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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활주로


우린 이제 한 2년 동안 16개 회사에 투자를 했다. 대략 1.5개월 마다 한 개의 회사에 투자한 셈인데 앞으로 이런 페이스를 유지하거나 아니면 더 많은 투자를 하길 원한다. 이 업을 하다보면 새로운 거 엄청 많이 배우고 (거의 매일), 그동안 알던 걸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들이 많은데 오늘은 대부분의 초창기 스타트업들이 경험하고 그 중 80% 이상이 살아남지 못하는 죽음의 활주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일단 이 바닥에서 말하는 ‘활주로 (runway)‘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내 수익을 만들지 못하는 스타트업이 현재 가지고 있는 돈으로 생존할 수 있는 기간을 활주로 (runway)라고 한다. 비행기가 활주로 끝에 다다르면 하늘로 이륙하거나 더 이상 운행을 하지 못하고 멈추거나 아니면 바다로 추락하듯이, 스타트업들도 돈을 다 소진하면 재투자를 받아 날아가거나 아니면 망하는 것이다. 벤처 캐피털들이 “활주로가 얼마나 남았습니까? How much runway do you have?”라는 질문을 많이 하는데, 이는 ‘지금 가지고 있는 돈이 언제 떨어집니까?’라는 말이다. -‘스타트업 바이블‘에서

과거의 성공 기록이 없고, 남들이 알아주는 팀원도 없고, 아직 제품이 준비되지 않은 스타트업들이 펀딩을 받고 시작하기란 힘들다. 과거에도 힘들었지만 소수의 회사들에만 돈이 집중되고 있는 현재 시장에서는 거의 불가능 하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현재 돈이 집중되어 있는 소수의 스타트업들은 남들이 알아주는 과거의 성공 경험이 많은 창업가들이 시작했거나 이미 제품이 있고 어느 정도 시장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그런 회사들이다. 불행하게도 이 블로그를 읽는 분들 중 창업을 했거나 창업을 생각하고 있는 많은 분들 한테는 해당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분들이 상대적으로 빠른 시간 안에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곳은 돈 많은 가족 또는 현실보다는 미래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스트롱 벤처스와 같은 시드 투자자 들이다. 운이 좋아서 가족이나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더라도 금액 자체는 크지 않을 것이다. 우리같은 경우도 적게는 2,000만원에서 많이 해도 1억원 정도까지만 투자를 하는데 어떻게 보면 큰 돈 이지만 2-3명의 팀원들이 최소 생활 수준을 유지하면서 살더라도 서울, 실리콘밸리 또는 LA와 같이 물가가 비싼 곳에서 생활하기에는 모자랄 수 있다. 가족한테 투자를 받아도 비슷한 걸 난 목격했다. 정공법으로 돈을 번 사람들 이라면 아무리 아들 딸이 창업을 해서 고생하고 있더라고 무작정 몇 억 또는 몇 십억원을 주지는 않는다. 최소 투자금을 주고나서 어떻게 하는지를 보고 판단한다.

투자를 받는 이 순간부터 ‘죽음의 활주로’는 시작된다. 이 투자금을 가지고 최대한 빠른 시간내에 제품을 만들어서 운이 좋으면 launch 할 수 있다 (많은 스타트업들은 제품도 launch 해보지 못하고 없어진다). 이 앞의 글에서 말했듯이 launch 하자마자 크게 잘되는 서비스는 드물다. 론치 한 후에 시장이 원하는 product fit을 찾기 위한 본격적인 게임은 시작된다. 안타깝게도 product fit을 찾는 과정은 제품을 론치하는 거 보다 훨씬 더 어렵다. 이 과정은 실험과 시행착오의 연속이며, 더 안타까운 건 대부분의 회사와 제품들이 이 product fit을 찾지 못하고 조용히 사라진다. 그 이유는 이 실험과 시행착오에는 생각했던 거 보다 시간이 더 걸리고 대부분의 회사들이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기도 훨씬 전에 자금이 바닥난다. 즉, 생각보다 활주로는 짧고 우리 비행기는 하늘로 날지 못 한다. 이건 어쩔 수 없다. 시드 펀드라는 거 자체가 한정된 금액이고 이 돈을 가지고 제대로 된 제품을 빨리 만든다는 건 위에서 말한 이유들 때문에 생각보다 어렵다. 다른 이유는 이런 어려운 시절을 겪으면서 창업 멤버들 사이에 금이 가고 멀어진다. 그러면서 팀이 해산되고 회사도 해산된다. 솔직히 내 생각은 후자의 경우도 궁극적으로는 ‘돈’의 문제이다. 돈이 너무 없으니까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창업 멤버들 사이도 멀어지는 걸 많이 목격했다.

