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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의 슈퍼파월 도서관

개그맨 김영철 씨를 모르는 분들은 거의 없다. ‘나 혼자 산다’를 비롯, 여러 가지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동 중인데, 웃기고 재치도 있지만 나는 김영철 씨 하면 ‘책’ 과 ‘영어’ 이미지가 떠오른다. 한 번도 해외에서 거주하지 않았지만 웬만한 유학생 수준의 유창한 영어 실력을 구사하고, 책을 통해서 습득한 고급 지식을 방송을 통해서 자랑하는 김영철 씨를 보면서 나는 기획사에서 저런 인텔리 이미지로 가라고 시켰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전에 개인적으로 김영철 씨를 만났고, 이후에 몇 번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실제로 영어를 정말 잘하고, 책을 상당히 많이 읽는 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참 재미있는 사실은, 김영철 씨가 우리가 투자한 책 관련 스타트업 2개와 관계가 있다는 점이다. 한 달에 한 권씩 책을 추천해서 배달해주는 서비스 ‘플라이북’의 고객이자 공유도서관 ‘국민도서관‘에서 현재 개인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오늘은 이 개인도서관에 관해서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 국민도서관 장웅 대표님과 셀레브리티 마케팅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도 ‘책’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연예인들과 뭔가를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다. 그런데 단순히 연예인이 우리가 판매하는 제품을 홍보해주는 그런 1차원적인 그림이 아니라 조금은 더 큰 그림을 그려보고 싶었고, 책을 많이 읽는 유명인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김영철 씨가 떠올랐고, 같이 식사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니까 안 그래도 김영철 씨 집에 책이 많은데 보관할 공간이 모자라서 도서관에 기증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때 장웅 대표가 제안한 게 바로 ‘셀레브리티 도서관’이다. 김영철 씨가 국민도서관에 책을 키핑하고, 팬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책’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자신들이 좋아하는 개그맨과 소셜 공간에서 관계를 이어나가는 개념이다. 김영철 씨는 일차적으로 책 328권을 국민도서관에서 키핑하고 있으며, 전 세계 최초로 ‘슈퍼파워 라이브러리‘라는 개인 도서관을 운영하는 셀레브리티가 되었다. 김영철 씨의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면 일정 금액이 적립되며 김영철 씨와 팬의 이름으로 전액 기부될 예정이다. 또한, 책을 빌리는 팬들에게 책과 관련된 소식을 보내 팬들과 소통할 수 있다.

슈퍼파워 라이브러리가 공개된 지 아직 며칠 안 되었지만, 영철씨 팬들의 반응은 상당히 좋다. 독서를 생활화하는 연예인과 유명인들이 자신의 책꽂이를 공개하고 공유하며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는 첫 사례가 탄생했는데, 앞으로 다른 셀레브리티들도 동참하면 좋겠다.

SuperZoo 2016

Photo 8-2-16, 2 51 19 PM미국 반려동물 산업의 규모는 대략 80조 원이다. 시장 규모도 크지만, 더 놀라운 건 성장 추세이다. 반려동물 산업은 지난 5년 동안 해마다 두 자릿수로 성장하고 있고, 지속해서 성장하는 몇 안 되는 밝은 산업이다. 사료, 액세서리, 미용, 의료 시장이 가장 크지만, 애견호텔과 같은 숙박 및 반려동물 전용 택시와 같은 운송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 투자자로서 봤을 때 성장 가능성이 높은 미래 산업이다.

나도 개를 키우기 때문에 반려동물 시장의 가능성을 믿고 있고, 미국만큼 커지지는 않겠지만, 한국의 반려동물 산업도 앞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정확한 시장 조사 자료는 없지만, 현재 한국 반려동물 시장의 규모는 대략 2조 원 정도이며, 앞으로 10년 안에 8조 원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한국사회의 매크로 트렌드는 이런 고속 성장을 뒷받침해준다. 젊은이들은 결혼을 미루고, 결혼해도 애를 갖지 않고 있다. 대신, 이들은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걸 선호하고 있다. 또한, 고령화가 가속되면서 나이 드신 많은 분이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 반려동물 문화 자체는 한국이 아직 많이 뒤처져있지만, 미국이나 일본을 따라간다는 가정하에 한국 시장이 성숙하는 건 시간문제이다.

