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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규모

사업할 때나 투자할 때나 시장의 규모는 매우 중요하다. 시장이 작으면 아무리 뛰어난 창업가라도 성장의 한계가 있고, 사업이 아무리 잘되도 명확한 상한선이 보이기 때문이고,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작은 시장에서 사업하는 회사에 투자하면, 모두가 원하는 좋은 exit이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VC가 물어보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 시장 관련된 질문이다. 시장이 창업가의 머릿속에서가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그 규모가 어떻게 되는지 등의 질문을 창업가라면 만났던 모든 VC에게 들었을 것이다.

즉, 누구나 다 조 단위 시장(billion dollar market)에서 사업하고싶어하고, 여기에 투자하고싶어한다. 나도 회사를 검토할 때 항상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가 해결하려고 하는 문제가 있다면 이 문제가 큰 문제인지, 그리고 이 문제의 크기를 정량화 할 수 있는지인데 이 또한 쉽게 설명하면 시장의 규모에 대한 질문이다. 이런 질문을 물어보지만, 그래도 또 마음 한 구석에서 항상 명심하고 있는 건, 시장의 규모에 너무 연연하지 말자이다. 시장이 크면 좋지만, 그렇다고 작은 시장에서 사업하고 있다고 해서 회사가 가능성이 작다고는 판단하지 말자는 생각 또한 항상 하고 있다.

큰 시장규모에서 사업을 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이미 조 단위 시장이 형성된 분야에서 사업을 하는 방법이 있고, 아니면 당장은 시장이 작지만 내가 들어가서 이 시장을 조 단위 시장으로 만드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많은 투자자가 그냥 현재의 시장 규모가 엄청나게 커야지 관심을 두지, 작은 시장이라고 하면 이 창업가와 팀이 이 작은 시장을 더 큰 시장으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실은 작다못해 아예 존재하지 않는 시장에서 시작해서, 이 시장 자체를 수백조 원짜리로 만든 사례도 우리 주변에는 수두룩 하다.

내가 생각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빌게이츠와 마이크로소프트이다. 빌게이츠는 1975년도에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했고, 세상의 모든 집에 PC를 하나씩 팔겠다는 비전을 세웠다. 실은 당시에는 개인이 집에서 컴퓨터를 사용하는 건 상상하기 힘든 시대라서 개인용 PC의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많은 전문가와 지식인들이 빌게이츠를 조롱하기까지 했다. 당시 최고의 컴퓨터 회사였던 DEC(Digital Equipment Corporation)의 대표 Ken Olsen은 “There is no reason for any individual to have a computer in his home(집에 컴퓨터가 필요한 사람은 없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퍼스널컴퓨터의 시장은 전무했지만, 이후 불과 30년도 안 되어 집마다 컴퓨터가 없는 집이 없어졌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존재하지 않던, 또는 엄청 작았던 시장에 들어가서 이 시장을 키웠다.

아이폰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키보드가 없는 터치스크린과 소형컴퓨터와 같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손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아이폰은 당시에는 파격적이고, 당시 이 시장의 강자였던 블랙베리와 노키아는 시장이 없다고 하면서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지만, 존재하지 않는 시장이라고 아이폰을 무시한 결과는 두 회사에게는 비참했다.

시장크기는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시장 크기가 작다고, 또는 특정 시각으로 봤을 때 존재하지 않는다고, 이 시장이 나중에 커지지 않는다는 보장 또한 없다. 내 짧은 경험에 의하면 수백조 원 짜리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해도 그 시장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 하면 – 그리고, 시장이 크면 경쟁이 심해서 이렇게 될 확률도 높다 – 시장의 크기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반면에 시장이 작아도 그 시장으로 들어가서 작은 시장을 수백조 원 짜리 시장으로 키울 수 있다면 이건 대단하다.

시장 크기에 너무 현혹되지 말자.

불확실성의 계곡

death-valley-1417250_1280나는 스타트업에 투자하지만, 대기업 분들과도 꽤 많이, 그리고 자주 만난다. 우리 펀드에 출자한 대기업도 있지만, 우리 투자사의 후속 투자도 대기업이 많이 하고, 협업 기회가 이미 오랫동안 사업을 하고 있는 대기업의 전문분야에 있기 때문에 이런 다양한 이슈에 대해서 상의하기 위해서 대기업의 담당자 분들과 정기적으로 만나는 편이다.

