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의 나

나는 일과 관련된 저녁식사인 ‘비즈니스 디너’를 잘 안 한다. 주 중 일정이 워낙 빡빡해서 하루라도 루틴과 컨디션이 무너지면 그날은 당연히 힘들고, 이게 일주일 내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되도록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내가 매일 하는 루틴을 지키는 노력을 한다. 저녁 약속이 있으면 늦게까지 뭘 먹고, 많이 먹진 않지만, 술도 먹고, 그리고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이러면 그다음 날 컨디션이 영 별로라서, 식사를 해야 하는 자리라면 점심 약속, 또는 오히려 조찬을 선호하는 편이다.

며칠 전에 업계 지인분이 오랜만에 저녁 식사를 제안했다. 위와 같은 이유로 내가 거절했고 대신 점심이나 커피타임을 하자고 했는데, 이 말을 하면서 내 입에서 자동으로 “죄송합니다. 제가 저녁 약속을 잘 안 잡아서요…”라는 말이 나왔고, 사과하자 상대방은 나에게 이런저런 불평불만을 표시했고 그렇게 살면 안 된다는 식의 훈계까지 했다. 솔직히 이 분이 나에게 저녁을 몇 번 제안했는데 내가 매번 거절해서 약간 미안한 마음이 있기도 해서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대신 점심 약속을 잡은 후에.

그런데 전화를 끊고 이 점심 약속을 캘린더에 넣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왜 내가 이분에게 미안해야 하고 사과를 해야 하지? 그냥 원래의 나답게 행동하는 건데?”

생각해 보니 나도 한국 사회에 너무 익숙해진 것 같다. 내가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것보다 남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더 중요하고, 내 감정이 상하는 것보다 남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게 더 큰 죄악이라고 인식되는 전반적인 한국 사회의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휩쓸리고 있었다. 지금도 평균적인 한국인보단 남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을 잘 안 쓰는 편이지만, 나도 모르게 점점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에 동화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요새 다시 스스로를 리셋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실은 과거에는 이런 걸 그냥 하면 되지 ‘노력’까지 할 필요는 없었지만, 전반적인 한국의 사회적 분위기와 소위 말하는 사회적 규범을 점점 더 인식하고 신경 쓰게 됐기 때문에 이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이제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인생의 모든 다른 것들처럼.

있는 그대로의 나답게 사는 것을 미안해하거나 남에게 사과할 필요는 전혀 없다. 한국이나 일본 같은 나라는 이게 잘 안되는 분위기지만, 잘 생각해 보면 이건 전혀 남에게 미안해할 게 아니다. 그렇다고 내가 법을 어기거나 사회적 규범을 완전히 거스르는 반사회적인 사람이 되겠다는 건 아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고 나에게 맞는 방식대로 살면 된다.

Do not apologize for being yourself.

사람보다 나은 AI

AI의 안전성을 매우 흥미로운 방식으로 테스팅하는 Andon Labs라는 스타트업이 있다. 이 회사가 하는 실험 중 가장 흥미로운 건 가장 앞서가는 파운데이션 모델에게 사람들이 매일 하는 실제 업무를 수행하도록 맡기고, 꽤 긴 기간 동안 인간의 감시나 간섭 없이 AI가 이 업무를 어떻게 수행하는지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이다. 가장 유명한 건 Vending-Bench라는 실험인데, 다양한 프론티어 모델이 자판기(vending machine: 벤딩머신) 사업을 가상의 1년 동안 운영하도록 시뮬레이션하는 연구이다.

AI 모델의 목표는 딱 한 가지다: 다른 모델보다 돈을 더 많이 벌기. 그리고 실제 회사에서처럼 AI 모델이 현금 잔고, 자판기 협력업체들에 지불하는 단가, 환불 등을 계속 체크하고 비교하면서 마치 본인이 자판기 회사의 사장인 것처럼 행동하는 경영/경제 실험이다.