8월 1일 – 4일 동안 나는 우리 투자사 헤이마일로와 함께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전 세계 최대 규모의 도소매 업체를 위한 반려동물 박람회인 SuperZoo 2016에 참석했다. 세계 반려동물 시장이 엄청나게 크다는 건 잘 알고 있었지만, 막상 이 박람회에 와보니 그 어마어마한 규모에 할 말을 잃었다. 세계 각국에서 온 1,500개 이상의 업체들이 전시회에 참석했는데, 우리는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행사 장소인 Mandalay Bay의 컨벤션 센터를 하루 10킬로 이상을 걸었음에도 100개 업체도 못 만났다. 그만큼 큰 규모의 행사이고, 그만큼 큰 시장이라는 뜻이다. 한국에서 오신 분들도 꽤 많이 눈에 띄었다. 옷이나 사료를 만드는 한국 업체에서 부스 전시 하는 것도 보였고, 행사장을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수입업자, 또는 헤이마일로 같은 이커머스 업체들도 보였는데, 한국에도 큰 시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우리가 만난 대부분의 북미 또는 캐나다 제조업체들이 한국 시장의 성장에 대해서 익히 알고 있었으며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큰 관심을 두는 분들도 더러 있었다.

나도 우리 개 마일로한테 투자를 많이 한다. 특히 먹는 거에 있어서는 내 밥보다 더 비싼 사료를 주고, 각종 영양제랑 건강한 간식을 준다. 시간이 아무리 없어도 거의 매일 30분씩, 주말에는 2시간씩 산책을 시키고 있다. 심지어는 개를 키우는 사람들도 나한테 그래 봤자 동물인데 그렇게 지극정성일 필요가 있냐고 물어본다. 그런데, 마일로는 그냥 우리 집에서 키우는 동물이 아니라 같잉 사는 우리 가족이다. 우리 가족인데, 좋은 밥 먹이고 잘 대접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앞으로 나 같은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이기 때문에 한 5년 후부터는 이 시장이 활짝 열릴 거라고 확신한다. 이미 반려동물 관련 스타트업들이 많이 창업되고 있고 우리가 투자한 이커머스 업체 헤이마일로와 프라이머에서 투자한 반려견을 위한 온디맨드 돌보미 서비스 도그메이트 같은 회사들은 이 시장의 가능성을 잘 알고 있다. 반려동물 시장에 진출할 마음이 있는 예비창업자라면 지금이 적절한 시기이다.