특히 대기업의 투자 담당하시는 분들이 나한테 자주 물어보는 질문이 초기 투자 관련 질문들인데, 어떻게 스트롱은 제대로 된 제품도 없고, 매출도 없는 스타트업에 자신 있게 투자하는지 항상 물어본다. 이런 회사에 투자할 때는 대체 뭘 봐야하는지 본인들은 전혀 모르겠고, 회사 내부 투심위원회를 설득하고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데이터를 보여주고,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항상 궁금해한다. 이 질문은 다른 VC도 나한테 자주 하는데, 특히 전통적으로 시리즈 B와 같은 단계에만 투자하던 큰 VC가 이제 초기 투자를 하기 위해서 밑으로 내려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분들이 많이 물어본다.

내 대답은 항상 똑같다. 물론, 정답은 아니고 그냥 내가 개인적으로 그동안 배우고 경험한 점이다. 투자자가 원하는 모든 지표와 수치를 확보한 후에 투자를 집행하면 우리같이 초기에는 절대로 투자를 못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투자하는 단계에는 이런 수치가 없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는 제품 자체도 없고, 그냥 뜬구름같은 아이디어만 있는 경우도 있다(그런데 점점 더 이런 팀에는 투자를 잘 안 한다. 워낙 탄탄하고 잘 하는 팀이 요새 많아서 굳이 아무것도 없는 팀에 투자할 이유가 점점 더 없어지고 있다). 결국 초기투자를 하려면, 이런걸 다 감수하고 ‘불확실성’에 투자를 해야만 하는데, 이게 대기업에서 하기엔 정말 쉽지 않고, 재무제표와 수치를 보고, 시장의 성장을 예측해서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한 후에 투자하는 시리즈 B VC도 이런 투자를 하는 건 쉽지 않다.

결국 스타트업은 언제나 불확실성을 내재할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성장을 하면 할수록 이 불확실성이 조금씩 제거되는 과정을 거친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느 정도 수치가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큰 VC나 대기업의 경우, 분명히 이런 불확실성을 최소화한 후에 투자하고싶어하기 때문에, 내가 말하는 ‘불확실성의 계곡’을 지난 후에 투자하고싶어한다. 그래서 이것저것 다 재면서, 이런저런 데이터를 요청하면서, 계속 검토를 하고, 또 검토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막상 이 불확실성의 계곡을 무사히 넘긴 후에는 스타트업의 밸류에이션이 상당히 비싸진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제거되면 그 어떤 투자자가 보더라도 이 비즈니스는 앞으로 잘 될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VC 관심이 높아지고, 이 과열된 관심은 회사의 가치를 어마어마하게 상승시킨다. 여기까지 왔다면, 이제 모두 너무 비싸다고 불평하고, 너무 비싸서 투자를 못 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투자할 기회는 영영 없어진다. 이게 내가 자주 보고 느끼는 불확실성의 계곡 주기이다.

다시 최초의 질문인, 어떻게 하면 초기 회사에 투자하는가로 돌아가 보면, 불확실성의 계곡에 잔뜩 존재하는 이 불확실성에 투자를 해야지만 초기 투자를 할 수가 있다. 그래야지만 초기투자를 통한 큰 upside를 누릴 수 있다. 이 계곡을 건너갈수록 불확실성은 제거되고, 그때 투자할수록 나중에 돌아오는 upside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막상 우리한테 좋은 실적을 가져다준 코빗, 또는 앞으로 잘 될 거라고 생각하는 당근마켓이나 클래스101 같은 회사에 투자할 때도 이 불확실성에 우린 투자를 했고, 이제 어느 정도 이 계곡을 벗어나고 있는 당근마켓이나 클래스101에 초창기에 투자할 수 있었지만,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투자하지 않은 VC는, 이젠 이 회사들이 너무 비싸져서 투자할 수가 없다.

