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의 중요성

요새 한국의 주식 시장은 정말 뜨겁다 못해 활활 타오르고 있다. 나도 한국과 미국 주식을 약간 보유하고 있지만, 큰 연구나 분석 없이 내가 좋아하는 기업의 주식을 사기 때문에 한국의 public 시장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조만간 코스피가 1만을 돌파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요샌 한다. 연일 뉴스와 소셜미디어에서는 주식 분석가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본인들의 이론과 전략을 공개하면서 앞으로 주가가 어떻게 변동할지 예측하는데, 이걸 보면서 맨 먼저 들었던 내 생각은 과연 저 수많은 주식 분석가 중 실제로 주식 투자로 돈을 번 사람이 몇 명이나 될지이다.

내 주변에도 유명한 주식 분석가가 있다. 언론에도 나오고, 여의도에서는 꽤 유능한 애널리스트로 인정받고 있는 분이다. 나도 이 분이 방송에 출연해서 특정 회사와 분야에 대해 본인이 아는 내용에 관해 설명하는 걸 들었는데, 대학교 교수님보다 더 유식해 보였다. 그런데 막상 이 분은 주식 투자로 돈을 크게 벌진 못했다. 투자를 안 해서 못 번 건 아니고, 투자하는데, 막상 본인이 투자한 회사의 주식으로 수익을 만들진 못했다. 그 회사의 임직원보다 본인이 분석하는 회사에 대해서 잘 알고, 이 회사의 재무제표를 꿰뚫고 있고, 세계 경제의 흐름까지 예측할 수 있는 전문가가 어떻게 주식 투자로 돈을 못 벌 수가 있을까? 세상은 실전으로 돌아가지, 이론으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경영대학원을 6개월 동안 매우 짧게 다녔고, 이때 경제학에 대해 조금 공부할 기회가 있었다. 경제학은 꽤 재미있는 학문이긴 하지만, 경제학이 이 세상이 돌아가는 기본 법칙과 원리를 담는 학문이라는 이론에 대해서는 동의하기가 힘들다. 워튼 경영대학원에서 그 유명한 경제학자들의 수업을 듣고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들이 아는 상식은 실물경제에 거의 적용할 수가 없는 죽은 지식이라는 걸 매번 느꼈다. 이론가들이 말하는 세상을 움직이는 경제학 이론 뒤에는 수많은 비현실적인 모델링과 가정들이 있어서 우리의 실생활에는 적용할 수가 없는데, 많은 경제학자는 이런 이론이 고용을 창출하고 실업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하지만, 이들에게 실물경제에서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본인들의 이론을 기반으로 해결해 보라고 하면 대부분 못 한다. 왜 그럴까? 세상은 실전으로 돌아가지, 이론으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몸담은 투자의 세계도 비슷하다. 투자를 책으로 배우고, 이론적으로만 아는 가짜 VC들의 말을 듣다 보면, 정말 투자의 천재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벤처투자에 대한 이론은 빠삭하다. 이 기술은 이래서 좋고, 저 기술은 저래서 미래가 없고, 이 회사는 이러므로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는 이들의 말은 하나씩 따져보면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정작 이분들에게 본인의 포트폴리오 중 성공한 회사에 관해 물어보면, 말에 비해 실제 투자는 거의 안 했거나, 투자는 좀 했지만, 성공한 회사는 하나도 없다. 벤처 투자 세계도 실전으로 움직이지, 이론으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론, 수치, 그리고 데이터를 맹신하진 않는다. 수치와 데이터를 보면 절대로 하면 안 되는 사업은 하면 안 되고, 이론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했을 때 우리의 경쟁사가 우리보다 말도 안 되게 경쟁우위를 갖는 시장에는 들어가면 안 된다. 또는 이와 반대로 수치와 데이터를 보면 무조건 해야 하는 사업은 해야 하고, 우리가 경쟁사를 무조건 이길 수 있는 시장에는 들어가야 하지만, 결국 이 모든 건 이론을 기반으로 하는 결정이라서, 일단 해보고 부딪혀 봐야 하는 게 현실이다. 너무 많은 분이 이론만으로 미래를 계획하는데, 실험실이 아니라 현실에서의 결과는 항상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일단 해봐야 한다.