지속적인 실험과 그 실험들에 대한 데이터 축적 및 분석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 ‘죽음의 활주로’ 때문이다. 활주로의 끝에 왔는데 운이 좋게 market fit과 product fit을 찾았다면 축하한다. 이제 돈을 버는 서비스를 만드는 건 시간 문제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 했다면 다시 투자자들이나 가족을 찾아가서 돈을 구해야 하는데 product fit을 아직 찾지 못한 이 시점에서 정상적인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우리 팀이 시장이 원하는 제품은 어느 방향으로 가면 만들 수 있는지 조금씩 찾아가고 있으며, 매일 매일 그 목표에 더 가까워 지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아직 아무것도 없는 팀이 이를 보여주고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지속적인 실험을 통해서 얻는 수치화 할 수 있는 데이터다.

솔직히 이렇게 해도 투자를 받는 건 쉽지 않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모두 확실한 수치를 (유저, engagement, 매출 등) 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이 좋으면 그동안 창업팀이 한 수많은 시행착오, 실험 그리고 데이터의 가능성을 꿰뚫어 보고 여기에 베팅하는 투자자를 가끔씩 만난다. 이런 투자자한테 투자를 받을 수 있다면 여기서 다시 한번 활주로는 시작되고 이번엔 반드시 우리 비행기를 하늘 높이 띄워야 한다.

<이미지 출처 = http://www.justtheflight.co.uk/blog/1-13-death-defying-runways.html>

데이터 기반의 삶

Photo Apr 08, 7 37 02 AM약 한 달 전에 나도 개인적으로 조금 아는 TechCrunch 기자 Rip Empson의 Whistle이라는 기기에 대한 기사를 읽고 바로 구매 해봤다. Whistle은 심플하게 설명하면 개들을 위한 Fitbit과 같은 기기이다. 솔직히 현재 버전은 Fitbit이라기 보다는 만보기에 더 가깝지만 발전 가능성은 상당히 많다고 생각한다. 동그란 기기를 개 목걸이에 부착하고 Whistle이라는 앱을 설치하면 우리 개의 산책량 (walk), 휴식량 (rest) 그리고 노는양 (play)을 시간으로 환산해서 매 시간 단위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반려견을 위한 소셜 미디어 시도의 흔적도 약간 보이며, 비슷한 종/크기/나이의 다른 개들에 비해서 우리 개가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있는지, 운동은 충분히 하고 있는지를 비교할 수 있도록 비주얼하게 보여준다.

Photo Apr 05, 10 10 12 PM처음에는 그냥 단순한 호기심 때문에 Whistle를 구매해서 약 한 달 정도 이제 사용해 봤는데 이젠 이 data를 보면서 마일로의 운동량과 휴식량을 수동적으로 조절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있다. 솔직히 어떻게 생각해보면 참으로 피곤한 짓이다. 안 그래도 데이터가 넘쳐 머리아픈 이 현대 사회에서 이젠 개새끼의 행동을 수치화 시켜서 컨트롤 하려고 하다니. 그냥 좋은게 좋은거라고 편하게 살 수 없을까?
맞는 말이다. 지속적으로 폰을 보면서 마일로가 오늘 20분 산책했는지 30분 산책했는지 확인하고 있는 나 자신이 좀 한심하다. 하지만, 이걸 다른 각도로 보면 철저한 관리를 통해서 우리 개의 건강을 지켜주고 수명을 연장시키는 아주 과학적이고 규칙적인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매일 목표로 설정한 시간보다 운동이 모자라면 아무리 늦은 밤이라도 개를 산책시키고, 반대로 활동이 너무 많고 상대적으로 휴식이 적은 날은 그냥 집에서 쉬게 놔둔다. 그리고 평균적으로 운동량이나 휴식량이 너무 크게 다르다면 약간 더 신경써서 개의 상태를 모니터링 한다. 무슨 개 운동 선수 키우냐고?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정확한 수치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의 건강을 향상시키고 유지할 수 있다는 면에서는 이런 기기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Photo Apr 06, 8 39 18 AM일을 함에 있어서도 똑같은 철학을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모바일 게임을 만들어서 출시를 하는데 이 게임의 성공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전에 과연 이 ‘성공’을 내가 어떻게 정의 하냐가 매우 중요하다. 일주일에 1,000만 번 설치되면 성공인가? 아니면 100번 설치되면 성공인가? 사용자 당 매출이 1,000원이면 성공? 아니면 10,000원이면 성공? 아주 구체적인 데이터를 정의해 놓아야 한다. 그리고 모든 걸 객관적으로 그 수치를 기반으로 판단해야 한다. 정해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우리 회사가 잘 가고 있는지 아니면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한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어떻게 하면 개선할 수 있는지 또한 여러가지 실험을 통해서 얻은 데이터를 보면서 고민해 봐야 한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You can’t manage what you can’t measure(정량화 해서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라는 말을 했는데 일을 하면 할 수록 몸소 느끼는 명언이다. 무조건 ‘감’으로 비즈니스를 하려고 하지 말고, 명확한 데이터를 가지고 현상 파악 및 개선책을 찾을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해야 한다. 그렇다고 ‘감’의 중요성을 무조건 깎아 내리려는 건 아니다. 같은 일을 계속 하다보면 나름 ‘감’이라는게 생기고 이 또한 무시할 수 없지만 이러한 ‘감’이라는 것도 하루아침에 생기는게 아니라 데이터를 보면서 오랫동안 이런저런 실험을 했을때 생기는 거라는 걸 나는 일을 하면 할수록 느끼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현실 받아들이기

