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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wing Up

사람은 시간이 갈수록 나이를 먹고, 나이를 먹으면서 대부분 성장한다. 어떤 사람은 몸만 성장하지만, 내가 아는 대부분은 몸과 정신 모두 성장하면서, 어릴 적엔 주위 사람들이 “얘는 커서 뭐가 될까?”라는 질문을 했지만, 훌륭한 인격체가 됐다.

요새 엘리베이터와 TV의 광고를 보면 참 신기하고 흐뭇하다. 특히 시청률이 높은 프라임 타임의 광고는 전통적으로 대기업이 독차지했었는데, 요샌 내가 아는 스타트업의 광고가 너무 많이 보인다. 심지어 우리 투자사의 광고도 거의 매일 방송 타는걸 보면, 이 회사들이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다가, 망할 위기를 여러 번 거치면서, 얼마나 단단하고 스트롱하게 성장했는지, 다시 한번 느끼고 생각하게 된다.

아직 TV 광고는 안 하지만, 이제 1,600만 명의 한국인이 사용하는 당근마켓 광고는 엘리베이터 안의 포커스미디어를 통해서 매일 여러 번 볼 수 있다. 실은 당근마켓도 창업 초기엔 “이 사업이 한국에서 과연 될까?”라는 의문을 여러 번 했었는데, 이제 전 국민이 사용하고, 이렇게 멋진 광고까지 하는 걸 보면 감회가 새롭다.

한국을 대표하는 취미와 클래스 앱 클래스101은 가수 박재범 씨가 광고도 하고 클래스도 제공하고 있다. 제이팍의 “배우지마, 101해” 광고를 TV에서 처음 봤을 땐 정말 비현실적인 느낌까지 들었다. 사업을 막 시작한 4명의 울산과기원 학생팀에 우리가 7년 전에 투자했는데, 그 팀이 이제 박재범 씨를 광고 모델로 사용하다니!
클래스101도 창업 초기엔 “이 사업은 과연 어떻게 될까?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많이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면서, 광고를 볼 때마다 짜릿하기까지 했다.

연예인 파워보단, 광고의 내용과 스토리에 신경을 많이 쓴 세상에 없던 대출 플랫폼, 핀다의 광고도 매우 인상적이다. 핀다도 힘든 시기가 여러 번 있었고, “살아 남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스트롱 내부에서도 여러 번 했었는데, 요샌 국민대출앱이 됐고,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핀다 광고 너무 재미있다고 하는걸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다.

전 국민 생활 솔루션 숨고도 최근에 TV 광고를 시작했다. 드라마와 영화에서만 보던 성동일 씨와 라미란 씨가 “어떡하지? 숨고하지!”를 외치는 걸 보면 숨고 또한 많이 성장했다는 생각을 한다. 숨고 역시 여러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역경을 잘 극복하고 성장해서 감회가 새롭다.

이 외에도, TV는 아니지만, 포미에서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세탁특공대와 라이클의 광고를 볼 때마다 너무 반갑고, 엘리베이터를 같이 탄 모르는 이웃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을 항상 꾹 자제하곤 한다. 실은 포미에서 보는 광고의 회사들은 내가 전에 직접 만나봤거나, 잘 아는 스타트업이 대부분이라서, 항상 신기하다고 생각한다.

창업가의 굳은 의지와 믿음을 기반으로 맨땅에서 시작한 스타트업이 이제 대기업을 위협하고 있고, 어떤 스타트업은 이미 대기업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과거에는 전통적 기업만이 독점하던 매스 미디어에서 누구나 다 아는 연예인을 섭외해서 메인스트림 광고를 집행하는 걸 보면, 이 회사들이 정말 빠르게 성장하면서 시대를 바꾸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헤이딜러 광고에 김혜수 씨와 한소희 씨가 나오는 걸 보면, 정말로 스타트업 전성시대인 것 같다.

