 기존의 플레이어들을 완전히 갈아 엎어버리는 것도 비슷하다. 같은 일을 너무 오래하다 보면 아무리 오픈마인드와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그 업계의 관행에 물들여 지고 생각이 굳는다. 누군가 새로운 생각과 방식을 가지고 오면 열린 마음으로 새로움을 받아들이기 보다는 자동으로 그 업계의 관행과 항상 일을 해오던 방식의 관점에서 그 새로움을 평가한다. 결론은 당연히, “원래 이 바닥에서는 그렇게 안 해.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았고 나도 그렇게 하지 않을거야. 그렇게 하면 안 돼.”가 되어 버린다.

그리고 기존 플레이어들의 이런 경직된 사고는 창업가들에게는 엄청난 기회가 된다. 경험이 없고 한번도 이 업계에서 일해 보지는 않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모든 걸 새롭게 보고 그 새로움이 가능하다는 걸 종교처럼 믿는다.

평생 희귀병을 연구한 Sharon Moalem 이라는 의사도 이런 경험을 했다. 그는 희귀 유전병의 상태와 그 심각함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서 환자들의 얼굴 사진을 찍어서 비교하는 모바일 앱을 수 년 동안 개발했다. 앱 개발은 했지만 문제는 환자들의 얼굴 크기도 다 다르고 사진의 화소랑 크기도 달랐기 때문에 여러 얼굴들을 비교할때 비율이 맞지 않아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딱히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구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해커톤에서 만난 – 의학 분야의 경험이 전혀 없는 – MIT 학생이 단번에 솔루션을 제안했다. 이 학생이 제안한 방법은 환자들 이마에 25센트 동전을 올려놓고 사진을 짹어서 동전 크기를 기준으로 사진 비율을 맞추는 방법 이었다. 몰렘 박사는 이 말을 듣자마자 자기 이마를 손으로 치면서, “아, 왜 나는 한번도 이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현재 이 아이디어를 더 발전시켜서 실제 기능으로 구현시키고 있다고 한다.

어리고 경험없는 창업가로서 왜 저렇게 하지? 다르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거 같은데”라는 생각을 가지고 기존 플레이어들이 이미 장악하고 있는 분야에서 새로 시작하고 있다면 주위의 비난과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았고 그건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말들을 하면서. 하지만, 스스로 확신을 가지고 있다면 소신있게 계속 도전해 봐라. 기존 업계를 disrupt하고 수 조원 대의 비즈니스를 만드는 건 세상을 다르고 새롭게 보는 시각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이미지 출처 = http://www.wikihow.com/Do-a-Coin-Trick-on-Your-Forehead>

끈기, 거절, 실험 그리고 개밥

우리 주변에는 잘 나가는 창업가들과 그들이 운영하는 잘 나가는 서비스와 제품들이 많다. 그리고 이와는 반대로 매일 개고생 하면서 못 나가는 제품들을 하루종일 만지고 있는 창업가들은 훨씬 더 많다. 이렇게 바닥을 기고 있는 창업가들 중 많은 이들이 “저 제품 별거 아닌거 같은데 왜 나는 저들처럼 잘 안 풀릴까?”라면서 신세를 한탄하고 스스로를 질책한다.

잘 되는 회사와 서비스들은 그냥 처음부터 너무 잘 되었고, 운이 좋아서 하루 아침에 대박 맞았다고 잘못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짧은 포스팅을 공유한다. 이 블로그를 읽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다 알고 있는 미국의 Airbnb라는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다:

Brian Chesky는 2007년도에 무작정 짐을 싸서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다. 무직인 그는 역시 무직이었던 대학 친구 Joe Gebbia의 아파트에서 한동안 머무를 계획이었다. 문제는 Brian이 내야하는 월세는 $1,150인데 은행 잔고에는 $1,000 밖에 없었고 그때 한가지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2주 후에 샌프란시스코에서 미국 산업디자인 협회 컨퍼런스가 열릴 예정이었는데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은 그와 같이 돈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샌프란시스코의 비싼 호텔비를 낼 수 없다는 걸 그는 잘 알았다. 마침 아파트에 남는 에어매트리스 3개가 있었고 여기서 Airbnb (Air Bed and Breakfast)가 탄생했다.

2008년 초에 Airbnb는 개발자를 채용해서 드디어 첫번째 버전이 완성되었지만 실제로 2008년 1년 동안 시장에서의 트랙션은 거의 없었다. 그 기간동안 살인적인 물가의 샌프란시스코에 살면서 돈도 한 푼 벌지 못하는 이들이 생존하기 위해서 시리얼 박스를 판 이야기는 이제 이 업계에서는 전설이 되어 버렸다. 우리 모두 헝그리하게 벤처하고 있다고 하지만 솔직히 1년 동안 월급 한푼도 받지 않고 벤처에 올인 해 본 사람들이 몇 명이나 있을까? (참고로 나는 해봤는데 다시는, 정말로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다)

그러는 동안에 에어비앤비 창업팀은 1년 동안 수많은 VC들한테 거절 당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한 투자자를 포함, 그 누구도 이 서비스에 투자하지 않았고 이들의 비전을 믿지 않았다. “남의 집에서 돈내고 잘만한 히피들이 몇 명이나 될까?”라면서 미팅 중간에 그냥 나가버린 투자자도 있었다고 한다. 거절에 이어 또 거절 당했지만 이들은 버텼다.

그리고 그렇게 버티다보니 2009년도에 폴 그래이엄의 YC에 합격해서 2만 달러라는 돈과 3개월 동안 제품을 다듬을 수 있는 황금같은 기회가 주어졌다. 이들은 이 기간 동안 실험하고, 또 실험하고, 또 실험했다. 시장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만들때까지. 그리고 주말마다 에어비앤비의 고객이 가장 많았던 뉴욕으로 날라가서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예약한 숙소에서 잤다. 스스로 매일 개밥을 먹다보니 조금씩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들이 초기에 배운 것 3가지:
-사진은 매우 중요하고 무조건 고화질 사진이 필요하다
-집 열쇠를 낯선 고객에게 전달해 주는 과정에 에어비앤비가 직접 관여할 필요가 있다
-숙박 후 청소 또한 에어비앤비가 직접 관여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계속 개밥을 먹으면서 서비스를 향상하다보니 모두가 부러워하는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즉,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남의 집에서 잠을 잔 게스트들이 서비스가 쓸만하다고 느낀 후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서 본인들 집을 에어비앤비에 등록해서 호스트가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브라이언 체스키는 종이 상으로 백만장자가 되었지만 아직도 집을 사지 않고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아파트를 예약하고 여기에 살고 있다.

창업한지 6년 만에 190개 이상 국가의 50만개 이상의 집들이 등록되어 있는 3조원 이상 가치의 비즈니스가 된 에어비앤비 – 이들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모르는 무쟈게 힘든 시절이 있었다. 다른 스타트업들은 운이 좋아서 대박이 났고 나는 재수가 없어서 개고생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을 다시 보자. 그리고 우리 팀은 끈기가 있는지, 거절을 당해도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충분한 실험은 하고 있는지, 그리고 개밥을 매일 먹는지 다시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