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첫 번째 그랜드슬램 테니스 대회인 호주 오픈이 잘 끝났다. 마지막에 노장 노박 조코비치가 컨디션 난조로 기권하면서 내가 응원하는 선수들은 모두 탈락했지만, 좋은 젊은 선수들의 경기는 매우 흥미로웠다. 이번에도 다양한 선수들이 등장했고, 예상치 못한 다크호스들이 발굴됐는데, 당분간은 남자 테니스도 계속 물갈이를 반복하며 운이 좋은 선수와 실력이 있는 선수가 확실히 구분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근 몇 년 동안 반짝 떴던 선수들이 올해는 초반에 많이 탈락했는데, 이들은 겉으론 화려하고, 본인들이 스스로 PR을 매우 잘해서 항상 이슈 메이킹을 하지만, 경기 내용을 보면 단단하지가 않고 뭔가 항상 불안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모두 다 젊고, 포핸드이든 백핸드이든 강력한 무기는 하나씩 갖고 있는데, 왜 항상 불안한 플레이를 하는지 조금 자세히 보면, 이들의 기본기가 탄탄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는다. 기본기가 탄탄하지 않으면 잘하는 선수한테 절대로 못 이기는데, 이들이 최근 몇 년 동안 떴고, 어떤 이들은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우승까지 했던 – 물론, 딱 한 번이다. 그 이상은 힘들다. – 이유를 생각해 보면, 그냥 운이 좋았다. 진짜 잘하는 상위 랭커들이 어쩌다 초반에 탈락해서 이들과 대진표에서 만나지 않았거나, 붙었는데 컨디션 난조 때문에 진 걸 운 좋은 선수들이 실력으로 이겼다고 착각했던 것이다.
이반 렌들, 피트 샘프라스, 로저 페더러, 라파엘 나달, 그리고 노박 조코비치. 이들은 내가 생생하게 기억하는 근대 남자 테니스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선수들인데, 이들의 공통점은 완벽한 기본기 위에 자기만의 무기를 개발했다는 것이다. 테니스의 기본기에 대해서 말하면 항상 생각나는 인터뷰가 있다. 라파엘 나달의 인터뷰인데 아마도 이 인터뷰도 오래전 호주 오픈에서 치열한 5세트 접전까지 가서 우승한 후에 했던 걸로 기억한다. 어떻게 이런 훌륭한 경기를 했고, 멋지게 이겼는지 사회자가 물어보자, 나달은 이렇게 짧게 대답했다. “I ran very fast and I hit very hard.”
그 인터뷰를 봤을 때, 뭐 저런 초등학생 같은 이야기를,,,이라고 생각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굉장히 심오한 이야기고, 테니스나 다른 운동이나, 또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탄탄한 기본기’에 대한 이야기라는 걸 알 수 있다. 빨리 뛰고, 세게 치는 건 너무나 당연한 테니스의 기본이지만, 이 기본기가 완벽한 프로 테니스 선수들이 몇 명 안 된다. 그 몇 안 되는 선수들이 지금 상위 랭커들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기본기가 없는 사람들은 인생에서 성공할 수가 없다. 인생의 기본기가 뭐냐고 나에게 물어본다면, 자기만의 철학, 생각, 근면, 성실, 루틴, 규율 등이라고 생각한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기본기가 없는 사업은 잘 될 수가 없다. 우리가 투자하는 초기 스타트업의 기본은 주로 제품, 고객, 매출 등이다. 이런 기본기를 제대로 만들지도 않고 겉만 화려한 창업가나 사업은 운 좋게 한두 번은 반짝 뜰 수 있지만, 지속 가능한 사업이 될 순 없다. PR을 얼마나 잘하는지, 투자를 얼마나 크게 받았는지, 어떤 유명한 VC에게 투자받았는지, 대표이사의 팔로워 수가 몇 명인지 등은 사업의 기본기와 지속가능성과는 큰 상관은 없다.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어서, 돈을 내는 고객을 많이 확보하고, 이에 따라서 매출을 만드는 게 사업의 기본이다. 안타깝지만, 이런 사업의 기본기에 대해 아예 모르거나, 아니면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기본기를 잊어버리는 창업가들이 꽤 많다.
기본기가 탄탄하면 경기의 95%는 이길 것이다. 나머지 5%까지 이기고 싶다면 탄탄한 기본기 위에서 오랫동안 다양한 실험과 실수를 하면서 자기만의 무기를 완성해야 한다. 하지만, 기본기가 탄탄하지 않으면 경기의 95%는 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