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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기사

타다가 처음에 출시됐을 때, 내가 얼마나 기뻤는지, 여러 번 페이스북에 올렸고, 블로그에 이런 포스팅도 했었다. 타다가 무슨 모빌리티 혁신이냐는 많은 논쟁이 있었지만, 기술력 측면에서도 혁신이었고, 서비스와 승객의 경험 면에서는 당시엔 혁신을 넘어선 혁명이었다. 그래서 타다가 불법이 됐을 땐, 나도 꽤 화가 났고 그런 법을 만든 사람들에게 상당히 실망했었다.

그 이후에는 일반 택시보단 비싸지만, 타다 플러스를 애용했고, 카카오 택시, 파파, 일반 택시, 모범 택시, 아이.엠택시 등 모든 택시를 다 이용하면서 업무를 했다. 그리고 내가 내린 결론은, 타다 플러스랑 파파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택시기사와 택시회사가 택시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청결, 서비스, 커뮤니케이션, 이동경험을 개선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공급량도 부족하고, 가격도 비싸지만, 웬만하면 타다 플러스나 파파만 한동안 이용했고, 지금도 그렇게 이동하고 있다. 그리고 스타리아 밴으로 구성된 타타 넥스트 서비스가 출시됐을 때,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고, 요샌 타다 넥스트, 플러스, 그리고 파파를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몇 개월 동안 느낀 점은, 타다나 파파도 이제 약발이 떨어진 건지, 드라이버들의 수준이 낮아진 건지, 일반 택시랑 크게 다른 점이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기사들은 모두 다 과속하고, 급출발과 급제동을 하지 않는 기사를 최근에 만난 적이 없으며,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자고 하면 살살 짜증 내는 타다 기사도 만난 적이 있다. 전에는 불친절한 타다/파파 기사를 만나면 진짜 운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친절하고 조심스럽게 운전하는 기사를 만나면 진짜 운이 좋다고 생각할 정도다.

파파는 이제 와이파이는 제공하지 않는데 타다 플러스와 넥스트는 와이파이를 기본적으로 제공한다. 나에겐 이게 정말 중요하다. 강남 내에서 이동할 때도 차가 막히면 30분, 그리고 분당이나 일산까지 멀리 가면 1시간 이상을 택시에서 보내는데, 와이파이가 되면 나에겐 달리는 사무실이 되기 때문에, 비싸도 타다를 이용한다. 그런데 와이파이가 안 되는 타다 차량도 요새 너무 많다. 기사님에게 물어보면, 와이파이가 뭔지도 모르는 분이 있고, 그냥 잘 모르겠다고 하는 분들도 많다.

사람을 위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가 스케일이 생기면, 항상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 소프트웨어는 스케일해도 동일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지만, 사람은 그게 안 되기 때문이다.

주로, 많은 불만족스러운 고객이 존재하는 시장에 기술이 잘 적용되면 혁신이 생기는데, 한국 택시 산업에서의 개선이나 혁신은 현재의 구조로는 불가능하다는 게 내 결론이다.

이 시장이 좋아져서 시민의 사랑을 받는 택시 산업이 만들어지려면 방법이 하나 있는데, 그건 자율주행과 로봇 드라이버다. 완벽하게 작동하는 full self driving 기술이 구현되야지만, 누구나 다 만족하고, 돈이 아깝지 않은, 소비자 중심의 택시 산업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빨리 자율주행기술이 완성됐으면 한다. 더욱더 많은 투자금이 이 기술에 투입되고, 더욱더 많은 똑똑한 창업가들이 이 분야에서 창업하고 일했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이다.