이런 이유로 인해 나는 창업가들이 좋다. 이들은 이론도 참고하지만, 결국 모든 건 실전에서 결정되다는 현실을 잘 알고 있다. 이론적으로 절대로 승산이 없는 분야에서 조 단위 사업을 만들고, 대기업이 독식하고 있는 시장에서 달걀로 바위를 쳐서 정말 바위에 금을 내는 분들을 나는 봤고, 몇 명에겐 우리가 직접 투자했기 때문이다.

결국 인생은 실전이다. 이론 뒤에 숨지 말고, 일단 해보는 걸 권장한다.

가족같이 좋은 팀워크에 대해서

기술이 바뀌고, 세월이 바뀌고, 산업이 바뀌어도, 내가 굳게 믿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결국엔 사람이 사람과 같이 일을 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투자를 좀 해 본 분들은 전반적으로 이런 내 생각에 동의하실 것 같다. 아무리 좋은 사업이라도 나쁜 팀이 하면 잘 안되고, 아무리 나쁜 아이템이라도 좋은 팀이 하면 잘 되는 걸 나는 정말 많이 봤다. 그리고 같은 시장에서 같은 아이템으로 사업을 해도 어떤 회사는 잘 되고, 어떤 회사는 망하는데, 이 둘의 궁극적인 차이점은 결국, 이걸 하는 사람이라는 게 내가 매번 내리는 결론이자, 매번 맞게 판명되는 결론이다.

그래서 우린 일인 창업가보단 팀에 열광한다. 요새 맥미니로 코파운더와 직원을 대체하는 AI 창업가들이 정말 많아졌지만, 나는 결국엔 사업은 사람과 사람이 하는 고차원적이고 미묘한 예술이라서 혼자 하면 명확한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시작은 일인 창업가가 AI 에이전트와 할 수 있지만, 결국엔 사람을 모아서 팀을 만들어야지 좋은 비즈니스로 성장할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그리고 우린 그냥 팀보단 좋은 팀에 열광한다. 똑똑하고, 에너지 넘치고, 경쟁심에 불타고, 일주일에 100시간씩 일 할 수 있는 팀을 만나면 나도 에너지가 끓어오른다. 같이 일할 수만 있다면 VC로서 그 어떤 위험, 귀찮음, 그리고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다는 강한 확신을 갖게 만드는 그런 팀을 만나고, 이들에게 투자할 수 있는 건 VC의 가장 큰 특권이다. 내가 존경하는 VC 중 하나인 코슬라벤처스의 비노드 코슬라가 공개적으로 항상 이야기하는 “당신이 지금 힘들게 채용해서 만드는 팀이 바로 당신이 만들 회사 그 자체임을 잊지 말아라.”라는 말을 나는 굳게 믿는다.

그런데, 그럼 어떤 팀을 만들어야 하는가? 어떤 팀이 좋은 팀인가?

우리 업무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건 이런 팀을 만드는 창업가를 만나는 것이다. VC마다 생각하는 좋은 팀의 기준과 이미지는 다를 텐데, 나는 좋은 팀의 가장 기본이 되는 건 이들의 관계이다. 관계의 정의도 광범위한데, 이 중에서는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이들이 어떻게 알게 됐는지, 그리고 얼마 동안 서로를 알고 지냈는지이다. 이건 그냥 단순한 예시인데 –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이렇게 단순화하긴 어렵다 – 기숙사 생활을 하는 대학교에서 몇 년간 룸메이트를 했고, 이후 같이 창업했거나 같은 직장에서 수년 동안 동료로 근무한 팀은 나는 개인적으로 좋은 팀의 자질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모두 다 똑똑하고, 일 잘하고, 에너지 넘치는 건 기본이다.

이런 분들은 개인적으로, 그리고 업무적으로도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을 같이 보냈고, 서로에 대해 최고의 면과 최악의 면을 모두 봤고 경험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럼에도 또 같이 창업해서 지지고 볶기를 10년 이상 하길 선택했다면, 이 팀워크는 잘 안 깨지고 오래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팀을 선호한다.