대기업, 동네 가게, 그리고 이들이 상생할 수 있는 방법

얼마 전에 네이버가 플리토의 번역서비스를 그대로 카피한 네이버 ‘참여번역Q’를 출시해서 상당히 욕을 먹고 며칠 만에 서비스를 중단한 사건이 있었다. 내가 봐도 이건 네이버가 생각이 너무 짧았던 거 같다. 그냥 카피해도 욕을 먹었을 텐데, 플리토라는 회사와 오랫동안 파트너십을 맺고 이 회사의 번역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그대로 카피를 했으니까 이건 당연히 도덕적으로도 옳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정말 궁금했던 게 있다. 네이버가 이 번역 서비스를 계속 운영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과연 네이버가 더 크고, 사용자들이 더 많고, 돈으로 밀어붙이니까 몇 년 동안 시장에서 잘 성장하고 사용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플리토의 서비스가 위기를 맞고 문을 닫았을까? 아니면 워낙 서비스가 탄탄하고 사용자들의 사랑을 받았으니까 네이버가 공격해도 끄떡없고 오히려 네이버가 번역 서비스를 포기했을까?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분야로 진출한다고 하면 우리는 일단 비판부터 하는 거 같다. 부자들이 더 부자가 되기 위해서 없는 자들의 피를 뽑아간다고 하면서. 그런데 나는 가끔 조금 다른 시각에서 생각해본다. 일단 대기업들이라고 항상 잘 먹고 잘사는 건 아니다. 이들도 성장을 위해서 매일 고민하고 있으며, 급변하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그러다 보면 동네 상권으로 진출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들이 있는 조금은 더 ‘작은’ 놀이터로 진출한다. 그리고 나는 대기업이 해야 할 분야, 스타트업이나 동네 가게들이 해야 할 분야가 따로 존재한다는 건 너무나 이상적인 생각인 거 같다. 자본주위에서는 회사의 성장과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면 모든 분야를 진출 대상으로 고려해 보는 게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만약에 우리가 작은 스타트업인데 네이버나 카카오같이 큰 회사가 엄청난 자본력과 인력을 가지고 우리 나와바리로 진출한다면 당연히 걱정이 돼서 잠을 못 잘 거 같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이 분야에서 정말로 실행을 잘하고 있고, 고객들의 사랑을 받는 서비스를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다면 아무리 대기업이 들어와도 자신이 있을 거 같다. 만약에 이 싸움에서 우리가 진다면? 억울하고 화가 나겠지만, 아주 냉정하게 생각을 해본다면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을 제대로 못 했기 때문에 후발주자한테 시장을 빼앗긴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은 매우 중요하다. 대기업 때문에 스타트업이 다 망하면 우리 같은 투자자들도 설 자리가 없어진다. 하지만 대기업이 동네 상권으로 진입하는 걸 필사적으로 반대하고 막는 건 상생에 도움이 안 된다. 나는 진정한 상생은 실력으로 경쟁할 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진짜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충성심 높은 고객들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라면, 아무리 대기업이 들어와서 서비스를 카피해도 따라 잡히지 않는다는 게 내 지론이다. 소비자들도 바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아파트 앞에는 파리바게뜨와 같은 대형 빵집이 없다. 가장 가까운 빵집은 옆 아파트 상가 안에 있는 동네 빵집이다. 그런데 이 가게는 ‘동네 빵집’이 떠올리는 정겹고 친절한 그런 이미지의 가게와는 거리가 멀다. 맛도 그저 그렇고, 가격도 비싸고, 친절하지도 않고, 동네 경제의 일부라는 그런 공동체 의식도 전혀 없다. 빵마다 가격도 제대로 표시되어 있지 않아서 주인아주머니한테 매번 물어보는데, 그때마다 오는 답변이 과연 정확한 가격인지 아니면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인 건지 의심스럽다. 만약 파리바게뜨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가 우리 집 앞에 생기면 이 동네 빵집은 그대로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기 때문이다. 맛은 나쁘지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 고급은 아니고, 가격도 비싸고 서비스도 나쁘니까 빵집으로서는 실력이 없는 것이다. 이런 가게는 경쟁에서 도태되어 망할 수밖에 없다.

많은 분이 기억할 텐데, 롯데마트가 치킨을 판매한다고 발표했을 때 엄청 욕먹었다. 너무 싸게 팔아서 동네 치킨집들 다 죽일 것이란 걱정을 했는데, 실제로 많은 치킨집이 문을 닫았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문을 닫는 치킨집들은 다 맛없고 자기만의 개성이나 강점이 없는 가게들이었다. 롯데마트보다 훨씬 비싸게 팔지만, 자기만의 노하우로 정말로 맛 좋은 치킨을 좋은 서비스에 제공하는 동네 치킨집들은 여전히 잘 되고 있고 나도 더 비싸지만 이런 치킨집들을 애용한다.