참고로, 나는 운전을 잘 안 해서, 택시를 정말 많이 탄다. 내가 아는 지인 중 내가 택시를 제일 많이 타기 때문에, 나만 항상 이상한 택시 기사가 걸린다는 건 확률상 맞지 않아서, 내 경험이 분명히 일반인의 택시 경험을 대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페이플 허브

온라인에서 뭔가를 판매하려면 여러 가지를 준비해야 하지만, 잘 작동하는 결제 시스템은 필수이다. 한국은 온라인 결제가 꽤 잘 발달되어 있어서 여러 가지 옵션이 있지만, 개발 능력이 없는 회사에서 손쉽게 적용할 수 있는 API는 찾기가 힘들다. 이런 갈증을 우리 투자사 페이플이 해결하고 있는데, 최근에 페이플에서 ‘페이플 허브’라는 좋은 API를 출시했다.

페이플 허브는 수요와 공급을 중개하고 매칭하는 플랫폼이나 마켓플레이스 비즈니스를 위한 편리한 정산 API 인데, 이들이 수십 개 또는 수만 개의 하위셀러들에게 정산해야 하는 금액을 자동으로 지급할 수 있는 지급이체 대행 서비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지금까지는 이런 정산과 이체는 별도의 계좌를 통해서 회사의 직원분이 엑셀을 수작업으로 만들어서 관리했는데, 이렇게 하면 바이어와 셀러가 많아질수록 휴먼 에러가 잦고, 직원분들의 시간과 자원 낭비가 갈수록 심해진다.

페이플 허브를 사용하면, API를 통해서 모든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기 때문에 휴먼에러를 최소화,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지급이체, 예약 지급이체, 중복지급 방지 등이 가능하다.

단, 페이플 허브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페이플의 PG 파트너사가 되어야 하는데, sales@payple.kr 로 문의하면 자세히 안내해 준다.

페이플 허브 소개
페이플 허브 API

더 쉬운 결제 API를 개발하고 있는 페이플 팀의 앞으로의 다른 제품들도 기대가 많이 된다.

대분열

요샌 USV의 Fred Wilson도 반 은퇴한 삶을 살고 있어서, 블로깅 주기가 점점 더 길어지고 있지만, 올라오는 글들은 역시 통찰력이 넘쳐흐른다. 나는 주로 비상장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어서, 상장 시장의 상황을 다각도에서 분석하는 능력이 없는데, 이 을 읽으면서 그동안 과열된 시장에 대한 내 생각과 고민을 하나씩 다시 비교해 볼 수 있었다.

아마도 이런 내용인듯싶다. 상장 시장에서의 기업 가치와 비상장 시장에서의 기업 가치는 비슷한 회사를 비교하면, 항상 차이가 난다. 특정 분야의 회사는 그 차이가 더욱더 크다. 여러 가지 이유와 이론이 있는데, 내가 가장 수긍이 잘 가는 내용은, 비상장 시장은 소수의 투자자들이 회사의 주관적인 수치와 미래의 가능성을 기반으로 기업 가치를 정하고, 상장 시장은 다수의 투자자들이 회사의 객관적인 수치와 현실을 기반으로 기업 가치를 정하기 때문에, 이렇게 기업 가치에 차이가 나는 것이다.

그리고 과거의 여러 data를 분석해보면, 실제로 상장 시장과 비상장 시장의 기업 가치에는 항상 어느 정도의 차이가 존재했다. 그런데 이 ‘어느 정도의’ 차이의 간격이 몇 달 전부터 상당히 벌어지기 시작했다(또는, 어떻게 보냐에 따라서, 좁혀지기 시작했다).

2년 동안의 팬데믹을 거치면서 상상 이상의 돈이 비상장 회사에 – 특히, 테크 스타트업 – 투자되면서, 이 회사들의 기업가치는 천문학적으로 높아졌다. 전 세계 유니콘 기업 수가 1,000개가 넘은 게 그 직접적인 산출물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상장 회사들의 시총은 타격을 받고 있고, 특히 팬데믹 수혜주들의 주가가 급격하게 빠지고 있다. 아마도 이제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되면서 팬데믹이 곧 끝날 거라는 기대심리가 시장에 영향을 미치면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게 아닐까 싶고, 그동안 올라갔던 상장 시장의 시총이 모두 빠지진 않겠지만, 어느 정도 수준으로 내려올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비상장 시장과 상장 시장의 기업가치의 간격은 다시 한번 일정 수준을 유지할 텐데, 그러기 위해선 비상장 기업가치가 내려오지 않을까 싶다. 내가 봐도 현재 스타트업 시장은 너무 과열되어 있는데, 올해 하반기 정도가 되면 이 열기는 조금 식지 않을까 싶다.