첫 번째 실험 결과는 작년 6월에 발표됐는데, 나는 이걸 꽤 흥미롭게 읽었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 AI 모델이 실생활에서 사람의 개입 없이 자율적으로 돌아가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에 대한 가장 근접한 예측이라고 생각했다.

Andon에서 얼마 전에 이 실험이 1년 후에는 어떻게 되고 있는지 후속편을 공개했는데, 기계지만 사람보다 더 살벌하게 사업한다는 재미있지만, 어떻게 보면 소름 돋는 결과로 가득 찬 내용이다.

일단 실험에서 사용된 모델은 GPT-5.6 Sol, Claude Opus 5 그리고 Kimi K3였다. 각 모델은 경쟁사와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협상할 수도 있었고, 필요하면 ‘경영진’에 연락해서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그 어떤 인간도 AI의 커뮤니케이션에 개입하진 않았다.

내가 여기서 너무 많이 설명하진 않겠지만, 그냥 놀랍고 재미있는 몇 가지 내용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1/ Sol이 다른 모델들에게 “최저 판매 가격을 $2.15로 맞추자”라며 가격 담합을 제안했고, 모두 동의했지만, 혼자만 가격을 $2.14로 낮춰서 뒤통수를 치는 정말 ‘인간적’인 모습을 보였다.
2/ 피해를 본 Opus는 강하게 강의했지만 “이것도 다 비즈니스이고 불법적인 사기는 아니다”라면서 경영진에 신고하진 않았다.
3/ Opus마저도 나중에 약속을 어기고 가격을 내렸는데, 오히려 Sol은 이를 경영진에 신고하면서 처벌까지 요구했다.
4/ Opus는 겉으로는 서로 시장을 적당히 나눠 갖자는 협력을 이메일로 제안했지만, 다시 한번 다른 모델들의 뒤통수를 치면서 뒤에서는 몰래 가격을 인하했다. 동시에 자판기에 제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에는 온갖 거짓말로 가격을 깎으려 했다.
5/ 결국 Sol, Opus, Kimi 모두 서로에게 협박도 하고 회유도 하면서 fair play의 약속을 모두 어기는 결과가 발생했다.

세 모델 중 가장 돈을 많이 번 건 Claude Opus 5였는데, Opus는 정직하게 사업하기보단 자본가와 사기꾼의 기질을 적절히 발휘했고, 담합과 뒤통수 치기를 통해서 가장 높은 수익을 만들었다. 반면, Kimi는 적군과 아군 모두에게 매번 이용당하면서 가장 돈을 적게 벌었고 가장 큰 피해를 봤다.

물론, 이건 가상의 실험이긴 하지만, 앞으로 AI가 정말로 인간의 간섭 없이 자율적으로 회사를 운영하거나 국가를 운영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시사점으로 가득 찬 것 같다. 이번 실험을 통해 Andon Labs에서 내린 결론은 현재의 첨단 AI 모델이 아직은 사람의 감독 없이 현실 세계에서 경제 활동을 하기엔 부족하다는 건데 나는 오히려 그 반대 생각이다. 이번 실험에서 이렇게 서로를 속이고, 협박하고, 회유하고, 담합하는 AI 모델의 행동은 실은 현실 세계에서 인간의 행동과 거의 일치한다. 그래서 사람의 개입 없이 AI가 기업을 운영하면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AI에 열광하고, 많은 투자를 하고, 많은 시간을 쓰는 건 사람과 똑같은 AI가 아니라 사람보다 훨씬 더 나은 AI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앞으로 사람의 간섭 없이 자율적으로 돌아가는 AI는 단지 사람을 흉내 내는 걸 넘어 사람보다 훨씬 더 똑똑하고, 정직하고, 올바르게 행동해야 하는데, 아직 이 시점이 오려면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할 것 같다. 현재 AI 모델이 경제 활동을 스스로 한다면, 내가 맘에 드는 건 딱 한 가지인데 그건 바로 AI는 아무런 불평불만 없이 24시간 내내 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하고 싶은 사람에겐 근무의 자유를

7월 미국 출장 기간 중 WSJ에서 이런 기사를 읽었는데, 마침 그때 이와 비슷한 주제로 우리 투자사 몇 군데와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관련해서 몇 자 적어보려고 한다.