아니, “선호했다”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왜냐하면 요샌 내 기준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이렇게 오랫동안 서로를 알고 같이 일하면서 호흡을 맞췄던 팀은 기본적으론 좋은 팀이라서 적극적으로 만나고 검토하는 내 기준에는 변화가 없다. 하지만, 이 팀이 이전에 같이 했던 사업 성공의 여부가 내 기준에 새로 추가됐다. 조 단위의 회사를 만들었든, IPO를 했든, 아주 작은 엑싯을 했든, 그 성공의 크기보단, 실제로 이 팀이 같이 개고생하면서 만든 제품과 서비스를 시장에서 팔아봤고, 그 결과로 매출을 만들었는지가 내가 말하는 성공의 기준이다. 만약에 이런 경험이 있고, 끊임없이 새로운 창업과 사업을 통해서 그 성공의 경험이 증폭되고, 돈을 벌겠다는 독사 같은 의지가 점점 더 강해지는 팀이라면 나는 이런 분들과 함께하고 싶다.

하지만, 오랫동안 일하면서 호흡을 맞췄지만, 그동안 한 번도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어본 경험이 없고, 한 번도 돈을 벌어본 경험이 없는 팀이라면, 이젠 나는 이런 팀은 좋은 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이런 분들이 계속 뭔가 열심히 하다 보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지만, 이제 내 생각은, 이런 분들은 계속 같이 뭔가를 할 확률은 높지만, 여전히 돈을 버는 사업을 만드는 건 힘들 것이라는 방향으로 굳어가고 있다.

이런 팀은 인간적인 팀워크는 매우 좋다. 정말로 가족 같은 팀이다. 하지만, 비즈니스적으로 보면 꽝일 확률이 높다. 너무 오랫동안 서로를 알고 지냈고, 너무 오랫동안 같이 일을 했기 때문에 팀원들이 즐기는 건 돈을 버는 사업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같이 풀어가는 과정보단 그냥 서로 함께 같은 공간에서 함께 숨 쉬면서 같이 일하는 것일 확률이 높다. 정말로 가족 같은 팀워크를 자랑하지만, 생각해 보면 가족은 돈을 벌기 위해서 모인 사람들이 아니다.

물론, 팀원분들이 서로 친한 건 중요하다. 하지만, 인간적으로 서로 편해서 같이 일하는 것을 즐기는 것보단, 서로 좀 불편해도 돈을 버는 사업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 그냥 팀원들과 함께하는 게 좋아서 오랫동안 같이 일하지만, 의미 있는 매출이나 사업을 한 번도 못 만들어 봤다면, 이건 내가 원하는 투자할 만한 좋은 팀, 또는 투자할 만한 좋은 팀워크가 아니다. 이런 분들은 오히려 매출의 압박이 없는 연구소를 같이 차리든지, 아니면 아예 가족이 되는 걸 권장한다.

새로운 세상인가, 새로운 거품인가?

CB Insights의 State of Venture는 아마도 전 세계 VC와 이 분야에 종사하는 많은 분이 가장 필수적으로 읽는 보고서일 것이다. 나도 분기마다 이 보고서를 읽고 지난 분기에 글로벌 벤처 시장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정리하고, 우리가 투자하는 한국 시장 관련 내용이 있으면 찾아서 읽어본다. 한 분기를 정리하는 보고서라서 내용이 다양하지만, 30분 정도만 투자하면 글로벌 벤처 시장에서 돈이 얼마나, 어디로 투입되는지 잘 학습할 수 있는 최고의 보고서라고 생각한다.

2026년 Q1 보고서의 수치를 보고 내가 느낀 건 기대감과 두려움 모두인데, 두려움에 조금 더 가까운 감정이다. Q1에 전 세계 시장에 투입된 벤처투자금은 자그마치 $285.5B이다. 바로 이전 분기인 2025년 Q4의 펀딩 $142.3B과 비교해보면 2배 높은 금액이고, 작년 전체 투입된 금액이 $470.2B인데, 앞으로 남은 분기도 Q1과 비슷하다고 가정해보면, 올해 전체 펀딩은 $1.1T로 마무리될 것이다. 작년 대비 2배 이상이며, 엄청난 숫자이다.

