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에게 미친 사람들

창업하려면 약간 미쳐야 한다. 조지 버나드 쇼의 말을 인용해 보면, 이성적인 사람은 자신을 환경에 적응시키지만, 비이성적인 사람은 환경을 자신에게 적응시키기 때문에, 모든 변화와 진보는 비이성적인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이 말이 무슨 말이냐 하면, 환경을 자신에게 적응시키려고 하는 것 차제가 약간 미친 짓이고, 미치지 않으면 그냥 세상에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살고, 세상이 만들어 놓은 길로만 다닌다는 것인데, 내가 아는 창업가들은 대부분 비이성적이라서, 본인들이 만든 길에 세상을 적응시키려고 한다.

우리 투자사 대표들도 모두 다 약간 미쳐 있는데, 나는 이분들에게 이왕 미치려면, 다른 곳에 미치지 말고 일단 고객에게 미치라고 한다. 영어로 하면 being crazy about customers이다. 부정적인 게 아닌, 아주 좋은 의미에서 미치라는 의미인데, 항상 고객의 목소리, 의견, 행동, 그리고 시장의 신호를 예의주시하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냥 예의주시만 하는 게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게 있다면, 그리고 그 요구가 우리가 봐도 합당하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무조건 제공하고 만족시켜 주라는 의미다.

우리가 지금까지 280개 정도의 한국과 미국 회사에 투자했는데, 이 많은 회사 중 고객의 목소리에 집착하는 팀은 10개 남짓한 것 같다. 비율로 따지면 전체 포트폴리오 중 5%가 안 되는 작은 숫자다. 재미있는 건, 대부분의 나머지 회사들도 우리랑 미팅 할 땐, 모두 다 고객에게 집착하고, 고객에게 미쳐있다는 점을 강조했고, 외부에서 본인들도 그렇게 홍보하고 다닌다. 그런데 현실은 대부분의 회사들이 고객에게 집착하는 대신, 다른 곳에 더 많은 신경을 쓴다. 어떤 대표는 경쟁사에 미쳐있다. 24시간 경쟁사의 동향에만 집중하고, 경쟁사가 하는 모든 것을 따라 한다. 어떤 대표는 PR에 집착한다. 어떤 대표는 펀딩에만 집착한다. 펀딩, PR, 경쟁사, 실은 모두 다 중요하지만, 고객 없는 비즈니스는 존재할 수 없고, 고객이 지갑을 닫거나, 우리를 멀리하는 그 순간 사업은 죽기 시작하기 때문에 모든 스타트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무조건 고객에게 미쳐 있어야 한다.

고객에게 집착하는 회사들은 주로 product-driven 회사들이다. 하루 24시간 고객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들이 원하는 걸 만들어서 제공해 주려면, 정말로 좋은 제품을 완벽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들은 본인들이 만드는 제품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고, 고객에게 미쳐 있는 만큼 본인들이 만드는 제품에 미쳐 있다. 벤치마킹할 수 있는 외국 제품이 있다면, 이 제품을 1에서 100까지 전부 다 써보고, 전부 다 분석한다. 이 과정을 통해서 매일 새로운 걸 배우고, 고객이 새로운 요구를 할 때마다, 배운 것을 응용해서 제품을 업데이트한다. 그러므로 고객에게 미친 팀은 하루에도 여러 번 제품을 업데이트한다. 이건 이들이 뭔가 실수를 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완벽한 제품을 만들고 싶어 하는 의지가 제품 업데이트로 표출된다는 의미다. 그래서, 고객에게 제대로 미치려면, 개발력이 압도적으로 좋아야 한다.

고객에게 집착하는 회사들은 고객 응대(CS: Customer Support)도 너무 잘 한다. 고객의 전화, 이메일, 카톡, 문자, 심지어 회사로 방문까지, 모든 소통 채널을 열어 놓고 24시간 고객과 대화한다. 고객에게 미쳐 있는 회사는 전 직원이 번갈아 가면서 고객 응대를 하는데, 운영팀이든 개발팀이든, 고객의 요구라면 그 어떤 시간에도 즉각 응대할 수 있는 ‘5분 대기조’ 마인드가 전사적으로 깊게 뿌리 박혀 있다.

우리 투자사 중 고객에 미친 회사치고, 잘 안되는 회사가 별로 없다. 반대로, 정말 잘 되는 회사는 그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고객에게 미쳐있다. 고객에게 집착하지 못하는 회사는 고객이 지갑을 여는 제품을 만들 수 없고, 이게 안 되면 회사는 절대로 커지지 못한다.