사람이든 기업이든 누구나 다 어느 순간에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겸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지만 쓸데없는 자존심과 과거를 과감하게 버리고 앞으로 나아 갈 수 있다. 스티브 발머 체제하의 마이크로소프트는 불행하게도 현실을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 과거 PC 체제의 독점 시장만을 생각하면서 모바일이나 클라우드 컴퓨팅 그리고 검색 분야의 경쟁에서 계속 뒤처지는 걸 인정하지 않고 – 인식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인정하지 않는 것 (인식하지 못하면 정말 바보다) – 과거에 항상 1등 했으니까 새로운 시장에서도 돈을 펑펑 쓰면 언젠가는 또 1등 하겠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비즈니스를 해왔던 거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런 마이크로소프트에도 최근 들어 변화의 바람이 세게 불기 시작했고 새로운 사장이 영입된 지 두 달도 되지 않은 이 시점에서 그 효과는 이미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물론 기대심리에 많은 영향을 받는 주가랑 실제 회사의 상황이랑은 큰 상관은 없다). 스티브 발머가 은퇴를 발표한 후 거의 40년 동안 딱 두 명의 CEO만을 가졌던 마이크로소프트의 3번째 사장이 누가 될지에 대해서 엄청난 관심과 말들이 많았다. 다른 생각과 시각을 가진 외부인사를 영입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새로운 컴퓨팅 시장을 공략하냐 아니면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훈련받고 회사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내부인사를 승진시켜서 보수적인 비즈니스를 하면서 월가를 만족하게 하냐. Tech 업계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 한 번쯤은 이에 대해 생각해 봤을 거 같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 이사회에서 선택한 사람은 내부인사 Satya Nadella 였다. 나는 개인적으로 Nadella 사장을 만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전문가들과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존 비즈니스와 새로운 비즈니스들을 잘 융합할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하고 내부 영업력이 뛰어난 경영자인 거 같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점수를 보면 Nadella 사장이 방향은 잘 잡은 거 같다. 2월 4일부터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사장으로 공식 업무를 시작한 후 2달 만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는 40달러를 웃돌고 있는데 이는 최근 14년 동안 가장 높은 값이다. 특히 iPad 용 오피스 앱 출시와 스마트폰과 소형 스크린 태블릿들을 위한 Windows 무료화 발표는 업계 사람들이 깜짝 놀랄만한 소식이었다. 드디어 마이크로소프트도 미래의 기기들은 Windows 기반이 아닐 확률이 더 높고,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를 사용하지 않을 회사원들이 더 많을 수도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업계를 재평가하고 미래의 전략을 실행하겠다는 의지로 이해하면 될 거 같다. 나델라 사장은 또한 앞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후발주자의) 도전하는 마인드를 가지고” 혁신을 하겠다는 발표까지 했다. 스티브 발머의 입에서는 나올 수 없는 말들이다.

최근 들어 다시 마이크로소프트가 좋아졌다. 구글도 애플도 이젠 사악하게 느껴진다. 아마존은 너무 얄밉고 페이스북은 깍쟁이 같다. 아직 많은 욕을 먹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지만 앞으로 잘해서 다시 한번 예전의 명성을 되찾길.