Thin Layers

여행사이트의 메타 검색 엔진 Kayak은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고 많이 사용되는 서비스인데, 얼마 전에 카약의 창업가 Paul English에 대한 팟캐스트를 들었다. 이분이 어떤 유년기를 보냈고, 어떤 커리어 길을 걸어왔고, 어떻게 카약을 창업했고, 왜 이름을 Kayak으로 정했는지 등에 대한 굉장히 깊고 상세한 대화였는데, 1시간이 넘는 팟캐스트였지만 한 번에 다 들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고, 공감이 갔던 내용은 회사 초기에 투자받기 위해 VC들과 미팅을 하면 항상 공격받았던 부분이, 카약이 실제로 검색 엔진을 만드는 기술은 없고, 이미 존재하는 검색 엔진에 묻어가는, 기술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스타트업이 아니냐는 점이었는데, 폴은 이 부분을 아주 긍정적이고 자랑스럽게 인정하면서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네, 이미 ITA라는(Google Travel전신) 뛰어난 여행 검색 엔진이 존재하는데, 굳이 새로운 검색 엔진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카약은 검색 엔진을 만드는 게 아니라 사용자와 ITA를 더 빠르고 좋게 연결해주는 아주 얇은 UI 레이어(thin UI layer)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아마도 당시엔 미국 VC들도 이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고, 사용하기 쉬운 UI와 위대한 UX를 제공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고 대단한 기술력이 요구되는지 몰랐던 것 같다. 그래서 창업 초반에는 펀딩이 쉽지 않았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카약의 직관적이고 사용하기 쉬운 검색 창을 사용하면서 트래픽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면서 유니콘이 됐고, IPO도 하고, 이후에 Booking Holdings가 $2.1B에 인수했다.

요새 나도 이 thin layer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관련된 회사도 많이 만나고 있어서 이 내용이 더욱더 와닿았던 것 같다. 인터넷에는 좋은 정보와 쓰레기 정보가 넘쳐흐른다. Web 2.0이 시작된 이후로 전 세계인이 소화할 수 있는 속도보다 훨씬 더 빠르게 정보가 누적되고 있는데, 누군가 이 정보를 잘 스크리닝하고 정리해서, 사용자가 필요한 내용만 보여주기만 해도 엄청난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다. 여행 분야에서는 카약이 이미 누군가 잘 만들어 놓은 검색 엔진위에, 또 다른 메타검색엔진이라는 thin layer를 만들어서 이 사업을 잘하고 있다. 나는 이런 thin layer는 어떠한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걸 만들어 놓으면, 카약과 같이 많은 사람들이 기술력이나 사업성에 대해 공격을 하겠지만, 아주 깔끔하고, 빠르고, 사용하기 편리한 UI를 만드는 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 많은 분들이 간과하는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정보는 더욱더 넘쳐흐를 것이고, 구글이나 네이버가 사용자가 원하는 내용을 정확하게 찾아주는 게 더욱더 어려워질 것이다. 그래서 이런 thin layer가 반드시 필요하고 여기에 큰 사업성이 있다고 난 생각한다.

바퀴는 이미 너무 완벽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걸 새로 발명할 필요는 없다. 이 바퀴 위에 얹을 더 빠르고 좋은 자동차를 만들면 된다.

기회의 해 2022년

작년 12월에 The New Consumer의 “Consumer Trends 2022 Report“라는 보고서를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다(USV Fred Wilson의 블로그를 통해서 알게 된 보고서이다). 유료 구독 서비스지만, 이 보고서는 회원 가입만 하면 무료로 볼 수 있는데, 분야와는 상관없이 사업을 하시는 분이라면 모두 다 완독하는 걸 강력하게 추천한다.

이 자료에는 좋은 내용이 상당히 많다. 핵심을 요약하자면, 현재 10세~40세인 MZ 세대가 이제 미국 인구의 거의 절반인 40%를 차지하는데, 이들이 이제 왕성한 소비를 할 시점이 도래했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앞으로 분야를 막론하고, 모든 비즈니스는 MZ 세대의 취향에 맞춰서, 그리고 그들의 가치를 반영해서 전략과 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이를 위한 다양한 설문 조사 결과가 정리되어 있다.