얼마 전에 Index Ventures의 Mark Goldberg의 트윗이 이런 현상을 잘 설명한다(마크는 드롭박스에서 일 한 경험이 있다)

“내가 2013년도 드롭박스로 이직했을 때, 당시에 $10B 밸류에이션에 시리즈 C 투자를 마무리했었다. 지금 드롭박스의 매출은 수조 원인데, 2013년도에 비하면 거의 1,000%의 매출 성장인 셈이다. 그런데 현재 상장 시장에서 드롭박스의 시총은 $9.5B이다…최근에 유니콘 된 스타트업들도 조심해야 할 것이다.”

Growing Up

사람은 시간이 갈수록 나이를 먹고, 나이를 먹으면서 대부분 성장한다. 어떤 사람은 몸만 성장하지만, 내가 아는 대부분은 몸과 정신 모두 성장하면서, 어릴 적엔 주위 사람들이 “얘는 커서 뭐가 될까?”라는 질문을 했지만, 훌륭한 인격체가 됐다.

요새 엘리베이터와 TV의 광고를 보면 참 신기하고 흐뭇하다. 특히 시청률이 높은 프라임 타임의 광고는 전통적으로 대기업이 독차지했었는데, 요샌 내가 아는 스타트업의 광고가 너무 많이 보인다. 심지어 우리 투자사의 광고도 거의 매일 방송 타는걸 보면, 이 회사들이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다가, 망할 위기를 여러 번 거치면서, 얼마나 단단하고 스트롱하게 성장했는지, 다시 한번 느끼고 생각하게 된다.

아직 TV 광고는 안 하지만, 이제 1,600만 명의 한국인이 사용하는 당근마켓 광고는 엘리베이터 안의 포커스미디어를 통해서 매일 여러 번 볼 수 있다. 실은 당근마켓도 창업 초기엔 “이 사업이 한국에서 과연 될까?”라는 의문을 여러 번 했었는데, 이제 전 국민이 사용하고, 이렇게 멋진 광고까지 하는 걸 보면 감회가 새롭다.

한국을 대표하는 취미와 클래스 앱 클래스101은 가수 박재범 씨가 광고도 하고 클래스도 제공하고 있다. 제이팍의 “배우지마, 101해” 광고를 TV에서 처음 봤을 땐 정말 비현실적인 느낌까지 들었다. 사업을 막 시작한 4명의 울산과기원 학생팀에 우리가 7년 전에 투자했는데, 그 팀이 이제 박재범 씨를 광고 모델로 사용하다니!
클래스101도 창업 초기엔 “이 사업은 과연 어떻게 될까?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많이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면서, 광고를 볼 때마다 짜릿하기까지 했다.

연예인 파워보단, 광고의 내용과 스토리에 신경을 많이 쓴 세상에 없던 대출 플랫폼, 핀다의 광고도 매우 인상적이다. 핀다도 힘든 시기가 여러 번 있었고, “살아 남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스트롱 내부에서도 여러 번 했었는데, 요샌 국민대출앱이 됐고,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핀다 광고 너무 재미있다고 하는걸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다.

전 국민 생활 솔루션 숨고도 최근에 TV 광고를 시작했다. 드라마와 영화에서만 보던 성동일 씨와 라미란 씨가 “어떡하지? 숨고하지!”를 외치는 걸 보면 숨고 또한 많이 성장했다는 생각을 한다. 숨고 역시 여러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역경을 잘 극복하고 성장해서 감회가 새롭다.

이 외에도, TV는 아니지만, 포미에서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세탁특공대와 라이클의 광고를 볼 때마다 너무 반갑고, 엘리베이터를 같이 탄 모르는 이웃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을 항상 꾹 자제하곤 한다. 실은 포미에서 보는 광고의 회사들은 내가 전에 직접 만나봤거나, 잘 아는 스타트업이 대부분이라서, 항상 신기하다고 생각한다.