이렇게 겉만 보면 정말 화려한 성장이고 몇 년 동안 침체됐던 벤처투자 시장이 가파른 곡선으로 반등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 숫자의 함정을 조금 더 자세히 보면 기대보단 걱정이 앞선다.

가장 먼저 내 눈길을 끈 숫자는 $122B인데, 전체 투자금 $285.5B 중 $122B가 OpenAI라는 한 기업에 투자됐다. 올해 Q1 전 세계 벤처 투자금 중 절반이 약간 못 되는 43%가 한 회사로 들어간 것이다. 내가 놀랐던 두 번째 수치는, OpenAI, Anthropic, Waymo 그리고 xAI, 총 4개의 회사가 $175.5B의 투자를 받았다는 것이다. Q1 전체 투자금의 절반이 넘는 61%를 이 4개의 회사가 마치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였는데, Q1 전체 투자건수가 6,598건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보면 더 놀랍다. 투자받은 회사 중 단 0.06%가 돈의 61%를 가져간 것이다.

물론, 투자 시장에도 파레토의 법칙은 항상 존재해왔다. 소수의 빅 딜이 대부분의 돈을 가져가는 현상은 그렇게 놀랍지 않지만, 이번 분기에 내가 더욱더 놀랐던 이유는 그 차이가 너무 벌어졌기 때문이다.

지역적 간극도 더 벌어지고 있다. 돈의 싸움에서는 미국이 압도적으로 앞서가고 있고, 미국의 AI 회사들이 전 세계 그 어떤 회사보다 더 많은 돈을 가져가고 있다. Q1 투자금의 83%를 미국 회사들이 가져갔는데, 투자건수로 따져보면 미국 회사들은 투자받은 전체 회사의 40% 정도밖에 안 된다. 평균투자금을 봐도 미국이 한참 앞서가는데, 이건 이미 이야기한 거대 기업들의 거대 펀딩이 평균을 왜곡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의 평균 투자금은 $84M, 글로벌 평균은 $43M, 아시아 평균은 $12M, 그리고 한국 평균은 $5.3M인데 한국과 미국을 비교해 보면 16배의 차이가 난다. 마침, 공교롭게도 한국과 미국 GDP의 차이도 15배 정도다.

또 한 가지 놀랐던 수치는 유니콘 기업의 밸류에이션인데, 2025년 Q4 Top 10 유니콘 기업 밸류에이션의 총합이 $2.2T이었다. SpaceX, OpenAI, 바이트댄스와 같은 비상장 회사 10개의 기업가치 총합 $2.2T이 전 세계에서 가장 부자 나라 중 하나인 한국의 GDP와 맞먹는다는 사실이 놀랍고, 약간 논리적으로는 이해가 안 가기도 한다. 그런데 3개월 후인 2026년 Q1 Top 10 유니콘 기업 밸류에이션의 총합은 $3.5T로 60%나 더 커졌다. 비상장 회사 10개의 기업가치 총합이 한국 GDP의 거의 두 배가 된 셈인데, 나는 솔직히 이게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 그만큼 기술이 중요하고, 이 회사들이 좋은 회사라고 생각하면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기대되지만, 그게 아니라 이게 거품이라면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두렵다.

이렇게 소수의 AI 관련 회사들이 대부분의 돈을 가져가는 추세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그리고 한국에서도 그대로 복제되고 있다. 다만, 그 규모가 작을 뿐이다. 한국도 2026년 Q1 수치를 보면 20개의 회사가 거의 1조 원의 투자금을 흡수했는데, 이는 투자 받은 전체 회사의 6.6%가 전체 펀딩의 40%를 가져간 셈이다. 미국만큼 양극화되진 않았지만, 당분간 한국에서도 이런 미국의 추세가 그대로 반영되지 않을까 예상된다. 특히 한국 수치에서 주목할 점은, 한국은 전통적으로 작은 투자금이 많은 회사에 투자되는 추세가 지난 몇 년 동안 유지되다가 2026년 Q1부터 미국같이 큰 투자금이 소수의 회사에 집중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이는 역시 AI와 관련된 방향 전환인데, 긍정적으로 보면 한국에서도 큰 회사들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지만, 부정적으로 보면 한국 투자자들은 그냥 미국을 따라가고, 투자 전략은 없고 시장에 FOMO만 가득 찼다는 걱정을 할 수도 있다.