내가 가장 공감했던 몇 가지 핵심 내용만 정리해보면,

1/ 2020년은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모두 쇼크를 받은 한 해, 2021년은 이 상황에 적응을 한 해, 그리고 2022년은 새로운 기회의 해.

2/ ESG와도 긴밀한 상관관계가 있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 대중이 생각하는 만큼 MZ 세대에게 대세는 아니다. 젊은 세대가 환경 이슈에 민감하지만, 아직은 지속 가능하지 않지만, 가격이 저렴한 물건을 선호한다. 하지만, 지속가능성은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3/ 350조 원 이상의 상거래가 최근 2년 동안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했고, 앞으로도 전자상거래는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또한, 미국의 MZ 세대도 앞으로 청과물이나 육류와 같은 fresh grocery도 온라인으로 해결할 것이다.

4/ 팬데믹 때문에 헬스장이 문 닫았고, 홈트레이닝과 펠로톤 같은 기구 시장이 성장했지만, 역시 피트니스는 오프라인 경험이 적절히 혼합되어야 한다. 피트니스의 미래는 온, 오프라인의 hybrid 형태가 될 것이다.

5/ 모두가 우려하는 인플레이션은 이미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설문 조사한 모든 미국인은 물건의 가격이 올랐다고 했다.

6/ MZ 세대는 암호화폐를 현금과 같이 생각한다. 설문 조사한 MZ 세대의 21%가 작년에 이더리움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이는 13%인 비트코인의 거의 두 배인데, 아마도 NFT 구매를 위해서 이더리움을 구매한 듯). 어쨌든, 디지털 자산은 이미 메인스트림으로 들어왔고, 이 변화는 더욱더 가속화될 것이다.

솔직히 이 6가지 포인트가 엄청나게 쇼킹한 건 아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정리가 된 걸 보면, 진짜로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실감 난다.

나는 이 중 첫 번째 내용이 가장 와닿는다. 2020년은 그 누구도 예상 못 했던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전 세계는 쇼크에 빠졌다. 아무것도 못 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하지만, 2021년에 이제 천천히 정신을 차리면서 백신도 개발했고, 이 지긋지긋한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는 삶에 적응하는 방법을 우린 배운 것 같다. 2022년은 이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하는 한 해라는 생각에 100% 동의한다. 이미 우린 2년 동안의 연습 시간을 가졌고, 이제 이 연습을 통한 배움을 기회로 바꿔야 하는 시점이 2022년이다.

내년에도 코로나 때문에 사업이 힘들다고 하는 분들은 – 그리고, 이런 말 해서 미안하다 – 그냥 사업 접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제 이건 변명이 될 것이고, 누군가는 변명하는 동안 민첩하고 똑똑한 창업가들이 기회를 모두 독점할 것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자산에 대한 생각 – 2021년 12월

2021년도의 매달 마지막 블로그 포스팅에서는 디지털 자산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2013년도에 우리가 코빗에 투자하면서 이 매력적인 시장과 기술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됐고, 이후에 계속 꾸준히 공부도 하고 회사들도 만나서 나름 최신 업데이트를 접하곤 있지만, 워낙 빨리 변하는 분야이고, 디지털 자산에만 투자하는 투자자와 펀드들도 있어서, 나는 아직 이 분야에 대해서 공부할게 상당히 많다. 이런 취지로 매달 한 번 정도는 관련해서 글을 쓰기로 했는데, 이게 올해의 마지막 디지털 자산에 대한 포스팅이다.