하방 보호

미국 VC들이 누구나 자주 말하지만, 행동은 이렇게 대부분 말대로 못 하는 말이 있다.

“You can only lose 1x your money on an investment, but you can lose 1,000x on an investment you miss.”

무슨 뜻이냐 하면, 투자금이 100원이든 100억 원이든, 금액과는 상관없이 그 어떤 투자라도 손실이 발생하면, 잃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은 투자한 원금(1x)뿐이지만, 손실이 두려워서 투자하지 않았는데, 나중에 투자하지 않은 회사의 가치가 1,000배(1,000x) 오른다면, 1,000배의 잠재적인 수익을 잃을 수 있다는 말이다.

실은, 미국이든 한국이든 투자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 이 의미를 잘 알 것이고, 누구나 다 이 말을 한다. 돈을 벌어야 하는 투자자의 입장에서, 돈을 잃는 것보다 더 큰 위험은 투자 기회를 놓치는 것이기 때문에, 투자 결정을 할 때 하방 보호만 생각하지 말고, 나중에 놓쳐서 엄청나게 후회할 수 있는 상방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50배 이상의 수익을 만들고 싶다면, 실은 이 말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원금 손실에 대해선 덜 신경 쓰고, 이 투자가 10년 후에 성공한다면 몇 배의 수익을 만들 수 있을지에 더 신경 써야 한다.

정말로 모험자본을 용감하게 투자하는 벤처 투자를 해야 하지만, 현실은 대부분의 VC는 하방 보호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손실이 안 나서 최소 원금은 보존할지 더 많은 신경을 쓴다.

인간의 본능일 수도 있고, 투자자의 개인 성향일 수도 있고, 투자자가 소속된 회사의 전략일 수도 있다. 경기가 좋아도 현실적으로 많은 투자자들이 원금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관성을 본능적으로 갖고 있는데, 지금같이 경기가 안 좋을 땐,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하방 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는 걸 거의 매일 느끼고 있다. 이렇게 되면, 투자금을 안 까먹을진 모르지만, 정말로 큰 사업을 만들 수 있는 창업가들에게 투자되는 자금이 터무니없이 줄어들 것이고, 우리가 항상 외치는 혁신은 시장에서 점점 더 멀어질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지금 하는 이유는, 솔직히 올해도 굉장히 어려운 한 해가 될 것 같고, 어쩌면 2023년, 2024년보다 시장에 유동성은 더 없고, 투자자들은 투자를 더 안 해서, 웬만한 스타트업은 투자를 못 받는 12개월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지금 정치적, 경제적으로 불안정해서, 많은 VC들이 그 어느 때보다 더 보수적인 투자를 할 것 같다. 투자해도 하방 보호와 손실 방지를 항상 최우선시할 텐데, 이런 척박한 분위기에서 어떤 한 해가 될지 매우 궁금하다.

솔직히 우린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 스트롱은 지난 13년 동안 한 번도 하방 보호를 생각하고 투자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철학은 항상, “투자하고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그냥 투자 원금을 날리는 것이고, 이건 그 어떤 투자를 해도 항상 동반되는 리스크라서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이다. 하지만, 우리가 믿는 창업가들을 과감하게 밀어준다면, 7년 ~ 10년 후에 50배~100배의 수익을 벌 수 있기 때문에 – 실제로, 이런 경험을 했고 – 투자할 땐 항상 업사이만 본다.

우린 항상 그래왔듯이, 올해도, 이 전략을 그대로 구사할 것이다. 하방 보호는 신경 쓰지 않고, 큰 업사이드만 보고 과감하게 투자하는 VC들이 시간이 지나면 winner가 될 것이라고 나는 굳게 믿는다.

나만의 의식

작년 말부터 읽기 시작해서, 2주 동안 완독한 ‘리추얼’이라는 책으로 올해의 독서를 시작했고, 50권 목표의 첫 테이프를 이 책으로 끊게 돼서 2025년 독서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 책의 저자인 메이슨 커리는 일상과 창조에 대해서 아주 관심이 많은 분이고, 항상 “모든 사람이 똑같은 24시간을 사는데, 왜 어떤 사람들은 더 많은 것을 이루는 것일까?” , “소수의 창조적인 사람들은 일반인에 비해 특별한 습관을 갖고 있는 것일까?” , “창조적인 사람들은 우리보다 더 효율적이고, 더 주도적이고, 더 훈련된 것일까?”라는 질문을 했다.

