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s by Kihong Bae:

Morning Brew 인수

전에 내가 즐겨보는 뉴스레터 Morning Brew에 대해서 한번 을 쓴 적이 있는데, 며칠 전에 Business Insider가 모닝브루를 인수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개인적으로 이 회사 뉴스레터의 팬이고, 바빠도 되도록 모닝브루 기사는 많이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반가운 소식이었다. 우리도 콘텐츠 관련 회사에 투자를 좀 했고, 꼭 필요한 사업이지만, 특히 한국에서는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미시간 대학교 학부생들이 5년 전에 창업한 스타트업이 한화로 거의 850억 원에 인수된다는 소식은 느낌이 좋았다.

나도 잘 몰랐던 사실인데, 모닝브루는 지금까지 가족 및 친구들한테 $750,000만 투자를 받았고, 올해 매출이 $20M(=230억 원)이고, 수익까지 나고 있다고 하니, 대단하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세상에 널린 게 콘텐츠긴 하다. 그리고 하나의 콘텐츠가 나오면, 이걸 재탕하는 기사도 너무 많이 나오고, 대부분 무료로 인터넷으로 제공된다. 그래서 콘텐츠나 미디어 사업을 하면, 대부분 VC는 이 회사는 돈 못 벌겠다고 생각하고, 투자를 안 한다. 실은 나도 모닝브루를 처음 발견했을 때, 기발한 콘텐츠 생산 및 재생산 능력을 갖춘 어린 친구들이라고 생각했지만, 과연 돈을 벌 수 있겠냐고 의심했지만, 내 걱정과는 달리 비즈니스를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 투자사도 아니고, 내가 아는 창업가도 아니지만, 그냥 개인적인 독자 및 팬으로서 축하하고 싶다.

헤이 구글

Google Home Mini몇 년 전부터 음성인식 스피커와 같은 음성 AI 기술과 제품들이 뜨기 시작했지만, 내 반응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뜨뜻미지근했다. 내가 꼰대라서 그런지, 아니면 젊은이들의 감각을 못 따라가서 인지 잘 모르겠지만, 굳이 기계랑 대화 하는 게 별로였고, 초반에만해도 기계가 음성 인식을 잘 못 해서 같은 말을 여러 번 해야 했다. 그래서 굳이 음성으로 가전기기를 키고, 끄기보단 그냥 리모컨으로 했고, 기계에 날씨를 물어보거나 음악을 틀어달라고 명령하지 않고, 그냥 손가락으로 내가 직접 처리하는 게 나한테는 훨씬 편했다. 손가락으로 버튼을 누르는 게, 음성으로 기계에 지시를 내리는 것보단 훨씬 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이유도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가족과 함께 휴가를 갔다. 에어비앤비로 집을 통째로 빌렸는데, 이미 전에 한 번 빌렸던 집이고, 이 집에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음향 시스템이 없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출발 바로 전에 그냥 그동안 집에서 놀고 있던, 개봉도 안 한 구글 홈 미니를 챙겼다. 이 외에는 다른 옵션이 없었기 때문에 숙소에서 미니를 설치하고, 폰에 있는 스포티파이 앱을 연결했다. 실은 이 연결 부분은 구글답지 않게 사용자 경험이 직관적이지 않아서 조금 애를 먹긴 했는데, 일단 세팅 이후의 경험은 내 예상을 뛰어넘었다.

음향 자체도 웬만한 스피커보다 좋아서, 볼륨을 조금 키우면 집 전체, 그리고 마당까지 은은한 클래식 음악이 다 퍼졌는데, 무엇보다 그동안 내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던 음성 기능이 너무 훌륭했다. 기계학습의 결과인 거 같은데, 나랑 와이프가 한국어, 영어, 심지어는 사투리로 말하는 대부분의 음성이 완벽하게 인식됐고, 이걸 몇 번 하다 보니 앞으로 손가락이 아닌 음성과 시각으로 기계와 소통하는 미래가 올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볼륨 조절, 노래 검색, 재생 등을 멀리 부엌에서 음성으로 마루에 있는 미니를 완벽하게 제어하는 게 너무나 편리했다.

앞으로 우리 집에서 “헤이 구글”을 많이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침묵은 금

얼마 전에 이발을 했다. 내가 다니는 이발소는 shop in shop 개념으로, 원래 가게는 미용실인데, 이 미용실의 3칸 중 한 칸을 젊은 친구가 개조해서 이발소로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2 칸은 여자 미용사 고객들이고, 한 칸은 나 같은 이 젊은 바버의 고객들이 사용한다. 나는 원래 이발사나 이런 서비스 해주시는 분들과 크게 말을 섞지 않고 인사 정도만 하고 그냥 가만히 머리만 하는데, 많은 분들이 사적인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 공간이 미용실이기도 하다.

바로 옆이다 보니 실은 귀를 닫고 있어도 어쩔 수 없이 옆 사람이 하는 말이 다 들리는데, 이 날 이후 나는 절대로 이런 공공장소에서 내 개인적인 이야기, 또는 내 친구들 이야기, 또는 내가 하는 일이나 회사 이야기는 절대로 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내 옆에 어떤 젊은 남자분이 머리를 하는데, 미용사분이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계속 본인 개인사와 회사 이야기를 너무 세세하게 말하는 바람에 나는 이 분의 얼굴도 모르지만, 이 사람이 외국 어떤 지역의 학교 출신인지 알게 됐고, 외국이 본사인데 최근에 여의도에 한국 지사를 만든 작은 투자사에서 일 하는 사실까지 알게 됐다. 그리고 원래 다른 미용실에서 6만 원짜리 컷을 하는데, 미용사가 마음에 안 들어서 이번에 우리 동네 미용실로 바꾼 사실까지 알게 됐다. 내가 이 사람의 보스였다면, 공공장소에서, 일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들한테 회사의 준기밀 내용까지 다 발설했다는 이유로 해고했을지도 모를, 그런 이야기를 동네 미용실에서 하고 다니는 것이다.