나는 비트코인과 디지털 자산을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알게 된 것에 대해서 상당히 고맙게 생각한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일찍이 비트코인을 사서 돈을 많이 벌어서 고맙게 생각하는 줄 알지만, 그게 아니라 디지털 자산을 일찍 알게 되면서 돈에 이해도가 높아진 것에 대해서 감사한다. 디지털 자산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점점 더 돈에 대한 호기심과 의구심이 들었고, 이는 돈에 대한 공부로 이어졌다. 돈에 대한 공부는 화폐에 대한 이해로 이어졌고, 화폐에 대한 이해와 궁금증은 경제에 대한 호기심으로 번졌다. 나는 경제학자도 아니고, 아직도 금리가 오르면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돈과 경제에 대해 그동안 전혀 몰랐고, 알려고 노력도 하지 않았던 내용에 관심을 갖게 됐다. 만약에 비트코인과 디지털 자산을 몰랐다면, 이런 부분에 대한 관심조차 갖지 않았을 것이다.

올해 이 분야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고, 내년은 아마도 더 다이나믹한 한 해가 될 텐데, 내 개인적인 기준으로는 큰 위기가 두 번 있었는데, 뒤돌아보면 이 리스크는 모두 제거됐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리스크는 중국이었다. 그동안 중국은 디지털 자산에 대한 압박을 정기적으로 행사했었지만, 올해는 마음먹고 강한 제동을 걸었다. 디지털 자산 거래는 물론, 채굴까지 불법화했고 그동안 말로만 하던 규제가 아니라 정말로 행동을 취했다. 중국은 전 세계 비트코인 채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는데, 비트코인 오퍼레이션의 핵심 중 하나인 채굴을 중국이 불법화하면서 이 네트워크의 속도가 느려졌고, 이러다 디지털자산의 블루칩인 비트코인이 완전히 망가지는 게 아니냐는 걱정을 전세계가 심각하게 했다. 일시적으로는 비트코인 채굴 속도를 보여주는 hash rate이 확 떨어지긴 했지만, 서서히 다시 올라오기 시작했고 완전히 정상 속도로 복귀했다.

중국의 압박을 피해서 대부분의 채굴업자들이 미국이나 캐나다, 또는 러시아로 법인과 채굴기기들을 옮겼고,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긍정적인 결과가 만들어졌다. 중국의 채굴업은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석탄 에너지로 운영돼서 심각한 환경과 ESG 문제를 야기했고, 이 또한 비트코인에 대한 공격 포인트였는데, 중국을 탈피하면서 이제 채굴의 60% 이상이 조금 더 깨끗한 클린, 대체 에너지로 대체됐다. 하지만, 가장 큰 장점은 채굴자들이 중국 밖으로 나가면서 디지털 자산의 중국 의존도가 현저하게 낮아졌고, 어느 순간 디지털 자산 산업이 탈중국화에 성공했는데, 이 시장의 가장 큰 불안 요소가 제거됐다고 보면 된다.

또 다른 리스크는, 이러한 중국의 행보를 미국도 따르지 않겠냐는 걱정이었는데, 미국은 이 이슈에 대해 자본가 답게 대처했다. 계속 규제를 만들면서 디지털 자산 이해관계자들과 갈등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지만, 중국과는 반대의 전략을 선택한 것 같다. 미국은 이 새로운 기술과 시장을 받아들이면서, 그동안 중국에 뒤졌던 많은 것들을 다시 빼앗고 싶어 하고, 크립토/블록체인/웹3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그동안 주춤했던 혁신의 엔진을 다시 한번 가동하려는 것 같다.

어쨌든, 중국이라는 가장 큰 리스크가 제거됐고, 이 리스크를 미국은 기회로 만들고 있으니, 가장 좋은 결과가 만들어진 게 아닐까 싶다. 2022년은 디지털 자산이 메인스트림 자산이 되고, 이를 기반으로 여러 가지 새로운 기회가 생길 거라고 희망을 해본다.

디지털 자산에 대한 생각 – 2021년 11월

얼마 전에 내가 다음과 같은 트윗을 올렸다.