일단 이 기사는 유럽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나라인 독일이 소매업체가 일요일에 판매할 수 있는 품목을 생활에 꼭 필요한 최소 물품으로, 법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독일 경기가 계속 악화되면서 이 오래된 법을 고치자고 주장하는 사람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 법은 1949년 개정된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데, 일요일과 공휴일은 노동으로부터 몸과 영혼이 쉬어야 한다는 종교적인 색이 짙다. 기사를 읽어보면 이 법이 생긴 배경,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과 아직도 옹호하는 사람들의 입장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이 있는데 나는 독일의 경제가 심각할 정도로 무너지고 있는 이 마당에 왜 이 법을 당장 안 고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냥 일요일에 가게 문 닫고 쉬고 싶은 사람은 쉬고, 돈을 더 벌고 싶은 사람은 그냥 일요일에도 장사를 하게 하면 될 텐데 이게 뭐가 그렇게 어려운 건지 잘 이해가 안 간다.

이런 법은 계속 놔두면서 독일 경제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는 위기설을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여러가지 새로운 경제 정책과 전략을 만들어서 발표하는 독일 정치인들과 경제학자들을 보면 좀 한심하다.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근무의 자유를 주지 않는 독일의 기사 내용을 읽으면서 나는 한국에 대한 걱정을 다시 한번 했다. 나는 최근에 한국이 점점 더 게을러지고 있고, 일을 점점 더 안 하는 분위기라는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한다. 이런 의견에 대해 공개적, 비공개적으로 욕도 상당히 많이 먹고 있고, 나의 일차원적인 생각을 보강해 줄 수 있는 다양한 의견을 제공해주는 분들이 많은데 그래도 내 결론은 한국이 더 강대국이 되고 우리가 원하는 수준의 퍼포먼스를 만들고 싶다면 무조건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이 생각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주 52시간 근무제도가 생긴 이유와 그 백그라운드는 나도 알고 있다. 이런 법까지 만들게 한 비상식적인 회사들, 그 회사의 사장들, 그리고 주주들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산업, 경영진, 그리고 근로자를 불문하고 이 52시간 제도를 모두에게 적용하는 건 시대를 역행하는 전략이라고 생각하고, 이렇게 하면 한국도 위에서 말한 독일과 비슷한 길을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미 우리는 그런 길을 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AI 시대엔 단순히 일을 더 많이 하기보단 일을 더 잘 해야 한다고 모두 말한다. 하지만, 대부분 분야에서 후발주자인 한국의 회사는 AI 시대이든 아니든 일단 기본적으로 무조건 많이 일해야 한다. 몸을 갈아 넣어서 남보다 더 많이 일하는 건 기본이고, 이런 기본이 만들어진 후에 더 똑똑하고 잘 일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9-9-6으로 일하는 중국, 그리고 심지어 중국보다 더 많이 일하는 실리콘밸리 회사들은 기본적으로 우리보다 돈도 많고, 사람도 많고, 정부의 지원도 더 빵빵하다. 그리고 이들의 인재는 한국의 인재보다 훨씬 더 똑똑하다.

우리가 이런 나라, 그리고 이런 회사와 경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시작부터 지는 게임을 해야 하는 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조금이라도 승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더 많이 일하고 더 열심히 일하는 건 기본으로 깔고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이들보다 돈도 없고, 사람도 없고, 자원도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세상에서 살고 있는데 어떻게 일주일에 52시간만 일해서 성공할 수 있을까? 이건 그냥 별로 똑똑하지 않은 고등학생이 공부도 안 하고 서울대 가길 희망하는 것과 같다.

다행히 어떤 정치인들은 이런 현실을 직시하면서 제도를 조금 더 유연하게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반도체, 스타트업 및 첨단 산업 전반에서 근로시간 제도를 유연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반면 고용노동부는 52시간제에서도 주요 기업들은 이익을 충분히 내고 있기 때문에 이런 조정은 과도하다는 태도다.