<이미지 출처 = http://www.businessinsider.com/microsoft-stock-near-high-2014-3>

스스로 잡아먹기

얼마전에 ESPN 관련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다. 스포츠 TV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었고 30년 동안 케이블과 위성 TV 스포츠 분야를 폭발적으로 성장시킨 ESPN이 이제 유료 TV 시장이 성숙하면서 구독자 수와 매출의 성장 속도가 더디어지자 컨텐츠와 방송의 미래인 인터넷 스트리밍을 조심스럽게 실험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실은 이는 유독 ESPN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료 TV 시장이 직면한 생존과 관련된 중요한 이슈이다. 유료 TV는 아직도 엄청나게 수익성이 좋은 사업이며, 오늘 내일 당장 이 시장이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유료 TV 구독자들은 TV를 보기 위해서 말도 안되게 비싼 요금을 – 내가 구독하는 DirectTV의 가장 저렴한 서비스가 매달 $60 이다 – 지불 할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거는 이 시장이 해마다 꽤 빠르게 수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ESPN만 해도 2011년 9월 – 2013년 9월 2년 동안 구독자 150만 명이 서비스 탈퇴를 했다 (참고로 ESPN의 총 유료 구독자 수는 거의 1억명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비싸지는 ESPN 구독료와 온라인 동영상에 대한 시장의 갈증으로 인해 이 탈퇴자 숫자는 계속 커질 것이다.

시청자의 취향과 시장의 방향이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바뀌고 있다는걸 ESPN이 모를리가 없다. ESPN도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고 이런 실험의 일환으로 럭비, 폴로 등 비인기 스포츠 경기를 무료로 시청할 수 있는 ESPN3라는 온라인 채널을 서비스 하고 있고, WatchESPN이라는 앱을 통해서 과거 운동 경기 동영상도 보여준다. 하지만, ESPN이 아주 과감하게 온라인 스트리밍 시장을 공략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렇게 함으로써 현재 회사의 캐쉬카우인 유료 TV 시장을 스스로 잠식(cannibalize)할 수 있는 두려움 때문이다. Full 온라인 서비스를 무료 또는 더 저렴한 가격에 제공했다가는 TV 고객들이 모두 탈퇴하고 온라인 서비스로 옮길게 예상되기 때문이다. 참고로 ESPN은 모기업 디즈니의 영업이익의 40%를 해마다 벌여 들인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조심스러운게 사실이다.

우리 주위에 이런 딜레마에 빠진 기업들을 종종 찾아 볼 수 있다. 고객과 시장이 빠르게 변하고 있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스스로 빠르게 변해야 하는데 많은 경우 이 변화는 스스로의 잠식이 필요하다. 변화의 필요성은 느끼지만, 굳이 지금 잘되고 있는 비즈니스를 스스로 파괴하면서 새로운 방향으로 가야하는건지 혼란스럽다.
넷플릭스의 Reed Hastings 사장도 2007년 – 2008년에 비슷한 고민을 했을거 같다. 우편으로 보내주는 DVD 대여 사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시장은 포화되었고, 시장은 DVD 플레이어를 버리고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 시점에서 인터넷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하면 DVD 대여 구독 고객들이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로 옮겨 타면서 스스로의 시장과 비즈니스를 잠식시키는 결과가 발생할텐데 어떻게 해야할지 그는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넷플릭스는 자기 시장을 스스로 잠식하면서 불과 5-6년 만에 비즈니스 모델을 인터넷 스트리밍 구독으로 완전히 변신하는데 성공했다.
아마존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전자책 서비스를 시작하면 아마존이 스스로 개척했던 종이책 온라인 판매 비즈니스가 큰 타격을 받을텐데, 그래도 변하는 시장에 발 맞추기 위해서 과감한 베팅을 했고 이 결정 역시 옳은 결정이었던 거 같다.

리드 헤이스팅스와 제프 베이조스는 이 결정에 대해서 똑같은 말들을 한다:

“힘들게 개척해서 만든 비즈니스를 스스로 잡아먹는 건 고통스럽지만 남이 내 시장을 잠식하는거 보다는 내가 내 시장을 잠식하는게 훨씬 낫다는 판단을 했다.”