이 질문에 대한 만족할 만한 답을 스스로 찾아보기 위해서 그는 지난 400년간 가장 위대한 창조자로 손꼽히는 소설가, 작곡가, 화가, 안무가, 시인, 철학자, 영화감독, 과학자들의 하루를 정리하는 Daily Routines 라는 블로그를 쓰기 시작했다. 그는 이 블로그를 통해서 위대한 사람들의 하루 시간표와 작업 습관을 정리하면서, 이들을 일반인들과 확연하게 구분하는 수면, 작업, 연습, 휴식 패턴을 찾고, 혹시 일상의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한 창조자들만의 가이드라인이 있는지 파악하는 노력을 했다. 그리고 이런 내용을 정리한 게 ‘리추얼’ 이라는 책이다.

리추얼은 위대함을 달성하기 위한 습관과 루틴에 대한 책이다. 이 책에 소개된 우리가 잘 아는 예술가나 과학자 중 아주 괴팍한 작업 습관을 가진 분들도 많고,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어떤 창조자들은 반복되는 패턴보단 순간의 느낌과 영감에 의해서 아주 짧고 굵은 삶을 살다 갔다. 그런데 내가 이 책을 읽고 느낀 점은, 훨씬 더 많은 창조자들이 순간의 느낌과 영감보단, 아주 오랜 세월 동안 꾸준한 반복으로 인해 생긴 습관과 루틴에 따라서 지속성 있는 창조를 했다는 것이다. 이들의 꾸준함에 대해서 읽다 보면, 이들이 위대한 창조자라기 보단 수십 년 동안 매일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운동선수에 더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고, 매일 같은 회사로 출근해서 수십 년 동안 같은 업무를 하는 직장인의 삶과 거의 완벽하게 일치한다는 느낌도 받았다.

리추얼에서 소개된 위인들의 삼 분의 이는 이미 죽은 사람들이지만, 이들이 남긴 창조물은 책, 음악, 그림, 영화 등으로 앞으로 수십 년에서 수백 년 동안 전 세계에 영감을 줄 것이다. 이미 죽은 사람들이라서 내가 이들과 직접 이야기할 순 없지만,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한 이들의 위대함은 타고난 유전자나 번뜩이는 영감을 통해서 순간적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오히려 매우 지루한 습관, 동작, 그리고 루틴을 거의 평생 기계적으로 무한 반복했고, 이로 인한 내공이 쌓이고 그 내공의 포텐이 터지면서 위대함이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나도 항상 나만의 정교한 루틴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데, 이 책은 나에게도 많은 꿈과 희망을 줬다. 내 이름 석 자를 남길 수 있는 위대한 사람이 되겠다는 목표보단 그냥 내가 현재 하는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한 습관과 루틴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데, 이 책에서 아주 마음에 드는 습관에 대한 정의를 발견했다.

“습관은 제한된 자원, 예컨대 시간(가장 한정된 자원)은 물론이고 의지력과 자제력, 낙천적인 마음마저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정교하게 조정된 메커니즘이다. 좋은 습관은 정신적 에너지를 몸에 밴 반복 행위에 쏟고, 감상의 폭정이 끼어들 틈을 차단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일을 잘하고 싶으면, 인생을 더 단순화해야 하고, 복잡한 인생을 단순화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좋은 습관과 루틴을 만드는 것이다.

보람, 책임감, 그리고 사명감

우리 포트폴리오 회사는 당연히 모두 다 좋아하지만, 투자한 지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아직도 처음 투자했을 때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같은 꿈을 꾸고, 이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 창업 초기와 같은 에너지 레벨로 사업하고 있는 분들을 나는 더욱더 좋아한다.

조금 아이러니하지만, 그동안 큰 성장을 해서 유니콘이 된 회사들보다, 고생하고,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거쳤지만, 오히려 성장을 많이 못 한 회사들이 나는 더 반갑고 정겹긴 하다. 왜냐하면, 그 오랜 기간 동안 회사가 큰 성장을 못 했음에도 아직 살아남아 있고, 제이 커브는 아니지만 계속 고객들을 확보하고 있고, 큰 펀딩 없이 생존 하는 법을 터득한 것 자체가 많은 스타트업이 하지 못하는 큰 업적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어떻게 보면 이 회사가 아니더라도 갈 곳이 있는 똑똑하고 일 잘하는 팀원들을 대표이사와 경영진이 오랜 시간 동안 설득하고 동기 부여하면서 모두가 한 방향을 볼 수 있게 이끈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작년 12월에 이 카테고리에 속하는 우리 투자사 대표를 오랜만에 만났다. 2016년도에 우리가 첫 투자를 한 회사이고, 그 이후에 몇 번 더 소액의 후속 투자를 했지만, 회사는 폭발적인 성장을 하진 못하고 있고, 대규모 투자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꽤 괜찮은 제품을 만들고 있고, 시장에서 의미 있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판단해서, 우리의 8년 된 기투자사를 마치 처음 만나서 검토하는 것처럼 진지하게 회사 설명을 들어보고, 이런저런 질문도 하는 자리를 오랜만에 가져봤다.