그런데 이건 모든 VC가 해야 하거나, 또는 모든 초기 VC에게 해당하는 사항은 아니다. 내가 아는 주변의 많은 ‘초기’ VC도 불확실성의 계곡을 지난 스타트업에만 투자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트롱같은 VC는 홈런을 치기 위한 투자를 한다. 우리는 홈런을 쳐야지만 소수의 성공적인 투자사들의 upside가 다수의 망하는 투자사로 인한 손실을 메꿀 수 있기 때문이다. 3배~5배의 수익에 만족하는 VC라면 이렇게 투자할 필요도 없고, 우리같이 불확실성에 투자할 수도 없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내가 하는 일

MBC TV ‘시리즈 M’이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총 4편의 ‘PANDEMIC(세계적 유행)’ 다큐멘터리 방영하고 있다. 며칠 전 방영된 첫 편인 ‘죽음 앞의 인간’은 코로나바이러스 환자들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열심히 싸우고 있는 중환자 전문 의료진들, 그리고 심각했던 대구를 돕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의사와 간호사를 장시간 밀착 취재했다. 그동안 뉴스에서 조금씩 봤던 영상과 인터뷰로는 느끼지 못했던, TV로 본 현실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했고, 정말 끔찍했다. 이 다큐멘터리에 의하면 3,000명이 넘는 의료진이 감염의 두려움 속에서도 대구로 향했다고 하는데, 타의로 간 분들도 있었겠지만, 대부분이 자의로, 그것도 본인의 목숨을 담보로 갔던 아주 용감하고 헌신적인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방송 보면서 내내 안타까움, 불쌍함, 그리고 감사함의 감정이 교차하는걸 느꼈는데, 의사와 간호사가 공통으로 했던 이 말이 아직도 마음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제 일인데요 뭘. 제가 마땅히 해야죠.”

뭉클하고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멋있었다.

그런데 또 얼마 전에 나는 이와는 완전히 다른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가족분이 수술을 받아서 내가 며칠 동안 보호자 자격으로 병원에 왔다 갔다 했다. 참고로 누구나 다 알만한 큰 종합병원이다. 그런데 이 병원의 의사들은 환자를 살려야 하고 돌봐야 하는 존재가 아닌, 그냥 ‘돈’으로만 본다는 느낌을 너무 심하게 받았다. 뭘 좀 물어보면, 얼굴에 “왜 그런 걸 물어보냐”는 귀찮고 짜증나는 표정이 너무 심하게 나타났고, 그냥 빨리 다음 환자 회진가기에 바쁜 사람들이었다. 이래서 대한민국에서는 친한 의사 한 명 정도는 있어야 하고, 가족에 의사가 있어야 하는가 보다.

이 두 가지의 직,간접 경험을 하면서 나는 내가 하는 일에 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실은, 어떻게 보면 의사와 간호사가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은 아픈 사람을 살리고 돌보는 일인데, 대구로 달려갔던 의료진과 간호사분들은 어쩌면 본인이 해야 하는 일을 그냥 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아, 물론, 그 이상을 하신 걸 나도 잘 안다. 그것도 본인의 목숨을 담보로. 그래서 정말 고맙다). 그런데도 내가 이분들한테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점점 더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자기가 해야 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과연 VC로서 내가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있는가?”를 스스로 물어본다. 그렇긴 한 것 같지만, 내가 해야 하는 일 외의 쓸데없는 일도 너무 많이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창업가들을 찾아서, 이들에게 투자하고, 이들이 좋은 회사를 만드는걸 도와주는 게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다. 그래서 돈을 많이 벌어서, 스트롱을 믿고 출자해주신 LP한테 또 돈을 많이 벌어다 주는 게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다. 실은, 이렇게 간단하다. 이것만 잘하면 나는 내 일을 잘하는 VC가 될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은 이 외에 너무나 많은 잡다한 일에 관심을 두고,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나부터 반성하기 시작했다. 창업가들도 마찬가지다. 그냥 본인 사업만 잘하면 된다. 이게 창업가의 일이긴 하다. 그런데 내 주변의 너무나 많은 창업가가 쓸데없는 데 시간 낭비를 너무 많이 하고 있다.