6월 중순에 SpaceX가 $1.5T ~ $2T에 IPO를 한다고 한다.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작년에 거의 8조 원의 손실이 발생한 기업의 가치가 한국의 GDP와 맞먹는다는 사실을 아직 나의 작은 뇌는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후에 OpenAI와 앤쓰로픽이 각각 $1T에 IPO를 하겠다고 하는데, 이 또한 나의 작은 뇌가 프로세싱 못 하고 있다. 미국의 상장 시장이 아무리 커도 이 거대한 IPO를 감당할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고, 비슷한 시기에 상대적으로 더 작은 시총으로 IPO 하는 회사들을 위한 시장의 관심과 식욕이 이후에 남아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거대한 IPO들이 모두 성공해서 이 회사들의 가치가 증명된다면, 우리 앞에는 이제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다. 상장 시장과 비상장 시장 모두 한 단계 올라가서 새로운 챕터가 시작될 것인데, 이건 생각만 해도 기대되고 흥분된다. 하지만, 만약에 이 중 하나라도 무너진다면 우리 모두의 앞에는 지옥의 문이 열릴 것이다. 지난 3년 동안의 벤처 겨울이 따뜻했다고 느껴질 수 있을 정도로 이 벤처 생태계에는 그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한 재앙이 올 것이다.

새로운 세상이 시작될까, 아니면 재앙이 올까?

잘 모르겠지만, 찬란한 새로운 시대의 서막이길 바란다. 정말로. 간절히.

어쨌든 우린 그냥 우리만의 철학과 전략으로 우리만의 길을 갈 것이다.

기다림의 미학(또는 지루함)

꼰대 같은 내용으로 이 글을 시작해 본다.

이전 세대 사람들이 현재 세대 사람들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요즘 사람들은…” 하면서 불만족을 표현하는 건 인류가 탄생한 이후로 지금까지 계속 반복되는 행위다. 나도 옛날 사람이라서 가끔 이런 생각을 하는데 우리 세대랑 비교했을 때 요즘 세대가 부족한 걸 하나만 꼽아 보라고 하면 나는 “인내심”이라고 할 것이다.

어떤 분들은 인내심을 기다림의 미학이라 하고, 어떤 분들은 기다림의 지루함이라고 하는데, 나는 여전히 인내심은 기다림의 미학, 또는 기다림의 예술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내가 언제 이 말을 대학생에게 한 적이 있는데, 이 친구가 나를 외계인처럼 봤던 기억이 난다.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서비스 앞에 “바로”가 붙고, 오늘 밤에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에 배송되는 “로켓” 서비스가 기본이고, 글자 하나씩 읽으면 느려서 책도 잘 안 보고, 영상도 몇 배속해서 보는 즉각적인 만족과 보상의(=instant gratification) 시대에는 인내심이라는 말 자체가 촌스럽고 고인물들의 전유물이 된 것 같아서 많이 아쉽긴 하다.

반면에 내가 고맙게 생각하는 건, 우리가 하는 벤처 투자, 그리고 우리가 투자하는 창업가분들은 대부분 인내심의 미학을 이해하고 존중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즉각적인 만족과 보상보단 장기적인 만족과 보상을 위해 – “장기적”이 5년이 될 수도 있고 30년이 될 수도 있지만 – 불안, 초조, 공황을 참고 오늘도 인내심의 미학을 믿으면서 본인들만의 길을 가고 있다. 이런 분들과 항상 어울리다 보면, 나도 인내심의 미학을 믿게 되고, 인내심과 항상 같이 붙어 다니는 복리의 위력을 배우게 된다.