NFT

이걸 보고 많은 분들이 내가 NFT를 믿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나는 NFT를 아직 구매하지 않았고, 디스코드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진 않지만, NFT의 개념에 대해서는 2014년도부터 알고 있었고, 그동안 계속 이 기술과 시장은 조금씩 보고 있었다.

NFT가 문화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것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이런 디지털 콜렉티블이 대세가 될 수도 있는데, 지금 이 시장은 과도기를 거치는 중인 것 같고,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때 거치는 성장통을 경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한가지는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고 싶다. NFT에 대해 회의적인 분들에게 물어보면, 실제로 만질 수 있는 물건에 비해서 NFT는 누구나 쉽게 복제가 가능해서 진위 여부를 판단하는 게 힘들기 때문에 지루한 원숭이 JPEG을 수 억 원 주고 구매하는 건 미친 짓이라고 할 것이다. 잭 도시의 첫 번째 트윗 NFT가 $2.9M에 판매됐는데, 그냥 여기 가서 보면 되는걸 이 돈을 주고 사는 건 대부분 사람들에게 상당히 이상하게 보일 것이다. 나는 이렇게 비싼 돈을 주고 NFT를 구매하는 건 이해 못 하지만, NFT의 진위 여부에 대해서는 전혀 의심하진 않는다.

조금 더 자세히 생각해보면, NFT도 진품과 짝퉁을 충분히 구분할 수 있다. 아니, 오히려 실물보다 더 잘 구분할 수 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할까 고민하다가, USV의 Albert Wenger 파트너가 이걸 쉽게 설명한 을 읽었다. 이분의 글을 다 번역하고 싶진 않지만, 요약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아주 먼 미래에 3D 프린팅과 센서 기술이 너무 좋아져서 루브르 박물관에서 스마트폰으로 모나리자 그림을 스캔하는 시나리오를 생각해보자. 단순히 겉만 스캔하는 게 아니라 아주 깊게 그림의 모든 레이어를 원자 단위까지 스캔하고, 집에 가서 최첨단 3D 프린터로 완벽한 모나리자 모조품을 만들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이 그림은 진품 모나리자와 원자까지 완전히 동일하다.

그러면, 이게 모나리자 진품인가? 아니다. 이건 진품이 아니라 잘 카피/페이스트 된, 진품과 완전히 똑같은 모조품이다. 이 모나리자를 누군가 당근마켓에서 진품이라고 주장하면서 판매하고 있다면, 루브르 박물관에 전화해서 모나리자가 아직도 거기 있는지 확인해보면 된다. 만약에 진품이 루브르 박물관에 잘 진열되어 있다면, 당근마켓에서 판매하고 있는 건 가품이고, 가격도 아주 저렴하게 책정될 것이다.

이제 더 이상한 시나리오를 한번 생각해보자. 한밤중에 루브르 박물관 사람들이 우리 집에 몰래 무단침입해서 내가 가진 모조품을 진짜 모나리자랑 바꿔서, 아침에 일어나보니 내가 모나리자 진품을 소유하고 있다. 물론, 이제 가품인지 진품인지는 그 누구도 모르고, 절대로 구분할 수 없다. 내가 이걸 다시 당근마켓에서 판매하면, 누군가 루브르 박물관에 전화해서 모나리자가 아직 거기 있는지 확인해볼 것이다. 그런데 루브르 박물관도 구분을 못 해서, 내가 갖고 있는 게 가품이라고 할 것이다.

굉장히 현실성 없는 시나리오지만, 많은 사람들이 복제가 쉬워서 진위를 구분할 수 없다고 하는 NFT 시장과 실물이 존재하는 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NFT는 “내가 소유한 모나리자가 오리지널이다”라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를 확실하게 제공해 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나는 NFT는 레알이고, 시장이 진짜로 존재한다고 믿지만, 요새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면 아직은 초기라서 거품이 많이 껴있다고 생각한다. ICO와 비슷하게 어느 정도 거품이 빠지고, 사기꾼들이 자발적으로 없어지고, 문제점들이 천천히 하나씩 해결되면 아주 탄탄한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