실은, 이런 경험이 과거에도 몇 번 있긴 하다. 목욕탕 안의 마사지 샵에서 마사지 받고 있는데, 옆 칸 아저씨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가 당시에 다니고 있던 회사와 경쟁 입찰이 붙은 경쟁사의 영업 담당자였던 적도 있고, 신사동 고깃집에서 식사하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서 내 MBA 동기에 대해서 험담하는 그룹에 한마디 했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들을 다 종합해보면, 결국엔 모든 게 자기 과시와 자랑을 하기 위한 이빨까기다. 원래 이런 곳에서 사적인 이야기를 잘 안 하지만, 이 경험 이후에는 그냥 무조건 입 닥치고 있고, 사적인 내용을 물어봐도 그냥 대답을 안 하고 있다.

웅변이 은이라면, 침묵은 금이다. 말을 많이 해서 패가망신 한 사람은 여러 명 있지만, 입 닥치고 있어서 손해 본 사람은 역사상 한 명도 없다.

월성장 vs. 누적성장

이 차트는 어떤 회사의 2019년도 월 누적 매출 성장을 보여주는 그래프다. 1월에 10억 원 매출을 달성했고, 이후 그래프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 그냥 대충 보면 아름다운 그래프이고 성장하는 회사처럼 보인다.

cumulative sales

이젠 이 그래프를 한번 보자. 이 그래프는 같은 회사의 2019년도 월매출 성장을 보여준다. 같은 회사, 같은 매출이지만, 누적이 아닌 1월부터 12월까지의 개별 월매출인데, 성장은 없고 오히려 회사는 퇴보하고 있다.

monthly sales

보시다시피, 같은 회사의 수치지만, 완전히 다른 그림이 그려진다. 그래서 누적 수치는 회사가 정말로 건강한지 아닌지를 파악하는데 별로 도움이 안 된다. 가끔 회사 자료들을 보면, 월 수치는 없고, 이런 누적 수치로 도배된 장표만 보이는데, 대표가 잘 모르고 누적 수치만 강조한 거면 가급적이면 월 수치로 수정하길 권장한다. 만약 알면서도 회사에 불리하니까 월 수치를 일부러 제거한 거라면, 대부분의 투자자는 그렇게 멍청하지 않다는 걸 다시 한번 말해주고 싶다.

재충전

지난주 부터 한 일주일 동안 여수의 시골 어촌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다. 웬만하면 월, 목 글을 포스팅하는 걸 빼먹지 않고, 이번 휴가 동안에도 글을 쓰려고 했지만, 쉬다 보니 몇 번 건너뛰게 됐다. 30대였을때만해도 나는 휴가나 재충전이라는걸 믿지 않았다. 그런 건 약한 사람들을 위한 거고, 정말 열심히, 열정적으로, 성공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은 항상 일 해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바보 같은 개똥철학이었던 거 같다.

이제 나는 쉬는 거에 대해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옹호자가 됐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시간을 내서라도 일에서 손을 좀 떼고 쉬는걸 주장하는, 휴가에 대해서는 유러피안 마인드를 고집하고 있다. 나도 짧게는 3개월에 한 번씩, 또는 6개월에 한 번 정도 짧게 쉬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데, 올 해는 한 번도 이런 시간을 갖지 못 해서 몸과 마음이 조금 지치긴 했다. 올 해는 예상치 못 했던 큰 변수가 코비드19 이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바뀔 때마다 재택 근무와 사무실 근무를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일 년이 거의 다 갔고, 이제 이렇게 스위칭 하는 게 익숙해졌으니, 조금 쉬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뭐, 그렇다고 일을 완전히 놓을 순 없다. 여기에서도 매일 일정 시간을 정해놓고 이메일 확인하고, 중요한 일들은 처리하고 있는데, 딱 정해진 시간에만 일을 하다 보니 우선순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일은 다 미루고 있다. 우리도 이제 투자사 숫자가 늘어나다 보니 해야 할 일도 많고, 챙겨야 할 것도 많고, 여러 가지가 8년 전에 존이랑 나만 사업을 할 때 보단 복잡해졌다. 그래서 스트롱 인원도 충원했지만, doing more with less 전략을 취하다 보니, 항상 일이 넘친다. 그래도 내 파트너 존, 그리고 조지윤 책임과 허연정 매니저와 같은 좋은 동료들이 있어서 큰 걱정하지 않고 편하게 쉬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몸과 마음을 재충전 하고 있다.

잠깐 쉬면서 재충전하는 게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는 말을 많이들 하는데, 이 말을 나는 요새 굳게 믿는다. 아니, 더 나아가서 십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고 하는 게 정확할 것 같다. 모두 너무 바쁘다 보니 쉴 시간도 없고 휴가 갈 시간도 없고, 며칠 자리를 비우면 큰 일이 날 것 같지만, 내 경험에 의하면 그래도 아무 문제 없이 모든 게 잘 돌아가더라. 그래서 일부러라도 자주 채충전의 시간을 갖는걸 권장한다.

이 사진은 지금 에어비앤비로 머무는 숙소의 마당에서 찍은 사진이다. 아마도 콜하고 있는 거 같은데, 사진 제목은 ‘노인 VC와 바다’ 이다.

사진 2020. 10. 13. 오후 5 59 30

노인 VC와 바다