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전체 투자금의 10% 정도를 미국 회사에 투자한다. 과거에는 이 비중이 더 높았지만, 요샌 오히려 한국에 더 좋은 창업가가 많다고 느껴서 한국에 모든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몇 개의 미국 투자사는 주주명부를 Carta를 통해서 관리하는데 나에게는 아직도 이 제품이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 투자사들이 이 회사의 제품을 사용해서 어쩔 수 없이 나도 수년 동안 사용하곤 있지만, 아직도 정확한 사용법을 잘 모르겠고 매번 사용할 때마다 불편하고, 내가 찾고 있는 회사가 안 보이고, 회사는 보이는데 이 회사에 투자한 우리 펀드가 안 보이는 등의 문제점이 있다.
며칠 전에 우리가 투자한 회사의 주식 수와 지분율을 확인하기 위해 오랜만에 Carta에 들어갔다. 회사쪽에서는 이미 스트롱에 주식을 발행했고, 그쪽에서는 이게 보이는데 우리쪽에서 보면 발행된 주식이 안 보여서 대시보드에서 이것저것 누르면서 확인해봤지만, 결국엔 해결하지 못해서 Customer Support으로 갔다. FAQ도 열심히 읽었지만 내가 원하는 답이 없어서 그냥 CS 이메일을 보내려고 했는데, Carta가 이젠 고객지원 이메일을 없애고 이걸 AI 챗봇으로 대체해버린 것 같다.
그동안 내가 경험했던 모든 AI 챗봇은 최악이었고, Carta의 봇도 역시 나의 이런 낮은 기대 수준을 실망하게 하지 않았다. 10분 정도 AI 봇과 이야기하다가 짜증나서 Carta에 직접 전화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개거지 같은 시스템이었다. 전화번호도 꼭꼭 숨어있어서 찾는 데 한참 걸렸고, 미국과 시간차가 있어서 아직 전화는 못 했는데, 사람의 도움과 사람과의 통화가 정말 그리웠던 순간이었다.
Carta는 이렇게 해놓고 아마도 AI를 통해서 고객지원 비용을 대폭 절감했다고 자랑할 것이다. 물론, 회사 입장에서는 맞다. 사람을 없애고 이걸 시스템으로 대체했으니까, 돈은 많이 아꼈을 것 같은데 이건 근시안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고객지원 비용은 아꼈겠지만, 나같이 화난 고객들은 결국엔 이탈할 것이고 아낀 비용보다 더 많은 매출이 빠질 수도 있다. 그리고, 화난 고객은 그냥 이탈하지 않는다. 특정 서비스에 만족하는 고객은 그냥 혼자서 만족하고 주변 사람에게 그 서비스 칭찬을 안 할 확률이 높지만, 이와 반대로 특정 서비스에 실망한 고객은 화가 나서 최소 3명의 주변 사람에게 이 회사 제품 사용하지 말라고 한다. 내가 그런 케이스였다. 이렇게 되면 과연 장기적으로 이 회사가 고객지원에서 절감한 비용이 이익으로 돌아올진 잘 모르겠다. 오히려 평판이 나빠지면서 고객 이탈이 대거 발생해서 비용이 줄어드는 속도보다 매출이 더 빨리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생각해도 나는 좀 까칠한 고객이긴 하다. 웬만하면 만족을 잘 안 하니까. 내가 Carta에서 경험한 일을 다른 분들에게 이야기해보니까, 대부분 동의했고, 최근에 비용절감과 자동화 차원에서 AI를 도입하는 제품을 사용하면서 나와 비슷한 상황과 짜증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해줬다.
그래서 요즘 내가 드는 생각은, 기업의 정형적이고 반복적인 내부 업무는 AI로 자동화하는 게 의미가 있지만,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업무는 오히려 사람이 처리하는 게 모두 다 AX로 가는 이 시점에 그 회사의 경쟁력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그나마 아직 한국은 고객센터에 전화하면 몇 번의 과정을 거치면 사람과 통화할 수 있는데, 과거에는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요샌 고객센터의 사람직원과 통화하면 이렇게 반갑고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 우리 투자사 대표님들에게도 이제 나는 웬만하면 고객을 응대하는 건 AI로 하지 말라는 조언을 해주고 싶다. 심지어 과거보다 더 인력중심이지만 더 높은 수준의 외주 콜센터 서비스를 하는 회사에 투자하고 싶다는 생각을 요샌 하고 있다.
참고로, 나는 아직도 Carta의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