실은, 그냥 각자 본인이 해야 하는 일을 잘하면 이 세상은 문제없이 잘 돌아갈 것이다. 다들 본인이 해야 할 일은 안 하고, 하지 않아도 될 일들을 하니까 계속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나는 과연 내 일을 잘하고 있는가? 내가 해야 하는 일이 뭔지 알고 있는가?

The Crypto Price-Innovation Cycle

앤드리슨호로위츠(=a16z)의 데이터 분석가들이 얼마 전에 암호화폐 가격과 시장에 대한 꽤 재미있는 분석을 했는데, 여기서 간략하게 공유할만한 좋은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The Crypto Price-Innovation Cycle“이라는 글인데, 2010년부터 2019년까지, 9년 동안 암호화폐를 대표하는 비트코인의 가격변화와 이와 관련된 크립토와 블록체인 커뮤니티에서의 여러 가지 활동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내용이다.

모든 새로운 기술이 그렇듯이 크립토 또한 up and down의 주기를 반복하면서 발전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떤 새로운 기술보다 이 up과 down의 골이 큰 게 특징이긴 하다. 그리고 지금까지 불장에서 크립토겨울까지의 주기가 3번 반복됐는데, 첫 번째 불장이 2011년, 두 번째가 2013년 그리고 2017년이 세 번째 불장이었다고 한다. 실은, 나도 이 up and down 사이클을 2011년, 2013년, 2017년에 직접 경험했고 – 2011년에 나는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진 않았지만, 이때 실리콘밸리에서 비트코인 이야기를 많이 하는걸 처음 들었다 – 주변의 많은 창업가들이 “2013년, 2017년에 크립토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됐는데, 처음에는 그냥 돈 벌기 위해서 코인 투기 시작했다가 점점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서 알게 됐고, 그 이후로는 이 분야에서만 계속 활동하고 있다.”라는 말을 많이 듣긴 했다.

그래서 경험적으로는 이런 주기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데, 이번에 a16z 데이터 분석가들이 지난 10년 동안의 레딧 코멘트와 Github커밋, 그리고 Pitchbook 펀딩 데이터를 정량적으로 분석해보니, 이 그림이 조금 더 명확하게 보였다. 이 분석에 의하면 크립토 주기는 다음과 같은 5가지 과정을 거쳐 형성되고 발전한다:
1/ 비트코인과 다른 코인의 가격이 올라간다.
2/ 가격이 올라가면서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다시 생기고, 소셜미디어에서 많이 언급된다.
3/ 관심이 올라가면서 더욱더 많은 사람이 크립토 분야로 진출한다. 특히 개발자 네트워크가 확장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탄생하고 새로운 코드가 만들어진다.
4/ 새로운 아이디어와 코드는 새로운 프로젝트로 이어지고, 프로젝트를 하기 위해서 관련 스타트업이 창업된다.
5/ 프로젝트와 아이디어는 창업을 통해서 제품으로 만들어지고, 더 많은 개발자가 투입되고, 더 많은 투자가 되면서 새로운 주기가 만들어진다.

뭐, 대충 이런 과정을 통해서 크립토의 up and down이 앞으로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a16z는 확신을 하는데, 2010년 10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있었던 이 3개의 주기를 한 번에 보여주는 차트다.

crypto price innovation cycle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 그래프를 보면 계속 비슷한 현상이 반복되는걸 볼 수 있다. 일단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면 크립토/블록체인 관련 개발자 활동 또한 활발해지고, 소셜미디어에서 이런 현상이 더욱더 많이 이슈화되면서 관련 스타트업과 프로젝트도 비트코인 가격 상승과 비례하면서 많아진다. 대부분의 수치가 거의 10배 정도 상승하고, 최고점을 치면서 다시 모든 게 내려오면서 한 주기가 끝나는데, 이후에 다시 새로운 주기가 시작된다. 재미있는 건, 한 주기가 끝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나 다른 관련 활동이 이전 수준으로 그대로 떨어지는 게 아니라, 하락하긴 하지만 그 다음의 주기가 시작될 때까지 어느 정도 유지된다는 점이다.