회사 슬라이드에 아주 재미있는 사진이 있었다. 2016년도에 우리가 첫 투자 하고, 당시 팀원분들 5명과 내가 선릉역 골목 어느 식당에서 축하 저녁을 먹으면서 찍었던 오래된 사진인데, 그 사진을 보니 기분이 참 좋았고, 짠하기도 했다. 일단 사진 속의 다른 사람보단 내 모습이 가장 먼저 내 눈에 들어왔다. 조금 더 젊고, 조금 더 멍청하고, 조금 더 순진하고, 아직은 VC가 뭔지 잘 모르는, 그래서 더 용감해 보이는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속으로 “이때가 좋았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다음에 사진 속의 이 회사의 공동창업가들과 초기 멤버 5명의 얼굴을 하나씩 봤다. 사진으로만 봐도 모두 에너지가 넘치고, 조금은 더 앳되고, 이들에게 닥칠 미래가 얼마나 힘들고 스트레스로 가득 찼고, 10년이 넘게 큰 성장 없이 같은 사업을 하고 있을지 모르는 표정이라서 그런지 마냥 행복해 보였다. 이런 그들의 모습을 보고 속으로 “저 때가 좋았죠”라는 말을 과거의 그들에게 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참 놀라웠던 건, 그 사진 속 멤버 5명 중 4명이 아직도 회사에서 현역으로 매일 최선을 다해서 같은 방향을 보고 정진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우리가 처음 투자했던 8년 전과 똑같이 말이다. 우리가 투자한 진 8년이 지났지만, 이들이 같이 일 한진 10년인데, 10년째 같은 사업을 같은 에너지 레벨로 한결같이 하고 있다는 게 너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짜릿하기까지 했다. 더 짜릿한 건, 이 사진 속의 이들은 당시 모두 미혼이었는데, 우리가 투자한 스타트업을 다니는 동안 모두 다 결혼도 했고, 이 중 엄마, 아빠가 된 분들도 있다.

투자한 회사가 유니콘이 되거나, 좋은 엑싯을 해서 우리도 돈을 많이 벌면 기분도 좋고 보람차기도 한데, 그렇지 않아도 투자자로서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아마도 이날이 그런 좋은 날이었던 것 같다. 우리가 투자한 이 대단한 분들이 자랑스럽기도 하고, 보람차기도 했지만, 이런 분들에게 투자한 스트롱 또한 자랑스럽고 보람찼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큰 책임감과 사명감, 뭐 이와 비슷한 기분도 느꼈던 것 같다.

이런 좋은 생각으로 시작하는 2025년이 벌써 기대된다.

The Startup Bible – 2024 정리

해마다 12월 마지막 주에는 한 해 동안 쓴 글에 대해 정리하는데, 2024년도 이제 거의 다 끝나서 이 블로그의 한 해를 정리해 본다.

이 글을 포함, 2024년에 난 98개의 글을 올렸는데, 이는 3.7일에 한 번씩 포스팅을 한 셈이다. 매주 월요일, 그리고 목요일 포스팅을 하니까, 포스팅 수치는 거의 같다. 긴 휴가를 가거나, 월요일과 목요일이 공휴일이면, 새 글을 잘 안 쓰기 때문에 약간의 차이는 날 수 있다. 98개의 포스팅을 읽기 위해서 The Startup Bible 블로그를 방문한 분은 오늘을 기준으로 총 131,494명이다. 월평균 10,957명, 하루 평균 360 명이 방문한 셈이다. 작년 대비 11%정도 트래픽이 증가했는데, 특별한 이유는 없고, 그냥 더 많이 읽히는 글을 포스팅하면, 더 많이 공유되어 자연스럽게 많은 트래픽이 유입되는 것 같다. 가끔 예상치 못하게 많이 읽히고 공유되는 글이 올라오면, 일 트래픽이 5,000까지 뛰는 걸 봤다. 올해도 바빠서 더 자주 포스팅할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월요일과 목요일이 아니라 매일 글을 올릴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더 긴 글을 쓸지 생각해 본 적도 있는데, 이건 시간과 여유의 문제라기 보단, 내 스타일의 문제라서, 나는 그냥 비교적 짧은 글을 내 페이스에 맞춰서 계속 올릴 계획이다.