위에서 언급한 플리토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결국, 네이버 김상헌 대표님이 공식적인 사과를 하고 번역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플리토 이정수 대표님의 스마트한 소셜 마케팅이 있었고, IT 분야에서 종사하는 많은 분의 네이버 공격과 비난이 있었고, 언론의 플리토 옹호 플레이가 있었다. 나는 이것도 플리토가 그동안 쌓아왔던 실력과 사용자들의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물론, 한국인들의 대기업에 대한 증오도 한몫을 했다). 제품이 후졌고, 사용자들의 사랑이 없었다면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대기업, 동네 가게, 중소기업, 그리고 스타트업들이 상생하려면 모두 다 자기만의 실력을 갈고닦는 방법밖에 없는 거 같다. 자연스럽게 경쟁력 없는 업체들은 없어지고, 실력 있는 회사들이 살아남을 것이며, 이런 과정이 계속 반복되면서 모두가 다 실력으로 상생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그리고 장담하건대 이렇게 되면 대기업만이 승자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글로벌 서비스, 그리고 물리적 위치

pokemon-go-nick_statt-screenshots-1.05년 전에 내가 미국에서 뮤직쉐이크를 그만두고 스트롱벤처스를 시작할 당시 나는 미국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고 싶으면 무조건 물리적으로 미국에 와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을 했다. 아무리 세계가 연결되어 있더라도 한국과 미국의 물리적인 위치 차이는 한국에서 미국 시장을 위한 제품을 만드는 팀들에게는 너무나 많은 불리한 약점들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황이 허락한다면 나는 본사를 미국으로 옮기라고 항상 권장했다.

하지만 아무 준비도 없이 – 위에서 내가 말한 부분 중 ‘상황이 허락한다면’을 이분들은 너무 쉽게 생각한 거 같다 – 무턱대고 미국으로 가서 실패한 한국 스타트업을 너무 많이 만났고, 이와는 반대로 미국이 본사가 아닌 해외 스타트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성공한 사례들이 조금씩 나오면서 나는 이런 내 생각을 더는 고집하거나 주장하지 않았다. 대표적인 예가 모바일 게임의 강자 슈퍼셀이다. 2010년도 북유럽의 핀란드에서 탄생한 이 작은 게임 개발사는 핀란드에서만 서비스를 운영하면서도 글로벌 시장을 제패했다. 아마도 창업한 이후 2-3년까지는 핀란드를 떠나지 않았고, 북미 시장을 석권한 이후에 미국에 사무실을 만든 걸로 알고 있다. 참고로 슈퍼셀은 2015년도에 단지 3개의 게임만으로 매출 2.6조 원을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최근에는 굳이 홈그라운드를 떠나지 않아도 제대로 된 사람들이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 수만 있다면 한국에 본사를 두고도 글로벌 비즈니스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주장을 했다.