앞으로 가야할 미래가 빤히 보이는데 스스로 만들어 놓은 틀 안에 갇혀 있다면 이 틀을 빨리 깨야 한다. 남이 내 틀을 깨주는거 보다는 그냥 내가 내 틀을 깨는게 훨씬 속 편하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 http://careeranna.com/wp-content/uploads/2013/07/iphone-ipod-herval.jpg>

끈기, 거절, 실험 그리고 개밥

우리 주변에는 잘 나가는 창업가들과 그들이 운영하는 잘 나가는 서비스와 제품들이 많다. 그리고 이와는 반대로 매일 개고생 하면서 못 나가는 제품들을 하루종일 만지고 있는 창업가들은 훨씬 더 많다. 이렇게 바닥을 기고 있는 창업가들 중 많은 이들이 “저 제품 별거 아닌거 같은데 왜 나는 저들처럼 잘 안 풀릴까?”라면서 신세를 한탄하고 스스로를 질책한다.

잘 되는 회사와 서비스들은 그냥 처음부터 너무 잘 되었고, 운이 좋아서 하루 아침에 대박 맞았다고 잘못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짧은 포스팅을 공유한다. 이 블로그를 읽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다 알고 있는 미국의 Airbnb라는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다:

Brian Chesky는 2007년도에 무작정 짐을 싸서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다. 무직인 그는 역시 무직이었던 대학 친구 Joe Gebbia의 아파트에서 한동안 머무를 계획이었다. 문제는 Brian이 내야하는 월세는 $1,150인데 은행 잔고에는 $1,000 밖에 없었고 그때 한가지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2주 후에 샌프란시스코에서 미국 산업디자인 협회 컨퍼런스가 열릴 예정이었는데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은 그와 같이 돈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샌프란시스코의 비싼 호텔비를 낼 수 없다는 걸 그는 잘 알았다. 마침 아파트에 남는 에어매트리스 3개가 있었고 여기서 Airbnb (Air Bed and Breakfast)가 탄생했다.

2008년 초에 Airbnb는 개발자를 채용해서 드디어 첫번째 버전이 완성되었지만 실제로 2008년 1년 동안 시장에서의 트랙션은 거의 없었다. 그 기간동안 살인적인 물가의 샌프란시스코에 살면서 돈도 한 푼 벌지 못하는 이들이 생존하기 위해서 시리얼 박스를 판 이야기는 이제 이 업계에서는 전설이 되어 버렸다. 우리 모두 헝그리하게 벤처하고 있다고 하지만 솔직히 1년 동안 월급 한푼도 받지 않고 벤처에 올인 해 본 사람들이 몇 명이나 있을까? (참고로 나는 해봤는데 다시는, 정말로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다)

그러는 동안에 에어비앤비 창업팀은 1년 동안 수많은 VC들한테 거절 당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한 투자자를 포함, 그 누구도 이 서비스에 투자하지 않았고 이들의 비전을 믿지 않았다. “남의 집에서 돈내고 잘만한 히피들이 몇 명이나 될까?”라면서 미팅 중간에 그냥 나가버린 투자자도 있었다고 한다. 거절에 이어 또 거절 당했지만 이들은 버텼다.

그리고 그렇게 버티다보니 2009년도에 폴 그래이엄의 YC에 합격해서 2만 달러라는 돈과 3개월 동안 제품을 다듬을 수 있는 황금같은 기회가 주어졌다. 이들은 이 기간 동안 실험하고, 또 실험하고, 또 실험했다. 시장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만들때까지. 그리고 주말마다 에어비앤비의 고객이 가장 많았던 뉴욕으로 날라가서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예약한 숙소에서 잤다. 스스로 매일 개밥을 먹다보니 조금씩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들이 초기에 배운 것 3가지:
-사진은 매우 중요하고 무조건 고화질 사진이 필요하다
-집 열쇠를 낯선 고객에게 전달해 주는 과정에 에어비앤비가 직접 관여할 필요가 있다
-숙박 후 청소 또한 에어비앤비가 직접 관여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계속 개밥을 먹으면서 서비스를 향상하다보니 모두가 부러워하는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즉,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남의 집에서 잠을 잔 게스트들이 서비스가 쓸만하다고 느낀 후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서 본인들 집을 에어비앤비에 등록해서 호스트가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브라이언 체스키는 종이 상으로 백만장자가 되었지만 아직도 집을 사지 않고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아파트를 예약하고 여기에 살고 있다.

창업한지 6년 만에 190개 이상 국가의 50만개 이상의 집들이 등록되어 있는 3조원 이상 가치의 비즈니스가 된 에어비앤비 – 이들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모르는 무쟈게 힘든 시절이 있었다. 다른 스타트업들은 운이 좋아서 대박이 났고 나는 재수가 없어서 개고생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을 다시 보자. 그리고 우리 팀은 끈기가 있는지, 거절을 당해도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충분한 실험은 하고 있는지, 그리고 개밥을 매일 먹는지 다시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