Up과 down이 너무 심해서 눈에 잘 보이진 않지만, 이 10년 기간 동안 연평균성장률은 상당하다. 비트코인 가격 196.4%; 소셜미디어 활동 207.5%; 개발자 활동 74.4%; 스타트업창업 53.9%이다.

한 주기의 기간이 3~4년 정도라고 하면, 우리는 현재 4번째 크립토 주기의 시작점에 있다. 이번 주기의 고점은 어떻게 될지, 그리고 어떤 프로젝트와 회사가 탄생할지 진심으로 궁금하다.

<이미지 출처 = ANDREESSEN HOROWITZ>

매출 총이익

다른 곳에서 읽은 좋은 글을 그대로 번역하는 경우가 요샌 거의 없는데, 얼마 전에 Fred Wilson이 올린 글이 너무 좋았고, 나도 비슷한 생각을 최근에 많이 했는데, 윌슨 씨가 너무 우아하고 통찰력있게 표현해서, 잠깐 소개하고, 일부 번역해서 공유해보고 싶다. “Not All Gross Margin Is The Same“이라는 글인데, 투자검토 할 때, 회사가 매출이 있다면, 대부분 VC가 확인하는 수치 중 하나인 매출 총이익에 대한 내용이다.

매출 총이익에 대한 아주 간단한 결론을 내리자면, 이익률이 높으면 좋고, 낮으면 좋지 않은 비즈니스라고 주로 생각한다. 그런데 이 글에서는 두 가지 예시를 들면서, 이런 일차원적인 사고방식에서 탈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네덜란드의 PG사 Adyen의 재무제표에 의하면 이 회사의 12개월 동안의 매출은 $2.65B이고, 매출원가는 $2.16B이다. 매출총이익이 약 $0.5B이니, 매출총이익률은 대략 19%이다.
다른 회사를 한 번 보자. Macy’s 백화점의 12개월 동안의 매출은 $25.3B이고, 매출원가는 $15.2B이다. 매출총이익이 약 $10B이니, 매출총이익률은 대략 40%이다. 메이시스 백화점의 매출총이익률은 Adyen의 거의 두 배 이상인 셈이다.

이걸 그냥 별 생각 없이, 겉만 봤을 때, 우리는 메이시스 백화점 이익률이 더 높으니까, 이 비즈니스가 더 수익성이 좋고, 더 좋은 비즈니스라는 결론을 내리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Adyen은 $2.16B의 매출원가를 그냥 다른 기업들에 넘겨주기만 하는데, 이걸 넘겨주면서 실제로 본인들이 하는 게 별로 없고, 본인들에게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에 메이시스의 경우 $15.2B의 매출원가에는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과 관련된 구매비용, 재고비용, 그리고 매장비용 등이 포함된다. 즉, 메이시스의 매출원가에는 실제로 많은 운영비용과 운전자본이 포함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Adyen이 Macy’s보다 이익률은 낮지만, 훨씬 더 매력적이고 효율적인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다.

실은, 나도 우리가 작년 12월에 페이플에 투자할때 이와 비슷한 맥락의 생각을 많이 했다. Adyen에 비교할 수 없지만, 페이플도 결제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API 비즈니스이고, 고객들의 전체 거래금액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 매출로 잡는다. 매출총이익률을 따져보면, 엄청나게 낮지만, 그래도 매출원가가 페이플의 운영비용이나 운전자본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기 때문에, 좋은 비즈니스라고 생각했다. 이게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포커게임을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다. 많은 사람이 모여서 포커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사람은 소위 말하는 하우스피를 받는데, 그 퍼센트는 매우 낮다. 하지만, 큰 노력없이 받는 돈이다. 반면에, 포커를 대신 쳐주고, 번 돈의 50%를 받는 대리포커 비즈니스를 한다고 하면, 이익률은 높지만, 여기에 들어가는 시간, 에너지, 정신적/육체적 비용은 엄청나기 때문에, 오히려 이익률이 낮은 하우스피가 더 좋은 비즈니스일 수도 있다.

즉, 겉으로만 보면 이익률이 낮은 비즈니스지만, 조금 더 자세히 보면 상당히 이익률이 높은 비즈니스일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