조만간 하와이를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만약에 주말을 끼고 가게 되면 오랜만에 서핑해 볼까 해서, 호놀룰루에서 좋은 서핑 장소, 파도, 서퍼 등과 관련된 기사와 영상을 보면서 여기저기를 웹서핑하면서 생각났던 게 바로 서퍼들이야말로 인내심의 끝판왕이라는 점이다.

서핑의 본질은 기다림이다. 큰 파도를 타고 바다를 가르는 구릿빛 서퍼만큼 멋진 사람들이 없는데, 이 멋짐을 만드는 건 기다림의 미학이다. 어느 정도 잔챙이 파도와 씨름해서 서핑의 기본을 잘 다지면, 누구나 다 바다 한가운데에서 ‘좋은 파도’를 타고 싶어 한다. 그런데 파도를 우리가 컨트롤 할 수 없어서, 좋은 파도를 타기 위해서는 보드 위에서 한없이 기다려야 한다. 어떨 때는 몇시간 동안 여러 번의 좋은 파도를 신나게 타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때도 있지만, 어떤 날은 하루 종일 기다리다 허탕 치고 귀가하는 서퍼들도 많다. 내가 LA에 살 때 서핑을 배웠던 강사는 3일 동안 매일 5시간 기다렸지만, 맘에 드는 파도를 못 찾아서 그냥 집에 왔다가, 4일째 엄청난 파도를 만나서 인생 최고의 서핑을 했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이 분은 강습 시간 내내 서핑 기술보단 기다림의 아름다움에 관해서 이야기해 줬는데, 한참 후에서야 나는 그 이유에 대해서 이해했다.

스타트업도 이렇게 보면 서핑과 비슷한 점이 많다. 당장 성공을 맛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있지만, 정말 큰 사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아주 많이. 시장을 잘 파악한 후 나만의 믿음과 시각으로 어느 정도 미래를 예측하고, 남들이 잘 안 가는 길이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먼저 자리를 잘 잡는 게 중요하다. 마치, 서퍼들이 남들보다 더 좋은 파도를 타기 위해서 지금은 잔잔하지만, 앞으로 바람이 불어 큰 파도가 올 만한 곳에 가서 자리를 잡는 것과 비슷하다. 그리고 보드 위에서 주변 상황과 여러 지표에 주목하면서, 파도가 올 때까지 계속 기다려야 한다. 바람과 조류의 방향이 바뀌면, 다시 자리를 예측해서 옮겨야 한다. 그리도 또 기다려야 한다.

실은, 이렇게 인내심을 갖고 사업하면서 기다려도, 대부분의 창업가는 파도 한 번 못 타고 그냥 집에 가는 경우가 훨씬 많을 텐데, 그래도 인내심을 갖고 그다음 날 또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만약에 운과 실력 사이 어느 지점에서 큰 파도를 만난다면, 그리고 인내심의 미학이 철저한 준비로 이어졌다면, 이들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하늘을 날고 있을 것이고, 그동안 쌓인 인내심과 기다림이 복리 폭발해서(=compounding explosion) 그 어떤 창업가들보다 앞서갈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스타트업을 많이 해보지 않았다. 그나마 갖고 있는 짧은 경험도 성공한 경험은 아니다. 서핑으로 따지면 그냥 잔챙이 파도와 씨름만 하다가 집으로 간 경험밖에 없지만, 좋은 파도를 타는 것만큼 신나고 짜릿한 느낌이 없다는 것도 간접적으로 잘 알고 있다. 이 큰 파도를 타기 위해서는 기다림의 미학을 배워야 하고, 항상 연습해야 한다. 실은, 언제 올지 모르는 파도를 아무도 없는 뜨거운 망망대해 한가운데에서 기다리는 건 매우 혼란스럽고, 공포스럽고, 불안하고, 짜증 나고, 초조한 경험이다. 이럴 때일수록 인내심의 미학이 우리 모두에겐 필요하다.