창업가의 굳은 의지와 믿음을 기반으로 맨땅에서 시작한 스타트업이 이제 대기업을 위협하고 있고, 어떤 스타트업은 이미 대기업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과거에는 전통적 기업만이 독점하던 매스 미디어에서 누구나 다 아는 연예인을 섭외해서 메인스트림 광고를 집행하는 걸 보면, 이 회사들이 정말 빠르게 성장하면서 시대를 바꾸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헤이딜러 광고에 김혜수 씨와 한소희 씨가 나오는 걸 보면, 정말로 스타트업 전성시대인 것 같다.

Thin Layers

여행사이트의 메타 검색 엔진 Kayak은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고 많이 사용되는 서비스인데, 얼마 전에 카약의 창업가 Paul English에 대한 팟캐스트를 들었다. 이분이 어떤 유년기를 보냈고, 어떤 커리어 길을 걸어왔고, 어떻게 카약을 창업했고, 왜 이름을 Kayak으로 정했는지 등에 대한 굉장히 깊고 상세한 대화였는데, 1시간이 넘는 팟캐스트였지만 한 번에 다 들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고, 공감이 갔던 내용은 회사 초기에 투자받기 위해 VC들과 미팅을 하면 항상 공격받았던 부분이, 카약이 실제로 검색 엔진을 만드는 기술은 없고, 이미 존재하는 검색 엔진에 묻어가는, 기술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스타트업이 아니냐는 점이었는데, 폴은 이 부분을 아주 긍정적이고 자랑스럽게 인정하면서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네, 이미 ITA라는(Google Travel전신) 뛰어난 여행 검색 엔진이 존재하는데, 굳이 새로운 검색 엔진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카약은 검색 엔진을 만드는 게 아니라 사용자와 ITA를 더 빠르고 좋게 연결해주는 아주 얇은 UI 레이어(thin UI layer)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아마도 당시엔 미국 VC들도 이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고, 사용하기 쉬운 UI와 위대한 UX를 제공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고 대단한 기술력이 요구되는지 몰랐던 것 같다. 그래서 창업 초반에는 펀딩이 쉽지 않았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카약의 직관적이고 사용하기 쉬운 검색 창을 사용하면서 트래픽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면서 유니콘이 됐고, IPO도 하고, 이후에 Booking Holdings가 $2.1B에 인수했다.

요새 나도 이 thin layer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관련된 회사도 많이 만나고 있어서 이 내용이 더욱더 와닿았던 것 같다. 인터넷에는 좋은 정보와 쓰레기 정보가 넘쳐흐른다. Web 2.0이 시작된 이후로 전 세계인이 소화할 수 있는 속도보다 훨씬 더 빠르게 정보가 누적되고 있는데, 누군가 이 정보를 잘 스크리닝하고 정리해서, 사용자가 필요한 내용만 보여주기만 해도 엄청난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다. 여행 분야에서는 카약이 이미 누군가 잘 만들어 놓은 검색 엔진위에, 또 다른 메타검색엔진이라는 thin layer를 만들어서 이 사업을 잘하고 있다. 나는 이런 thin layer는 어떠한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걸 만들어 놓으면, 카약과 같이 많은 사람들이 기술력이나 사업성에 대해 공격을 하겠지만, 아주 깔끔하고, 빠르고, 사용하기 편리한 UI를 만드는 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 많은 분들이 간과하는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정보는 더욱더 넘쳐흐를 것이고, 구글이나 네이버가 사용자가 원하는 내용을 정확하게 찾아주는 게 더욱더 어려워질 것이다. 그래서 이런 thin layer가 반드시 필요하고 여기에 큰 사업성이 있다고 난 생각한다.

바퀴는 이미 너무 완벽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걸 새로 발명할 필요는 없다. 이 바퀴 위에 얹을 더 빠르고 좋은 자동차를 만들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