그런데 요새 포케몬고 사태를 보면서 다시 생각을 재정비하고 있다. 미국은 지금 포케몬고 때문에 난리가 났다고 한다.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비즈니스에도 – 특히 내가 개인적으로 관심 있어 하는 동네(=local) 비즈니스 –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품이기 때문에 우리 같은 투자자와 창업가들은 이 서비스와 포케몬고가 만들어 가는 사회적 현상을 잘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지금 물리적으로 포케몬고를 할 수 없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살고 있으므로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물론 이걸 어떻게 하고, 어떤 시사점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미국에 있는 내 친구들을 통해서 듣고 있고 다양한 기사를 접해서 대략 알고 있지만, 포케몬고를 글로 읽는 거와 실제 하는 거랑은 완전히 다르므로 참으로 답답하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포케몬고를 아직 한국에서 할 수 없으므로 인해서 이 새로운 플랫폼을 기반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야 하는 한국 창업가들의 기회손실은 치명적이고, 이런 비즈니스에 투자를 해야 하는 나 같은 투자자들도 눈 뜬 장님같이 “포케몬고가 그렇다고들 하더라”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 미국에 있었으면 직접 포케몬고를 할 수 있고, 주변 사람들이 모두 하므로 이를 통해서 느끼고, 생각하고, 만들 수 있는 신규 제품이나 서비스들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분명히 이 중 몇 제품들은 크게 될 것이다. 미국에 있는 창업가들이 이러고 있는 동안 한국에 있는 우리는 그냥 이런 현상을 보고만 있어야 한다.
얼마 전에 끝난 NBA를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미국에 있었으면 주위 사람들이 모두 농구 이야기를 했고, TV를 켜도 항상 방송되는 게 NBA 경기이고, 미디어에서도 계속 커리와 제임스 이야기만 하니까 그냥 자동으로 관심을 두게 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일단 그 누구도 NBA 플레이오프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 관련 소식을 내가 노력해서 찾아야 했고, 이렇게 관련 콘텐츠들이 나한테 푸쉬되지 않으니 나도 자연스레 흥미를 잃고 이와 함께 관심도가 내려갔다. 한국에서 농구나 스포츠 관련 앱을 개발하려는 창업가들은 이런 분위기 때문에 미국의 창업가보다는 태생적으로 불리한 시작을 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은 주목해야 할 만한 현상이다. 내가 한국에 사는 창업가이며 포케몬고 관련 사업을 하려고 한다면 어려움이 많이 있을 것이다. 이는 미국 시장을 잘 모르는 팀이 – 미국에서 살아본 경험도 없고 미국인들이 어떤 사고방식을 가졌는지 모르는, 그리고 영어를 하지 못하는 – 글로벌 시장을 위한 제품을 한국에서 만들 때 많은 어려움을 겪는 큰 이유 중 하나이다. 특히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만드는 B2C 제품은 단순하지가 않다. 소비자들이 일상 생활에서 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는 문화, 패턴, 트렌드, 삶, 주위 환경, 주위 사람들 등 상당히 복합적인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미국에 물리적으로 있지 않으면서 이런 완성도가 높은 제품을 만든다는 건 상당히 어렵다. 포케몬의 예에서 말한 대로 한국에 있으면 미국사람들이 주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어떤 서비스를 사용하고, 어디에 관심이 있으며, 요새 유행하는 게 무엇인지를 직접 깊게 이해하고 체험하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영어를 아무리 잘해서 인터넷에서 이런저런 정보를 찾을 수 있어도 한계가 있다. 마치 내가 포케몬고 관련 겪는 어려움과 같이.

그렇다고 북미 시장을 위한 제품을 만드는 회사라면 본사를 북미로 옮겨야 한다는 단순한 흑백논리를 말하려는 건 아니다. 나도 이와 관련된 생각이 주기적으로 바뀌고 있는데 다른 독자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이미지 출처 = theverge.com>

누구나 다 구글이 될 수도 없고, 될 필요도 없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 그리고 스타트업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웬만한 대기업들 부럽지 않은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큰’ 스타트업들은 확실히 한국 회사들이랑은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르다. 기업 문화부터 시작해서 구성원들이 일을 바라보는 자세, 나이나 경력과는 상관없이 오로지 능력과 실력만으로 평가하는 철저한 실력주의는 아직 우리한테는 조금 생소한 개념들이다. 이런 면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실리콘밸리가 만들어졌고 많은 혁신이 이 동네에서 시작되는 거 같다.

확실히 부러운 점들이 많긴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문화가 무조건 좋다고 말할 수는 없으며 특히나 모든 기업이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문화를 닮을 필요는 더더욱 없다고 생각한다. 일을 잘하는 사람들을 연구해보면 모두가 나름대로 일하는 방식이 있고, 공부 잘하는 사람들을 봐도 공부하는 방법이 모두 다르다. 어떤 사람들은 아침 일찍 시작해야지 능률이 오르지만, 이와는 반대로 어떤 이들은 늦게 시작해서 밤을 새우면서 일해야지 잘한다. 모두 각자의 방식이 있는데 이는 개개인들의 DNA, 성향, 성장환경, 교육환경, 지역적 위치 등의 다양한 요소에 의해서 결정된다.