2024년도에 가장 많이 읽힌 Top 10 글은 다음과 같다:

1/ 개발자도 회사의 조직원이다
난 이 글이 이렇게 많은 댓글을 기록하고, 스타트업 업계에 이렇게 큰 센세이션을 일으킬 줄 상상도 못 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개발자들을 싸잡아서 욕할 의도는 전혀 없었고, 겉으로 보면 회사에서 돈 버는 기능과 가장 먼 곳에 있는 개발팀과 개발자들을 일례로 든 포스팅이다.

2/ 회사는 놀이터가 아니다
1번 글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과 댓글을 보고, 이에 대한 내 생각을 추가로 설명한 글인데, 역시 이 글도 꽤 격하고 극단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참고로, 회사 와서 돈 벌 생각하지 않고, 자기만족을 위한 일을 하다가 집에 가는 사람들은 월급 받을 자격이 없다는 내 생각은 변함없다.

3/ 작은 시장, 작은 사람들, 큰 결과
우리가 오래전에 투자한 LA의 한인 창업 B2B SaaS 스타트업 AuditBoard의 드라마 같은 창업 이야기, 성장기, 그리고 exit 이야기. 난 아직도 이 회사의 엑싯이 현실 같지가 않다. TTT(=Things Take Time).

4/ 워라밸은 없다
요새 내 주변 스타트업 창업가들이나 직원들 보면 정말 일 열심히 안 한다. 오후 6시 이후에 아직도 불이 켜진 스타트업을 요새 유니콘이라 할 정도로 너무 일들을 안 한다. 그러면서 너도나도 워라밸을 외치는 이 현실이 정말 불만인데, 이 불만을 토로한 글이다.

5/ 월급쟁이 VC
최근에 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한캐피탈 vs. 어반베이스 사건 때문에 영감을 받아서 쓴 글이지만, 이 글의 결론은 이 세상에 존재하면 안 되는 투자자들에 대한 내용이다.

6/ 제2의 한류
우리가 올 한 해 해외 투자자들에게 가장 많이 강조했던 표현이 바로 “The Second Korean Wave(제2의 한류)”이다. 그만큼 한국이 자랑스럽고, 한국이 전 세계의 문화에 영향을 미치는 cultural force가 됐다는 너무나 자랑스러운 현실이다. 하지만, 이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조속히 해결되길 바란다. 걱정되고, 부끄럽고, 하여튼 여러모로 좀 그렇다.

7/ 벌이는 놈, 말리는 놈, 치우는 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상적인 창업팀의 구성. 일을 벌이는 놈이 있어야 하고, 이놈을 말리는 놈도 필요하고, 결국 일을 벌이면, 이 일을 뒤에서 잘 치우는 놈이 있어야 한다. 이런 세 명으로 만들어진 창업팀은 상당히 오래 가더라.

8/ 개 같이 일하기
4번의 ‘워라밸은 없다’와 일맥상통하는 포스팅이다. 스타트업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열심히 일해야 한다. 잘하는 것도 중요하고, 똑똑하게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엔 엉덩이가 무거운 사람이 이기는 싸움이고, 개 같이 일하지 않으면 개 같이 실패할 것이다.

9/ 스타트업의 지분 할당
참 신기한 게, 이 글은 2023년도에는 가장 많이 읽혔던 No.1 포스팅이다. 솔직히 글을 쓴 사람인 나에게 물어보면, 이 글은 그냥 특색 없는 평범한 글이다. 그런데 많이 읽힌 걸 보면, 회사가 성장하면서 어떤 인재를 영입해야 하고, 이들을 채용할 때 스톡옵션이나 회사의 지분을 어떻게 부여하는 게 최선의 방법인지 고민하는 창업가들이 많다는 긍정적인 신호인 것 같다.

10/ 헛똑똑이들
매주 화요일마다 하는 우리 내부 전체 회의를 하면서 느꼈던 생각을 짧게 정리해 본 글. 너무 많은 VC들이 똑똑하지도 않으면서 헛똑똑이 치장과 분장에만 집중한다.

이상 2024년에 가장 많이 읽힌 글 10개였다. 2023년과 2024년 탑텐 글을 비교해 보면, 겹치는 글이 딱 한 개밖에 없는데, 몇 년 전만 해도 해마다 겹치는 글이 5개 이상이었던 걸 생각해 보면, 그땐 좋았던 글이 지금은 아닐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사람들의 취향이 이젠 너무 최신 것만 선호하는 것일 수도 있다.

올해도 이렇게 1년 동안 쓴 글들을 분석하면서 스타트업 바이블의 2024년을 마무리해 본다.

Happy New Year every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