근로시간 제도의 조정을 떠나 그냥 일주일에 120시간 일하고 싶은 사람들은 그렇게 하라고 하고, 20시간 일하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 하라고 하면 안 되는 건가? 일하고 싶은 사람에게 근무의 자유를 주는 게 그렇게 어려운건가?

만약 현 정부가 고용노동부가 주장하는 52시간 제도를 끝까지 고수하겠다고 하면 어쩔 수 없다. 그냥 그렇게 하라고 해라. 하지만, 그러면 대통령을 비롯한 그 어떤 정치인도 공개적으로 한국이 AI나 로보틱스와 같은 최첨단 분야에서 세계 최강국이 돼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더 일하고 싶어도 일주일에 52시간만 일 할 수 있는 한국이, 원하면 일주일에 100시간 이상 일 할 수 있는, 그리고 우리보다 돈도 많고, 사람도 많고, 모든 자원이 풍부한 중국과 미국을 이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러다가 어쩌면 우린 유럽에 뒤질지도 모른다.

옵티마이저들

요새 투자 분위기는 아직도 AI, 로보틱스, 국방, 피지컬 AI와 같은 딥테크와 하드테크에 집중됐지만, 우린 좋은 창업가들이 좋은 사업을 하고 있으면 분야와 기술관 상관없이 검토하고 투자하고 있다. 그리고 일반인들의 일상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분야는 어려운 기술보단 먹고, 마시고, 입고, 놀고, 어울리는 분야라는 점을 우린 매번 강조하고 스스로 상기시키면서 이 분야의 회사와 창업가를 많이 만나고 검토하고 있다.(그렇다고 우리가 딥테크와 하드테크를 안 본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 분야도 적극적으로 보고 있다.)

Consumer 분야의 트렌드를 관찰하다 보면 요새 ‘Optimizer’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한다. 말 그대로 최적화된 인생을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인데, 어떻게 하면 가장 쉽고 효율적으로 재미도 있지만 의미도 있는 삶을 살 수 있을지 계속 연구하면서 추구하는 세대를 옵티마이저라고 부른다. 예를 들면, 더 건강하게 살고 싶지만, 수도승처럼 금욕적인 삶보단 나름의 방식으로 인생을 즐기면서 살고 싶어 하는, 현명한 지름길을 통해서 더 건강한 선택을 하고 똑똑한 방법으로 더 좋은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새로운 세대라고 할 수 있다.

MZ 세대의 40% 이상이 자신은 옵티마이저라고 하는데 이들은 먹는 것에 더 많은 신경을 쓴다. 특히 비슷한 카테고리의 음식이라면 더 비싼 고급 제품을 선호한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단백질을 더 많이 섭취하고, 섬유질을 더 많이 섭취하고, 가공음식을 덜 먹지만, 또 재미있는 사실은 맛집이라면 – 그리고 그 맛집이 초가공식품인 소금빵 가게라도 – 30분 이상 기다려서 꼭 먹고 마는 특징이 있다.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사실과는 달리 이들은 술도 남들보다 더 많이 먹지만, 되도록 더 비싼 술을 선호한다. 예를 들면, 와인도 일반 와인보다 내추럴 와인을 선호한다.

옵티마이저는 오래 살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는데, 다른 사람들에 비해 일주일에 4번 이상 운동하고 장수와 연관되어 있다고 알려진 사우나도 자주 한다. 대부분 애플워치와 같은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건강을 관리하고, 외모에 대한 관심 또한 매우 높아서 비만이라고 생각하면 GLP-1을 거리낌없이 맞거나 복용하고, 보톡스와 필러도 더 많이 맞는다.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건강, 장수, 체중감소를 위해 아직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펩타이드 주사도 상당히 많이 자가주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GLP-1을 통해서 자가주사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집에서 펩타이드 주사를 편안하게 맞는 것 같다.