요새 언론에서 진짜 많이 들리는 말이 있다. 어떤 대기업은 기업문화를 스타트업과 같이 바꾸겠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어떤 대기업은 구글과 같은 기업문화를 만드는 게 새로운 미래전략이라고 한다. 어떤 대기업은 갑자기 연공서열을 파괴하고 모든 호칭을 ~님, 또는 영어 이름을 쓰겠다고 공포했다. 솔직히 발표용으로는 좋은 기삿거리지만 나는 이런 소식을 접하면 굳이 저렇게 할 필요가 있겠냐는 생각을 한다.

모든 회사가 똑같을 필요는 없다. 대기업은 그 나름대로 장점들이 존재한다. 흔히 대기업의 문화라고 하면 좋지 않은 생각만 떠올리게 된다. 특히 한국 대기업의 이미지는 딱딱한 수직적 조직, 줄타기, 정치 싸움, 관료주의, 갑질 등으로 대표되기 때문에 부정적인 면이 더 많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 또한 이 회사의 문화이며, 어떻게 보면 이런 문화가 있었기 때문에 수십 년 또는 수백 년 동안 살아남아서 오늘의 대기업으로 성장했을 것이다. 이런 회사들이 굳이 실리콘밸리 회사들의 문화를 그대로 모방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세상은 바뀌고 있고 이에 적응하려면 사람도 변해야 하고 기업도 변해야 한다. 하지만 그 변화는 context 기반의 변화이어야 한다. 즉, 기업의 성장 배경, 판매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성격, 기업이 위치한 나라의 문화, 조직원들의 성향 등이 반영된 자기만의 변화를 해야 한다. 한국은 미국이 아니다. 문화와 역사가 엄연히 다른 나라이다. 특히, 실리콘밸리라는 지역은 미국의 다른 지역과도 매우 다르고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 동네의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무형자산인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있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대부분 제조업이나 무역업으로 시작했고 모든 산업에 걸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채용하는 직원들도 대부분 한국에서 태어나서 한국의 고유한 교육을 받은 한국인들이다. 이렇게 DNA 자체가 다른 한국의 대기업들이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을 따라 하는 건 체질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 삼성의 역사는 78년, 현대는 69년이다. 반면에 구글은 18살이고, 페이스북의 역사는 12년밖에 되지 않았다. 실은 삼성과 현대가 훨씬 오랫동안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살아남았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이들이 이렇게 잘할 수 있었던 이유가 어쩌면 우리가 항상 욕하고, 대기업의 임원들이 실리콘밸리와 비슷하게 바꾸고 싶어 하는 ‘구시대적’인 기업문화일 수도 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기업의 문화는 겉으로 보면 솔직히 한국 대기업보다는 훨씬 섹시하기 때문에 따라 하고는 싶다. 하지만 이들은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하고 성장한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이런 문화를 갖게 된 것이다. 정장을 입던 한국의 대기업에 갑자기 양말도 신지 않은 하얀 다리에 반바지와 구두를 신고 나타난 어색하고 촌스러워 보이는 직원과 임원들이 ‘과장’ , ‘이사’ 와 같은 호칭이 아니라 서로에게 ‘톰’ 또는 ‘제인’ 이라는 영문 이름을 쓰는 걸 상상하면 정말 손발이 다 오그라든다. 이렇게 하면 기업의 창의성이 더 오른다는 발상은 정말 잘 모르겠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변해야 한다. 하지만, 잘 연구해서 그들만의 방법을 찾아서 변화해야 한다. 누구나 다 구글이 될 수도 없지만, 누구나 다 구글이 될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