물론, 인내심을 갖고 기다린다고 해서 좋은 파도를 만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아마도 대부분 못 만날 것이다. 하지만, 인내심이 없다면 성공할 수 있는 그 작은 확률조차 없어서 인내심은 모든 창업가의 기본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그런데 또 막상 생각해 보면, 인내심은 요즘 세대뿐만 아니라 인류가 탄생했을 때부터 대부분 사람에게 부족한 자질인 것 같다. 우리 윗세대, 그 윗세대, 그리고 우리 세대를 봐도 인내심의 중요성을 아는 분들이 거의 없는 것 같다. 혹시 이 글을 보고 화난 요즘 세대분들이 있다면 사과한다.

계속 “왜?”를 질문해라

몇 달 전에 꽤 공감이 가는 내용을 어떤 글에서 읽었는데, 최근에 비슷한 내용이 언급된 팟캐스트를 들어서 기록을 위해 블로그에 적어본다. “The Three Whys 원칙”이라는 질문에 관한 내용인데, 모든 현상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최소 세 번 반복해서 던짐으로써, 일차원적이고 표면적인 답변을 넘어 더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는 방법론에 대한 글과 인터뷰였다.

이 원칙은 단순히 표면적인 현상에 머무르지 않고 더 깊이 파고들어 진짜 문제의 파악 및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는 매우 단순하지만,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내가 들었던 인터뷰에서는 타이타닉호에 대한 예시가 언급됐는데, 여기에 세 번의 “왜?”를 질문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타이타닉호는 왜 침몰했나요?
>> 빙산과 충돌했기 때문입니다.
2/ 빙산과 왜 충돌했나요?
>> 선장이 빙산을 못 피했기 때문입니다.
3/ 선장은 왜 빙산을 못 피했나요?
>> 과속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위의 타이타닉호 침몰에 대해 첫 번째 질문에서 멈춘다면, 타이타닉호는 빙산과 충돌해서 침몰했기 때문에 앞으로 거대한 배들의 침몰을 막기 위해서는 빙산이 없는 곳으로만 다니거나 빙산을 부숴서 작은 얼음덩어리로 만들 수 있는 레이저 장비나 무기를 모든 배에 설치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질문을 세 번 해서 알아낸 타이타닉호가 침몰한 진짜 원인은 이보다 훨씬 더 간단하다. 바로 선장이 빙산을 발견했지만, 배의 너무 빠른 속도로 인해 방향을 못 틀어서 빙산에 박은,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였다. 그리고 세 번의 질문으로 얻은, 거대한 배들의 침몰을 막을 수 있는 훨씬 더 간단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과속 금지와 정속 주행이다.

이후에 나도 많은 현상에 대해서 한 번만 “왜?”라고 질문하지 않고, “왜?” , “왜?” , “왜?” 이렇게 세 번씩 질문하는 습관을 몸에 익히기 위해서 노력하는데, 전반적인 사고와 문제 해결 방식에 꽤 큰 도움이 되는 걸 매일 느끼고 있다.

세계적인 석학들은 “왜?”라는 질문을 수시로 하고, 질문을 많이 하기 때문에 어려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잘 찾는다. 그런데 석학들만큼 “왜?”라는 질문을 많이 하는 분들이 바로 창업가들이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많은 필수 제품과 앱들이 창업가의 불편함으로부터 시작됐는데, 이들은 일반인처럼 불편함을 그냥 묵인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왜?”라는 질문을 했고,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으로 창업을 선택했다.

“왜?”를 계속 질문하는 습관은 결과적으로 사고를 더 깊게 만들고, 내가 찾고자 하는 답을 명확하게 하고, 가장 중요한 건 이게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원인을 계속 묻다 보면, 실제 해야 하는 행동이 상당히 현실적이고 간단해지기 때문이다. 위의 타이나틱호의 예를 다시 사용해 보면, 빙산을 분해하는 기기를 만드는 건 어렵지만, 과속하지 않는 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쉬운 일이다.

계속 질문하고 “왜?”라고 묻는 걸 습관화해서 우리 모두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는 노력을 하다 보면 더 건강하고 책임 있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