이들은 기술에 대한 이해도와 수용력도 남다른데, 자연스럽게 AI도 다른 사람보다 많이 사용한다. 36%가 매일 AI 챗봇과 대화하고 절반 이상이 AI가 인생을 복잡하게 만들기보단 인생을 더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옵티마이저의 이런 생각과 행동을 보면서 “쯧쯧쯧” 하는 사람도 많지만, 이런 인생 최적화 철학이 가진 큰 장점이 있다. 옵티마이저는 인생을 최적화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이 강박에 의해서 행동도 인생을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조정되는데, 이 사고방식과 행동 방식이 몸에 배면서 이들은 이미 스스로가 인생에서 이기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기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면, 정말로 이길 가능성이 높아지긴 한다.

아직도 인기 있는진 모르겠지만, 한 번 사는 인생 재미있게 살자는 YOLO와 모두가 한 번 죽는 인생 의미 있게 살자는 YODO가 큰 인기몰이를 했었는데, 옵티마이저들은 YOLO와 YODO를 적절하게 혼합한 삶을 지향하는 것 같다.

MZ 세대를 대상으로 사업하는 창업가는 계속해서 바뀌는 이런 큰 트렌드를 잘 파악해야 하는데, 요샌 취향과 트렌드가 너무 빨리 바뀌어서 사업 환경은 더욱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Good luck.

쓰기와 읽기의 중요성

며칠 전에 쓴 에서 공유했듯이 우린 상당히 많은 인바운드 콜드 이메일을 받는다. 스트롱에게 뭔가를 제안하는 업체가 연락하는 경우도 있지만 99%는 우리에게 피칭하는 스타트업 대표의 이메일이다. 내가 이 블로그를 통해서 여러 번 강조했듯이, 누가 어디서 언제 어떤 엄청난 사업을 만들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그리고 스트롱 웹사이트에 언제든지 우리에게 피칭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써놨기 때문에, 우리는 소개 없이 오는 이런 콜드 이메일을 웬만하면 다 읽는다.

몇 년 전에는 이렇게 연락이 오는 창업가를 나는 되도록 30분~45분 정도 직접 만나서 어떤 분인지 파악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젠 콜드이메일이 오면 보낸 분과 두세 번 정도의 이메일 커뮤니케이션을 한 후에 이분을 만날지 안 만날지 결정을 하고, 이렇게 했을 때 전환율은 20% 미만으로 그렇게 높진 않다.

왜 나는 10개의 콜드 이메일이 오면 왜 이 중 2명의 창업가만 대면 미팅하고, 나머지 8명은 안 만날까? 결론은 내가 이 블로그를 통해서 자주 강조하는 “쓰기와 읽기”와 연관됐는데, 이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써보고 싶다.

나는 한 사람이 살아온 인생, 이 분이 인생을 바라보는 태도, 생각하는 방식, 그리고 IQ와 EQ 등을 판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 분이 쓴 글을 읽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작가는 아니라서 작품을 만들진 않지만, 일을 하는 분이라면 누구나 다 이메일을 작성한다. 나에겐 이런 일과 관련해서 작성하는 이메일이 이들이 쓰는 글이다. 이메일 커뮤니케이션을 별로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분들도 많은데, 업무의 많은 부분을 아직도 이메일로 하는 처지에선 이메일 = 태도, 인격, 사고방식, 논리, IQ, EQ일 정도로 나에겐 매우 중요하다.

한 사람이 쓴 이메일을 자세히 읽어보면 여기에 정말 많은 게 담겨있어서, 콜드 이메일이 오면 나에겐 1/ 바로 지우기, 2/ 질문하기, 3/ 바로 만나기, 이 세 가지 옵션이 있다.

일단 나는 이메일 제목을 본다. 논리적이지 못하고 본인이 상대방에게 어떤 말을 전달할지 모르는 창업가는 제목부터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케이스라면 여기서 바로 삭제다. 제목을 넘어가면 본문을 읽어본다. 역시 개념이 없는 창업가의 이메일 내용은 상당히 거추장스럽고 핵심이 없다. 부사가 많고, 느낌표가 많고, 이 분이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이해가 안 간다. 두 번 읽었는데 핵심 파악이 안 되면 여기서 삭제다.

그다음으론 첨부한 사업계획서를 확인해 본다. 이제 나는 pitch deck을 하도 많이 봐서 내용을 깊게 읽지 않고, 전반적인 흐름만 봐도 이 자료를 만든 사람이 생각하면서 만든 건지, 그냥 여기저기의 내용을 짜깁기 한 건지, 아니면 아예 AI로만 만든 건지 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솔직히 나는 자료를 맹신하는 편은 아니다. 자료만 번지르르하게 만들고 실제 사업은 개판으로 하는 창업가를 하도 많이 알고, 사업은 손가락과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몸과 손발로 하는 것이라는 걸 더 믿는 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르는 투자자에게 콜드로 연락할 땐, 이 두 명을 잇는 얇은 끈은 이메일과 자료라서 여기에 어느 정도의 시간과 에너지는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까지 통과하면, 그리고 창업가가 쓴 글, 흐름, 내용이 맘에 들면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다고 미팅 요청을 한다.

자료까지 읽었고, 전반적으로 괜찮지만 당장 만나고 싶을 정도는 아니라면 이메일로 추가 질문을 한다. 그리고 이메일이 서로 왔다 갔다 하는 과정에서도 나는 내 나름의 human intelligence를 기반으로 이 창업가가 어떤 사람인지, 시간을 투자해서 만나볼 만한 분인지 판단하는 과정을 거친다.
묻는 질문에 투명하고 간단명료하게 답을 할 수 있는 분인지가 가장 중요하다. 물어보는 질문에 대한 답을 장황하고 논지에 어긋나게 제공하는 분이 상당히 많은데, 이메일 커뮤니케이션만 봐도 이 분이 앞으로 직원, 투자자, 고객들과 어떻게 소통할지 그림이 그려진다.
이메일에 내용은 없는데 부사, 느낌표, 볼드체, 밑줄, 다양한 컬러의 텍스트만 과하면 이 분은 프로페셔널한 소통이 힘든 분일 확률이 높다.
이메일 답변이 오는 시간도 나는 중요하게 생각한다. 간단한 질문을 했는데, 답변 오는 데 일주일이 걸린다면, 이 분은 전반적으로 빠른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되는 분일 확률이 높다. 투자를 꼭 받아야 하는 이 간절한 시점에도 이렇게 느린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 실제 투자받은 후엔 얼마나 더 느릴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Reply all과 같은 커뮤니케이션의 기본 소양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내가 답변을 할 때 우리 동료분들을 모두 cc 하면, 이후의 소통은 항상 같이하는 게 기본인데, 나에게만 답변이 오고, 내가 다시 답변하면서 우리 팀을 cc 하면, 또 나에게만 답변을 한다. 결국 “항상 reply all 해주세요”라고 콕 집어서 이야기를 해드리는데, 이후에도 이걸 잘 안 하는 분도 많다. 이건 지능에 약간 문제가 있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이메일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그 경험이 별로면, 몇 번 소통하다가 결국엔 pass 한다.

이런 식으로 나는 콜드 이메일을 스크린해서 내 시간과 에너지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노력을 한다.

한가지 팁을 주자면, 상대방이 잘 이해할 수 있는 이메일을 작성하고, 내용이 있는 자료를 만들고 싶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뭐든지 많이 써보는 것이다. 일기를 매일 쓰던, 블로그를 쓰던, 하여튼 writing을 무조건 많이 해야 한다. 그리고 잘 쓰고 싶다면, 많이 읽어야 한다. 책, 잡지, 신문 등 텍스트를 많이 읽으면 잘 쓸 수밖에 없다. 내가 아는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은 100% 모두 책을 정말 많이 읽고,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은 대부분 글도 잘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